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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담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6,025
추천수 :
1,212
글자수 :
221,650

작성
24.07.16 10:10
조회
1,571
추천
45
글자
11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

DUMMY


테라리움의 내부를 위에서 들여다보았다.


‘저 게이트. 점점 벌어지고 있어.’


처음에는 자동차 하나가 겨우 들어오고 나갈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데 그 게이트는 이제 왕복 4차선 정도는 될 정도로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괴물의 숫자도 그에 비례하여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다.

압도적인 기세로 쏟아져나오는 무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나빠졌다. 꼭 벌레가 우글우글 모여 있는 걸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만, 그 벌레 같은 괴물의 전투력은 만만한 게 아닌 것처럼 보였다.


‘뭐야. 아스팔트가 그냥 찢어지잖아.’


앞발 대신에 존재하는 사마귀의 낫과 같은 칼날.

그 칼날 앞에선 콘크리트고 바리케이드고 간에 두부처럼 잘려나가기 일쑤였다. 거기다 몸놀림은 얼마나 빠른지, 요리조리 날쌔다.

헌터로 보이는 이들 중에서는 불을 뿜는 이도 있고, 번쩍이는 벼락을 일으키는 이도 있다.

그때마다 괴물들이 우수수 쓰러지지만, 쓰러지는 숫자보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숫자가 더 많았기에 방어전은 잠깐도 쉴 틈이 없었다.


‘화력이 모자란 것 같은데. 총기는 잘 안 먹히는 것 같고. 앞에서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 부족해.’


하늘 높은 시점에서 보고 있었기에 한눈에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사거리의 사방을 점거하고 싸우던 헌터들이 조금씩 방어선을 뒤로 물리면서 상황은 더 불리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어어. 이거, 점점 더 위험한 거 같은데.’


타아앙!


머잖은 곳에서 고막을 후려치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저격수?

테라리움을 보니, 거의 도심 외곽의 산자락에 있는 높은 초소에 커다란 총을 겨누는 사람 여럿이 보였다.


‘탑에 가까운 모양이네. 천봉산 근처에 이런 게 있었나?’


일반적인 군대의 초소 느낌은 아니었다. 저격수를 배치하기 좋게끔 만들어진 망루 같다.

물론, 지금 이 세상이 헌터 같은 능력자가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그보다 더한 게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건드려도 되나, 이거.’


테라리움에 손을 넣어보기 전에 창가로 가서 마지막으로 확인해봤다.

와······.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하얀 솜사탕 같은 구름만 드문드문 보였던 화창한 오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시가지 쪽 한가운데에서 엄청나게 불길한 색의 보라색 광채가 하늘까지 좀먹은 게 보였다.


‘리얼이네. 리얼······.’


의심할 나위가 없는 현실.

그리고 테라리움은 지금 이 마을의 상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테라리움으로 보자면 그냥 손으로 찍어누르면 다 죽을 것 같은데······.’


그렇게 느낄 수밖에.

이토록 작은 세상이 아닌가.

어렸을 적 이유 없이 개미를 괴롭히거나 죽이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이게 지금 내가 있는 현실과 연결되어있다는 거였지만.


“에라, 모르겠다.”


테라리움 용기의 안으로 손가락을 천천히 넣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목표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지는 게이트였다.

저걸 검지로 꾹 찍어버릴 참이다. 그러면서 그 주변에 우글우글한 저 랩터 같은 괴물들도 한꺼번에 처리가 될 것이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벌레는 싫어하니까.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시스템 알림


* 현실 차원에 직접적인 개입에는 많은 신앙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현재 개입 예정 행위에 따른 소모 예상 포인트 2,320


[상세]

-현실 차원에 직접 개입하는 모든 행위는 신앙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위업의 개입 규모와 결과에 따라 소모되는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현재 예상 소모 포인트는 계획된 개입의 규모와 결과를 기반으로 계산됩니다.

-실제 소모 포인트는 개입 과정의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의 사항]

-신앙 포인트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불필요한 소모를 피하기 위해 개입 계획을 신중하게 세우세요.

-포인트 부족으로 인해 개입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추천]

-개입 계획을 세우기 전에 충분한 신앙 포인트를 확보하세요.

-개입의 규모와 결과를 꼼꼼하게 예측하여 포인트 소모를 최소화하세요.

-중요한 개입만 신중하게 선택하고 실행하세요.


[현재 신앙 포인트 잔액]: [3,000]

[개입 실행] 개입을 실행하려면 행위를 이어가십시오.

[개입 취소] 개입을 취소하려면 행위를 멈춰주십시오.


······.

떴다. 메시지.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UI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상태창인가.’


정말로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물론, 지금까지봤던 일반적인 헌터물 판타지와는 뭔가가 조금 다르긴 했다.

신앙 포인트.

설마, 신앙이라는 게 그 신적인 존재를 믿고 숭배하는 그거를 말하는 건가?


“헌터나 각성자 같은 게 아니라, 신이 되기라도 했나?”


시스템 메시지만 보고 따지면 그렇다.

다만, 당사자인 나에겐 그런 체감이 전혀 없었다.


‘뭔가······ 달라졌나?’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맨날 입는 회색 무지 티에 몇 년 됐는지 모를 군청색 반바지.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외에는 한 게 전혀 없는 마른 몸에 근육도 하나 없는 마른 몸뚱어리까지.

······음, 일단 몸은 변한 게 전혀 없네.

특별히 느껴지는 것도 없고.

그냥 평소랑 모든 게 같았다.

초월적인 권능을 얻었다는 느낌이나, 몸의 내부에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거나······.

그 어떤 변화라고 느낄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아니, 나 그냥 존나 평범한데? 무슨 이런 게 신······.’


이쯤되니 조금 전 눈앞에 뜬 시스템 알림도 뭔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환각과 환청이 너무 심해진 나머지······.


타아아앙! 타탕!


여운이 길게 남는 우렁찬 저격소총의 소음에 상념에서 헤어나왔다.

그 사이, 테라리움 속 상황은 더 나빠져 있었다.

이제는 방어선 자체가 진짜 많이 밀려 있었다.

그중에서 서울 쪽으로 나가는 서쪽의 국도 쪽으로는 부상자까지 꽤 생긴 상황처럼 보였다.


‘곧 뚫리겠는데.’


자세히 보니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사람도 있는 것 같고, 그 사람들을 부축해서 뒤로 물러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우리 집 방향의 길도 마찬가지였다. 귀를 기울여보니 밖의 요란한 소음이 한층 더 커졌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지금 난 정말로 위험에 빠진 거였다.


‘으으으. 그냥 저지르고 보자! 해보고 아무 일도 없으면 바로 냅다 도망가면 되는 거잖아.’


다시금 테라리움 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 잠깐 사이에 게이트는 이제 사거리 중심부를 다 삼키고도 남을 정도로 커졌다. 이제는 내 새끼손가락 손톱 정도의 크기는 되는 것 같았다.


* 현재 개입 예정 행위에 따른 소모 예상 포인트: 2,820


갑자기 시스템 알림에 표기된 소모 포인트가 상승했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 게이트가 더 크게 벌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막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물도 엄청나게 많아졌고.


[개입 실행] 개입을 실행하려면 행위를 이어가십시오.


‘가자!’


집게손가락을 사거리 중심부에 있는 게이트를 향해 곧장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손가락 끝에서 아주 약간의 반발감이 느껴지더니, 그대로 거칠한 땅 표면까지 막힘없이 손가락이 닿았다.


‘윽. 기분 나빠.’


뭔가가 으직 으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자마자 더욱 힘을 실어서 짓뭉갰다. 살짝 손가락을 떼고 보니까 도로가 짓뭉개지다 못해 푹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와. 시원하네.’


손가락은 이따가 닦기로 하고,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저 랩터 비슷하게 생긴 벌레부터 싹 처리해야겠다.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녀석들을 따라 손가락을 쭉 쓸었다. 뿌직뿌직 터지는 기분 나쁜 촉감이 느껴졌다.


“좋아! 이걸로 우리 집 방향까지는 정리됐고.”


그러다가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갑자기 세상이 너무 조용했다. 조금 전까지 총소리가 요란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지금은 내가 손가락으로 죄다 쓸어버리고 있는데······.

나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시끄럽던 밖은 갑자기 외부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했다.


“뭐야, 왜 이렇게 어두워?”


아직 3시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두워진 것처럼 창밖이 어두웠다. 갑자기 무슨 커다란 그늘로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창밖의 풍경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밖이 온통 시꺼멓다.

뭐지?

그렇게 그렇게 생각하며 테라리움에서 손을 빼려고 들어 올리자, 창 밖이 불쑥 밝아졌다. 다시 평소와 같은 창밖의 풍경이 보인다.


“어······.”


손가락을 다시 아래로 내린다. 그러자 온통 시꺼먼 무엇인가가 불쑥 창밖의 세상을 가득 메운다.

······.

그걸 몇 번이고 반복했다.

틀림없었다. 저 시꺼멓고 거대한 무엇인가는 내 손가락이다. 테라리움에 넣은 내 손가락이, 나의 현실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거······ 와······. 이게, 이게 내 손가락이구나.”


멍청하게 그런 소리를 늘어놓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 잠깐만. 이럴 때가 아니었다.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앙 포인트! 그게 이 와중에도 소모되는 거잖아.

‘벌레. 벌레 잡아!’

걸어서 30분은 나가야 하는 저 사거리 너머로 손가락을 꾹 찍고 그대로 긁어버렸다.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싹 잡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천봉산 쪽으로 올라가는 길로 다급히 도망가는 녀석들까지 밀어버렸다.

그러다가 끝에 잘 보니 사람 한 명이 살짝 휩쓸린 듯 누워서 몸부림치는 게 보였다.


“어. 어어······. 실수했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이게 너무 작은 세상이라서 세밀하게 다루는 게 쉽지 않다.

아니, 근데 이러면 실제 저쪽에서도 사람이 다친 건가.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괜히 손으로 만지려다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일단, 일단은 정리부터!’


춘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목의 대규모 차단선에서 작은 불똥이 반짝였다. 아까부터 들렸던 그 요란한 총소리는 이거였나 보다.

아니, 근데 저거 그냥 엄청나게 요란하기만 하지. 별 효과 없는 거 같았다.

그 뒤에 포진한 전차도 마찬가지다. 요란한 것에 비해서 효과가 썩 크지가 않았다. 한 번 불을 뿜으면 세 마리 정도가 휩쓸렸다가 한 마리 정도는 금방 다시 일어나곤 했으니까.

오히려 그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건 가장 선두의 전열에서 병장기를 들고 싸우는 이들 쪽이었다.

역시 헌터물하면 냉병기다.

어쨌거나.


‘이번엔 실수하지 말자.’


우글우글 모인 지점에 검지를 쿡 내려찍는다. 그리고 주변으로 거침없이 범위를 넓혀가며 뿌직뿌직 터뜨렸다.


“자자, 알아서들 물러나라고!”


안 피하면 같이 뭉개진다.

일부러 사람이 모여 있는 쪽으로는 안 움직이고 뒤쪽에 우글우글한 쪽에 있는 놈들부터 싹 정리했다. 저들이 피할 시간을 준 것이다.

후. 이거 뭔가 시원한 느낌이다.

전능감······ 이라고 해야 할까.

아주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는 것 같다.

모두 죽어라!

벌레 박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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