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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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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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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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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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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 1998년, 미국 최대 VFX 스튜디오 Boss Film Studios가 문을 닫았다.

이후로 LMI와 Hues & Rhythm Studios가 할리우드 최고 VFX 업체의 지위를 놓고 경쟁중이다.

류지호가 오랜만에 방문한 Hues & Rhythm Studios는 업무가 난잡했다.

작업공간이 모자라 그때그때 인근의 사무실을 임대해서 사용하다 보니 원활한 소통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빨리 Playa Vista로 이주를 하든지 해야지, 원....’


수많은 중소 VFX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Hues & Rhythm Studios만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VFX 업계 전체적으로 저가 경쟁이 치열했다.

제살 깎아먹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Hues & Rhythm Studios는 VFX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변신해야만 한다.


“....음.”


Hues & Rhythm Studios 자체 시사실에서 류지호의 불편한 헛기침이 나왔다.

애니메이션 <타이탄AE>가 영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사운드가 입혀지지 않은 내부 시사용임을 감안해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PARKs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던 프로젝트였다.

Hues & Rhythm Studios로 넘어오면서 3D 애니메이션으로 변경됐다.

셀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했던 걸 폐기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감독과 주요 스태프도 모조리 교체하면서 인건비도 늘었다.

예산은 두 배로 뛰었고, 제작 기간까지 2년이 넘게 더 소요됐다.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 결과 올 여름 Eye-MAX 3D 포맷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본전치기만 하자. 난 욕심 없다.’


본인의 눈높이가 너무 높은 걸 어쩌랴.

<빅히어로>, <드래곤 길들이기> 수준을 기대한 류지호 자신이 어리석었던 거다.

2D와 3D를 융합해 제작된 <타이탄AE>는 이전 삶에서 박스오피스 폭탄을 터트렸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그걸 가져다가 3D 애니메이션용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적용해보고, Eye-MAX 포맷도 적용해 보았다.

예산은 무려 9,3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작년 여름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Azuresky Studios의 <아이스 에이지>의 7,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잘 봤어요. 다음에 보러 또 올 게요.”


류지호는 특별한 언급 없이 회사를 빠져나왔다.


‘이전 삶의 완성보다는 높긴 할 텐데....’


류지호로서는 관객에게 충분히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9,000만 달러로 <타이탄AE> 설거지 떠안고, Azuresky를 얻었으면 남는 장사일까.’


애써 긍정적인 희망회로를 돌리며 JHO/DirecTV 본사로 발길을 돌렸다.

얀 호퍼가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으로 복귀하고 새로운 CEO로 취임한 척 캐리의 첫 일성은 악화일로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남미사업 부문을 회생시키자는 것이었다.

취임한지 1년도 안 되어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짧은 기간 가입자 180만을 폭증시켰다.

2003년 1월 현재, 경쟁위성 사업자 EchoSatellite의 방송망에 편입된 도시는 100개다.

후발주자인 JHO/DirecTV는 현재 기준 74개다.

라이벌 EchoSatellite의 작년 매출은 대략 50억 달러였다.

반면에 JHO/DirecTV는 그들의 두 배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에서도 JHO/DirecTV가 1,200만 명을 기록해 EchoSatellite의 900만 명을 훨씬 앞질렀다.

가입자 1인당 매출은 EchoSatellite가 51달러, JHO/DirecTV가 64달러다.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이 EchoSatellite는 위성방송 수신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수신기에는 TV 프로그램 100시간 분량 녹화가 가능한 디지털 비디오 리코더(DVR)도 내장돼 있지요.”

“JHO/DirecTV는 500달러에 수신기를 팔고 있던가요?”

“그렇습니다.”

“자칫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고 현 상황이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4분기 EchoSatellite 신규 가입자는 21만 명 증가한데 반해, JHO/DirecTV는 같은 기간 35만 명이 늘었지요. 수신기 무료 제공이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EchoSatellite가 실적발표한 날 주가가 폭락했겠군요?”

“13% 하락한 것으로 압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EchoSatellite가 훨씬 앞 서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급격하게 경쟁의 추가 JHO/DirecTV로 기울기 시작했다.

EchoSatellite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각종 할인행사와 무료 사은품 증정 등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나는 2008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위성을 더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EchoSatellite보다 많은 지역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위성 숫자를 늘리는 것은 계획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고, The News Media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보유한 글로벌 위성방송망을 활용한다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PARKsTV의 35개 지역방송국과 6개 케이블 네트워크에 JHO/DirecTV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낼 수도 있습니다.”

“The News Media 그룹에 거래를 제안할 정도로 발언권이 유지되고 있습니까?”

“체닌 회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입니다.”


로버트 폭스를 생각하면 The News Media와는 상종도 하기 싫은 것이 류지호의 솔직한 심정이다.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 비즈니스를 처리할 수는 없다.


“위성서비스는 원래 인터넷 망을 제공할 수 없어서, 인터넷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망사업자들이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위성 TV라는 서비스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기 있는 채널 다수를 취약 지역까지 서비스할 수가 있어서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팔(八)자 모양의 끝이 위로 꼬여 올라간 멋들어진 카이저 콧수염으로 인해 권위적이고 마초성향에 찌든 인물일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

성격 좋은 백인 삼촌 같았다.


“나는 언제나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고 믿어왔고 실제로 그에 맞춰 행동하려고 합니다.”

“EchoSatellite의 공세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죽자고 달려들면 그들은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류지호는 척 캐리 CEO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위성사업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 ✻ ✻


미국으로 돌아온 김에 엘사군도를 시작으로 산타모니카, 밴 나이즈, 선셋 스튜디오, 어바인의 회사들을 두루 돌아보았다.

겨우 몇 달 LA를 떠나 있었다.

각 계열사마다 직원들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회사가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실리콘밸리를 돌아보는 동안에는 스탠퍼드 기숙사를 찾아갔다.

졸업반이라 정신이 없는 레오나 파커를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로스쿨은 예일이야, 프린스턴이야?”

“예일.”


그녀의 아빠 제임스 파커가 졸업한 대학이 예일이다.

미국 명문대에는 Legacy Preference(특혜) 또는 Legacy Admission(입학)이라는 특혜입학 제도가 있다.

입학 지원자 중 부모나 조부모가 그 대학을 나온 경우 참작하는 제도다.

1900년대 초에 증가하는 유대인 학생의 입학을 막기 위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시작됐는데, 매년 입학생의 10~30%를 동문 자녀로 뽑고 있다.

레오나 파커는 아빠엄마가 모두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이다.

어지간하면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은 따 놓은 당상이다.

수재라는 인간들이 모이는 예일대 로스쿨은 단순히 성적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봉사활동 이력, 과외 활동, 인턴십, 체육 활동, 그룹의 리더로서의 경력 등.

리더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거나 준비된 것이 많아야 한다.

단순히 머리 좋고, 똑똑하다고 해서 덜컥 뽑히지 않는다.

부모가 예일대 졸업생이라 기부입학이 가능하다고 해도, 기본 수준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입학이 어려울 수도 있다.

파커가문의 자녀는 자격이 미흡해도 얼마든지 졸업생 자녀 할당으로 입학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졸업까지 장담하진 못한다.


“난 아빠나 엄마 배경으로 로스쿨에 입학하고 싶지 않아.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미국에는 사교육이 없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주로 예체능 분야에 편중되긴 했지만 미국 사교육 시장도 상당히 크다.

미국 입시에서 스포츠 활동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미국 부모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녀들에게 다양한 체육활동을 시킨다.

레오나도 육상 개인 레슨을 받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파커가문은 자녀들에게 독서습관을 들이도록 장려하고 있었는데, 비록 사서삼경 같은 고리타분한 분야에 편중되긴 했지만 류지호 집안의 전통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힘들거나 지겹지는 않았어?”

“.....별로.”

“친구들이 놀러 다니는 거 보면 부러웠을 텐데?”


부모가 억만장자인 자녀들의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다.

방황하고 삐뚤어지는 이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남모르게 노력을 많이 한다.

미국 억만장자의 자녀 대부분은 치열한 학창시절을 보낸다.


“대신 아이들하고 많이 놀았어.”


레오나는 방학 동안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몇 주 동안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 곳에서 아이들과 자주 놀아준 모양이다.


“올 해도 또 영화 찍어?”

“응.”

“언제? 어디서?”

“가을 즈음. 토론토와 뉴욕에서 주로 촬영할 것 같아.”

“동부에서 자주 볼 수 있겠다, 그치?”

“주말에 토론토로 놀러 와. 촬영 스케줄 알려줄게.”

“매년 영화를 찍으면 도대체 언제 쉬어?”

“지금 쉬고 있잖아.”

“나와 있는 시간이 휴식 시간이란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안락하고 평온한 시간이지.”


레오나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이리로 와. 더 안락하게 해 줄게.”


레오나를 껴안은 류지호가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이마에도 입을 맞추고, 볼에도 입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입술을 훔쳤다.

입술을 뗀 레오나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순진한 듯 보이면서 어딘지 요염함을 띠고 있는 미소다.


“바람피우면 안 돼!”

“그래... 잠깐! 누가 할 소릴 하고 있어.”

“이리 와. 키스 하게.”


서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떠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시간을 잊은 채 뜨겁게 키스했다.

짧은 데이트 시간이 아쉽기만 했지만.

더욱 열정적으로 입술을 훔쳤다.

오랫동안 함께 할 앞으로의 시간들을 기약하면서.


❉ ❉ ❉


웨스트우드 JHO Company Group 헤드쿼터 이사회 의장실.

모던한 디자인의 거대한 중역용 책상 위에는 각종 초청장과 스케줄표가 놓여있다.

책상의 주인이 출근하든 하지 않던, 매일 똑같은 풍경이다.

류지호의 책상에 초청장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 만큼 중요한 행사란 의미다.

선별하고 선별한 끝에 중요하게 챙겨야할 행사와 파티다.

해외출장이나 미국의 다른 주로 장기출타 시에는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이 다시 한 번 일정을 상기시켜준다.

류지호의 스케줄에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첫 비서가 제나 그레이스였다.

그녀는 승진을 거듭해 GARAM Invest의 대외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도널드 제이콥 비서실장 체제에서는 다섯 명의 비서진으로 시작했다.

그가 JHO Security Service로 영전할 때는 스무 명까지 규모가 확대 되었다.

기획 및 경영지원, 재무·회계, 일정관리, 언론담당, 법률, 정보 등 다수의 전문가들을 영입하거나 계열사에서 불러들였다.

수석참모 역할을 이어받은 데이빗 브레이텐바크 체제에서는 30명까지 늘어났다.

참모 역할과 비서의 역할이 분리되어 전문성을 좀 더 강화하는 추세다.

한때 120명에 달하는 비서진을 거느렸던 오성그룹에 비해 소박한 규모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많은 숫자다.

주로 하는 일은 회계와 법률검토다.

미국의 억만장자의 삶을 두 단어로 요약하면 세금 그리고 민사소송이다.

미국은 세금과 관련한 부정에 엄청나게 엄격하다.

또 매우 복잡하다.

일반인들도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다.

류지호처럼 다방면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대기업을 소유한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국이 소송의 나라임을 실감했다.

각종 협박범에서부터 벨에어 주민과의 갈등, 기업분쟁, 투자사기, 계약서 작성 등 일상생활에서 각종 민사소송이 자주 발생했다.

심지어 류지호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친자소송을 걸어오는 정신 나간 여성도 종종 등장할 정도다.

JHO Company Group 이사회의장 참모와 비서실은 한국의 재벌 그룹처럼 자회사와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은 아니다.

그럼에도 30명의 비서들은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류지호가 벌이는 것이 워낙에 많기 때문이다.


“굿모닝. 서얼!”

“굿모닝.”


류지호가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비서들이 인사를 건넸다.

매번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이 집무실 문을 열어준다.

다른 이가 류지호 집무실 문을 연 것은 그녀가 휴가를 갔을 때뿐이다.

재킷을 받아 옷장에 넣어두는 것도 한때 그녀가 했다.

이제는 그런 수발까지는 들지 않는다.


“마실 것은 뭐로 준비해 드릴까요?”

“항상 아침에 마시던 걸로 줘요.”


오늘은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 VIP 초청장이 눈에 잘 띠게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벌써 아카데미 시즌이네요.”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각종 대중문화 관련 시상식이 열린다. 한국에서는 주로 12월에 각종 방송 시상식이 열린다.

반면에 할리우드에선 1~2월 전후가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 외에도 각종 행사가 진행되는, 말 그대로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 축제 기간에 해당한다.

비록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만큼의 대중적 관심이나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영화상이 의외로 많다.


‘한국의 시상식처럼 수상 부문 쪼개기나 공동 수상 남발은 없지.’


미국의 각 시상식들은 자신만의 원칙과 색깔이 분명했다.

가령 지난 13일 패서디나에서 열린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의 경우 갤럽 여론조사를 통해 선정된 영화·TV 16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1975년부터 시작된 이 영화제는 CBS가 생중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영화 외에도 TV, 음악 부문 등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상으로도 유명하다.

액션 영화, 코미디 영화, 스릴러 등으로 장르를 세분화해 시상하고 있으며 연기상 역시 마찬가지다.

제29회 ‘피플스 초이스’에서 <반지의 제왕 Ⅱ>가 인기상과 최우수 극영화 상 2개 부문을 석권하고, <스파이더맨>이 인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코미디 부문에서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 TV시리즈에서는 <CSI : 라스베가스>와 최우수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에서 <CSI : 마이애미>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27회 피플스 초이스에서 <Remo : The Destroyer>가 인기상에 노미네이트 된 적이 있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었다.

8월에 열리는 ‘틴 초이스 어워드’ 역시 ‘피플스 초이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대중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시상식으로 유명하다.

철저히 10대 지향(13~19세 시청자 투표)으로 진행된다.

이전 삶에서 한국의 대표 아이돌 그룹이 몇 차례 수상자로 선정된 적이 있었다.

6월에 열리는 ‘M·TV 무비어워즈‘는 철저히 상업적 인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92년부터 열고 있는 시상식으로 트로피 모양이 극장에서 판매하는 팝콘 상자 모양이다.

철저히 상업적 인기/흥미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겠다는 의미다.

최고 악당 연기상, 최고 코믹 연기상, 최고 키스상, 최고 격투상 등 예술성 및 작품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상 부문이 많다.

<The Killing Road>가 최고 악당 연기상을 <Remo : The Destroyer>가 최고 격투상과 최고의 듀오상을 수상한 바 있다.

JHO Company Group 계열 영화사들의 단골 시상식은 뭐니 해도 새턴 어워드(Saturn Awards)다.

SF, 판타지, 호러 영화 등 특정한 장르영화에 수여하는 상으로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인수하기 전부터 매년 다양한 작품들이 수상을 하고 있다.

올 해도 <반지의 제왕> 혹은 <스파이더맨>에서 다수 수상이 유력했으며, DVD 부문에서도 수상이 당연시 되고 있다. 이와 달리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1981년 탄생)는 최악의 작품, 연기를 펼친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열린다.

불명예스러운 수상이기에 후보·수상자 모두 불참한다.

류지호의 UCLA 졸업작품 <Dream Come True>가 노미네이트 된 적이 있었다.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 외에도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사이 2월에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BAFTA Awards)이 있다.

비할리우드 영어권 시상식 가운데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에서 열리지만, 미국과 영국영화 구분 없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방송·영화 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무비 어워즈’는 상업성과 작품성 양쪽의 줄타기 성격이 강한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상결과가 엉뚱해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한국으로 치면 ‘배우협회 시상식’으로 봐도 무방할 Screen Actors Guild Awards는 대략 16만 명 이상의 미국 배우조합원 투표로 진행되는데 영화·TV 분야를 전부 아우른다.

배우 중심 시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감독상은 물론 작품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The Killing Road>의 마리아 베리, <Remo : The Destroyer>의 오순탁이 노미네이트 된 적이 있었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 밖에도 거창한 레드카펫 행사나 시상식 TV생중계가 이뤄지진 않지만, 미국 영화 비평가 협회가 시상하는 전미비평가 협회상을 비롯해서 미국 주요 도시를 기반으로 설립된 수십 개의 지역 비평가 협회들이 전년도 영화·배우를 결산하는 각종 시상식을 주최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시상 내역을 통해서 그해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판도를 예측하는 '예비고사'로 활용하기도 하기에 오스카 트로피를 노리는 영화들의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하다.

수십 개의 지역별 영화비평가협회상 중에서도 위상이 높은 것을 꼽자면 뉴욕비평가협회상, LA영화비평가상, 전미영화비평가협회상이다.

특히 LA영화비평가협회는 뉴욕영화비평가협회와 함께 미국 내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꼽힌다.

1975년 시작된 LA영화비평가협회상은 뉴욕영화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와 함께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상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류지호는 <Life Goes On>과 <The Killing Road>로 다수의 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었고, 최근에는 <복수의 꽃>이 미국 3대 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외국어영화 후보에 올랐다.

그 부문에서 멕시코의 <이 투 마마>, 스페인의 <토크 투 허>, 한국의 <복수의 꽃> 삼파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미국 언론에서 세 작품 중 어떤 영화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도 이변은 아니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 가지 뜻 깊은 것은 뉴욕비평가협회상 촬영부문에 <복수의 꽃>의 김영복이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이다.

수상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헤드스태프가 미국의 주요 시상식에서 인정을 받은 보기 드문 사례다.


똑똑.


노크 소리에 류지호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들어와요.”


사무비서 일리아가 쟁반에 차를 받치고 들어왔다.


달그닥.


일리아가 차를 책상 한편에 놓아두고 입을 열었다.


“축하드려요. 보스.”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한 축하냐는 듯 류지호가 골든글로브 초청장을 흔들어보였다.


“지난주에 LA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셨잖아요.”


수상 가능성을 낮게 여긴 류지호는 참석하지 않았다.


“골든글로브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할게요.”


뉴욕비평가협회와 전미비평가협회는 멕시코 영화 <이 투 마마>에게 외국어영화상을 줬다.

반면에 LA비평가협회는 류지호의 <복수의 꽃>을 선정했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미리 신호라도 주던가. 자식들이 말이야....’


다른 곳은 몰라도 주요 비평가협회 시상식은 얼굴 도장을 진하게 찍어줄 필요가 있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영예이기도 하지만, 영화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주요 국가에서 상영 중인 <복수의 꽃>의 흥행가도에 LA비평가협회 수상소식은 호재가 될 수도 있다.


호로록.


찻잔에 반쯤 남은 차를 모두 비운 류지호가 서랍을 열었다.

두툼한 스크립트를 꺼내 책상에 펼쳐놓고는 펜을 손에 쥐었다.


An Old Cranky Man.


대충 영감탱이라는 뜻이다.

보안을 위해 임시로 붙여놓은 <REMO> 시리즈 최종편의 워킹타이틀이다.

타이틀에서 암시된 것처럼 2편에서 분량이 줄었던 ‘치운’ 캐릭터가 다시 부상할 예정이다.

TCU 영화에서 중요 배역을 소화해야 할 샘 잭슨은 최종편에서 콘 맥클리 캐릭터가 비장한 죽음을 맞이하며 퇴장하게 된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영국의 좀비 영화 <28일 후>가 패러디했던 전설적인(?) 좀비단편영화 <Help Me Please>의 한 장면을 <REMO> 최종편에서도 패러디할 계획이다.

좀비로 변한 아빠가 딸만은 안전한 곳으로 보내기 위해 했던 처절한 몸부림.

처음으로 선보였던, 뛰어다니는 좀비.

아직 세상에 선보인 적이 없는 <월드워 Z>급의 대규모 좀비 떼.

인구 800만 대도시 뉴욕의 시민 절반이 좀비화 되어버린 난장판 속으로 뛰어드는 레모와 치운 그리고 특공대.

최종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언데드까지.

결국 위대한 미국의 영웅이 악마를 소멸시키고, 살아남은 뉴욕 시민을 구출하며, 정의를 완성한다는 뻔한 공식이다.

무려 1억 달러 제작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반지의 제왕> 이상의 대규모 군중 장면, <스파이더맨>과 <매트릭스> 이상의 액션 쾌감을 펼쳐 보일 작정이다.

시리즈를 통해 영웅의 탄생-각성을 거쳐 한명의 영웅으로 성장한 레모 윌리엄스가 9·11 테러보다 더 끔찍한 악행에 맞서 자신의 모든 걸 불살라버리는 전형적인 미국식 액션영화다.

미국 시민들은 뉴욕이 좀비 떼로 마비되는 걸 보며 9.11 테러를 떠올릴 것이고, 모든 사건의 원흉 흑마법사를 보며 오사마 빈 라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관객이 그런 생각이 들 겨를도 없이 류지호는 화려한 볼거리와 속도로 밀어붙일 생각이다.


‘마치 마이클 베이 영화처럼.... 닥치고 우당탕탕!’


<REMO>시리즈 최종편에서는 좀비떼 창궐이란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이기심을 부각하거나 인간 본성을 강조하는 좀비영화만이 가진 클레셰를 따르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월가가 점령당하자 금융시장 마비를 먼저 걱정하는 친재벌 관료들, 국가비상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무능한 정치인들, 선정주의 보도태도를 보이는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 등을 신랄하게 풍자할 생각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한 질문보다는 자본주의와 힘의 논리를 추종하는 미국식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영화 밑바닥에 심어놓기로 했다.

덤으로 흑마법사와 언데드 기사를 묘사하면서 나중에 만들어질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실사화 <리치왕의 분노> 이스터 에그를 숨겨둘 작정이다.


[지금의 대통령으로는 미국은 가망이 없다.]


또한 에필로그에서 다음 미국대통령은 흑인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까지.


작가의말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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