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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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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글자수 :
221,650

작성
24.08.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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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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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2

DUMMY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둠을 꿰뚫고 새하얀 빛이 쇄도했다.

그 빛이 노린 대상은 유마리.

하나가 사전에 반응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육천식. 평소에 두르고 있던 저 목도리 형상이 저런 식으로도 활용되는구나.’


팔천식.

하나는 자신의 무기를 그렇게 불렀다.

처음엔 왜 무협식 명칭인가 싶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팔천식의 팔은 숫자를 의미하는 거였구나. 그럼 일부터 칠까지 다른 형상이 있다는 얘긴가?’


아무튼, 하나의 발빠른 대처 덕분에 유마리는 살았다.

푸른빛 뇌전이 가로지른 자리.

육천식의 검은 갑주에 으깨진 벼락이 대지를 날카롭게 헤집어 놓았다.


“······.”


유마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보호한 시꺼먼 갑주를 바라보다가 이내 하나를 보더니, 큭 이를 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웅. 망치를 휘두르는 그 눈빛이 불꽃을 머금은 듯하다.


“이 개자식이······. 부숴버리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유마리의 주변 풍경이 요동치는 게 보였다. 마력을 개방했다는 얘기였다.

하나도 전투태세를 갖춘 모습.

말없이 손을 쭉 뻗자 유마리의 몸을 덮고 있던 검은 갑주가 형상을 잃고 무너지더니 빠르게 손아귀에 휘감긴다. 그러더니 단숨에 거대한 발톱검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한 적이니라. 어중간하게 서 있다가는 죽을 것이야.”

“아니, 방심한 건 처음뿐이야.”


나지막한 하나의 경고에 반발하듯 대답하는 유마리.

어느새 야영지의 헌터들 모두가 전투태세였다.

나는 전체적인 상황을 조망하면서, 어둠 저편을 살폈다.


‘확실히 지금까지 나왔던 것들하곤 좀 다른 것 같은데.’


하나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여차하면 개입할 생각이었다.


“차아아아아아앗!”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마리가 먼저 움직였다. 땅을 꽝 박차더니 우렁차게 포효하며 횡으로 망치를 크게 휘두르는 것이다.


콰가가가각!


우거진 나무와 수풀 따위를 한꺼번에 휩쓸며 돌진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불도저 그 자체.

그렇게 열린 길로 하나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에이스 둘이 어둠 속의 적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카아아악!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

그러자 땅이 가볍게 진동하였고, 사방에서 제라의 돌격병들이 흉악한 발톱을 보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유인책?”


감탄사가 나왔다.

놈들도 지금까지의 교전 속에서 그냥 멍청하게 당하고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얘기다.

게이트 레이드에 나선 그들의 교전방침이 철저히 전위의 에이스 베테랑 둘을 위시한 화력전개라는 것을 놈들도 알아차리고 이에 대응에 나선 것이었다.


“벌레들이 역겹게 머리를 굴려대기는.”


이 급한 상황 속에서 3구의 헌터들도 맞춰서 대응했다.

이 와중에 전위와 후위를 나눠서 포진한 것이다.


‘플랜B쯤 되나.’


진형이 변했고, 그에 맞춰서 대응이 시작된다. 후위의 헌터들의 화력투사가 이어지기 시작했고, 어둠을 가르는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에이스 전력 둘이 빠진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두드러지는 활약상을 보여주는 건 바로 제3특전대의 대장 유마리의 팀원이자 서브 전위인 서하윤이었다.

하나의 대검이나 유마리의 망치처럼 우악스럽고 파괴적이진 않지만, 아주 예리하고 빠르다. 일정한 거리의 간격 속에서 정교하게 튀어 나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며 진형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치열하게 훈련을 해왔는지 알 것 같았다.


‘대장과는 또 전혀 다른 타입이군.’


그들의 분전을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하나와 유마리가 수풀을 가로지르며, 푸른 뇌전을 투사한 적을 찾아 더욱 깊숙한 곳까지 쇄도한 까닭이다.

하나에게 상황은 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나, 놈들의 목적이 기관의 본대와 너희를 떼어놓는 것 같아. 그 점은 알고서 대응하도록 해.”


담담하게 현재 상황을 신탁으로 전파했다.

그러자 달려나가던 하나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짧게 대꾸하고서는 유마리에게 크게 손짓했다.

악에 받친 듯 달려나가던 유마리도 하나의 제스처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티격태격하는 둘이었지만, 등을 맞대고서 싸움터를 거듭 넘어왔기 때문에 호흡은 찰떡이었다.

후웁. 유마리가 호흡을 거칠게 집어삼켰다가 땅을 박차며 십여 미터를 가뿐히 뛰어올랐다가 유성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투콰아아앙!


일대의 지반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충격이었다.

단 한 사람이 내지른 망치질이 이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새삼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솟구친 지반의 파편, 쓰러지는 나무와 수풀 속에서 하나는 섬광처럼 쏘아져 나가 예리하게 세운 발톱으로 적을 향해 휘둘렀다.


투콰콰콰콱!


발톱의 끝에 맺힌 푸른빛 예기가 대지를 찢어놨고, 흙먼지 너머의 강철처럼 단단한 갑주의 표면을 헤집었다.

그러나 하나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휘두른 칼날의 여파에 몸을 맡기고서, 허공에서 곡예를 펼친다.

핑그르르르 몸이 돌아갔고, 발톱은 다시금 이를 세우고서 적을 향해 쏟아졌다.


콰콰쾅!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합격.

하나는 몸을 낮추고서 눈을 날카롭게 치켜뜬 모습이다.


꿀꺽.


나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다가 그제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이 두 사람이 맞닥뜨린 적이 지금까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라는 건 어떤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자욱한 흙먼지가 별안간 휘몰아치는 광풍에 휩쓸리며 걷혀나갔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도 두 개의 달빛이 쏟아내는 빛을 받아 번쩍거리는 갑각이 서서히 드러났다.

역관절로 꺾인 크고 탄력적인 다리와 구부러진 몸체 위로 드러나는 두껍고 큰 뼈의 흔적. 두 쌍의 기다란 팔이 인상적이다.


‘저거, 처음 보는 타입이다.’


나는 대번에 그걸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게이트가 열린 뒤로 심심하면 제라 계열의 게이트 크리처에 관한 정보를 찾아봤기 때문이다.

그 정보 속에는 저놈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 녀석은 없었다.


‘굳이 좀 비슷한 타입을 찾아서 따져보자면 중장갑형 타입과 비슷한데······. 그렇다기에는 체구가 너무 작아. 아무리 봐도 2미터 남짓. 거기다가 저 등과 어깨 부근에 있는 포대처럼 생긴 건 중장갑형 타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고.’


길게 늘어뜨린 두 쌍의 팔 중 한 쌍은 기다란 쌍검의 형상. 다른 한 쌍은 잡아채기 좋게끔 손아귀의 형상을 하고 있다.

기습으로 뇌전을 쏴대기에 틀림없이 원거리전에 특화된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역시 유인이었구나.’


아마도 하나와 유마리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타난 특수개체 같았다.


“하나, 절대로 방심하지 마.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은 정보가 없는 적이야.”


끄덕.

하나가 몸을 낮추고서 천천히 사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러나 적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편광 고글 같은 눈알 너머로 하나의 모습이 비쳤다.

그때, 유마리도 뒤늦게 합류하였다.

지반을 뒤집어놓은 그녀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섬뜩하게 웃으면서 망치를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라면 어떤 적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꾸 이상한 위화감 같은 게 생겼다.


‘이놈은 뭔가 좀 다른 느낌이야.’


그냥 처음 보는 적이기 때문일까?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먼저 쇄도한 건 하나였다. 자기의 몸만 한 발톱을 휘둘러가는 그녀의 움직임은 곡예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순간, 기다란 쌍검을 휘두르며 대응하는 크리처.


카가가각!


불똥이 튀었고, 쇠와 쇠가 사납게 울부짖는 듯한 소음이 뒤이었다.


‘역시 이 녀석 달라.’


지금까지 나타났던 타입은 이 정도로 빠른 공격에 대응할 수 없었다. 머릿수를 위시한 집단 압박 전술이 기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다르다.

하나나 유마리처럼 에이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특수 엘리트 개체가 틀림없는 거다.

늘 몇 번의 검격으로 크리처를 처치해왔던 하나와 공방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전투능력을 갖추었을뿐더러 발톱에 휩쓸려도 쉬이 찢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갑각까지 있다.

거기다.


“치아아앗!”


사각에서 덤벼오는 유마리의 망치를 막아내기까지 하는 모습. 초고속의 공방전을 치르면서도, 유마리의 기습까지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2:1로도 밀리지 않는다는 거잖아.’


제3자의 처지에서 냉정하게 흘러가는 교전을 지켜본 결과가 그랬다.

자, 그러면 나는 이제 어쩐다.

저 쌍검 크리처의 전투능력이 이쪽을 웃돌고 있다는 건 알겠다. 그러면 이제 방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행히 나는 이 상황이 언제고 개입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기적 주사위······. 아니지. 하나는 사제가 아니잖아. 이렇게 개입하는 건 불가능해.’


즉, 현실 차원 개입을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장식장을 보았다.

많은 미니어처 모델들이 보였다.

저 세상에 새로운 아군을 투입하거나.


‘하지만 두 번째는 도박에 가까워.’


카밀로와 하나를 통해서 이미 각각 이 세상에 소환되는 존재가 저마다 명확한 개성을 가진다는 걸 아는 이상, 무턱대고 싸움을 시키는 건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직관적인 선택뿐이었다.


‘포인트는 충분해.’


강한 적이 상대인 만큼, 현실 차원 개입에는 더 많은 신앙 포인트가 소모될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정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나에겐 많은 포인트가 준비돼있었다.

테라리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놈을 붙잡아서 그대로 땅에 내리꽂아 짓이길 생각이었다.

곧 눈앞에 UI메시지가 출력됐다.


## 현실 차원 개입


**전지자의 눈을 통해 관측 중인 현실 세계에 개입하시겠습니까?**


**개입 대상:** 제라 차원의 특수개체 '대적자'


* 예상 소모 신앙 포인트: ???


[상세]


-강력한 물리적 간섭: 대상에게 물리력을 행사합니다.


**[개입] | [취소]**


**참고:**


* 대적자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이며,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 대상 차원엔 관측자가 이미 존재합니다. 다른 차원에 대한 현실 차원에 대한 개입 시 관측자의 존재가 노출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


출력된 메시지 내용에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예상 소모 포인트에 표기된 ???는 뭐란 말인가.


“알 수 없다, 이 말인가?”


얼마나 많은 포인트가 소모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도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아무리 많아도 2,000포인트 이상은 곤란해. 그 이상 소모할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현실 차원 개입을 하면서 대략적인 포인트 소모 수치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크리처가 터무니없이 강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적어. 그보다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정보가 나타나 버렸잖아.’


내 시선이 UI메시지 맨 끝자락에 다다랐다.


-대상 차원엔 관측자가 이미 존재합니다.


“관측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테라리움 속에서 그 말의 의미가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랜선새싹님 후원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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