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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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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9월의 대한민국 매스컴은 부산아시안게임과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 뉴스로 넘쳐났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인터넷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거전략은 여전히 전통적으로 내려온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고유현 후보는 달랐다.

정치인 팬클럽에 시조가 되는 고사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고유현 후보의 팬들은 2030세대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데 능숙했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뭉쳐 경선부터 대선, 그리고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한국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월드컵으로 반짝 인기몰이를 한 대한축구협회장으로 혼전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야당 대선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허우적대고 있었다.

류지호는 고유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입에 담지 않았다.

서울시장에 정의국이 당선되고 이선택이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한국정치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고사모 활동하는 것 보면 역사가 바뀔 것 같진 않지만....”


왠지 이전 삶보다 고사모가 더 필사적인 것처럼 보였다.

당 내에서 고무현 후보 사퇴론, 후보 교체론이 공공연히 터져 나오기 시작했기에 한편으로 역사대로 흘러가는 것 같기도 했지만, 고사모의 규모가 왠지 더 커진 것도 같았다.

가온그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 판세에 휘둘리지 않았다.

조용히 그룹 컨트롤타워 강화와 투자확대, M&A를 시행할 뿐이다.

류지호는 나래안전 시스템과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그룹의 대주주다.

나래안전 시스템 내부문제 해소 일환으로 가온그룹 계열사로의 편입 작업을 착수했다.

채연지가 남편과 함께 에티오피아로 떠나면서 경영에 변동이 생긴 아네모네 프랜차이즈도 그룹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가온그룹의 변화는 재계 주요 이슈다.

과열된 대통령 선거 캠페인으로 인해 금방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분 교환 방식으로 두 기업을 인수합병했기 때문에 당장 류지호가 손에 쥐는 현금은 전무했다.

크게 개의치 않았다.


“덕분에 가온그룹 지주사 지분율을 더 올렸으니까.”


G&P가 가온그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사실상 류지호의 개인회사처럼 지분율이 조정이 되었다.


“이번 계열사 편입으로 자칫 공정거래법 상 일감몰아주기 관련 혐의를 받게 되는 거 아닌가 몰라?”

“수직적 결합에 따른 효율성 증대와 거래비용 절감 등 효과를 생각해 볼 때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내부거래를 하면 됩니다.”


데이빗 브레이텐바크 수석참모의 말한 대로 기업들이 내부거래를 하는 주된 이유는 수직적 계열화를 이뤄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계열사가 R&D, 생산에서 조립, 홍보, 판매, 애프터서비스까지 하나의 라인처럼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수직계열화는 내부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내부거래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같은 그룹 소속이다 보니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거나 내리는 방법으로 분식회계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재벌그룹의 총수가 자녀를 앞세워 본업과 관련 없는 회사를 만든 후 일감을 몰아주고, 그렇게 덩치를 키워 총수 일가의 이익을 늘리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기도 한다.

순환출자가 일반적인 한국의 재벌 기업의 경우는 이익 추구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총수 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확대하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행위로 이어지는 예가 많다.


“그 문제로 시민사회에서 말은 안 나오고요?”

“왜 아니겠습니까. 경제 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쉽게 안 될 겁니다.”

“재벌들이 기를 쓰고 막을 테니까요.”


관련 법률이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다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라고 부르는 내부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한다.

이를 어기면 과징금을 물릴 수 있고, 심하면 실형을 살기도 한다.


“우리가 딱히 신경 쓸 건 아니죠, 뭐.”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지금도 재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무서워 죽겠는데, 굳이 편법까지 쓸 이유는 없어요.”


앞으로 태어날 후계자를 생각하면 고려할 부분도 있었지만, 데이빗 브레이텐바크는 거론하지 않았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가온그룹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내부 거래로 일감을 몰아줘서 류지호 개인이 사적 이익을 얻을 일도 없고.

회사 재산을 이용해 부와 경영권을 편법으로 세습할 일도 없기에.


❉ ❉ ❉


10월 말,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이곳에서 일주일간 세계 최대 게임축제 ‘월드사이버게임즈(WCG)2002’가 열릴 예정이다.

게임 시연부스, 프로게이머 팬사인회, 각종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로 축제 분위기를 달굴 예정이다.

올해 2회째를 맞는 WCG는 45개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게임의 고수 470명이 참가했다.

상금 총액도 30만 달러에 이른다.

이전 삶에서 WCG는 오성전자에 의한, 오성전자를 위한, 오성전자만의 축제였다.

주관사는 오성그룹이 후원하는 임원이 만든 회사였고, 컴퓨터는 오성전자 협찬이었으며, 공식 후원사는 오로지 오성전자뿐이었다.

문화관광부를 슬쩍 끼워 넣어서, 공신력을 얻었다.

개폐막식은 온통 파란색 오성 로고로 도배되었고, 선수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오성전자 제품이었으며, 홍보 부스 역시 오성전자가 가장 컸다.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 게임 두 개 타이틀의 제작사를 빼놓고 오성전자 혼자 다 해먹을 수 없었다.

특히 E-스포츠를 주도하고 있는 가온그룹을 빼놓고 세계적인 이벤트를 벌일 순 없었다.

따라서 주관사인 (주)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에 가온그룹이 지분참여하면서 오성전자와 함께 공식 후원사가 되었다.

사실 오성그룹은 E-스포츠의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세계적인 이벤트를 주관·후원하면 자사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것 뿐이다.

때문에 국내 방송사와 프로게임협회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3D Eye-MAX 단편영화 후반작업 중이던 류지호가 Snowstorm의 마이클 모햄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에서 열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2002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곧바로 인천공항에서 대전으로 내려왔다.


“개막식이 열리기 전 시간이 남을 것 같은데 경기가 진행될 시설 돌아볼 수 있어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주)ICM의 부사장 박진태가 류지호를 수행했다.

박진태는 가온그룹 게임사업팀장 출신이다.

(주)ICM의 대표는 오성전자 비서실 출신으로 컴퓨터 사업부와 해외법인을 거친 인물이 맡았다.


“2000년 17개국의 프로게이머들을 초청하여 시범 대회 성격의 WCG 2000 Challenge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부터 매년 여는 것으로 확정됐습니다. 1회 대회는 전 세계 17만 여명의 프로와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국가별 예선전을 거친 후 37개국에서 선발된 389명의 선수들이 서울에서 본선대회를 치렀습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첫 회 만에 일약 세계적인 대회로 발돋움 하게 되었습니다.”

“관중동원은 당초 기대에 못 미쳤다죠?”


오성과 가온그룹이 합작한 이벤트다.

흥행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자 뒷말들이 무성했다.


“당초 5만을 목표로 했습니다만 홍보도 부족하고 마케팅 등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대략 3만 명 정도 다녀갔는데 마지막 날 스타크래프트의 결승전에는 5천여 명의 관객들이 행사장을 찾아 직접 경기를 관람했을 정도로 큰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올해 대회는 제1회 때보다 더 큰 규모로 열린다.

선수단 규모만 봐도 세계적인 게임대회로 부상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다.


“2회 대회 만에 45개국에서 선발된 5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습니다. 앞서 각국에서 벌어진 예선경기에서는 무려 150만 명의 프로,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참가하여 대회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주)ICM의 부사장 박진태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스타크래프트>, <2002 FIFA월드컵>,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 <카운터 스트라이크>, <퀘이크3>, <언리얼 토너먼트> 등 여섯 종류의 게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총상금은 30만 달러가 걸려있습니다.”

“개인종목 우승상금은 얼마나 됩니까?”

“2만 달러입니다.”

“모든 종목이 개인전과 국가대항전으로 펼쳐지는 겁니까?”

“Halve Games의 <카운터 스트라이크>만 국가대항전으로 진행됩니다.”

“작년에 서울에서의 흥행실패를 했는데 왜 굳이 대전까지 온 겁니까?”

“대전시와 부산시가 대회 유치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대전시의 조건이 좋기도 했고, 과학도시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제1회 대회가 인구 천만의 서울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으로 관객동원에 실패했던 것을 교훈삼아 이번 제2회 대회는 대전이라는 지리적인 상황까지 감안하여 대회 홍보에 더 많은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좋은데,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주에서 열린 락 페스티벌도 5만 명을 조금 넘는 관중을 동원했어요. 더 마이너한 게임대회에 그 이상 모이겠어요?”

“목표로 하는 관객의 수가 20만 명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관람객이 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안 하는 것이 좋으련만.

박진태 부사장이 지나치게 과잉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관 방송사가 다솜입니까?”

“5회 대회부터는 다솜방송도 주관 방송사를 장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상관없어요. 부사장은 가온그룹 사람이라는 생각은 버리도록 하세요.”

“....예?”

“WCG 각 국가 예선과 파이널의 성공적인 개최만 생각하도록 하세요.”

“.....”

“게임대회는 검증되지 않은 행사입니다. 세계적인 규모로 치러내면 E-스포츠의 주도권을 한국이 완전히 잡게 되는 겁니다. 비록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정식종목에 채택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게임대회를 주최하고 선도하는 국가가 한국이란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류지호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세계적인 게임대회 후원이야말로 세계 젊은이들을 공략하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전자제품과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고객은 젊은층이다.

오성전자와 가온그룹이 젊은층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비디오게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게다가 협소한 국내시장을 감안할 때 해외시장 개척은 필수였고.


“부사장은 게임 좀 합니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명색이 게임대회 주관사 부대표란 사람이 시간이 없어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은 사장과 부사장이 다 한답니까?”

"전에 아들 녀석이 하도 게임만 해서 야단을 친 적이 있는데, 아빠가 게임대회를 담당한다고 했더니 코웃음을 치는데.... 얼굴이 다 뜨거워져서.... 하하.“

“게임을 할 줄 모르면 나중에 시범 종목은 어떻게 선정할 겁니까?”

“정식 종목 결정 여부는 얼마나 많은 국가에서 해당 게임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최소 15개국 정도에서 지역 예선이 열려야 정식종목 채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마케팅적 접근이군요. 게임을 즐기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른다면 어떻게 게임 팬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게임을 해봐야 왜 사람들이 해당 게임에 열광하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 노력하겠습니다.”


게임을 잘 알아야 대회를 주최하고 진행을 잘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순 없다.

그런데 게임 자체에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 개최한 대회에 핵심가치가 담길 수 있을까.

겉만 화려하진 않을까.

E-스포츠는 태생부터 게이머들이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을 상대와 겨루는 것에서 오는 감동보다는 다분히 상업적이 성격이 짙었다.

올림픽 같은 순수 체육행사도 점점 상업성에 물들고 있다.

그런 면에서 E-스포츠의 미래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렇다고 상업성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북미의 4대 프로스포츠 리그, 유럽의 프로축구 리그 역시 상업성이 강조되지만, 팬 서비스와 리그 운영에 있어서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스포츠가 가진 순수한 가치가 훼손되지도 않았고.

모든 프로스포츠는 전문가들이 진행한다.

실무자들은 해당 종목을 경험했거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태동한지 얼마 안 된 E-스포츠 분야에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러니 방송사 PD, 방송 해설위원, 기자, 이권단체 떨거지들이 판에 들어와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이전 삶에서 류지호는 WCG 정식 종목들 대부분을 즐긴 경험이 있다.

게임 마니아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순 없겠지만, ICM의 직원들보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있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MMORPG는 아쉽게도 E-스포츠에는 어울리지 않지요. 레이싱 등 일부 대결이 가능한 게임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져야 WCG 정식 종목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일단 10개 국가 정도에 진출하면 시범종목으로 추천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국 게임업체 2곳 정도와 시범종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북미에서 인기 있는 콘솔 게임은 종목에 들어있지 않더군요?”

“올해 한 개 게임 타이틀이 시범종목에 들어가 있습니다. 팬들의 반응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 곳곳에 중계차와 카메라가 보였다.

다솜게임 로고가 새겨져 있다.

2002 WCG의 주관 방송사로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대회기간 동안 <스타크래프트>, <에이지오브엠파이어>, <피파월드컵2002> 경기를 중심으로 WCG 2002 대회의 모든 경기를 중계한다.

아메리카 대륙은 JHO/DirecTV를 통해 방송이 나가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 역시 현지 방송국으로 위성송출할 계획이다.

한국의 대기업 두 곳이 투자한 업체가 주최하는 행사다.

2회 만에 상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규모 또한 상당히 커졌다.

지원만 꾸준하다면 월드컵 축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더 나아가 월드컵 정식종목 채택도 결코 꿈은 아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류지호는 다솜방송TV 중계진들을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했다.

중계 카메라 사이에서 반가운 브랜드가 눈에 띠었다.

바로 DALLSA와 Origin 로고다.

중계방송에 동원된 카메라 가운데 스튜디오용 스탠더드 카메라 두 대가 디지털 카메라였는데, DALLSA D-Cinemas 제품이다.

일본 푸지TV에 납품했던 것과 같은 스펙의 카메라였다.


“GABS 특허 출원 건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GABS(Game Analysis Broadcasting System)는 PC게임 상의 자원량, 인구수, 유닛 체력, 각 유닛 정보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다솜게임TV와 가온디지털 연구소가 함께 개발한 게임중계방송 전문 시스템으로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


“곧 등록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디지털 방송기술인 버추얼 스튜디오와 실시간 게임 옵저버 영상을 결합하는 기술도 완성단계에 근접해있습니다.”

“Origin 스탠더드가 동원된 거 보니까 HD 화질로 전송하는가 봅니다?”

“이번 대회 중계방송을 통해 HD 방송도 시험하게 되며, 그간 쌓은 모든 게임 방송 노하우를 총동원할 계획입니다.”


대전 엑스포 현지중계차와 서울 다솜게임 스튜디오를 직접 연결해 시청자들이 경기결과와 진행사항은 물론, 생생한 현장스케치와 뒷이야기들까지 WCG의 다양한 소식들을 매일저녁 4시간동안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고, 대회의 마지막 날에 펼쳐지는 대회의 하이라이트 경기인 <스타크래프트> 결승전과 폐막식은 현장에서 직접 생중계할 계획이다.

준비를 착실히 한 것 같아 류지호는 흡족한 마음으로 중계차를 빠져나왔다.


그 날 저녁.


대전엑스포 과학공원 아트홀에서 2002 WCG 개막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개막식에는 전 세계에서 출전한 45개국 500여 명의 선수와 WCG 조직위원회의 공동위원장, 대전 시장, 류지호, 오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한국 주재 고위외교관 및 유명 IT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문화 축제 WCG 2002의 성공적인 개최와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및 화합을 기원했다.

한국 E-스포츠협회는 WCG에 한 다리 걸칠 수조차 없었다.

가온과 오성이 그들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개막식이 전 세계에 중계됐다.

대회를 주관하는 국가이자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드높였다.

실제 위성TV나 케이블 채널로 방송되는 지역은 북미와 유럽의 일부 국가에 한정되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대회를 볼 수 있으니 전 세계 게임 마니아 수천 만 명이 WCG2002를 함께 할 것이니 상관없었다.


‘대전시와 주관사가 동원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참 대단한 규모이긴 하네.’


개막식을 보기 위해 찾아온 수천 명의 게임 팬들을 보며 류지호가 든 생각이다.

한편으로 사명감 비슷한 감정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전 삶에서 E-스포츠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방송사→협회→제작사 순으로 권력이 옮겨갔다.

류지호는 협회를 제외하고 제작사, IP, 방송사까지 다 가지고 있다.

협회 나부랭이 전부가 달려들어도 어쩌지 못하는 가온그룹도 소유하고 있다.

E-스포츠란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개발사에게 강력한 권력이 있다.

게임이 인기가 없어지거나 서비스 종료하면 해당 게임의 E-스포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협회나 행정기관이 뭔가를 해봤자 개발사 측의 협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공공재 같은 헛소리나 해쌌고 말이야....’


결국 협회나 한국 문화관광부 같은 기관이 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 뿐이다.

프로게이머 선수의 권리 보호와 지속적인 E-스포츠 환경의 유지·강화다.


‘게임계에 발을 담갔으니, 앞으로 속 좀 끓겠지.....?’


비디오게임에 대한 정부의 간섭, 게임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80년대 오락실 게임시절부터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90년대 말 1가구 1PC 운동이 본격화됐다.

그때부터 학부모들은 자녀가 하라는 공부는 않고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공부를 안 하게 되는 것을 우려했다.

게다가 난립하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싸운 사람, 수십 시간 연속으로 게임을 하다가 사망한 사람, 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수시로 학교에 결석하는 학생, PC방비를 마련하고자 동급생에게 돈을 강요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학생 등 뉴스가 강조됨으로써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게임 중독’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언론과 시민단체, 학부형들 사이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공포감이 확산되기 시작함에도 국내 게임업계 당사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199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게임 업계에 제대로 된 협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의견과 목소리를 통일하지 못하고 제각각 따로 놀고 있다.

참고로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후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출범한 때는 2004년 4월이었다.

1999년 <혈맹>의 ‘현피 사건‘이 주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로 걸핏하면 게임에 대한 안 좋은 뉴스가 나오고,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차원에서 게임의 건전성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널리 홍보도 하고, 또 학부모와 시민 및 종교단체를 상대로도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어서 공론화하는 과정을 진행해야 했다.

또 업계가 기금도 마련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게임 중독 치료 및 장학금 제도 지원 등도 하고,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가해서 눈도장도 받고 그래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사실 게임계만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 영화계도 개판 오 분 전에서 이제 겨우 뭔가 체계가 잡혀가고 있으니까.’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자신들이 하기 달렸다.

‘게임 중독‘이란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 방어를 해야 하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검증된 자료나 전문가들을 초빙해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류지호가 보기에는 무척 이상했다.

이 시기 게임업계 주요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최고학벌의 엘리트들이다.

학부모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게임중독 같은 음험한 선동이 게임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을 정도로 당장의 문제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인지.

무관심하거나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암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게임에 몰입해 개선이 필요한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사람의 숫자는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자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가령 나이가 들면서) 제 자리로 돌아가는 사례가 훨씬 많다.

‘게임 중독‘이라는 것에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도 않고,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누구도 자신 있게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2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을 정도다.

류지호가 보기에 ‘게임 중독‘이란 용어는 매우 음험했다.

작명이 대상의 속성이나 의미를 바꾸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로운 현상에 이름을 짓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부정적인 믿음에 근거해 게임을 ‘중독‘이라고 판단할 경우 개인에게 발생하는 모든 증상을 게임과 연관시켜 환자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국내 게임 정책 뒤에 의학계의 의견이 반영될 소지가 있다는 의심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팀장 고현준의 말이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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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2) +4 23.06.26 2,879 111 26쪽
536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1) +5 23.06.24 3,010 115 24쪽
535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9 23.06.23 3,025 116 27쪽
534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9 23.06.22 2,947 115 26쪽
533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6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0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530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3 23.06.17 2,997 117 25쪽
529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4 23.06.16 2,957 123 26쪽
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9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1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521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3 110 23쪽
520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0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6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0 113 24쪽
517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0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1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6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2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6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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