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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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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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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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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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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측근들에게 먹음직한 케이크와 무거운 숙제를 동시에 안겨준 류지호는 한국에서 날아온 GOM Cinemas 수뇌부와 변호인단을 펜트하우스에서 만났다.

에이든 해멀스와 Hamels Capital Management 법률자문팀도 합류했다.

Loews Cineplex 인수협상 마지막 날 나용근 사장이 중얼거렸다.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네.”


여유만만한 류지호와 에이든 해멀스와 달리 오동석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류지호는 오동석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든든한 변호사만 몇 명인데. 어차피 우리 의견은 대부분 관철되었잖아. 저들은 파산한 회사를 사들여 이익실현을 하고 빠지는 거라고.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오동석이 손에 들고 있던 생수를 단번에 입안에 들이부었다.


“솔직히 저는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입니다. 너무 떨려서. Loews라니.... 이런 덩치의 회사를 인수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서명의 잉크가 마를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하던 에이든 해멀스가 입을 열었다.


“Jay."

“응?”

“좋은 만년필 준비 했어?”

“계약서 서명할 때 사용하는 전용 만년필을 가져왔지.”


류지호가 사인할 일은 없다.

다만 무조건 인수합병이 확정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에이든이 하는 말 들었지?”

“세상일이라는 게 항상 마음처럼 되지는 않다 보니....”

“나하고 사업 시작하고 나서 계약단계에서 엎어진 적 있어?”

“그랬던 적이... 없습니다.”


어느새 굳어있던 오동석의 표정이 풀리고, 긴장으로 잔뜩 굳어져 있던 어깨도 내려왔다.

All-Season Hotel 펜트하우스의 접견실.

GOM & Helemls 컨소시엄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중요한 자리다.

바로 Loews Cineplex의 인수합병이 가계약이 체결되기 때문이다.

시작은 인사와 함께 가벼운 간보기가 진행됐다.


‘별일 없겠지.’


실무자들끼리 대부분의 사안은 합의를 끝냈다.

괜히 분위기 잡아봐야 컨소시엄이 양보할 것도 더 내줄 것도 없었다.

Loews Cineplex 협상단을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징징거렸다.

결국 GOM & Hemels 컨소시엄은 최종적으로 기존 제안보다 2,000만 달러를 보탠 13.6억 달러에 서명했다.

Loews Cineplex의 노조는 자금력 있는 거대 기업의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했다.

컨소시엄은 기존 직원의 고용 승계 보장으로 화답했다.

극장업계에서 대형 M&A 최종 서명이 진행될 즈음 뜬금없이 캐나다 극장업계에서 군소 멀티플렉스 업체 갤럭시 엔터테인먼트의 매각 소문이 퍼졌다.


❉ ❉ ❉


“후아! 진짜 여길 차지하다니. 정말 재벌이 된 것 같아.”

“같구나가 아니라 정말 된 거야. 오동석 사장님.”


오동석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하하.


사장이라니...

오동석의 팔에 오돌토돌 닭살이 돋아났다.

인수합병 계약이 체결되고 류지호가 오동석를 데리고 토론토 북쪽에 위치한 도시 본(Vaughan)으로 넘어왔다.

UFO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멀티플렉스 Colossus를 함께 돌아봤다.

1999년에 문을 연 멀티플렉스 브랜드 Colossus는 19개의 스크린을 가진 대형 복합상영관이다.

Eye-MAX 본사가 있는 온타리오 주답게 캐나다 멀티플렉스 최초로 Eye-MAX 3D 상영관이 들어섰고, 밴쿠버의 랭글리 Colossus와 함께 오리지널 Eye-MAX 70mm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GOM Cinemas에 Loews Cineplex가 합병되면서 캐나다 멀티플렉스 브랜드 Colossus도 함께 품에 안겼다.

Colossus 브랜드 극장은 본, 밴쿠버, 몬트리올 세 곳에 존재했는데, 각각 19·18·17개 스크린을 보유한 대형 복합상영관이다.


“사장의 경영수완에 수천 명 직원들의 가정이 달려 있는 거야. 정말 열심히 해야 해.”


열심히 하라는 말에 오동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좋아할 일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일복이 터졌으니까.”

“새로운 시대로 가는 배가 출항하는 시점이지.”


세계 영화의 변방 한국의 멀티플렉스 체인이 북미 5~7위 권 극장을 집어삼켰다.

회사 안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오동석은 한국 사업 총괄에서 새로운 법인 GOM Cinemas International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류지호는 오동석을 스카우트 하면서 한 약속을 지키게 됐다.

앞으로 세계 최고의 멀티플렉스 브랜드로 키우는 것은 오동석의 몫이다.


“북미극장들의 구조조정은 에이든과 복귀하는 경영진과 의논해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소닉 측에서 임명한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북미 법인 수뇌부에 갤럭시 엔터테인먼트 최고위직들이 Loews Cineplex로 화려하게 복귀할 예정이다.


“유럽은 어떻게 할까요?”

“Loews의 해외 극장 지분은 계속 늘려가도록 해. 5년 안에 스페인, 헝가리, 터키 극장을 완전히 GOM Cinemas에 편입시켰으면 좋겠어.”

“뭔 놈에 극장 브랜드가 백화점인지..... 참.”


Loews Cineplex 미국법인은 Loews 브랜드로 단일화가 되어 있지만, 캐나다 법인은 잦은 인수합병으로 Galaxy, Cineplex Odeon, SilverCity, Cinema City, Famous Players, Colossus, Scotiabank Theatre, Cineplex Cinemas 및 Cineplex VIP Cinemas 등 다양한 브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통합브랜드로 운영할 것인지, 현재 체제대로 각각의 개성을 존치할 것인지.


“그거 정리 잘해야 돼. Loews에 이어서 갤럭시 엔터까지 합병하면 캐나다 극장 점유율 70%야. V&ACOM이 독과점으로 시비 걸 수 있어.”

“지들도 극장을 늘리든가. 투자는 안 하면서 시비를 건단 말입니까?”

“캐나다에서 매출 떨어지는 극장들 잘 추려놨다가 독과점 이슈가 터지면 매각하든가 해.”


결론적으로 류지호의 우려는 기우에 그치고 만다.

10년 이상 Loews에 속해 있던 캐나다 극장은 독과점에 가까운 호황을 누리게 된다.

후발 사업자들이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세 개 브랜드가 캐나다 극장업계를 나눠먹는다.

GOM Cinemas 캐나다는 독보적인 멀티플렉스로 승승장구하며 30년 가까이 전성기를 이어간다.


“앞으로는 해외출장 다닐 때 경호원 데리고 다니고.”

“....경호원?”

“멕시코 지점들이 수도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해도 위험한 동네잖아. 유럽이나 홍콩은 또 어떻고.”

“JHO Security와 계약해야겠지요?”

“맘대로 하세요. 사장님.”

“그놈에 사장 소리 좀 그만 해주시죠.”


류지호가 오동석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그럼, 보스는 어때?”

“됐습니다. 보스!”


두 사람이 온타리오주에서 영업 중인 Loews Cinplex 계열 극장들을 돌아보는 사이 GOM Cinemas의 Loews Cineplex 인수합병 내용이 공식발표 됐다.


[세계 영화의 변방, 한국이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공습하다!]


16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 둔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다.

한국 모 일간지의 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처럼 이름 없는 아시아의 한 기업이 북미의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을 인수합병해 세계 7대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들의 반응은 흡사 오성전자가 D램 부분 전 세계 점유율 1위, 경일건설 중동 세계 최대 규모 공사 수주, 대유중공업 초대형 쇄빙선 건조 수주 등을 따냈다는 뉴스를 접한 후의 반응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JHO를 잘못 표기한 줄 알았다.

그럴 정도로 한국영화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스페인, 터키, 헝가리 같은 나라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기업이 자국 극장을 소유한 대형 멀티플렉스를 인수한 사실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인수 기업이 최연소 억만장자 타이틀로 유명한 영화감독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인 것이 알려지자 납득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2001년까지 Loews Cineplex의 최대 주주였던 소닉과 워너-타임은 땅을 치고 후회했다.

파산구제 신청을 하고,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폐지 까지 되자,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영화 업계의 거물이 되어버린 류지호 소유 기업에 매각되었으니 배가 아픈 한 편 이른 시간에 멀티플렉스가 정상화될 것이란 생각에 성급한 지분 매각결정을 후회했다.

영화산업 분야에서 넘버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JHO Company에게도 이로운 일이 되기에 더욱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뉴욕에서는...


[한국의 초식공룡이 미국의 육식공룡을 잡아먹다.]


뉴욕포스트의 기사 헤드라인을 눈으로 훑은 대니얼 그레이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피식.


웃긴 녀석이다.

파커와 그레이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이라도 치려는 것일까.

난데없이 캐나다 최대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를 끌어들였다.


“감이 좋아 감이....”


워싱턴 정가와 재계 일각에서 류지호에게 점잖게 충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여기저기 휘젓고 나니는 모습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백인 엘리트들 사이에서 류지호의 행보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출신의 애송이와 이익을 나눠 갖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미국과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대해 류지호와 의견조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빴다.

주류 백인사회에서 류지호의 포지션은 성공한 아시안 또는 근면하며 모범적인 아시아계 시민일 뿐이다.

명예 백인이라며 낮춰본다.

류지호라는 성공한 아시안은 인종차별을 덮는 예쁜 포장지다.

주류 백인사회의 공간을 조금 내주고 흑인들의 불만과 분노를 대신 감당하도록 하는 절대 백인이 될 수 없는 명예 백인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깟 멀티플렉스 사업.....’


포화상태에 이른 극장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미국 주류 입장에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지난 70년대 막대한 경제력으로 서구를 위협한 일본처럼 한국이 신흥 경제국에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 미국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소위 ‘황색 공포’가 문제다.

자금력으로 무장한 류지호가 미국의 4대 지상파 방송사 혹은 Tox Media 규모의 대형 케이블 네트워크를 욕심낸다면.... 결과는 파국뿐이다.


‘유니벌스 뮤직까지 인수하려고 한다....?’


유니벌스 뮤직에는 주요 기관투자뿐만 아니라, 미국 정재계 권력자의 차명 지분이 꽤나 많다.

90년대 이전까지 빌보드 싱글차트는 평균적으로 1년 동안 20여 개의 1위곡이 만들어졌으며 많을 때는 30개 이상의 1위곡들이 양산됐다.

1992년부터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0주 이상 장기 집권하는 명곡들이 많이 쏟아졌다.

밀레니엄 전까지 음반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미국의 유력자들이 전 세계 3대 음반레이블(유니벌스, 워너-타임, 소닉)의 지분을 차명으로 많이 사들였다.

그 같은 내막을 알고 유니벌스뮤직그룹을 노렸다면 아주 영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녀석은 비상장을 고집하기도 하고.’


미국 기득권들은 류지호를 혼내줄 것이 아니라 유니벌스뮤직그룹을 인수·합병하라고 격려해야 할 판이다.

알짜배기 비상장기업에 안전하게 돈을 묻어둘 수 있을 테니까.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에도 미국 유력자의 비밀스러운 자금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그런 기업은 웬만해서는 증권거래소에 공개될 일이 없다.

유니콘기업인데 돈세탁의 천국인 델라웨이 주로 본사를 옮기고 비상장기업으로 남아있다면, 정치인들의 은밀한 자금이 잠겨있는 기업으로 의심해 볼 만 하다.


씨익.


대니얼 그레이엄의 입가에 맺힌 진한 미소가 마치 맹수의 비웃음 같았다.

감당할 수 없는 맹수는 결국 사육사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법이다.

외손녀가 녀석과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레이엄과 파커 내부적으로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자신의 자식들보다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니까.

슈퍼리치로서 갖춰야 할 시스템도 얼추 다 갖췄다.

일시적으로 주저앉을 순 있어도 길거리로 나앉을 일은 절대로 없다.


'아직 전성기에 도달하지도 않은 것 같고 말이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생각이 빤히 보이던 녀석이었다.

재계의 정점에서 군림하고 있는 본인조차 녀석의 의중을 점점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포커페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 제일 위험하다.

비즈니스에는 파격이 있을 수 없다.

파격은 결국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내가 우주선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는 관심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 MARS-X 라는 벤처에 투자를 했단 말이지?’


괘씸했다.

녀석이 실리콘밸리 투자로 제법 이익을 봤고 엔젤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MARS-X란 벤처에 대한 투자는 꽤나 파격적이었다.

만약에 Hughes Aircraft보다 류지호가 투자한 벤처가 우주항공분야에서 더 성과가 좋다면 그때 가서 집어삼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대니얼 그레이엄이다.

그 과정에서 위성사업을 막내아들을 통해 넘겨준 것처럼 필요 없는 사업을 던져줌으로써 생색을 낼 수도 있고.


‘꼬맹아, 너를 한번 믿도록 하마.’


대니얼 그레이엄은 언제나 자신의 통제대로 흘러가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다.

류지호가 손녀사위가 되는 것과, 사업 분야에서 경쟁관계는 전혀 다른 문제다.

혹자들은 약육강식의 진리가 제국주의의 종말로 희미해졌다고 한다.

천만에 말씀이다.

오직 힘의 논리만 통하는 정글의 법칙은 인간사회에서 절대 약화되거나 없어질 수 없다.

세상의 인심은 냉혹하다.

암탉이 병아리를 낳았는데 키우는 과정에서 병든 병아리가 발생하면 건강하고 힘 있는 병아리들이 병들어 약한 병아리를 쪼아 결국 그들 무리 밖으로 쫓아낸다.

힘이 없으면 힘 있는 자의 먹이라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대니얼 그레이엄은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가장이 처자식을 위해 냉혹한 전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

류지호가 생존을 위해서는 정의와 명분을 언제든 집어치울 수 있는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그는 알지 못했다.


❉ ❉ ❉


대니얼 그레이엄의 집무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블록의 G&P 빌딩.


벌컥.


캐서린 파커의 집무실로 매튜 그레이엄이 예의 없이 들이 닥쳤다.


“어떤 무례한.....!”

“워워. 진정해 캐서린. 나야.”

“맷, 죽여 버릴 거야!”

“진정해!”


매튜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항복 표시를 해보였다.


“신경 거스르지 말고 당장 나가!”


캐서린이 화를 내든지 말든지 매튜가 서류를 낚아채 훑었다.


“빌딩 구입하게?”

“.... 돌려 줘!”

“메디슨 스퀘어 가든 근처에 있는 빌딩인가? 트로피타워? 이건 5번가에 있는 건물이고. 뭐야 이건 뉴욕 타임즈 빌딩 아냐? 원 타임스스퀘어?”


휙.


캐서린이 매튜의 손에서 서류를 다시 찾아왔다.


“언제까지 그렇게 가볍게 처신할래?”


캐서린은 뻔뻔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동생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사람이 변하면 그 때는 죽을 때래. 그러려니 해. 그나저나.... 매물로 나와 있는 맨해튼의 빌딩이 꽤 되지?”

“Loews 인수는 뭐야?”

“그렇게 됐어.”

“뭐가 그렇게 돼? 왜 나와 제임스는 그런 중대한 사안을 알지 못했지?”


매튜가 왼손을 들어 보였다가 다시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내 동생이 한 말이야.”

“극장 사업은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이 멍청이들아!”

“다들 포화상태라 몇 개 더 망해야 한다고 하긴 하더라.”

“왜 소닉과 워너-타임이 손을 털고 나왔겠어?”

“그건 걔들이 무능해서고. Jay는 페가수스의 주인이야. 젊고 활력 넘치는 페가수스와 그 놈의 주인은 지칠 줄 몰라.”

“유니벌스는?”

“....응?”

“Compagnie ViVo의 영화사업을 왜 건드리고 있는데?”


캐서린은 JHO가 노리고 있는 것이 영화 사업으로 알고 있었다.

대니얼 그레이엄이 알고 있는 것을 G&P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최소한의 보안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모양이다.

유니벌스뮤직그룹 인수는 언론 빼고 다 가진 공룡 미디어의 탄생을 알리는 빅 이슈다.

관련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MSM이 다시 빅7에 편입되기라도 하면, 트라이-스텔라가 그 쪽이 가진 영화 라이브러리를 못 먹으니까.”


매튜는 친누이에게도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FCC에서 허가하지 않을 걸?”

“그럴지도.”

“유니벌스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아?”

“뭐 그렇다네.”


건성으로 대답하는 매튜의 태도에 캐서린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넌 도대체 아는 게 뭐야?”

“그 건은 메타보이 회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물밑에서는 스탠 크레이그가 유니벌스뮤직그룹 인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오너의 허락도 없이?”

“설마 그러려고. 나도 그 건에 대해서는 잘 몰라.”

“한국의 사업이 14억 달러짜리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견실하다는 거야?”

“누나는 아직도 Jay가 어린애로 보여?”

“Jay 답지 않으니까 그렇지.”

“Jay 다운 게 뭔데?”


그렇게 물어오니 캐서린은 대답할 말이 궁했다.


“평소에는 게으른 사자처럼 잠만 자다가 사냥할 때만 되면 표범처럼 날래지. 영화 할 때는 부지런한 개미 같지만.”


절레절레.


캐서린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가로 젓고는, 화제를 돌렸다.


“해멀스와의 합작은 또 뭐고?”

“Jay의 룸메이트 에이든은 애송이지만, Hemals Capital 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왜 GARAM도 아니고 G&P도 아니었냐고!”

“왜 꼭 두 금융사와 합작을 해야 하는데?”

“사춘기야?”

“절대 아니지.”

“그럼 왜?”

“대학부터 인연을 이어 온 믿을 만한 친구와 스몰 비즈니스를 함께 할 수도 있지.”

“14억 달러짜리가 언제부터 스몰 비즈니스가 됐는데?”

“가온 컴퍼니도 자산만 놓고 보면 100억 달러 넘겼거든.”

“경영이 정상화 되면 뉴욕 증권거래소에 다시 공개할 생각이래?”

“아직은 알 수 없지. 올 해는 구조조정에만 매달려야 할 것 같아. 이전 경영진들이 무리하게 체인망을 확장하면서 회사 사정이 엉망진창이거든.”


90년대 멀티플렉스 간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시장성도 없는 지역에 대형 복합상영관이 우후죽순처럼 건립되었다.

파산 한 Loews Cineplex는 법정관리 기간 동안 50개 극장을 폐쇄했다.

향후 25개 극장, 130여 개 스크린을 더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제임스와 난 몰라. 너희들이 알아서 해.”

“그러시든가. 근데, 뉴욕타임스 빌딩은 안 팔아.”

“네가 무슨 상관인데?”

“우리 것이니까.”

“....뭐?”

“작년에 구입 했어.”

“JHO에서?”

“GARAM이 사들였지.”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구 뉴욕타임스 빌딩, 현 원 타임스 스퀘어(One Times Square).

타임 스퀘어 중앙에 위치해 건물 한 면이 온통 광고판인 길쭉한 삼각형 모양의 25층 빌딩인 원 타임스 스퀘어 빌딩은 영화와 TV시리즈에 단골로 등장해 전 세계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빌딩이다.

1904년 빌딩이 완공되었을 때는 뉴욕 타임스가 사용했기 때문에 뉴욕 타임스 빌딩이라고 불렸으나, 1913년 뉴욕 타임스가 근처 빌딩으로 옮겨가면서 원래 명칭인 원 타임스 스퀘어로 다시 불리고 있다.

1995년 투자은행 Lehman Brothers가 건물을 매입해 광고판을 설치한 이후, 현재까지 건물 임대보다 광고판 임대로 나오는 수익이 훨씬 컸다.

이후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부동산 투자 및 운용회사에 1억 1천만 달러에 다시 매각했다.

비록 시세차익을 거두지 못했지만, 2년 동안 광고판 임대 수익으로 손실을 입진 않았다.


“제임스타운이 원 타임스 스퀘어를 매각했다고?”

“걔들이 DM빌딩을 구입할 생각인 모양인데, 자금이 많이 부족한 가봐.”

“왜 언론에서는....”


당연히 거래비밀 조항이 들어가 있다.


“매물로 나온 DM빌딩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회사가 제임스타운만이겠어?”

“얼마에 매입했는데?”

“알려줄 것 같아?”


GARAM Invest 부동산 투자팀은 원 타임스 스퀘어 빌딩을 1.7억 달러에 구입했다.

이전 투자회사가 1.2억 달러에 매입했었다.

5년 간 매년 300만 달러 이상의 광고판 수익을 거뒀다.

닷컴버블 붕괴로 주식시장의 돈들이 대량으로 빠져나가고, 9·11테러의 영향으로 맨해튼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여러 투자회사들이 노리고 있는 50층짜리 랜드마크 DM빌딩은 최소 9억 달러 거래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부동산 투자회사는 대부분 달려들 만한 매물이다.

매튜 그레이엄이 시큰둥한 태도로 물었다.


“아까 파일에서 본 트로피타워는 어때?”

“32가에 있는 빌딩?”

“그것도 매물로 나와 있을 거야. 6.7억 달러 선에서 매입할 수 있을 걸?”

“소유주는?”

“맷라이트.”

“단독? 패키지 딜?”

“나도 모르지.”

“트로피빌딩이 30층이었나?”

“그럴 걸?”

“요즘 펜트하우스 시세는 어때?”

“난 부동산 딜러가 아니야. 그걸 왜 내게 물어.”

“넌 도대체 아는 게 뭐야?”

“거 참 까칠하기는....”


갑자기 유치해지기 시작했지만, 남매라고 보면 딱히 이상한 모습은 아니다.

암튼, 남매는 그레이엄 가문 선조들이 입에 달고 다녔던 ‘부동산은 그 주인을 속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굳게 믿고 있다.

그 피가 어디 갈까.

부동산에 애착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레이엄 가문 사람이 으레 그렇듯 쓸 만한 부동산 매물이 나오면 망설임 없이 매입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안전자산으로 땅과 건물에 투자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 ❉ ❉


한동안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GOM Cinemas가 큰 화제였다.

나용근 사장은 물론 WaW 엔터테인먼트 박건호 대표까지 온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Loews 인수와 관련해 어떤 보도 자료도 내지 않은 건 보안 때문이 아닙니다.”


박건호 대표의 말에 시네마21 문혜정 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에 하나라도 인수가 실패했을 때 사람들이 실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비웃음이 아니라 실망?


“기업 인수합병이란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실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하지만.... 세계 시장 진출이 실패하게 되면 우리 영화계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게 될까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요.”

- 어떤 부정적인 메시지요?

“충무로는 아직 안 되는 구나... 하는.”

- 패배의식 같은 거요?

“충무로는 내실을 다지는 한편으로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메이저라고 하는 WaW가 해외 사업에서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 같은 동력이 한풀 꺾일 것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지요.”


문혜정 기자는 지나친 자신감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충무로와 WaW를 동일 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크게 영양가가 없다는 판단에 화제를 돌렸다.


- 10년 넘게 류지호 감독님을 봐 오셨어요. 대표님이 보시기에는 어떤 분이세요?

“말이 필요 없죠.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에 가서 투자를 받아왔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마다 한결같이 기가 막혀 했는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어떤 생각이요?“

“저런 결기라면 뭘 해도 해내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겠구나.”

- 실제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면서 많은 일들을 했죠. 지금도 하고 있고.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바보처럼 우직하게 포기하지 않아요, 우리 감독님은.”


우직하다는 것은 투자성향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한 번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주가가 떨어지든 오르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래도록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유명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강조하지만, 아무 종목을 장기간 묻어두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종목에 따라서는 올라가는 듯 하다가 하락세로 돌아선 뒤 끝까지 반등하지 못한 채 상장 폐지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류지호가 투자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게 엄청난 가치로 껑충 뛰어올랐다.

장기투자가 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류지호는 답을 알기에 주식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세상의 어렵고 힘들 일들은 전부 그런 바보들이 해결합니다.”

- WaW 사람들하고 인터뷰하면 류지호 의장 아니 감독님을 매우 신뢰하더라고요.


광신도 같다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믿을 사람 한명만 꼽으라면 류지호라고 말하겠습니다. 아마 그렇게 말할 사람을 대보라고 하면 일일이 셀 수도 없을 겁니다. 하하.”


원래 모시는 사람에 대해 나쁜 말을 할 리가 없지만, WaW 엔터테인먼트 소속원들은 그 정도가 심했다.


- 공식 인터뷰는 모두 끝났고요. 혹시 덧붙여서 하실 말씀 있으세요?

“인생은 결국 부메랑입니다. 눈앞의 유혹이나 이득에 휘둘리지 않고, 늘 정직한 마음가짐으로 남들에게 베풀며 살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죠. 그건 경영이든, 삶이든 똑같이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시네마21과 인터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무리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해도, 살면서 자신만의 신념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박건호 대표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느껴지는 확고한 소신과 그에 맞춰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난 후, WaW 엔터테인먼트의 저력이 그의 강직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꾀하는 자세, 그리고 배움에 대한 쉼 없는 열정을 원동력으로 삼는 한, 박건호 대표의 전성기는 꽤 오랫동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씨네마21 문지혜 기자.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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