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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아직 안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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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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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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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드라마Radio Drama, 사자의 나날, EP(1)작심삼일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인물 설명


김영석(영석)

36세. 찌질한 공시생. 백수. 동영대(서울의 제법 명문. 중경외시 정도) 출신. 행정학과. 07학번.

9급 공시에 합격했었으나 만족하지 못하고 7급에 도전했다가, 구렁텅이에 빠짐.

낙천적인 성격. 평균보다 조금 좋은 체격. 근처 카페에서 식비라도 벌 겸, 운동겸 단기 알바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1-2일 정도. 공부하며 용돈 벌이 정도.


김민욱(카페 사장)

스스럼없는 성격. 38세. 동영대 경영학과 출신. 05학번.

진취적이고, 운동을 잘 함.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고, 수제 명품 커피집을 만들겠노라는 포부를 가지고 신박커피를 독서동 주택가 골목에 개업.


정미연(카페 매니저)

30세.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고,

커피에 대해서 공부 중.

바리스타, 커피 협회에서 교육 받고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자격증 따려고 준비 중이던 차.

실력 있는 직원.

편한 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티없이 굴고, 장난도 치고, 밝기도 함.

감정의 낙차가 좀 있어서

아침이라거나,

어색한 사람이 있다거나,

하면 좀 차분하게 굼.

미인.








라디오 드라마

Radio Drama Series,

#시트콤,



가제) 사자Lion의 나날



#1. 영석의 방


삐리리리리리리리리(벨소리 효과음).


어둔 방 안.

희미하게 들이닥치는 햇빛이 커튼 사이로 시체의 위를 더듬었다.

시체는 아니고,

사실 사람이었다. 살아 있는 채의.


영석:(피폐한, 쓰러졌다 일어나는 듯한 톤으로)끄으으으으으으······. 으으으··· 뭐, 뭐야······.


시체가 일어났다.

사실은 살아 있었지만.

시체마냥 미동도 않고, 어둔 방 안에 유기되어 있던 사내는 엎어진 자세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리번, 두리번.


힘없고 피곤에 찌든 얼굴로 소리의 진원지를 찾던 영석은 손을 뻗었다.

자신이 엎드린 채로, 배에 깔고 있었기에 낑낑거리며 오른손을 빼서 방바닥을 더듬었다. 잘못된 자세로 잠들었던 건지, 여기저기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35의, 아니 이제 36이 된 사내의 아침은 늘 뻐근함과 함께한다.


삐리리리리리리리리리.


영석:(신경질내듯, 그러나 목소리는 아주 잠긴 채)으으으으으으, 시, 시끄러어···. 어디있는 거야··· 빌어먹···.


영석은 좀비처럼 굴었다. 그러다가 턱, 하고 머리맡 근처의 의자 다리를 붙든다.

그가 있는 원룸은 아주 작았다. 이런저런 가구나 집기를 놓고 나면, 간신히 눕고 한 두어번 굴러 끝에 닿는다.


이부자리에서 벗어나 맨바닥에서 깬 그였고, 그의 머리 위에는 바로 공부용 탁상이 있었다. 낡은 나무 의자의 다리를 잡으며,


턱,

턱,


더듬거리는 손으로 몸을 지탱해 상체를 일으켰다.


영석:(숨 넘어가듯)끄윽,


온 몸으로 피폐함을 표현하는 청년은 재활을 하는 인간마냥 두 팔로 의자와 책상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선다.

벨소리는 저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평소에 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책상 위.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멍때리고 핸드폰을 보는데 쓰고 있었지만.


삐리리리리리리리리.


영석:(중얼거리듯)고만 좀···.


아주 귀따가운 소리가 계속 울린다. 영석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고, 손만 더듬거려 결국 책상 위에 있는 휴대폰을 집었다.


그대로 아래로 쑥 내려간다.


쿵!


영석:(아프다는 듯)(외마디 비명)악!


휴대폰을 잡고 뒤돌아, 수직 하강하던 후두부가 책상의 서랍 손잡이에 걸렸다. 책상은 한 쪽은 의자가 들어가는 빈 공간이고, 오른쪽은 3단 서랍이 있고 뭉툭한 손잡이가 있었다. 두 번째 즈음에 걸렸다.


삐리리리리리리리리.

···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아픔에 영석은 뒹굴었다. 그 와중에 손가락이 스마트폰을 문질러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근엄한. 아침 일찍 깨어 계셨던 듯한. 그리고 묵직한 톤)···어, 애비다. 영석아. ······. ······. 영석아. 뭐하노. ···이 놈, 마 대답도 없네 이제?

영석:(뒤통수를 잡으며, 소리없이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을 뒹구는 중)아아아아아악(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 희미한 발성의 비명).


아버지:(여전히 낮은 톤. 약간 늘어지는, 장난 투가 섞인. 그러나 마냥 웃을 수 없는. 친근한 척 장난치는 조폭같은 투의)······영석아, 영석아? ······. 얌마 김영서-기. 일났나? 이제 아부지 전화만 그냥 받아놓고 다시 자는 기가? 해가 중천에 떴다, 마.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48시간 안에 을매나 후회할 짓을 하는 긴지 똑똑히- 보여줄기다.


영석은 그대로 뒹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려 혼자 중얼거리는 핸드폰을 챙겼다. 아픔에 눈물이 찔끔 난다만, 사내가 그걸로 울 수는 없었다.


아버지:(충청도 조폭같은 톤)···하나··· 둘··· 서이··· 서이 반··· 서이 반의 반··· 네···엣을 내가 세면 그 때 니 용돈 끊긴다-.


영석:(황급하게)아, 아버지! 전화 받았어요. 예. 일어나 있어요. 지금··· (아픔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하고)··· 크흠, 네. 잠깐 씻느라고. 씻느라고 통화 버튼 눌러놓고 대답을 못했네요. 네.


영석은 비몽사몽한 머리와, 고통 속에서 용케도 변명을 완성했다. 순발력은 좋은 편이었다, 늘. 임기응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살이라는 게 문제였지.


아버지:(슬쩍 웃는 투)얌마, 살아 있었네. 나는 니- 죽은 줄 알았지-. 혼자 사니 구청에 신고만 좀 하고 정기 송금도 끊을라켔-더니. 그래, 마. 인나 있었나?

영석:(아픔을 마저 참으며)끅, 네. 그렇죠. 일어나 있었죠, 그럼요. 공부해야 하는데. 새해부터 쳐자고 있으면 그게 사람입니까, 예?

아버지:(약간 웃음기, 여전히 무서운 톤)하하, 인마, 말은 잘- 하네. 그래. 알았다. 일봐라. 마저 씻고.

영석:(몰래 한숨쉬며)후··· 아, 에, 네. 네. 들어가세요. 좋은 하루 되시고요.

아버지:(가볍게, 장난 투로 호통)안하던 인사는, 마. 끊어라.


영석:(가볍게 던지듯)예 알게···


뚝,


······.


영석은, 올해로 37이 된 날백수에, 공무원 시험을 꾸준히 도전 중인, 슬슬 도전자에서 포기자로 바뀌어가고 있는 마음가짐의,


남자는 그렇게 멍하니 끊어진 핸드폰만 들고서 잠시 앉아 있었다.


방구석은 따끈했다. 난방은 잘 되는 원룸이었다.


대충 쳐 둔 커텐 사이로 조금 늦은 아침의 햇살이 들이닥치고 있다.


부스스한 머리로, 잠시 더 앉아 있던 민석은 천천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고, 일단은 나가야 하리라.


*


신년 목표.


[ 202X년 계획.

1. 매일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 근처 체육관 HP짐(gym)에서 운동을 한다.

2. 매일 순수한 집중 시간만 따져서 최소 7-8시간 이상 공무원 수험 준비를 한다.

3. 남는 시간에 짬짬이 일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보고, 단기 알바로 식비를 해결한다.

4······이하 생략]


김영석, (인).


*



#2. 독서동, 원룸 근처 골목.


영석:(깊은 한숨을 토해내며)(일부러 추운 날씨에 김을 내뿜듯)하아아아아아···.


간단하게 씻고 외투만 걸친 뒤에 나온 영석.

그는 패딩 점퍼의 옷깃을 여미면서 숨을 내뱉었다.

그새 눈이 조금 쌓여 있었고, 날씨는 더럽게 춥다. 정신만은 번쩍 드는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먼저 숨을 뱉어본다.


영석:(가볍게, 짧게)후우. ······. (중얼거리는)일단은···.


뽀드득,


하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걷는다.


바닥을 희미하게 덮을 정도로 쌓인 함박눈이다. 밤새 잠깐 내렸던듯 싶었고, 부지런한 집주인들은 제 집 앞만 조금쯤 치워둔 동네의 꼴.


영석은 그런 거리를 걷는 고고한 사자Lion였다. 사자獅子. 백수의 왕. 왕인지는 모르겠으나, 백수는 맞았다. 처지에 비해서 고고하게 걷는 것도 닮기는 했다. 쥐뿔도 가진 게 없고, 당장 곤궁한 처지였음에도 늘.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 는 게 영석의 지론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개똥 철학만 느는지도 몰랐다.


영석:킁, 큽.(작은 헛기침, 사레가 들려서 목을 가다듬는 소리)


추운 날씨에 목감기를 조심하며, 영석은 걷는다.


그러다 집 근처 골목을 얼마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낯설은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신박Shin-Park 커피Coffee]


영석:···신박하네······.(멍청하게 혼잣말)


카페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멍청한 소리였다. 아니, 멍청한 간판인가.

뭐가 신박한 지도 모르겠고, 그저 평범해 보이는 카페의 외관이다. 유리창으로 내부가 들여다보이고, 주택가에 어설프게 자리를 잡아서 내부 공간도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 생긴 곳일까.


영석:쩝.(입맛을 다시듯)(그저 그래 보인다는 듯한 감정)


커피 맛이 좋다면 주민들이 사먹기야 할 테다. 조금만 나가면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 수두룩하기는 하다만.


연말연시는 괴로운 때였다. 영석에게.

남들이 모두 들떠서 파티를 벌일 때, 아직 처절한 공시생인 영석은 낄 자리가 없다.

남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억지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만큼 마조히스트는 아니었다. 스스로 말이다.


그 덕에 며칠 정도는 거진 원룸에서 은둔 생활을 했다. 아버지의 전화 역시 그 며칠 간은 배려인지 잊음인지, 없었었고.

연말 연시 연휴 기간 동안 거리를 보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생겨 난 간판이다. 공사 자체는 이전부터 했을 테지만, 정확하게 이름이 걸린 건 지금 처음 보았다.


영석은 호기심이 들었지만,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그대로 지나쳐갔다.


뽀드득, 뽀드득.


낡은 운동화 밑창이 눈을 깔아 뭉겐다.




#3. 시내, 부제:연인


영석:후, 춥다······.(손을 그러모아 입김으로 후, 후 불면서)


영석은 처량하다.


오전 시간. 독서동은 그리 번화한 동네는 아니었다.


조금 지나면 대학이 하나 둘 있고, 그 근처로 시내가 조금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발이 늦고 낡은 건물들이 많다. 골목 사이사이로, 그가 지낼만한 값싼 원룸들도 있었고.


그런 한가한 동네의 길목을 조금 벗어나 밝은 거리로 나섰다.

오전, 연시임에도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눈 내린 거리를 걸으며 아침부터 남의 마음에 염장질을 하는 커플들을 본다.


커플여1:(애교스런 톤으로)아이, 뭐야아···. 이러지 말라니깐.

커플남1:(같잖은 듬직한 톤으로)이리 줘 봐. 오른손 이리로. 그냥 내 주머니에 같이 넣으면 따뜻한데 뭘 그래?


영석:(조금 크게 헛기침)크흠-.


영석은 멀찌감치, 몇 발자국은 떨어져 그들과 엇갈려 지나갔다. 차도에는 차들도 별로 없어서, 연인들의 애교스런 말투가 고스란히 들린다.

춥다니까 한 주머니에 손을 같이 넣으려는 꼴값이었다.

남의 애정 행각을 방해할만치 대범하거나 힘이 좋지는 않았으므로, 그냥 혼자 헛기침을 하며 지나갈 뿐이다. 눈꼴이 시리기는 하다.


어쩌겠는가. 시려운 놈이 감고 지나가야지 뭘.


뽀드득, 뽀드득.


서로 엇갈리는 커플과 영석의 발소리만이 고적하게 울린다.


아, 인생이여.


영석:(한탄하듯)아, 인생이여···.(크게는 아니고, 그냥 거리에서 혼자 중얼거리듯 조용히)(덧없는 감상)


생각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얼마나 쓸쓸하면 그럴까,

라고 영석은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생각했다.




#4. 독서동 골목, 미인.


영석:흠-흠.(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멜로디컬한 느낌. 잘 부르지는 못함)


영석은 흥겹게 콧노래를 불렀고,

고개는 45도 즈음 해서 아래로 처박고 걸었다.

꼴같잖은 꼴을 보지 않겠노라, 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흥겹게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도리어 그의 처량함을 부각시켜 주기도 한다만은.

영석 자신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추리닝 차림에 패딩 점퍼 하나. 낡은 운동화.

아침부터 일도 없이 돌아다니는 듯한 인상.


운동이라도 해보겠다고 집 근처 짐Gym을 찾았건만, 휴일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겠다며 거리에 있는 운동 기구들을 찾았건만, 수리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래, 공부라도 해야지··· 라며 구립 독서실을 찾았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휴일이란다.


목표 달성에 전부 실패한 영석은, 사냥에 실패한 사자마냥 쓸쓸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독서동 골목은 늘 그가 드나드는 길목이다. 집 근처.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자주 보는 얼굴들은 익숙할 지경이었다.

골목 근처, 단골 가게 사장님들과는 인사를 가끔 하기도 했고.


뽀드득거리는 눈의 감촉을 즐기면서 사내는 하릴없이 걸어 들어갔다.


정겨운 집으로, 아니- 조금은 지겨운 원룸을 향해서.


바깥에서 안쪽으로 접어드는 골목 입구이다. 주택가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고.


휙, 하고 몸을 돌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영석:흐-흠. 흠흠~.(콧노래)


부족한 노래 솜씨로 적적함을 달래며 들어가는데, 영석의 눈에 무언가가 밟혔다.


묘령妙齡의 여인이 하이힐을 신고 낑낑대고 있었다.

아니, 어려 보이지만 나이는 사실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그녀가 미인이라는 사실이다.


영석은 자신도 모르게 문득 눈길이 가서, 잠깐 지켜보았다.


긴 치마를 입고 위로는 숏 점퍼를 입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가- 하는 느낌의 약간의 복고적인 차림새. 두터운 올의 양말인지 스타킹인지를 신고 있었고, 신발에 뭐가 문제가 있는 듯이 발을 꺼낸 채 혼자 낑낑거리는 중이다.


영석:······.


영석은 1초가 조금 안되게 슬쩍 보았다.

굽이라도 부러졌나. 여성의 표정이 약간 난색이 어려있다.

도와줘야 하나? 큰 일인가?


에이, 하고 2초 정도 고민한 그는 고갤 흔든다. 붕붕.


쓸데없이 말을 걸었다가 얽히면 골치만 아프다. 미인한테 집적거리는 놈만 되리라. 자신의 행색도 영 변변찮은 게 또 이유가 될 지도 모른다.


약간 갈색빛, 혹은 붉은 기가 도는 머리칼이다. 미인은, 고운 이마를 찡그리며 한겨울의 바깥에서 조금 더 애를 썼다. 향하는 방향은 영석과 같아 보인다.


영석은, 잠깐 멈춰섰던 걸음을 움직여 집으로 향했다. 미인도 지나가는 영석을 힐끔 보았다가, 제 일에 집중했다.


미연(여인):(짜증난다는 투)아, 씨··· 이거 왜···.


나지막하게 그녀가 짜증내는 소리가 지나가는 영석에게도 들렸다.


큼,


영석은 속으로 헛기침을 하며, 남의 일이라고 단언하고 지나쳤다.




#5. 종친 날.


영석:후우우우우우우우···.(깊은 한숨. 멀리까지 들리도록. 집 안)


집 안.

지겨운,

집 안.


원룸 바닥에 털썩, 드러누운 영석은 대자로 뻗어서 긴 한숨만 토해냈다.

하루종일 한 말이 한숨밖에 없지 않았나?


백수의 왕, 아니 그냥 백수.

영석은 스스로 자고自顧하며 바깥의 옷을 다 갈아입지도 않은 채, 따뜻한 방 안에 그냥 누워서 힘을 풀었다.


아, 등 따시다.


영석:따숩구만······.(힘없이)


생각을 겉으로 뱉어보는 건, 워낙 오래 혼자 있어서인 지도 모른다.

공부가 사람을 병들게 하나?

떠오른 생각에 영석은 혼자서 고개를 젓다가, 비식 웃었다.


영석:푸.(힘없는 바람, 웃음 새는 소리)


그는 공부를 그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무료한 일상이 더 병들게 할 것이었다.


첫 날은 종쳤다.


계획은 구겨졌다. 비유적으로 말이다.


영석은 등이 따뜻한 바람에,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




#6. 이튿날, 독서동 골목, 카페.


카페 사장(민욱):아, 씨 이거 또 이러네···(짜증난다는 듯, 혼자 약간 날카롭게 뇌까리는, 약간 발성이 명료하고 발음이 분명한 톤).


카페.

단출하지만 깔끔하고, 또 누가 와도 부담스럽지 않게끔 꾸며진 인테리어였다.


정갈한 실내는 꾸민 이의 감각을 보여주는 듯도 했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테이블과 그 너머의 커피 기계들. 주방도 바로 거기에 있었고, 쭈욱 몇 걸음 걸으면 앉을만한 자리들이 나온다.


원두 냄새가 향긋하다. 직접 갈고 볶고. 수제로 할 수 있는 공정은 모두 거치는 카페였다. 그 곳의 사장, 민욱은 인상을 찡그렸다.


민욱:아 놔 이거···. 몇 백만원 짜리를 중고로 처 샀더니 이 난리를···. 그냥 새 걸 살 걸 그랬나······.(짜증스러운 투)


민욱은 혼잣말이 잦다. 나이를 먹어서인지도 몰랐고, 혼자 사업을 하다보니 그럴 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는 늘 과도하리만치 싸인다. 툴툴거리지라도 않으면 답답해서 터질 지도 모를만큼. 그 나이에도, 사업은 쉬운 게 아니었다.

서른이 넘고도 다시 몇 년을 더 산 그다. 아직도 인생은 매일이 새롭다. 카페 사업은 더 그랬고.


딸랑.


거리는 유리문의 방울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미연:(활기차게)(약간 우렁차다는 느낌마저 있는)싸장님 안녕하세요옵-! 좋은 아침입니다!


딸랑.


닫힌 유리문의 방울 소리가 울렸다. 쿨럭, 민욱은 잔기침을 뱉었다. 카운터 근처의 커피 기계를 손보던 그는 등돌려 미연을 바라보았다.


민욱:어··· 그, 그래. 기운차서 좋네, 미연 양.(약간 당황. 알고 있었지만 아침마다 새로운 느낌)(조금 기가 죽은)

미연:(당차게)하! 하! 별말씀을요. 오늘도 날씨가 음-청 춥네요. 거리에 사람도 없구. 손님 많이 올까요? 왔으면 좋겠다. 사장님 뭐하세요, 근데? 커피 기계 또 잔고장 있어요?


미연은 가게로 들어와, 직원 룸을 향해 걸으며 외투를 벗는다. 그러다가 문득 민욱의 자세를 보고 물었다. 중고로 들여온 값비싼 기계였다. 새 걸 사면 더 비싸다. 흠집도 별로 없는 걸 싸게 샀다며 좋아하는 민욱이었는데, 가끔씩 커피를 내릴 때 레버가 말을 듣지 않았다. 분명 처음 가져왔을 때는 없던 증상이다.


민욱:(화제를 돌리자, 미연 때문에 잊었던 게 생각났다는 듯)어, 어. 맞아. 이번에도 레버가 문제네. 자꾸 이러면 사람을 좀 불러야 될까 싶어···. 아, 날 춥다고? 그치. 감기 조심하고-

미연:(외투를 턱, 근처 의자에 던지듯 놓고)아-니. 그거 판 사람한테 연락 해보셨어요?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문제가 있으면 가격을 깎아주던가 했었어야지···. 아, 감기요. 네. 사장님도 조심하세요. 요새 독감 유행이래요.


미연은 턱, 하고 외투를 의자에 던진 채 카운터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전, 아침. 9시 정도에 맞춰서 출근을 하는 미연이다. 사장인 민욱은 근처에 집을 얻고, 조금 더 일찍 출근했고.


아침에 오면 가게 청소와 식재료 정리, 시험 삼아 커피 몇 종을 뽑아보고 잠시 직원 회의를 한다.

두 사람뿐이었지만 사장 하나에 매니저 하나. 커피에 관해서라면 전문가임을 자부하는 두 사람이었고, 나름대로 건실한 사업체였다. 주택가의 입맛을 모조리 사로잡겠다며 시작한 포부의, 신박 커피였는데.


며칠 째 아직 결과는 크지 않았다. 홍보라도 해야 하는가- 민욱은 속으로 생각한다.


민욱:(커피 기계에 눈을 떼지 못하며)그러게······.

미연:(저벅이며 다가가서)레버만 그래요? 그 외에 다른 고장은···.


딸랑.


그 때, 방울 소리가 들렸다.


민욱은 고개를 돌렸다. 오픈 시간까지는 좀 여유가 있었는데. 밖에 뭘 안걸어 뒀던가? Closed, 혹은 준비중이라는 팻말을 말이다.


‘저기-’


하는 소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7. 이튿날, 카페, 아르바이트.



영석:(약간 소심한 투)저-기. ······. 아, 뭐, 하시는 건가요······? (눈치를 살피며)


딸랑거리는 방울,


울림이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고


미연과 민욱은 뒤를 돌아봤다.


클로즈드, 팻말이 걸려 있는데도 들어온 추레한 사내였다.


아니, 가만보면 멀끔한 듯도 같다. 단지 입은 옷이 오래된 것들일 뿐.


먼저 반응한 건 미연이었다. 그녀는 웃는 얼굴이 익숙하다.


미연:(화창한 톤)아- 손님 혹시 커피 드시려 들러주신 거면, 감사하지만 아직 준비 중이라서요-. 저희 오픈 시간이 10시 30분인데 혹시 조금 기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영석은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커피를 마시려던 건 아니었다.

백수의 왕은,

딱히 커피에 환장하진 않았다. 그는 편의점에서 파는 레쓰두뎃싯 1,000원짜리가 가장 입맛에 맞는 사내다.


집 근처 신-박 커피를 찾은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영석:(약간 머뭇거리는 기색)아···. 네. 그···. (주섬거리며 핸드폰을 꺼낸다)


영석은 주섬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만지작거리자 액정이 켜졌다. 떠 있는 건 인터넷 페이지다. 정확히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사이트. 영석이 말했다. 민욱은 눈만 뜨고 상황을 살핀다. 누가 사장이지, 영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민욱에게 눈을 맞추었다.


영석:(허허, 웃으며)저, 이거 때문에 왔는데요. 아르바이트···


영석이 스마트폰을 내밀어 보였다. 카운터로 다가가며. 두 사람도 커피 기계에서 씨름하던 걸 놓고 다가와 보았다.


[아르바이트 모집:

신박 커피. 독서동 117-9번지 1층.

주말, 주중 상관 없이 일 할 사람 모집.

간단한 음료 제작, 서빙 등.

근무 시간, 일 수 협의 가능.

단기 근무, 일주일 중 1-2일 근무자도 환영]


민욱:아.(알았다는 듯)


민욱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다시 영석과 눈을 맞추었다.




#8. 이튿날, 카페, 독대.


영석:크흠···(불편한듯, 약간 긴장한듯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영석은 자리가 조금 불편했다.


카페의 좁은 테이블이었다. 거리도 지나치게 가까운 감이 있었고. 아니, 이건 또 무슨 압박면접이란 말인가··· 영석의 속내였다.


불편한 이유는 상대방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외모의 여성이었다. 깔끔하게 빗은 갈색 머리. 화사한 인상. 오똑하고 오밀조밀하니, 두드러지는 이목구비.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미연은 환히 웃으며 카페 구석 자리에서 간단한 면접을 보고 있었다.


미연:(웃으며)어머, 저희 카페 이렇게 찾아주신 분은 처음이네요. 알바 공고를 올리기는 했는데-. 바로 찾아주실 줄은 몰랐어요. 저희가- 둘이 하고는 있는데 가끔 바쁠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남자가 한 분 뿐이라··· 사장님이 쉬는 날이랑 물건 받는 날이 겹치면 또 힘쓸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영석:(어색한 웃음)아하. 그렇군요. 아하하···.


백치미.

아니, 미美는 없었으니 백치로 정리하자.

영석은 스스로의 웃음을 생각하며 그리 평가했다.


반면 미연의 웃음은 환했다. 미연의 미가 미美인가. 사람 이름을 그리 짓는 경우가 보편적이지는 않았다. 영석은 스스로 한 헛소리에 자조적으로 웃을, 뻔했다.


영석:크흠.(딴 생각을 하다가 감추는 듯)

미연:(개의치 않는다는 듯)그러면 혹시 지금 지내시는 데나, 달리 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영석:아, 네. 주소는 거기 쓰여 있고··· 달리 없습니다. 늦깍이 공시생이라··· 공부 말고는 없어요, 딱히 할 게. 그래서 단기 알바라도 잠깐 구해볼까 하는 생각에···.


미연이 눈을 빛냈다.


미연:(반색하며)아, 참 잘 됐네요. 바로 근처시네요? 세상에. 100m도 안 떨어진 거 아니에요? 여기면. 근처 주민이시구나-.


주민이시구나- 하면서 미연이 영석의 옷매무새를 흘끗 본 것도 같았다. 영석은 미연을 본다. 어디서 봤는데, 이 여자.

3초 정도 더 생각했다.

어제 골목길에 들어서다가 본 사람이었다. 워낙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금세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런 우연이 있나.

영석은 그리 생각한다.


미연:(콧노래)흠, 흠. 네. 좋은데요? 공시생이시면··· 혹시 희망하시는 시간이라던가, 요일이 있을까요. 저희 매장 특성 상··· 그, 일손이 필요한 때가 조금 불규칙적이라서요. 사실 저희가 풀타임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할만큼 당장 넉넉한 매장 상황이 아니라···. 마침 영석님 같은 분이 필요했어요. 주간 1, 2일 정도 날짜와 시간 정해서 알려드리면 변동적으로 일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연은 뭐가 그리 좋은지, 콧노래마저 부르며 이야기했다. 멜로디컬하다. 말이 많은 여인이다. 두다다다, 영석은 들은 말을 다 귀담아서 다시 생각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가 느리게 고갤 끄덕거렸다.


영석:(약간 생각하며)아··· 네. 요일은 딱히 상관 없습니다. 시간도 지나치게 밤만 아니라면 다 괜찮고요. 어차피 집 앞이고···. 간단하게 큰 수입 바라지 않고 조금 일할 곳을 저도 마침···

미연:(웃으면서)마침 잘 됐네요!


꾸깃, 하고 그녀의 손에 들린 영석의 지원서가 조금 접혔다. 미연은 그만큼 반색했다. 딱 상황에 맞는 지원자가 오는 건 충분한 행운이었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그리 웃는 것일지 몰랐다.


영석:네, 네······.


화려하게 생긴 이목구비라, 조금 싸늘하게 굴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지나치게 활달한 성격이었다, 미연은. 그 기세에 조금 주눅이라도 든 마냥 사내는 고개만 어설프게 끄덕거렸다.


민욱:(조금 멀리서)오, 결정 됐어? 혹시 오늘부터 바로 가능한가?


민욱은 키가 크고 훤칠했다. 제법 뚜렷한 이목구비에, 잘 생긴 사내였다. 영석 역시 못난 얼굴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그럴싸하게 생긴 외견에 질투심마저 날 정도다. 사내는 보통 잘난 사내를 보면 호승심을 느낀다고 하지 않은가.

영석의 마음은 그런 들뜬 것을 가질만큼 열정적이진 않았지만, 머리로는 대충 이해가 간다. 그럴만한 카페의 사장이었다.


민욱이 저벅거리며 다가왔다. 영석은 그를 올려다봤다.


······.


몇 초가 지난 뒤에야 답을 한다.


영석:(이제 알았다는 듯)어? 아. 아, 오늘부터요?

민욱:(여상스럽게)오늘부터요. 괜찮아요, 혹시? 오늘 물건 들어올 것도 좀 있고···


민욱이 영석의 맞은 편에 앉은 미연을 바라보았다.


민욱:(조심스럽게)그··· 괜찮으면. 미연 씨 오늘 일도 있었잖아, 원래는.

미연:(생각났다는 듯)아, 네. 그거요···. 그런데···(영석을 슬쩍 처다본다).


미연이 맞은 편의 영석을 흘끗 보았다.

영석은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영석:(얼떨결에 고갤 끄덕거리며)어, 네···. 오늘부터 하면··· 좋죠. 자세한 이야기는 그럼 혹시 계약서 같은 게 좀 있는지···.

민욱:(가깝게 다가오며, 영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역시! 고마워! 고맙네요!(호쾌하게)안 그래도 오늘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던 참이었는데···! 아, 계약서. 맞지. 네. 계약서는 가져다 줄게요. 공고에 나와있던 그대로고 시급은··· 짧게 일하는 거라지만 우리 카페에서 일하는 거니까 기본적인 보험도 들어 있고···. 근무 시간은 자율적인데 가끔 카페 사정에 따라 필요할 때 일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하루 이틀 정도.

영석:(기세에 눌리듯 고갤 끄덕이며)네, 네···.


민욱이 웃으며 미연을 처다봤다.


민욱:(반색하며)그, 협회 가서 교육 수료하는 거 하루 남았었지? 계속 오라고 문자오고 있었고···. 주중에 우리가 시간이 안 났는데···. 이렇게 된 거 빨리 가서 처리하고 와요, 미연 씨. 오늘 하면 딱 좋겠네. 길게 끌 거 없이. 유급으로 처리해 줄 테니까.

미연:(웃음기 어린)오, 정말요. 저야 감사하긴 하죠. 두 분이서 정말 괜찮으시겠어요?(영석을 다시 흘끗 본다)


영석은 멋쩍은, 어색한 기색으로 그저 카페에 앉아 있을 따름이다. 카페 관련해서 일을 해 본 적은··· 이보다 훨씬 어린 날에 있기는 했다.

그 때의 기억은 전부 까마득하지만 말이다. 기본적인 것부터 배워야 하리라. 어려운 일을 시키지는 않겠다만.


민욱:(웃으며)괜찮아, 괜찮아요. 다녀와.

미연:네에···.(약간 눈치를 살피듯)


영석은, 갑자기 전개되는 흐름에 당황했지만, 한 편으로 그저 수긍했다.

이럴 수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는 앉아서 꿈뻑꿈뻑, 민욱의 눈만 바라봤다. 민욱이 웃으며 말했다.


민욱:(싱긋 웃으며)그럼, 일 얘기를 좀 할까요, 바로?


그가 카운터쪽으로 손짓을 하며, 영석을 불렀다.


영석은 엉거주춤,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효과음)





#9. 이튿날, 카페, 카운터.


영석:크흠···.(불편한듯)


영석은 작게 헛기침을 한다.


카운터에, 남자 둘이.


영석과 민욱은 별다른 말도 없이 서 있었다. 잠깐 멍을 때리듯 천장을 바라보던 민욱이 말했다.


민욱:(목소리를 가다듬으며)음, ···음. 영석, 영석 군?

영석:아, 네.(민욱을 처다보며)(공손한 투)


민욱:······음······. 아, 혹시 나이가 말한 대로 36···?(조심스레)

영석:아, 네. 서른 여섯입니다. 사장님은 혹시···.(마주 조심스레)

민욱:(앞을 바라보며)아, 내가 두 살 형이네. 38살이에요. 그··· 혹시 괜찮다면 말을 좀 편하게 해도 될까···?

영석:(흘끗, 민욱을 보며)(크게 개의치 않는 투)아, 네. 편하신 대로 하세요.

민욱:(슬쩍 웃으며)그래요, 그래. 영석 씨··· 도 그냥 편하게 해도 돼요. 나만 편하게 부르는 것도 이상하니까. 그냥 형이라고 해도 되고.

영석:(잠깐 민욱을 바라보다가, 지체 없이)형.

민욱:(헛기침)쿨럭. 어···. 그래. 영석아.

영석:(장난이라는듯)허허, 편하게 부르시라길래···.


민욱:···(목을 가다듬으며)음, 그래. 편하게 불러야지···. 편하게 불러요, 불러. 나도 영석이라고 바로 말할 테니까. 그럼, ··· 이름은 알지? 김민욱이라고.

영석:(고갤 끄덕인다)(알았다는 듯)아, 네. 아까 언뜻 들었는데···.


민욱:(흘러가는 듯한 말투)음···. 그치. 공시생이라고?

영석:(멍 때리며, 크게 생각하지 않는듯한 말투)네. 벌써 몇 년 째 이 지랄··· 아니, 죄송해요. 이 짓거리··· 아니, 죄송하네요. 음···. 네. 그러고 있네요. 이 동네에서.

민욱:(작게 웃음)허허. (어이가 없다는듯)힘들겠네. 그 나이에··· 아니, 미안합니다. 영석 씨.

영석:(웃으며)하하하. 괜찮아요. (웃기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민욱:(헛기침)크흠. 내가 말이 가끔 헛나와서. 그건 그렇고···. 아까 이력서 준 거 보니까 동영대던데··· 저기 계연동, 거기 서울 캠퍼스?

영석:(반색하며)어, 네. 아세요? 동영대 나왔어요. 행정학과.

민욱:(더욱 반색하며)아, 진짜? 나도 동영대인데. 05학번. 경상계열, 경영과.

영석:(놀랐다는 듯)어, 그래요? 선배님? 경상계열이네, 진짜. 제가 07입니다. 그러면 지나다니다 봤을 법도 한데요?

민욱:(어이가 없다는듯)그러게. 왜 못봤지? 아니, 이상한 소린가···. 이렇게 만나는 것도 참 인연이네.

영석:(너털웃음)(어이없는)허, 허허. 네, 그러게요. 제가 독서동에 온 지 몇 년인데··· 이렇게 느닷없이 카페 사장님으로···.


딸랑.


벨소리가 울렸다.


두 사내는 카운터에 서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기본적인 청소와, 업무 교육 따위를 마친 뒤의 시간이었다. 주택가의 카페는 한가했는데, 간만의 손님이다.


민욱:(밝게)어서오세요.

손님(남자):어, 네. 못보던 카페, 인데···. 새로 생겼나 봐요?


검은색 청바지에 코트 차림. 어딘가 시내에 나가려는 모양의 사내다. 그는 자연스럽게 카운터 근처의 메뉴판을 살피면서 물었다. 동네 주민인듯 싶다. 영석 역시 지나다니다 한 두어 번 정도 얼굴을 본 듯도 하다.


영석:(친절하게)아, 네. 얼마 전에 오픈한 카페입니다. 천천히 고르시고 말씀주세요.

손님:네에···. 아, 직접 원두 갈고 볶고 하세요? 로스팅 카페라고 되어 있던데.

민욱:(웃으며)네에. 저희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좋은 원두 생산소랑 계약을 맺어서 가져오고 있고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을 느끼실 수 있게 노력하는 신박 카페가 되겠습니다.

손님:(약간 웃음)하하, 네···.


손님은 그렇게,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골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욱이 능숙하게 내려 주었다. 테이크 아웃 손님이었고, 작게 인사하며 손님 하나가 곧 떠났다.

영석은 카운터를 보고 결제를 하고, 카운터나 테이블 따위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시간을 때웠다.


손님이 가자, 다시 두 사내는 카운터 자리에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했다.


영석:(어이 없다는 듯)아니, 사장님···

민욱:(가볍게)그냥 형이라고 해.

영석:(너털웃음)허허··· 네, ···. 아니··· 응. 형. 그··· 너무 멘트가 술술 나오던데. 연습이라도 한 거에요?

민욱:(민망하다는 듯)그걸 또 그렇게 분석하고 있냐.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팔아먹으려면. 장사 쉬운 거 아니다···. 공시도 어렵지만 내 생각엔 장사가 더 험난한 길이야. 나도 공무원 시험 준비 안해본 건 아닌데···.


영석은 고갤 끄덕인다.


영석:(알겠다는 듯)아, 경영이면 뭐···. 볼만하지. 경상계열만 아니라 문과쪽 애들도 거의다 준비하고 했으니까···. 푸, 아니 그래도 그렇지. 대단하네. 그래야 사장님 하는 건가···. 이 신박 커피 이름은 어떻게 지은 거···야?


영석은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는 듯 말투를 약간 흐렸다. 민욱은 별 신경쓰지 않고 답한다.


민욱:(조금 고개를 들고, 생각을 하며)음···. 별 뜻은 없는데. 그냥 외숙모 이름이랑 외삼촌 이름에서 따와서 신, 박.

영석:(눈을 가늘게 뜨며. 이해 안간다는 듯)···그게 뭔소리야? 아버지 어머니도 아니고 외숙모 외삼촌?

민욱:(고갤 끄덕이며)응. 두 분이 옛날부터 카페를 하셨거든. 아주 오래 됐지. 그때는 다방이기도 했는데···. 아무튼. 전문적으로 바리스타 쪽 공부를 하시고 유학도 하시고···. 외가에서는 유명해. 내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이유기도 하고.

영석:(고갤 끄덕인다)아아···. ······. 근데, 두 분 이름을 땄다니···. 혹시··· ···아직 살아 계신 거지?

민욱:(웃으며, 밝게, 단호하게, 역설적으로)아니, 돌아가셨어. 그분들의 유지를 이으려고 이렇게 지은거야.

영석:(당황하는 투)오, 이런···. 아니··· 음. 미안, 죄송해요. 정말 그런 거였구나···.

민욱:(농담이라는 투)하하하, 엉. 멀쩡히 살아계셔. 헛소리 한 거야. 그냥 그분들 실력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어서. 내멋대로 제자라는 느낌으로 지은 거지,


-짜샤,

라고 민욱이 이야기하며 영석의 뒷목 부근을 잡고 꾸욱 눌렀다. 친근감의 표시이기도 했고, 으레 형들이 동생에게 하는 손짓이기도 했다.

영석은 오래 전 동네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최근의 몇 년은 찌들은 삶이었다. 인간 관계도 거의 갖지 않았고. 조용하게 살았지만, 적적한 건 어쩔 수 없다.

집 근처 카페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기어 나온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몰랐다.


민욱은 썩 나쁜 형은 아니었다. 영석은 속으로 그리 생각한다.


영석:(어이 없다는 듯)허···. 할 소리가 있지. 나는 아직 모르니까 진짜 놀란다고-.

민욱:(웃으며)허허허허. 알아가라고. 이렇게. 그럼 됐지.


딸랑.


유리문의 방울 소리가 울렸다.


영석, 민욱:(밝게)네-. 어서오세요-.


두 사람이 함께 손님을 맞았다.


다행히,


신박 커피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한 차례 소란이 다시 끝나고, 출출한 시간이 될 무렵 두 사내가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민욱:(걸레로 테이블을 닦으며)영석, 밥 먹어야지?

영석:(카운터에서 고개 돌리며)(조금 먼 데 향하는 발성)아, 네. 그러고 보니 벌써 시간이···.

민욱:(보지 않고 대충 소리로 멀리서)아무데나 시켜. 첫 날이니까. 먹고싶은 거 아무거나 괜찮아.

영석:(짓궃게)으음, 오야마스시 특참돔회 스페셜 2인 20만원 괜찮습니까 형님?

민욱:(고개 들고)그대로 나가주시죠. 해고입니다, 영석 군. 일당보다 밥값이 더 나오면 내 가게가 망합니다.

영석:(헛웃음)허허허허. 네. 헛소리였고. 그냥··· 내가 자주 시켜먹는 데서 시켜봅니다? 카레집 근처에 괜찮은 게 하나 있는데 괜찮?

민욱:(다시 고개 내리고 테이블 닦으며)괜찮아. 시켜. 적당히 알아서. 가리는 거 없다 형은. 그리고 그냥 너도 말 편하게 하고. 왔다갔다 하지 말고.

영석:(약간 머뭇거리다)···. 엉. 알겠어. 시킬게.

민욱:(잠깐 생각났다는 듯 고개 들며)아, 그런데. 말 안 한 게 하나 있네.

영석:(핸드폰을 주시하다가)어? 뭐?

민욱:(짓궃게 웃으며)하하하. 아니. 어···. 카페 내 연애 금지다. 새끼야. 미연이 넘보면 퇴사야. 안타깝게도 일용직과 매니저 중에서는 일용직 자르는 게 더 쉽다.

영석:(어이 없다는 듯)어··· 어. 알겠어.


쿨럭, 영석은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민욱은 그저 테이블만, 닦았다.


BGM(적당한 신나는 기타 리프 깔리면 좋을듯 너무 튀지 않게).




#다음 날.


*


신년 목표.


[ 202X년 계획.

1. 매일 오전 1시간, 오후 1시간 근처 체육관 HP짐(gym)에서 운동을 한다.


, 실패했다.


2. 매일 순수한 집중 시간만 따져서 최소 7-8시간 이상 공무원 수험 준비를 한다.


, 이틀째 실패했다.


3. 남는 시간에 짬짬이 일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아보고, 단기 알바로 식비를 해결한다.


, 성공.


4······이하 생략]


김영석, (인).


*


#세 번째 날. 영석의 원룸. 어둔 방 안.


새해의 세 번째 날.

밝은 낮과 달리 어둔 실내였다. 영석은 며칠 전처럼 늘어져 있다.


삐리리리리리리리.


지겨운 통화음이 들렸다.


영석:(힘겨운듯)끄으으으으···.


눈을 채 뜨지도 못하고, 영석은 핸드폰을 더듬어 찾았다.

천천히 누운 채로 기어서, 좁은 원룸의 끄트머리에 닿아서야 핸드폰을 들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매만지자 통화가 연결된다.


민욱:(스피커로)(쏘는 듯한 목소리)야-. 살아 있냐?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퍼자고 있어-. 오늘도 잠깐만 나와서 짐 옮기는 것만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집 앞에 와서 힘 좀 쓰고 일당 받아가라. 두 시간 반 어치로 해줄게.

영석:(인사불성, 잠에서 깨지 못해서)끄으으으으으···.

민욱:(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허··· 임마 이게 뭐라는 거야···. 행정 07학번 김영석. 정신 차려라, 마. 씻고 나와라. 커피 타줄게.

영석:(간신히 알아들었다는 듯)끄으으으으··· 에, 에···.

민욱:(어이가 없다는 듯)아이고, 죽어가네···. 한 시간 뒤다. 늦기 전에 와.

영석:(조금 더 정신 차리고)네, 네···.

민욱:(말을 하는 도중에)퍼뜩 씻고 나와···ㄹ


뚝,


하고 영석의 손이 스마트폰의 액정을 터치해 종료했다.

한참을 더 비척거리던 영석은 서서히 바닥에서 일어섰다.


영석:(기지개를 펴며)끄으으어어어어어···어어어!


어둔 원룸. 커텐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마지막에는 기합이라도 지르듯 소리를 크게 낸다.

그럭저럭 방음은 되고 있었다. 어차피 양 옆 집에는 세입자도 따로 없었고. 영석은 굳은 몸을 풀며 서서히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셋째 날, 가게 앞.


영석:(눈을 비비적거리며)아··· 씨···. 춥네···. 후우우.(입김을 불며)


영석이 숨을 쉬자 그대로 흰 연기가 허공에 그려진다.

날이 추웠다. 지난 밤 눈이 더 내린 것 같았고. 뽀득거리는 질감을 즐기며 걷다보니 카페다.

그의 집인 원룸 빌라에서 나와 카페까지, 최대한 늦장을 부려도 3분이면 닿는 거리였다.

좋은 위치에 직장을 구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미연:(살짝 놀란 투)어머.


고개를 푹 숙이고 걷다 들려오는 소리에 영석이 주변을 둘러봤다. 미연이 있었다. 그녀 역시 막 출근을 하던 참 같았다.


미연:(밝게 웃으며)지금 출근하세요? 오늘도 일하시나 보네요. 어제는 잘 마무리하고 들어가셨어요?

영석:(어색하게 웃으며)아하하··· 에. 그렇죠. 매니저 님도 고생하시네요. 어제는 무슨 일이···


딸랑,


하고 유리문의 방울 소리가 들렸다.


카페 앞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안쪽에서 튀어나온 머리가 소리를 쳤다.


민욱:(짜증스럽게)가게 앞에서 뭣들 합니까. 둘 다 들어와요. 날도 추운데.

영석:······.


영석은 그런 카페 주인의 말을 듣고는, 어정쩡하게 걸음을 옮겼다.


영석:(혼자 중얼거리며)마음은 따뜻한데 말투는 차갑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양반이야···.

미연:(어이 없다는 듯)허허허···.(약간 기운빠진 웃음. 아저씨같지 않더라도, 약간의 너털 웃음)


따뜻한 카페 안쪽으로, 두 점원은 들어간다. 딸랑, 하고 방울이 다시 울린다.



#카페 안, 세 사람


민욱:(영석을 바라보며)어제 헤어질 때는 빠릿빠릿하더니. 아침엔 아예 정신을 못차리는 편?

영석:(멋쩍은 웃음)허허허···. 어 뭐···. 그렇지.


영석과 민욱은 하루 사이에 말을 텄다. 남자끼리는 친해지는 데 사소한 절차가 필요없는 이유도 있다.

미연과 영석은 카페 내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 커피를 타주려는 듯, 민욱이 움직이고 있다.


민욱:(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적당한 음량으로)샷 추가? 미연 씨는 어떻게.

미연:(조금 고개를 내밀며 카운터 쪽으로)아, 저는 기본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요. 감사합니다.

영석:네, 샷 추가. 따뜻한 걸로. 감사합니다.

민욱:(그리 세지 않은 톤으로, 지나가듯 말하는)거 반말하래니까.

영석:(멋쩍게)하하···.


카운터의 뒤쪽으로 커피 기계와 음료 제조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있었다. 오픈형이었고, 주방이 꽤 크다. 앉을 자리는 많이 받아서 열에서 스물 정도. 그 정도가 들어오면 더 이상 의자를 추가해도 앉을만한 구석이 없었다.

가게 내 손님보단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을 공략해야 하는 입장이다.


커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있지 않아 민욱이 음료를 들고 내려다 둔다.


탁, 하고.


민욱:(자리에 앉으며)크흠, 좀 있다가 아마 물건 차 올거야. 오늘 이것저것 시킨 거 받는 날이라···. 가게 인테리어도 사실 아직 다 안끝났고···. 조금만 힘 좀 써주라. 이렇게 가까운데 인력이 사니까 참 좋긴 하다, 덕분에.

영석:(고갤 끄덕이며)으응. 뭘. 나도 짧게 일할 데 찾고 있었는데 고맙지. 잠깐 남는 시간에 일하고 식비라도 때울 수 있으니까.

민욱:(잘 됐다는 듯)아, 그러니까. 다행이야. 이렇게 근처에서 동문도 만나고.

미연:(둘을 빤히 바라보다가)어······. 둘이··· 많이 친해지셨네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민욱:(뒤늦게 미연을 보며)(멋쩍게)아하하, 아··· 그렇지. 알고 보니까 동문이더라고. 미연 씨 내가 동영대인 거 말했었나? 그랬던 거 같은데. 이 친구도 동영대. 영석이도 말야. 거기에 같은 경상계열에 두 학번 후배더라고. 지나가다가 봤을 법도 한데 참.

미연:(눈을 크게 뜨며)오와, 아 그래요. 신기한데요?


미연은 이야기하며 부드럽게 커피 잔을 쥐었다. 따스한 아메리카노의 온기가 그녀의 손을 녹여준다.

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곱다. 얼굴만 미형인 사람들도 있었다. 미연은 대개의 신체 부위가 모두 미형이었고.


영석:(힘빠지게)하하하···. 네. 그쵸. (민욱을 보며)···어쩌다 이런 데서 선배를 만나가지고.

민욱:(어이 없다는 듯)뭐, 만나가지고? 말본새 좀 보소. 세상 참 좋아졌다. 사회 나왔다고 선배 개무시하고···.

영석:(어이 없다는 듯, 마주)아니··· 우리 학교 군기 없잖습니까. 이 형 왜 이래.

민욱:(갑자기 수긍)응, 그렇지. 헛소리 하는 거야, 그냥. ······. (미연을 바라보며)어때, 미연 씨는 같이 일하기 괜찮아 보여요? 이 친구. 매니저가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짜르고.

영석:(기침하며)큽, 쿨럭. (짜증스럽다는 듯)아이···. 뭔 소립니까 아저씨. 근로법 위반인 거 몰라요? 어느 동네 카페가 이렇게 막나가요. 어제 계약서 같이 작성해놓고.

민욱:(눈을 가늘게 뜨며)거, 내가 법이다, 신박Shin-Park에선. 적당히 직장 내 분위기를 흐리고 근무 환경 조성에 어려움을 끼쳤다고 하지 뭐. 영업 방해면 되지 않겠어? 이유로.

영석:(마저 숨을 가다듬으며)크흠. 음··· 진짜 영업 방해 뭔지 보여줘요? 서른 일곱 먹은 공시생이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한 번···.

미연:(재미나다는 듯)푸, 후후후, 하하하하하. 아하하. 아··· 흐흐. 둘이 정말 잘 맞으시네요. 어떻게 하루만에 그렇게 친해지실 수가 있어요? 남자들은 다 그런가 봐요,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그런 비결 있으면···. 저는 영 내성적이라 사람들 처음 만날 때가 제일 힘들거든요.

민욱:(고갤 끄덕이며)어··· 그렇긴 하지. 미연 씨가 좀.

영석:(맞장구)아, 그래요.

미연:그래요.

민욱:(생각을 더듬는듯)음···. 그렇지. 처음 봤을 때는 훨씬 조용했던 것 같아, 확실히 미연 씨는. 그러다가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확 밝아지는 것 같고. 그런 게 고민이에요?

미연:(조금 생각해보다)음, 아니··· 고민까진 아니어두. 그냥 살면서 불편하잖아요. 저도 새로운 사람들을 아무래도 늘 만나다 보니···. 손님들이야 일이니까 대한대도 오래 볼 사람들이랑 친해질 때는 조금 힘든 게 있네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그런 건 늘지를 않으니 원···.

영석:(미연을 빤히 보며)그래요? 그냥 잘 하시는 것만 같은데. 어색하시다고 하는 게 전혀 안 느껴지는데요.

미연:(입을 가리며)호호호, 아직 저랑 친하지 않으셔서 그래요. 중학교 때 별명은 망나니였거든요. 벌써 십 수 년전 얘기지만.

영석:(놀랍다는 듯, 조금 눈매를 찡그리며, 상상이 안간다는 듯)어어··· 망나니요? 생각보다 좀 다이나믹하네요, 별명이. 대체 뭘 하셨었길래···.


미연:(먼 곳을 바라보듯, 아련한 눈빛으로)그게······.

민욱:(어이없다는 듯)가끔 저러네. 갑자기 과거 회상을 해···. 하여간 미연씨도 참 특이해(자리에서 일어서며).


끼익, 나무 의자를 끌며 민욱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픈 준비를 하기 위해선 사장이 할 일이 가장 많다. 직원들은 생각보다 조금 일찍 왔으니, 쉬게 두는 게 그의 배려였다.



#마지막 날, 회상, 15년 전, 동진 여중.


여학생A:(호기롭게)아이-. 야, 누가 여기 짱이야? 말해 봐, 동진의 짱이 누구냐고!


화창한 오후.

햇빛이 내려쬐는 학교의 교정.

미연이 다니던 학교의 운동장에, 그 날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모두 학생들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시간이 조금 지난 때. 수업이 일찍 끝나 우루루 몰려 있는 학생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무법지대를 평정하러 온 게 여학생A였다. 동진의 아이들은 벌벌 떨었다.


여학생B:(떨면서)어, 어떻게 해···. 누가 좀 가서 말려봐···. 쟤네 옆동네 계명 여중 애들이잖아···. 무슨 여중 애들이 저렇게 껄렁대··· 대체 무슨 영화를 보고 저러는 거람···.

여학생C:(마찬가지로 떨며 자기들끼리 수군수군)몰라···. 진짜 무섭게 생겼다. 우리학교 와서 왜 저러는 거지? 우리 애가 뭐 잘못했나···.


아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져 교정에 머물고 있었다. 여학생A는 여자애 치고는 덩치가 컸고, 체육을 전공하는 듯한 체격이었다. 남자애도 아니고, 여자애들 중에 그런 A를 이길만한 아이는 없어 보인다.

다른 학교에 와서 으스대는 통에, 아직 하교하지 않고 남아있던 아이들은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떨고 있었다.

A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도 얼굴이 영 불량스러워 보였고,


동진 여중은 평범한 인문계 학교에, 일반적인 여자 중학교였다. 사납기로 소문나고, 노는 애들이 즐비하다는 계명 여중에 비해서는 딱히 으스댈 인물이 없었다.

아이들이 왜 저러는 지도 모르는 행패 앞에서 떨고 있을 때, 미연이 그 사이에서 나섰다.


미연(중2):(호기롭게)야- 이 망할 년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행패야-!(복식으로)


복식 호흡으로 멀리 내뱉는 말투가 찰지다. 마치 짜여진 영화 각본처럼 나서서 받아치는 미연이었다.

그 때도 역시 고운 외모였으나, 인상이 조금 더 사나웠다. 머리에 꽂은 빨간핀 하나가 조금 더 날카로워 보이게 하는 지도 몰랐다.



#다시 카페, 현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영석:(당황하며)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금 꿈 얘기 하는 거 아니죠? 어제 본 소설이 그런 내용이었어요?

미연:(살풋 웃으며)후, 아뇨. 호호. ······음······. (잠깐 생각하다) ···모두가 중2 때는 고 정도 패기가 있지 않던가요?

영석:(어이가 없다는 듯, 당황)쿨럭. 어···. 없을 걸요? 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우리 대화 주제가 재밌게 본 영화로 넘어간 겁니까, 어느새?

미연:(사뭇 진지하게)후, ······. (눈을 빛내며, 진중한 톤으로)아뇨. 100% 실화입니다. 기억력이 흐려진 건 있어도.


달그락.


잠깐 기구를 설겆이 하던 민욱의 소리였다.


민욱:(멀리서, 작게)···쿨럭.(당황을 표현하는 듯한)


민욱도 다른 일을 하며 미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역시 딱히 알던 내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미연:(회상하듯, 멀리를 바라보며)(약간 아련한 톤)그 때는 화창한 가을이었죠···. 시험 날이라 일찍 수업을 마치고 텅 비어있던 교정···. 우리는 그때 마치 앤다슨 실버와 오카미 유진 같았달까···.


영석:(어이가 없다는 듯, 조용하게 딴지)···미연 씨 UFC 좋아하셨어요?

미연:(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듯 자기만의 세계에 이미 빠져)(낮고 작게)후후···.


멀리서 민욱이 중얼거렸다.


민욱:(작게)스읍···. 쟤도 확실히 정상은 아냐···.




#15년 전, 중2 가을, 미연, 동진 여중 운동장.


여학생A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들이 길쭉한 원형의 공터를 만들었다. 사람으로 경계를 그린 작은 운동장이었다.

여학생A의 체격은 크고, 근육도 탄탄해 보였다. 여자아이의 느낌은 아니었다.


여학생A:(호쾌하게, 장비같은 느낌, 하지만 여자애 목소리)너구나-!


미연도 마주하며 나갔다. 길쭉한 원형의 공터에 나온 두 여인이엇다.


미연(중2):(카리스마있게)그래, 나다. 나왔다. 니가 계명의 검은 호랑이냐?



영석:(어이가 없어서)(기침하듯, 조금 마시던 물을 뱉듯)푸우우웁! 컥, 쿨럭, 억, 크흐, 음······. 크흠···! 아니··· 뭐요? 검은 호랑이?


카페, 미연과 마주 앉아 있던 영석이 바닥에 커피를 뱉어냈다. 심한 사레가 들려 잠깐 고생을 했다. 아메리카노 때문에 목이 따갑다.


미연:(핀잔 주듯)아잇···. 얘기 중이잖아요. 들어보세요. 네. 검은 호랑이요. 그 때 그 친구의 별명이었죠···. 이름은 잘 기억 안나지만(아련한듯)···.


영석:(당황)아니 그게 대체 무슨···.


별세계 이야기같은 진행에 영석은 상당히 당황했다.

미연은 다시금 회상을 위해 집중했다.



#다시 십 오 년 전 동진 여중 운동장. 미연과 여학생A



여학생A:(호방하게)핫하! 그래, 맞아. 내가 검은 호랑이다! 동진의 붉은 여우가 네 년이었구나!

미연(중2):(차가운 말투)그래. 내가 붉은 이유는 늘 싸움 도중에 물들어서야, 물론 내 걸로 물들이지는 않고.


여학생B:(뒤에서 수군거린다)(동진 여중 쪽의 진영이다)우와··· 저게 무슨 소리야 대체···. 정미연 대체 언제부터···.

여학생C:(작게 재잘거리는)몰랐어? 미연이 운동부에서 맨날 스카웃 받잖아. 제발 들어와 달라고. 운동신경이 엄청난데 길거리에서 삥 뜯는 애들을 보고 못참아서 늘···.

여학생B:(숨을 들이키며)헙, 아, 그게 미연이 얘기였어? 동진 여중의 고독한 붉은 여우?

여학생C:(숨죽이며)쉿. 들리겠다. 맞아. 미연이 얘기. 그렇게 손봐준 애들 중에 계명 여중 애들이 있었다더라고······.

여학생B:(조용히)우와······.(놀라며)


여학생A:(웃음)하하하! 드디어 보는구나. 제법 무서운 소릴 할 줄 아네! 하지만 오늘은 네 뜻대로 안될 걸! 계명의 검은 호랑이 앞에서 여우가 무슨 소용이겠어! 찍소리도 못하게 눌러주지!

미연(중2):(냉소적인)하하. 네 말대로 되겠니, 그게. 덤벼, 얘. 혓바닥이 길다. 여자애가 그렇게 혓바닥이 길어서 쓰니? 두 주먹 뒀다가 뭐하니.

여학생A:(약간 화가 나는듯)이 년이! 건방지게, 그 콩알만한 머리통 속을 오늘 확인해 보자고!


여학생A가, 먼저 달려들었다.

얘기를 하던 도중에 갑작스럽게 달아오른 모양새였다. 치마 속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미연은 아예 체육복 차림이었다. 거추장스러운 것이 없는 옷차림은 미연이 더 편해 보인다. 그러나 여학생A의 체구에 비해, 미연은 가녀리게 보일 정도다.


파바박, 하고 운동장 모래를 박차는 발걸음이었다.


덩치가 큰 A가 미연을 덥치듯이 다가섰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미연 역시 마찬가지다. 온전히 두 주먹. 팔다리로만 싸우는, 사내- 아니 여인들의 승부였다.


미연(중2):(들이 마시는 호흡, 기합처럼)흡!


짧게 숨을 끊어 마시고, 다음 잠깐 멈추며 미연이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일 때의 움직임은 무호흡 운동이다.

미연의 눈이 새파랗다. 검은 눈이었으나, 안광이 비치는 듯도 했다. 계명 여중 쪽의 아이들은 그 눈속에서 살기를 느꼈다. 저게 중2의 눈빛일 수 있는가. 체격 차이가 그렇게 났지만, 왜인지 계명쪽 아이들은 여학생A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었다.


A가 덤벼들고, 미연도 그 품을 파고들었다.

능숙하게 파고들어 두툼한 뱃살에 팔을 붙이고, 그대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스텝이 파바박, 하고 교묘하게 엇갈렸다. 미연의 움직임은 전문 선수나 비슷한 감이 있었다. 하얀 운동화가 모래에 파묻히는 것같은 느낌으로 바닥을 찍는다.

순식간에 몸통의 둘레를 건드리며 그 뒤를 점한 미연이, 그대로 안다리를 걸어 중심을 무너뜨렸다.


미연이 훨씬 빨랐고, 순식간에 A의 몸이 균형을 잃어 앞으로 넘어졌다.


모래바닥은 소녀가 갖다 박기에는 지나치게 거칠한 표면이었다. A는 눈을 질끈 감았다.


쿵!


몸에 충격이 느껴진다. A는 감았던 눈을 뜨고, 상황을 확인했다.


미연은 뒤에서 A를 누르면서, 팔로 감싸안아 같이 넘어졌다. 덕분에 A의 얼굴이 모래밭에 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


미연(중2):(숨을 몰아쉰다)후우···.


미연의 숨소리가 A의 귓전에 들렸다.


여학생A:(떨리는 듯한, 약간 감동받은 듯한)너······ 나를······.


작은 목소리에 어느새 싸움의 기세는 꺾여 있었다.

미연은 뒤에서 여학생A의 안면을 보호하며 같이 넘어졌다. 그러나, 순식간에 자세를 바꾸어 올라타듯 굴었다. 여전히 A의 얼굴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대신 팔을 더 깊이 넣어 목을 조르듯 했다.


여학생A:(숨이 조금 막히듯)컥, 야, 너···.


미연(중2):(속삭이듯)(A의 귓전에서)후우···. 그러니까···. 까불지 말라고. 김혜숙. 너같은 거 일개대대가 와도 안 무서워.(카리스마있게, 차가운 투)


여학생A:(기세에 눌린듯)으으윽···.


와아아아아-.


여자애들이 소란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환호성이 섞인 소리였다.


화창한 가을 낮.

그렇게 동진의 고독한 붉은 여우는 한 번의 싸움을 더 승리로 장식했다.



#현재, 신박커피, 테이블, 영석과 미연


영석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영석:(미연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며)(떠뜸거리듯)그······. ······. ······. 너무 태클을 걸 곳이 많아서 어디부터 걸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미연:(살풋 웃으며)호호, 아이 참. 다 진짜라니까요. 아, 그건 그래도 좀 과장했다. (잠깐 생각)그··· 사실 애들이 그렇게 많이 보고 있지는 않았어요. 다해서 한 이, 삼십 명 정도? 막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한 건 아니에요. 아휴··· 부끄럽네요. 옛날 일이란.

영석:(더욱 기괴한 표정)(어이가 없다는 듯)그걸 말하는 게 아닌데···. 일개대대라고 말했다고요?

미연:(생각났다는 듯)(박수 짝!)아, 맞아요. 그리고 또 생각났지. 김혜숙. 혜숙이었어요. 나는- 또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 때 걔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아, 혜숙이 잘 지내려나···. 이후에 고등학교에서 만나서 놀고 그랬었는데.

영석:(눈을 가늘게 뜨고)(나지막하게)······혹시 미연 씨 저 싫어하세요?

미연:(당황했다는 듯)(눈을 크게 뜨며)에? 그, 그게 무슨···.

영석:(떠뜸거리며)그··· 혹시 제가 미연 씨한테 들이대고 이럴까봐 말도 안되는 소리로 거리 두려고 하시는 거에요? 동진의 고독한 붉은 여우라는 게 대체···. 미연 씨 만화 좋아하세요?

미연:(반색하며)아유, 아녜요. 만화 좋아하죠.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봤어요. 만화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었거든요, 당시에는. 참··· 어렸네요, 그 때는.


영석:(기괴한 표정)······. (민욱쪽을 돌아보며)(조금 떨어진 이 부르듯)그, 저기, 형? 민욱 형? 지금 이거 사실이야? 에요? 이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대체?


쏴아아, 뚝.

물을 쓰던 민욱이 수도의 레버를 올려 잠그며 말한다.


민욱:(본인도 어이없다는 듯)어······. 아니, 나야 모르지. 근데 미연 씨 나온 데는 일단 거기 맞을 걸. 자기 약력에 써놨었어. 그리고··· 운동도 겁나 잘하긴 하지, 미연 씨가. 저번에 같이 야구 배팅장 간 적이 있는데 어지간한 남자보다 더···.


영석:······.


영석은 황당한 표정으로 미연을 바라봤다. 미연은 그저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인이었다. 영석은 고갤 흔들었다.


끼이익. 빵.


가벼운 경적 소리가 그 때 바깥에서 났다. 커다란 운반차 하나가 가게 앞에 섰다. 택배용의 트럭처럼 보였다. 마침 민욱이 주문했다는 다양한 물건들이 온 모양이다.


민욱:어, 야. 차 왔다. 준비 해라, 영석아.

영석:(당황한 듯)(뒤늦게)어, 어···. 그래야지. 알았어.


주섬거리며 영석이 일어섰다. 미연이 이야기한다.


미연:(민욱에게)아, 사장님 그러면 오픈 준비는 제가 마저 할게요. 남자 두 분은 일 보세요.

민욱:(알겠다는 듯)그래주면 고맙지. 나와, 영석아.

영석:(떠뜸거리며)어, 어······.


영석은 민욱을 따라 나서면서 움직이는 미연을 보았다.

생글생글 웃기만 하는 미인 아가씨.

만들어내는 커피 맛은 일품인 매니저였다. 사람도 좋은 편이었고.

그녀의 농담을 어디까지 믿어야할 지, 계속하면서 영석은 짐을 날랐다.


그렇게,

짧은 일이 끝나고, 결국 카페에서 몇 가지 잡부 노릇을 더 하다가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영석은 세웠던 여러가지 목표들 중 대부분을 날려 먹었다.


세 번째 날까지도 말이다.


작심삼일.


공무원 시험 공부는 영 잡히지도 않는다.


직전 시험에서 9급에서도 떨어진 게 약간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7급이 될 줄 알고 9급에 한 번 붙었을 때 넘어간 적이 있었는데···.

나이를 한 해 한 해 먹을수록 암기력이 더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뭐라도 변화를 주고 몸을 움직여보려, 일자리를 찾은 것도 그런 불안감 탓일지 몰랐다.


삼일 째까지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작심삼일作心三日, 작심삼일···.


영석은 그 의미를 반대로 해석해 중얼거리며 세 번째 날을 보냈다.

새로운 해가 왔고, 생활패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혼자서 썩어가던 때보단 조금 더 생기 있는 나날들이 될 지도 모른다.


그래, 이렇게 삼 일까지는 망쳤어도···. 삼 일까지만 버리고 이후부터 다시 하면 되지 않겠는가.


영석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새롭게 시작하는 해를 맞았다.


202X년. 서른 여섯이 된 해.

인생은 아직도 길다. 이러다 아무것도 안된다고 하더라도, 뭐 죽기야 하겠는가. 기왕이면 우연히 만난 학교 선배를 따라가 카페 사업에 투신해보는 것도 길일지 모른다.


영석은 낙천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새해에도 계속되는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그런 상황을 다 말할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치이면서도, 영석은 나름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사자Lion의 나날은 여태까지 그래왔듯 다시 또 시작이다.

백수에 불과했지만, 마음만이라도 사자마냥 느긋하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마음을 조급하게 먹어봐야,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었다.



#밤, 영석의 원룸


달칵, 하고 불을 켰다.

어질러둔 상태 그대로였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결국 카페에서 점심과 저녁까지 모두 해결을 하고 돌아온 원룸.

영석은 방 벽에 붙여두었던 신년 목표를 보았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영석:(깊은 한숨)후우우우우우우···.


세 번째 날의 낮과 밤이 그렇게 지났다.


영 시덥잖은 시작이나 나름대로 만족하며 그는 잠자리에 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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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술에 있던 백업


작가의말

음.

그렇습니다.

유튜브에 ‘정소이크’ 채널을 검색하시면

나오는 목소리 연기 채널에

올릴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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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낙산 공원의 밤_연극 대본#어딘가에서 연극을 할 글 23.12.30 10 0 93쪽
60 산#영화대본#이것도뭔가를찍으려고했었으나 23.12.15 1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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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발란은 숲에서 길을 잃었다. - 21.06.23. 21.06.23 58 0 26쪽
35 2:01 PM 21.06.22 4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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