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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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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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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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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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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따라갈 만하다 싶으면 저만치 앞서 가있고.....”

“아...”

“중국에서도, 일본도 그렇고... 벅차네요 솔직히.”

“가온이 앞에서 맞바람 다 맞아주고 있잖아요. 열심히 따라오세요.”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쪼인트를 깠을 거예요.”

“그런 말도 쓸 줄 아세요?”


이희경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류지호도 농담처럼 응수하던 태도를 바꿨다.


“Loews 인수건은 완전히 물 건너 간 거겠죠?”

“안타깝지만, BS는 기회를 잃었어요.”

“후우. 내게 전권이 있었다면... 무조건 감독님의 손을 잡았을 거예요.”

“DreamFactory에 투자할 때는 기민하게 움직이던 BS가 엉덩이가 무거워졌어요.”


젊음의 패기로 무장했던 최초의 모습을 사라지고, 전형적인 한국 대기업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BS그룹을 꼬집었다.


“솔직히 정신이 없긴 해요. 영화에서는 WaW, 홈쇼핑에서는 금성, 케이블에서는 올리온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사방이 전장이니 원....!”

“경쟁 회사 오너 앞에서 약한 모습 함부로 보여도 돼요?”

“하면 안 되죠. 원래는.”

“안 봐줍니다.”


이희경이 류지호를 흘겨봤다.


이크.


류지호가 과장되게 찔끔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한국에서는 스크린 몇 개까지 늘릴 거예요?”

“가르쳐 줄 것 같아요?”

“...칫.”


아줌마가 소녀처럼 쳇쳇 거리는 것이 과히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너그럽게 웃어넘길 수 있다.

자신의 아래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자인한 것이니까.

BS그룹 사정이 좋지 못했다.

편법 증여 및 축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후유증이 여전했고, 사업적으로도 생각만큼 경영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뉴월드 백화점과는 이야기가 잘 안되나 봐요?”

“가온, 광성과 상권이 겹치잖아요.”


GOM Cinemas의 체인망을 따라잡으려면 지금보다 극장 숫자를 확 끌어올려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백화점 사업을 하는 광성그룹과 달리 BS그룹은 당장 쇼핑몰에 입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온그룹처럼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벌써 대구, 대전, 안산의 경우 내년이면 극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거라더군요.”


이희경이 단칼에 정리했다.


“위기감을 느낀 단관극장 주들이 앓는 소리하는 거예요.”


실제 세 도시는 60개 안팎의 스크린이 갑자기 늘어났다.

지나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멀티플렉스 브랜드들이 스크린 수를 늘려갈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의 좋은 상권을 선점하고 있는 GOM Cinemas는 느긋한 입장이다.

출혈경쟁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멀티플렉스들이 앞 다퉈 볼륨을 키워가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시장이 더 성숙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시장을 키우는 한편 1등 업체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것.

 멀티플렉스 사업체들이 투자·배급 등을 병행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극장은 필수이기도 하고.


“업계 선두에 오르기 위해 공격적으로 체인망을 확장하는 건 좋은데... 수익성을 예상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스크린 수는 1,700개 수준 정도. 지금 추세라면 2005년에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극장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질 겁니다. 전략 없이 극장을 세우다가는 나중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요. 주제넘은 충고겠지만 한 번 쯤 고민해 보세요.”


시장경쟁전략 중에 시장 개척시에는 가격을 현격하게 낮춰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판매량을 극대화 시켜 시장 장악력을 키운 후에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 있다.

결국 시장 독과점을 이룩한 후에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가격과 서비스를 조절할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볼게요.”

“살살 무세요....”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이희경의 진지한 눈빛에 류지호가 말끝을 흐렸다.


“주요 시장에는 GOM이 다 들어갔다고 판단한 거예요?”

“글쎄요.”

“내년부터 수요가 거의 없는 소도시로 진출하는 것 같던데...?”

“지방의 소도시에는 여전히 극장이 없는 곳도 많아요. 시설 좋은 극장이 들어서면 영화의 흥행성 여부를 떠나 예상치 못했던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죠. 그런 게 쇼핑, 문화, 엔터 복합시설을 갖춘 멀티플렉스 효과 아니겠어요?”


공적 마인드다.

돈 안 되는 곳에 민간기업이 굳이 뭔가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한국영화 성장세가 지속되려면 알짜 상권뿐만 아니라 소외 지역에서도 수요를 창출해야겠죠.”

“이래서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건데....”


이희경이 매우 아쉽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GOM Cinemas는 이미 주요 도시 상권에 극장 체인망을 대체로 완성했다.

다음 단계로 소외된 혹은 영세한 지역으로의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상권 선점에 이은 새로운 수요 창출의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서 박 대표님과 함께 식사자리 한 번 가져요.”

“한동안 미국에 머물 거라서 일정을 조절해 봐야겠네요.”


이희경과 인사를 나눈 후 류지호가 일본어 통역이 가능한 비서를 불렀다.

비서와 함께 연회에 참석한 일본 관계자들 사이를 옮겨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이 일본 연예계와 영화계 인사들이다.

일본의 3대 기획사 고위직도 연회장을 찾아왔다.

호리 프로모션, K-on 프로모션, 코스믹더스트가 일본을 대표하는 연예기획사지만, 최근 뮤즈 엔터테인먼트도 4대 기획사에 포함시키는 분위기다.

10여년이 지나면 K-on 프로모션 자리에 뮤즈 엔터테인먼트가 들어가기도 한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뮤즈 엔터의 나카사와 마사히코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나카사와씨.”


뮤즈 엔터테인먼트는 가수·배우·성우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며 3대 기획사를 빠짝 추격하고 있다.

자회사로 영화사와 DVD 회사도 두고 있었는데, 나카사와 마사히코는 뮤즈 픽처스의 프로듀서였다.


“저희는 신인 배우나 가수를 함부로 영화나 TV에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습니다. 저희 뮤즈 소속 배우들은 연극을 통해서 매우 힘든 트레이닝을 받고, 연애할 마음조차 먹지 못할 만큼 치열한 내부 오디션을 수시로 여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뮤즈 엔터테인먼트는 언론플레이 같은 방식으로 연예인의 이미지를 만들기 보다는, 거물급 선배 배우의 출연작에 소속 조연급/신인 배우들을 끼워 넣는 이른바 ‘끼워팔기’ 방식을 주로 쓴다. 그저 묵묵히 배우를 서포트 해서 배우의 진가가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하는 방향으로 소속 연예인들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의 연예기획사들도 벤치마킹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Snowstorm 게임 타이틀 더빙에 뮤즈 소속 성우분들이 많이 참여해주면 좋겠습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나라 일본은 엔터테인먼트 판에 성우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더빙만 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연기는 물론 책을 내까지 한다.

인기 성우는 책도 잘 팔린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애니메이션과 게임 판매량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하. 우리 소속 배우 중에 Snowstorm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너무 게임에 빠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나중에 뮤즈에 Snowstorm 게임 기념품을 보내드려야겠군요?”

“그래주신다면 우리 소속 연예인들이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 될 겁니다.”

“지금은 팬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하하. 감독님은 많은 아시아 연예인들의 롤모델이지요. 팬의 마음이 아니라 깊은 존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얼굴이 뜨거워 지내요.”

“뮤즈 소프트의 방침이 초심에서 한국영화를 정성스럽고 신중하게 알려가고 싶다라는 것을 마지막 말씀드립니다.”

“차후에 따로 회장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장님께 그 말씀 꼭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파티 되시기를.”

“감독님께서도 도쿄에서 즐거운 추억 많이 쌓고 돌아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달 안에 사무실로 기념품 보내겠습니다.”


나카사와 마사히코 프로듀서가 일본식 예절 특유의 허리각도를 보여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전 삶에서 Snowstorm Entertainment 게임은 일본에서 그리 힘을 쓰지 못했다.

일본어 번역의 질이 떨어진다는 전통 아닌 전통으로 욕도 많이 먹었다.

사실 일본 유통사의 문제가 컸다.

Snowstorm Entertainment와 일본 게임 시장의 문제는 아니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콘솔 게임 활성화로 인해 PC게임의 규모가 매우 작았다.

특히나 온라인 게임의 불모지였다.

일본에서 해외 게임 업체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공략하기 쉽지 않다.

PC 시장에 집중해 온 Snowstorm Entertainment으로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지만, 게임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다보니 포기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었다.

하지만 ‘디아블로2‘의 경우 일본에서 발매하자마자 9만 장이 팔려나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그 외 일본에서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Snowstorm Entertainment에서는 일본판에 시큰둥했다.

류지호는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다.

JHO Company Group 일본 지사를 통해 일본판 번역에 공을 들이고, 유명 성우도 기용하고 따로 배틀넷도 지원했다.

문제는 일본의 고사양 PC 보급률이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게다가 콘솔 시장의 강세로 인해 PC게임 자체가 힘을 쓸 수 없는 여건이다.


“보스!”

“아, 묘조씨.”


잠시 사람들로부터 떨어진 류지호에게 JHO Company Japan의 마카토 묘조 지사장과 사이토 신지로 부사장이 찾아왔다.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일정이 굉장히 촘촘한 것으로 압니다.”

“익숙해서 괜찮아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회사를 운영하시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내가 운영하나요? 모두 묘조씨 같이 유능한 사람들이 있어서 잘 돌아가는 거죠.”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류지호가 게임과 코믹스 퍼블리싱을 주로 총괄하는 신지로를 향해 물었다.


“Snowstorm 온라인 게임을 퍼블리싱할 일본 회사는 알아보고 있습니까?”

“대형회사 위주로 조심스럽게 접촉 해보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자고요.”

“예.”

“북미 서비스가 시작되고 나면 도쿄 지사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큰 기대를 하시고 있는 줄은 알지만.... 일본에서 PC게임 그것도 온라인 게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본래는 Snowstorm이 직접 일본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일본만의 특수성 때문에 포기하고 파트너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워낙 PC보급률과 인터넷 여건, 서구적인 게임 캐릭터 및 배경 디자인이 잘 먹히지 않는 일본 유저들의 성향 등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 예상됐다.

인력과 시간, 비용, 더불어 홍보비용까지 투입해서 개척할 만큼 일본 온라인 시장은 크지 않다.

결국에는 일본 시장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전 삶에서도 ‘WoW’에 한복·김치·남대문·다보탑·자개장 등 한국색이 은근히 많이 들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많이 들어갈 예정이다.

WoW 디자인팀을 직접 한국으로 보내 민속촌, 경주, 국립박물관 등을 돌아보도록 했다.

가온그룹 의장비서실에서 각종 고증자료까지 구해줬다.

신라 금관, 충무로 장검, 도리깨, 은장도 같은 아이템이 등장한다거나 팔만대장경을 떠올리게 하는 트롤의 유물이 발견되는 히든피스도 새롭게 생겼다.

모든 엘프들의 조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이트 엘프는 과거 아제로스의 토착세력인 트롤 문명을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시킨 전력이 있다.

문제는 트롤의 여러 분파 중 일부가 영원의 샘에서 품어져 나온 마력을 받아들이고, 그 마력에 의해 육체가 거의 돌연변이 수준으로 진화했는데, 그로 인해 나가와 나이트 엘프로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나이트 엘프가 트롤의 변종이라는 식의 설정이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 속 유적에서 발견되고 트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는 스토리가 포함되었다.

그 외에도 남대문을 연상시키는 건물 디자인, 만두와 떡국 같은 음식, 두정갑 같은 갑옷도 등장한다.

류지호가 한국인임을 떠나서 그 만큼 SnowStorm이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혹시 나카사와 프로듀서에게 뮤즈 픽처스가 매각을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마카토 묘조 지사장의 말에 류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쿄시바우라와 협상 중입니다.”

“굳이 JHO까지 일본과 합작을 할 필요도 현지화를 고민할 필요까지는 없어요.”

“아, 알겠습니다.”


일본 현지 영화사를 인수해서 JHO가 일본 영화산업에 산소를 공급해줄 이유가 없다.

애니메이션 회사라면 혹시 모를까.


“찬바람 좀 쐬고 와야겠습니다.”


류지호가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수행원 몇 명만 대동하고 롯폰기 힐스 광장을 잠시 산책한 후에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낯설지는 않아서 불편함을 크게 못 느꼈다.

다만 일본에서 영화를 찍을 예정이라 일본어를 배워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생각으로 그쳤다.

영어와 스페인어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외국어 많이 한다고 어디 가서 자랑할 것도 아니고.


❉ ❉ ✻


일본에서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가 첫 주말부터 꽤나 선전했다.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류지호는 전설적 애니메이션 <AKIRA>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원작자를 만났다.

몇 년 동안 판권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과 달리 류지호가 원작자와 만나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쉽게 결판이 났다.

마침내 워너-타임을 따돌리고 트라이-스텔라가 <AKIRA>의 실사화 권리를 따낼 수 있었다.

류지호가 판권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카네다 쇼타로를 제외하고 화이트워싱은 절대 없습니다.”


할리우드 자본과 기술로 제작하지만 원작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주인공 카네다 쇼타로는 글로벌 흥행을 위해 미국에서 떠오르는 청춘스타를 기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원작 그대로 영화를 만들면 일본에서도 흥행에서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히로시마 원폭을 떠올리게 하는 메타포가 노골적인 영화를 일본관객들이 좋아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판권을 확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원작자를 만난 류지호다.

그래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또한 그것 말고도 더 거대한 프로젝트에 꽂혀있기도 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의 실사화 또는 <센타우리 라이징>이란 한중일 삼국합작 SF 프로젝트에 심취해 있었다.

세 편 모두 3D Eye-MAX로 만들 생각이다.

알파 센타우리(Alpha Centauri)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깝고, 쌍성계라는 이유로 온갖 창작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항성이다.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에도 등장하고,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서도 등장하는가 하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커‘ 등 수많은 창작물에서 지구형 가상 행성으로 등장했다.

제이미 캐머론 감독의 <아바타>의 배경 행성 역시 알파 센타우리 A가 모델이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는 지구의 마지막 거주자들이 이주한 곳이기도 한데, 그들이 부르는 이름이 ‘알파’다.

어쨌든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인류가 태양계와 가까운 우주로 개척단을 보내게 되는데, 그들이 개척하는 행성 알파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다룬 SF영화가 <센타우리 라이징>이다.

외계종족과 싸우는 SF영화가 아니다.

지구인끼리 그것도 인종·종교·지역적으로 편을 갈라 대립한다는 스토리다.

일종의 지구 강대국들의 대리전쟁이라고 할까?

지구 안의 민족적·종교적·인종적 갈등을 2100년대 외계행성의 대리전쟁으로 비유해서 전쟁까지 돈벌이로 활용하는 강대국의 행태를 꼬집는 이야기다.

암튼 프로젝트 모두 기본 콘셉트가 서있는 상태다.

본격적으로 건드리기에는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기획만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개발목표로 하는 시점은 대략 2010년 안팎.

<아바타>를 피하거나 그 후광을 입거나.

고민 중이다.


“그런데 회사 내부적으로 문제도 복잡하고 인기도 별로 없는 <강철의 연금술사>는 왜 판권을 구입하신 것인지.....?”

“덤이에요. 덤.”


회사 내적으로 어수선한 출판사 사정과 상관없이 망가 <강철의 연금술사>가 작년부터 꾸준히 연재되고 있다.

다만 크게 주목받고 있는 작품은 아직 아니었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애니메이션 방영 후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연금술 소재로 장기연재를 한 최초의 망가인데다가 스팀펑크, 디젤펑크 장르가 서구권에서도 흥미를 크게 끌게 된다.

화이트워싱 논란없이 그대로 미국 드라마로 제작할 수가 있다.


“지금부터 기획을 하다보면 5~6년 후에 실사화 결과물이 나오겠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 영화입니까?”

“영화보다는 TV시리즈를 생각하고 있어요.”


가온그룹의 일본 영화사업을 총괄하는 이봉호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주목도 받지 못하는 망가를 사들인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로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하니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신경 쓰지 마세요. 천천히 갈 프로젝트니까.”


류지호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StreamFlicks 드라마 시리즈로 구상중이다.

어차피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제작할 테니까, 나중에 OTT 판권만 구입하면 된다.

또 하나 TV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는 만화원작이 있었는데, 한국의 무협소설 <대도오>를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으로 해석한 <남자이야기>란 작품이다.

상당히 마니악한 작품인데, 만화에서 풀지 못한 한계를 실사화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판권을 확보했다.

이 역시 추후 StreamFlicks 드라마로 제작할 궁리를 하고 있다.

트렌디하고 상업적인 프로젝트는 류지호가 아니더라도 다른 프로듀서들이 알아서들 잘하고 있다.

류지호까지 그런 기획에 힘을 보탤 필요는 없었다.

남들이 안 하는 것에 이유가 있지만, 달리 보면 류지호라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보스께서 쇼러너가 되실 겁니까?”

“상황 봐서요.”


미국 드라마 시스템에서 쇼러너는 대본 집필뿐만 아니라 예산 배정, 캐스팅, 프로덕션 인력 채용, 예산 관리 등 드라마 제작의 전 과정을 총괄한다.

쇼러너가 되는 순간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믿고 맡길 만한 쇼러너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류지호 본인이 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나저나 소감이 어떻습니까?"

"어깨가 무겁습니다.“


앓는 소리와 달리 이봉호 사장은 신바람 난 표정이다.


“보스께서 믿고 맡기셨는데 어떻게 하던지 우리 가온이 일본 1등, 더 나아가 세계 1등이 되도록, 밤잠을 잊고 뛸 생각입니다."

"자신감을 보이니 제가 다 안심이 됩니다.“


한국의 어떤 기업도 일본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감히 한국이 자신들 안방을 공략하겠다는 것에 코웃음을 칠 일이다.


“많이도 안 바랍니다. 워너-타임 재팬 정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면 성공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반드시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안 되면 동해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각오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해내야죠."

"각오가 아주 무섭습니다.“

“제 각오를 믿으시고 오늘밤부터 일본은 걱정 마시고 두 발 쭉 뻗고 편히 주무십시오.”


비장하다기 보다는 패기만만하다고 할까.

분위기가 충성맹세를 받는 것 같아 류지호가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신규 직원을 많이 뽑아야겠지요?“

"최소 200, 많게는 400명, 적정선은 250명 정도의 정규직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장이 된 지 얼마 안 된 것치고 대답이 상당히 구체적인데요?"

"씨네콰논을 창업할 때부터 만약 회사가 메이저급으로 커지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뽑아보기도 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 온 기회가 진짜 기회죠. 놓치는 법이 없으니까.“


비록 남의 밑으로 들어가서 월급쟁이 사장이 되었지만, 이봉호 사장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맞았다.

류지호와 비즈니스 사안을 의논할 수 있다는 것이 성공했다는 증거다.

이봉호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류지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일본 전체적으로 적정 스크린 숫자를 얼마로 보세요?“

“인구 대비 그리고 1인 당 평균 관람회수 등 최근 5년 간 데이터로 봤을 때 3,000~ 3,500개가 최대치라고 봅니다. 문제는 대부분이 도쿄도에 집중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고로 기존 대형극장 체인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군소영화사 사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썩 훌륭한 분석과 통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막힘없이 대답이 튀어나온 것에 류지호는 만족했다.


“내년에 JHO 재팬과 소프트인프라가 <매트릭스 : 리로디드>로 일본에서 D-Cinema 실험을 하기로 한 것은 들었어요?”

“예!”


내년부터 한·미·일 삼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D-Cinema 실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할리우드 빅7이 국제표준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고화질 영상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트라이-스텔라와 소프트인프라가 공동으로 D-Cinema 배급을 실험할 예정이고, 워너-타임과 도쿄다카라, JTT그룹이 손을 잡았다.

두 실험 모두 소프트인프라와 JTT 통신사의 광파이버 회선을 사용해 극장까지 전송, 상영하는 구조로 LA 송출 센터에서 초고속 회선을 통해 일본으로 송신한다.

트라이-스텔라 영화는 소프트인프라 요코스카 데이턴센터에서 수신해 GOM 롯폰기로 재전송하게 되고, 워너-타임 영화는 오사카에 있는 JTT그룹 데이터센터에서 수신해 도쿄다카라 도쿄 극장으로 보내게 된다.


“그 실험을 마칠 때 즈음 <복수의 꽃>이나 <민중의 적>이 부산에서 소프트인프라 데이터 센터를 통해 롯폰기로 송신되는 실험도 진행될 겁니다.”

“한국이 벌써 그 정도 단계까지 와 있습니까?”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해저 케이블이 새롭게 깔렸잖아요. 전송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속도와 영상품질 그리고 보안 관리가 문제죠. JHO Japan과 가온디지털 연구센터와 긴밀히 협조하세요.”

“별도의 테스크포스팀을 편성하려고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어요. 사람을 들일 때는 첫인상 같은 막연한 것보다 인성을 먼저 살피길 바랍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겁니다.”

“요즘 한국의 영화인들이 일본의 영화사들과 빈번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뭡니까?”

“언어문제를 놓치고 있습니다. 감독과 배우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좋은 영화가 나오겠습니까?”


류지호는 자신을 두고 하는 말로 알아들었다.

내심 찔리는 구석이 없지 않았다.


“배우가 다른 나라 언어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대사가 부자연스러워 관객이 영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한국에서 절대적인 지명도가 있는 일본 배우가 아직 없고, 일본에서 절대적 지명도가 있는 한국 배우도 없는 상황에서는 양측 모두 흥행을 보장받기도 어렵다고 봅니다. 허울뿐인 합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적절한 조언이네요. 다른 한국의 제작자들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나중에 박은상 감독과 내가 일본에서 촬영할 때 곁에서 좋은 조언자가 되어주세요.”


이봉호 사장과의 미팅이 끝나고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소프트인프라 손 회장과 저녁을 먹었다.

비즈니스의 사전적 의미는 경제적 이윤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반드시 이윤이란 결과가 있어야 비즈니스 행위일까.

류지호가 실제 해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서 상대방이 만족했다면 그것이 바로 비즈니스인 것 같았다.

비즈니스는 인간이 하는 행위이고 그것에서 비롯된 문제 역시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문제는 인간이 풀 수 있다.

지난 삶부터 60년 넘게 사람을 겪어봤다.

사람을 겪어보면서 무조건 잘 될 수 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일일지언정 지금은 맞다고 인정하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도 믿고 끝까지 가는 유형의 사람이 그렇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남 탓하지 않고 우직한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

바로 이봉호 사장 같은 사람이다.

류지호는 그가 동해 바다에 빠져 죽지 않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생각이다.

불쌍한 재일교포라서가 아니다.

잘 될 사람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잘 될 사람을 지원하고 돕는 행위가 바로 류지호의 비즈니스다.

류지호는 부자들이 왜 사람 욕심이 많은지 이젠 안다.

잘 될 사람이 보이는데 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말

엊그제 새해가 밝은 것 같은데 벌써 한 해의 절반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바라시는 일들 모두 성취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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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2 쥬논13
    작성일
    23.06.01 10:53
    No. 1

    아 파운데이션. 디즈니가 드라마로 만들면서 블랙 워싱을 해버렸죠. 엿먹어라 디즈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hqur
    작성일
    23.06.01 12:24
    No. 2

    아키라에서 쥔공만 백인인데 동생 친구 다 일본인 이것도 말이 안되는것같은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6.01 21:30
    No. 3

    일본 실사영화들 은 거의 망하지 않았나요?
    강철의 연금술사도 차라리 건드리지놔두지 할정도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6.01 22:34
    No. 4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雲祖
    작성일
    23.07.17 04:39
    No. 5

    침대가 과학인가? 어째 개구리 영어를 아직도 바꾸지 않는지...
    가뜩이나 같은 텍스트 건너뛰기 바쁜데 괄호 치고 영문스펠링까지 펼치는지!
    주작 영화판세 그만하고 미국 시민권에 레오나랑 마무리하자!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9 별작
    작성일
    24.06.10 08:01
    No. 6

    제각할 >> 제작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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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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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2 109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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