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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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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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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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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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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치와 안보(공화당) VS 경제와 테러와의 전쟁의 부당함(민주당).


JHO 의장비서실이서 전망한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었다.

기독교적 가치와 국가안보는 미국 보수당의 핵심이다.

공화당의 조디 워커가 재선에 성공한다는 것은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안보에 손을 들어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보수층은 유권자의 34%를 차지한다고 한다.

자신을 리버럴이라고 하는 사람은 21%다.

자신을 중간층(온건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은 어느 쪽보다 훨씬 많은 45%이다.

미국에서 살기 전까지만 해도 류지호는 미국이 고도의 민주주의적인 정치력을 보여주는 국가인 줄 알았다.

실상은 미국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태생적으로 모두 부르주아 정당이다.

북부의 산업자본가와 남부의 농업자본가를 대표한 것이 공화당과 민주당이었으니까.

미국에는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견고한 양당체제 안에서 기존의 정치 경제적 상류층 사이의 견해차이만 있다.

안타깝지만 한국도 점차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노동운동가 출신들이 모여 만든 진보정당 역시 흉내 내기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노동약자는 대부분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들의 이익을 확보하려면 기존 고연봉 노동자들의 몫을 떼 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진짜 노동당이 만들어질 수 없는 이유다.

노동자는 그저 노동자일 뿐인데,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눠지니까.

개인이든지 조직이든지 사회든지 국가든지.

긴장이 필요하다.

내키는 대로 해서는 큰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서로 해먹는 남미와 같은 상황으로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한국사회도 그렇게 해왔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한국에서는 투표가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라며 강조한다.

두 번의 삶을 사는 류지호 입장에서는 이제 동의하기 힘들게 됐다.

한국에서만 10번의 대통령 선거를 경험해 봤다.

미국에서는 투표를 하지 못했지만 세 번의 투표를 지켜봤다.

효능감을 단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 사정이고.....’


미국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대사건이긴 하다.

미국 외의 나라에서는 역사적일 것까지는 없다.

그가 어떤 외교와 대외경제정책을 펼칠 것인가 그것이 중요할 뿐.

류지호로서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전개하는 사업에 첫 흑인 대통령이 어떤 이로움이 있냐는 것이 관심사다.

미국의 민주당이 진보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미국 자본가층의 한 분파를 대표할 뿐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자본가층으로는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과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IT기업 창업자들을 들 수가 있다.

할리우드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영화인들을 대체로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하는 것 뿐이다.

암튼 <REMO> 시리즈는 블랙유머가 풍부한 영화를 지향했다.

액션블록버스터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곳곳에 현실에 대한 풍자가 묻어 있다.

Ⅰ·Ⅱ편은 보수 성향 비평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진 않았다.

전쟁과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내세웠기에 공격할 수가 없었다.

최종편은 다를 것 같았다.

미국의 보수층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릴 수도 있기에.

미국의 백인 보수층이 <REMO>를 불편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감히 아시아계 노인(치운) 따위가 온갖 독설로 미국을 조롱한다는 점이었다.

최종편 시나리오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치운’의 독설과 현재 미국 사회의 여러 현안들을 풍자하고 있다.

미국 골수 보수층을 자극할 부문이 꽤나 많았다.

영화 속에서 뉴욕 시민 사이에서 묘하게 편이 나누어진다.

자주 성경구절을 인용하는 보수적 기독교인 캐릭터들과 그렇지 않은 여러 다인종의 시민들이 대비된다.

두 진영이 서로 갈등하고 심지어 편을 나누기까지 한다.

이런 에피소드를 진지하게 풀진 않는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들로 그려진다.

생존 앞에서 편을 나누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다.

션 블랙이 만들어낸 다이얼로그 속에는 백인우월주의와 타 종교를 배척하는 기독교인들의 미묘한 모순이 담겨 있다.

그저 웃으며 넘길 대사긴 하지만.

맥락을 이해할 때 비로소 숨은 의도를 알게 된다고 할까.

특히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결혼을 남녀 간의 신성한 결합으로만 인정하는 개헌을 추진 중인 조디 워커 대통령의 고집을 풍자하는 에피소드도 들어 있다.

미국의 외교와 힘을 통한 국제정세 관리를 풍자하는 것도 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책정한 추가예산을 긴급하게 풀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뉴욕을 빠져나온 시민을 위한 구호물자 등 긴급한 예산을 즉각 편성해야 합니다.]

[탁상공론을 벌일 때 입니까? 속히 뉴욕시민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전 군을 움직여도 모자랍니다.]

[그렇다고 중동에 나가있는 항모라도 불러오자는 겁니까?]

[중동이 중요합니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한반도에 전개 중인 전략자산들도 모조리 본토로 돌리자고 해보시지요.]


영화 속에서 좀비 테러를 벌이는 흑마법사는 보스니아 내전이 만들어낸 악마다.

흑마법사는 오사마 빈 라덴을 암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정보기관이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 혹은 사살할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방치했거나 타이밍을 놓쳐버려 10년 동안 잠적하게 만들었다는 내용 같은 것이 담겨있다.

이미 1편에서부터 흑마법사 복선이 깔려있었다.

최종편에서 마침내 진정한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보스니아 내전의 중요 전쟁범죄자들이 수년간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뒤늦게 붙잡혀 재판을 받았다.

미국의 외교현안인 이라크, 아프카니스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테러단체 일부 수뇌부와 연결 지으면 묘하게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유고연방의 전범들은 세르비아계들의 도움을 받아 수년 간 도피생활을 했다.

전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보유한 미국이 작정하고 잡으려고 했다면 훨씬 이른 시간에 체포해 법정에 세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9.11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도 마찬가지다.

류지호는 미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책정한 추가 예산 750억 달러까지 건드렸다.

실제로 의회에서 이 추가예산이 통과될 것 같진 않았다.

다만 미국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무려 80조가 넘는 당신들의 세금이 의미 없는 전쟁에 쓰여도 괜찮은 것인가? 진짜 괜찮나?]


사실 미국 시민도 아닌 류지호가 걱정할 바는 아니다.

좋은 영화 혹은 잘만든 영화는 질문하는 영화다.

류지호의 질문 속에는 전쟁 반대와 세계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 외에도 현재 미국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이 곳곳에 숨어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맨해튼 시민들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도 월가의 주가하락을 걱정한다던가, 4,000억 달러가 넘는 중앙정부의 재정 적자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동성 간의 결혼 금지 헌법 개정 이야기로 다투기도 한다.

좀비로 변한 뉴욕의 빈민들을 통해 은근슬쩍 극심한 빈부격차와 의료보험 문제를 풍자하고, 백인 중산층이 기독교적 가치를 중요시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모순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정색하고 풀어내진 않는다.

타임 스퀘어의 대형광고판이나 주인공들이 마주치는 인물들의 언행을 통해 지나치듯 묻혀 놓을 계획이다.

커트 단위로 쪼개서 분석하고 전체 맥락 속에서 해석하지 않으면 읽어낼 수 없다.

류지호와 션 블랙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그런 뉘앙스가 풍기게 된 것들도 있고.

치운 캐릭터를 다시 전면으로 불러내자, 션 블랙의 장기가 드러났다.

레모와 치운의 버디는 <리셀웨폰>, <마지막 보이스카웃> 스타일로 회귀했는데, 21세기에 맞게 좀 더 세련된 티키타카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결국은 백인 영웅 레모 윌리엄스와 미해병 특수팀의 눈물겨운 희생정신이 부각되는 영화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국은 승리할 것이라거나, 9.11 테러로 인해 분열된 미국사회는 곧 치유될 것이란 긍정적인 메시지로 포장된다.

그렇게 보여야 영화가 흥행한다.

그래서 류지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온갖 메타포와 연출로 꽁꽁 숨겨놓았다.

시리즈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다소 진지한 편이다.

류지호는 다시 1편으로 돌아가 B급 정서를 마음껏 드러낼 예정이다.

‘싼 티 나는‘ 코미디로 껍질을 두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국의 보수적인 백인 관객들의 저항감을 줄여서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가 있을 테니까.

즉 영화의 블랙유머가 미국 보수층에서도 웃고 넘길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REMO> 시리즈 최종편이 개봉될 시기는 2004년 하반기거나 2005년 초반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맞물릴 수도 있다.

정치풍자로 입방아에 올라봐야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류지호는 9.11과 관련된 음모론에는 관심이 없다.

그와 관련해서는 <화씨 9/11>이란 다큐멘터리가 한창 촬영되고 있기도 하고.

<본 슈프리머시> 연출계약을 체결한 그린그래스 감독이 9.11과 관련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류지호에게 넌지시 제안한 적이 있었다.

테러를 위해 공중 납치되었지만, 결국 승객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추락하고만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플라이트 93’과 관련된 아이디어였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당일의 정확한 날짜가 아니다.

작년에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제목이다.

영문 제목은 <11′09″01 - September11>이다.

11분 9초 1프레임의 길이로 제작된 열 한편의 단편 영화를 모아놓았다. 조디 워커가 결코 좋아할 영화가 아니다.

11편의 단편 영화들 중에는 세계 무역 센터에 묻힌 영혼들을 애도하는 영화는 있을지언정 그 애도가 온정주의나 미국식 애국주의를 기치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7개 나라에서 11명의 감독의 단편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는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는 별개로 그동안 미국이 제3세계에 저지른 악행들을 인식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의 빛은 우리를 인도하는가? 아니면 눈멀게 하는가?]


감독과 작가만 아는 <REMO> 최종편이 던지는 질문이다.

테러를 저지른 쪽이나, 초강대국을 이끄는 위정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화두다.

사실 할리우드 액션블록버스터에 인문학 타령하는 것도 우습다.

관객들은 그저 류지호가 선보이는 유머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를 만끽하면 그만이다.

다만 몇 명이라도 스쳐 지나가는 대사들을 곱씹고, 스크린에 투영된 사회적 배경을 되짚어 보면서 그 안에 근사한 의미까지 숨겨져 있다는 걸 발견하는 재미까지 느끼면 더 좋고.

결국은 흥행에 성공해야 연출의도도 함께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지만.


❉ ❉ ❉


션 블랙으로부터 <REMO> 최종편 스크립트가 넘어온 후, 류지호가 직접 윤색 작업을 했다.

간혹 각색과 윤색을 혼동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할리우드에서는 윤색이란 개념이 아예 없다.

시나리오 부문에도 분업화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션 블랙이 쓴 시나리오를 류지호가 다시 재구성한 후에 다이얼로그만 손보는 작가와 액션 시퀀스에 아이디어를 보탤 작가를 고용했다.

두 명의 작가는 작가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진 못한다.

대신 각각 10만 달러의 작업료를 챙겼다.

보통은 스크립트가 넘어오게 되면 감독과 스튜디오 임원이 치열하게 토론을 벌여야 하지만, 류지호는 그럴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스튜디오 임원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니까.


“스콧 프랭크, 에릭 로스, 스티브 자일리언 같이 유명 시나리오 작가들도 오리지널 각본을 쓰기보다 각색에 매달리고 있지.”


오랜만에 참석한 미국의 영화시상식 제60회 골든글로브에서 마르틴 스콜체제가 류지호를 향해 걱정인지 비판인지를 늘어놨다.


“지금 할리우드가 그래. 눈길을 사로잡는 기발한 이야기로 일단 이름을 얻고 나면, 또다시 머리를 쥐어뜯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베스트셀러란 안전판에 안주하기 일쑤야.”


이미 90년대부터 풍조가 그랬다.

A-List 시나리오 작가는 원작을 한 편 각색하는데 200만 달러를 받는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위험을 무릅쓰는 걸 꺼리는 분위기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성공한 오리지널을 손만 보면 수백 만 달러를 벌수가 있으니까.


“스튜디오가 작가들의 창작 욕구에 찬물을 끼얹으니 창의성이 풍부한 시나리오는 더더욱 구경하기 어려워지고 있지.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보면 등장인물의 성격에서부터 사건 하나하나까지 물고 늘어지며 논쟁을 벌이잖아. 그런데 일단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존경심을 갖고 대하지. 당연히 그린라이트도 훨씬 쉽고 빠르게 켜지게 되고.”


마르틴 스콜체제 같은 대감독조차 유명 원작을 영화로 옮기자는 제안을 주로 받고 있으니 할리우드의 수많은 감독이나 작가들이 명성을 얻기 전에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마도 메이저 스튜디오가 개편이 된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일찍이 스티븐 아들러 감독이 예견했던 바다.


“트라이-스텔라도 그런 것처럼 거대 복합미디어 기업에 속하는 자회사로 전락했잖아요. 과거 할리우드 선배 제작자들이 영화팬으로서 일말의 순정을 가지고 대했다면 이제는 돈벌이 수단이자 팝콘무비 내지는 젊은층의 레저 타임용 여흥거리로 낮게 생각하니까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스크립트를 보고 내게 이게 좋은 영화가 되겠느냐고 물었어. 지금은 이 프로젝트가 상부로부터 비즈니스 플랜으로 채택이 될까 혹은 금융쪽에서 투자에 관심을 보일 여지가 있을까 그걸 가장 궁금하게 여기고 있지.”


이미 20세기 말에 상업성이 독창성을 대체하기 시작한 할리우드다.

그러니 가치가 없는 영화 수백 편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작가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고, 감독들 또한 베스트셀러를 각색해 만든 영화들로는 자기 색깔을 고집할 수 없다.

판에 박힌 영화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알버트가 ParaMax를 떠날 수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독립영화를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투자배급사가 ParaMax Entertainment고, 그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알버트 마샬이다.

미국 독립영화계로써는 알버트 마샬의 퇴진이 끔찍한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나를 포함해 이사회는 알버트에 대한 신뢰가 무척 높다고 할 수 있어요.”

“다행이군.”


할리우드에서 활동한지 꽤 오래된 류지호다.

마르틴 스콜체제 감독과는 처음으로 대화를 해봤다.

앞으로는 오늘처럼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TCU의 아버지는 스탠 리버고 제작의 전면에는 개빈 페이지가 서 있다.

그런데 배후조종자(?)는 류지호다.

테마파크 영화(theme park Films)와 만화 원작 영화들(comic book films) 논쟁이 벌어지면 류지호가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헤이, 미스터 미라클~”


니콜라 키드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친구 앨리나 와츠의 절친이면서 2001년 톰 메이포더와 이혼하기 전에는 몇 번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녀 외에도 마리 스트립, 앨런 해크먼과도 대화를 나눴다.

할리우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색마에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

존 니컬슨 배우도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어퓨 굿 맨>부터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까지 두 편을 트라이-스텔라에서 작업하며 인연을 맺었고, 종종 파티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경험도 있다.

온갖 에피소드를 몰고 다니는 배우다.

자신을 길러준 부모가 사실은 조부모였고, 누나가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 집안은 연기가 좀 되는 집이군.”


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일화는 유명한 축에도 끼지 않는다.

삶이 지겹다면서 훌쩍 잠적해버리기 일쑤다.

자고 싶은 여성이 있으면 어떤 수를 써서 잠자리를 한다.

매춘부를 폭행해 구설에 오르는가 하면,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복용하고 운전하다가 낭떠러지로 추락해 죽을 뻔한 적도 있다.


“Jay, 샌님처럼 살지 마. 넌 성욕이란 걸 풀기는 하는 거냐?”


환갑을 훌쩍 넘긴 존 니콜슨이 여전한 정력을 과시하며 충고했다.


“내 성생활은 내가 알아서 해요. 고맙지만 사생활에 대한 충고는 사양할 게요.”

“난 분명 경고했다. 남자라는 동물은 제 때 풀어주지 않으면 사고를 치는 법이야.”

“네네.”


친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충고나 조언을 하는 양반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럴까.

어딘지 삶의 태도에서 힘을 뺀 것처럼 느껴졌다.

착각이 아니었다.

날카롭게 벼린 칼처럼 긴장감을 몰고 다니던 양반이 조금은 둥글둥글해졌다.


“알버트, 축하해요.”

“고맙네.”


이미 예상했던 결과대로 골든글로브 시상 결과가 나왔다.

ParaMax가 투자배급한 뮤지컬 영화 <시카고>가 제6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남ㆍ여주연상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작품을 그린 <The Hours>는 최우수 극영화상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를 연기한 니콜라 키드먼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2관왕이 됐다.

<어바웃 슈미트>의 존 니컬슨은 극영화 부문 남자 주연상을 받았다. <시카고>의 두 주인공은 뮤지컬 코미디 부문 남녀 주연상을 각각 차지했다.

최우수감독상은 <갱스 오브 뉴욕>의 마르틴 스콜체제가 받았다.  그 밖에 <디 아워스>는 극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어바웃 슈미트>는 극영화 각본상을 받았다.  남녀 조연상은 <어댑테이션>에서 열연을 펼친 마리 스트립이 수상했다.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의 수상 결과에 시상식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유력한 수상작은 <이 투 마마>였다.

그런데 류지호의 <복수의 꽃>이 수상했다.

수상 이유는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끝이 나고 한참 후에나 밝혀진다.

멕시코의 <이 투 마마>, 스페인의 <톡 투 허>, 한국의 <복수의 꽃> 세 편 모두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하지 않았다.

그로인해 아카데미 수상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세 편의 작품을 놓고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표가 갈렸다.

아시아 기자들의 표가 <복수의 꽃>으로 몰리고, 유럽의 일부 기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당초 예상과 다르게 <복수의 꽃>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복수의 꽃>과 접전을 펼쳤던 <톡 투 허>를 연출한 스페인의 페드로 카바예로 감독은 한국의 김우혁 감독처럼 자국보다는 유럽권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스페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히고 있는데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제 52회 칸 영화제 감독상과 제 5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제 72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스페인 영화계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를 주로 만들지만, 특유의 영상미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작가주의 감독이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 출품하지 않은 <톡 투 허>가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게 된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영화시상식이 암묵적으로 짰을 리도 없고.

미국에서 인정받은 세 편의 외국 영화가 최고 권위의 상을 절묘하게 나눠 갖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다소 얼떨떨한 심정으로 류지호는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한편으로 시상자로 참석한 맥클로닌 윌리엄스의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알코올에 찌들었거나 약물 중독의 낌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음... 오랜만에 할리우드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존 그리고 맥.... 잔소리 좀 그만 해요. 난 어디서나 잘하고 있답니다.”


류지호가 존 니컬슨과 맥클로닌 월리엄스를 향해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과시했다.


“난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가 아니에요.”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두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존 니컬슨은 검지로 류지호를 가리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하 웃은 류지호가 헛기침을 하고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한국의 친구들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TV부문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PARKs TV의 <더 쉴드>가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트라이-스텔라TV <더 소프라노스>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전 삶에서는 어떠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더 쉴드>는 PARKs TV가 트라이-스텔라TV의 <소프라노스>에 대항하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TV 시리즈다.

PARKs TV는 <소프라노스>의 성공을 지켜보며, 대항할 만한 TV시리즈를 찾았다.

케이블 네트워크 FX의 편성책임자는 미국 진부한 수사 장르가 범람하고 있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반영웅적인 형사 스토리를 찾던 중에 <더 쉴드>의 대본이 들어왔다.

즉각 그린 라이트를 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소프라노스>가 방영되는 트라이-스텔라TV 채널은 유료 방송이었고, FX 네트워크는 광고 후원 케이블 채널이었다.

트라이-스텔라TV와 달리 FX 네트워크는 폭력수위와 과도한 노출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소프라노스>에 대항할 시리즈가 절실한 상황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칼을 갈았다.

헌데 방영이 예정된 한 달 전 911테러가 일어났다.

파일럿 방영을 2002년 봄으로 연기했다.

마냥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1년 10월 개봉한 부패 경찰을 다룬 영화 <트레이닝 데이>가 흥행하면서 <더 쉴드>에 대한 항간의 의구심을 지울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3월 <소프라노스>와 같은 시간대에 파일럿이 방영되었다.

꽤나 좋은 출발을 보였고, 결국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소프라노스> 정도의 엄청난 호응까지는 아니었다.

참고로 1999년 첫 시즌을 시작한 트라이-스텔라TV의 <소프라노스>는 이전 삶에서 TBO를 명품 드라마 채널로 이끄는데 포문을 열었던 드라마다.

이번에는 더 많은 제작비, 더 좋은 제작환경, 더 좋은 조건으로 무장하고 첫 시즌 700만 명 시청이라는 기록적인 시청자숫자를 기록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와이어>와 함께 JHO/DirecTV 가입자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어준 TV시리즈다.

게다가 <소프라노스>는 첫 시즌부터 에미상 단골 수상작이었다.

동시간대 TV드라마들은 <더 쉴드>처럼 맞불을 놓거나 피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골든글로브까지 수상했네.....’


지금까지 영화로 수많은 상을 받아왔다.

파커가문의 후원을 받는 운 좋은 청년, 투자의 귀재, 메이저 스튜디오의 오너, 황금의 손 프로듀서, 디지털 영화를 신봉하는 괴짜 등 수식어들에 가려져 알게 모르게 영화감독으로써 과소평가 되는 면이 없진 않았다.

미국에서 아카데미와 함께 양대 영화시상식으로 손꼽히는 골든글로브를 수상하게 됨으로써 앞으로는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You don't gotta love me, but you will respect me]


류지호가 기를 쓰고 확보하려고 했고 결국 트라이-스텔라TV를 통해 성공적으로 방영한 수작 드라마 <소프라노스>에서 나오는 대사다.


“넌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순 있지만, 날 존중할 거야.”


할리우드에는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다.

감추고 돌려서 차별하지 않는다.

대놓고 한다.

그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실력으로 또 성과로 증명하는 거다.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올 수 밖에 없는 게 이치다.

이번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소식을 전하며 한국에서는 머지않아 골든글로브와 오스카 트로피를 동시에 치켜 든 류지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레발을 쳤다.

그런 날이 오기를 누구보다 바라지만.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도 자기들은 옳다고 하는 고집쟁이들.

아카데미 위원회가 그렇다.

지독하게 보수적이며 스스로 만든 나쁜 원칙에 충실한 곳이다.


‘차라리 칸 영화제를 노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수도.....’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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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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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7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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