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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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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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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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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MUJU Rock Festival!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덕유산 무주리조트 CC.

국내 최고의 야생고원 골프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한국의 10대 코스를 보유한 명품 골프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린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면 계절을 음미할 수 있고, 바람결에 전해오는 숲 속의 향기로 마음을 시원하게 채우며 삼림욕의 기쁨까지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순수가 그대로 살아있는 골프장.

사람의 손길이 미치긴 했지만, 야생 고원골프장의 이미지를 강하게 느끼실 수 있는 곳이 무주리조트 CC다.

스타트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낸 박중환이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업힐과 다운힐의 부담이 좀 있겠어.”


박중환의 뒤로 안정기, 한정원, 김영찬, 성우정, 양승건, 차대운 등 영화배우 골프모임 싱글벙글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싱글벙글은 영화배우들이 주축이 된 연예인 골프모임이다.

한국영화계의 간판이랄 수 있는 안정기가 회장 역할을 맡고 있고, 박중환을 비롯해 10여 명의 톱스타들이 활동 중이다.

비공식적으로는 한 달에 한번 만나 라운딩하는 걸로 돼 있다.

실제로는 자주 번개모임을 갖고 있다.

멤버 면면이 무척 화려했는데, 연예인 골프모임 중에서도 스케줄에 따라 가장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모임이다.

스크린쿼터 투쟁 문제로 활동이 뜸했지만 골프광인 안정기를 중심으로 정기 라운딩은 빼먹지 않고 하고 있다.

주로 경기도권 골프장에서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류지호의 초대로 처음으로 무주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여기 다 와 있으면 충무로가 돌아가나?”


김영찬의 농담을 박중환이 받았다.


“형님은 잘 모를라나? 오늘 충무로 휴무일이잖어.”


실제 싱글벙글 골프 모임 멤버가 워낙 화려하다보니 정기 라운드를 갖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이 한국영화의 휴무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들이 모임을 갖는 골프장은 난리가 난다.

대스타들이 동시에 뜨는 바람에 캐디와 골프장 직원들은 물론 내장객들까지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어서 라운딩에 차질을 빚기 일쑤다.

무주리조트 CC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었다.

스타트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캐디와 직원들이 사인 요청을 해 와서 안부인사를 나눌 틈이 없을 정도다.

류지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


류지호가 자신 주변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강병환 대표에게 손짓을 했다.

골프는 일반인의 눈에 덜 띄면서도 지인끼리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운동이다.

특히 신비주의 콘셉트가 중요한 몇몇 배우들에게 안성맞춤인 운동이 골프다.

류지호가 강병환 대표에게 한소리 하려는데.


“류 감독, 그냥 놔둬.”


안정기가 특유의 웃는 얼굴로 말했다.


“여기 캐디들은 얌전한 거야. 형준이까지 왔으면 정말 난리 났을 걸.”


서형준은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류스타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싱글벙글 모임으로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면, 캐디와 골프장 여성 직원들까지 난리가 난다.

연예인들은 캐디들이 선호하는 손님으로 손에 꼽힌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매너가 좋은 데다 스타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캐디피 외에 약간의 팁을 따로 챙겨주기도 하고.


“죄송합니다. 의장님. 처음으로 연예인분들이 저희 CC에 오셔서....”

“직원들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워리어>의 정기성, <인정사정 안 봐 준다>의 양승건, <엽기적인 그녀>의 차대운.

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영화 시상식뿐이다.

그런 대스타들이 떼로 몰려왔으니 무주CC가 들썩이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내가 저들을 우리 골프장으로 초대한 것은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직원들이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김병환 대표가 허리를 구십도로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직원들과 캐디들이 흩어졌다.


“김 대표도 가서 일 보세요.”

“저희 코스는 전방 시야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초보분들도 OB 걱정없이 드라이버를 땅땅 때릴 수 있습니다. 개별 워터해저드는 크기는 좀 작지만 숫자가 좀 많습니다. 그린 가까이 붙은 워터해저드.....”

“직접 코스 설명 안 해줘도 됩니다. 바쁠 텐데 가서 업무 보세요.”


가온그룹 오너가 골프를 치러왔는데 어떻게 사장이 맘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대표님?”


의전사무비서 오영환이 눈치껏 김병환 대표를 데리고 사라졌다.

돈 버는 골프장은 영업력이 뛰어난 CEO를 찾는다.

명문골프장은 코스 관리를 잘하는 전문가를 CEO에 앉힌다는 말이 있다.

한때 골프장 대표이사 자리가 신의 직장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이젠 아니다.

3D 업종까지는 아니라도 결코 쉽지만은 아닌 직장이 골프장이다.

오너가 골프를 안 하고 매출에도 별로 신경을 안 쓰면 단연 최고다.

과연 그런 골프장이 있을까마는.


“나이스 샷!”


류지호는 안정기, 김영찬, 박중환과 함께 라운딩했다.

류지호의 골프실력은 초보를 갓 넘긴 수준이다.

골프보다는 함께 라운딩하는 지인들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좋았다.

안정기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일주일에 3~4회 두시간반씩 반드시 운동을 한다.

소문난 골프광다웠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까운 골프연습장에 나가고 있다고 한다.

골프 핸디캡 6~7 정도의 아마 고수로 드라이브샷 거리도 220~230야드나 된다.


“저 형은 남들이 평생 한 번도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을 두 번이나 했어.”


안정기가 겸양을 떨었다.


“최근에 수원에서 원 바운드로 했는데, 순전히 운이야 운.”


류지호는 골프는 뒷전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들과 그간 밀린 근황을 나누는 것에 시간을 주로 할애했다.


"이게 맞는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되든 안 되든 20년은 버텨야 한다고 봐. 그 정도 긴 호흡을 가지고 덤벼야 뭐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


안정기가 후배들에 대한 염려를 드러냈다.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이 충무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TV 쪽에서도 영화로 들어오고 있다.

단숨에 톱스타로 올라서는 청춘스타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충무로 바닥부터 열심히 다지고 있는 후배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노력하면서 버티면 분명 자기 분야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봐. 이 분야 저 분야 왔다 갔다 하면 '꽝'이고. 연극이나 다른 분야를 보더라도 보통 20년 정도는 이겨낸 분들이 성공하잖아.”


김영찬이 류지호를 향해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라는 듯이.

진지한 이야기가 오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박중환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꿨다.


“류 감독, 이 형이 범생이 같지? 어릴 때는 꽤나 발랑 까졌었는데. 몰랐지?”

“아역 출신이시잖아. 일찍 어른들 세계를 경험하다보니 조숙하셨겠지.”

“이 형, 여덟 살 때부터 당구장에 출입했어. 형, 거기 무슨 당구장이었지?”

“충무로 일신빌딩 그 쪽에 스타다방 있던 곳이었는데....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네. 어른들이 가면 따라가서 배우고 그랬어.”


코스를 이동하는 틈틈이 안정기가 어린 시절 충무로 무용담을 들려줬다.

안정기는 말을 재밌게 할 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대신 박중환이 열심히 양념을 곁들였다.

김영찬까지 가세해 세 사람이 죽이 척척 맞았다.


“촬영장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서 어른들 용어를 많이 배웠지. 엉덩이를 '빽판'이라고 하고 그랬는데. 밤샘 촬영 땐 졸리니까 화투장 치는 노름판에 끼기도 했고. 뭐 그랬어. 고스톱, 육백, 섯다 굉장히 잘했지. 그땐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니까 어른들 흉내 내면 재미있다 하고, 그래서 괜찮은 건가보다 했지. 가끔은 어른들한테 '저놈이 발랑 까져서 뭐가 될까' 그런 얘기도 듣고."


무명 때 고생담으로 김영찬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박중환 역시 데뷔 전 무용담으로 빠지지 않고.

별 영양가 없는 추억팔이지만, 운동도 하면서 수다로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었다.

안정기는 20년을 노력하며 버티다 보면 성공한다고 말했다.

류지호는 동의할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 그 이상의 세월을 버티고 또 버텼었다.

결국 남은 것은 속병과 텅텅 빈 계좌, 눅눅한 지하방에서의 개죽음이었다.


‘아니다 싶을 때 빨리 진로를 바꾸는 것이 현명할지도....’


20년 간 한결같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다만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적어도 기회가 왔을 때 허무하게 놓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홀컵에 골프공을 밀어 넣으며 류지호는 그런 생각을 했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다.

일단 내린 결단을 바꿀 때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결단이 느리고 바꿀 때는 너무 빨라서 항상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반복한다.

흔히들 재능과 노력이 성공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지를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업적과 성과가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사람이 실패하고, 평범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례 역시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것은 성공이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다.

결과는 나중의 문제일 뿐이다.


“술 한 잔 생각나면 서울 올라와서 전화 해.”

“조심해서들 올라가셔.”


싱글벙글 골프모임 멤버들이 서울로 돌아갔다.

무주리조트에 남은 류지호는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렸다.

저녁이 되자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왔다.

바로 레오나 파커와 동생들이다.


“Jay~!”


류지호를 발견한 레오나가 후다닥 달려와 안겼다.


“잘 왔어.”


류아라가 제 오빠를 놀려먹기라도 하려는 듯 짐짓 투덜거렸다.


“우와! 이래서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니까.”


가족들은 류지호와 레오나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반응이었다.


“이리와 봐라. 한 번 안아보자. 내 동생들.”


류아라가 냉큼 오빠의 품에 안겨왔다.

반면에 류순호는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

포옹하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표현이다.


"Yo, what's up?"

“왓썹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일루 와. 오랜만에 안아 보게.”


류순호는 손을 올린 채 요지부동... 힙합 인사를 포기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툭툭.


동생의 요구대로 류지호가 힙합식 인사를 받아주었다.


“락커 아니었냐?”

“만류귀종이야.”

“뜻은 제대로 알고 쓰는 거야?”

“모든 흐름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미국에서 일할 때 그런 표현 아무한테나 쉽게 쓰지 마.”

“왜?”

“일부 까칠한 예술가들이 다양성을 부정하는 말이라고 싸우자고 들 수도 있어.”

“진짜?”

“응.”

“심오한 말 아니었어?”

“누구에게는 심오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개소리겠지.”

“그게 뭐야?”

“교수하고 토론해 보든가.”


류지호의 동생과 레오나가 무주리조트를 찾은 이유가 있었다.

내일부터 이틀 간 무주리조트에서 락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북적북적.


무주리조트 개장 후 처음으로 비수기에 사람들로 넘쳐났다.

락 페스티벌 관람객의 숙박은 크게 고민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국민호텔, 가족호텔, 펜션 모두 성수기 가격의 절반만 받았다.

티롤 호텔만 예외다.

그곳에서 게스트들과 공연팀이 대기하기 때문이다.

잔디밭 곳곳에 임시 캠핑장도 마련되어 있다.

샤워실, 세면장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화장실 또한 여기저기에 충분히 준비했다.

캠핑장이나 무주리조트 내 숙박시설이 부담스럽다면 무주군의 민박에 묵어도 좋았다.

무주리조트에서 무주 읍내 간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북적거리는 리조트를 둘러보며 류아라가 물었다.


“오빠가 즐기려고 이렇게 돈을 많이 쓴 건 좀 많이 오바같아. 아무리 억만장자라고 하지만.”


류지호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류아라를 쳐다봤다.


“이렇게 판 벌린 게 레오나랑 데이트하려고 한 거 아니었어?”

“내가 미쳤다고 몇 십억 짜리 페스티벌을 고작 데이트 때문에 벌일까.”

“고작? 듣기에 따라서는 레오나가 섭섭한 말인데?”

“오랜만에 오빠보니까 재롱부리고 싶은 모양이네. 우리 막내가.”

“내가 오빠를 모를까봐?”

“시끄럽고! 저기 레오나한테나 가 봐.”


류지호가 가리킨 곳에서 레오나와 류순호가 먹을거리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축제는 누가 뭐래도 먹고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무주리조트로서는 큰 결단을 내렸다.

푸드트럭을 포함해 외부 간식업자에게 영업을 허락했던 것.

그로 인해 리조트 내 식당 뿐 아니라 곳곳에 다양한 음식을 파는 장터가 열렸다.

핫도그, 타코, 조각 피자, 등갈비 구이, 소시지 등.

다채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바가지를 씌운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된 업자는 퇴출이다.

장터 말고도 수많은 스폰서 업체들이 부스를 차려놓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스폰서 부스는 통신사와 맥주 브랜드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역시 열심히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인천 펜타포트와 부산 락 페스티벌에 다녀본 여성이라면 패션이 고민거리다.

락 페스티벌에 한 번도 안 가본 이들은 나만 빼고 하드코어적인 옷차림을 하고 올 것이란 걱정을 한다.

한국의 청년들은 뭐든지 빨리 받아들이고 휴행주기도 짧다.

보헤미안풍 원피스나 귀여운 미니스커트가 무주 락 페스티벌에서 강세였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저 반바지에 티셔츠, 샌들과 운동화로 편안하게 축제를 즐겼다.

말 그대로 자기 마음대로 패션이다.

드레스 코드가 있을 리 없는 페스티벌에서 본인에게 가장 편안하며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의상이라면 어떠한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

류지호로서는 다행이랄 수 있는 것이 레오나 파커가 그리 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람객도 많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대신 뛰어난 외모로 인해 국적불문하고 헌팅을 수도 없이 당했지만.

암튼 메인 무대는 동계유니버시아드 개폐막식이 열렸던 스키점프 경기장에 만들어졌다.

또 5,000명 정도가 관람할 수 있는 Medium Stage와 무명의 인디 밴드나 스쿨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Busking Zone도 따로 마련해 뒀다.

각각의 무대간 이동 거리는 도보로 5분 정도.

락 페스티발 관람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잔디밭에 펼칠 돗자리를 준비해 왔다.

리조트 내 마트에서 돗자리를 판매하고 있어서 미래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락 페스티벌 마니아들은 잔디밭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며 공연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걸 안다.

무주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잔디밭부터 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VVIP의 위장경호 인력만 네 개 팀이 동원됐다.

튀지 않는 복장의 경호팀이 류지호와 동생들 주변에서 관람객처럼 행세하며 경호에 임했다.

류지호는 농구 반바지에 민소매 티셔츠 하나 걸치고 벙거지 모자를 썼다.

딴에는 변장을 한 모습이다.

사람들이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사진이나 사인요청을 해오면 류지호는 귀찮아하지 않고 일일이 해줬다.

그 사실이 순식간에 전파됐다.

많은 이들이 류지호를 찾아 몰려들었다.


“안되겠습니다. 너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고우찬의 경고와 함께 페스티벌 공식 질서요원들이 순식간에 류지호를 둘러쌌다.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안전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유명인이라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고, 안전을 위해서도 대중들에게 함부로 섞여서는 안 되지만.


“모른 척 좀 해주지.”


다른 사람들처럼 편하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일반 행사나 스포츠 경기였다면 류지호의 동선이 대중들과 어느 정도 분리가 되었겠지만, 야외 페스티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류지호는 나래안전 진행요원들에게 둘러싸여 티롤호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락 페스티벌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자원봉사자 외에 나래안전 시스템에서 200명의 전문요원을 파견했다.

팀장들은 모두 올림픽과 엑스포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라 별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동생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류지호는 삼십 여분 정도 행사장을 둘러보고 티롤호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동생들은 철저한 위장경호 속에서 늦은 시간까지 페스티벌 전야제를 즐겼다.


❉ ❉ ❉


아침 일찍부터 무주리조트에 베이스 리듬이 쿵쾅쿵쾅 울려댔다.

류지호의 몸도 덩달아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영환 의전사무 비서가 리조트 웰컴 센터에서 VIP 티켓을 2-DAYS 밴드로 교환해왔다.


“Jay! 이것 봐!”


레오나가 손목을 내밀며 자랑했다.

맥주를 구입할 수 있는 성인 인증까지 받았다.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Let's go!"


제1회 무주 락 페스트벌에는 국내외 36팀이 이틀에 걸쳐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헤드라이너 Green Day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이렇게 역동적인 공연장이 또 있을까.

류지호가 추천했던 Godsmak이나 Fuel을 국내 락 마니아들이 모를 줄 알았다.

두 밴드 모두 락 뮤직 정점을 찍고 하향세에 접어들었을 때 미국에서 부상한 밴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I stand alone Feeling your sting down inside of me I'm not dying for it I stand alone Everything that I believe is fading I stand alone Inside I stand alone~]

(당신의 가시가 내 안으로 찔러 들어오는 걸 느끼며 난 그런 걸로 죽지 않아 난 홀로 서 있어 내가 믿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있지만 난 홀로 서 있어 그 깊은 곳에 난 홀로 서 있어...)


관객들이 Godsmak의 ‘I Stand Alone'을 따라 불렀다.

올해 3월에 발매된 앨범에 들어있는 곡인데다가 타이틀 곡도 아닌데...

물론 영화 <스콜피온킹>의 OST로 삽인된 곡이긴 하지만.

영화가 한국에서 그리 흥행대박을 치지도 않았는데 관중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에 류지호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아이돌 음악이 대중음악의 주류로 자리잡아가서면 락 뮤직은 완전히 죽은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여전히 락 마니아들은 건재했다.

유명 밴드의 무대에서는 떼창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관객들이 양쪽으로 편을 갈라 무자비하게 '슬램'을 벌였다.

슬램(slam)은 락 공연장에서 서로 몸을 마구 부딪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UCLA에 다니면서 몇 번 락 공연을 관람하며 별의 별 난장판을 다 경험해 본 류지호다.

한국의 락 페스티벌 마니아들도 진짜 잘 놀았다.

관객들이 반경 1~2m의 원 안에서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서클핏(Circle Pit)이다.

또 슬램과 모슁(Moshing)도 빼놓을 수 없다.

슬램은 주변 관객들과 몸을 부딪치는 정도이지만, 모슁은 곡의 분위기에 맞춰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모슁의 경우 꽤나 폭력적이라 부상자가 생길 수도 있다.

UCLA 공연장에서는 슬램존(Slam zone)이나 모슁을 하는 모쉬핏(Mosh pit)을 따로 지정해서 불상사를 방지하기도 했다.

그 밖에 공연장 중앙을 기준으로 관객들이 둘로 나눠졌다가 일정한 타이밍에 서로를 향해 달려오면서 부딪치는 월오브데쓰(Wall of death)도 있고, 관객들 머리 위를 표류하는 바디서핑(Body suffing)도 자주 볼 수 있는 공연이 락 밴드 공연이다.

무주리조트 락 페스티벌에서는 부딪친 사람이 넘어지면 반드시 일으켜 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부상자 없이 무사히 공연이 이어졌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페스티발 전야제부터 매일 밤 Electric Session이 열렸다.

잠들기에 아쉬운 관객들을 위해 한여름 밤 클럽을 만들어 주었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리듬에 몸을 흔들다보면 여름밤의 무더위가 날아 가버렸다.

류지호와 동생들도 관람객들 사이에 섞여 신나게 놀았다.

한국의 방송에서는 BS E&M 계열의 케이블 음악채널이 녹화방송을 내보기로 했다.

음악방송 엠채널 녹화 카메라 외에도 스펙트럼DVD 촬영팀 카메라도 함께 했다.

SPECTRUM Home Entertainment에서 무주리조트 락 페스티벌 공연실황을 DVD로 발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익사업이라기 보다는 기록용에 가까웠다.


“어?”

“저기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어느 순간 류지호를 알아보는 이들이 생겨났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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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7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0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530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3 23.06.17 2,998 117 25쪽
529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4 23.06.16 2,958 123 26쪽
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9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2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521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3 110 23쪽
520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1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6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0 113 24쪽
517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0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2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8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2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7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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