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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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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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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글자수 :
221,650

작성
24.07.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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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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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0

DUMMY


지원대가 산자락에 도착했다.

크리처의 사체를 수습하였고, 방역과정이 이후에 뒤따랐다.


“제라 계열의 크리처는 꼭 이렇게 뒤탈이 많다니까. 어이! 거기 구석구석 잘 살펴. 혹시라도 알 남아 있으면 골치 아프다.”


아마 탐색만 해도 꼬박 한나절은 지나갈 것이다.

3특수대는 그때까지도 현장에 남아 있었다.

김민준은 그때가 돼서야 천봉산의 현장에 나타났다.


“거 늦게도 오네요, 아저씨.”

“상황이 금방 종료됐다는 얘기를 듣고서 이거저거 정리까지 다 끝마치고 왔지. 고생 많았어, 3팀장.”

“흥.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로 고생은 무슨. 그래서 그 사람 신원은 파악됐어요?”

“아니, 전혀. 기관 쪽에는 아예 정보가 없어.”

“국적이나 출생도?”

“그래, 나오는 게 전혀 없다.”

“쳇. 역시 구라쟁이였어. 잡아뒀어야 했나.”

“쓸데없이 충돌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전부 거짓말인지는 모를 일이잖아. 그 편의점을 얘기했다면서.”

“그것조차도 거짓말일지도 모르죠.”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팀원이 확인했다. 확실히 그 편의점 쪽으로 갔다. 그 근처 어딘가에서 지내는 모양이야.”

“······그래요? 그럼 진짜 영문을 모르겠네. 그 정도나 되는 헌터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우리 관할 지역에 그대로 눌러앉았다니. 위쪽에서도 전혀 몰랐던 거 아니에요?”

“맞아. 전혀 들은 바 없다. 나도 그렇고.”


마리가 불퉁한 얼굴로 미간을 모으고 있자, 민준이 피식 웃었다.


“그 헌터의 실력이 썩 대단했다는 게 사실은 사실인 모양이군. 유마리 팀장이 이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말이야.”

“이미 들으신 거 아니에요? 그 헌터 실력도 실력이지만, 특히 그 능력이 특별해요.”

“음.”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의 팀원 중 한 명인 채원의 간이 보고를 이미 들었다.


‘광휘. 회복. 성직자. 그리고 신의 존재······.’


민준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모두 이 3구의 땅에서 말이다.


“그래서 유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

“뭘요.”

“이 일련의 일들 말이야. 브레이크 아웃부터 느닷없이 나타난 그 정체불명의 헌터가 보여준 신비한 힘까지.”

“그야 뭐······. 하나같이 이상한 일투성이라고 생각해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요.”

“그래, 이상한 일투성이지.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데 그게 왜요?”

“나 무신론자거든.”

“뜬금없는데요.”

“그 검은빛 봤잖아. 그게 무엇인지 유마리, 넌 생각 안 해봤다는 거야?”


민준이 마리의 이름을 이렇게 부를 때는 진지할 때뿐이다. 아니나다를까 늘 좋은 삼촌 같은 민준의 얼굴이 몹시 심각했다.


“관측소 결과가 그렇게 나빠요? 뭐가 얼마나 나쁘길래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요? S랭크 게이트 터졌을 때랑 비슷한가. 그러면 뭐 대전이 레벨?”

“대전이 레벨이라. 그래, 대전이 레벨은 맞지.”


민준은 어색하게 웃고는.


“4억 떴다. 대외비야.”


민준의 말에 마리는 미간을 모으고서 무슨 말인가 잠깐 곱씹었다. 4억? 지금 자신이 들은 게 맞는 숫자인가 싶어서였다.


“아니, 그게 말이 돼요?”

“당연히 말이 안 되지. 근데 그 상황이 벌어진 거다.”

“······.”


마리의 안색이 굳었다. 대전이 단계만 해도 S랭크 헌터가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4억이면 그 열 배였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마력 입자가 관측됐다. 불과 며칠 전, 이 3구, 자신의 눈앞에서 말이다.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게 신의 소행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가 아는 그 의미의 신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난 존재가 있는 거라고 말이야.”


마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나타난 그 헌터가 떠올랐다.

신의 부름.

그는 그렇게 말했다.


“설마, 아저씨는 오늘 그 헌터도 그 일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래. 그가 자신을 성직자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그건 그냥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특수한 각성 능력에 불과할 수도 있어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어쩌면 내가 신의 존재라고 여기는 그 일조차도 어떤 특수한 각성 능력의 발현일지도.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존재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존재는 틀림없을 거다.”


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엔 반박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편의점으로 직접 찾아가봐야겠네요.”


*


싱글벙글.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조금 전에 또 신앙 포인트가 올랐기 때문이다.


“좋아, 아주 좋아.”


지금 내가 테라리움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건 오늘 카밀로가 한바탕 하고 온 그 현장이었다.

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었던 헌터 한 명.

그리고 오늘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망치 헌터까지.


“아주 훌륭했어, 카밀로!”

“과분한 말씀이옵니다!”


카밀로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다가 멈추었다. 쿵쿵 바닥을 찍지 말라는 말을 참 잘 지켰다.


‘이거 완전히 복덩어리였네.’


카밀로는 오늘 자신의 쓸모를 제대로 입증했다.

아주 우연하게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게이트 크리처와 조우하였고, 그걸 가볍게 처리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 남은 세력까지 모조리 격퇴하여 내 안전을 확보했다.


‘거기다가 대량의 신앙 포인트까지!’


사실 그게 오늘 카밀로가 한 업적 중에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신앙 포인트가 음수로 깎여있을 때만 해도 정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답을, 카밀로가 보여준 것이었다.


“흐흐흐.”


테라리움의 오른쪽 하단의 UI에 표기된 신앙 포인트를 보자마자 다시 웃음이 나왔다.


[신앙 포인트: 210]


불과 한나절 남짓 만에 엄청난 포인트를 벌었다.

자그마치 600포인트 이상을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신앙 포인트를 벌 수 있을까,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아, 개판 난 세상에 사람 살리는 성직자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이걸 안 믿겠느냐고. 나 같아도 무조건 믿었다.’


혹시라도 오늘의 일이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을까 싶어서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녀 봤지만, 아직은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바리케이드 안쪽이라 그런가. 그래도 금방 널리 알려질 테지. 오늘 카밀로가 구한 사람들이 내 신도가 됐으니까!’


뭔가 말이 좀 이상했지만, 일단 이 테라리움의 시스템적으로는 그랬다.

카밀로가 그냥 별일 없이 복귀만 하면 일단 그걸로 만족이었는데, 웬걸 굴속에서 구한 사람들의 머리 위로 신앙 포인트가 엄청나게 올라가지 않았던가.


‘그래, 답은 신도야.’


굴속에 잡혀서 크리처의 먹잇감이 될 뻔한 사람들. 그들은 기관의 헌터를 따라 산에서 내려가기 전까지 카밀로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카밀로는 그들에게 이것저것 떠들어댔고.


‘뭐, 대충 설교 말씀 그런 거겠지.’


카밀로가 믿고 받드는 나조차도 모르는 좋은 말씀을, 열심히 설파한 덕분에 신앙 포인트가 벌렸다는 거다.

그리하여, 내 머릿속에서는 여러 계획이 떠오르고 있었다.


‘일단 주기적으로 포인트를 긁어와야 해. 사람을 구하는 게 효과는 확실하지만, 매번 게이트가 열리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면 가장 만만한 건 역시 정기모임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종교를 벤치마킹한다면 연금처럼 신앙 포인트가 쭉쭉 오를 것이란 계산이 섰다.

히죽 웃으며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어느새 저녁.

어느새 편의점 출근할 시간이었다.

밤은 기니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충분했다. 오늘 구체적인 계획을 잡아볼 참이었다.


.

.

.

“어우. 피곤해. 그럼 수고 좀 해다오.”

“예, 들어가세요.”


점장님이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하품을 길게 하며 돌아갔다. 사태가 끝난 직후만큼은 아니었지만, 편의점은 사람이 아주 많았다.

복구 작업 때문이었다.

고생이 많으시네들.

매대가 비워지자, 다시 열심히 채워 넣는다.

세상은 아주 크게 많이도 바뀌었는데, 이 편의점의 세상은 여전했다. 상표나 상품 이름 같은 건 많이 다르긴 했지만, 기본적인 법칙 같은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손님들도 조금씩 줄어들자, 미뤄왔던 계획을 한둘씩 구상해나갔다.


‘이야기가 서서히 퍼지겠지.’


광휘를 두른 성직자.

이런 엉망인 세상이라도 해도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들으면 틀림없이 혹할 이야기였다.

사람을 구하고, 신의 사도임을 자처하는 존재.


‘저쪽에서 먼저 찾아오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그렇다면 그들이 모이기 쉽게 모임의 장소를 정해두는 게 좋을 것이다. 적당한 장소가 어디에 있을까.

아무리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라고 해도, 아무 곳에서나 옹기종기 모여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아, 공원.”


테라리움을 줄곧 지켜보니, 바리케이드를 쳐둔 곳과 가까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애초에 이 마을에 지금 거주하는 사람 자체가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지만 말이야.’


장소는 대충 정했고.

다음은 시간과 날짜인데.


‘신앙 포인트가 어느 정도의 텀을 두고 오르는지 그걸 따져보고 주기를 정해야겠어.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자면 일주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텀이 짧다면 포인트를 긁을 수 있는 대로 긁어야만 한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니지. 너무 모임의 주기가 빠르면 카밀로의 설교 레퍼토리가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건 곤란한 일이었다.

카밀로에게도 나름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내 터전과 안전을 지키자면 신앙 포인트가 최우선 과제였다.


‘막말로 신앙 포인트만 있으면 카밀로가 나서서 싸울 것도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남는 게 시간이라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봤다.

세상 공부였다.

가장 먼저 이곳 남양주에 발생했던 게이트에 관한 정보를 찾아봤다.

그리고 몇 가지를 알게 됐다.

첫 번째. 그 게이트는 A랭크로 분류되어 있었고, 게이트 내부의 진입 상황이 좋지 않아서 기관에서 작전을 신중히 준비하던 게이트였다는 점.

두 번째. 해당 게이트가 일으킨 이변은 이 세상에서도 꽤 중대한 재난 상황이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 위험한 상황이 갑자기 끝났다는 것. 정체불명의 사태. 검은빛과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 정보는 그게 전부인가. 정보를 막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면 기관 쪽에서도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걸까.’


하지만 정보를 막고 있다기엔 추측성 기사들이 너무 많다. 애초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닌 듯했고.


‘아무리 봐도 저들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테라리움과 관련해서는 이미 샅샅이 뒤져봤다.

나의 능력과 같은 내용은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내 능력은 특별했다.


‘포인트가 충분히 쌓이면 좀 더 심각한 상황이 터진다고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내가 다 정리할 수 있을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때,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그렇게 고개를 들었을 때,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흠칫했다.


‘어, 그 둘이다.’


테라리움을 통해서 봤던 남녀 두 사람.

나보다 손가락 한 뼘은 더 큰 것 같은 장신에 떡 벌어진 어깨에 듬직한 체구의 사내. 전체적으로 선이 굵고, 남자다운 태가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신앙 포인트를 올려준 사람. 나를 믿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호감이 갔다.

그리고 여자 쪽은.


‘카밀로를 도운 그 망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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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7 +4 24.08.02 651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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