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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812
추천수 :
1,208
글자수 :
221,650

작성
24.07.17 10:10
조회
1,376
추천
45
글자
12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

DUMMY


얼추 정리가 끝난 것 같다.

게이트도 사라진 것 같고, 벌레같이 우글우글 많았던 괴물들도 이젠 안 보인다. 바닥에 널브러져 죽은 녀석들만 가득하다.


“끝났다.”


테라리움에서 손가락을 뺐다.

그 순간,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개입 확정] 소모된 포인트: 2,960


중간에 멍하니 헛짓하다가 버린 시간 때문에 약 100포인트 정도가 더 소모된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40포인트뿐이구나.’


조금 전까지는 신이 났던 게 무색하게 다 끝나고 나니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능력을 다시 사용하려면 못해도 2,000포인트 이상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포인트를 다시 모으려면 어떻게 하지?’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주의 사항이 눈앞에 떴었는데 대충 무시하고 말았다. 상황이 급하기도 했고, 그때는 별로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그건 그렇고······.’


다시 테라리움 내부를 둘러보니 처음에 봤던 풍경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일단 손가락으로 푹 찍어서 으깨놓은 큰길은 다 아스팔트가 뭉개져서 가라앉았고, 주변에 건물도 그 와중에 휩쓸렸는지 반쯤 무너지거나 주저앉은 모양새였다.


‘어, 저기 상가 건물도 완전히 박살 났네······.’


어렸을 적에 한두 번 가봤던 목욕탕이었는데, 이젠 갈 수가 없게 됐다.


“음, 괜히 끼어든 건 아니겠지.”


소심한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아니지. 내가 무슨 어쭙잖은 정의감으로 그런 것도 아니잖아.’


정의감? 나는 그런 거 키운 적 없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 봤자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날 지키기 위한 일이었어.’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으면 내 집 앞까지 저 무서운 괴물들이 밀어닥쳤을 것이다.

창문 앞에 섰다.

저 멀리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아마도 난리가 났겠지.


‘에라. 모르겠다. 뭐 대충 그 게이트인가 뭔가 닫혔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스마트폰은······. 여전히 먹통이고.

인터넷이나 좀 볼까.

오, 그 사이에 속보가 많이 올라와 있다.


[속보] 갑작스러운 게이트 폐쇄, 원인은 불명?


오늘 오후 3시 30분경, 남양주시의 3구에서 발생한 게이트 브레이크 아웃 사태가 갑자기 종결되었습니다. 게이트 폐쇄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기관에서 상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게이트 주변 지역은 철저히 봉쇄되었으며, 주민들은 대피하도록 권고받고 있습니다. 헌터 기관은 게이트 폐쇄가 주변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정보가 밝혀지면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기사 내용을 봐도 그게 전부였다.

원인 불명이라.


‘하긴 그거, 설명할 방법이 없잖아. 손가락이라고 하기엔 시꺼먼 뭔가였으니까.’


내가 한 일이었음에도 창문 너머의 풍경이 한순간 온 세상이 어두워졌을 때는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음, 댓글이나 좀 볼까.


[기관은뭐함] 기관은 왜 아무 말도 없음? 폐쇄된 게 아니라 브레이크 아웃이 완전히 진행돼서 침식된 거 아님? 애초에 브레이크 아웃까지 두고 보는 게 말이 되나? 그전에 정리했어야지.


[기관에진실을] 너무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아웃이 나만 이상함? 뭔가 큰 사건을 덮으려는 거 같은데? 게이트가 아니라 각성자 범죄 아님?


[힘내세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할게요. 무사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ㄹㅇ봤음] 님들 게이트 브레이크 아웃 강제로 닫힌 거래요. 하늘에서 갑자기 시꺼먼 게 나타나서 죄다 쓸어버렸다는데요?


아니나다를까 온갖 이야기가 다 달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2초 전에 달린 댓글이 썩 정확했다.


‘직접 본 사람인가?’


그러나 그 댓글에는 다른 댓글이 달리면서 서로 싸우기 시작하더니, 댓글 전체가 블라인드 처리되고 말았다.

그 뒤로도 한참 다른 기사들을 보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녔다.

그 다양한 반응에 내 심장은 터질 것처럼 두근두근했다.


‘온통 내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황.

게이트 브레이크 아웃은 최악의 재난 중 하나였다. 폐쇄구역 지정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일.

그런데 그 재앙이 별안간 끝나버린 것이었다.

바로 나 때문에.

꿀꺽.

저절로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신의 심판부터 S+랭크 이상의 각성자의 개입에 관한 얘기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진상을 알지 못했다. 그저 제멋대로 상상하고 떠들 뿐이었다. 이 모든 건 바로 내가 한 일이었다.


‘꿈 같은 게 아니야. 환각 환청 같은 것도 절대로 아니야. 이 모든 건 현실이다.’


집게손가락에 느껴지던 감촉이 아직도 생생했다. 뿌직하고 뭔가가 터지는 아주 작고 하찮은 그 느낌들이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테라리움 앞에 섰다.

여전히 도심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아주 현실적인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이 이곳저곳에서 보였고, 사람들이 파괴된 사거리 도로 쪽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보였다.

상황을 수습하는 모양이다.

그 세상 속으로 손을 천천히 뻗었을 때였다.


## 시스템 알림


* 신앙 포인트 부족.

-현재 신앙 포인트가 부족하여 요청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신앙 포인트를 모아서 요청을 다시 시도해주세요.


불쑥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알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딱히 놀랄 것도 없었다.


‘음. 신앙 포인트가 없으면 그냥 이렇게 투명하게 지나가는 느낌이구나.’


테라리움 안에 집어넣은 내 손은 내부에 만들어진 조형물과 나무 따위를 건드리지 못하고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보이긴 하는데, 만질 수는 없다.

문제는 신앙 포인트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올리는지 그 방법을 알 수가 없다는 건데······.


“방법을 모르는데 어쩌라는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팔짱을 끼고 있을 때였다.

어라?


[신앙 포인트: 60]


테라리움에 손을 얹고 있으면 상시 표기되는 UI.

그곳에 남은 신앙 포인트의 숫자가 계속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숫자가 변했다.


“포인트가 올랐어?”


절대로 착각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남아있던 포인트는 40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그 숫자가 스르륵 바뀌더니 순식간에 60으로 상승한 것이다.

갑자기 왜 올랐지? 이유가 뭔데.

테라리움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서서히 노을이 진 세상의 풍경 속에서 한 사람이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뭘 보는 거야? 내가 보이는 건 아닐 테고······.’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가만히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보았다.


“어!”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 황금색의 숫자가 떠올랐다.

+5

그리고.


[신앙 포인트: 65]


또 신앙 포인트가 올랐다.


*


붉게 물든 황혼의 빛이 뭉개진 사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거리는 폐허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죽은 크리처의 잔해를 수습하는 수습처리반이 바쁘게 투입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걸 복구하기까지는 며칠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중심에 남양주 3구 기관 소속 헌터인 김민준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


그는 복잡한 얼굴이다.


“선배, 퇴근 안 하십니까? 크리처의 피 냄새 때문에 악취가 아주 진동합니다. 후각이 마비된 건 아니시죠?”


뒤에서 질색인 표정으로 다가온 여성이 코를 잡고서 고개를 젓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 폐허의 풍경 속에서도 밝고 활발한 그녀는 이지현.

민준이 이끄는 부대의 대원이었다.


“선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번 브레이크 아웃은 이렇게 끝날 게 아니었어.”

“그거야 그렇죠. 침식 레벨이 3이나 됐으니까요. 관측소의 분석대로라면······. 못해도, 이 동네 자체가 통째로 침식됐을 겁니다. 게이트 내부에서 튀어나온 크리처도 제라의 그 번식도 빠르고 숫자도 많은 놈들이니까 높은 확률로 여긴 폐쇄구역이 됐을 겁니다.”

“그래,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상상도 못한 이변이.”


민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간을 모았다.

그의 눈동자가 허공의 어딘가를 맴돌았다.

무수히 밀려드는 제라의 소형 랩터를 연이어 쓰러뜨리던 도중이었다. 그때는 그저 단 한 가지만 생각했다.


‘최소한 게이트가 완전히 열려서 침식이 일어나기 전까지만이라도 버텨서, 이 도시를 완전히 버리는 일만은 없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재앙이었다.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아 있었을 게이트의 느닷없는 브레이크 아웃. 이런 이레귤러의 상황의 매뉴얼은 하나뿐이다.

그저 최대한 버티는 것.

민준은 공식 A랭크 지정이었고, 이 지부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강한 헌터임에도 이 느닷없이 발생한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별안간 칠흑의 어둠이 하늘을 메웠다.

하늘의 태양마저 가리는 막대한 질량의 어둠이 별안간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알 수 없는 사태는 어떤 전조도 없었다.

게이트가 갑자기 브레이크 아웃해버린 것처럼 아주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게이트의 브레이크 아웃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고도 농밀한 마력 파장이 이 도심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그것은 그야말로 불가해의 이변이었다.


“선배, 안색이 안 좋습니다. 혹시 상처라도 입으신 거 아닙니까?”


지현이 걱정스레 물어왔다.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부상 같은 건 없었다. 저력을 다하기도 전에, 모든 상황은 종료됐으니까.


“······그보다 본부의 관측 결과는 아직 멀었어?”

“그게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입니다. 선배도 아시다시피 완전히 규격 외 사태 아니었습니까. 그 시꺼먼 게 나타난 순간에 저는 순간적으로 의식이 날아갈 정도였습니다.”


지원계 각성자라고 해도 지현은 미성년자 시절부터 헌터 생활을 해왔던 베테랑이다. 그런 그녀가 그 정도라는 얘기였다.

그 자리에 있던 하위 랭크의 헌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작전에 동원된 군인들도 게거품을 물며 기절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영수는 아직 경계 중인가?”

“예,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무슨 퇴근을 하느냐면서요.”

“그 말이 맞아. 아직 본부에서도 별 얘기가 없고. 이런 상황에 퇴근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에엑! 그래도, 상황이 끝났는데······. 어차피 저희는 전투 임무 전문인데, 굳이 현장을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까불지 마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리고 우리 말고도 다른 팀들도 다 대기 중이야. 그런 줄 알고 현장 대기해.”

“넵, 알겠습니다······.”


지현은 시무룩한 태도로 수긍했다. 철이 없긴 했지만, 명령이나 지시에는 절대로 토를 달지 않는 게 그녀의 장점이다.


“이지현.”

“아, 진짜. 성씨는 좀 빼고 불러주시면 안 됩니까?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팀원 이름을 누가 그렇게 부릅니까. 선배, 너무 정 없어요.”

“넌 오늘 여기서 일어난 게 뭐라고 생각하냐?”

“으음. 글쎄요. 각성자?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규격이 터무니없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신이 도운 걸까요?”


꾸벅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저편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민준은 마지막 그녀가 내뱉은 말을 곱씹었다.


“신이라고.”


고개를 든 민준의 얼굴이 더욱 복잡했다.

신은 없다. 지금껏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 그 믿음이 깨졌다.

지현이 가볍게 말했던 그 말처럼, 그 역시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이 그저 신의 소행으로만 여겨졌던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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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3 +2 24.08.27 408 21 13쪽
32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2 +1 24.08.26 414 24 12쪽
31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1 +1 24.08.23 489 24 12쪽
30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0 +1 24.08.22 464 24 13쪽
29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9 +2 24.08.20 524 26 12쪽
28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8 +2 24.08.19 493 28 14쪽
27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7 +1 24.08.16 515 30 14쪽
26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6 +1 24.08.13 532 28 14쪽
25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5 +2 24.08.12 519 31 13쪽
24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4 +4 24.08.11 532 32 14쪽
23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3 +2 24.08.09 536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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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0 +1 24.08.06 616 33 15쪽
19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9 +3 24.08.05 604 32 13쪽
18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8 +2 24.08.04 623 32 14쪽
17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7 +4 24.08.02 651 35 14쪽
16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6 +1 24.08.01 631 34 12쪽
15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5 +1 24.07.31 651 33 15쪽
14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4 +2 24.07.30 670 37 14쪽
13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3 +2 24.07.29 666 34 12쪽
12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2 +1 24.07.27 688 33 13쪽
11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1 +1 24.07.26 715 34 12쪽
10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0 +1 24.07.25 757 36 12쪽
9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9 +2 24.07.24 777 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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