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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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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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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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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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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마라톤 회의 끝에 유니벌스뮤직그룹 인수합병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최종적으로 류지호가 의견을 정리를 했다.


“이번 M&A는 유럽 쪽 다방면에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스탠 크레이그 해외총괄 사장이 진행하는 것으로 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장 먼저 모리스 메타보이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적절한 인선이라고 생각 되는군.”


매튜 그레이엄을 비롯해 주요 수뇌부들도 힘을 실어주었다.

수년 간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스탠 크레이그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영화계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고 있다.


“크레이그 사장이 주주들을 만나는 동안 매튜는 유니벌스 뮤직에 투자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보세요. 씨그램의 주주도 만나볼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고. 기획실과 JHO Security는 PS와 McIntosh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나는 이사회에서 이 안건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지원을 부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장시간의 회의로 피로가 극심할 텐데도 임원들의 발걸음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왜 그렇지 않을까.

유니벌스 뮤직 그룹을 인수할 수만 있다면 북미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될 테니 수뇌부들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회의참석자들의 입단속에 만전을 기하는 사이 류지호는 집무실로 돌아와 긴급 이사회 소집을 지시했다.

헨리 게이츠는 작년에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에 투자은행 골드만대거스 출신으로 빌 블라이드 행정부에서 경제관료를 지낸 글렌 S 에반스(Glenn S Evans)가 영입됐다.

투자 및 리스크 관리에 일가견이 있었고, 정재계에 두루 발이 넓었다.

거동이 불편한 윌리엄 파커를 제외하고, 사외이사들이 웨스트우드로 날아왔다.

에드윈 터너는 Compagnie ViVo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모양이다.


“장 메시에르가 공격적으로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무리하게 몸집을 불리더니, 결국 막대한 부채만 회사에 남기고 떠났지.....“


글렌 에반스는 자금 여력이 궁금한 모양이다.


“3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텐데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따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아도 보유 중인 현금만으로 가능할 것 같다고 하네요.”

“경우에 따라서는 프랑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다 쓰는 것도 나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해도 좋겠지.”

“알아서 잘하겠죠.”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비상장이지만, 간혹 스톡옵션이 발생할 경우 신주를 발행하기도 한다.

월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 투자은행에서 JHO Company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혈안이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만 되면 엄청난 수익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장외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


“우리가 도울 건 없고?”


에드윈 터너는 유니벌스 뮤직 인수합병에 대찬성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나중에 기업결합 승인 받을 때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맡겨 둬.”


류지호는 오랜만에 만난 사외이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저녁식사 후에는 에드윈 터너와 따로 술자리를 가지며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위로했다.

사실 워너-타임에서 권력을 잃었다고 해서 에드윈 터너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때 로버트 폭스와 미디어황제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이긴 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그의 시대도 끝물이다.

CNN 창업자이자 거대한 미디어그룹을 일군 경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여전히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슈퍼리치다.

초대형 목장과 육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여전히 미국 최고의 부동산 부자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억만장자다.

에드윈 터너를 위로하며 류지호가 새삼스럽게 떠올린 사실이다.


❉ ❉ ❉


2002년 한해 JHO Company Group 영화 사업은 무척 화려했다.


“지난해 트라이-스텔라는 사상 최대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습니다!”


언론 앞에서 실적 발표에 나선 모리스 메다보이 회장의 일성이었다.


“트라이-스텔라의 위성방송 JHO/DirecTV 가입자가 1,200만 가구를 기록하고, 트라이-스텔라TV 채널을 통해 독점 방영되는 <CSI> 스핀오프 TV시리즈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북미에서만 최소 1,00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으며, 해외 120개국 이상에 수출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6,500만 명이 시청하고 있습니다.”


영화 박스오피스가 주로 부각되어서 그렇지 JHO 계열 TV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드라마들의 면면은 에미상과 골든글로브 단골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초창기 <레니게이드>(92-97년)를 시작으로 <X-파일>(93-현재), <Malcolm & Eddie>(96-2000년), <시카고 썬 타임즈>(96-2000년), <섹스 앤 더 시티>(98-현재), <윌과 그레이스>(98-현재), <앨리 맥빌>(97-2002년), <소프라노스>(99-현재), <CSI : 라스베가스>(2000-현재),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년). <24>(2001-현재), <CSI : 마이애미>(2002-현재), <더 와이어>(2002년-현재), <CSI : 뉴욕>(2004년 방영예정) 등 수많은 히트작을 생산했거나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내심 찜해두고 있던 <더 쉴드>를 FX에 <로스트>를 ABC에 빼앗겼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닥터 하우스>가 2004년 방영 예정으로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가 있고, <왕좌의 게임> 드라마 판권을 확보해 둔 상황이다.

이전 삶에서 TBO가 차지했던 TV드라마의 독보적 브랜드 이미지를 트라이-스텔라TV(TST)가 구축해 가고 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영화사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보다 TV시리즈 브랜드 트라이-스텔라TV의 인지도가 더 높을 정도다.

머지않아 Prestige TV(명품 TV)라는 칭송을 듣게 될 수도 있다.


“헤이, 미스터 류~"


웨스트우드 헤드쿼터로 출근하는데, 웬 백인청년이 아는 체를 해왔다.

혹시 몰라 경호원들이 청년의 접근을 막았는데.


“USC 강연 왔을 때 따로 차담회 했던 요제프에요.”


따로 시간을 내서 차담회까지 했다면 꽤나 촉망받는 학생이었을 텐데.

유명 대학 영화과 강연을 갔다가 만났던 참석자들을 일일이 기억할 리가 없다.


“미스터 류에게 보여주고 싶은 스크립트가 있어요. 제게 피칭 할 기회를 주세요.”


무작정 JHO Pictures 사무실을 찾아오는 시나리오 작가가 꽤나 많았다.

그러다 류지호와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든 말을 걸어보기 위해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한다.

도가 지나쳐 경찰에 연행되는 작가도 있을 정도다.


“10분만. 단 10분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나를 위해 써주세요. 부탁합니다.”


류지호가 손짓으로 청년을 둘러싸고 있는 경호원을 뒤로 물렸다.


“러셀이 저 청년을 미팅룸으로 안내해 주세요.”

“예. 보스!‘


인간 탱크 같은 러셀 뱅크스가 손짓을 하자 주눅이 든 청년이 엉거주춤 발걸음을 뗐다.

청년의 이름은 요제프 데이비스(Josef Davis)다.

USC에서 시나리오 전공을 한 젊은 작가였는데, TV시리즈의 스크립트를 팔기 위해 에이전트를 통해 방송사와 프로덕션의 문을 두드렸다.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왔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JHO Pictures를 기웃거리며 류지호를 만날 기회만 학수고대했는데,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미스터 류는 <X-파일>을 기획하셨으니까 FBI의 프로파일링 전문가가 그리 낯설지 않을 겁니다. <Criminal Minds>는 FBI Behavior Analysis Unit의 7명의 프로파일러들이 다양한 사건사고를.....”


류지호의 귀가 활짝 열렸다.

왠지 자신도 아는 시리즈일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혹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인간과 사회를 사유하는 프로파일러의 내레이션이 들어가지 않아?”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문을 들은 것 같아서.”


요제프 데이비스는 낙심했다.

업계에서 좋은 소문이 나돌 리가 없을 테니까.

스튜디오 오너이자 가장 유명한 제작자에게 허락된 피칭은 대체로 10분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요제프 데이비스는 무려 30분의 피칭을 했다.

류지호가 수시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 무려 15시즌짜리 시리즈이었던 TV시리즈.

스핀오프도 두 편이나 있는 흥행작.

바로 <Criminal Minds>이다.

초장기 시리즈라서 메인 캐릭터도 몇 번 교체되고 잠시 스토리가 방향을 잃기도 했지만, 첫 번째 시즌의 대략적인 내용은 류지호가 기억하는 그대로인 것으로 보였다.


“따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덕션이 있어?”

“없어요.”

“좋아. IVE로 가져가도록 해.”

“IVE.....?”

“실망할 거 없어. 어차피 TST에서 방영될 거니까.”


현재 트라이-스텔라TV는 프로덕션에서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파일럿부터 시작하면 2005년 방영이 가능할 것 같았다.

차라리 여력이 있는 IVE Entertainment로 가져가는 것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좋았다.


“고맙습니다. Mr. 할리우드!”


미국 영화계에서 감히 Mr. 할리우드라는 칭호를 받을 인물은 너무 많을 수도 있고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나마 개런티 2,000만 달러를 넘기는 톱스타 중에서 할리우드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토머스 행스 정도가 그 같은 칭호에 어울릴 수 있을까.

미국의 한 유력한 언론에서 베트남 전쟁부터 정치적 격변, 우상의 죽음, 달 착륙을 목격한 베이비 붐 세대가 평범하지만 술집에서 취했을 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마음 놓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은 스타 토머스 행스에게서 위로와 안도감을 찾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류지호에게 Mr. 할리우드라는 별명을 붙이는 것은 안티들의 공격을 부추기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암튼 요제프 데이비스 이후로도 많은 이들이 웨스트우드 JHO Pictures를 들락거렸다.

그 중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방송계의 여걸이라 불리게 될 드라마 작가도 있었다.


“누구라고?”


류지호의 물음에 앨런 포스터가 즉각 답했다.


“숀다 린.”


왠지 낯설지가 않은 이름이다.


“작품은 뭐했는데?”

“<크로스로드>라고 팝스타를 기용한 팝콘무비.”

“앨런이 관심을 가질 만큼 대단한 스크립트를 가지고 왔어?”

“오늘 가지고 온 건 영화가 아니라 TV시리즈야.” “......?”

“<Introducing Dorothy Dandridge> 알지? 마리아 베리가 에미상 받았잖아.”

“그 작가는 패러마운틴과 일하고 있지 않나?”

“어떻게... 직접 만나볼래?”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워낙 많기에 동명이인도 꽤 많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예명을 쓰는 경우가 많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숀다 린(Shonda Lynn)이란 이름은 다수의 히트 드라마를 집필했거나 제작한 여걸 중에 여걸이었다.

이전 삶에서 언론 기사를 통해 접한 이미지는 매우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숀다 린은 낯을 가리는 숫기가 없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나중에 친해진 후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당시만 해도 무대공포증이 있었다.

대인기피증까지는 아니만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했다.

JHO Pictures의 문을 두드린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가지고 온 스크립트가 의학드라마의 탈을 쓴 막장 연애 드라마 <Grey's Anatomy>라는 점이다.


“ABC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난... 난 그곳에서 약간의 수치심을 느꼈어요.”


숀다 린은 시종일관 조곤조곤한 음성으로 말했다.

건성으로 들었다가는 말을 놓칠 수 있을 정도다.

그녀가 ABC로부터 무슨 수치를 당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팝스타 브리트니의 두 시간짜리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 <크로스로드>의 각본가인 것만으로 방송사 중역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은 TV시리즈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숀다 린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의 대본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업계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다른 건 없냐고 묻는 것으로 들었다.


“패러마운틴에서 <프린세스 다이어리> 속편을 의뢰받았어요.”

“언제까지 스크립트를 넘겨주기로 계약했지요?”

“네?”


숀다 린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프린세스 다이어리> 스크립트는 언제까지 써주면 되는 거냐고 물었어요.”

“이, 이미 스크립트는 내 손을 떠났어요. 아니에요. 그러니까....!”


숀다 린이 허둥댔다.

자신처럼 별 볼일 없는 작가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 준 할리우드 최상단에 위치한 권력자가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좋게 봤다는 신호다.


“진정해요. 숀다.”


숀다 린이 모기목소리로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난 숀다의 향후 스케줄을 알고 싶어요. 그래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멋진 TV시리즈로 구현해 낼지를 진척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저, 정말이요!”

“네. 흥미가 있어요.”

“오오! 하느님!”


숀다 린이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연신 하느님을 찾았다.

류지호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삼켰다.

이전 삶에서는 가장 성공한 TV시리즈 여성 프로듀서이자 작가였던 숀다 린이다.

그런 여걸이 소녀처럼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괜스레 웃겼다.

무려 15시즌을 방영했던 드라마가 <Grey's Anatomy>다.

두 개의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모두 숀다 린이 작가와 프로듀서 및 제작자로 참여했다.

그 외에도 6개 시즌짜리 시리즈 3편과 7개 시즌 드라마 한 편을 제작했다.

여성이 만든 성과인 것도 대단한데 심지어 그녀는 흑인이다.

미국 방송계의 유리천장을 뚫은 몇 안 되는 산증인 중에 한 명이 숀다 린이었다.

현재는 숫기 없고 약간의 대인기피 성향의 작가일 뿐이었지만.


“JHO에는 프리미엄 채널이 있고, 위성방송도 있어요. 지상파 방송사들과도 언제든지 편성을 논의할 수 있죠. 혹시 염두에 둔 방영 방식이 있나요?”


숀다 린은 일말의 고민도 없었다.


“TST와 일하고 싶어요.”


이 시기 기준 다채널 텔레비전 제공서비스에 가입한 미국가구는 대략 3,600만 가구다.

이중 약 3,400만 가구가 TST1·2를 기본 채널로 수신하고 있다.

그 밖에 호텔, 모텔 등 상업시설 가입자 수까지 포함하면 미국 프리미엄 채널 중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채널이 TST다.


“좋아요. 얀 호퍼에게 소개시켜 줄게요.”

“고마워요. Jay!"


두 손을 기도하듯 꽉 쥔 숀다 린이 연신 감사를 표했다.

류지호는 숀다 린을 트라이-스텔라TV의 얀 호퍼에게 데리고 가 직접 소개시켜줬다.

얼마 전 JHO/DirecTV 최고경영자를 수행하던 얀 호퍼를 다시 트라이-스텔라TV로 불러왔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그간 테리 데니슨이 안정적으로 JHO/DirecTV를 이끌었다.

한계도 있었다.

해외 진출 등 공격적인 경영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이사회에서 얀 호퍼를 트라이-스텔라TV CEO로 복귀시키고 JHO/DirecTV는 The News Media의 COO(최고운영책임자) 출신 척 캐리(Chuck Carey)를 영입했다.

얀 호퍼가 케이블 TV사업으로 복귀하면서 류지호는 드라마 부문에서 신경을 껐다.

JHO Company Group은 모두 세 개의 케이블 및 위성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개봉 영화, 오리지널 시리즈, UFC 등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미디, 유명 가수의 공연실황 등을 방영하는 플래그십 TST 채널이 있고, 재방송이나 개봉된 지 시일이 꽤 지난 영화를 틀어주고 E-스포츠 중계를 담당하는 보조채널 TST2가 있다.

조금 저렴한 유료 케이블 채널인 ParaMaxTV도 있는데, 주로 저예산독립영화나 호러코미디 및 외국영화를 중심으로 새벽 시간에는 성인대상 세미포르노를 방영하는 채널이다.

자회사인 JHO/Working Title이 제작한 영국 TV드라마도 방영하고 있다.


‘젠장할 미디어왕국 같으니라구....!‘


한국의 드라마 시장을 생각하면 미국 시장이 부러워 미칠 지경이다.

2002년 한국의 유료방송서비스 시장의 매출규모는 7,332억 원이다.

전체 PP(프로그램공급자) 매출액은 2조 5,00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전체 방송 서비스 매출액은 7조 원에 근접했다.

트라이-스텔라TV 한 해 매출이 한국의 전체 PP 매출액에 육박했다.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지 않고 있음에도 그렇다.


“잘되겠지.”


한국의 다솜방송은 아시아의 일본과 대만, 중동 시장 공략에는 터키의 방송사들에 집중하고 있다.

대만은 지상파·위성·케이블 채널만 100개가 넘는다.

동남아시아 전 지역이 대만의 위성방송을 받아서 시청(대부분 공짜)한다.

대만을 공략하면 한국의 콘텐츠가 저절로 동남아시아로 전파된다고 보면 된다.

터키도 비슷하다.

중동지역 콘텐츠 공급처가 터키다.

터키는 일찍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 판권을 구입해 리메이크할 정도로 한류에 친숙한 국가다.

어쨌든 <겨울연가>가 일본에 수출됐다.

1월 중순에 NHK 편성이 잡혀 있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한류가 시작되는 셈이다.


“에피소드 평균 수출단가가.... 에휴~ 1,326 달러.”


한화로 160만 원이다.

2002년 31편의 드라마가 수출돼 1,900만 달러 정도 실적을 올렸다.

매해 수출단가가 상승하긴 하지만 급작스럽게 오를 순 없다.

아시아에서 드라마 한류가 시작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가 일본 드라마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는 주로 일본 드라마를 수입해서 방영했다.

나쁘지 않은 품질의 드라마를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으니 대만 방송업계에서는 수입선을 한국으로 확장했다.

대만 위성방송의 가시청권에 들어가는 동남아시아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한국 드라마를 접하게 되면서 정식으로 드라마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한류 드라마의 전파과정 역시 한국의 업계가 예측하고 설계하지 않았다.

시대 상황이 그렇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갈 길이 먼 한류의 여정을 생각하면 류지호로서는 고민이 앞선다.

머리도 식힐 겸 미국의 영화사업보고서를 펼쳤다.


“......!”


첫 페이지를 눈으로 훑은 류지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혔다.

작년 JHO Company의 북미 영화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30% 넘었다.

박스오피스 10위 가운데 무려 6개를 랭크 시켰다.

연말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는 박스오피스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

내년 여름에 2002년 박스오피스 수익이 정산되면 무려 8편의 영화를 박스오피스 10위에 랭크 시키게 된다.

2002년 JHO Company 계열 영화사들과 제휴영화사 실적은 다음과 같다.

<반지의 제왕Ⅱ>(9.3억 달러), <해리포터Ⅱ>(8.8억 달러), 스파이더맨(8.2억 달러), <맨 인 블랙Ⅱ>(4.4억 달러), <싸인>(4.1억 달러), <아이스 에이지>(3.8억 달러), <나의 그리스식 웨딩>(3.7억 달러), <마이너리티 리포트>(3.5억 달러)다.

박스오피스 톱10에서 JHO Company 영화 외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Ⅱ>(6.5억 달러)와 <007 어나더데이>(4.1억 달러) 두 편이 랭크 됐다.

20위권에 랭크된 JHO Company 영화들로는 <시카고>(3.1억 달러), <REMO Ⅱ>(2.7억 달러), <본 아이덴티티>(2.2억 달러), <갱스 오브 뉴욕>(2.0억 달러) 등이다.

그 밖에도 <인썸니아>(1.1억), <어바웃 어 보이>(1.3억 달러), <블레이드Ⅱ>(1.6억 달러) 등이 매출에 기여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의 총매출은 72.5억 달러(부가시장 포함), ParaMax는 26억 달러를 거둬 영화사업에서만 100억 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영화, 텔레비전, 게임, 코믹스, 포스트 프로덕션과 스튜디오 임대 사업, 경비경호, IT, 기술제조업, 해외 사업까지 모든 계열사의 총매출은 무려 276억 달러에 달했다.

금융부문 매출은 별개다.

GARAM Invest는 JHO Company Group 계열사가 아니라 오너 류지호가 최대주주인 특수관계사 포지션이니까.


‘Moe가 자신감을 보인 이유가 다 있었어.’


모리스 메타보이는 배당금을 챙기라고까지 말했다. 사내 유보금 쌓아놓고 있어봐야 세금만 뜯긴 다면서.

류지호는 배당 대신 증자를 선택했지만.

류지호가 지분을 백퍼센트 소유하고 있는 JHO Pictures도 꽤 선전했다.

<REMO Ⅱ>, <본 아이덴티티>, <분노의 질주> 세편을 제작했는데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데어데블>이 제작되고 있다.

작년 6월에 개봉한 <본 아이덴티티>는 최종 수익 정산 후 JHO Pictures로 1,300만 달러가 들어왔다.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류지호는 300만 달러를 배분 받았다.

곧 <REMO> 최종편 연출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각색료 제외하고 연출료만 420만 달러다.

개봉 후 수익의 13.5%를 분배받기로 했다.

제작도 겸하기 때문에 JHO Pictures에 최종 분배된 금액에서 25%를 또 받게 된다.

<REMO> 1편 수준의 흥행 대성공을 이룬다면, 최대 1,000만 달러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연출 계약금을 안 받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보너스가 입금될 텐데..... 이것 참!”


2003년 여름 즈음이 되면 <복수의 꽃>과 <민중의 적> 두 편의 극장 정산이 끝날 터.

대략 10억 가량의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


문득 부모님을 위해 여주군에 전원주택을 제대로 지어서 선물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명 여배우가 가평의 청평호변 3,000평에 지었던 저택을 떠올렸다.

평당 50만 원에 매입해서 주택을 비롯해 수영장과 보트 접안시설까지 갖춘 리조트형 대저택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출장 때마다 묵는 호텔도 최고급 객실을 이용하고, 벨에어의 럭셔리 주택에서 살다보니 한남동 집이 작고 아담하게 느껴졌다.


‘인간은 무엇에나 적응하는 동물이며 무엇에나 적응하는 존재라고 도스토엡스키가 그랬던가.’


진실로 강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자신을 맞출 줄 안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딜 가든 어디에 속해있든, 잘 적응해서 진가를 발휘한다고 한다.

사용하는 것은 발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퇴보하는 것처럼.

류지호는 부자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사실 적응을 넘어서 그걸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돈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을 사치라고 한다.

재산이 많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에 보탬이 되지 않는 소비는 사치라고 할 수 있다.

즉 사치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란 의미다.

류지호는 사치와 가치를 구분하는 것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수백억 값어치의 저택은 억만장자인 류지호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수십 만 달러짜리 커스텀 세단은 안전에 대한 염려를 상당부분 줄여주며 최고급 수트와 액세서리는 신분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귀찮음을 없애주는 것 같은 소용과 쓰임이 있다.

류지호는 사치를 통해 종종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기도 한다.

분수에 맞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가치로 인정할 만큼의 행위를 뜻한다.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시간을 쓴다면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분수의 맞는 행동이다.


“자기 원칙을 칼처럼 적용하는 사람이 부자야.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칙이 중요한 법이지.”


결혼비디오 투자를 받기 위해 뉴욕에 왔을 때 윌리엄 파커가 해준 말이다.

남에게 과시하는 사치가 진짜 부자의 원칙이 될 리가 없다.

부자가 되는 출발점은 욕심을 부리는 것이고 돈을 벌고 모으는 맛을 즐긴다고 주장한 대니얼 그레이엄조차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은 어떤 시계를 살까 고민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브랜드의 시계를 종류별로 모두 사면 그만인 것을. 계속 손목에 차다보면 어느 날 특별히 마음에 드는 놈이 눈에 띠게 되어 있다.”


당시에는 억만장자의 허세라고 생각했다.

골드를 얻기 위해 자동사냥 매크로를 돌린 것처럼,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재산이 늘고 있는 류지호는 대니얼 그레이엄이 말한 바를 알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진짜 부자의 가치관에 적응하게 되었다.


‘검소와 절제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이들에게는 개소리로 들릴 테지만.’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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