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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담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4.07.16 03:20
최근연재일 :
2024.09.02 19:1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837
추천수 :
1,208
글자수 :
221,650

작성
24.08.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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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추천
26
글자
12쪽

방구석 테라리움의 신이 되었다29

DUMMY


발톱의 검.

하나의 손에는 어느새 흉악한 형상의 병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수 미터 코앞까지 당도했던 브루탈 팽은 갈기갈기 찢긴 채로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


끼기기······.


녀석은 죽어가면서 나지막이 신음할 따름이었다.

다급히 끼어든 유마리도 놀라서 멈춘 모습.


‘놀라기는. 하나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자기 몸보다 더 큰 발톱의 대검을 한번 크게 휘둘러 발톱에 묻은 살점과 핏물을 털어내더니, 협곡 저편을 눈에 담았다.

하나의 시선이 닿는 곳.

그곳에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들이 보였다.

모두 조금 전의 그놈들과 같은 브루탈 팽이었다.


“······전투 준비.”


넋을 놓고 있던 유마리의 목소리가 깔렸다.

전투는 이제부터였다.

바로 그 순간, 하나가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테라리움의 풍경이 엄청나게 빠르게 스쳐 가는 가운데, 발톱의 칼날이 쩍 벌어진 아가리 깊숙한 곳에 파고들어 거침없이 찢어발겼다.


“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저번에 봐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하나는 진짜 강하다. 카밀로와는 전혀 다른 거친 느낌이랄까. 거친 사선을 넘어왔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기관 헌터들은 하나의 템포를 잘 따라오고 있나?’


테라리움 뒤쪽을 보니, 이제 보이는 건 한 사람뿐이다.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며 일격에 괴물들의 머리를 터뜨리며 따라붙는 유마리.


“역시 전위 베테랑.”


스피드는 하나랑 비교하면 확실히 느리게 보이지만, 파괴력은 그 이상인 것 같았다. 동작도 크지 않고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현장 경험이 많다고 그러더니, 확실히 괴물들 상대하는 모습이 여유롭긴 하네. 사람은 역시 겉만 봐서는 모를 일이야.’


유마리와는 직접 만나기까지 했었다.

그때는 그냥 평범하게 예쁜 사람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전지자의 눈 너머의 그녀는 정말 터프했고, 경험 많은 전사였다.


‘그나마 안심이네. 혹시라도 하나가 위험에 빠지면 그녀가 도움은 줄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좀 가벼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상황은 그야말로 파죽지세.

이런 속도라면 머잖아 협곡을 빠져나갈 것 같았다.

물론, 그런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게이트 코어란 걸 찾아서 부숴야 하니까.’


풀잎위키를 찾아보니 레이드의 평균 소요시간은 약 닷새.

순전히 레이드를 개시한 이후에 걸리는 시간만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탐색 및 정찰에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몰랐다.


‘대충 예상해보자면 일주일은 족히 걸리려나.’


즉, 며칠 간 저런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거다.

군대에서 큰 훈련이 있을 때, 밖에서 먹고 자던 게 생각났다. 그것만 해도 얼마나 고생이었는지······.


“에휴. 돌아오면 진짜 이거저거 맛있는 거 많이 줘야겠네.”


와구와구 전투적으로 먹어치울 하나의 모습이 벌써 보이는 듯했다.

그러는 사이, 학살에 가까운 전투가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이어 나타나던 브루탈 팽이 더는 없었던 것이다. 기관 헌터들은 뒤늦게 따라붙었다. 그 뒤로, 협곡에서 빠져나갈 즈음 또다시 전투가 발생. 하지만 그 뒤로도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어라. 벌써 아침이네.”


어느새 창밖이 환했다.

얼마 안 된 줄 알았는데, 벌써 수 시간이 지났다.


‘내 집중력이 이렇게 좋았나?’


계속 앉아서 테라리움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몸이 찌뿌둥하거나 그런 것도 없고 말이야.

그뿐만이 아니라, 피로도 없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에 알았다.

어? 내가 잠을 잤던가?

그러고 보면 요즘엔 이상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원래 이래저래 골골 대기 일쑤였는데 말이다.

화장실의 거울 앞에 섰다.

여느 때랑 비슷한 내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 외에는······.


‘음, 살이 좀 쪘나?’


항상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거기다 자세도 좀 교정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나 거북목 엄청나게 심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살이 쪘다기보다는 없던 근육이 생겨난 것 같은 느낌이다.


‘뭐지, 나 건강해지고 있는 건가?’


이것도 테라리움의 영향일까.

아무튼, 중요한 건 나는 지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는 것이었다.

다시 테라리움 앞에 서서 하나를 지켜보다가 전지자의 눈을 해제. 이번엔 카밀로를 살펴보기로 했다.

카밀로는 성당 근처에 생긴 게이트를 지켜보면서 몸이 근질근질한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일대를 통제하는 군인들이 오히려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게이트 레이드에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쉬운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다, 카밀로. 서로 역할이 있는 거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 게이트는 잘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예전의 그 게이트처럼 갑자기 브레이크 아웃이라도 해버렸다가는 큰일이었으니까.

물론,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내가 없애는 수밖에.”


신앙 포인트가 적잖이 소모되기는 할 테지만, 성당이나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낫다.


‘일단은 별문제는 없는 것 같긴 하네.’


한참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성당을 눈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성당에 거의 살다시피 하는 유민하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나 싶어서 테라리움을 살펴봤는데, 외곽의 오래된 구축 아파트 쪽에서 그녀의 아이콘이 보였다.

테라리움을 확대하니 상황이 아주 잘 보였다.


‘그래, 아주 기특하네.’


그녀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편의점 사장님의 댁이었다. 유민하는 지금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사장님의 딸 가연이를 치료하는 중이었고.

유민하. 볼수록 마음에 드는 친구야.


“크흠.”


신탁 받는 거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잘하고 있다고 칭찬 한마디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잘하고 있다.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 늘 선한 영향력을 베풀어라. 네가 나의 사제임을 잊지 말라.”


목소리 낮게 깔고 최대한 근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한창 신성력을 발휘하며 치료를 행하던 유민하가 오싹 몸을 떨더니 고개를 쳐들었다. 그 눈빛이 희열에 잠기는 모습.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그녀의 고생을 말해준다.


“지엄한 분부를 따르겠나이다······.”


유민하가 감격에 겨워하며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한참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진 그런 모습이 무섭게 여겨졌는데, 지금은 그 모습조차 기특하게 느껴진다.


‘사장님도 좋아하시는 것 같고.’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같이 기도하는 사장님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종교쟁이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말할 때가 어제 같은데 말이다.


‘뭐, 눈앞에서 증명하면 안 믿을 수가 없는 거니까.’


하물며, 이건 속임수도 아니고 진짜 치료였다.

테라리움 중앙에 놓인 성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역시 성당 세우길 잘했단 말이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도 나에게 신앙 포인트를 안겨주는 내 신자를 한 명씩 슥 훑어보고 있을 때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


성당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 몇 명.

그들은 분명히 아까부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 위로 신앙 포인트가 올라가는 게 보이지 않았다.

성당에 찾아오는 이들이 전부 신실한 건 아니니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내 시선을 잡아끈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검은색?’


다른 신자들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신앙 포인트 숫자가 황금색으로 일렁일 때, 그들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숫자는 시꺼먼 색이었다.

혹시라도 잘못 봤나 싶어서 그들 넷을 가만히 지켜봤다.


‘어. 역시 착각이 아니야.’


그들 넷의 머리 위로 그런 검은 숫자가 오르는 건 아니었다. 그들 중에서 한 명. 단 한 명의 머리 위에서만 계속 검은 숫자가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검은 숫자가 오를 때마다.


‘내 신앙 포인트가 떨어진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썩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떨어지는 숫자보다 오르는 숫자가 더 커서 그걸 알기가 어려웠던 거다. 내가 계속 남은 신앙 포인트 숫자만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것들 정체가 뭐지?

미간을 모으곤 즉시 카밀로에게 조심스럽게 그들 넷에게 접근해보라고 신탁으로 지시를 내렸다.

게이트를 지켜보던 카밀로가 곧장 움직였다. 성당으로 들어온 그의 눈빛은 무겁고 날카롭다.

그를 발견한 신자들의 열렬한 환호가 터지는 가운데, 그들 넷은 별 반응 없이 그저 카밀로를 지켜보고 있다.


[카밀로: 그들과 즉시 접촉해보겠나이다.]


“아니, 잠깐. 카밀로 기다려.”


우뚝 멈추는 카밀로.

나는 턱을 가만히 매만졌다.


‘혹시라도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건 최악의 상황이야. 지금은 정면에서 충돌하는 것보다는 다른 쪽에서 꾀어내는 게 맞겠어.’


혹시라도 이곳에서 싸우게 된다면 쓸데없는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저들도 역시 아직 이렇다 할 액션이 없지 않은가.

신중하게 대처하자고.

곧 카밀로가 등을 돌려 성당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들 넷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장은 없었지만, 이렇게 보니 꽤 개성이 두드러지는 모습들이었다.

성당의 가장자리. 하천이 보이는 장소. 그곳엔 카밀로가 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곧 네 사람이 그 옆으로 다가왔다.


‘전지자의 눈. 대상 카밀로.’


흘러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카밀로에게 포커스를 집중하고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유명한 분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곳은 신을 찾는 장소요. 어찌 한낱 그분의 종에 불과한 나를 찾아오셨소.”

“와우. 듣던 대로 종교에 아주 신실하신 분이로군. 뭐, 좋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우린 기관의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쪽, 성광교단도 우리와 비슷하게 사설 쪽 노선을 잡는 것 같은데······. 지난날의 불편한 오해는 다 접어두고 비즈니스적으로 깔끔하게 관계를 맺는 게 어떻겠습니까?”


별안간 협상을 제안하는 상대.

그런데 지난날 불편한 오해라니? 그럴만한 게 있었나.


“우리가 구면은 아닌 것 같소만.”

“아, 그건 그렇지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전의 저희 쪽 사람과의 충돌을 얘기하는 겁니다. 짐승 이빨. 그 여자, 성광교단의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 그 말까지 듣고 나서야 알았다.


‘하나가 처치한 그 둘과 같은 기관의 각성자들이구나.’


소위 말하는 사설 기관의 헌터들.

관련 자료를 이것저것 검색해보면서 알게 됐다. 남양주와 가평의 경계 부근 공식 기관만큼이나 세력이 큰 사설 기관 몇 개가 있다고 말이다.


‘그 녀석들이랑 같은 무리라······.’


미간을 모았다.

혼란스러운 세상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도 질서와 규칙이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이 3구 기관의 사람들은 그걸 열심히 지키고자 하는 게 보였다. 단순히 힘을 가진 각성자로서 군림하려는 게 아니라, 책임감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걸 말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에 불과한 나에게도 꽤 정중했고 말이야.’


그런데 그 구시가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둘은 기관의 헌터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흡사 날짐승과 같았다. 자비 없는 죽음. 그리고 식인까지.

그 순간을 떠올리자, 본능적인 거부감이 앞섰다.

그들과 같은 집단이라면, 그들이 했던 행위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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