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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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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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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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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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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일본에서의 남은 업무는 일본 지사장들이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다.

류지호의 비즈니스는 마무리가 됐다.

이사회의장이 CEO도 아닌데도 CEO인 것처럼 행동하면 회사 내외적으로 혼란을 줄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류지호가 때론 비즈니스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기에 비즈니스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그렇다.

가온그룹의 얼굴은 래리 킴 CEO고, 영화사업부문을 책임지는 것은 박건호 대표다.

따라서 류지호는 일본 출장 내내 비즈니스 무대에 오른 박건호 대표가 빛날 수 있도록 조연역할을 자처했다.

비즈니스가 벌어지는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건호 대표를 지원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막 현지화 개척에 첫 발을 뗐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Tri-Stellar와 ParaMax는 90년대 후반부터 세계 곳곳에서 현지화 전략을 전개했다.

JHO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자기들이 가진 거대 자본을 빅7과 다른 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지 영화에 직접 투자·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주요 국가마다 Tri-Stellar International Productions(TSIP)를 설립했다.

현지에서 통하는 작품은 현지의 장인이 가장 잘 알 터.

돈을 주면 알아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 우수한 장인을 현지에서 찾아내 모든 걸 맡긴다.

즉 현지 영화가 잘 팔리는 시장에서는 현지 영화를 만들어 팔겠다는 간단명료한 생각이다.

현지화 로컬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들은 TSIP의 활동을 코웃음을 치며 지켜보고 있다.

제살 깎아먹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TSIP는 프랑스, 영국, 독일, 홍콩, 태국 등 11개 나라에서 30여 편의 영화에 투자했다.

영국의 JHO/Working Title, 프랑스의 LEELOO Productions에 투자한 것이 일종의 현지화 전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현재 TSIP는 영국과 프랑스 포함해서 4개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심지어 자국 영화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인도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바로 영화 <Devdas>다.

몇 년 전에 인도의 SLB Productions 설립에 도움을 주고 영화 두 편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었는데, 첫 번째 인도 투자 영화가 <Devdas>였다.

2002년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발리우드 최고 권위의 민간 영화제 필름페어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안무상, 미술상, 여성 플레이백 싱어상 등 많은 부문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홍콩 영화에 대한 투자도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TSIP는 <무간도>에, ParaMax는 <영웅>에 투자했는데, 괜찮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옹박 : 무예타이의 후예>에 투자했다.

그 밖에도 독일 영화 4편, 멕시코 영화 2편까지 쏠쏠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반면에 WaW 엔터테인먼트의 동남아 진출은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아직은 일본의 3대 메이저 배급사나 홍콩의 양대 배급사 브랜드만큼의 인지도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아시아 관객들이 GH 오락집단유한공사의 네 개로 분할 된 사각형이 차례로 나타나며 'G'를 만드는 특유의 로고를 기억하는 것처럼, 몇 년 안에 WaW 로고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국영화들이 아시아 주요 영화시장에서 꽤나 선전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로 향하는 비즈니스 제트기 안에서 보고서를 읽고 있던 류지호에게 박건호 대표가 물었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현지화 전략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던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해당 국가 영화를 말살시키는 한이 있더라고 할리우드 영화의 지배력을 견고히 해도 모자랄 텐데, JHO는 해당 국가영화를 살려주고 있으니 못마땅할 수밖에.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영화 배급 모델이 등장할 겁니다.”

“강조하시는 플랫폼 비즈니스 말이군요.”

“영화관객뿐만 아니라 TV시청자까지도 우리가 만든 콘텐츠에 더 많이 노출시킬 수 있게 하려면 현지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해요. 필름 라이브러리 개념도 새로 정립해야 할 거고.”


이전 삶에서는 StreamFlicks로 인해 필름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비즈니스 구조가 엉망진창이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영화관-항공서비스-유료케이블-비디오-지상파로 이어지던 단계적 영화 유통이 OTT라는 단 하나의 배급으로 단순화하게 되었는데, 그 만큼 부가시장의 수익모델이 증발해리기에 전통적인 영화산업 플레이어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독 경제로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했는데, 후발주자들은 StreamFlicks와 LOG+의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영화시장은 구독경제 플랫폼 비즈니스로 변화할 겁니다. 처음에는 공급자 위주의 구독경제가 진행되겠지만, 콘텐츠의 홍수 속에 처하게 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행동패턴을 바꾸게 될 것이고 콘텐츠 유통이 또 다시 재정립될 겁니다.”


류지호는 StreamFlicls와 GMG Lab 공동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를 고용하거나 대학에 의뢰해 소비자 행동 변화를 파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실물경제학자들에게는 사람들이 광고를 보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분석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데이터를 통해 거부감 없는 광고 효과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JHO Company Group 회장 직속 기구에서 계량경제학자까지 영입해서 가격 책정, 공급망 운영, 구매 정책 등과 관련한 인공지능 기술 개념을 정립하고 있을 정도다.


“해외 현지영화 투자와 현지 프로덕션 활동은 당장의 공급자 위주 구독경제를 위한 발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독경제에 대한 대비를 닥쳤을 때 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박건호 대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류지호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맥락을 쫒아가기 너무 힘들었다.

SF영화에서나 나오는 최첨단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기분이랄까.

인터넷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솔직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캐나다에서 얼마나 체류하실 생각이지요?”

“10월 중순까지는 머물 것 같아요.”

“한 달 반 만에 영화를 찍으실 수 있습니까?”

“단편영화잖아요. 딱히 서사도 없고. 이번 기회에 3D 영화감 좀 잡아보려고요.”


허허.


박건호 대표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10분짜리 단편영화 한 편 제작비가 무려 한화로 3억 원이다.

미국에서는 영 없는 일이 아니라지만.

한국에서는 류지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5분 후에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토론토는 현재 오후 4시 10분입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토론토는 구름은 있지만 맑은 날씨로 지상 온도는 화씨77도, 섭씨24도입니다.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 되셨기를 바라며, 착륙 후 기체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리에 앉아 계십시오.


일본을 떠난 류지호와 박건호가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

비즈니스 제트기를 타고 입국했기에 전용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활주로에 레드카펫만 깔리지 않았지 VVIP 의전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텝카를 내려와서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이는 주 캐나다 총영사였다.


“총영사님이 공항까지 나올 줄은 몰랐네요.”

“저희 토론토 총영사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먼 길을 오셨는데 당연히 영접을 나와야죠.”


류지호와 박건호 대표는 캐나다 총영사관이 주최한 한국-캐나다 비즈니스 포럼에 초청되었다.

마침 3D Eye-MAX 단편영화 작업을 할 예정이어서 흔쾌히 요청에 응했다.

재외공관 현장에서 고위공직자나 재벌에 대한 과잉 의전 관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의전 비용이 어디서 나올까.

이게 다 세금이다.


“출입국관리소, 세관 모두 협조를 받았습니다. 의장님께서는 이대로 나가시면 됩니다.”


프라이빗 제트기를 이용하는 류지호는 전 세계 주요 공항의 전용통로로 다닌다.

딱히 번거로울 일이 없다.

굳이 총영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순순히 총영사와 영사관 직원들의 의전을 받았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재벌의 업무협조는 모두 공문으로 접수된다.

기록에 남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회의원과 장차관에 대한 해외 공관의 의전은 허례허식이 많았다.

공항 마중이나 골프예약은 사소한 거다.

볼썽사나운 요구도 심심찮게 한다.

공연히 욕을 먹기 싫어 해외 공관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예우를 해줄 수밖에 없다.


“감독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박건호 대표는 고위공직자도 아닌데 총영사가 친히 의전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에게 제공되는 해외에서의 의전을 재벌 회장에게도 똑같이 제공한다.

그들이 해외로 나가게 되면 해당 국가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공항 출입국 간소화, 차량과 기사, 공식일정 주선, 방문 기간 담당 영사의 동행 편의 등을 제공한다.


“불편해 할 것 없어요. 한국에서 날아온 초청자 마중 나오는 것도 대사관이나 영사관 업무니까.”


본래는 일반 직원들이 나온다.

총영사가 직접 영접을 나오는 경우는 오부에 속한 VVIP일 때뿐이다.

토론토 총영사는 대략 차관급이다.

그런 고위외교관이 대기업 오너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니....

자신의 상관인 류지호가 대접을 받을 만하니까 받겠지만, 한편으로는 입맛이 썼다.

캐나다 총영사관에서 좋은 호텔을 잡아주었지만, JHO와 가온 의전비서들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숙소가 힐턴 아니었어요?”

“최상급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없어서 요크빌 쪽으로 옮겼습니다. 시청과 가까운 호텔로 바꿀까요?”

“됐어요. 예약한 데서 머물게요.”


의전비서 출신의 비서실장 제니퍼 허드슨의 지시로 기존 숙소에서 All-Season Hotel 펜트하우스로 숙소를 바꿨다.

하루 숙박료만 한화로 1,500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스위트룸 객실로 124평 규모에 침실만 3개가 있고, 호텔 주방장이 직접 객실 주방까지 와서 요리를 해준다.

전용 집사가 체류기간 수발을 들어준다.

사실 의전비서들이 하자고 하는 대로 하면 류지호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

숨 쉬는 것 빼고 모든 걸 다 챙기려고 하니까.

권력과 의전이 비례한다고 하는데.

류지호가 직접 겪어보면서 느끼는 것이 의전이란 것이 특정한 상황에만 필요한 예절이라기보다 윗사람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 같았다.

특히 한국에서 그런 경향이 강했다.

일본도 만만치 않고.

예의를 갖춰 상대를(직위와 상관없이) 존중하는 행위는 나쁘지 않다.

다만 수발까지 들려는 행동은 문제가 많다.

류지호가 탈권위적 성격이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다.

의전을 받는 류지호 본인도 불편하고 그걸 준비해야 하는 당사자들 역시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에 시간과 힘을 낭비해야 하니까.


“......”


박건호 대표 역시 나름 해외출장을 다니며 높은 수준의 의전을 받는다.

류지호에 대한 의전은 말 그대로 황제의전 그 자체였다.

박건호 대표는 몰랐다.

한때 국가원수급 의전을 못해서 다들 안달이 난적도 있었다는 걸.

지금의 모습은 상당히 간소화 것이다.


❉ ❉ ❉


이 시기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동포를 620여만 명으로 집계하고 있었다.

전 세계 140여 국가에 분포되어 있는데, 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 중남미, 유럽, 동남아, 러시아 순으로 한국인이 많다.

자국 이외 지역 거주자의 규모 면에서 한국인은 중국인, 유대인, 이탈리아인과 함께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사실 3,000만으로 추정되는 화교에 비해 600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인이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정도로, 재외동포들은 세계 곳곳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정착해 살고 있다.

이 당시 캐나다 거주 재외동포는 시민권자와 유학생까지 포함해 대략 1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었다.

주로 대도시에 살고 있는데, 나름 동포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외국에서 한국인 커뮤니티는 교회로 시작해서 교회로 끝이 난다.

종교가 없는 류지호조차 UCLA 재학시절 교회에 가볼까 할 정도로 재외동포 사회는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미국에서 느낀 한인교회는 문제가 정말 많았다.

한국에서 실패해서 미국으로 와서 목사하려는 사람이 은근히 많았다.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그런 이들의 자질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물론 좋은 목사도 많다.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한국의 개신교는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해야 할 만큼 자체정화가 불가능한 집단으로 전락해서 외국에서까지 문제를 일으키기 일쑤다.

장삿속으로 급조된 미국의 사이비 신학교에서도 유학생 비자가 발급된다.

학비만 내고 돈 벌러 다니는 가짜 신학생이들이 가짜 목사가 되고, 자신이 배운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목사 안수를 팔아먹고... 국내 교회로 초빙되기도 하고...악순환의 연속이다.

한국의 명망가나 정치인 중에서 듣도 보도 못한 미국대학교 학위를 받았다는 이력이 있다면 대부분 한인이 세운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외국의 한인회도 문제가 많다.

한국인이 거주하는 국가에는 별의 별 협회, 단체가 수 십 곳이고, 지부까지 포함하면 백여 개가 훌쩍 넘기도 한다.

자리싸움하느라 비슷한 단체 만들고 경쟁하고.

교민 보살피는 일보다 자리 하나 차지하자는 마음이 더 많아서 허구한 날 편 나눠서 싸운다.

LA 지역만 해도 시골 이장 자리도 이보다 더 치열하지는 않을 정도로 감투싸움이 장난이 아니다.

한인회 수뇌부라는 이들을 보면 정작 자신들은 미국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인사회 내에서만 비즈니스를 하니 미국 주류는커녕 아시아 단체와 교류도 잘 못한다.

영어 못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캐나다 역시 수 십 곳의 한국인 협회나 단체가 존재했다.

미국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라곤 하는데.


‘글쎄....’


류지호처럼 얼굴과 신상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는 해외에 방문하면 해당 국가 한인단체에서 초청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인다.

웨스트우드 JHO 헤드쿼터 의장비서실로 매주 수십 통의 한인단체나 한국 영사관 주최 행사 초대장이 접수된다.

소규모부터 대형 단체 행사까지 그 종류와 성격도 다양했다.

대부분 정중히 거절한다.

이번 행사는 친구 에이든 해멀스가 참석을 특별히 부탁했다.

캐나다 총리가 얼굴을 비출 수도 있다면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류.”


상대는 류지호를 아는데, 본인은 상대를 알지 못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50대 후반의 남자는 한국말이 매우 유창했다.


“초면이지요?”

“캐나다는 자주 오가지만, 교포분들하고 교류가 별로 없어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UKBA 회장 김중도라고 합니다.”


단체의 이름이 무척 길었다.

캐나다한인상공실업인총연합회.

7,000명에 육박하는 교포 회원을 두고 있는 캐나다 최대 한인상공인 조직이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하고 있는 류지호라고 합니다.”

“하하. 알다마다요. 오늘 참석한 사람 중에 회장님이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류지호는 JHO Company와 가온그룹 오너이지, 최고경영자 회장은 아니다.


“Chairman보다는 Director라고 불리는 걸 더 좋아합니다.”

“예. 감독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감독님 영화는 캐나다에서 잘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화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UKBA 회장이 류지호의 시간을 독점할 수 없었다.

인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대기하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뉴욕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류지호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몰려들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상하원의원, 온타리오 상공회의소장, Bombard 부회장, 캐나다원자력산업기구 고위임원 등 캐나다 주정부 요인과 경제인들을 비롯해 캐나다 총영사, 경일자동차와 오성전자 캐나다 지사장 같은 한국의 경제인까지 너도나도 인사를 청했다.

도대체 몇 명과 악수를 나눴는지 세는 걸 포기할 정도였다.

캐나다 현지인과 교민 정치, 경제, 학계 등 2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캐나다 총리 크레티앙이 오타와에서 날아올 정도로 규모가 있었다.

털썩.


류지호는 자신의 회사 사람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인사만으로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DALLSA Corp.의 사바스 챔벌린이 물었다.


“보스, 3D 영화 준비한다면서요?”

“입체영화 프로덕션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테스트 겸 해보려구요.”

“Origin에도 리그를 달아서 촬영해 보시지요.”

“Eye-MAX Solido 먼저 사용해보고요.”

“아쉽네요.”

“나중에 장편 프로젝트 때 Origin도 테스트 촬영해 볼 생각이에요.”


사바스 챔벌린이 껄껄 웃고는 말했다.


“Eye-MAX와 DALLSA의 D-Cinema는 보스로 인해 마케팅비용이 절감됩니다.”

“나라도 열심히 사용해 줘야죠.”

“면목이 없습니다.”


Origin 카메라는 일부 뉴욕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인기가 있는 정도다.

유럽에서는 소닉과 나쇼날 디지캠에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저장 용량과 휴대성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테이프 방식의 일본 회사 제품의 편리성에 하드디스크 저장방식의 Origin이 밀릴 수밖에 없다.


“영업용 카메라 분야에서도요?”

“푸지TV에 3대를 납품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네마 카메라보다는 방송 쪽 영업이 좀 더 진척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완전히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도 시네마와 ENG(영업용)를 병행할 수는 없다.

사실 DALLSA Corp.이 ENG까지 건드리는 것은 효용성이 그리 크지 않다.

다만 뉴스룸이나 스포츠 중계방송에서 사용되는 스탠더드 스튜디오 카메라는 별다른 연구개발 없이 제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HD방송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푸지TV에 납품한 실적도 있고.


“곧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쏟아질 겁니다.”

“NAB 쇼를 포함해 여러 박람회에서 시연행사를 했지만, 올 여름에 다솜방송, 푸지TV, 터너브로드캐스팅을 위한 시연행사를 따로 열 계획입니다.”

“그쪽에서 먼저 연락 왔어요?”

“보스께서 세 곳을 연결시켜 준 것으로 아는데... 아니었습니까?”


하도 여기저기 홍보를 많이 하고 다녀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내년 상반기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스템 시연회를 열도록 하세요. 그리고 한국에서 디지털 영사기 시연회도 함께 고민해 보세요. GOM 외에도 다른 극장사업자들을 초청하는 것도 좋고.”


원래 DALLSA나 Eye-MAX 규모의 회사는 세계 3대 전자제품박람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홍보마케팅 부서가 허덕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삶에서는 아니다.

JHO Company Group이라는 모회사가 지원하면서 개별 지역을 위한 맞춤형 세일즈 행사까지도 열 수가 있게 됐다.


“DALLSA만 자신 있다면 Cristie나 Baraco와 함께 공개시연행사를 열어도 좋고요.”

“경쟁업체들과 함께 말입니까?”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만든 기구에서 디지털 국제표준을 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그 전에 D-Cinema 관련기업들이 시연행사를 열어 분위기를 띄워주면 좋죠.”

“....음.”

“국제방송장비전시회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는 시연행사가 부담됩니까? DALLSA 제품에 자신이 없어요?”


디지털 영상기기 분야에서 온갖 최초 타이틀을 독식하고 있는 DALLSA D-Cinema다.

아직 관용도 문제나 야간 장면에서 노이즈처럼 보이는 디지털 그레인 문제가 극복되진 않았지만, 포스트프로덕션 업체들과 긴밀히 대응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그나저나 D-Cinema 사업부문은 완전히 독립시킨 거죠?”

“자회사로 분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영진은 기존 책임개발자를 임명했고요?”

“예.”

“당장은 기존 체계로 가고, 차차 새로운 CEO를 찾아보자구요.”

“예.”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딜런 몬티스 사장이 끼어들었다.


“보스, Eye-MAX도 시연행사를 해야 합니까?”

“Eye-MAX는 독보적이잖아요. 당장은 마케팅이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화가 급선무죠.”

“그 부분은 다른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와 보조를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MPX 납품에는 차질 없어요?”

“아시아 지역의 메이저 멀티플렉스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내년까지 무척 바쁠 것 같습니다.”

“유럽지사가 들어갈 나라는 정했고요?”

“프랑스에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언제 설립되는데요?”

“늦어도 2005년에는 유럽의 멀티플렉스 Eye-MAX가 프랑스 지사를 통해 관리될 것 같습니다.”


류지호는 Eye-MAX 영업력 확대와 DMR 활성화를 위해 캐나다 본사 위주의 영업을 멀티 헤드쿼터 체제로 바꿀 것을 건의했다.

그를 통해 2005년 안에 유럽의 프랑스와 아시아의 한국 두 곳에 Eye-MAX 지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메리카 대륙은 캐나다 본사가, 유럽과 중동은 프랑스 지사가, 아시아는 한국 지사가 Eye-MAX의 모든 서비스를 책임지게 된다.

즉 DMR과 MPX 두 개의 중요한 서비스를 굳이 캐나다 본사를 통하지 않고도 다른 두 개의 지사에서 해결 할 수가 있게 된다.

이전 삶에서는 Eye-MAX DMR를 하기 위해 캐나다 본사로 필름을 보내야 했다.

2005년부터는 한국과 프랑스에서도 자국 영화를 Eye-MAX 디지털 포맷으로 전환할 수가 있게 됨으로써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국가의 영화도 더 많이 Eye-MAX로 상영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됐다.

지겹고 지겨운 인사말과 축사들이 이어졌다.

최고 귀빈이라고 할 수 있는 캐나다 총리의 축사가 시작됐다.


- 캐나다는 같은 민주주의, 자유무역 국가로서 한국과 탁월한 양국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제포럼에서 양국간 협력과 인적 유대, 문화, 학술 교류는 양국 관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우정으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양국의 중요한 파트너십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캐나다 경제와 문화 기타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한인사회가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축사에 귀를 기울이는 참석자가 얼마나 될까.

이런 행사를 자주 다니다보면 축사나 인사말의 기본양식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몇 개의 단어만 다를 뿐 다들 비슷한 말들을 늘어놓는다.

류지호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작가의말

넷플릭스의 ‘성난 사람들’이란 미드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미국 교포 삶의 일면을 조금 들여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소설을 준비하면서 미국 한인사회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나름 많이 찾아봤는데 확실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는 다른 면이 많을 수밖에 없고 개개인의 삶 역시 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습작에서는 스티븐 연과 주인공이 별 다른 접점이 없었는데 넷플릭스 미드를 보고 둘의 인연을 만들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샹치를 스티븐이 할 수도.... 그때까지 소설이 죽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맞이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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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2) +10 23.06.29 2,894 106 22쪽
539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1) +2 23.06.28 2,879 108 26쪽
538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3) +4 23.06.27 2,840 105 22쪽
537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2) +4 23.06.26 2,880 111 26쪽
536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1) +5 23.06.24 3,012 115 24쪽
535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9 23.06.23 3,026 116 27쪽
534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9 23.06.22 2,947 115 26쪽
533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7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1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530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3 23.06.17 2,998 117 25쪽
529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4 23.06.16 2,958 123 26쪽
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9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2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521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3 110 23쪽
520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1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7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1 113 24쪽
»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1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2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8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2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7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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