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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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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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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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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Zombie Apocalypse.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정집 거실 내부가 온통 난장판이다.

바닥에는 백인 여자가 바닥에 누워있는데, 사지가 기묘한 자세로 뒤틀려 있다.

여자의 뒤통수에서 흘러나온 흥건한 핏자국.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자가 거실에 오도카니 서있다.

죽어있는 여자(부인)를 멍하니 지켜보는데....


[꺄악!]


거실에 켜있는 TV에서 여자 앵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TV 화면은 보이지 않는다.

TV를 보던 남자의 얼굴에 절망이 짙게 드리운다.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쥔다.

권총의 총구를 자신의 턱에 가져다 댄다.

자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남자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자꾸 망설인다.

결심이 섰는지 턱에 대고 있던 총구를 입안에 쑤셔 넣는다.


힐긋.


죽어있는 여자를 돌아본다.

설마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자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남자가 눈을 질끈 감는다.

시간을 거슬러 몇 분 전이다.


꽝꽝꽝!


남자가 전형적인 단독주택의 현관을 두드린다.

아무리 두드려 봐도, 안에서는 일절 반응이 없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본다.

하염없이 신호만 가고....

남자는 현관을 벗어나 주택의 뒤로 향한다.

주택의 후문 역시 굳게 닫혀있다.

심지어 걸쇠까지 걸어놓은 것 같다.

후문 옆의 창문을 기웃거려본다.

남자는 창문 너머 커튼 사이로 안쪽을 확인해보려고 애쓴다.

커튼 사이로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가 보인다.


[실비아!]


남자의 외침에 반응한 걸까.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가 끈 달리 인형처럼 뻣뻣하게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흔들흔들.


여자의 상반신이 파도에 흔들리는 돛단배 같다.

술에 취한 것 같기도 하고, 마약에 절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쿵!


여자가 몸을 흔들어대다가 소파에서 굴러 떨어진다.


[실비아... 문 좀 열어봐. 만약 열지 않으면 911에 전화를......]


여자가 몸을 일으키려고 애쓴다.

그런데 몸짓이 어딘지 부자연스럽다.


파닥파닥!


여자의 몸이 거실 바닥에서 심하게 요동친다.

마치 전기에라도 감전 된 것처럼.

그러다가 겨우 몸을 일으킨다.

위태롭다.

여자는 금방 고꾸라질 것처럼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렇게 가누지 못하는 몸을 이끌고 창가로 점점 다가온다.

결국 창문 앞에서 다시 고꾸라지고 만다.


쿵!


[....?]


여자가 화면에 사라지고 몇 초가 하염없이 흐른다.

지금까지 커튼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시점으로 보이는 화면이다.


벌떡.


갑자기 여자가 화면 안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불쑥.


여자가 화면 앞으로 튀어나온다.

그녀의 얼굴은 좀비의 모습이다.

3D의 전형적인 튀어나오는 효과를 노린 쇼트 구성이다.

사운드까지 강조시켜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이다.

안타깝지만 남자는 좀비로 변한 여자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미 창가에서 후문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쨍그랑.


열릴 줄 알았던 후문은 안 열리고 엉뚱한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가 다시 창문으로 달려가 본다.


쨍그랑!


이번에는 후문 유리다.

그리고 주택은 정적이 휩싸인다.


[....]


남자는 후문의 깨진 유리 너머로 손을 넣어, 간신히 잠긴 후문을 연다.

거실로 들어선다.

갑자기 여자가 남자를 덮친다.

여자는 좀비로서의 본능에 따라 남자를 물기 위해 달려들고, 남자는 여자를 피해 이리저리 피하고, 몸싸움을 벌이고 사투를 벌인다.

이 액션 시퀀스는 철저하게 3D에 맞춰져 있어서 상황의 긴박감이나 액션의 절박함 대신에 공간감과 입체감 위주로 짜여졌다.

일반 2D로 보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남자는 모처에 숨겨놓은 권총을 간신히 손에 쥐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를 향해 총을 쏠 수는 없다.

결국 몸싸움 끝에 여자가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뾰족한 파편에 뒤통수가 꿰뚫리며 움직임을 멈춘다.


[.....!]


남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댄다.

경찰에 전화를 걸어본다.

통화 중이다.

남자는 달아날 결심을 한다.

집으로 올 때 지녔던 백팩을 챙겨 집을 나선다.

한 동안 난장판이 된 거실을 보여준다.

좀비가 다시 일어서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맙소사!]


처음의 장면이 다시 펼쳐진다.

단 하나 다른 점은 앞에서 보이지 않았던 TV 화면을 보여준다는 것.

화면 속에서 긴급속보를 전하던 여자 앵커가 좀비로 변한 스태프에게 공격받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된다.

창밖으로 주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탕!


권총 소리가 주택가에 울려 퍼진다.

에필로그다.

주택을 빠져나온 남자가 동네를 걷는다.

이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남자의 앞에서 혹은 뒤에서 뛰어다닌다.

때로는 남자를 공격하다가 자기들끼리 부딪쳐 엉키기도 한다.


[Cause I can thrill you more than any ghost would dare to try Girl, this is thriller, thriller night So let me hold you tight and share a killer, diller, chiller Thriller here tonight...]


이 시퀀스에서 류지호는 마이키 잭슨의 6집 수록곡 ‘Thriller’를 삽입해 전설적인 뮤직비디오를 오마주 했음을 밝힐 예정이다.

이 엔딩 장면에서 수많은 좀비 사이에서 목이 돌아간 좀비가 문워커를 하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스릴러>에서 좀비들이 추는 팝핀을 떠올리게 하는 몸동작도 패러디 했다.

남자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이웃들을 피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사방에서 좀비들이 쏟아져 나온다.

수백의 좀비들이 남자의 앞뒤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주택 이층 창문을 뚫고 길바닥으로 떨어지는 좀비도 보이고, 좀비들이 떼를 지어 서로 뒤엉키며 주택 2층으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월드워 Z처럼)치는 광경이 마치 개미떼들이 음식에 달려드는 것 같다.


암전.


항공촬영으로 보이는 도시는(CG로 만들어진) 종말의 모습이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전투기들이 날아다니고, 수 백 만의 시민이 좀비로 변해버린 지옥도가 펼쳐진다.

뭔가 대단한 서사나 메타포가 담긴 영화는 아니다.

다이얼로그가 없는 대신 TV뉴스와 사이렌, 전투기 소음, 폭발 소리 같은 사운드 이펙트로 분위기를 조성한다.

뉴스 내용도 아포칼립스를 설명하지 않는다.

뉴욕 월가에서 시작한 전 세계 주식대폭락과 투자자들의 자본 이탈, 경제 침체 같은 경제뉴스와 이라크와 아프카니스칸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이 묘사된다.

심지어 백인 경찰관이 흑인 용의자를 구타하는 장면이나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을 진압하는 경찰들의 무자비한 모습들이 보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실제 최근 CNN을 장식하고 있는 주요 뉴스를 넣었을 뿐이다.

한국에서 찍었던 <Help Me Please>에는 다양한 메타포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3D 효과에만 집중했다.

좀비는 늘 현실사회의 공포를 상징해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그려진다.

류지호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10분 러닝타임의 <Zombie Apocalypse>는 인류가 망한다면 그것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불균형이나 전쟁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질문으로 해석될 지도 몰랐다.

암튼 영화에 대한 해석은 류지호가 당장 알 바는 아니었다.

한동안 캐나다에서 머물며 레오 립튼과 저명한 입체영상 이론가인 번 멘디부루와 자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입체영상에 대한 단단한 철학적 기반에 감명 받았다.

거창한 철학은 아니다.

결국 디지털, Eye-MAX, 3D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표현방식을 통해 무엇을 관객에게 전달할지.

그 고민이 영화의 시작과 끝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 ✻ ✻


필름으로 3D영화를 촬영해서 영사를 한 것을 기존의 안경을 착용하고 관람하면 어지럼증을 느낄 수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아날로그 필름은 떨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지러움은 당연했다.

그러니 류지호의 첫 번째 목표가 어지러움 없이 편안한 입체감을 선보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입체값을 잘못 설정할 경우에도 어지럼증을 느낄 수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Eye-MAX가 35mm 영화에 비해 어지럼증 호소가 덜 한 편이라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 3D 영화 역시 어지럼증이 거의 없다.

디지털 영화 기술이 좀 더 발전하게 되면 실사영화도 어지럼 유발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되긴 하지만, 당장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류지호는 실제로 3D영화를 찍어보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배경을 살리려면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3D 효과가 날아가 버린다던가.

나무와 풀이 자라있는 숲이나, 혹은 정교하게 설계된 미술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3D를 찍어야 제대로 된 공간감이 살아난다던가.

공간감을 주기 위해 화면 프레임 안에 다채로운 레이어를 설계해야 하는데, 일종의 액자 효과를 내어서 입체 시야를 만들어본들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던가.

 관객은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3D 효과가 영화 내내 일어나길 바라지만, 러닝타임 내내 그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Zombie Apocalypse> 제작해 보며 문제해결보다는 고민거리를 많이 얻었다.


‘과연 관객의 기대와 제작진의 노력을 만족시켜주는 장면들이 러닝타임 동안 몇이나 될까?’


실제 해보니 얼마 안 될 것 같았다.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의미 없이 돌출을 계속해서 선보이는 것은 연출이 아니다.

그저 신기한 매직아이일 뿐이다.

3D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모순적인 곡예 같이 느껴질 때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현실에서 입체적인 시각을 두드러지게 인지할 수 있는 대상이 뭘까.

실제로 아파트 같은 대형 물체보다 담배갑이나 리모컨 같은 작은 물건들이다.

그런 것처럼 영화에서 항공모함 혹은 우주선에 입체 느낌을 부여하면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운드는 웅장하고 사물은 육중함을 뽐내는데, 3D 효과가 들어간 피사체가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부조화.

<Zombie Apocalypse>에서 여객기가 추락하는 것을 넣어보려고 했다.

생각만큼 3D효과가 극대화되어서 보이질 않았다.

차라리 주인공이 들고 있는 리볼버 권총의 입체감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막상 그 같은 부조화를 경험하고 보니 왜 <아바타> 이전에 3D 효과가 가장 좋은 작품들이 모두 애니메이션이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관객은 CG 캐릭터에게 현실 세계와 같은 수준의 사실성을 기대하지 않다.

때문에 피사체가 장난감처럼 보이든 경험적으로 인식된 피사체의 크기가 왜곡된 것에 별 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확실히 3D영화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설계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 게 맞아.’


공중에 떠 있는 산들과 갑자기 눈앞으로 확 달려드는 전차, 그리고 천 길 낭떠러지로 갑자기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

<아바타> 같은 영화가 선사한 대표적인 3D의 묘미들이다.

제이미 캐머론이 처음으로 시도했거나 선보인 것도 아니다.

이미 테마파크 3D 어트랙션과 Eye-MAX 다큐멘터리에서 우려먹은 효과들이다.

3D 상업극영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창의성이 서로를 떠받쳐주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인물 중심의 영화에서는 확실히 3D의 효용성이 떨어져.’


입체감이란 면에서 보았을 때 Eye-MAX 카메라는 매우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면이 거대해진 만큼 원근감의 대비를 더욱 강하게 강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Zombie Apocalypse>는 주로 단독주택 안팎과 주택가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주택 내부 장면에서 원근감을 주기 힘들었다.

때문에 주택 구조에서 미술팀과 고민을 많이 했다.

일부러 방문도 많이 만들어 구조를 복잡하게 하고, 복도도 길게 만들었다.

다층적인 레이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책장, 벽난로, 소파, 테이블, 커튼 기둥 등 최대한 복잡한 구조 속에서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돌출 효과는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그래비티>의 우주정거장 내부 장면 정도의 입체값은 대략적으로 수집할 수 있었다.


‘캐머론 감독이 진짜 난 사람은 난 사람이야.’


10분짜리 간단한 3D 촬영에서도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3시간에 가까운 극영화를 끌고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됐다.

환상적이었던 것은 3D 효과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다.

근사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생동감 넘치는 CG, 그리고 그 모든 걸 뒷받침해주는 연출력 때문이다.

지금까지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영화 작업을 해 온 류지호다.

3D 영화, 특히 3D Eye-MAX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당장은 기대만큼의 의미 있는 영화가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았다.


‘왜 캐머론이 수 년 간 3D 다큐멘터리와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것 같았네.’


쉽고 보고 달려들 일이 아니다.

막연히 여름시즌 액션블록버스터와 3D를 연결하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판타지와 SF에 3D가 찰떡이야....!”


류지호의 혼잣말에 로이 캠벨이 반응했다.


“뭐라고 했어?”

“공포장르나 드라마 서사에 3D가 별로 쓸모가 없다고.”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에 어울리지 않겠어?”

“전쟁영화는 어떨까?”

“<탑건>이라면 모를까, 보병전투는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전투기 공중전의 3D라..... 장난감들이 앵앵거리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고....”

“속도감도 문제야. 빠른 동작이나, 좌우로 빠르게 훑는 퀵패닝은 3D에 적절치 않아.”

“필름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아프리카 사파리 탐험, 패러글라이딩 같은 다큐가 주로 제작된 거겠지.”

“두 사람은 어때?”

“뭐가?”

“스테레오그래퍼 업무에 감이 좀 잡혀?”

“기술적인 부분이야 문제될 건 없는데, 스토리보드의 아이디어가 숙제야.”

“<REMO> 최종편의 스크립트 줄 테니까, 아담스와 함께 연구 좀 해봐.”

“진짜 그 미친 영화를 할 거야?”

“응.”


로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국을 향한 테러에 대한 조사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Terrorist Attacks Upon the United States) 또는 9/11 위원회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었다.

9·11테러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조사하고 준비 과정을 분석, 차후 테러에 대한 대비 및 즉각적 조치를 연구하는 위원회다.

다음 달에 의회를 통과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승인하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류지호와 데본 테럴은 9·11위원회에 불려가 인터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테러 전후의 행적에서 의미심장한 일을 하도 많이 벌였기 때문이다.

별 걱정은 들지 않았다.

알리바이(?)가 충분했기에.

암튼 미국은 여전히 9·11테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맨해튼이 테러 당하는 상황을 담은 영화를 찍으려한다.

류지호의 배짱에 친구들은 물론 관계자들이 놀란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REMO> 최종편의 테러는 항공기 테러나 폭탄 테러가 아니다.

흑마법사의 언데드 공격이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시작된 좀비의 공격이 맨해튼을 휩쓸고, 전 뉴욕으로 확산될 시기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레모와 치운이 나서게 된다.

좀비의 소굴로 변한 맨해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크리처판타지액션 장르영화다.

Eye-MAX 3D로 제작할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본주의 최전선이자 심장인 뉴욕 월가에서 좀비 테러를 벌인 흑마법사와 대결을 펼치는 레모와 치운의 활약을 지금까지 어떤 영화도 보여주지 못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선보일 생각이다.

내심 <월드 워 Z>가 제작되기 전 가장 비싼 좀비영화로 기록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Eye-MAX 3D 영화는 딱 세 편만 찍으려고.”

“왜?”

“진정한 3D의 완성은 관객들이 더 이상 3D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을 때, 또 감독들이 그런 작품들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순간에 찾아올 것 같거든.”


대략 15여 년 후다.


“그 때가 되면 관객들은 다른 것에서 스펙터클을 찾게 될 거야.”

“뭔데?”

“그것들은 이름만 3D인 영화들과는 달리, 더 이상 영화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이 될 거야.”

“그러니까 그게 뭔데?”


류지호는 그저 어깨를 어쓱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뉴욕에서 매튜 그레이엄을 만난 류지호가 다짜고짜 볼멘소리부터 했다.


"단편영화 찍기 전에 해주지.“


매튜가 곧장 받아쳤다.


“나와 의논도 없이 저질러 버린 건 생각 안 해?”

“그건 미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류지호다.

류지호가 허탈한 심정이 된 사연은 이랬다.

한창 캐나다에 머물며 3D 단편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매튜는 의동생이 조금 더 편하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StereoGraphics Corp.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 두 곳을 찾아냈다.

한 곳은 교육용 3D 영화 <T-Rex>를 제작한 L-Squared Productions란 업체였고 또 한 곳은 3D 안경을 제작하는 ColorLink라는 업체였다.

매튜는 이들 회사를 StereoGraphics Corp.을 통해 인수합병했다.

그로 인해 3D 원천기술, 3D 제작 노하우를 가진 프로덕션, 3D 안경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3D영상 전문 업체가 탄생했다.

좀 더 일찍 인수합병이 이루어졌다면 류지호의 고생은 덜했을 수도 있다.

성급하게 저지르고 본 류지호의 탓이 크지만.

매튜 그레이엄과 함께 있던 30대 후반의 스마트한 인상의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보스, 남은 기술적인 부분은 저희에게 모두 맡기시면 됩니다.”


존 맥그로(John McGraw)란 이름의 이 남자가 <T-Rex>외에 여러 편의 3D 콘텐츠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L-Squared Productions의 사장 겸 프로듀서다.

세 개의 회사 합병해 탄생한 StereoGraphics Corp의 신임 CEO이기도 하다.


“포스트 프로덕션 잘 부탁해요.”

“하하. 아마 Eye-MAX와는 또 다른 생경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매우 흥미로웠지요.”


<복수의 꽃>에서 Eye-MAX 작업을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일단 카메라의 크기와 무게로 인해 로케이션 촬영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35mm 필름 카메라의 무게는 약 18Kg이다.

70mm Eye-MAX 필름 카메라는 30Kg 안팎이다.

지금까지 다섯 대 밖에 제작되지 않은 Eye-MAX Solido의 무게는 무려 109Kg이다.

이 엄청난 카메라를 옮기기 위해 매번 4인 1조로 움직였다.

할리우드 영화의 하루 평균 셋업은 10번 내외다.

Eye-MAX 3D 영화는 최대한 기민하게 셋업을 바꿔봤자 4번이 한계다.

카메라가 작동될 때 소음이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 수준이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배우들이 무척 곤욕을 치렀다.

스태프라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고.


“보스도 잘 아시겠지만 Eye-MAX는 거짓말을 못합니다. 70mm가 제공하는 놀라운 디테일은 쇼트 안의 모든 것이 완벽해야하지요. 이미지가 정말로 놀라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객은 극장에서 결함을 곧바로 눈치 채니까요.”

“맞아요. 부족한 이미지는 Eye-MAX의 잠재력을 낭비하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죠.”

“화면 크기와 선명도는 Eye-MAX 영화의 모든 프레임이 완벽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T-Rex>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Solido가 단 두 대밖에 제작되지 않아서 고장이 발생하면 하루에 10만 달러를 의미 없는 비용으로 지출해야 했으니까요. 공룡의 경우 콧구멍 경사나 심지어 충치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했지요. <쥬라기 공원>보다 훨씬 디테일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관객들은 단번에 허술함을 알게 되니까요.”

“제작비는 얼마가 들었습니까?”

“40분 러닝타임에 1,500만 달러 소요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러닝타임 40분~50분 Eye-MAX 필름 비용이 일반 35mm 필름 영화 이상이다.

3D영화는 당연히 두 배가 들어간다.


"<T-REX>는 타당성 조사를 위해 5개월, 촬영을 위해 40일, 그리고 후반 작업까지 영화를 완성하는데 총 13개월이 걸렸습니다. CG효과와 공룡에만 약 4TB의 디스크 공간을 소비했습니다. 비슷한 러닝타임의 Eye-MAX 2D 영화의 생산 비용은 300~800만 달러 사이, 3D의 경우 800~1,500만 달러 정도 듭니다. 특히 3D필름은 CG에서도 최고 수준을 적용시켜야 하죠.“

“앞으로 제작비는 걱정 말아요. Eye-MAX에서 조달해도 되고, GARAM과 JHO 영화펀드가 있으니까요.”


존 맥그로는 3D 영화 제작자가 되기 전 금융업계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었다.

500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는 스스로 조달할 능력이 있었다.


“앞으로 StereoGraphics Corp.는 보스의 영화만 작업하게 되는 겁니까?”

“아니요.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존이 알아서 하세요.”

“3D 장비는 혹시 DALLSA에서.....?”

“아니요. 3D와 관련된 모든 것은... 일단 회사명부터 바꿉시다.”

“....?”

“RealD 어때요? 리얼 디지털 시네마의 약자 정도 되겠네요.”

“....네?”

“존은 입체영화의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립톤씨로부터 라이선스를 확보한 Z-Screen 특허기술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해요.”


입체영화는 홀로그램, 가상현실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

류지호가 과거로 회귀하기 직전부터 영화 개념에 새로운 것들이 마구 융합되기 시작했다.

그렇듯 기술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콘텐츠는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다.


“RealD의 비전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서 대화를 나눠봅시다.”

“알겠습니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는 3D 상영방식은 Z-Screen처럼 특정한 장치를 3D 디지털 영사기 앞에 설치해 상영하는 방식과 일반 디지털 영사기 앞에 3D 특수 장치를 설치하는 방식, 마지막을 Eye-MAX 3D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Eye-MAX 3D는 다시 오리지널과 DMR로 나뉘는데, DMR 3D는 두 개의 영사기를 겹쳐서 상영하는 방식이라 더 밝고 더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가 있다.

류지호는 JHO Company Group 계열사를 통해 미래 3D 분야에서 중요한 두 개의 중요한 기술을 독점하게 되었다.

바로 Z-Screen과 Eye-MAX 3D DMR이다.


작가의말

영화인 중에서 카메라 수집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를 사들이죠. 주인공은 골동품 아이멕스 카메라를 비싼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상 회사가 자기 것이니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도 주인공이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창고에 처박혀 있는 아이멕스 카메라 가져다 벨에어 주택에 전시해놓으면 폼이 나겠다는 생각을 하니 주인공이 무지하게 부럽군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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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2) +10 23.06.29 2,894 106 22쪽
539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1) +2 23.06.28 2,879 108 26쪽
538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3) +4 23.06.27 2,840 105 22쪽
537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2) +4 23.06.26 2,880 111 26쪽
536 죽더라도, 그거 꼭 이루고 죽어. (1) +5 23.06.24 3,012 115 24쪽
535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3) +9 23.06.23 3,026 116 27쪽
534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 +9 23.06.22 2,947 115 26쪽
533 전성기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1) +5 23.06.21 2,967 124 24쪽
532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6) +8 23.06.20 2,991 108 24쪽
531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5) +3 23.06.19 2,985 118 25쪽
530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4) +3 23.06.17 2,998 117 25쪽
529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3) +4 23.06.16 2,958 123 26쪽
528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2) +5 23.06.15 2,961 115 24쪽
527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 (1) +2 23.06.14 2,941 113 23쪽
526 자기 사람은 진짜 잘 챙기는 것 같아. +5 23.06.13 2,979 116 26쪽
525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2) +3 23.06.12 2,920 119 24쪽
524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솔직히 잘 몰라요. (1) +8 23.06.10 3,052 115 26쪽
523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2) +3 23.06.09 2,969 112 24쪽
522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법. (1) +2 23.06.08 2,967 109 23쪽
» Zombie Apocalypse. (2) +4 23.06.07 2,904 110 23쪽
520 Zombie Apocalypse. (1) +6 23.06.06 2,961 108 23쪽
519 가진 것은 없어도 가치 있게 살아라. +10 23.06.05 2,977 107 24쪽
518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2) +5 23.06.03 3,011 113 24쪽
517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 (1) +4 23.06.02 3,041 105 24쪽
516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3) +6 23.06.01 3,042 109 26쪽
515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2) +4 23.05.31 3,128 110 25쪽
514 동해 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로... (1) +5 23.05.30 3,173 109 23쪽
513 잘 참으셨습니다. +6 23.05.29 3,172 123 25쪽
512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2) +5 23.05.27 3,249 119 24쪽
511 맹수가 얌전하도록 가만 놔둬라. (1) +7 23.05.26 3,187 1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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