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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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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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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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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글자
22쪽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경기도 여주군 안금리는 90년대만 해도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외환위기 이후로 인근 산에 WaW 종합촬영소가 들어서면서 배후주거지 타운으로 탈바꿈했다.

200세대 규모의 종합촬영소 주거 단지가 완공되었는데, 한창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초등학교 분교, 면사무소와 파출소도 새롭게 들어섰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다보니 작은 상권도 생겼다.

여주에서는 이 지역을 ‘와우타운‘으로 부를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

그 같은 분위기의 타운에 류지호와 작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WaW 종합촬영소 관리부장이 류지호 일행을 직원 주거시설 곳곳으로 안내했다.


“몇 평입니까?”

“17평입니다!”

“그 정도는 안돼 보이는데?”

“아, 실평수는 13평 조금 넘습니다.”


독신 직원이 혼자 살 수 있도록 만든 평수다.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한다면 24평을 제공하고 있다.


“원룸일 줄 알았더니 투 룸이네요?”

“원룸도 있습니다. 보여드릴까요?”

“봅시다.”


WaW 종합촬영소는 모든 직원에게 사택(舍宅)을 제공하고 있다.

시골까지 와서 근무하는 직원을 배려한 조치다.

타운의 주거시설을 돌아본 일행이 종합촬영소 안으로 들어갔다.

본부 건물 4층은 시나리오 창작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8평으로 스튜디오 스타일(원룸)의 개인 작업실 16개, 회의실(대/중/소), 수면실, 사우나가 구비된 샤워실, 영화감상실이 갖춰져 있다.

개인 작업실은 전자레인지, 냉장고, 책상과 소파까지 풀옵션이 갖춰져 있다.

류지호의 창작집단에 합류한 작가들이 입을 벌린 채 작업실을 둘러봤다.

송지연이 물었다.


“이곳에서 글만 써야 해요?”

“이곳은 일종의 베이스캠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흩어져서 창작실을 구경하던 작가들이 류지호에게 모여들었다.


“회의를 하거나, 서로의 작품에 대한 리뷰나 피드백을 해주거나,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곳으로 사용만 해도 됩니다. WaW의 창작 공간은 이곳 말고, 여주 가온호텔, 무주리조트에도 있어요. 이곳에서 글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 머물며 작업을 해도 좋아요. 부산에도 전주에도 원하면 호텔을 잡아줄 수 있어요.”


와아.


작가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WaW 엔터테인먼트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제주도에도 창작공간을 만들 겁니다. 여러분 중에 누군가 천만 영화를 집필했다면 차기작은 캘리포니아 Terranea Beach로 보내 줄 수도 있습니다.”


김윤희가 의기양양해서 송지연에게 말했다.


“언니, 봤지? 우리 선배는 창작자 배려가 끝내준다니까!”

“얼마나 노예처럼 부러 먹으시려..... 헙.”

“언니! 누가 노예에게 이런 근사한 작업 공간을 만들어주고, 충무로 최고 대우를 해줘? 아무리 돈 많아도 이렇게 해줄 것 같아?”

“그, 그건 그렇지만.”


작가들은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어떤 영화사도 작가들에게 이런 과분한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설악산이나 부산의 최고급 호텔을 작업기간 동안 잡아주는 영화사가 있긴 했다.

그런 대접을 받는 작가와 감독은 A급이다.

자신들처럼 무명이거나 입봉도 못한 작가에게 이런 최상급 대우를 해주는 곳은 없다.

김윤희가 아는 체를 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도 트라이-스텔라에서 인턴으로 근무해봐서 아는데, 거기 전속작가들 창작실보다 이곳 시설이 더 좋아요.”


김윤희가 자신의 말을 확인해 달라는 듯 류지호를 쳐다봤다.


“사실 창작실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거의 없어. 대부분 베벌리힐스나 산타모니카 호텔에서 작업을 하는 편이지.”

“혹시 우리도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업할 수 있어요?”

“프로젝트가 뭐냐에 따라서.”

“근데요. 기획과 시나리오에 예산을 많이 쓰면 제작비가 올라가잖아요.”

“그래서 해외에서도 먹힐 만한 영화를 기획해야겠지?”


류지호의 말에 작가들은 들떴던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한국에서도 성공하기 힘든데, 해외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니.


“충무로에 여성 작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

“여성영화주의자들이 무턱대고 여성 캐릭터가 더 멋지게 그려지길 원하죠. 그것은 진정한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에요. 여성 작가들이 더 진실 되게 여성 캐릭터의 부족함 혹은 결함을 시나리오에 담아야 합니다. 그런 것은 남성 감독은 못합니다. 남자가 남자의 내면의 찌질함을 잘 아는 것처럼 여성들도 자신들이 아름답고 착하고 경이롭고 선량한 존재가 결코 아니란 걸 알잖아요.”

“......”

“나는 여자 캐릭터를 쓰고 연출하는 게 힘듭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모든 남성 감독들이 그래요. 감독에게 지지 않고 캐릭터를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와 그걸 충족해 줄 재능을 보이는 여성 작가가 있다면 여성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많은 진척이 있을 겁니다.”

“.....”

“여성을 다루는 것에서 영화보다 드라마가 많이 앞서 있어요. 왜 그럴까요?”

“인기가 있어서....?”

“송 작가는 드라마 새끼 작가도 해봤다고 하니까 알겁니다. 드라마가 무슨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만들어지게 아니라는 걸.”

“그래서 드라마를 쓸 때도 언제나 영화를 하고 싶어 하죠.”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여성 시청자가 봐주면 망하지 않아요. 그래서 늘 여성 시청자를 생각합니다. 여성 시청자를 생각하면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게 돼 있어요.”

“감독님 말씀처럼 진짜 여성영화를 하겠다고 접근했다가는 영화사에서 바로 빠꾸 맞을 거예요.”

“가짜 여성 캐릭터를 그리니까 그렇죠.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어때요? 남성이 사랑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여성상인 경우가 많잖아요. 세상에는 그런 여성이 과연 있기나 하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아니에요.”

“내가 어릴 때 경험한 것이 있어요. 어머니가 장을 보러 다니시는 시장에 일수놀이를 하는 아줌마가 있었어요. 아주 못된 여자라고 하더군요. 깡패 서너 명을 부하처럼 부렸는데 그 시장에서 일수놀이 아줌마가 여왕처럼 군림했대요. 남자 작가와 감독이 그런 캐릭터를 만든다면 매번 보아오던 남자 악당의 스테레오타입으로 묘사할 겁니다. 만약 여성 작가가 만들게 된다면 그 아줌마가 가진 여성으로써의 태생적 결함이나 근본적인 부족함을 부각시키면서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관객들은 익숙하지 않은 악당 캐릭터를 경험하게 되면서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고.”


끄덕끄덕.


“상업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바꾸고 싶다면 여성 주인공을 전사로 만들거나 존경받을 인물로 만드는 것은 조금 뒤로 미루더라도 영화 속에 좀 더 사실적이고 진실 된 여성 캐릭터들을 많이 넣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조언합니다. 남자 주인공이나 주요 캐릭터를 바보로 만들어서 여성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짓 또한 반 페미적인 것임을 알아야 하고요.”


이 당시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일부 여류작가나 감독 지망생들이 지나치게 PC주의에 경도되어 있었다.

류지호는 WaW 픽처스 영화에 LOG Company 스타일의 무차별적이며 무성의한 PC주의가 묻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언젠가 몰아칠 PC주의의 광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전략을 미리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영화에서 PC주의 논쟁을 피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인종을 바꾸든 성별을 바꾸든, 원작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내면 된다.

성별이 바뀐 배우가 논란을 잠재울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면 된다.

감독이 뛰어난 연출력으로 관객을 설득하면 된다.

PC주의 논쟁에 휘말리는 것은 영화가 재미가 없거나 완성도에 있어서 허술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재미없고 엉성하면 뭐든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민감한 사안은 더욱 부각되게 되어 있다.

어찌되었든, 류지호의 창작집단에 속하게 된 작가들은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여전히 충무로 동료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살고 있는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들이다.

영화가 좋다며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영화현장에서 건강을 갈아 넣고 있으니까.

반면에 자신들은 좋은 환경과 지원 속에서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걸로 된 것이다.

작가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유지가 가능했기에.


“어떻게 하고 싶어?”

“난 오늘 당장 올라가서 짐 쌀 거야.”

“나두!”


창작집단 작가들 모두가 여주로 내려오기로 했다.

적은 평수는 빈 곳이 많아서 작가들이 당장 입주해서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류지호가 기획·제작하는 영화만 작업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서 다른 영화사를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그들로서는 굳이 서울생활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여주가 서울에서 그렇게 먼 곳도 아니고.


“......”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어지간한 일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 조차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돈이긴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그저 그 뿐.

돈으로 인재를 당겨올 순 있다.

그들을 오랜 시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온그룹은 최고에게는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다.

한편으로 류지호의 명성을 보고 몰려드는 이들도 많고.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 다들.....’


류지호의 진심이었다.

TV드라마와 달리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과정이 전무한 상황이다.

절대 다수의 시나리오 작가는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못 받는다.

그렇다고 자기 작품이라는 어떤 독자성 같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화 집필 계약을 하더라도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저작권에 대한 권리가 없으니 2차 시장의 수입이 제로다.

작가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서 연대가 어렵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연출 감독을 선호하는 투자배급사의 행태로 인해 ‘오리지널을 쓰는 작가‘의 씨가 마를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10여 년이 흐르면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이 충무로를 탈출한다.

좀 더 보수가 괜찮거나 일감이 많은 드라마, OTT, 게임, 웹툰·웹소설 쪽으로 전향한다.

작가가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영화의 다양성이 무너진다.

천편일률적인 기획영화와 흥행공식에 입각한 영화만 난무하게 된다.

영화 산업적으로도 또 관객 입장에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류지호 혼자서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나 혼자만 꿀 빨 수도 없는 노릇이지.’


류지호 본인은 안 망할 자신이 있다.

한국영화계도 안 망한다.

홍콩이나 대만영화계처럼은 안 된다.

다만 글로벌 OTT 기업의 하청업체나 현지 콘텐츠 생산기지화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허울뿐인 K-드라마, K-무비가 될 수도 있다.

재주는 한국영화계가 부리고 돈은 글로벌 OTT 기업들이 독식할 수도 있기에.


❉ ❉ ❉


구 I-Tower 현 G-Tower는 최첨단 시스템을 자랑하는 강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가온그룹은 고층부인 30~43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최고층 두 개 층은 기계실과 대공포 운영부대의 GOP로 사용되고 있다.

2급 군사기밀이지만, 국방부로부터 관리비를 꼬박꼬박 받고 있어서 모를 수가 없다.


“오성의 구조본부장은 뭐 때문에 자꾸 만나자고 하는 거예요?”


가온그룹 회장실을 방문한 류지호가 다짜고짜 물었다.


“보스의 비서들이 꽤나 곤욕을 치루는 모양이군요?”

“오성 쪽에 전화 한 통화만 해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을 하더라구요.”

“최근의 한국 관련해서 기사는 확인하고 계십니까?”

“오성그룹과 관련한 이슈요?”

“예.”

“오성전자가 소닉과 CCD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 때문에 그래요?”

“그들은 DALLSA와 협력을 거절한 바 있지요.”


올해 들어 오성전자와 소닉이 AV기기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CCD 수급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메모리스틱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체제를 맺고 있는 상황인데, CCD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따라서 양사의 관계설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오성전자와 오성테크원이 CCD 공급부족으로 자사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 생산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요?”

“전형적인 일본 기업의 한국 가전업체 길들이기입니다.”

“이젠 오성전자가 일본기업에게 끌려 다닐 입장이 아닐 텐데....?”

“오성테크윈이 최근 출시한 제품에 소닉이 아닌 나쇼날 계열의 SD메모리카드를 채용함으로써 맞불을 놓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치고. 날 만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뭐 때문인데요?”

“경영 승계와 관련해서 양해를 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승계 작업에 들어간 모양이죠?”

“밑밥을 깔고 있습니다. 친오성 성향의 언론들이 오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연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때 부터였나....?”


일명 오성전자의 적대적인 M&A 위험론이다.

뜬금없이 외국자본에 의한 오성전자 적대적 M&A 위험성에 대한 주장이 재계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군불이 지펴지고 있었다.

그 주장은 대략 이랬다.

오성전자의 지분구조는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즉 오성전자의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은 16.1%(의결권 기준 17.9%)에 불과하다.

이러한 지분구조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주주 중 국내 기관들의 지분 8.6%(의결권 기준 9.6%)를 모두 오성전자의 우호지분으로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든지 25% 내지 30%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면 적대적 M&A의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

또 오성전자의 외국인 주주들은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인데, 그들 중 대부분은 5% 이상의 의무보호예수도 없기 때문에 언제든 인수자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오성에서 지분이 가장 많은 외국인 투자자는 누구에요?”

“NYCBank가 10.2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NYCBank는 런던증시상장DR(주식예탁증서)의 예탁기관에 불과해서 의결권을 통합해서 행사하지도 않고 오성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가온은 얼마나 가지고 있어요?”

“4.89%를 보유하고 있고, 보스, JHO, G&P, 보스 가족 및 지인들이 보유한 모든 보유량을 합하면 12.8%가 됩니다.”

“그 동안 많이도 모았네요?”

“중간에 매수와 매입을 몇 차례 반복했지만, 780만 주 정도는 10년 장기 보유하고 있었으니까요. 참고로 보스의 지분율은 보통주 3%로 알고 있습니다.”

“굉장하네요.”


3%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당시 오성전자 총발행주식이 1억만 주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총수를 제외하고 개인 최고 지분율이다.

참고로 현 오성그룹 회장은 대략 4.26%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이 5%룰에 맞춰져 있네요?”


증권거래법의 5%룰은 주식대량보유보고제도라고도 하는데, 투자자가 특정 회사 지분의 5% 이상을 갖고 있으면 5일 이내에 그 배경과 이유를 공시해야 하는 법률적 의무 사항을 말한다.

대한민국에서는 1991년 처음 도입됐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에 대항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한국의 상법은 지분 3% 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는 주주제안과 주주총회 소집요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류지호는 오성전자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대주주다.

마음먹기에 따라 오성전자에 적잖은 영향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

물론 류지호와 가온 및 기타 특수관계사들은 오성전자 경영참여에는 관심이 없었다.

참고로 5% 공시 의무는 주식 보유 목적에 따라 강도가 다른데, 단순투자와 경영참여로 나뉜다.

경영참여 목적이라면 원래 규정대로 5일 이내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데 반해, 단순투자 목적의 경우는 공시 일정이 달라진다.

5%룰과 비슷한 10%룰이라는 것도 있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갖고 있으면 이른바 주요주주로 분류가 되고, 주요주주는 한 주라도 사거나 팔면 그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그 의무를 가리켜 10%룰이라고 부른다.

10% 이상 지분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꿀 경우 최근 6개월 이내 얻은 발생수익을 반환하는 규정도 있는데, 이는 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 차익을 얻으려는 걸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오성전자 주주현황은 어때요?”

“오성 특수 관계자 16.1%, 국내 기관투자 8.6%, 가온 우호세력 12.8%, NYCBank 10.29%, 미국의 Lovelace Capital Group이 5,17%입니다. 참고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해 53.9%에서 올해 55%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성전자의 개인주주는 2002년 기준, 11만 5천 여 명이다.

류지호 같은 대주주를 제외한 숫자다.

한편 세계적 기업인 미국 GTE의 주주 숫자는 약 400만 명이다.

미국 기업들은 엄청난 시가총액만큼 주주 숫자도 많다.

어쨌든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다는 것만 부각시키면 적대적 M&A가 벌어질 것도 같다.


“기업 경영이나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해 무지한 대중들은 현혹되기 쉽습니다.”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한국의 간판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오성전자의 주주들은 급격한 경영권 변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공격하지 않는 편이죠.”

“몇 개 사모펀드가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오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계 대형 자산운용회사나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투자경향을 보인다.

오성 일가가 한국의 정치·사법·언론·사회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이유는 없었다.

주요 투자자들 입장에서 국가차원에서 나서서 밀어주고, 배당금도 쏠쏠하고, 매년 성장하고 있는 오성전자를 굳이 흔들 이유가 없었다.

최근 군불을 지피고 있는 오성전자 적대적 M&A 위험 조장은 특정한 의도가 도사리고 있는 여론전 성격이다.


“실제 오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매우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오성그룹이 그 가능성을 과장하며 경영권 방어 장치의 도입이나 공정거래법과 금산법 강화에 대한 강한 반발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외국계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보다는 주주와의 위임장 경쟁을 차단하고,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를 순조롭게 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지난 정부부터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제도를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당장 오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오성 계열 두 개 보험회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더라도 외국인의 적대적 M&A는 어렵다.

다만 총수를 포함한 일가가 외부 주주들과 위임장 경쟁을 벌인다면 불리해질 수도 있다.

가온그룹과 NYCBank가 손을 잡거나 Lovelace Capital Group이 사모펀드들과 연합한다면 경영권과 관련해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기에.


“위임장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이비 민족주의 정서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오성전자의 경영권이 외국계 회사에 넘어가게 되는 걸 한국인들은 회사를 빼앗겼다고 여길 테니까요.”


지난 국민의 정부부터 대기업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을 내세워, 오성그룹에 대한 오성생명 및 오성화재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오성생명은 총수 일가의 경영 승계에 아주 중요한 계열사다.

오성그룹으로써는 정부의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룹 지배권을 승계할 수 있는 방법은 지주회사격인 자연농원과 보험회사를 통하는 수밖에 없는데, 보험회사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지배권 승계가 불투명해집니다.”

“골치 꽤나 썩겠네요.”


무조건 한국의 재벌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 90년까지 한국에서 지주회사는 불법이었다.

국내 대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순환출자로 기업집단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외환위기 이후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고 해도 워낙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채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커버렸기에 쉽지 않아서 큰 문제다.


“정리하자면 우리 더러 경영승계를 도와 달라...?”

“인정해 달라는 것에 가깝습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총수에게 경영권을 보장한다고 전했잖아요?”

“후계자에게 경영을 승계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의사도 전달하지 않았죠.”

“가만있으면 알아서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닌가....?”


정경유착, 불법 상속·증여,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정책의 고수, 전직 관료와 법조 인력의 싹쓸이.

오성그룹하면 언뜻 떠오는 말들이다.

비단 오성그룹만의 문제일까마는.

가온그룹 입장에서는 괜히 오성전자를 들쑤셔서 좋을 것이 없다.

류지호에게 오성전자 주식은 일종의 보험이며 저축의 개념이다.

10여 년 후 투자금의 수십 배(최소 10배)를 벌 수 있기에.


“여러 가지 당근책들을 제시하더군요.”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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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92 쥬논13
    작성일
    23.06.29 09:45
    No. 1

    이판에서는 그냥 승계거부 했으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링월드
    작성일
    23.06.29 12:01
    No. 2

    근데 주인공이 글로벌 OTT끝판왕 넷플릭스를 가지고 있잖아요? 작가 쓸어담는 주체가 본인인데 왜 유체이탈 화법을 시전하는지 ㅋㅋㅋ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5 샤이
    작성일
    23.06.29 12:22
    No. 3

    호구 되지말고 합리적인 선에서 뜯어먹어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06.29 17:01
    No. 4

    잘보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너울가지
    작성일
    23.06.30 12:19
    No. 5

    14쪽 본인은 안 망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3.07.02 12:57
    No. 6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7.01 13:35
    No. 7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9 09:00
    No. 8

    국민연금이 도와주지않았으면 이재용이 승계못했지
    근데 그렇게 되면 그 이후는??

    쌍용차나
    외환은행처럼 되는건가요??

    중국이나 미국자본이 사들여서 기술 쪽빨아먹고
    조각조각 내서 파는것?

    2020년이후.
    미국 중국이 특히 반도체를 서로 차지하려고 전쟁중인데
    어느쪽이든 삼성전자 먹으려고 난리치긴했겠네요

    국내에서 삼성전자 먹을수있는 다른 거대자본이 있는것도 아니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cooooool
    작성일
    23.07.09 09:15
    No. 9

    어쨌든 박근혜시대에
    박근헤가 국민연금 움직여서 이재용 경영권 확보에 찬성하게 해서 안정적으로 경영권 받은건데

    이후 이문제로 박근혜 이재용 모두 유죄받음

    그럼 법적으로 국민연금포함 의결 내용 무효로 돌리는 소송이 벌어졌으면
    이재용 감옥 있는동안 삼성그룹이 찢어졌을수도 있죠

    특히 반도체의 경우 미국 ㅡ 중국의 경제 전쟁의 가장 큰 타겟이 반도체라

    한국 대만이 보유한 반도체 1 2위 기업이 북한 중국으로 넘어갈까봐 미국이 노심초사하는중이고

    그 전에 중국의 반도체공정때 삼성반도체 등에서 수백억 받고 기술들고 중국 간 삼성맨들,하이닉스맨들 많아서 거의 몇년안에 반도체기술 따라잡힌다고 했다가

    트럼프가 강력하게 중국에 반도체 등 핵심기술 수출금지 때리면서
    반도체 산업의 중국추월을 막았죠

    이후 중국정부가 막대한 돈 쏟아붓던 반도체 회사 대부분 거의 파산직전이되고

    한국 추월했던 배터리, 조선 등도 다시 한국이 1위 되찾는 분위기

    미ㅡ중 갈등으로 중국 수출기 막아 당장 수출손해본것보다

    당장 중국이 한국 반도체 넘기직전에 몰락한게 더 이익이죠

    미ㅡ중 갈등으로 당장 중국수출줄어서 손새본것보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이익이라는것

    ㅡㅡㅡ
    특히 이재용 감옥갔을땓 중국정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반도체에 쏟아붓던 상황이라
    이재용 경영권 승계 관련 유죄받고, 감옥간 상황에서

    당시 합병된 회사 합병무효때렸다면 이재용 경영권까지 박탈햇다면

    중국정부가 밀어주는 중국자본이 삼성반도체부분 사들이려고 난리였을텐데
    미국자본도 그렇고

    하이닉스도 중국에서 먹을뻔했었죠

    그랬다면 쌍용차처럼 기술쪽 빨리고? 회사는 조각조각 팘리고, 수십만 노동자해고 엔딩??

    무섭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9 별작
    작성일
    24.06.13 13:25
    No. 10

    허물 뿐인 >> 허울 뿐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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