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1 09:05
연재수 :
897 회
조회수 :
3,821,115
추천수 :
118,499
글자수 :
9,933,002

작성
23.06.22 09:05
조회
2,946
추천
115
글자
26쪽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응.”


JHO Company Group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들으면 매우 섭섭할 대답이다.

기업공개를 통한 일확천금을 오너가 가로막고 있으니까.


“주주와 감독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왜 상장을 하겠어. JHO가 자금 사정이 어렵거나 투자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어떤 투자 은행이라도 이보다 상장에 완벽한 기업을 제시할 수는 없다.

지주회사 JHO Company Holdings, 혹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젊은 기업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 국 이상에서 사업을 벌이며 매년 수백 억 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장률도 세 자릿수에 이른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만 되면 투자자들이 앞 다퉈 주식을 매수하려 들 것이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모두가 꿈꾸는 기업 공개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류지호가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JHO Company Group의 대부분의 자회사와 계열사가 필요한 모든 자본을 스스로 혹은 오너 사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개적으로 주식이 거래되는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


“짜증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시달리지 않아도 되잖아.”

“전문경영인들에게 무조건 유리하기도 하고.”

“내 말이.”

“솔직히 임금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아도 되니까 JHO의 CEO들은 실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인센티브를 챙겨갈 수 있잖아?”


공개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들의 높은 임금과 인센티브가 언론과 대중들의 비판을 받곤 한다.

비공개 기업은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JHO Company Group은 전통적인 제조기업도 아니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유통(배급 및 플랫폼) 비중이 제작보다 훨씬 높다.

사실상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구조다.

때문에 추가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심지어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가증권을 수백 억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까지 하다.

산업 기계나 공장보다는 특허, 브랜드, 상표, 저작권 쪽에서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되어 운전자본과 고정비용 측면에서 재무적인 이점이 있다.

무차입 경영에 가까워서 부채비율이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굳이 기업을 공개해서 외부로부터의 간섭을 자처할 필요가 없다.


“올해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인하될 거란 이야기는 들었지?”

“응.”


연준의 기준금리는 올해 6월에는 1%까지 내려가 45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한다.

저금리에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넋 놓고 있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참고로 2004년 6월부터 다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고 2006년 6월까지 17번 연속으로 금리가 인상된다.


“6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휘유~ 유니벌스 뮤직 규모의 기업을 두 개 사들일 수 있겠는 걸.”

“암튼, 미국 기업들도 성공의 상징이던 기업 공개를 점점 회피하는 추세야. 많은 기업들이 비상장 상태를 선호하기 시작했어.”

“내부적으로 불만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 잘 설명해 줘.”

"기업공개에 대해서 JHO 내부적으로도 딱히 불만은 없어. 스톡옵션 대신 현금성 인센티브를 충분히 보장해 주고 있으니까.”

“형하고 Moe가 알아서 잘 다독여 줘.”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한 류지호는 자원이 더욱 생산적인 곳에 투입될수록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그룹의 성장은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가온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의 유동성과 현금성자산이 풍부하다고 해서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진 않는다.

급하게 먹은 떡은 체하기 마련이니까.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텐바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보스, 참고로 JHO가 전 세계 10대 복합미디어 그룹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작년 기준 매출에서겠지요?”

“전체 자산규모나 기업가치 부분에서 경쟁 기업들에 조금 못 미칩니다.”


작년 북미 박스오피스 줄 세우기 등 이례적인 상황에 따른 일시적인 순위다.

글로벌 10대 거대 복합미디어그룹 가운데 독일공영방송 ARD와 미국의 일렉트로닉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JHO Company Group에 비해 계열사 숫자나 시가총액 등에서 월등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작년 복합미디어그룹의 매출 1위는 워너-타임그룹으로 총매출 409억 달러, 미디어 부문 매출은 247억 달러였다.

계열사만 37개로 세계적으로 51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144개로 계열사가 가장 많은 로버트 폭스의 The News Media Group의 경우는 총매출 162억 달러, 미디어 부문 매출은 105억 달러로 5위에 랭크되었다.

The News Media Group은 46개국에 진출해 있다.

해외 진출국 71개로 가장 많은 해외 지사를 둔 복합미디어그룹은 프랑스의 Compagnie ViVo SE다.

총매출 547억 달러, 미디어 부문 매출은 104억 달러였다.

13개 국가로 해외 진출이 가장 더딘 LOG Company는 총매출 253억 달러, 미디어 부문 매출은 164억 달러다.

JHO Company Group은 계열사 27개, 해외 진출 13개 국가, 총매출에서는 276억 달러로 소닉, Compagnie ViVo SE, 워너-타임 그룹에 이어 4위이지만, 미디어 부문 매출만 놓고 보면 231억 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스탠 크레이그가 힘주어 말했다.


“유니벌스 뮤직만 인수합병하게 되면 모든 면에서 2위권에 들 수 있습니다. 보스!”

“유럽에서 협상은 잘되고 있어요?”

“인수금액과 고용승계 같은 큰 이슈는 합의를 보았습니다.”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겠네요?”

“넉넉하게 두 달만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두 기업의 주주들이 합의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거대 기업 간의 결합은 당사국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의 승인을 받아 했다.

특히 미국이 문제다.

법무부나 FCC(방송위원회)에서 독과점과 관련해 시비를 걸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지분교환 없이 100% 현금 인수이고, 40억 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이 움직이기 때문에 프랑스 국내 법적인 검토도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거대 기업 간 인수합병은 기업 의사결정권자 간 합의, 조건 협상, 법률검토, 승인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수고가 많아요.”

“별말씀을.”


잠시 대화를 멈춘 일행이 호텔에서 제공한 다과와 차와 와인을 즐겼다.


“내가 매년 한 편씩 영화를 찍는다는 건 모두가 알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서, 내가 그 기간 미국 사업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JHO Company Group을 실제로 이끄는 것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다.

그런데 구심점은 누가 뭐래도 류지호다.

영화를 찍기 시작하면 사업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몰두하는 류지호다.

무려 3~4년 동안 블록버스터와 해외에서 영화를 찍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사회 기능에서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오너의 간섭이 없다고 해서 쌍수 들고 환영할 상황이 아니다.

JHO Company Group은 젊은 기업답게 매년 기회이자 위기다.

수십 억 달러짜리 빅 비즈니스가 갑자기 튀어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최종의사결정권자가 영화에 정신이 팔려있다면..... 자칫 빅비즈니스에서 차질이 빗어질 수도 있다.


“.....음.”


다들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룹 내 파벌이나 사내정치도 신경이 쓰였다.


“먼저 스탠.”

“예. 보스!”

“해외사업 부문을 지주회사에서 분리시켜 독립법인으로 만들고 싶은데.... 스탠이 최고경영자를 맡아줘요.”

“....!”

“그레이엄 회장은 금융그룹을 은산분리에 입각해 JHO Company Group으로부터 완전히 분리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세요.”


미국은 사업회사가 지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은행 주식을 25%까지 가질 수 있다.

류지호의 발언은 GARAM Invest에 은행업 진출 여지를 열어준다는 의미다.


“그리고.... 샘, 딜런.”

“예. 보스!”

“예.”


샘 리버먼과 딜런 맥컬리가 차례로 대답했다.


“나를 대신해서 이사회에서의 권한 상당부분을 대리할 지주회사 부회장 임명과 IT·기술·제조 등 계열사를 아우르는 가칭 GMG Lab을 중간지주회사로 개편하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나눠서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샘 리버먼과 딜런 맥컬리가 서로를 눈을 맞추었다.

둘 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보스의 의중을 사전에 알고 있었어?’

‘전혀!’


두 사람은 사전에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스탠 크레이그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매튜 그레이엄만이 느긋하게 영전을 앞 둔 이들을 흐뭇하게 지켜볼 뿐.


“내 생각은 딜런이 GMG 회장으로 가고, 샘 리버먼이 지주회사 부회장으로 와서 나를 대리를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샘은 몇 년 더 Timely의 최고경영자를 겸임해야 할 겁니다.”


웨스트우드의 JHO Company Holdings는 15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다.

하지만 27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집단의 지주회사다.

그런 회사 부회장 직함이나 이사회 의장을 대리하는 권한은 매우 막강할 수밖에 없다.

류지호가 샘 리버먼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GMG Lab을 중심으로 통합되는 기술·제조 기반 기업들의 CEO 자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각각 매출 7억 달러, 2.5억 달러의 Hydis와 DALLSA Corp. 양 대 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그 외에도 십여 개의 알짜 소프트웨어 업체를 산하에 둔 대기업이다.

향후 중견 기업을 몇 개 더 인수·합병할 여지가 있다.

법률가 출신의 딜런 맥컬리가 기업 인수합병에 꽤나 적극적인 성향이기에 내부승진에서는 그가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JHO Security Service는 좀 더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을 허락할게요. Don이 세운 계획대로 진행해보세요.”

“리조트와 FBO 분야로 사업다각화 하는 것을 허락하시는 겁니까?”

“예. 해보세요.”


JHO Company Group은 캘리포니아주에만 두 곳의 대형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다.

일년에 한 번 JHO convention이 열리고 직원들의 휴양지로도 사용되고 있다.

도널드 제이콥은 JHO Security Service의 여유자금을 해외 리조트에 투자하고 싶어 했다.

정보를 취합하는 저수지 겸 비자금(정식 회계에 들어갈 수 없는) 세탁 용도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또한 몇 달 후부터 비즈니스 제트기들이 순차적으로 그룹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도널드 제이콥은 항공보안과 관련 산업에 매우 취약한 한국에 항공기 관리 회사를 설립하고 싶어 했다.

헌데 한국에 토털 항공기 관리 회사가 몇 개 존재했다.


“K-Bas라고 했던가요?”

“설립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꽤 건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0년대 초에 설립된 K-Bas는 비즈니스 제트기, 자가용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자가용 항공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하는 국가원수, 다국적 기업 회장, 연예인 입·출국, 연료 공급, 기내 청소 등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는 회사로 시작했다.

한국에는 자가용 비행기를 소유한 고객이 적어서 외국인이 주 고객이다.

항공 업계에서는 이러한 업종을 FBO(Fixed Base Operator)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K-Bas 외에 두 대형 항공사가 자회사를 두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본사를 축으로 인천·김포공항에 FBO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소를 두고 있고, 필리핀과 캐나다에 해외 법인이 있습니다.”

“필리핀....?”

“필리핀은 자가용 항공기 고객이 수백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K-Bas가 작년부터 필리핀에 비행학교를 운영해 파일럿을 양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제이콥은 K-Bas를 인수해 류지호의 주된 항공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캐나다, 한국에 FBO를 통제 및 관리하고 향후 유럽 주요 공항에도 지사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사업 다각화와 함께 류지호에 대한 보안·경호 대책 일환이다.


“투자여력이 있어요?”

“작년 17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대단하네요.”

“용병 해외파병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보안분야의 솔루션을 제공하니까요. 9·11 테러 이후 수요가 폭증한데다 JHO의 성장과 파커필드 독점 계약이 주요했습니다.”

“여력이 안 되면 언제든지 얘기하세요. 지원해 줄 테니까.”

“고맙습니다. 보스.“


도널드 제이콥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확실히 데본하고는 다르네.’


도널드 제이콥은 CIA 전략분석관 출신답게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고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전임 테본 테럴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차이점은 IT 첨단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판단해야 할 때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저지르는 점도 데본 테럴과 달랐다.

오피스 요원과 필드에서 부하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했던 야전 지휘관 출신의 차이라면 차이랄 수 있다.


“두 사람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까?”


류지호의 물음에 샘 리버먼과 딜런 맥컬리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승진이라면 승진인데, 싫어요?”

“......”

“그룹 개편과 인사이동에 대해서는 저기 매튜와 따로 의논해 보세요.”


매튜 그레이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두 사람, 나와 저쪽 방으로 가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자고.”


세 사람이 옆방으로 사라지고, 류지호는 그간 생각하고 있던 한국에서의 정치개입에 대한 걸 참모들에게 털어놨다.


“보스께서 직접 정치인들과 엮이지 않아도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도널드 제이콥은 류지호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엮일 마음은 추호도 없어요. 다만 전체 파이가 커져야 기업에게도 먹을 게 많아지잖아요. 부를 소수가 독점하는 환경으로 지나치게 고착화 되는 것이 우려되네요. 한국은 내수시장도 작은데.”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현실을 주지시켰다.


“보스는 10년 넘게 장학 사업을 해오고 계십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외교관이 되기도, 학자가 되기도, 금융투자자가 되기도,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보스에게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만, 개중에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장학생들을 정치인이나 행정가로 키우자고요? 어느 세월에.”


도널드 제이콥이 말을 섞었다.


“나래안전에서 장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울재단이 아니고요?”

“나래안전에서 관리하는 장학생들은 조금 특별합니다.”

“뭐가요?”

“공직으로 나간 청년도 있고, 국회 보좌관으로 들어간 청년도 있고... 오성, 경일, 선경 등 한국의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도 있습니다.”


첫 장학금 수혜를 받은 아이들이 이제야 서른 살 안팎이다.


“보스도 서른이 갓 넘었죠.”

“함께 성장하면서 JHO와 가온에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데본이 안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 나....!”


류지호는 황당한 한편으로 조금은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악당이 대계를 위해 오랜 시간 암계를 꾸면 것 같지 않은가.

정작 악당의 수괴인 자신 의사와 상관없이.


‘무슨 봉건시대 주군을 위한 충성스러운 가신도 아니고....‘


솔직히 류지호가 10년 넘게 장학사업을 벌이곤 있다곤 하지만, 인상적인 몇 명의 아이들 외에는 기억도 못한다.

그런 주제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해 사회에 보탬이 되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헌데, 데본 테럴도 그렇고 나래안전에서도 그렇고, 가온 장학생 혹은 JHO 장학생을 은밀하게 키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류지호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21세기의 인간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개인주의적인데.

겨우 장학금 지원받았다고 충성을 바칠까.


“혹시... 계속해서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겁니까?”


문득 돈으로 매수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었다.

가장 쉽고 잘 먹히는 수법이니까.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장학생들에게는 일정 부문 직접 투자를 하거나, 벤처캐피탈을 연결 시켜주고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정계로 나가려고 하는 장학생들은 주변 정리를 좀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주변 정리?”

“오물 속에 깊이 발을 담그지 않도록 길 안내를 해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힘들게 키운 장학생들이 썩은 생선이 담긴 그릇에 함께 담겨서는 안 되니까요.”


달리 해석하면 거물이 될 것 같은 사람 주위로 밀어 넣고 있다는 뜻도 된다.

류지호는 몰랐지만 지난 9·11 위원회 부위원장 보좌관에도 JHO 장학생이 있었다.

이유 없는 호의는 없는 법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에서 배출한 장학생 가운데 대략 45% 정도는 확실히 보스의 사람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물론 앞으로 탈락하거나 이탈하는 친구들도 생길 테지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대략 220명 정도 됩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뺀 숫자입니다.”

“우리 편을 만드는 게 그렇게 쉬운 거였어요? 겨우 장학금으로?”

“기회가 공평하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보스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세상에서 류지호가 내민 따뜻한 손은 불우한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황금 동아줄이다.

그것도 흔하디흔한 억만장자가 수준이 아니라, 미스터 미라클 혹은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레벨이 다른 부자와 한 편을 먹게 되는 것이다.


“다울재단은 보스의 부친께서 선의를 가지고 조건 없이 불우한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지만, JHO재단은 조금 다릅니다. 슬럼의 청소년들은 한국 청소년보다 구제불능이 훨씬 많습니다.”


단적인 예가 제이 T 테일러 같은 녀석이다.

어쩌면 유명한 래퍼가 되어서 억만장자인 류지호의 이름이 랩 가사에서 들어갈 수도 있다.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의미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가볍게는 다울과 JHO의 장학생 수천 명이 류지호의 영화와 관련한 기사에 자발적으로 긍정적인 댓글을 쓸 수도 있다.


“아직 경력을 쌓는 과정이라서 이너서클에는 들어가진 못했지만, 현 시점에도 인적 네트워크 내지는 정보제공자가 될 수도 있겠다, 뭐 그렇게 봐도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한국과 미국 의회의 보좌관,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출입하는 기자, 대학 싱크탱크 연구원 기타 각 분야에 퍼져 있는 장학생들이 친 가온 혹은 JHO 성향이라면 밖에서 쉽게 알 수 없는 내밀한 것들을 용이하게 수집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에 대한 정보나 엠바고(보도 지연) 걸린 이슈도 남들보다 빨리 알 수가 있다.

정보는 돈이자 힘이다.


“불법 아닌가.....?”

“로비가 불법인 한국에서는 대기업 비서실이나 홍보실 직원 가운데 국회 내부에 학연·지연·혈연으로 연결된 직원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정보를 수집하고 인맥을 앞세워 로비를 벌입니다. 한국의 대기업이 직원을 직접 보내고 자기 사람을 행정부나 정계에 심는 것에 애쓴다면, 미국은 유능한 로비스트를 고용해 그런 작업을 전담시키죠.”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대주며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치인과 관료를 만드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관행이다.


“한국에 새롭게 들어설 정부를 걱정하십니까?”


물론 누가 정권을 잡아도 걱정이다.

국내 정치에 매몰되어 글로벌 환경 변화에서 적극적으로 대처를 못하니까.


“사실상의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선지 10년입니다. 모든 것이 어설플 수밖에 없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너무 떼쟁이들이니까 그렇죠. 의젓한 어린이도 얼마나 많은데.”

“어린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켜보는 어른들은 짜증납니다. 그리고 어린애도 보통 어린애라야 말이죠. 힘은 더럽게 세고 특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자꾸 떼를 써야 젖도 물려주고, 어르고 달래 주고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이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도 없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줄 아니까 그렇죠.”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국민들입니다. 보스.”

“엄마 패는 아버지를 쫒아냈더니 어디서 제비족 같은 놈이 아버지라고 들어와서 온 집안 살림을 거덜 낸다면 Don은 기분이 어떻겠어요?”

“IMF 구제금융도 잘 이겨냈습니다.”


소년가장으로 죽어라 공부도 하고 불의한 권력에 맞서 촛불도 들면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좋은 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사는가 싶었더니, 취직도 못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는 신세가 되는 꼴이다.

금수저·흙수저 타령이나 늘어놓으면서.

그것이 다음 세대의 미래다.

물론 류지호의 후손들과는 관계없는 미래지만.

엔터테인먼트가 주력인 가온그룹 입장에서는 권위주의 정부가 들어서면 창작 부분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는 이웃한 일본보다는 상황이 나쁘지 않습니다. 정부 주도로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고 말입니다.”

“Don이 한국인이 아니라서 그래요. 97년부터 얼마나 많은 가장들이 삶을 놓아버렸는데.... 10년 주기로 엉망진창이 됩니다, 한국의 가정이...”

“어떤 위대한 지도자도 모든 구성원을 이롭게 할 순 없습니다. 지도자는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위한 선택인가 문제다.

20년이 흐른 대한민국은 경제는 선진국, 정치는 후진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진국으로 만든 것도 국민이고 후진적인 정치를 내버려 둔 것도 국민이다.

누굴 탓하랴.

도널드 제이콥이 류지호를 안심시켰다.


“나래안전 수뇌부와 관련해서 전략을 짜보겠습니다.”

“신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에 집중해도 모자란데, 미안하게 됐어요.”

“아닙니다.”

“오랜만에 술 한 잔 할 까요?”

“옆방에서 대화가 끝나면 함께 이동하시지요. 그리고... 보스.”

“.....?”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럽의 극소수 몇 개 국가 빼고 수준 높은 정치를 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사무엘 스마일스가 그랬다죠. 고상한 국민은 고상하게 다스려질 것이고, 무지하고 부패한 국민은 무지막지하게 다스려질 것이다.”


볼수록 도널드 제이콥은 걸어 다니는 잡학사전이다.


“자조론(Self-Help)이군요.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고 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기 때문에 투표하는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정치적 수준이 정부의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사무엘 스마일스에 따르면 정부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개인을 반영하기 때문에 국민보다 수준이 높은 정부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국민들의 수준으로 끌어내려지게 마련이고, 반대로 국민보다 수준이 낮은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진다고 했다.

한 나라의 품격은 마치 물의 높낮이가 결정되듯 자연의 순리에 따라 법체계와 정부안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제가 만나 본 한국인들은 매우 영민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를 단 시간에 부흥시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변모한 것은 유례가 없습니다. 보스의 조국은 문맹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전임 대통령보다 더 현명하고 더 뛰어난 인물이 이끄는 정부를 곧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기는 한데.....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요.”


별로 위로가 되질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로서 류지호가 정치를 걱정하는 것은 위선이다.

그 무능한 자들이 만든 법률로 혜택을 보면 봤지 손해 볼 일이 없으니까.

미국에서 시민권을 얻어 살아간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한국보다 미국이 부자가 살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다.

한국만큼 치안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의장 비서실의 모든 비서들이 하루 속히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20대의 류지호는 그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했다.

헌데 레오나와 미래를 약속하게 될 상황에서 고민이 생겼다.

바로 자식의 군대 문제다.

류지호는 두 번씩이나 군 생활을 경험해 봤다.

한국의 군대에 자식을 보내는 것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혹시... 회귀라는 불가사의한 현상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뜬금없이 정기건강검진에서 불임검사를 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모든 걸 다 이뤘는데, 단 하나 자식을 얻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삶도 없을 것 같았다.

류지호는 불임 문제를 고민하느라, 한국의 정치에 관한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한국의 정치문제는 자신의 불임에 관한 고민보다 하찮았던 모양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Lv.92 쥬논13
    작성일
    23.06.22 09:19
    No. 1

    자핑 보수라는 친일파들이 짜증나죠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6.22 09:32
    No. 2

    우리나라는 양쪽당 모두 사회적 타협이란게없어요 밥그릇싸움이라 극단적으로 끝까지갑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구조적 개혁이 진행되는 일이 없죠.
    쥔공이 정치권에 줄대서 내가 바꿔볼까 독립투사처럼 구는것도 자의식과잉처럼 보입니다. 안바뀝니다.
    본인 일이나 하면서 정치인들이 건들면 보복이나 확실히 해주시죠.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99 매드원
    작성일
    23.06.22 09:49
    No. 3

    즨공정도면 정치권에서는 안건들것같은대
    영화찍는다고 신경덜써서 이것저것 들어주니까 그런것 같은대
    몇놈 확실히 조지고 몇놈 중심으로 관리 잘하면 즨공한테는 피해없을듯
    어치피 기승전 영화아님사업인대 종종 정치이야기 하면서 깨어있는 척하는것도 별로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문연판타
    작성일
    23.06.22 10:35
    No. 4

    빅보스 지호 류의 시대의 도래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3.06.22 11:46
    No. 5

    중국 공산당 축전 가고 나팔수 하다 미국한테 쳐맞자
    이젠 일본 나팔수하는 자칭 보수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3.06.22 12:06
    No. 6

    미국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진보와 보수가 아니듯
    대한민국에도 보수와 진보가 없습니다.
    다만 보수와 진보의 탈을 쓴 쓰레기들만 있지요.
    패거리로 나뉘어서 자기 패거리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자기편이 아니면 그저 물어뜯는 이리들의 모임......
    이념이 아니라 이익을 위한 패거리들이죠.
    처음 입문할 때는 나름 깨끗하던 이들도 들어가면 금방 물들어버리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6.22 15:00
    No. 7

    정치권에는 직접 손대지 말고 영화산업과 기술산업
    으로 처음 생각한 대로 최고의 엔터 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6.23 00:37
    No. 8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손천
    작성일
    23.11.22 10:34
    No. 9

    저정도 사업기반이면 미국인 해야 정상아닌가 차라리 세금 때문에 안하는거면 인정ㅋ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0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2) +10 23.06.29 2,894 106 22쪽
539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1) +2 23.06.28 2,877 108 26쪽
538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3) +4 23.06.27 2,838 105 22쪽
537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2) +4 23.06.26 2,879 111 26쪽
536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1) +5 23.06.24 3,010 115 24쪽
535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9 23.06.23 3,025 116 27쪽
»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9 23.06.22 2,947 115 26쪽
533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6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0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530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3 23.06.17 2,997 117 25쪽
529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4 23.06.16 2,957 123 26쪽
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8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1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6 109 23쪽
521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3 110 23쪽
520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0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6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0 113 24쪽
517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0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1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6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1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6 116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