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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담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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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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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
글자수 :
221,650

작성
24.07.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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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3

DUMMY

“헉.”


깜짝 놀랐다.

아니, 뉴스에서 모자이크도 없이 저렇게 끔찍한 장면들이 막 나와도 되는 건가?

피를 철철 흘리는 이들의 모습이 연이어 보였다.


“으.”


팔이 없는 사람도 있고, 내장인지 뭔지가 흘러나온 뱃가죽을 움켜잡은 사람도 보이고······.

인사불성인 이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0명 이상이며, 부상자는 수십 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레이드 실패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몬스터들의 예상보다 강력한 공격력과 수적 우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부상의 정도가 심각한 가운데, 부상을 치료할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1구 기관에서는 타 기관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자막이 계속 갱신되었다.


‘그럼 이제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레이드 실패.

풀잎위키에 검색해봤다.

그러자 역대 레이드 실패와 관련한 여러 정보가 나왔다.

결국에는 해결하지 못한 게이트의 브레이크 아웃.

그리고 침식사태로 말미암은 폐쇄구역 조치.


“이건 완전 재앙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상단에 있는 서울 대전이 사태를 슥 읽어봤다. 12월 서울사태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이미 이 세상에서는 20년도 더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되어 있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인근 지역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대규모 침식.


‘이렇게 보니까 정말로 아포칼립스 세상 같네.’


몇 개의 사진들이 있었다.

무너진 도심 속에서 건물만 한 크기의 괴물의 그림자 따위가 희미하게 보였다.

대전이급의 침식 사태가 발생하면 평범한 재난 정도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서울이 없는 한국이라.’


여기에서 따져보면 남양주 1구는 서울 방향에 있었고, 현재 최전선의 도심 중 하나였다. 남양주에서 가장 많은 헌터 숫자를 보유한 기관도 1구 기관이었다.


“이런 곳이 레이드 실패를 해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영상 속의 상황이 너무 심각한 나머지 괜히 나도 불안해졌다. 1구의 상황이 나빠져서 게이트 브레이크 아웃 같은 재난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이 동네도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협조 요청이 올지도 모르겠는데.’


카밀로의 치료 능력은 이미 3구 기관에서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저 부상자가 많은 현장에서는 누구보다도 카밀로의 역량이 빛을 발할 때였다.

그리고 그건 다시 말하면.


‘어, 이거 관심받기 좋은 상황 아니야?’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와 뉴스는 남양주 1구의 상황에 이목이 쏠려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카밀로가 나타나서 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고치기 시작한다면?


‘이건 신앙 포인트로 연결된다.’


옛말에 위기는 곧 기회라고 그랬던가.

카밀로를 저쪽으로 파견하는 거다.

공원으로 출근하는 게 그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다.


‘뉴스까지 타게 된다면, 수백 포인트······. 아니, 천 이상의 신앙 포인트를 따낼 기회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테라리움 앞에 섰다.

내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소위 3구라고 불리는 일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골이라기엔 번잡했고 도시라고 하기엔 시골스러운 풍경이 펼쳐진 공간.

그리고 1구는 이 테라리움의 영역 밖에 존재했다.


‘과연, 이 테라리움의 바깥에서도 내 능력이 유지가 되느냐가 의문인데.’


상식적으로 테라리움으로 볼 수 없는 공간엔 내 능력을 통한 개입에도 제한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지금 테라리움으로 볼 수 있는 영역에 한해서 제한적인 신적 권능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 카밀로는 어떨까.’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카밀로였다.

그런 카밀로라는 설정의 모델을, 내가 테라리움을 통해 소환한 거고.


‘테라리움 밖으로 나간다면 카밀로의 존재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섣불리 테스트하긴 어려운 문제였다.

그럼에도 확인은 해야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구분해야겠지.’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한적한 공원.

그곳에 카밀로가 우두커니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한 자세로 서 있는 게 보였다.

뭔가 속세를 벗어난 스님처럼 보이기도 하고, 진짜 뭔가 있어 보이는 성직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체 뭘 보는 건지, 점점 희한한 걸 시도한단 말이지.’


카밀로에겐 컴퓨터와 너튜브 사용법, 그리고 각종 기사와 커뮤니티를 열람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내가 출근할 때나 쉴 때를 제외하곤 늘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저 밖에서 실천 중이다.

카밀로의 곁으로 사람이 한둘 모였다.

그러자 카밀로가 옛날 중국 액션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태극권 비슷한 걸 흉내 냈다.

내리쬐는 햇볕 아래. 구릿빛 근육질의 남자가 춤인지 무술인지 모를 걸 경건한 태도로 선보이는 모습은 썩 신비로운 데가 있긴 했다.

마지막은 합장과 함께 황금빛 후광을 뿜어냈다.


“별 지랄을 다 하는구나······.”


그게 내 소감이었다.

하지만 그게 꽤 먹혔는지, 오늘은 두어 사람 정도가 더 늘어난 듯했다. 그 수가 대충 여덟 명이나 됐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너무 작게 보이는 카밀로를 지켜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대하듯 허공에 손가락 두 개를 튕기며 대각선으로 밀었을 때였다.

새로운 UI메시지가 펼쳐졌다.


## 전지자의 눈 -카밀로-


**전지자의 눈을 해금하시겠습니까?**


**해금 시 소모되는 신앙 포인트: 200**


**해금 시 얻는 효과:**


-카밀로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카밀로의 주변 환경, 행동, 생각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 긴밀히 카밀로의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카밀로에게 조언하거나, 선택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카밀로는 사제 속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지자의 눈이 활성화되어 있을 땐 신성의 효과가 강해져 주사위 굴림을 통한 무작위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해금]** | **[취소]**


**해금하시겠습니까?**


‘전지자의 눈?’


시스템 메시지의 설명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봤다.

하지만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카밀로에게 뭔가 포커스가 되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소모되는 신앙 포인트 비용은 200.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비용은 아니었다. 성당 건축이나 소환에 비한다면야······.

신앙 포인트를 사용할 가치는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천봉산의 상황도 그렇고. 테라리움을 통해서 보는 시야는 생각보다 제한적인 부분이 많아.’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만약, 확대해서 카밀로의 상황을 바로 앞의 상황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내가 직접 개입할 때의 포인트도 훨씬 줄어들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호기심을 더는 걷잡을 수 없었다. 이건 직접 확인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좋아, 전지자의 눈 해금.

UI메시지창이 사라졌다.

그리고 카밀로의 머리 위에 황금색 눈알이 생겨났다.

뭔가가 바뀌긴 한 셈이었다.


‘이제 확대가 되는 건가?’


다시 테라리움에 손을 넣고 허공에 손가락을 튕기며 대각선으로 밀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당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 순간이었다.


“어어어.”


항상 3구의 전역을 비추던 테라리움의 풍경이 변했다. 카밀로를 중심으로 줌인이 되는 것처럼 확 당겨진 것이었다.


‘뭐야, 생각한 딱 그거잖아?’


더욱 시점을 당겼다.

그러자 이제 테라리움 속의 풍경은 공원과 그 주변의 풍경에 한정된 영역만 보였다.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만 했던 카밀로는 어느새 손바닥 한 뼘보다 더 커져서는 테라리움의 풍경 중심에 서 있다.


“······여러분들은 신의 뜻을 믿으십니까?”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묻는 카밀로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 앞에 모인 내 신자들의 얼굴도 말이다.


“저는 신의 뜻을 이행하기 위해 이 땅에 왔습니다. 죄의 업이 하늘의 저편까지 닿아 이 세상에 심판이 떨어질 때가 된 것입니다.”


······이 녀석, 진짜 무슨 사이비 교회의 교주 같다. 제스처나 행동, 말투, 표정 목소리의 높낮이 등등. 평소에 나한테 말을 하던 거랑은 너무 달랐다.


‘허어. 이런 걸 두고 혹세무민이라는 말을 하는 걸지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카밀로의 그 앞에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고 아버지시여······. 하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두 손을 맞잡자 머리 위로 금색의 숫자가 떠올랐다. 신앙 포인트였다.

흠.


“잘하고 있네.”


가이드라인은 무슨 가이드라인.

듣고 보니 뭐, 딱히 거짓말한 것도 아니었다.

암, 혼란한 세상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을 모아서 줌아웃하였다.

테라리움의 풍경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이러면 다른 지역도 확인할 수 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더 줌아웃은 할 수 없는 걸까.

원래의 풍경에서 다시 줌아웃 제스처를 했다.

반응은 없었다.


‘아, 역시 이건 안 되나.’


아쉽긴 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을 몇 번 더 까닥거렸을 때였다.


## 거시세계 확장


신앙 포인트가 부족하여 거시세계를 확장할 수 없습니다.


“확장할 수 있다고?”


짤막하게 떠오른 메시지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신앙 포인트만 충분하다면 더 넓은 세계를 관측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더 넓은 세계. 이윽고는 이 나라. 대륙. 그리고 지구에 이르는 영역 전체를 관측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세상을 테라리움 너머로 볼 수 있게 된다면.

그때도 손가락, 혹은 손바닥으로 세상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걸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나는 모든 걸 없애버릴 수도 있다.’


이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말이다.

그 생각에 다다르자 오싹 등줄기로 소름이 내달렸다.

카밀로가 말한 심판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인지의 영역 밖.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존재에 의한 일방적인 파멸.

저 땅의 작디작은 벌레의 위로 떨어지는 인간의 발걸음을 생각한다면 쉬운 거다.

그렇게 벌어지는 일엔 어떤 악의도 의미도 없다.

그저 일어나는 일이었다.

지금 나에게 그 어떤 잣대로도 평가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뭔가 좀 무섭네.”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였다.

별안간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스마트폰 화면에 김민준 헌터의 이름이 떠올라있었다.

그가 나에게 전화할 이유는 하나뿐일 것이다.

협조 요청.

스마트폰을 들고 테라리움에 고개를 돌렸다.

바리케이드 안쪽. 전화기를 들고 서 있는 김민준의 모습이 보였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다.

김민준의 용무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알았어요. 그대로 전하도록 할게요. 그가 어떻게 할지는 장담 못하지만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에게 있어 지금 이 상황은 신앙 포인트를 대량으로 획득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카밀로. 당장 집으로 복귀.”


지시를 내려놓고, 턱을 매만졌다.

오늘은 딱 좋은 날이었다. 마침 편의점에 나가지 않는 날이었던 것이다. 파견을 보냈다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으므로 전지자의 눈을 계속 활성화해놓고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당장 보이는 게 이 테라리움의 끝이 아니야. 아직은 통상적인 테라리움으로 볼 수는 없는 것 같지만, 카밀로를 영역 밖으로 보냈을 때, 전지자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


머잖아 삑삑삑. 도어락 소리와 함께 카밀로가 돌아왔다.


“위대한 존재시여, 미천한 종을 부르셨나이까.”

“카밀로, 가엾은 어린 양들이 있다. 네가 구해야겠다.”


다짜고짜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의 효과는 탁월했다.


“당신의 헌신적인 종에게 부디 분부만 내리소서! 신성한 과업을 수행함에 그 어떤 소홀함도 없을 것임을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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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8 +2 24.08.04 623 32 14쪽
17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7 +4 24.08.02 652 35 14쪽
16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6 +1 24.08.01 632 34 12쪽
15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5 +1 24.07.31 652 33 15쪽
14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4 +2 24.07.30 671 37 14쪽
»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3 +2 24.07.29 667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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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10 +1 24.07.25 757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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