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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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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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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64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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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324,022

작성
21.07.0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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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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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잠수도시, 칼젝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수면



수면에 떠오르는 도시의 모습은 잊혀진 기억과도 같았다.


도시는 지나간 밤처럼 기억을 흐리게 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에 대한 감상을 느끼고 또 적는지 모르는 채로 발을 끌고 있는 여정.


칼젝은 바다 아래에 가라앉은 도시를 보고 있었다. 애매한 말이었다. 시선은 그곳에 두었으나,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즈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개가 달린 종족, 비인의 일원인 칼젝은 크나큰 날개를 대강 접어 몸을 가리고, 그 말단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흙바닥에서 평안을 누리고 있었다. 거대한 조류의 날개 외에는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비인족은 진실로 그 외에는 인간과 아무 차이가 없었다.


칼젝은 도시를 바라보며 궁리했다. 옛날부터 배워 온 도시의 이름은 로이망이었다. 지금은 잊혀진 도시. 그저 수면 위에서 그 윤곽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도시는 이 시대의 사람들의 싯구의 소재거리 정도로나 쓰이며, 지금은 과거에 그것이 어떠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


신의 분노를 사 저렇게 되었다고 장로들은 말한다. 도시의 모습은 우리가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두려움의 대상이며, 겸손한 처신과 몸가짐을 바로 할 이유와 교훈의 증거라고.


칼젝이 느끼기에는, 그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했다. 그에게는 완벽한 이유가 필요했기에, 그는 바닷가에 앉아 가만히 머리를 굴려대고 있는 것이었다.


바닷바람이 짜게 불어오면 날개나 머리칼이 소금기를 먹는 듯 찝찝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고, 그저 다소 습도가 높은 여름에 가까운 날씨여서 일지도 모른다.


답은 나지 않았다.


사실은, 말로 바꾸지 않은 어떤 종류의 답은 났다. 청년인 그는 조심스럽게 결론냈다. 그가 여턔껏 배워온 신의 흔적과, 비인족의 족적과, 다양한 역사를 종합해보건데, 그리고 그 위에 그가 그 나이까지 살아오며 체감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유와 합리성을 첨가해보자면······


루이망은 실패의 흔적이었다. 서로의 마음이 맞지 않은 실패. 이 세상을 지은 신은 우리를 올바른 곳으로 이끌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그것을 따르지 않아 저리 된 것이다. 가슴 아픈 실패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역사의 그 자체의 학습이며 증거였다.


비인족, 칼젝을 포함한 또 그 외의 모든 인간은 알아야했다. 깨달아야 했다.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다 세고 있고, 한 번의 실패와 두번 째의 실패는 그만큼의 고통과 아픔을 축적하는 것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인 그는, 자신의 모든 실력과 영감과 남은 인생을 모조리 쏟아부어 루이망의 비극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또 견디고, 날아가야 했다. 그에게 날개가 있는 이유 그대로, 그는 멋진 비행을 해내야 했다.


칼젝은 꿈을 생각했다. 그는 종족에서 가장 칼을 잘 다루는 젊은 자였으나, 그가 원하는 꿈은 여태까지의 실력과는 거리가 있는 무언가였다. 그는 조각가가 되고 싶었다. 기왕이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조각을 만들고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사랑의 흔적을 남기는 조각가가 되고 싶었다.


다음 세대에 태어나는 아이가, 그가 만든 조각을 보고 눈물을 흘렸으면 했다. 먼 시간을 넘어 어떤 이의 사랑이 담겨 전해지는 조각을 남기고자 했다.


그는 날개를 꿈틀거렸다. 또 대충 칼집 채로 눕혀서 쥐고 있던 소검을 허리춤에 단정히 멨다. 다시 가야 할 길이 있었다.


바닷가의 모래을 털어내고, 자리를 정리했다. 루이망이 있는 곳에서 해협을 넘어 타국으로 가려 했다. 그곳에서, 조각을 만들어 팔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제국의 수도에서 그가 만든 조각이 유명해져서, 보다 쉽게 오래 남았으면 했다.


아직은 칼솜씨에 비해 많이 부족한 조각 솜씨였지만, 어쨌든 꿈은 꾸는 자의 소유였다.


그는 서쪽을 향해 즐거운 도약과, 비행을 시작했다.


휘익-!


거대한 날개의 홰침은 큰 소리를 내며 바람을 일으켰다. 힘있는 뼈와 근육의 움직임으로 몸이 뒤틀리며 바닷가의 모래가 흩어졌다. 그의 몸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순식간에 솟구쳤다.


“이얏호.”


그는 성격대로, 즐거운 고함을 질러대며 비행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바다 건너 제국, 카약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인 빌하임이었다.




다술에 있던 백업


작가의말


도시는 소재이고 바라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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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1 23.04.17 25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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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대를, 2022 23.01.05 44 0 5쪽
44 누군가에게 연기를 시키려#남자#시트콤 23.01.05 38 0 2쪽
43 사랑에 대하여, 기독교적#단편#에이와 이이#아가페와 에로스 23.01.05 43 0 24쪽
42 누군가 에게 연기를 시키려고#판타지#공녀#기사#비룡 22.11.23 41 0 7쪽
41 누군가에게 연기 시키려 끄적 22.11.14 38 0 4쪽
40 문혈, 젊은 천재 22.11.14 31 0 14쪽
39 연극독백#트라우마#김한수 22.11.09 38 0 9쪽
38 점퍼, 순간이동자 22.09.17 39 0 27쪽
» 잠수도시, 칼젝 21.07.09 54 0 5쪽
36 발란은 숲에서 길을 잃었다. - 21.06.23. 21.06.23 58 0 26쪽
35 2:01 PM 21.06.22 4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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