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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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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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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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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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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Zombie Apocalypse.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 영화 본질을 탐구하지 않고 천박한 기술에 기댄다.


미국의 일부 영화 비평가가 류지호를 향해 퍼붓는 비판 중에 하나다.

그들을 향해 류지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가 굳이 과학기술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Eye-MAX나 3D 영화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알아요. 모든 영화 장르를 Eye-MAX 혹은 3D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아주 예전부터 시각 경험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파노라마(panorama)나 시네오라마(cineorama), 마레오라마(Mareorama) 같은 발명이 이어졌죠. 내가 하고 있는 것들도 그런 노력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에 가까운 실감(實感).

진짜보다 더욱 진짜 같은 현장감(現場感).

영화 제작자와 관객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 둘이 생생할수록 영화의 몰입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3D 영화는 영상에 입체감을 더해 영화를 바라보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바꾸어 준다. 3D 기술은 영화의 몰입감(immersion)과 임장감(presence)을 얻기 위한 노력 중에 하나일 뿐이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인 VR로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장르 구분만큼이나 영화는 다양하다.

시각적 현장성을 재현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굳이 3D로 영화를 제작할 이유가 없다.

류지호는 모든 영화를 Eye-MAX나 3D로 제작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메이저 스튜디오 입장에서 3D 영화는 기존 영화에 비해 제작비용이 증가하는데다 전용 극장 및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익구조면에서 명확한 계산이 서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류지호가 등 떠밀어도 제작자 입장에서 굳이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콘텐츠의 불법복제가 성행함에 따라 타격을 입는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쉽게 복제가 되지 않는 성질의 콘텐츠라는 점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기한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고.

할리우드의 수많은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미래영화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고 있다.

LOG Company는 Eye-MAX와 3D의 결합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류지호나 제이미 캐머론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 한정되긴 하지만.


- 모두가 류지호, 캐머론, 루카스를 응원하는 건 아니다. 특히 기존의 형식과 관습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류지호에게 올바른 응원이 필요한 때다. 그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오너로서 비용절감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또 엔지니어처럼 새로운 기술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더 영화적이고, 더 철학적이고, 더 미학적인 영화를 고민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 비평가가 카이에 뒤 시네마를 통해 류지호에게 한 충고였다.

글 전문에 걸쳐 감독 류지호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한 눈 팔지 말고, 영화 본연에 집중하라고 꼬집어 지적했다.


‘댁은 댁이 할 일을 하시고, 난 내 일을 할 뿐이고...’


씨네아스트가 되길 바라는 영화비평가들의 충고를 류지호는 따를 생각이 없다.

이전 삶에서 제이미 캐머론이 <아바타>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른 시기부터 많은 영화인들이 관련 기술과 체계를 잡아나갔기 때문이다.

3D 영화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오래되었다.

그렇기에 류지호가 시대를 몇 년 씩 앞 서 나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큐브릭은 싸구려 B급 영화로 만들어지던 SF 장르를 할리우드 주류 영화로 격상시키기까지 했지.“


SF영화를 언급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최고의 걸작이자 영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당시에 할리우드가 할 수 없는 영역까지 도전해서 멋지게 영상으로 구현했다.

개봉 당시에는 관객과 평론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영화 역사상 위대한 영화를 선정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SF영화 최초로 65mm로 제작됐다.

지금도 수많은 SF영화의 레퍼런스가 되는 영화다.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구성을 보여주는 미장센은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나는 지루하기만 한데 왜 재미있다고 하는 거예요?”


예술영화라고 분류된 영화에 대해 고등학생이나 영화과 지망생들이 류지호에게 종종 하는 질문이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영화는 어떤 거예요?”


지루한 영화라거나 좋은 영화에 대한 정의는 류지호가 볼 때 하등 쓸데없다.

백인백색이니까.

좋은 영화 혹은 훌륭한 영화를 정의할 때 누구는 몰입되는 영화, 누구는 여운이 남는 영화, 또 누구는 생각할 여지를 남긴 영화, 혹은 메시지가 좋다거나 스토리가 풍부하고 개연성이 뛰어난 영화, 그것도 아니면 보는 이를 변화시키고 사회변화까지 이끌어내는 영화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일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인생영화가 다른 어떤 이에게는 최악의 영화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타르코프스키의 <향수> 같은 영화가 그렇다.

따라서 류지호가 좋은 영화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것이 좋은 영화인지 알지 못합니다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고 곱씹게 되는 영화는 분명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말장난으로 듣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럼에도 류지호는 좋은영화 정의 보다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지가 관객에게 더욱 직관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못 만든 영화가 잘 만든 영화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영웅본색>은 예술로서 영화라는 관점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시대가 흘러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영화다.

좋은 영화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잘 만든 영화일 수는 있다.

감독은 대중에게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즉 스토리, 연출과 미장센, 주제 및 메타포, 캐릭터와 연기, 기술적 성취가 골고루 또는 특정한 요소에서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을 영화사적으로 좋은 영화라고 규정하기에 감독이 되려고 하는 학도나 감독 스스로 좋은 영화에 대한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에휴~ 단편도 영화라고....’


3D 영화 감을 잡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영화작업을 앞두고 잡생각이 휘몰아치는 것을 보면 영화를 찍긴 찍는 모양이다.


✻ ✻ ✻


3D 영화에 어울릴 만한 소재를 궁리한 끝에 오랜만에 좀비물을 찍기로 했다.

어차피 <REMO> 최종편에서 좀비가 등장한다.

예행연습으로 안성맞춤이다.

타이틀은 직관적으로 <Zombie Apocalypse>라고 붙였다.

구구절절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없도록.

영화에 사용할 카메라 기종은 Eye-MAX Solido라는 모델이다.

실물을 처음 보고는 그 거대한 크기에 질려버렸다.

Solido 기종의 경우, 설계가 1993년에 나왔다.

첫 카메라는 이듬해에 만들어졌는데 3D 영화가 수요가 많지 않아 다섯 대밖에 제작되지 않았다.

그 동안 류지호는 Eye-MAX Corp.에 꽤나 넉넉하게 투자했다.

후반작업에서 3D 필름 카메라와 싱크를 맞출 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일치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디지털 카메라 개발비를 투입하는 정도였다.

5년 넘게 필름카메라 소형화에 집중 투자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Eye-MAX Solido는 모텔용 냉장고 크기를 훌쩍 넘길 정도로 거대했다.

그 크기로 인해 상업영화에 사용되기 쉽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3D 실사 촬영은 특수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뿐이다.

극장상영 역시 영사기 두 대를 동시에 틀어 스크린에 겹치게 보이는 방법뿐이다.

이전 삶에서는 2005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영사기 한 대로 3D 상영이 가능해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입체 영화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 영사기 한 대로 상영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시도한 첫 영화가 극장용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이었다.

이후 2007년에 개봉한 <베오울프>는 기존의 영화 상영방식과 입체 상영방식 사이의 상업적 성과에 대한 비교가 가능한 첫 번째 사례였다.

3D 상영관의 평균수입이 일반 상영관의 3배에 달했다.

상업성에 대한 스튜디오의 인식전환의 기회가 됐다.


‘디지털로 완전 전환되지 못하면 3D 영화도 도리가 없지.’


1950년대 3D영화 붐이 일었다가 금세 꺼져버렸다.

기존 필름 시스템으로는 상업적인 성공의 한계가 명확했다.

디지털 기술은 좌안과 우안으로 촬영되는 이미지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싱크해줄 수 있기 때문에 입체 정합도가 좋다.

또한 CGI로 다양한 보정을 해줄 수가 있다.

카메라 두 대를 리그에 달았을 때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도 디지털 카메라가 해결해 줄 수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다 온 류지호는 기술진보가 너무 더디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가 관여함으로써 진보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

류지호는 시스템이 변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받아들여야 했다.

영화가 기획 제작되고 상영되는 과정은 충무로의 다이내믹한 제작 환경에서도 어림잡아 2년의 시간이 필요한 인고의 과정이다.

충무로보다 훨씬 보수적이고 이해득실에 민감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개인들의 경험이 쌓여 시스템이 바뀌는 데 최소 3년은 필요했다.


“의욕이 너무 앞선 것 같긴 하네.”


류지호는 자신이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걸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다고 Eye-MAX 3D 영화를 포기한다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선도자 지위를 양보하고 싶진 않았다.

돈을 번 이유가 무엇 때문인데.

하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하기 위해서다.

기술의 발전 속도?


‘더 많은 돈을 투자해 가능하게 만들면 되지.’


❉ ❉ ❉


류지호가 캐나다에서 3D 단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때, 제이미 캐머론은 3D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


"<행성 880>은 어쩌고 <Battle Angel Alita>인데요?“


류지호가 제이미 캐머론을 향해 드물게 짜증을 부렸다.


- 기본 각색 개념을 만들었어. 내년 중에 첫 번째 스크립트가 나오지 않을까 해.


<아바타>의 워킹타이틀 <행성 880>은 캐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모양이다.

갑자기 <Battle Angel Alita>에 꽂혀서 속도를 내고 있단다.

류지호는 화를 꾹꾹 누르고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3D 촬영전문 회사는요?”

- 내 프로덕션이 있는데 뭐 하러 회사를 또 만들겠어.


당장은 전문 업체를 만들 생각까지는 없는 모양이다.

3D 영화에 대한 연구를 개인차원에서 하고, 소닉과는 3D 실사 카메라 장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여담으로 <아바타>의 성공 이후 제이미 캐머론이 촬영감독과 함께 입체영화 촬영 전문 회사 캐머론 & 페이스를 설립해 다양한 3D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 캐나다에서 단편영화를 제작한다고?

“예.”

- 3D라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맞아요.”

- 제작 노하우를 공유해 줄 수 있어?

“<행성 880>에 집중한다면 그럴 의향이 있어요.”


제이미 캐머론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3D 영화 작업을 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영국 정도다.

그마저도 다큐멘터리에 편중되어 있다.

다만 극장상영용이 아닌 TV-비디오 분야에서는 꾸준히 장편이 만들어지고 있긴 했다.

그 외에 LOG, DreamFactory, PIXART 등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3D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류지호가 소유한 기업인 Hues & Rhythm Studios와 자회사 Azuresky Studios 역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각각 3D 영화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원 없이 입체영상 작업을 하실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류지호가 레오 립튼(Leo Lipton)에게 단단히 약속했다.

이 시기 북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테레오그래퍼로 레오 립튼, 롭 화이트힐(Rob Whitehill), 밥 뉴먼(Bob Newman), 빈 페이스(Vin Pace) 등이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레오 립튼은 3D 영화 분야의 선구자이자, 대부격의 인물이다.

지난 1989년, 필름 영사기 앞에 편광 필터를 사용해 입체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 Z-Screen 특허를 얻었다.

이전 삶에서 전 세계 3만여 개의 3D 영화 상영관에서 사용된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50개의 입체 영상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류지호는 레오 립튼이 1980년에 설립한 입체 영상 전문 회사 StereoGraphics Corp.을 인수했다.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에는 관심이 없는 레오 립튼을 최고 기술 책임자(CTO)에 앉혔다.

그 같은 제안에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캐나다로 날아와 본인이 직접 류지호가 제작하는 3D 단편영화 <Zombie Apocalypse>의 스테레오그래퍼 겸 3D 영상 제작 수퍼바이저가 되어 주었다.

3D 영상 제작의 핵심인력은 스테레오그래퍼(Stereographer)다.

3D 촬영장비 리그(Rig)를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영까지 입체 영상제작 전반을 관장하는 3D영상 총괄감독이 스테리오그래퍼다.

할리우드에서는 그들이 기획 단계부터 최종 영사과정까지 모든 과정의 입체영상 품질을 책임지고 있다.

레오 립톤 외에 류지호의 지인 두 명이 더 참여했다.

UCLA에서 류지호의 단편을 촬영했던 로이 캠벨과 아담스 블랙이다.

류지호의 부름을 받은 두 사람은 만사 제쳐 두고 토론토로 날아왔다.


“UCLA에 다닐 때 당신이 낸 ‘입체영화의 기초‘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레오 립톤이 1982년에 펴낸 3D 영상의 입문서다.

촬영 전공자들이 한 번 쯤 짚고 넘어가는 분야다.


“그 책을 출판한 이유가 그것이었네. 학생들이 입체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지.”

“사실 강의시간에는 대략적인 내용만 언급하고 넘어갔는데, Jay가 권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랬군....”

“Jay는 그때도 변화와 도전을 즐겼습니다. 입체영화가 비록 아날로그 시대에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많이 달라질 거라고 확신했지요.”


아담스 블랙이 말을 보탰다.


“Jay는 영화를 만들 때 목적의식이 뚜렷해요. 이번에도 뭔가 보여줄 겁니다.”

“촬영을 하고 있는 자네 둘에게 스테레오그래퍼는 단순히 촬영현장에서 입체영상 촬영에 필요한 리그(Rig)를 오퍼레이팅하고 입체감을 얻는 작업을 보조하는 정도로 여길 수 있겠지.”


아직까지 촬영감독들의 인식이 그랬다.

즉 스테리오그래퍼를 촬영감독 산하 촬영팀에 속한 일종의 기술 오퍼레이터로 보고 있었다.

HD기술과 HD영상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전문 스태프 VE(Video Engineer)를 보는 인식과 유사했다.

그 이유는 VE 자체가 영상을 다루는 창의적인 아티스트가 아닌 단순히 기술 오퍼레이팅에 국한된 임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스테레오그래퍼가 담당하는 직무의 절반은 아티스트로서의 속성이 강하다네. 직무의 정확한 이해와 제작환경에서의 효율적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퍼레이터로서의 개념을 바꿔야 하지.”


레오 립튼은 스테레오그래퍼가 촬영감독에 속하기보다 입체영상기술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갖고 자체 팀을 꾸리는 감독급 스태프 즉 수퍼바이저의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스테레오그래퍼는 입체영상 촬영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인 리그를 다루는 리그 엔지니어(Rig Engineer), 입체영상 품질 상태를 감시하고 보정하는 장비인 이미지 프로세서(혹은 애널라이저)를 다루는 3D 이미지 프로세서 오퍼레이터(3D Image Processor Operator), 3D 데이터를 처리하고 백업하는 3D 데이터 매니저(3D Data Manager) 등의 스태프가 포함된 독자적인 팀을 통솔해야 돼.”

“Jay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예요.”


류지호는 친구인 로이와 아담스가 팀을 이뤄서 향후 JHO Company 산하 영화사들이 제작하는 3D영화의 스테레오그래퍼 역할을 전담해주길 원했다.

스테레오그래퍼 분야의 대부격인 레오 립튼에게 많은 것을 배울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충무로에서 스테레오그래퍼들은 전문직이긴 하지만, 촬영을 보조하는 오퍼레이터 역할에 머물렀다.

반면에 할리우드 스테레오그래퍼의 업무는 광범위했다.

영상 제작의 프리프로덕션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전 과정에 합류해 입체영상에 관한 기술 작업과 창의적인 아트워크 등을 모두 지휘한다.

각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영상이 상영되는 디스플레이의 사이즈를 스테레오그래퍼가 결정한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입체감을 구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핵심이 되는 일이 뎁스 스크립트 디자인(Depth Script Design)을 통해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일이다.

뎁스 스크립트는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만들듯이 입체감을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해석해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는 창의적인 작업이다.

프리프로덕션을 매우 철저하게 하는 할리우드에서는 이 과정에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스테레오그래퍼 등이 모여 뎁스 스크립트를 논의한다.

물론 스테레오그래퍼는 뎁스 스크립트 디자인을 통해 기승전결의 흐름을 갖고 있는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Shot/Scene/Sequence 단위별로 입체감을 정량화하고 시나리오에 묘사되는 공간을 해석하여 피사체와 피사체가 놓인 공간을 돌출영역과 후퇴영역으로 구분해서 제시한다.

쉽게 말하자면 시나리오를 읽고 입체감을 가장 강력하게 이입할 수 있는 영역과 반대로 입체감을 평이하게 적용할 영역을 스테레오그래퍼가 임의로 해석하여 적용하는 작업이 바로 뎁스 스크립트 디자인이다.

이렇게 정량화한 뎁스 스크립트를 토대로 리그 오퍼레이터는 3D 촬영 방식을 실제 적용하고, 촬영감독 또한 현장에서 스크립트에 따라서 오퍼레이팅하게 된다.

물론 프로덕션에서 즉흥적인 변수와 상황이 수시로 변할 수 있기에 그때마다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기에 CGI 수퍼바이저 출신보다 촬영감독 출신 스테레오그래퍼가 더 많다.


“두 사람은 3D 영상을 찍어본 경험이 있나?”

“테마파크용 영상물을 촬영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스테레오그래퍼들이 당연히 포스트 프로덕션에도 참여했겠지?”

“제작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DI과정에는 참여하진 않았습니다.”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스테레오그래퍼의 임무는 막중하다네. 3D 기술 자체보다는 이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사용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 3D도 음악과 마찬가지로 높낮이가 있기 때문에 인물과 스토리의 감정 변화에 따라 3D의 깊이감을 조절해야 하지."


단순히 현장에서 입체값을 잡고 리그나 이미지 프로세서 같은 관련 장비를 다루고 하는 일은 영상계통 종사자의 경우 짧게는 2주 길게는 약 4주의 기간 정도면 충분히 습득이 가능하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입체영상과 기술을 스토리텔링 도구로 쓸 것인지 혹은 몰입감을 강화하는 뉴미디어적인 기능으로 사용할 것인지 대해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본인이 제작하고자 하는 콘텐츠가 진정 입체영상에 적합한지, 콘텐츠에 입체기술을 응용하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려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는 것.

그것이 없으면 그저 테마파크 어린이 놀이시설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바타>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모든 영상의 구도, 인물의 배치가 오로지 관객들을 감탄시킬 3D 영상 그 자체를 위해서 설계되었다.

 그 때문에 스토리가 단순하고 서사가 평범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영화적인 요소가 오로지 3D 영상에 집중되어졌으니까.

많은 영화가 3D로 만들어졌거나 컨버팅되었다.

그랬음에도 <아바타>를 뛰어넘지 못했다.

기존 영화 문법으로 연출된 것을 단순히 입체영화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3D 영화가 아니어도 놀라울만한 쾌감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2D 영화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수많은 장면들에서 높은 곳에서 느닷없이 낙하한다든가, 괴수가 관객을 향해 돌진한다든가, 적이 실제 위협하는 것 같은 착각 같은 3D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교류되는 장면도 공들여 3D 디자인을 했다.

깊이감을 스토리텔링에 연결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래비티>, <라이프 오브 파이> 등도 마찬가지다.

3D, Eye-MAX, VFX 기술들이 스토리텔링과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찬사를 받았던 것이다.

그 같은 영화들은 류지호의 개념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입체영화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Eye-MAX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3D 영화를 연구하는데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리그(Rig) 운용도, 얼라인먼트(정렬)도, 프레임 관측과 분석, 영점 지정, 축간격과 주시각의 조절 등의 번거로운 과정 모두를 최소화 할 수 있었으니까.

대신 다른 문제가 있었다.

Eye-MAX의 가장 큰 약점은 촬영 시간이다.

1000피트로 3분 조금 넘는 시간을 촬영할 수 있다.

릴 교체에만 대략 15-20 분이 소요된다.

3D 영화에는 두 개의 릴이 돌아가기 때문에 3분 촬영하고 30분 이상 릴 교체로 허송세월해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계획이 잘되어 있어야만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촬영이 복잡하게 되면 일정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

로이 캠벨이 다소 심심한 단편 스토리를 두고 말했다.

“좀 더 화끈한 아이디어를 짜보지 그랬어.”


그랬다면 몇 주의 준비만으로 어림도 없다.

류지호는 3D를 느낄 수 있는 중요 순간마다 포인트를 주는 것에 집중했다.

실제 연출을 해보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그 외에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진 않았다.

돈 있지.

기술 있지.

아이디어도 있다.

류지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다만 영화에 쓸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고민이긴 하지만.


작가의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는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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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22 middlem
    작성일
    23.06.06 13:22
    No. 1

    <그 거대한 크게 질려버렸다>는
    <그 거대한 (크기에)크게 질려버렸다>나 <그 거대(함에) 크게 질려버렸다>로
    바꾸시는편이...
    그리고 <1000피트 3분>은 <1000피트((짜리)로) 3분>이 더 자연스러워보이구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6.08 20:13
    No. 2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6.06 14:08
    No. 3

    군계액션신을 매트릭스처럼 찍을수도 있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6.06 16:54
    No. 4

    엔지니어로 봐야 할지 디렉터로 봐야할지
    감독이 모든걸 이해를 못하면 다 꽝 이네요.
    현충일은 웬지 덤덤 해요.
    더 살릴수는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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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3 로르샤흐
    작성일
    23.06.06 22:01
    No. 5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개봉한 해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엄청난 수익을 올렸습니다. 혹평하는 관객과 평론가들도 당시 분명 있었지만 좋아하는 관객들과 평론가가 더 많았던 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6.08 19:01
    No. 6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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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3) +4 23.06.27 2,839 105 22쪽
537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2) +4 23.06.26 2,879 111 26쪽
536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1) +5 23.06.24 3,011 115 24쪽
535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9 23.06.23 3,026 116 27쪽
534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9 23.06.22 2,947 115 26쪽
533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7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0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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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9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2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521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3 110 23쪽
»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1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6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0 113 24쪽
517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0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2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8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2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6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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