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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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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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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일본의 영화산업은 자국 내 시장만으로도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다 보니 일본 특유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위원회가 해외진출에 대한 욕심이 없다.

일본영화 수입 배분은 매우 불공정하다.

영화 수입의 50%를 극장이, 남은 50%중 10%는 배급사가, 40%는 제작위원회가 가져가는 구조다.

한국은 극장과 배급사가 6:4로 수익을 나눈다.

투자자와 제작사는 5:5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

그런데 일본은 극장과 배급사와 투자자(제작위원회)만이 나눠 갖는다.

제작사에게도 감독에게도 배분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또한 러닝 개런티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일본에서 통칭하고 있는 제작위원회라는 것은 쉽게 말해 투자자들의 모임이다.

복수의 스폰서 기업이 영화 제작위원회를 꾸려 제작비를 나눠 출자하는 시스템이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여 나눠 부담한다.

일본영화는 대부분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특이한 것이 콘텐츠를 쥐고 있는 TV방송국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즉 삼대 메이저와 그들의 방송 계열사, 콘텐츠를 소유한 출판사, 프로덕션 관계사가 제작위원회를 만드는 식이다.


“일본 영화계에서는 독립계라 불리는 일부 제작사를 제외하고,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고 하지요. 쯧쯧.”


박건호 대표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 대단했던 일본영화계가 비정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경우도 메이저영화의 90% 이상이 드라마 원작을 베이스로 한 영화라고 하더군요.”


일본의 TV드라마는 시청률이 높으면 곧바로 영화화가 검토된다.

일본의 주요 출판사들은 망가를 출판하기 전에 가장 먼저 삼대 메이저에 영화화부터 타진한다.

실적이 없는 제작사가 원작의 영화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이저 영화사가 관심을 거둔 후에야 협상에 나설 수가 있게 된다.

삼대 메이저 영화사가 실사화를 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나면 그제야 군소 제작사가 판권을 확보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원작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난 후다.

삼대 메이저도 거절한 작품이기에 제작을 하더라도 메이저를 통해 배급하기도 어렵다.


“군소제작사는 원작을 확보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개발하긴 하는데 극히 일부 오리지널로 실적이 있는 감독 외에는 투자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랍니다. 제작을 한다고 해도 메이저 배급라인을 탈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류지호가 마시고 있던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일본 영화계가 제 죽을 자리를 찾아 가라앉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


“제작위원회는 어떻게 구성하겠대요?”

“<춤추는 대수사선2>와 <이니셜D> 두 편은 WaW, 도쿄다카라, 푸지테레비, 로보 프로덕션, 유벤샤가 참여합니다.”

“유벤샤는 소년매거진 영매거진 출판사 맞죠?”

“예.”

“로보 프로덕션은 뭐예요?”

“<러브레터> 제작한 회사인데 푸지테레비 TV프로그램을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이니셜D>도 로보 프로덕션에서 하겠대요?”

“예. <자토이치>와 <군계>의 제작위원회는 WaW, 도쿄다카라, 퓨지테레비 세 곳입니다.”

“<군계>의 출판사는요?”

“영세한 업체라서.”


일본 3대 메이저 영화의 제작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는 출판사는 급이 맞는 메이저 출판사 단 네 곳뿐이다.


“왠지 버리는 카드 같은 취급인가.....?”


류지호는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케시 최초의 사극 <자토이치>는 히어로물을 빙자한 야쿠자 느와르에 가까운 영화이고, 류지호가 연출하게 될 <군계>는 하드보일드 리얼 격투물이라 도쿄다카라 측에서는 흥행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었다.


“도쿄다카라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Eye-MAX로 촬영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럴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계획대로 D-Cinema로 하죠. 혹시 소닉의 HD 카메라를 써야 할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도쿄다카라가 다른 회사의 참여를 원할 리도 없고 굳이 제작위원회 멤버를 늘려 파이를 나누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요.”

“제작비가 얼마기에?”

“삼대 메이저의 경우 2~7억 엔, 독립계는 최대 1억 엔까지 책정된다고 합니다. 독립계 제작비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추세고. <이니셜D>와 <군계>의 제작비는 6억 엔(약 60억)이 책정되었습니다.”


참고로 이때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 쓴 영화는 <화이트 아웃>으로 10억 엔이다.


“그걸로 Eye-MAX 작업을 하려고 했다고요?”

“도쿄다카라는 저희를 동등한 레벨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죠. 감독님이 트라이-스텔라 오너이기 때문에 합작을 수용한 것입니다.”


무슨 꿍꿍이든 류지호는 크게 상관없었다.

일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대 배급력과 극장을 보유한 도쿄다카라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점이 오면 그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갈기고 몽땅 잡아먹는 것.

류지호가 그려보는 미래다.

외국기업에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일본시장에서 가능할 것 같진 않지만.

두드려라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일본 대중들이 문을 열지 못해 안달할 만한 비즈니스를 전개하면 된다.

박건호 대표가 류지호의 상상의 나래를 박살내 버렸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팬이 20만∼30만 명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겨우 그 정도에요? 일본에서 <쉬리>가 150만 들지 않았어요? <퇴마기록>도 80만 명인가 든 거로 기억하는데....?”

“도쿄다카라 관계자 말로는 일본은 극장 개봉 수익보다 비디오와 DVD 판매량으로 시장을 파악한다고 합니다.”

“한국 영화를 일본에서 개봉하면 기본 20만 명은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볼 것이다?”

“외국영화인 우리 영화를 그 정도 선에서 상정하고 개봉 스케줄을 짜는 모양입니다.”

“대강 <쉬리>나 <퇴마기록>의 비디오·DVD 판매량과 마니아층이 맞아 떨어진다는 거네요?”

 “일본에서는 원래 극장 수를 적게 잡아서 점유율을 올리는 게 정석입니다. 극장 흥행수익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봉호 사장도 그렇고, 도쿄다카라 쪽 배급담당자도 그렇고, 신중하게 극장을 골라서 천천히 개봉관을 늘려 가면 관객이나 업계에서 그 영화를 성공했다고 인정해준다고 합니다. <JSA>의 경우 200개관에서 개봉해서 5억 엔 밖에 못 벌었는데, <퇴마기록>은 50개관에서 개봉해서 차츰 스크린을 늘려서 최종적으로 5억 엔을 벌었으니 그런 게 대히트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고, 한국하고는 완전히 다르네요.”

“일본에서 영화의 흥행수익은 연간 2,00억 엔 정도인데, 영화 비디오·DVD 매출이 2,500억 엔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영화를 개봉할 때부터 비디오·DVD 출시를 염두에 두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어떤 극장 만원사례라는 팩트가 DVD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를 와이드릴리즈 했을 경우, 예매율, 좌석점유율이 좋지 못하면 부가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러한 배급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WaW가 직접 들어왔으면 시행착오 꽤나 겪었겠어요.”


도쿄다카라를 구워 삼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투 트랙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할 생각입니다.”

“......?”

“도쿄다카라는 지부리의 애니메이션을 배급하고 있습니다. 지부리는 일본 박스오피스에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작품을 자주 내놓고 있죠. WaW는 도쿄다카라와 다이렉트로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애니메이션에도 투자를 하고, 일본 자회사 씨네콰논에서 중저예산 일본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겁니다.”

“씨네콰논에도 제작위원회를 만들어야 할까요?”

“버진 시네마즈와 씨네콰논의 인수합병 작업이 마무리 되어 일본 내 82개 스크린을 확보했습니다. 3대 메이저에서도 영화를 받아야 하지만, 1억 엔 미만으로 제작되는 독립계 영화들도 많이 필요합니다. 만화 드라마 원작이 있는 영화는 도쿄다카라와 하고,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씨네콰논에서 제작하는 식으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인건비나 물가가 무척 부담되죠. 합작하는 영화나 씨네콰논 영화를 한국에서 작업하면 좋겠네요.”

“WaW 종합촬영소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영화를 만드는 김에 영화 작업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방안도 따로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3대 메이저 영화사는 일본 영화 발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제작관행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

그런데 영화를 제작하긴 해야 한다.

일본 물가에 비해 저렴한 한국으로 스튜디오 촬영과 후반작업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본 영화 스태프들의 일을 빼앗는 것 아니냐고?

솔직히 일본 오리지널 영화는 처참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90년대부터 일본의 작가영화 감독들은 프랑스 자본으로 영화를 찍고 있다.

프랑스 자본이 들어가던 자리 일부를 WaW가 차지하는 것 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어.’


세세한 모든 것을 알진 못하지만, 대략적인 일본 영화의 흐름, 주요 히트영화는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거리낄 것도 없다.

어차피 망가진 순수 영화 시장이다.

마음대로 가로채고, 낚아채고, 선점해도 양심에 꺼릴 것이 없다.

씨네콰논 제작영화와 도쿄다라카라와 합작 영화에는 WaW의 로고가 뜬다.

그런 식으로 일본 영화로 만들어진 영화가 성적이 좋다면 일본 현지 관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가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로고가 뜰 때 많은 관객들이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일본관객의 호감에 힘입어 한국영화가 스며들기 조금 더 쉬워질 터.

오래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당장의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강 감독 하고는 합의를 봤어요?”

“무비서비스와는 해외 시장 장기 전략에 일정 부문 합의를 보았습니다.”


어설픈 한국영화가 무분별하게 해외시장에 나가서는 안 된다.

한때 홍콩 영화가 그러다가 해외관객들이 등을 돌렸다.

철저하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대기업 계열 영화사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죠. 10년, 20년 장기 전략은 생각 하지 않을 겁니다. 당장의 매출과 이익이 급선무이니까요.”


느려터진 한국영화계의 반응에 속이 터지기 일쑤다.

나는 회귀자다.

나만 믿고 따라와라.

이런 말로 한국영화인들을 설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본의 도쿄다카라처럼 WaW가 한국영화를 완전 접수해서 뜻대로 하면 안 되는 겁니까?”


가온그룹 내부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다.

경쟁 없이는 발전도 없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면 모험보다는 안전을 먼저 따진다.

일본이 그러고 있고 앞으로 쭉 그렇게 한다.


“BS라면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회장까지는 모르겠지만, 부회장은 대화가 통할 것도 같습니다.”

“부회장 누님은 치밀하고 똑똑한 사람이에요.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알겁니다.”

“억지로 끌고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표님도 할리우드 빅7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제 아시잖아요.”


북미에서는 박 터지게 경쟁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에서는 한 팀처럼 움직이는 것이 할리우드 메이저들이다.

이 시기 광성이나 올리온의 영화사업 부문은 해외시장 진출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반면에 BS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영화에 뛰어들기 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들어왔다.

WaW와 대화가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WaW, 무비서비스, BS 세 개의 대형배급사가 해외 배급에서 보조를 맞출 수만 있다면 수준 이하의 한국영화가 무분별하게 해외시장에 퍼져 나갈 가능성이 줄어들 터.


“국제영화제 출품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동남아 배급망을 갖춰가는 WaW가 수출용 영화를 일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는 게 좋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고 했어요.”

“허허. 감독님은 볼수록 특이합니다.”

“남들이 실패한 길을 똑같이 따라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이죠.”

“그것이 특이한 겁니다.”

“암튼, 10년 후에는 이 동네가 아니라, 도쿄에서도 제일 비싼 동네에 WaW가 입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 전에 원전사고와 관련된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지만.


❉ ❉ ❉


도쿄 전통의 번화가 롯폰기.

호텔, 쇼핑센터, 레스토랑 등이 집결한 롯폰기 힐스 안에는 9개 스크린, 총 좌석 수 2,105석의 버진시네마 롯폰기가 입점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극장 이름이 바뀌었다.

GOM Cinemas 六本木로.

이 시기에 롯폰기에서 시부야까지 멀티플렉스가 단 하나도 없었다.

처음으로 생긴 멀티플렉스가 GOM 롯폰기다.

GOM 롯폰기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할리우드 스타의 무대인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JHO Company 산하 영화들의 프로모션부터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의 일본 프리미어를 GOM 롯폰기에서 주로 하기 때문에 매 달 일본 전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GOM 일본법인은 2005년까지 신주쿠, 2007년 시부야에 각각 10개, 12개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를 개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되면 5년 안에 도쿄의 극장 지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온그룹으로 인해 멀티플렉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현재 40개 관 376개 스크린이 복합상영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D-Cinema 분야에서는 미국과 견줄 정도로 빠른데, 멀티플렉스는 거북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을 연구하는 학자가 이메일이 아닌 팩스로 문서를 보내는 나라가 일본이다.

영화산업 분야의 엇박자도 얼핏 납득이 간다.

암튼 류지호가 GOM 롯폰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310석 규모의 상영관에서 <엽기적인 그녀>의 시사회가 열리기에 응원과 홍보를 위해 찾아왔다.

씨네-누보 관계자들과 감독, 주연배우 그리고 WaW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시사회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왔다.

모든 일본의 매체가 롯폰기로 몰려들진 않았지만 주요 매체는 대부분 온 것으로 파악됐다.

류지호가 씨네-누보 신강 대표에게 말을 걸었다.


“와이드 릴리즈가 아니어서 섭섭하시죠?”

“저도 일본의 배급방식은 알고 있어요. 이 사람들 하는 방식은 신중해도 너무 신중한 것 같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일본영화시장은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수입이 늘어나는 시장이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하자는 게 일본 배급사의 분위기다.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처럼 개봉 초반 확 붐을 일으키는 방식이 아니다.

영화 시즌이 오기 한참 전에 미리 개봉해서 서서히 흥행수입이 올라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영화가 롱런해야 더 유리한 구조다.

1년 전에 이미 다음 해 라인업을 모두 확정하기 때문에 메이저 배급사끼리 개봉시기를 서로 피하고 각자 수입을 극대화시킬 시기를 조정한다.

할리우드 직배사들도 일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해리포터>가 825개 스크린을 잡았다고 하던데, 우리 영화가 극장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요?”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40개 스크린은 확보했고, 지방은 어떻게 될지 단언할 순 없지만, 최소 100 개 스크린에 걸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일본은 할리우드보다 최소 3개월 최대 1년 지연 개봉한다.

주요 국가 개봉이 끝난 <해리포터>가 올 11월에 가서야 일본에서 개봉한다.

825개 극장이 잡혀 있다.

내년 학생들의 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는 <반지의 제왕>이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총스크린 수는 2,500개.

35% 가까운 스크린을 할리우드 영화(트라이-스텔라)가 차지하게 됐다.

일본에 스크린 독과점이 없다곤 하지만, 되는 영화는 상도의를 무시하고 스크린을 점유하는 것도 특이한 모습이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불법 복제물이 잘 유통되지 않는다.

때문에 지연상영으로 수익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중국 개봉을 제일 후순위로 놓자고 한 사람이 감독님이라면서요?”

“제가 박 대표님을 설득했어요.”

“동시 개봉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중국은 인도네시아 못지않게 따오반이 활개 치는 나라인데....”


따오반은 불법 해적판을 일컫는 말이다.

류지호는 <엽기적인 그녀> 해외 개봉을 조절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불법 복제 비디오·DVD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 <엽기적인 그녀> 중국 개봉이 2년이나 지연 상영되면서 영화가 개봉되기 전 이미 1억 명이 해적판 DVD를 봤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과장이 섞인 이야기겠지만 영화가 아시아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것을 생각했을 때 공식적인 흥행기록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해적판을 봤을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류지호는 WaW 배급팀을 설득했다.

최대한 비디오·DVD 출시를 늦추자고.

그리고 한국과 동시에 비디오·DVD를 출시하자고.

그래서 홍콩-대만-중국-동남아시아-일본 순으로 개봉이 정해졌다.

류지호가 생각한 대로 될지 알 수 없다.

워낙 땅덩어리도 넓고, 극장이 있는 도시보다 없는 도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신 피디는 중국 방송국과 드라마 판권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세요.”

“감독님이 허튼 소리 하는 사람이 아닌 걸 알지만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는 건지....”

“이미 통한다는 걸 확인하고 있잖아요.”


<엽기적인 그녀>는 홍콩, 대만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2주째 차지하고 있다.

오늘 시사회를 본 일본의 기자들과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전 삶보다 잘되면 되었지, 안 될 이유가 없다.

류지호는 신 강 피디에게 다양한 부가시장을 발굴해 공략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엽기녀 선발 대회, 타임캡슐, 각종 캐릭터 상품들, 영화 클릿북 등.

중국에서 팔 수 있는 모든 걸 단단히 준비를 해두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중국에서 흥행이 폭발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영화 굿즈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일월드컵에서 전주비빔밥이 제법 해외에 홍보가 되었다고 합니다.”


신 강의 뜬금없는 말에 류지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비빔밥은 밥의 종류·토핑·소스에 따라 무한한 조합이 가능한 메뉴로 재창조 발전이 가능하고 선택해서 먹기를 즐기는 외국인 기호에 적합하다고들 하지요. 월드컵 여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외국의 비빔밥 식당 손님이 제법 늘었다고 하더군요. 꾸준한 해외 홍보와 건강한 한식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외국인의 식습관과 식문화에 맞춰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글로벌 음식으로 성장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단점이자 장점이 뭔 줄 아십니까?”

“비빔밥처럼 잘 섞는 거요?”

“맞습니다. 남의 것을 진짜 잘 복사하는데, 거기에 우리 것을 잘 버무려 낸다는 겁니다. 누가 비빔밥의 민족이 아니랄까봐 외국 것을 가져다가 고추장 한 숟가락, 참기름 딱 넣어 잘 비벼서 맵고 고소한 콘텐츠를 잘도 만들어냅니다. 영화만 놓고 봐도 할리우드, 유럽, 아시아 영화들을 배워서 마구 비벼 비빔 영화를 만들어 내지 않습니까?”


류지호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적극 동감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한국에서 소위 초대박을 쳤지만 한국영화의 최대 해외 시장인 일본에서 잘 안 될 겁니다. 왜? 일본에는 그와 유사한 야쿠자 영화가 있으니까요.”


적절한 분석이었다.

확실히 신 강 피디의 감각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놈에 <태권브이> 프로젝트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이전 삶에서 훨씬 다양한 영화를 제작했을 텐데....


“반면에 <퇴마기록2>는 어느 정도 성공할 거라고 봅니다. 일본영화가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하는 장르니까요. 설혹 만든다고 해도, 우리보다 제작비에서 최소 3배 이상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사들이 시도조차 하지 않겠지요.”


<퇴마기록> 시리즈는 검열 때문에 개봉조차 못하는 중국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비교적 좋은 흥행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양의 컬트 판타지에 한국 고유의 설정이 적당히 녹아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총기 소지가 불법인 국내 실정상 폭력묘사에 있어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폭 마누라> 이후로 <친구>의 흥행으로 충무로에서 더욱 조폭영화 제작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아 걱정입니다. 이러다 홍콩 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당장 먹힌다고 자기복제만 죽어라하다가 미래 가능성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양한 생각과 철학이 담긴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피디님....”

“.....?”

“조폭영화도 나름인 것 같아요. 조폭영화의 액션도 많은 변화를 거칠 겁니다. 맨 주먹에서 시작해서 각목, 회칼, 망치, 도끼, 크로우바(crowbar), 심지어 뺀지까지 등장하고, 언젠가는 뼈다귀까지 등장해 결투를 벌일지 몰라요.”


류지호가 잠시 킥킥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관객에게 조폭영화는 점점 식상해지겠죠. 근데 외국 관객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질지 몰라요. 일본의 야쿠자 장르가 서구권에서 마니아가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무조건 조폭 코미디는 저질 그런 생각보다 그 안에 고추장도 넣어보고, 된장도 발라보고, 커리도 섞어보고, 치즈 기타 등등... 다 해 보죠. 혹시 모르잖아요. 그러다가 한국판 <대부>가 나올지.”


장르나 소재는 잘못이 없다.

그걸 다루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문제지.


“요즘 관객들은 그런 영화 안 봅니다.”

“보게 만드는 게 기획피디가 할 일입니다만?”


다른 이가 자신의 면전에서 저리 말했으면 가소로웠을 것이다.

류지호라면 저리 말할 자격이 있다.


❉ ❉ ❉


<엽기적인 그녀> 시사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생각보다 시사회 반응이 뜨거웠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국가 외신들이 기자회견장을 채웠다.

감독과 배우들이 외신과 만나는 사이 류지호는 따로 움직였다.

롯폰기 힐즈 단지 내에 있는 Grand Pritzkers Hotel의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 연회장에는 WaW 픽처스 관계자들, 도쿄다카라 영화사 배급관계자들, 씨네-누보 관계자들, 한국영화인들, 일본영화계와 기획사 관계자들, TV 영화편성 부장들, JHO Company 도쿄지사장 등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뜻밖에 BS그룹의 이희경 부회장도 참석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말 홍길동이 따로 없네요.”

“그러는 부회장 누님은 일본까지 어쩐 일이세요?”

“누님이면 누님이지 부회장 누님은 뭐예요?”

“타이틀 떼고 그냥 누님이라고 불러드려요?”


이희경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어째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능글맞아 지는 것 같다니깐.”

“편한 사람한테만 그럽니다.”

“WaW 염탐하러 온 건 아니니까. 경계하지 말아요.”

“염탐할 게 뭐 있겠어요?”


일본 영화업계와 네트워크를 쌓으려고 왔겠지.


“도쿄에 와 있는 걸 알았으면 식사라도 할 걸 그랬죠?”

“립서비스는 관둬요. 이미 감독님 스케줄은 확인했으니까.”

“물 마실 시간도 없을 정도긴 해요.”


비즈니스 출장을 다닐 때면 류지호의 일정이 30분 단위로 쪼개서 움직일 경우가 많다.

짧은 체류기간 동안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우. 감독님 보고 있으면 신의 축복은 혼자 다 받는 것 같아요. 언제 도쿄다카라 회장과 친해진 거예요?”

“친한 것까진 잘 모르겠는데.... 두어 번 밥 먹은 것 밖에 없어요.”

“함께 가자면서요?”

“....그랬어요?”


도쿄다카라 회장과 안면을 튼 것은 이번 방일 기간에서다.

이희경에게 함께 만나자고 했을 리가 없을 텐데.


작가의말

엽기적인 그녀는 중국에서 초울트라대박이 터져서 당시 신씨네가 돈을 갈퀴로 긁을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고 합니다. 엽기적그녀 IP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하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납니다. 오징어게임만 해도 재주는 한국 제작사가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챙겼다고 합니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이 한창 센세이션을 일으킬 때도 I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디즈니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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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65 북두천군
    작성일
    23.05.31 12:41
    No. 1

    일본 영화계는 정말 비정상적이네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5.31 21:27
    No. 2

    한국의 미래에요. 큰 손들이 자본으로 독과점을 이루고 저로 담합을 하면 저 꼴 납니다. 홍콩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어요. 우리나란 시기를 잘 탔고 생각 이상의 성과를 얻어내서 아직 생명력이 살아 있지만 꾸준히 일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나마 인구 이상으로 영화를 봐주는 시민들 덕에 시장이 유지되었지만 코로나가 장기간 이어지며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어요. 인구 자체가 줄고 있기도 하고 굳이 밖에 나오지 않고도 집 안에서 대부분의 것을 할 수 있다 보니 그렇죠. 잘 봤어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6.01 05:44
    No. 3

    잘보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lichking
    작성일
    23.06.01 08:42
    No. 4

    울나라 포함 딴나라들도 IP땜에 오징어게임 가면,핑크색 옷 만들 엄두도 못냈는데 중국은 부슨 깡으로 만들어서 세계에 팔아먹었는지 넷플은 그거 막지도 못하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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