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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999
추천수 :
1,212
글자수 :
221,650

작성
24.08.28 19:10
조회
367
추천
18
글자
16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34

DUMMY


*


게이트 레이드가 성공했다.

아직 소식은 없었다.

헌터들도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3구 기관 본부에서는 게이트 레이드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한시름 놓고 있었다.

이 3구 일대에 퍼져나가던 마력 입자의 지표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지표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다행이군. 역시 이게 정답이었어.’


김민준은 이제야 겨우 한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3구의 제1특전대를 맡은 그는 유마리에게 일을 맡긴 뒤로 며칠간 제대로 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선배, 이제 마음이 좀 놓이십니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인간불도저가 이끄는 3팀이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겉만 여리여리하지. 괴물이나 다름없다니까요.”

“본부다. 입조심 해.”

“옙.”


입방정을 떠는 이지현에게 주의를 주고, 민준은 레이드가 끝난 게이트의 정보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예상보다 빨랐다. 역시 성광교단의 각성자 때문인가.’


3구 본부의 전략팀에서는 카밀로도 카밀로였지만, 새롭게 나타난 예의 정체불명의 각성자 역시 A랭크 헌터급이라는 걸 공공연하게 명시하고 있었다.

A랭크가 둘. 거기다 나날이 성광교단으로 모여드는 사람의 숫자까지 늘어나는 추세였다.

3구 기관의 부족한 행정력으로 이에 대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온 도시가 성광교단 덕분에 생기가 생겼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들의 존재가 사설 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침략이라고 한다면······.’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걸론 설명할 수 없는 기적적인 광경을, 민준은 목격하지 않았던가. 그 병원에서의 일이 그랬고. 이 3구에 발생한 게이트 브레이크 아웃을 잠재운 그 검은 존재가 그렇다.

성광교단의 배후에는 신이 있다.

추상적으로 찾아 헤맸던 신이 아니다.

진짜 존재하는 신이 말이다.


‘신 같은 건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말이야.’


그때, 민준의 시선이 널브러진 서류 중 한 곳에 꽂혔다.


“이것도 정리는 해야겠지.”


그 서류엔 사설 기관 호영에 관한 여러 정보가 가득 적혀 있었다. 근래에 발생한 두 번의 사건. 그리고 그 일들이 전부 성광교단과 얽혀있다는 건 이제 분명한 사실이었다.


“호영과 성광교단이 틀어졌다는 건 명확하지 않습니까? 그 와일드한 발톱녀가 그쪽 각성자를 둘이나 찢어 죽였고, 이번엔 폐건물 쪽에서 그 난리까지 났으니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우리 본부에서 나서서 상황을 중재해야지. 최근 남양주의 게이트 발생 빈도가 크게 올라갔어. 1구에서도 여차하면 사설에 손을 빌릴 생각도 하고 있고. 그런 마당에 호영처럼 큰 사설이 무너진다면 이건 우리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다.”

“근데, 선배도 호영 싫어하시잖습니까. 걔네······. 경계 밖에서는 좀 심한 거 유명합니다.”

“잘 알지. 그놈들이 짐승 같은 것들이라는 거. 그래도 호영이 강력한 사설 기관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만한 전력이 사라지게 둘 수는 없어.”


공과 사는 분리해서 판단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게 3구 기관 소속의 헌터인 김민준의 판단이었다.

이지현은 묘한 표정으로 히죽 웃고 있었다.


“뭔데 그렇게 기분 나쁘게 웃고 있어?”

“너무하십니다, 선배. 웃는 걸로 뭐라고 그러는 건 실례예요. 저도 여자예요. 마음에 상처 입는다구요.”

“시끄럽고, 대답이나 해. 뭔데 그렇게 히죽대? 네가 그런 식으로 웃으면 불안해 죽겠다.”

“아니, 뭐 별건 아니고. 그냥 선배 말이 재밌어서요.”

“그니까 뭐가.”

“호영이 강하다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잖아요. 근데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그런 호영이 성광교단하고 맞붙으면 무조건 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그건······.”


민준은 미간을 모았다.

딱히 의식해서 말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현의 말대로였다. 호영은 강력하다. 그들의 전력은 3구의 기관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아니,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자면 호영과 같은 사설의 전력은 노출되어 있지 않은 만큼, 얼마나 더 강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반면, 성광교단은 카밀로와 하나. 단 두 사람뿐이다.

각각 A랭크 판정 각성자인 두 사람이기에 그 전력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긴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호영을 압도할 수 없다. A랭크 각성자의 수는 아주 적기는 해도, 기관 밖에는 꽤 많은 숫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준이 성광교단이 더 강하다고 여기는 건 그 둘 때문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절대적 존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지현도 알고 있다.


“성광교단을 지키는 신적 존재 때문이겠죠. 근데 저희는 그 기적을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판단하는 건데, 호영도 과연 그럴까요?”

“으음······.”

“아닌 척 굴고 있긴 하지만, 호전적인 놈들이잖아요. 호영은 이미 전쟁 준비하고 있을 거에요. 저희가 중재해도 소용없을 걸요? 자기들이 더 강한 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지현이 드물게 진지했다. 그 덕분에 민준의 미간의 골도 더 깊이 파였다. 틀린 말이 없다.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성광교단의 카밀로, 그는 절대로 굽힐 성격이 아니야.”

“오히려 눈에서 불을 뿜을 걸요? 성전이다! 하면서 말이에요.”

“호영에서는 굴복을 요구할 테고 말이지.”

“일방적으로 피해를 봤으니까요. 그쪽이 전투의사가 없었음에도 말이에요. 호영은 양보했고, 성광교단은 적의를 드러냈어요. 성광교단이 무릎을 꿇지 않는 한 중재는 불가능해요.”

“최악이로군.”

“최악이죠.”


지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심각한 내용임에도 가볍게 말하는 태도였지만, 민준은 이 대화 속에서 지현이 조언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관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거겠지.”

“역시 선배십니다.”

“후. 일단은 본부장님부터 뚫어야겠군. 호영과 싸워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가는 경을 칠 거다.”

“파이팅임다! 3구 기관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세요!”

“까불지 말고, 너도 함께 간다. 조금 전처럼 까불어봐. 꼰대들 생각 바꾸려면 자극요법이 좀 필요할 테니까.”

“에엑.”


지현이 싫은 티를 팍팍 냈지만, 군말없이 민준을 따랐다. 그녀는 늘 그랬다.


*


이거 꽤 흥미로운데?

게이트가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던 내 소감이다.

처음엔 빛이 바랬다는 느낌이었는데, 게이트 입구로 돌아가는 동안, 그 과정이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됐다.


“이 추세면 앞으로 26시간 정도 뒤에는 게이트가 완전히 소멸할 것 같습니다.”


기관의 헌터가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게이트 내부 환경을 구석구석 살폈다.

멸망해가는 세계.

딱 지금 내가 보는 이 세상의 모습이 그랬다. 게이트 크리처를 제외하고도 어떤 생명도 그림자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수명을 다해버린 세상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게이트. 게이트라······.’


나는 생각에 잠겼다.

소위 제라라는 종으로 분류되는 외골격 크리처의 배후에 있는 관측자. 그 존재와의 느닷없는 조우를 통해서 나는 몇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첫째, 게이트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사태의 너머에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관측자라고 불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았다.

둘째, 나에게 신앙 포인트라는 게 있는 것처럼 저쪽의 관측자에게도 정수라고 하는 어떤 권능 기제가 존재한다는 것.

셋째, 관측자는 다른 관측자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무너져가는 이 게이트 내부의 세계를 바라보면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됐다.


“이쪽에서 저쪽에 게이트를 열 수는 없는 건가.”


게이트가 단순히 어떤 재앙처럼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자의 의지가 개입되어 발생할 수도 있는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놈은 나를 탐냈다. 정확히는 내가 가진 힘을. 그렇다면 반대로, 나 역시 놈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합리적인 추론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차원에 대한 관념이나 개념은 나에겐 너무 모호했다.


‘뭔가 방법이 있긴 할 텐데. 언제까지고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면서 수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야. 놈은 그 대적자라는 존재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고 그랬다. 즉, 지금이 적기라는 뜻.’


턱을 괴고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하나: 마스터, 핵을 취하면 길을 열 수 있어. 여기 이 기관의 사람들이 말하는 게이트 코어라는 거. 그게 바로 세계의 핵이야.]


불쑥 테라리움 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텍스트. 너무 골똘히 생각에 빠진 나머지 내 생각이 하나에게 전달된 모양이었다.


“게이트 코어? 그걸로 다른 차원의 길을 연다고?”


[하나: 응, 맞아. 세계의 핵. 그걸 중심으로 차원간의 길을 연결하고 문을 만드는 거야.]


“하나, 또 다른 네가 알고 있는 걸 말해봐. 관측자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


[하나: 아니, 나도 몰랐어. 조금 전 마스터의 생각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면서 떠오른 걸 말한 거야.]


“······.”


정말 하나는 처음 소환할 때부터 그랬지만, 뭔가를 많이 아는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물어보면 항상 아는 게 없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카밀로랑은 확실히 뭔가 다르긴 하단 말이지. 잊힌 영웅이라는 그 설정 때문인가.’


아무튼, 하나 덕분에 실마리가 잡힌 셈이었다.

게이트 코어. 그걸 통해서 길을 열 수 있다면, 대적자의 짓이겨진 그 사체와 다시금 접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나, 게이트에서 빠져나올 때, 게이트 코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도록 해.”


아마 거부할 수는 없을 거다.

게이트 레이드 공략은 하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

.

.


“아, 그건 곤란한데······.”


기관의 헌터들은 연신 난색을 보였다.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직후 하나가 불쑥 꺼낸 말에 모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게이트 밖은 불과 사흘이 더 흐른 시점이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아침 무렵, 게이트에서 우르르 모습을 드러낸 헌터들의 모습에 게이트 밖에 설치되어있던 대기팀이 환호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 세계핵은 내가 가져가겠느니라.”


불쑥 그런 말을 꺼낸 하나 덕분에 모두 난색이다.


“뭐야, 왜들 호들갑이야? 그냥 줘. 쟤 없었으면 공략 못 했어. 정당한 소유권 주장이라고. 마정석도 많이 쥐여주고 말이야.”


유마리가 끼어들며 그렇게 말하자, 실무팀이 기겁한다.


“대장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코어는 소유권 주장이 안 되는 거 모르세요? 기관 연구실에서 연구 표본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구요.”

“그런 거야? 그래도 그냥 줘. 저쪽도 필요하니까 달라고 하는 거겠지.”

“아니, 대장님······.”

“자자, 우리 대장님은 이 일엔 끼지 마시지요.”


제3팀의 연장자인 한 채원이 다급히 유마리를 이끌었다. 유마리는 이 상황이 마음에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투덜댔다.


-아니,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우린 거기서 죽을 뻔했어. 이게 허풍 같아? 야, 지원대! 영상 까봐. 하나도 빼먹지 말고 보여주라고. 공적에 따라서 분배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 내 말이 틀려?

-틀리긴요. 대장님 말씀이 맞죠.


그렇게 멀어져가던 중 유마리가 우뚝 멈추더니, 힐긋 고개를 돌려서 하나를 바라보더니 불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의 인사인 모양이었다.


‘귀엽네.’


그걸 지켜보던 내 소감은 그랬고, 하나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여 그 인사를 답해주었다. 싸움터를 넘으면서 유대감이 쌓인 모양이었다.


“아, 진짜 곤란한데······. 본부에서도 안 된다고만 하고. 이거 어쩌냐, 진짜. 가운데 껴서 미치겠네. 중간에서 이게 뭐냐고.”


실무팀의 팀장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지 연초를 물고 매캐한 연기를 푹푹 내뿜기 바빴다.

바로 그때, 저편에서 순한 인상의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어우. 고생하십니다.”

“어? 아니, 1팀이 여기 왜 있어.”

“그러게요. 제가 여기에 왜 있을까요······.”

“영수 씨가 이쪽에 있다는 건 1대장님도 오셨나?”

“아뇨. 대장님은 지금 한창 본부 들이받는 중입니다.”


스포츠 머리를 한 건장한 체구의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힐긋 하나를 향해 시선을 옮겨왔다. 호기심과 경계의 빛이 뒤섞인 눈빛.

나도 그 남자의 정체를 그제야 짐작했다.


‘저 사람, 김민준 씨 팀원인 모양이군. 3구 1팀의 최후위에서 눈이 되어준다는.’


그가 혼자서 여기 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게이트 코어 요구가 생각보다 빡센 일이라는 건 명확했다.


‘과연, 그들이 어떻게 나올까.’


이번 레이드에서 하나의 공적은 상당했다.

아니, 상당한 수준이 아니라, 절반 이상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개입한 것까지 같이 계산하면 더더욱 그렇다.

저들이 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도 좀 생각을 해봐야겠는데.’


바로 그때였다.


“그녀가 원하는 거 쿨하게 넘겨주시죠.”

“어엉? 그게 무슨 소리야. 허가 떨어진 거야?”

“아뇨. 저희 대장님이 다 책임지겠답니다.”

“1대장님이? 와,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아무리 3구 카리스마라지만, 이거 월권이야. 얘기 무지하게 나오는 거 다 아는 거지?”

“그러게요. 저도 갑자기 대장님이 왜 그러는지 통 모르겠습니다. 그냥 까라니까 까는 거죠.”

“난 모르는 거야. 분명히 해. 1대장님이 다 책임진다고 했으니까 그냥 그대로 따를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대적자의 보존된 사체가 하나의 앞으로 인도되었다. 온몸을 꼭꼭 싸맨 실무팀이 그 사체 속에서 마정석과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를 꺼냈다.


“이게 게이트 코어?”


내가 생각한 거랑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세계핵, 게이트 코어. 그런 식으로 불리기에 마정석과 비슷한 형상일 줄 알았는데, 이건 아주 매끄럽게 깎인 구슬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하나는 다른 건 필요 없다는 듯이 세계핵 하나만 손에 쥐고서 땅을 박차며 건물 위로 몸을 날렸다.


“어, 어어. 아니, 그 마정석은······.”


실무팀이 난감한 기색을 보이는 가운데.


“성광교단 앞으로 다 정산하면 됩니다. 저 사람도 그쪽 사람이니까요.”

“아, 옙. 알겠습니다.”


뒷정리는 이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마자,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게이트 크리처의 시체를 산처럼 쌓으며 사선을 넘은 하나에게서 나는 영광의 냄새였다.


“마스터, 나 돌아왔어.”


헤헤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잘했다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토닥여줄 생각이었는데, 차마 그럴 엄두가 안 났다.


“자, 이거.”

“어, 그래. 하나, 정말로 고생 많았고. 일단, 좀 쉬기 전에 씻어야겠다. 응? 씻자. 얼른.”

“응, 알았어.”


시종일관 냉랭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골든 리트리버 같은 개처럼 헤헤 실없이 웃는 하나. 그녀는 나에게 세계핵을 건네고는 종종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버렸다.


‘이게 세계핵이라는 거구나.’


나는 그제야 멈췄던 숨을 내뱉으면서 세계핵을 눈에 담았다. 새하얀 구슬. 그 안에 빛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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