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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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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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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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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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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9·11 위원회에서 류지호에게 조사 협조공문이 날아왔던 것.

이미 예상했던 바였고, 꺼릴 것도 없었다.

류지호와 데본 테럴이 뉴욕으로 향했다.

비공개를 전제로 조사에 응했기에 9·11 위원회 사무실로 출두하진 않았다.

뉴욕의 모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JHO Security에서 정보당국에 알 카에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그 날... 그 날의 사건이 일어난 후에 데본 테럴씨에게 들었습니다.”


사전에 말을 맞춘 알리바이다.


- JHO Security는 중동에서 정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가 주 사업인 JHO에서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할리우드 영화의 로케이션은 전 세계에서 진행됩니다. 위험한 곳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하진 않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위험지역에 들어가 촬영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 미국 대사관이나 정보당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REMO>를 유럽에서 로케이션할 때 대사관과 CIA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할리우드 스태프들은 믿을 수 없는 현지 고용 경호원보다 JHO Security Service의 보호를 받는 걸 선호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귀하는 9·11 테러가 있기 전 많은 주식을 처분했습니다. 귀하의 투자회사도 마찬가지였지요.

“투자를 진행할 때 통계자료의 숫자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정치·사회 심지어 심리까지도 반영합니다. 닷컴버블이 붕괴될 조짐이 보일 때, 미국 사회도 심리적 불안감에 싸일 것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누구도 예상 못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지만....”

- 왜 하필 그 시기에 전 직원을 맨해튼에서 소개(Evacuation)한 겁니까?

“불쾌합니다.”

- ......

“혹시 나와 JHO가 알 카에다와 연계되었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

- 우리는 그 날의 테러에 대한 모든 걸 조사하고 분석할 임무가 있습니다.

“Timely 코믹스는 수년간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영화 분야로 사업 다각화하면서 2000년 처음으로 적자에서 벗어났고, 연이어 제작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90년대 주급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인내해 준 직원들을 격려하고 그간 고생했던 것에 보상을 해 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힘든 시기를 회사와 함께 인내해준 고마운 사람들이니까요.”


그럼에도 하필 타이밍이....


“때마침 ParaMax가 투자배급한 영화가 오스카 4개 부분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사업 분야가 캘리포니아에 치중되어 있다 보니 나로서는 동부의 직원들이 소외받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JHO Company에 소속된 모든 직원들은 차별 없이 동등한 복지와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한국에서 영화를 한 편 찍기로 계약이 되어 있었습니다. 계약은 그 날의 사건이 벌어지기 1년도 전에 체결한 겁니다. 때문에 그 시기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과 영화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내가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크루즈 파티가 계속해서 연기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겨우 날짜를 조정한 것이 공교롭게도 그 날을 전후해서였고, 나머지는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입니다.”

-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로워 우리로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비서실에서 2년 간의 모든 스케줄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위원이 녹음기를 꺼버렸다.


탁.


조사위원 사이에서 묵묵히 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노신사, 민주당 인디애나주 전 하원의원이자, 9·11 위원회 부의장인 허버트 해밀턴이 입을 열었다.

외교와 국방 분야의 전문가로 의원생활을 정리하고 CIA, 대통령의 국토안보자문위원회, 미육군을 포함한 많은 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난 살면서 당신 같은 일 중독자를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

“내 주변에는 많아요.”

“파커가의 영애와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설마 외부로 새어나가지는 않겠지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인물에 대해서 미 정보당국이 탈탈 털었다.

그렇다보니 류지호가 레오나 파커와 교제 중인 것까지 드러났다.


“하하. 걱정 말게. 그런 내용들은 어차피 모두 파기될 거니까. 그 날의 사건과는 어떤 인과관계도 없으니. 그나저나 윌리엄도 알고 있나?”

“위원님,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이슬람교야?”

“아니요.”

“그럼 카톨릭?”

“아니요. 어떤 종교도 가지지 않았어요.”

“미스터 류는 이슬람교도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동북아시아 코리아에서 태어났고, 미국의 참전용사들에게 매년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으며, 모든 인종, 모든 가난한 사람에게 너그럽지. 중요한 건 억만장자라는 사실이야.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절대 무모한 짓을 하지 않는 법이니까.”

“잃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킬 것이 많아서 일 것 같네요.”


허버트 해밀턴이 껄껄 웃었다.


“그런가? 하하하.”

“조사는 다 끝난 겁니까?”

“몇 가지 더 질문할 것이 있긴 하지만, 물어봐야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군.”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거겠죠?”


해밀턴 의원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파커가의 사람이 되면 민주당에 좀 더 많은 호의를 기대해 봐도 되겠나?”

“파커는 파커고 나는 나에요. 나는 미국 시민이 아니라서.... 한계가 있습니다.”

“왜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는 거지?”


개인주의가 만연한 미국.

바로 옆에서 누가 죽어도 모른 척 할 인간들이 수두룩하게 사는 나라.

한편에서는 생판 모를 남을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도 함께 사는 나라.

프라이버시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도 공동체의 위협에는 인권 따위 무지하고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뻔뻔한 나라.

류지호에게 더 이상 미국에 대한 환상은 없다.

참 이상한 나라란 생각만 든다.


“미국 시민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글로벌 시대에. 대신 미국에서 세금도 많이 내고, 자선사업도 많이 하고 있잖습니까?”

“인디애나 주에 방문할 계획은 없나?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지.”

“간이 좀 작아서요.”


인디애나 주는 한 때 악명 높은 KKK의 근거지였던 곳이다.

그걸 빗대서 농담을 던진 것이다.


“루이지애나는 휴스턴과 그리 멀지 않다네.”


JHO Security Service는 루지애나주에서 암약하던 백인우월주의자 단체를 해체시킨 적이 있었다.

해밀턴 의원은 그 비밀을 빗대어 텍사스주에 트라이-스텔라 테마파크를 짓는 것을 돌려서 언급했다.

한 마디로 인디애나주에도 투자 좀 해달라는 의미다.


“시간을 내보죠.”


류지호 정도 되는 거물을 함부로 불러서 조사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외국인을.

9·11 위원회에 성역이 없다는 걸 과시하면서 조금의 특이 사항이라도 발견된 인사들은 모조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회에 비상장기업인 JHO Company Group의 자금 흐름도 들여다보고 싶어 했다.

어림없었다.

JHO가 승낙할리도 없거니와 법원에서 금융거래 내역과 관련해 영장을 내줄리 없다.

마음대로 조사했다가 나중에 민간인 사찰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차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서면으로 보내줄 수 있겠나?”

“얼마든지요.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그런데, 미스터 류.”

“예. 의원님.”

“나는 <Collapse>를 꽤 재밌게 봤어. 본인이 직접 각본을 썼다고?”

“부실공사로 아파트가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든지.....”

“테러가 벌어진 날 건물 폭파 협박 전화가 무역센터에 여러 차례 걸려왔더군. 그런데 그 협박범들이 즉시 미국을 떠났지 뭔가.”

“....?”

“협박 전화가 장난전화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 장난 전화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다네. 참 아이러니 하지 않나?”

“시민들이 이솝우화의 교훈을 잊지 않은 모양이네요.”

“난 말이야. 그 장난 전화를 걸고 달아난 자들이 외국인이 아니길 바란다네.”

“.....?”

“그가 미국인이었으면 좋겠어. 미국은 숨겨진 영웅을 환영한다네.”

“협박전화를 했다면서요? 그건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도는 순수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선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미국의 영웅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날 헌신적으로 구조작업에 임했던 사람들과 각 주에서 구호물자를 보냈던 사람들, 기금을 조성해 준 사람들 모두 미국의 영웅입니다.”

“테러 희생자와 뉴욕 시민을 위해 보여준 미스터 류의 호의에 미국의 정치인 한 사람으로 감사를 전하네. 물론 내가 하원을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류지호와 JHO Company Group는 뉴욕시에 1,000만 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보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허버트 해밀턴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악수를 청했다.

류지호가 그의 손을 맞잡고 입을 열었다.


“곧 영웅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할리우드가 잘하는 게 그런 거니까요.”

“기대하고 있겠네. 디렉터 류.”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이날 조사 이후로 9·11위원회는 더 이상 류지호에 대한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추가 협조요청도 없었다.

류지호가 조사를 받은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여담으로 2004년 7월에 나온 마지막 보고서에 맨해튼을 비웠던 TIMELY, ParaMax, GARAM 등 JHO Company 기업들이 언급된다.

그 문단에서 크루즈 파티를 주최한 JHO Company Group 오너 류지호의 이름이 단 한 번 언급된다.

더 중요하게 다뤄진 것은 크루즈 선장이 당시 해상청과 나눈 대화와 긴박했던 순간 그리고 회항한 후 맞이한 긴박했던 당시의 뉴욕 상황이다.

본의 아니게 미국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보고서에까지 이름을 올린 류지호다.


‘미국은 뭔가 좋은 일을 해보려고 해도 이런 게 성가시다니까.’


한국이었다면, 특별조사위원회가 혐의가 없는 대기업 회장을 조사하지 못한다.

대신 언론이 각종 의혹을 마구 양산해서 한 편의 흥미진진한 대하소설을 쓸 테지만.

9·11위원회는 최종보고서를 책으로 출판해 미국 서점에서 누구나 구입해 읽을 수 있도록 한다.

내용이 부실하고 미진한 것을 떠나서 조사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에서다.

류지호는 한국의 의회청문보고서나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정식 서적으로 출판해 일반 서점에 배포한 것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백서라고 해서 간혹 발간하긴 한다.

일반 국민은 알지도 못한다.

심지어 법에 따라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정부가 방해하고 강제해산시키는 일까지 벌어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민의 알권리 어쩌고 잘도 떠든다.

자기들 필요할 때만 알권리를 소환하는 사람들 천지다.


‘그나저나,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지 아마....? 미국은 작년에 중간선거가 있었고.’


작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 했다.

미국 정치에는 로비가 양성화돼있다.

그런 풍토이다 보니 기업들은 당당하게 '줄'을 찾아 민첩하게 움직인다.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정치 후원금 기부에서 공화당 지지 세력이다.

그런데 골수 지지자가 아닌 이상 한 정당에게만 후원금을 몰아주진 않는다.

JHO Company Group 역시 공화·민주 양쪽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그룹 회장인 모리스 메타보이가 골수 민주당 지지자라서 민주당 후원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긴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와 중간 선거에서는 공화당과 조디 워커 후보 쪽에 좀 더 많은 후원금을 전달했다.

특히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에 세워지는 트라이-스텔라 테마파크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떠들썩하게 홍보함으로써 짐 페리 주지사의 재선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재선에 성공한 짐 페리는 트라이-스텔라 테마파크 건에서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미국의 기업인들은 대놓고 정치성향을 드러낸다.

한편으로 비즈니스 세계가 실용주의에 입각하기에 이리저리 줄도 잘 탄다.

기업인들은 공화당보다는 재계에 덜 호의적인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이 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때에 따라서는 민주당에 줄을 대기도 한다.

가만 보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박쥐같다.

법안 하나로 기업의 흥망이 결정될 수도 있기에 재계는 언제나 정권의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못 바꿔도 의회정치는 어떻게 손 볼 수 없을까?’


메이저 언론사, 특히 지상파 방송국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합법적으로 정치인을 살리고 죽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의 의회는 이념과 가치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정한 우두머리격의 인물이나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 하는 식이다.

때문에 정당 역사도 전통도 매우 미약했다.

우두머리에 의해 정당 간판을 쉽게 바꿔달고, 소속 정치인은 입법 활동과 행정부 견제보다 다음 선거에서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한 활동에만 몰두 한다.

임기동안 국민의 대표로서 의회에서 업무를 보기보다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것에 대부분의 임기를 보낸다.

어떻게 저 정도로 자격 미달의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의구심이 드는 정치인들도 수두룩한 것이 한국의 의회다.


‘수도권만큼은 어떻게 개입해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정치인과 나쁜 정치인은 유권자 개개인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똑똑하고 유능한 정치인은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누군가를 당선시키는 건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를 낙선시키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불법과 비리로 점철된 삶을 살았거나, 할 줄 아는 거라곤 의사당에서 몸싸움 밖에 없는 무능한 인사가 국민의 대표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에.


❉ ❉ ❉


<REMO> 최종편에서 1편에 참여했던 주요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다.

촬영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에드먼드 쿤디와 한 작품 더 해보기로 했다.

<The Killing Road>부터 로케이션 디렉터를 수행한 험프리 톰슨이 뉴욕의 주요 장소들로 류지호를 안내했다.


“뉴욕의 세금공제는 몇 퍼센트야?”

“현장제작예산의 10%.”

“인상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10%에 묶여 있어?”

“곧 인상될 것 같긴 해. 순차적으로 인상할지, 한꺼번에 대폭 인상할지는 모르겠지만, 리베이트 인센티브도 추가될 거란 이야기가 뉴욕 영화계에 돌고 있나 봐.”

“캘리포니아주만 배가 불렀네.”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데 두 가지 장애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하나는 알겠는데, 영화제작 인센티브 예산적자 말고 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지. 영화 촬영지라면 당연히 캘리포니아라는 사실 말이야.”


뉴욕에서도 매일 어디에선가 TV·영화·광고·뮤직비디오 등이 촬영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산업은 미국 전체에서 캘리포니아주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지출되는 영화제작비만 연간 380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보다 6배나 큰 규모다.

캘리포니아주는 세계 최고의 촬영시설을 갖고 있으며, 최대의 스타 인력풀이 있다.

톱스타들의 첫 번째 주택이 캘리포니아에 있고, 뉴욕에 임시 거주지를 가지고 있는 식이다.

최소한 3달 간 촬영하는 영화산업 속성상 할리우드 거주 유명 영화배우들이 다른 주에서 촬영하기보다 출퇴근이 가능한 LA 인근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톱스타들은 계약서에 주요 촬영지에 특정한 주를 명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주에는 지구상에 있는 어느 장소라도 대신할 수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마천루도 있고, 사막도 있고, 시골도 있으며,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다.

중동, 유럽 심지어 아시아 배경 촬영도 일부분 가능하다.

다른 주에서 세금공제와 인센티브로 유혹하지만 쉽게 캘리포니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혹시 트라이-스텔라가 Playa Vista로 이주하게 되면 현재 선셋과 브론슨 스튜디오에 입주한 영화사들이 밴쿠버로 이주해?”

“누가 그래?”

“단순 루머인 모양이지?”

“선셋 스튜디오는 트라이-스텔라TV가 계속해서 사용할 걸. 브론슨 스튜디오가 제2 스튜디오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

“다행이군.”

“험프리가 그 문제를 왜 걱정해?”

“대형 스튜디오가 밴쿠버로 떠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니까.”

“그럴 리 없어. 메타보이 회장의 공식입장이 아닌 건 믿지 마.”


충무로도 말들이 참 많다.

할리우드는 그 수십 배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떠돈다.


“주정부 재정적자도 100억 달러를 넘었다는데....”

“할리우드의 혜택을 더 줄이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정치인들은 사회보장 서비스와 할리우드의 부자들을 위한 혜택 사이에서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잖아.”

“중부 지역에서는 30%까지 세금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트라이-스텔라에게 러브콜을 보내는데,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빅 세븐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다른 주에 빼앗겨 봐야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할 걸.”


당장 류지호조차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할 수 있음에도 <REMO> 메인 촬영을 뉴욕과 토론토에서 로케이션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캘리포니아주가 제공하는 금전적 인센티브는 포스트프로덕션 장비에 대한 5% 판매세 면제와 주정부 소유지에서의 촬영허가비 및 장소사용료 면제에 불과했으니까.


“뉴욕은 다 돌아본 것 같으니까, 토론토로 넘어가자고.”


✻ ✻ ✻


한창 Eye-MAX Solido 카메라를 테스트 하고 있던 에드먼드 쿤디 촬영감독이 캐나다 로케이션 헌팅에 합류했다.

다음 날에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이크 리바와 아트디렉터 한나 쉐릴이 토론토로 날아왔다.

일행은 험프리 톰슨이 제시하는 로케이션 후보군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에드먼드 쿤디가 우려를 드러냈다.


“핸드헬드, 스태디캠 운용을 하지 못하는데 정말 괜찮겠어?”

“알잖아요. 내가 핸드헬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


에드먼트 쿤디 입장에서는 블록버스터를 찍으며 장비 운용이 제한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네트만씨가 Solido 카메라를 올릴 수 있는 특수 기어헤드를 제작하고 있어요. 핸드헬드 효과는 내지 못해도 약간의 쉐이키캠 느낌은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 만져볼 수 있는데?”

“앨런에게 물어보세요.”

“좋았어!”


에드먼드 쿤디는 몹시 들떠 있었다.

3D 실사상업영화를 오랜만에 시도하기 때문이다.

에드먼트 쿤디는 <REMO> 최종편을 통해 2003년 현재 할리우드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영상을 선보일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위해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다양한 기술들이 총동원될 예정이다.

Eye-MAX, 3D 영상 전문 기업 RealD, 특수촬영장비 회사 Nettmann Shooting Systems, 3D MAX 소프트웨어의 Alias-Wavefront Technologies, 색보정의 Da Vinci Systems, VFX의 Hues & Rhythm Studios 등 독자 기술들이 제공된다.

특히 배우들의 동작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기존의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가 사용될 예정인데, 이를 통해 <폴라 익스프레스>의 한계를 극복해 볼 작정이다.

JHO Company의 거의 모든 기술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서 협조하고 있다.

<REMO> 최종편을 찍기 위해 그 동안 관련 기업들을 수집했다고 할 정도다.


“자넨 아무 걱정 말고 일 보게. <반지의 제왕>보다 더, <매트릭스>보다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비주얼을 구현해 보일 테니까.”

“믿어요.”


서사와 드라마를 해석하고 풀어내는 것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진보된 기술을 영상에 적용하는 것에는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에드먼드 쿤디다.

화면은 그에게 맡기고 류지호 본인은 오로지 연출에 집중하면 된다.


❉ ❉ ❉


에드먼트 쿤디가 다시 Eye-MAX Solido 카메라 테스트에 집중하고 험프리 톰슨은 토론토 영화위원회에서 촬영허가서를 받기 위해 서류작업에 들어갔다.

류지호는 LA로 복귀하지 않고 All-Season Hotel 펜트하우스에 며칠 더 묵기로 했다.

JHO Company Group의 주요 인사들이 류지호가 묵고 있는 펜트하우스를 찾아왔다.

GARAM Invest 회장 매튜 그레이엄, Timely 엔터테인먼트 CEO 샘 리버먼, 해외사업 총괄 스탠 크레이그,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 COO(최고운영책임자) 딜런 맥컬리, JHO Security Service CEO 도널드 제이콥, 이사회의장 수석참모 데이빗 브레이텐바크가 그 주인공들이다.

류지호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다.

한국의 재벌 가신 같은 성격은 아니라고 하지만, 초창기부터 사선을 함께 넘은 전우로서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최측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축하한다. 동생아.”


매튜 그레이엄이 난데없이 류지호를 끌어안았다.


“뭘? 왜?”

“네가 포춘 선정 비상장기업 3위 기업을 이뤄냈단다.”

“2위가 아니고 3위야?”

“오호. 파커를 뛰어넘어 보시겠다?”


1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농업기업 카질(Carzill)이다.

2위는 수년째 파커 컴퍼니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는 증권거래소에 상장은 하지 않았지만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기업이 굉장히 많다.

2003년 현재 300개에 달했다.

또 매년 30개 안팎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996년부터 포춘지가 비상장기업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첫 조사 때부터 계속해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다국적 곡물회사 Carzill Company는 2002년에도 6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이 매출액은 상장사를 포함한 전체 미국 기업 중 15번째다.

그 뒤를 이어 농업과 금융의 파커 컴퍼니가 만년 2인자를 차지하고 있다.

류지호가 알기로는 언제든지 1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분산되어 있거나 감춰져 있는 가문의 방계기업을 드러내야 하기에 안 하는 것 뿐.

복합미디어 그룹 JHO Company는 276억 달러 매출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한편 포춘지는 비상장 우량기업 중 Carzill, PARKER, JHO, Gloomberg 등을 잠재 가치가 큰 10대 기업으로 뽑고 이들이 동시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최소 1,4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2002년 한 해 미 증시에 상장된 전체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여전히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마음은 없고?”


류지호는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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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2) +10 23.06.29 2,894 106 22쪽
539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1) +2 23.06.28 2,877 108 26쪽
538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3) +4 23.06.27 2,838 105 22쪽
537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2) +4 23.06.26 2,879 111 26쪽
536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1) +5 23.06.24 3,010 115 24쪽
535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9 23.06.23 3,025 116 27쪽
534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9 23.06.22 2,947 115 26쪽
»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7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0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530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3 23.06.17 2,997 117 25쪽
529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4 23.06.16 2,957 123 26쪽
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9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1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521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3 110 23쪽
520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0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6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0 113 24쪽
517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0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1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7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2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6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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