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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아직 안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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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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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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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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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쪽

낙산 공원의 밤_연극 대본#어딘가에서 연극을 할 글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낙산 공원


달빛이 비추는 공원.(배경 사진)

'낙산 공원'이라고 자막도 들어 있으면 좋음.


미명가운데 배경 사진만이 보이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어딘지 처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목사님 치셨다는).


몇 초 정도 흐르다가,

조용히 옆에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스윽, 스윽.

발을 조금 끌고 다리를 다 들지 않으면서.

마치 좀비라도 된마냥 힘없이 들어오는 청년.


얼굴 표정도 그다지 좋지 않다.

천천히 걸어 들어와, 웃지도 않고, 음악과 함께 무대 가운데 선다.


음악 소리가 조금 줄어든다.


영석:하아아아아아(세상이 꺼질듯 어깨까지 쓰며 한숨).


한숨을 쉬는 청년. 그러곤 천천히 다시 관객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우울한듯 보이는 청년의 얼굴은 변함 없다.


영석:(관객 하나와 적당히 눈을 마주치고, 쉬었다가)하아아아아아아.(깊은 한숨)


무대 뒤에는 앉을 수 있게 마련된 벤치가 있었다.

낙산 공원의 벤치. 청년은 아무도 없기에, 가운데에 가서 턱 앉는다.


조명이 청년을 따라간다.


청년은 다시 관객들을 바라본다.

다시, 깊은 한숨.


영석:후우우우우우우.(비관적인 톤의)


추레한 추리닝 복장이다. 발은 헤진, 이상한 색의 슬리퍼를 끌고 있다. 위 아래 색도 잘 맞지 않는 옷차림.


정돈되지 않은 행색의 청년.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석:(관객들에게)(문득, 뜬금없이 대뜸)여러분.(고개를 들고)


-


관객들이 반응하는 걸 조금 기다리고, 다시 조용해지면

별 반응이 없다면 그냥 이어서


영석:(독백)저는, 말입니다....... 솔로입니다. 모태 솔로요.


(관객 반응)(1, 2초 정도 쉬고)


영석:(독백)(분명한 발음과 발성)저는, 말입니다...... 30년 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았어요. 그, 묻지 마세요. 정확한 나이는.


(1, 2초)


영석:(약간 떨리는)(발성은 좋고, 발음도 분명. 슬픔이 묻어나는)30살이 넘고 모태솔로면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아세요?


(관객반응 기다리며 1, 2초. 적당히 대꾸해주기, 대강 넘기기)


영석:(갑자기, 호통을 치듯)(확신을 담아서 분명한 말을 하듯)파이어 볼!(손을 유리문 쪽으로 강하게 뻗는다)(시선도 그 쪽으로 바라보면서)


...


영석:(이글거리는 목소리. 깊은 단전에서 끌어오르듯)(낮은 톤)(진지하게)황혼보다 깊고 새벽보다 어두운 자여... 파이어 볼!(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약간 엉덩이가 벤치에서 들리듯, 열심히)


...


bgm, 모닥불이 타닥거리며 타는 소리. 뒤의 영상 역시 조용한 모닥불 사진 혹은 영상 잠깐.


...


영석:(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벤치 가운데, 관객들 바라보며 앉으며)(천연덕스럽게)...안되네요. ...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깊은 한숨. 고개 숙이면서 머리를 쥐어싸맨다. 시선 아래로 깊이)



조용한 가운데 bgm이 먼저 흘러 나온다. (경쾌하고 유쾌한, 약간 농담같은, 오 마카레나같은 풍의)


불이 잠깐 어두워졌다가, 밝아진다. 한 여성이 천천히 무대 쪽으로 걸어 들어온다. 여성을 조명한다.


또각거리는 낮은 굽의 구두. 회사원같은 복장을 입고 있다. 출퇴근 용의 백을 옆에 메고 있다. 머리는 풀어헤쳤고, 화장은 조금 번졌다. 지친 기색이다. 헉헉대며 공원까지 산 길을 올라온 모양이다.


무대 가운데 서자 핀포인트 조명이 그녀를 비춘다.


민영:(피곤한 기색으로)후우우우우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그녀. 말을 시작한다.


민영:(어두운 얼굴)오늘··· 저는 회사에서 쫓겨날 뻔했습니다. ······. 하하(허탈하다는 듯). 웃기죠? 아냐, 웃기지 않아요. 하하, 하하하하···.(실성한 사람처럼 웃어댄다)


삐리리리리.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난다. 그녀는 가방을 뒤진다. 핸드폰 하나를 꺼내어 액정을 보곤, 인상을 찡그린다.


민영:(핸드폰을 들고서)윽. 김부장.


핸드폰을 조작하고, 곧바로 얼굴에 갖다댄다.


민영:(반색하며)어머~! 부장님. 어쩐 일이세요.


-스피커로 목소리만

김부장:(근엄한 투)아, 민영 씨. 혹시 지금 좀 바쁜가? 내가 지난 번 수주건 때문에 못한 말이 있어서 말야···.


민영:(혼신의 힘을 다해 얼굴을 찡그렸다가)(반대급부로 활짝 피면서)(높은 톤으로)어머~. 네. 말씀하세요. 전혀 바쁘지 않아요.


김부장:(조금 목소리가 풀리며)아, 그래요. 그러니까··· 저번 분기 실적 통해서 민영 씨가 예상한 매출이 조금 틀린 게 있는 거 같아서 말을 해주려고···. 우리가 그렇게 예상 수입을 높게 잡아봤자 득이될 게 없다는 말이지··· 차라리 낮게 잡았다가 사장님께서 예상보다 높은 걸 보시고 기뻐하시는 게 우리 기획 부서의 노하우··· 듣고 있나?


민영:(김부장의 말이 진행되는 동안 온갖 욕설을, 표정으로만 표현하다가)(반색하며)어머~ 네. 듣고 있죠. 잘 들립니다. 네. 지난 번에 브리핑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김부장:(근엄하게)(헛기침)험, 험. 그래. 맞네. 그러니까 이대로 윗 부서에 제출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 조금 바쁘겠지만, 월요일까지 좀 예상 실적을 낮춰 잡아서 부탁하겠네.


민영:(소리는 내지 않고 입으로만 욕)(온갖 인상쓰면서)


김부장:왜 그러나?

민영:(반색하며)어머~ 아니에요. 잘 들었습니다 부장님. 이제 주말 시작이지만 월요일까지 꼭 처리해서 올려놓겠습니다. 감사해요~ 들어가세요~.

김부장:(헛기침)흠, 흠. 아 그래. 민영 씨도 주말 잘 보내길 바라고.

민영:(표정으로 쌍욕)(그러다 바꿔서)네~. 감사해요~.


뚝. (통화 종료음)


민영:······.(차분한 표정)(기가 죽은 모습) 후우······. (고개를 깊이 숙인다. 축 늘어지는 포즈)(선 채로)


3초 있다가,


민영:···야이, 개, 부장 김, 새끼야! 그걸 월요일날 달라고 하면 결국 주말에 일하라는 소리잖아 이 개, 아니, 김 새끼야! 개 부장 진짜! 아오, 뭐, 주말 잘 보내?! 당신은 잘 보내겠지, 당신은-! 일거리를 맡겨놓고 본인은 편하게 잘 쉴 거야, 그지?! 아주 당신 가족 잘 되나 봐라, 부인이랑 잘 지내쇼!(발성 좋게)(쭉 뻗게) 아주 다른 사람이랑 눈 맞아서 바람이나 피고 풍비박산이나 나라 이 개, 아니, 김 새끼야! (메아리가 칠 정도로)(제스쳐 풍부하게, 상체, 팔 잘 휘저으면서 웅변하듯)


······.


민영:······. (민망한지 마지막 제스쳐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정적)


주변이 고요하다.


영석:······저기······.(나지막하게)


민영:엄뫄 씨앙. 깜짝이야!(화들짝 놀라며)(구두굽으로 불편하게 또각거리며 옆으로 한 걸음 반 정도 이동. 손에 들고 있던 백이랑 전화기 던져버림)


팩! 하고 가방이랑 핸드폰이 바닥에 내팽겨치고, 콰직, 하는 효과음이 작게 남.


조명이 조금 더 밝게 켜지면서 뒤에 있던 영석까지 잘 보이도록.


영석:······(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바라봄)어······.


민영:······(당황 분노 수치 따위가 섞인 표정으로, 상체는 관객쪽을 완전히 외면하지 않고. 뒤쪽으로 물러서면서 표정 보이게 연기).


······.


영석:······쿨럭.(참지 못했는지 작게 기침)(당황한듯)


민영:(남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생각이 났는지 황급히 가방이랑 핸드폰을 챙김)(주저앉아서 가방 속의 물건들 꺼내고, 핸드폰 살핌)(가방 속에서 다 박살난 다양한 물건들 꺼냄)(부러진 펜, 터져서 흘러 나오는 과자, 부서진 화장품, 박살난 나무판자 조각, 부서진 서류 파일, 반으로 찢어진 인형, 박살난 라면 등) (표정이 점점 다양해지고, 격해짐. 당황, 절망감 따위 표현하면서) (하나하나 어처구니없는 물건들 다 보여줌) 아아아!(큰일났다는 듯 소리)


영석:······(미안하다는 듯 소심하게, 쭈뼛거리며 엉덩이를 떼고 다가가 물건들을 살핌)어어, 괘, 괜찮아요? 뭐 중요한 서류라도···.


영석이 미안한 표정으로 일단 사과를 하려고 해 봄. 고의는 아니었고 그가 한 것도 아니었지만 관련이 있다고 느껴서,


민영:(울듯이)아아아! 집에 가서 짜파구리 끓여먹으려고 했는데! 다 부서졌어!

영석:아니 그게 중요한 겁니까? 회사 물건이나 화장품은?!

민영:(울듯이)(인형을 내팽개치며)(영석 쪽으로)아아아! 몰라요! 알게 뭐야! 어차피 조진 인생! 짜파구리만이 삶의 낙이었는데!

영석:(어이가 없다는듯)그게 무슨 미친 소리세요.

민영:(떼를 쓰듯)당신은 몰라! 보아하니 행색도 추레한게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날백수 따위! 내 인생을 모른다고!

영석:(조금 화가 난다는듯)아니,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내가 이래뵈도, 있을만한 건 다 있는 사람이야! 번듯한 직장에, 훤칠한 키에, 괜찮은 학벌에, 집도 있고!

민영:(다 짜증난다는듯)으아앙! 몰라! 씨! 그래봤자 여자 하나 없겠지! 이 모솔 변태 자식아!

영석:(충격을 받았다는듯)아니, 누가 그래! 뭐야 당신! 어떻게 알았어! 모솔은 맞아! 하지만 변태는 아니야! 변태라서 모솔인 건 아니라고! 생각해 보면 깨끗하다는 점에서 변태와 가장 거리가 먼 게 모솔이 아닐까!(항변하듯)(약간 찢어지는 목소리로)

민영:(다 망쳤다는 듯이)아아! 몰라! 망할! 다 망했어! 당신 때문이야! 으앙!


그녀는 퍽, 하고 주변에 있던 물건들을 다 가방에 던지듯 넣는다. 그리고 얼굴을 가리고 우는 체를 하며, 씩씩하게 가서 벤치에 턱, 앉아버린다. 그리곤 그대로 가방을 껴안고 푹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거린다. 그녀가 앉은 데는 아까까지 영석이 앉아 있던 자리다.


영석:(당황한 표정 그대로)······. (빤히 민영을 바라본다)······.

민영:(얼굴은 여전히 묻은 채)으아아아아앙. (소리로만 우는 체를 하며, 약간 들썩인다)(몇 초 뒤 잠잠해진다)(자세 그대로 조용해지면서, 그냥 쉰다)

영석:(어이가 없다는듯)저기···.

민영:······.

영석:(고개를 저으며)쓰으으읍.


스피커로 영석의 속마음: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데?


조심스럽게 그 옆자리에 가서 앉는 영석. 가운데 편하게 앉아 있다가, 그녀 때문에 밀려나서 조금 불편하게 가에 앉는다. 그대로 그녀의 눈치를 흘끗 살핀다. 우는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영석:(조심스럽게)저기··· 그냥 벤치에 앉고 싶었던 겁니까. 말을 했으면 비켜줬을텐데···.


민영은 고개를 들지 않고 파묻은채로, 그대로 팩, 몸을 돌려 엉덩이를 영석 쪽으로 밀고 반대로 향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제스쳐다.


영석:(당황한듯)쓰으으으으으읍···. 미친사람인가··· 아, 아니 말이 겉으로 나왔네(자기 입을 반사적으로 손바닥으로 때린다).


민영은 그 말에 고개를 조금 들고 뒤돌아 영석을 본다. 난리를 피우느라 얼굴 꼴은 말이 아니다. 영석과 눈이 마주쳤다가, 1초 정도 응시하고 다시 얼굴을 파묻는다. 상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영석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가장자리에서 그나마 편한 자세를 찾아 앉는다. 먼 경치를 바라보듯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조명이 약해진다.


BGM(뭐 적당한 걸로 아무거나. 최신 유행했던 걸그룹 노래 아무거나)이 흘러나온다.


무대 안으로 여성 한 명이 걸어 들어온다.


학교 운동복에 낡은 헤드셋. 양말은 긴목 양말을 추켜 올려 바지의 소매를 넣었다. 운동화를 신은 채. 걸어 들어와 무대 가운데 선다. 조명이 비춘다.

여성의 이름은 시윤이다.


시윤:(가운데 서고 잠시 기다렸다가, 관객들 집중하면)(밝게 화사하게)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시윤이에요! 대한민국의 건전하고 발랄한 18세 소녀죠! 지금은 이런 꼴이지만, 아이돌을 꿈꾸고 있구요!(갖가지 포즈들을 취하면서, 오버하면서, 주접떨면서, 아이돌이나 마법소녀 풍으로 이야기)······(관객 반응 보며 잠시)하하하! 알겠어요. 믿기지 않으시겠죠. 알아요. 저라도 갑자기 웬 이상한 여자애가 아이돌이 될 거라고 말하면 신기하게만 처다볼 거에요.

하지만 오늘 여기 올라온 이유는 바로, 춤을 연습하기 위해서고······. 여러분한테만 특별히 보여드리죠!(손을 위로 쫙 뻗으면서, 큐 사인을 준다)


큐 사인에 맞춰서 BGM 틀어진다. 음량 높게. 걸그룹 댄스 음악의 하이라이트 부분, 댄스 브레이크 부분 정도가 틀어진다.


시윤, 춤을 춘다.

박자를 쪼갠 뒤에 하나도 맞지 않게 붙여 놓으면 될 것같은 느낌으로 엉망으로,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자신있는 표정과 강단으로 춘다. 약 10초에서 20초 정도.


마지막에 음악이 페이드 아웃으로 잔잔하게 줄어들며, 엔딩 포즈 따위를 잡으면서 관객들을 노려보고, 아이돌들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어깨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예뻐 보이는 표정, 혹은 척.


시윤:(숨을 몰아쉬며)(자세를 바로하며)하아··· 하아···. 어때요, 제 춤 실력이?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영석:(뒤에서 대뜸)(무감정하게, 단호하게)네 않아요.


시윤:(화들짝 놀라며, 아까 민영과 반대 방향으로 뒷걸음질, 유리문쪽으로)(몸은 관객쪽으로 향하고, 옆모습 보여주며 놀라는 표정 연기)와따 씨밤바야!(오버를 하며, 들고 있던 헤드폰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조명이 조금 더 밝아지며 뒤에 있던 사람들도 잘 보이게 된다)


영석:······. (멀뚱히, 어이 없다는듯 그녀를 처다본다)

민영:(어느새 고개를 들고 비슷한 얼척없는 표정으로 시윤을 바라본다)


시윤:······.(당황한, 눈 코 입이 다 확장된 표정으로 놀라서 두 사람을 처다보고 있다.)(약간의 정적)(곧 자기가 던져버린 헤드폰을 발견한다)아아악! (다급하게 가서 헤드폰을 챙긴다)


헤드폰이 부서진 모양이다.


시윤:아아아(울듯이, 떼를 쓰듯)! 이거 없으면 음악도 못 듣는데! 으아앙!


영석:······어······(그녀의 반응에 당황한듯)어······저, 저기··· 미, 미안합니다? 내가 던진 것도 아니지만. 여기 사람들은 물건 집어던지는 취미가 있나보죠?(분명한 발음. 눈치가 없고 따지기를 좋아하는 듯한 성격을 보여주는)


시윤:아아아!(눈물은 나지 않아도 거의 울듯)(쭈그려앉아 헤드폰을 관찰하다가 아예 철푸덕 주저 앉아서)아아아아! 어떻게 해! 나한테 이거밖에 없는데!


영석:(몹시 당황한듯)(벤치에는 여전히 앉은 채로)아, 아니 미안하다니까···요? 학생? 나라고 그럴 줄 알았나···(다 들리게 궁시렁).


시윤:아아앙!(짜증을 내듯)뭐야! 아저씨! 갑자기! 물어내요!


잠깐의 정적


영석:···(제 팔뚝을 물며)앙?(약간 귀엽게 하이톤으로, 분명하게 들리게)


자기 팔뚝을 무는 시늉을 해보이는 영석. 민영은 벤치에서 조금 거리를 띄운다. 못볼 것을 봤다는 듯.

시윤은 역정을 낸다.


시윤:아아아아아! 뭐야! 미친 아저씨잖아! 내 헤드폰 물어내! 으아아앙!(반쯤 울듯)(어린아이가 가짜 울음으로 떼쓰듯)(자기 헤드폰을 한 번 더 바닥에 휙 던진다)(벤치 쪽으로 바닥에 던진다)


헤드폰이 날아가서 영석의 발치에 떨어진다.


영석:(어이가 없다는듯)아니··· 자기 손으로 다 망가뜨리고 있구만···. (헤드폰을 집는다)


시윤이 곧바로 일어나 다가가서 헤드폰을 팩, 뺏어온다.


시윤:(거의 울듯)(짜증내듯)으아아앙! 이리 내요! 아저씨 뭔데! 못생겨가지고! 보나마나 애인도 없지! 으아아앙! 변태! 모솔 변태 아저씨! 나가 죽어!

영석:(당황한 표정으로 큰 소리로)아니, 뭐야 어떻게 안 거야! 이 동네 사람들은 모솔을 감지할 수 있어?! (일어서면서 손가락질하며 반론)하지만 변태는 아냐! 이 자식아! 애인은 없지만! 나머지는 다 있다고!

민영:(옆에서 나지막하게, 다 들리게 분명하게)으으, 소름끼쳐. 모솔이라니.(제 몸을 팔로 감싸안으며)

영석:(뒤돌아보며 민영에게 반론)(손가락질)아니, 소름끼친다니! 그러는 당신은! 뭐 연애라도 번듯하게 하고 있어?! (관객들을 보면서 항변)모솔이 죄야? 대한민국은 연애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나도 이 나라 국민이야!(억울하다는 듯)(자격지심을 담아)


BGM으로 뉴스 데스크 속보 소리, 뒤에서 영상으로 뉴스 로고 화면, (텀 없이 곧바로)

아나운서 톤으로 녹음된 목소리:긴급 속보입니다. 24년 모월 모일 부로 현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35세 이상의 모솔인 사람에게 국민권을 박탈하겠다는 법안을 새롭게 시행하기로······


영석:(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쪽 벽을 향해서, 주머니에 있는 작업 장갑 따위를 집어 던지면서)그게 뭔 옆집 똥개 짖는 것같은 소리야 지금!(격하게 반박)(집어 던지기가 무섭게 곧바로 BGM도 꺼지고, 뉴스 로고도 사라짐)


시윤:아우우우우우~!(개짖는 소리 흉내)

영석:(화가 난다는듯, 나머지 장갑을 시윤 근처의 땅바닥에 집어 던지며)(몸을 돌려 시윤 쪽을 보며)나랑 지금 장난쳐!

민영:(벌떡 일어나며)장난, 아닙니다!(버럭, 화를 내듯)(어마어마하게 진지한 톤으로)(단전에서 끌어 올려서, 공동경비구역JSA톤 정도로)


조명이 민영 쪽을 조금 더 밝게 비추며,

두 사람의 시선도 민영 쪽을 몸을 돌려 바라보며,

잠깐의 정적, 시선 집중, 민영의 얼굴에 집중


민영이 굉장히 진지한 톤으로, 연기를 하며, 슬픔과 비장함을 담아서


민영:(비장한 톤으로)(간절한 톤으로)장난, 아니라구요···. 이번엔··· 진짜에요. 한 번도 거짓이 없었어요···. 이제야 고백하네요······, 제 마음 똑바로 전달할게요···(젖은 눈으로) ···민석 씨.


0.5초 정도 텀 두고


영석:(갑자기 다가가서)(프로레슬링에서 찹으로 때리듯이)(한 손 민영의 이마에 붙이고, 다른 손으로 자기 붙인 손등 위를 찰싹, 과장스럽게 때리며)(박자에 맞춰서 발을 굴러주며 큰 소리로)

짝!

(어이가 없다는 듯)(큰소리로)아오! 영석이거든! 이름이나 물어보고 장난을 쳐라 이 아가씨야!


민영은 그에 맞춰 과장스럽게 아픈 티를 내면서 주저앉거나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서기.


시윤이 뒤에서 천연덕스럽게 말을 검.


시윤:(놀리듯이)(톤을 굴리며 멜로디컬하게)에에에~. 뭐에요. 둘이 아저씨. 막 얼굴에 손 갖다대고 그러네? 막 둘이 서로 다정한 사이고 그런 거? 내가 데이트 하고 있는데 방해한 거?

(알겠다는 듯)(관객쪽 바라보며 몸을 열고)(박수 치면서, 짝!)

아아, 알겠다. 데이트 둘이 오붓~ 하게 하고 있는데 내가 방해해서 그런 거네? 그래서 내가 춤 그렇게 잘췄는데 뒤에서 아니라고 한 거죠? 그렇죠?


영석:(뒤돌아보며 정색하고)아니.(고개를 단호하게 저으면서)

민영:(뒤에서 같이 고개를 저으면서 분명한 톤과 똑똑한 발성으로)진짜 더럽게 못추더라. 요즘 재미있는 일이 없었는데 덕분에 웃었어.


시윤:(표정이 썩는다)

민영:(배를 잡고 조금 관객들이 보이게 나와서 웃는 시늉을 한다)(손가락질 하면서 놀리는 장난)(묵음으로 격하게 웃는다)(어깨를 비롯해 상체 전반적으로 들썩들썩)

영석:(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비평하는 톤으로)음···. 그렇게 박자를 다 비켜가기도 쉽지 않은 일이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손으로 딱 소리를 내듯 시늉하며, 들어올리며)(반색하며)아, 그래. 저기 KBK 개그우먼 공채 시험같은 데 알아봐. 거의··· 천부적이던데? 나는 그게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본다. 그 정도로 박자랑 따로 논다는 건, 넌 다른 의미에서 천재적인 아티스트인 걸지도 몰라. 근데 코미디 쪽에서 아마 먼저 알아줄 거 같다.

시윤:(표정이 더 썩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윤이 둘을 바라본다.


할 말이 없어진 영석과 민영은 멋쩍은 듯, 벤치로 돌아가 주저 앉는다. 영석이 먼저 앉고, 민영이 그 옆으로 앉는다.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이 잔잔하게 흐른다. (라면꼰대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보면 나오는 BGM)


시윤은 헤드셋을 목에 다시 건다. 민영은 자기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살핀다. 영석은 멍때리면서 먼 하늘을 바라본다.


왈츠 BGM은 짧게 끝난다.


시윤은 헤드셋을 슬그머니, 자기 귀에 다시 덮고 유리문쪽을 바라보고, 혼자 조그마하게 춤 연습을 한다.


영석은 그 꼴을 지켜본다. 민영도 마찬가지다.

민영은 가방 속에 있던 것 중 다 부서진 과자 봉지를 꺼낸다. 자연스럽게 꺼내서 입에 넣는다. 포테이토칩이다. 영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왼 손을 민영 쪽으로 내민다. 민영이 몇 조각을 영석에게 주어서, 먹는다.


민영:(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저기 말예요, 아저씨.

영석:(시윤을 구경하다가)(여전히 처다보지 않으며)(약간 짜증난다는 투로)아 거, 아저씨 아니라니까. 몇 살인데 그래요, 본인은?

민영:(포테이토칩을 먹으면서)(자연스럽게)어, ······26살이요.

영석:(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사랑해요.(진지하게)

민영:풉!(입에 있던 걸 뱉는 투로)(사레가 들려 헛기침)

영석:(눈을 감고, 천천히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에 붙은 듯한 분비물들을 닦는다)쓰으으으으으으으읍···.(굳이 소리가 크게 안나도 좋음. 그냥 불편한듯 침음성)

민영:(헛기침하며, 벤치 뒤쪽으로 조금 물러나면서)콜록, 콜록. 켁, 아오··· 왜 그래요. 놀랐잖아요. 미쳤어요? 모솔 맞다고 하더니 진짜 돌아버린 거에요?


시윤은 여전히 유리문 쪽을 바라보며 아까의 그 춤을 진지하게 연습하고 있다. 엉망이다.


영석:(눈을 여전히 감은 채)(소매로 벅벅벅 얼굴을 닦는다)······. ···아니 그냥 농담이었습니다. 실언···을 했네요.(마음을 고쳐먹었다는 듯)(다시금 관객쪽을 바라보며 바르게 고쳐 앉는다)(찝찝한지 얼굴을 계속 닦는다)


민영:(계속 사레가 들려서)콜록, 콜록. 아유···. 아···. 그러는 아저씨는 몇 살인데요. 아까 이름이 영석이라고 했나요? 뭐, 고민이라도 있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얘기나 좀 해봐요. 크흠.


영석:(진중하게 눈을 감았다가)(간신히 뜨고 앞을 바라보며)(다소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음··· 고민이라······. 그걸 제가 여기서 민영··· 씨한테 털어놔도 될 지···


민영:···(말을 끊으며)크에에에엑. 쿨럭, 켁, 켁. 크흠. 크흐으으으으으음(사레가 풀리지 않아서)(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거하게 토를 하듯 목을 푼다)커흐흐으으음(다시금 바라보며)(아무렇지 않다는 듯 예쁜 척을 하며).


영석:(사레 소리에 다시금 눈을 감으며)(진절머리가 난다는듯 기다린다)(끝나자 말을 잇는다)······. 먼저 이야기 시작해놓고 들을 생각은 있는 거죠?


민영:(손사래를 치며)(아줌마처럼)아유, 그럼요. 미안해요. 내가 사레가 걸려서···. (가방에서 물을 꺼낸다. 꺼내서 목을 풀려는 듯 병뚜껑을 딴다)(천천한 동작으로) ···아니 그러니까 왜··· 그런 농담을 하고 그런데! 아저씨는. ······장난도 심해! 사람 놀라게, 참! (자연스럽게 물을 들이키면서 한 손으로는 영석의 어깨를 과하게 친다)


영석:···(의심스럽다는 듯 물병을 빤히 노려보다가)(천천히 기다리다가)(민영이 물을 마시자 타이밍에 맞추어 진지한 말투로)농담 아닙니다, 사랑해요 민영 씨.


민영:푸후우우웁!(물을 신나게 앞으로 뱉어댄다. 들썩일 정도로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영석:으랏차!(재빠르게 타이밍에 맞춰서 벤치를 벗어나 일어난다)(한 두 걸음 떨어진다)(물이 조금 튀었지만 맞지 않았다)

민영:쿨럭, 쿨럭(사레가 걸린듯 헛기침 하며 물병을 들고 고개 숙인 채)

영석:(의기양양하게)핫하! 거 봐! 이 타이밍에 물을 먹어? 너무 뻔한 수작이었어, 이 양반아!

민영:쿨럭, 쿨럭···.(뱉어낸 물을 손으로 대충 닦으며)(그리고 얼굴가를 손으로 닦으며)(얼굴을 간신히 수습하지만 고개를 쉽게 들지 못한다)쿨럭, 쿨럭···. (어딘가 얻어맞기라도 한 사람처럼 고개를 계속 숙인 채 가만히 있는다)


······.


시윤은 계속 유리문을 바라보고 춤 연습을 하고 있다. 관객들에게는 안 보이지만 혼신의 표정 연기. 춤은 엉망으로 춘다.


영석:······(조금의 텀을 두고)(의기양양하게 민영을 놀려댔지만 낌새가 이상하자)(천천히 다가서며 걱정한다)뭐야, 민영 씨? 괜찮아요? 진짜 심하게 사레가 들렸···(가만히 다가가서 그녀를 살핀다)(벤치에 다가서고, 바로 옆에 앉듯이 가까워진다)


민영이 그 때 맞추어 들고 있던 물병을 위로 휙, 흔들어 영석의 얼굴을 다 젖게 만든다.


영석:······. ······. ······.(그대로 행동을 멈추고)(가만히 있다가)(천천히 손을 들어 물들을 쓸어 내린다)


쿵짝짝, 쿵짝짝.(왈츠 브금이 잠시 나온다)


민영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한 동안 있는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웃지도 않고.

시윤은 혼신의 춤 연기.


몇 초 동안 가만히 있다가,


영석:······(한숨을 쉬며)(참는다는 듯)후우우우우우우우······.(묻은 물들을 소매나 옷으로 대충 닦고, 벤치 가장자리에 대강 걸터 앉는다)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듯 조금 떨어져 앉은 영석과 민영.

시윤은 콧노래까지 불러대며 열심히 춤을 춘다.


시윤:(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관객들에게 잘 보이지 않더라도)(혼신의 몸치 연기)드람맘마마~.(대충 에스파의 신곡을 음치처럼 부르면서 흥얼)(표정만큼은 세계 제일의 댄서)


영석은 지친듯한 얼굴로 시윤 쪽을 바라본다. 그 꼴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영석:(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쟤는··· 지치지도 않나.


시윤:(세상에서 제일 신이 난다는듯)(유리문을 바라보고)(손을 위로 쫙 뻗는 하이라이트 동작 따위를 하면서)하! 예! 아, 예!(추임새 부르며)(갑자기 격정적으로)


영석:(못볼 걸 봤다는 듯)(역하다는 듯)오우, 오우···, 저게 뭐야··· 저 자신감 너무 싫어.


민영:(어느새 고개를 들고서)(손바닥으로 물을 뱉었던 흔적들을 대충 정리하면서)(시윤 쪽을 바라보며 말을 얹는다)이야··· 내가 춰도 저거보단 잘추겠는데?


시윤:(갑자기 홱, 턴을 하면서, 민영의 말과 동시에 관객과 민영, 영석이 보이도록 돌아서)하!(마지막 엔딩 포즈를 취하고)(아까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참는듯 쉰다)하아··· 하아···.


영석:(눈을 좁히며)(이해가 안간다는 듯)(손으로 약간 못볼 거 본 것처럼 입 근처를 가리면서)오우··· 제자리에서 꼼지락대놓고 힘든 척 하는 거 봐···.

민영:(고개를 끄덕거리면서)가증스럽네요. 연습 별로 안한 거 같은데?


시윤이 그 말에 헤드셋을 벗는다.


갑자기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나오면서, 영석과 민영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뮤지컬 톤으로


시윤:(힘차게)아-니! 나 연습 많이 했는데?!


영석:(고개를 저으며)아냐아냐, 너 많이 부족해.

민영:(같이 고개를 저으며)맞아맞아. 심각하게 부족해.


조명이 조금 밝아지며 시윤을 더 비춘다.


시윤:(한 걸음 더 걸어 나오며)(무대 중앙에 가깝도록)(다시금 촥, 팔을 뻗으며, 세상에서 제일 자신있는 표정으로)아니?! 나 연습 다한 거 같은데?! 금방이라도 아이돌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빠밤. (브라스 악기 소리의 브금이 그 말에 맞춰 튀어나온다)


시윤:(다시 반 걸음쯤 더 걸으며 자신있게)언니, 오빠가 믿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제 재능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여드리죠.


영석:(나지막하게)(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로)아니, 안봐도 된다고 아까 그거잖아···.

민영:(고개를 저으며)제발 그러지 마.


시윤:(빠밤, 브라스 소리가 나는 것에 맞춰 한 두 걸음 더 앞으로 나온다)(무대 중앙을 먹는다)(멋있게 반 바퀴 턴, 관객들을 본다)


핀포인트 조명이 나오며 시윤을 비춘다.


시윤은 무대를 장악하는 듯 팔을 거침없이 뻗고 쓴다.


조명이 조금 어두워지고 핀 조명만 남는다.


시윤:(빠밤, 브라스 소리)(그리고 정적)(자신있게)아깐 노래를 못 보여드렸죠. 들으면 달라질 거에요. 전 세계 제일의 아이돌이 될 거라고요.


영석:(뒤에서 목소리로만)(나지막하게)관객분들 다 나가지 않게 적당히 해주라 제발.


시윤:(당당한 표정으로 그냥 견딘다)


민영:(뒤에서 조심스럽게 응원하듯, 두 손으로 깔때기를 만들어 입에 붙이고)여러분 돌 같은 건 던지시면 안돼요. 물렁한 건 괜찮아요.


시윤:(당당한 표정으로, 포즈로 견딘다)(잠깐 정적)(시선이 모아지면)흠, 흠. 여러분-! (태양 ‘그거’ 노래 버전)


영석:(뒤에서 대강 괴로워하는 제스쳐)

민영:(마찬가지, 못 볼 걸 본다는 듯)


시윤:(더욱 굴하지 않고)여러분-! 저 많이 보고 싶었어요-?! (손에 마이크가 있는 듯이 관객들에게 향한다)


······. (관객반응) (적막이어도 좋고 반응해도 좋음)(견뎠다가)


(옆, 홀리샷 카운터에 연출이 마이크를 놔줌)(옆으로 시윤이 빠르게 이동해서 낚아채고, 다시 무대 중앙으로 마이크 들고 귀환)


시윤:(멋지게 턴 해서 귀환)저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 정말, 정말 많이 기다렸어-요! 에-에!(애드리브)


(관객반응)(잠깐 기다렸다가, 3초)


시윤:(태양처럼)(리듬과 음감을 즐기면서)(세계 제일의 알앤비 싱어가 된듯)(몸을 상하 좌우로 자유롭게 쓰면서)제가 여러분 보고 싶은만큼 노래 불러드릴 게-요옵!(끝음 하이톤으로 올리면서)(프리 댄스, 제스쳐)(조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개는 많이 카리스마있게 흔들어 주면서)


(관객반응:네~. 혹은 정적)


시윤:(굴하지 않고)여기, 오늘 다들 멀리서 오신 것 같은데-!(알앤비 톤으로 자유롭게 음)(자신있게, 음치처럼)(말만 들리면 됨)혹시 제일 멀리서 오신 분 어디서 오셨-어-어-어-요?!(꺾기. 알앤비 나얼처럼. 대충 따라하셈. 가창력 보자는 거 아님)


(관객 반응)

(소통하면서 자유롭게 천천히)


시윤:(화려한 제스쳐)(계속 다각도로 변하면서, 마이크로 관객들 대답, 호응 유도)그렇군요-! 멀리서 오셨군-요! 세상에, 프랑스 파리에서 오신 분도 있으신 거, 군-요옵!


(관객반응)(잠시 멈춤)


영석:(뒤에서 나지막하게 소리로만)너 혹시 환청 듣니? 유럽에서 누가 오니.


시윤:(조금도 반응하지 않고 기다렸다가)그럼 제가, 글로벌-한 여러분들 위해서 노래로 인사드릴 게-에-요. 여러분, 쎼쎼-!


민영:(이해가 안간다는듯)얘, 시윤아, 정신 차려, 너 지금 중국말 하잖아. 시진핑 말고 마크롱이라고. (or워아이니 말고 쥬뗌므라고)


시윤:(조금도 꿈쩍하지 않고)쎼-쎄. 안녕하세요옵-! 여기 혹시 어디에서 오셨어-요?!


조금 이동한다. 보조 조명이 시윤의 이동을 비춘다. 관객 중 아무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묻는다.


관객:(대답)


시윤:(전혀 상관없이)(알았다는듯)(중앙으로 돌아오며)그렇군, 요-! 정말로 글로벌한 잔치 한마당이 아닐 수 없군-요!(일일이 다 음감 넣어서 멜로디컬하게)(알앤비풍으로)(날카로운 발성으로)(쓸데없이 잘하지 않아도 됨 적당히)


영석:(뒤에서 나지막하게)요즘 보통 한마당이라는 말을 쓰니? 너무 토속적인 거 아니니?


시윤:(아랑곳하지 않는다)(그냥 준비한 걸 하는 느낌으로)여러-분. 내가 여러-분, 여러분 모두 사랑하는 거 알고 있어-어-요? 알고 있을 거라고 믿어-어-어-요. 후우우우우-후-(알앤비 애드리브)쎄-쎼-!


민영:(뒤에서 조심스럽게)(하지만 다 들리게)너 그냥 쎼쎄밖에 모르는 거지 외국어를?


시윤:알-러-뷰-!(천둥호랑이 창법 비슷하게)쥬-뗌-므! 사랑해요-오-오-오-! 내가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다 위로해 줄게요오오오-!(화려한 제스쳐, 개인기. 최악으로 못춰도 됨. 기세가 중요)(마지막에 시선을 아래로, 고개를 마이클 잭슨처럼 촥 내리며, 마이크를 들지 않은 손은 쭉 아래로 뻗으며)


잠깐 정적.


화려한 조명이 시윤을 비춘다(그냥 핀조명으로 계속 비추고 있으면 됨).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털썩,


갑자기 무릎을 꿇고 시윤이 주저앉는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대가수가 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고 숨소리를 섞어서 천천히, 힘에 겨운 사람처럼 뱉는다


시윤:(위의 지문대로)그렇다면··· 내가 만약··· 힘이 들 때면··· 누가 날··· 위로해··· 주지···?


(임재범의 여러분 BGM이 잠깐 나오고 천천히 페이드 아웃된다)


시윤:(정적 속에서 고요하게, 카리스마 있게)그건 바로, ···여러분.


(임재범의 여러분 BGM다시 페이드인 되며 빵빵한 볼륨으로 켜진다. mr)


시윤:(임재범이라도 된듯 일어서면서)(대가수가 된 것처럼 마이크 두 손으로 붙들고)(복식 안간힘을 써서 명창처럼 소리를 내뱉듯)(표정 애쓰며)후우우우우-후후!(알앤비 애드립) 나는 너의에에에에- 여어어어엉원한- 형,


영석:(뒤에서 일어서면서)(시윤의 어깨를 팍, 잡아채면서)(힘으로 억지로 끌고가서 뒤로 끌고간다)(마이크도 빼앗아 버린다)


(시윤은 힘없이 끌려간다)


영석:(타이밍 맞춰서)영원한 형제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 자식아, 동네 창피하게. 시끄러! 임마! 노래연습 한다고 여기 공원에서 난리를 난리를 아주! 동네 사람들 다 깨겠네 아주 그냥! 앉아 있어 조용히 그냥 임마!


다소 어두웠던 조명이 정상으로, 밝게 켜지며 무대 전반적으로 환하게 비춘다. 일반 톤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앉아 있던 가운데 자리에 시윤을 억지로 꿇어 앉힌다.

학생, 시윤은 힘에 밀려 반항도 못하고 얌전히 앉는다. 민영이 어깨를 끌어안으면서 아이고, 잘했네··· 이러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대충 위로를 해준다. 들리지 않게 속닥거리는 투로 모션만.


영석은 시윤을 자리에 앉혀놓고, 민영과 둘이 있는 것을 가만히 본다. 2, 3초 정도 보다가 문득 자신의 손에 들린 마이크를 처다본다.

다시 두 사람을 1, 2초 정도 처다보고,


조금 고민하는 듯하다가


문득 관객석을 슬쩍 바라보며 눈치를 본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듯 안색을 살핀다. 흠, 괜찮나? 하는 느낌으로 부끄러운듯.


그러다가 민영과 시윤이 앉아서 자기네들끼리 위로를 해주고 이야기하는 듯하자, 관객쪽으로 돌아서며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댄다.


영석:(숨을 들이마시며)흐읍, (대가수가 되어 보자는 심정으로)나는 너의에에에에에-!


(임재범 - 여러분 BGM이 나온다)


민영:(기겁하듯)(역정을 내며)어우 시끄러워요! 뭐야 최악이야 저 아저씨!

(벤치 아래에 두었던 물병 남은 것을 영석 쪽으로 확, 뿌린다)(관객들에게 지나치게 닿지 않게 조심해서, 영석의 등만 다 젖게)(모션만 크게)


(민영의 소스라침에 맞춰 곧바로 사라지는 임재범 BGM)


영석:(본인도 민망하다는 듯)(그대로 서서)크, 흠, 흠흠···. ······. (관객들 눈치를 슬쩍 살피고)···아니 내가 임재범을 좋아했거든 아이 엠 어 싱어인가 그 뭐시기 M방송국에서 하던 거···.(우물쭈물거리며 괜한 변명만 늘어 놓으며)(얌전히 마이크를 다시 홀리샷 카페 카운터 쪽에 가져다둔다)(연출이 회수)

큼, 흠, 흠······.

(목을 가다듬으며)(다시 무대 중앙에 멋쩍게 선다)(뒷머리 정도 수줍게 쓸어내려주면 딱 좋을듯 찐따같고)


시윤:(잘 모르겠다는 듯)(놀라는 투로)(영석 쪽을 바라보며)와, 아이 엠 어 싱어? 나는 가수다? 그게 뭐에요. 방송이에요?

민영:(설명을 친절하게 해주는)어어, 그 옛날에 지상파 방송국에서 했던 프로그램 있어. 11년도인가 했던 건데 저 아저씨가 옛날 사람이라 그래.

영석:(뒤를 슬쩍 바라보며)아, 거 아저씨 아니라니까. 11년도가 옛날이면 뭐, 00년대 방송 보시던 분들은 지금 다 돌아가셔야 되게?

민영:(잘 모르겠다는 듯)네에, 그렇군요. 저는 잘 몰라서요. 저는 밀레니엄 즈음에 태어나서 세대가 다른 거 같네요···.

영석:(고개를 끄덕거리며)아, 그래. 네가 그러면 요새 그 MZ인가 뭔가 하는 그거니.

민영:(인상을 찌푸리면서)어··· 그것도 사실 어떤 윗 세대의 편견이랄까···. MZ세대만의 그런 게 전혀 없는데, 괜히 이름으로 나누고, ···구분 짓고, 괜히 유난 떨면서 우리가 막 이상하다는 듯이 그런···, 사실 전혀 우리는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죠오···.


영석:(심각하게 고개를 저으며)쓰으으으읍, 아니, 넌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데.

민영:(살쾡이 눈을 하며)뭐라고요?!

영석:(고개를 끄덕거리며)으응, 제정신은 아닌 거 같아 너도.

시윤:(고개를 끄덕거린다)으응, 맞지 이 언니도 정상은 아니야.

민영:(화들짝 놀라는 투로 몸을 조금 떨어뜨리며)야, 너도? 아니, 이 중에서 내가 제일 그나마 정상 아니야? 야, 참 무섭다··· 세상 무서워. 두 사람이 이렇게 몰아가면 정상인이 이렇게 매도되는구나(정말 무섭다는 듯 말투를 조금 떨기까지, 과민반응)


영석:(민영을 손가락질로 가리키며, 시윤을 본다)

시윤:(영석과 눈이 마주친다, 1, 2초 정도 서로 응시하다가 공감을 한다는 듯)


(두 사람 다):쓰으으으으읍, (정상이 아니라는 듯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민영:(그 반응에 더 화들짝 놀라며)(짜증섞인, 놀라는 톤으로)(과민 반응하며)(벤치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난다. 관객들 다 보이게, 두 사람 처다보는 각도로)(팔까지 쓰면서)어어, 뭐야, 그 반응. 당신들끼리 지금 작당하는 거지. 지금 세상에서 제일 미친 거 같은 두 명 모여서 정상인 하나 바보 만들고 막···.


영석:(굵은 목소리로)(민영을 처다보며)(사극 톤마저 섞인 투로)거, 말이 심한 거 아니오 민영 씨.


민영:(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후우, 안되겠네요. 제가 얼마나 바른 생활에 깨어있는 사람인지 알려드려야겠네요. 제가 제 회사 생활을 말씀드리죠. 그럼 아마 두 사람도 분명히 알 거에요.(자신만만하게, 과도한 자신감으로 분명한 발성으로 말하면서 무대 중앙으로 이동)(또각거리며 굽낮은 구두가 부딪힌다)

(영석은 뒤로 자연스럽게 물러나, 빠진다. 민영을 바라본다.)

(시윤도 마찬가지로 그녀를 바라본다)


(적당한 BGM이 흘러나온다. 약간 구슬프고, 웃기고, 처량한, 광수 탈락할 때 그 BGM 정도면 좋을듯)


민영:(아련한 표정 지어 보이며 먼 하늘쪽 바라보며)(잠깐 침묵)(집중)


BGM끝나고


민영:(그 아련한 투에서)(갑자기 앞쪽을 바라보며)(잠깐 침묵)···

민영:(갑자기 반색하며)어머~ 부장님~ 안녕하세요~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높은 톤으로 분명하게)(회사에 출근해서 처음 사람들을 만날 때처럼, 회사 사람들이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 인사하는 연기하며)


영석:(나지막하게)(당황스럽다는듯)뭐야, 갑자기 연기를 한다고 여기서?

시윤:(어이 없다는 듯)와, 연기에 연기를 더해? 연기력 미쳤네 이 언니.


민영:(아랑곳하지 않고)어머-.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모두들.


(뒤에 화면, 오피스 배경 화면으로 바뀐다)(사람들 웅성거리는, 회사 효과음 따위 잠시 나왔다가 빠진다)


민영:(웃는 낯으로)아유, 부장님. 농담도요. 예? 아, 왜 지금 왔냐구요? 네? 아, 출근 시간이 9시인데 왜 9시 5분에 오냐고요? 에? 아··· 저기··· 밑에서 엘리베이터가 조금 늦어서요.

(마임으로 한쪽 손에 커피가 들린 것같은 제스처를 갑자기 취한다)(앞에 부장님과 이야기하는 듯 마임을 계속한다)

(당황하는 듯한 감정이 밑에 약간 깔린 투)(높은 톤으로 여전히 밝은 톤 유지하며)어어, 네, 그리고 밑에서 커피를 사오려는데 조금 늦게 주더라고요 1층 종업원이. 좀 드시겠어요?


부장 목소리 스피커로:(짜증이 약간 묻은 톤)아니, 민영 씨 내가 제발 9시 출근이면 10분 전에 와서 당일 업무 점검부터 하고··· 커피같은 건 미리 사두라고 몇 번을 말했어요. 대체 왜 말을 안 듣는 거에요? 요즘 엠-제트인가 뭔가 하는 사람들은 다 이러나? 회사가 우스워? 장난이야?


······.


잠깐 정적, 민영은 상처라도 받은 양, 내심 씁쓸하지만 전혀 티내지 않는다. 일단 침묵하며 주눅드는 티를 약간만 낸다. 어깨가 아주 살짝 쳐지고 힘이 빠진다.


민영:(커피를 내민 손을 아주 소심하게 조금 뒤로 빼며)(웃는 낯이지만 어딘가 기운빠진 표정으로)아··· 네··· 아뇨··· 죄송합니다···. 그···


부장 목소리:(고압적, 짜증)(신경질적)뭐야, 할 말 또 있어요? 변명 있어?


민영:(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과장된 표정으로)(누가봐도 상처를 받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척 애써 감추며)아아아뇨(약간 떨리는 목소리 이미 화장실로 튀어가서 울 각, 을 보여주는 듯한 쿠크다스 멘탈같은 목소리), 그냥 저는 아침에 저혈압이라 머리가 안돌아가서 꼭 커피를 마셔야만 일이 되는··· 아아, 아닙니다.


부장 목소리:(답답하다는 듯)어휴우우우, 들어가요.


민영:(쥐죽은듯한 톤으로)네에에.


영석:(뒤에서 산통깨듯)어우, 너무 찌질한데. MZ고 뭐고 너무 한심한데. 분명히 우리한테 되게 올바르고 빠릿하고 깨어있는 모습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어?

시윤:(나무라듯)아유, 말을 왜 그렇게 심하게 해요. 그러니까 모솔이지.

영석:(조용하게)누가 모솔이야, 임마!(제스쳐를 크게 해서, 소리지르듯)(목소리 톤은 속삭이는)


민영은 계속 감정을 잡으며 고개를 떨군다.


얼굴을 한 손으로 푹 잡는다. 이마를 짚는다. 오른손으로. 커피를 든 마임을 한 손이다.


시윤:(툭 던지듯)언니 오른손에 커피 들고 있지 않았어요?


민영:(깜짝 놀라듯)(팔을 바깥으로, 독사에게라도 물린듯 털어내며)왐마 씨!(비틀거리면서 뒤로 한 걸음 반 정도 빠진다)(x자로 웃기게 발 교차하면서 뒤로 물러난다)(팔 저어대며)(뜨거운 게 닿았던 사람처럼)


쨍그랑! 커피잔이 깨지는 소리.


민영:(허공을 처다보며 손을 휘휘 젓는다)어, 아니 그 테이크 아웃 커피니까 플라스틱 잔이거든요.


촤악(플라스틱 컵에 얼음, 물 따위가 떨어지는 소리 BGM으로)


민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핀포인트 조명이 있는 가운데로 나선다.


민영:후우우(마음을 가다듬듯 자세를 정갈하게 한다)(한숨)


시윤:(질린다는듯)어우, 아직 연기 안끝났어요? 지독한데 저 언니.


영석:(고개를 저으며)(잘 보이지는 않지만)씁, 정상은 아니라니까. 내가 딱, 보고 느꼈지.


시윤:(옆의 영석을 처다보며)그··· 런 걸 딱 알아보는 아저씨도 정상은 아닌 거 같아요.

영석:(시윤을 바라보며)(반쯤 뜬 눈깔로)너도 한 180도 정도는 돈 거 같고.


민영:짝!(환기를 시키듯)(집중을 시키듯 박수)(반색하며, 다시금 회상 연기를 시작한다)


영석:(이해가 안간다는 듯)저 정도로 연기를 좋아하면 회사가 아니라 연극 배우를 해야 되는 거 아냐?

시윤:(맞장구치며)그러게요.


민영:(아랑곳하지 않고 상황극을 시작한다)때는 바야흐로 제가 첫 브리핑을 맡았던 날, 의 상황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제가 잘못을 한 부분인지. 아니면 기성 세대의 잘못된 프레이밍Framing으로 MZ세대에게 이상한 이미지가 씌워진 건지 판단해주세요.


영석:(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아니 그러니까 MZ가 아니라 김민영씨가 미친 사람인 거래도.


민영:(아랑곳하지 않고 눈웃음 관객들에게 가증스러울 정도로 가식적으로)(뒤에서 무슨 소리하든 신경쓰지 마세요, 하는 투로 고갤 슬쩍 끄덕거리며, 다 아시죠? 라는 투로)쓰으으으읍. (호흡을 정돈하듯 숨을 들이키고 대사 시작) 자, ······ (앞을 바라보며)(손에 무언가 들고 있는 척을 하며)


(뒤의 벽, 영상으로는 프레젠테이션 룸, 대충 아무 말이나 쓰여진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보인다)


민영:(날카로운 척하는, 지적인 척하는 자세와 눈매, 표정)오늘 X(모)월 X(모)일 브리핑을 맡게 된 기획팀 박민영입니다.


영석:(몰랐다는듯)(산통을 깨며)아, 박민영이었어?

시윤:(맞장구)어머, 그러게요


민영:(아랑곳하지 않고)(사실 조금 흔들렸지만)(1초, 반 초 정도 흔들렸다가 다잡고 표정 유지하며)(손을 앞으로 뻗고, 몸을 조금 회전. 뒤에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있다는 투로, 레이저 포인트 기계를 손에 들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며)아, 여러분···. 네. 반갑습니다. 이번 브리핑의 주제는 이번 하반기 홀리샷 물산의 예상 실적과, 추가된 새로운 아이템들에 대해서입니다.


······.


그, 어··· 네. 일단······ 네. 왜 안넘어가지······ (낑낑대며 레이저 포인트가 손에 있다는 듯, 애를 쓰며 누르는 듯한 동작)으으음(끙끙거리며).


달칵, 하는 효과음이 나면서

뒤의 배경이 아예 바뀌어서 짱구 그림이 나온다.


민영:(당황한듯)아니, 이거 아니고, (다시 힘을 주어 버튼을 누르듯 손을 향하며 버튼 조작하는 시늉)


달칵, 하는 효과음 맞춰 나면서

다시 그래프나 수식 따위가 대충 그려져 있는 자료가 나온다.


민영:(안도한듯)아, 네, 맞네요. 지금 보시는 그래프는 일단··· 지난 해와 지지난 해 본사의 실적을 담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하락세를 그리고 있지만


영석:(고개를 저으며)씁, 어디가 하락세인 거야? 나만 그래프 안보여?


민영:(잠깐 멈칫)(하지만 당황하지 않고)네, 그래프가 잘 안보이실 수 있지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무튼 본사의 매출 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제··· 그···

네···.

다들···

이제···

그······

네···.

···힘드니까요. 네···. 그렇죠. 뭐가 힘든지··· 다들 아시죠? ······그, 경기가 힘들잖아요. (관객들을 바라보며 설득하듯, 낑낑대며)네. 우리가 참 살기 팍팍한 그런 세상 아닙니까. 배춧값도 많이 오르고. 유가는 폭등하고. 어디에서는 전쟁이 난다고 그러고···. 이제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그만큼 많이 힘들어서요

제 말은,


···씁, 우리나라만 힘든 아니, 우리 회사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거죠. 홀리샷이 힘들었지만,

다른 나라, 우리나라, 아니··· 같은 계열의 다른 회사들도 모두 힘들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매출이 저조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


(말을 하며 다시 버튼 조작하는 시늉)


달칵,

다시 사진이 바뀌면서 몸좋은 근육질 남자 모델 사진이 잠깐 나온다.


민영:(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황급히 버튼 누르는 시늉)엄멈멈머머.


달칵,

다시 사진이 바뀌면서, 근육질 남자 모델 다른 포즈 사진


민영:(계속 버튼 조작)어머머멈머


시윤:(뒤돌아보며)오오오오(감탄하는)

영석:(안타깝다는듯)쓰으으읍. 나도 몸이 좀 저래야 애인이 생기려나···.


민영:(계속 버튼 누르는 시늉)


달칵,


하고 사진이 바뀌면서 본인이 얼빡샷으로 셀카 찍은 게 나온다. 쌩얼에 치명적인 척 하면서 윙크하는 근접 사진


민영:(입으로 손을 가리며)(버튼 든 손으로 입 가리고 다른 손으로 누른다)어머머머머머머!


시윤:(넌지시)언니 손 바뀌었어요.


민영:(황급히 손을 바꿔 왼손으로 입 가리고 오른손 뻗어서 누르는 시늉)어머머머머머!


달칵.


다시 사진이 바뀌면서 개아련 사진이 있는 카톡창이 나온다. (첨부)(그냥 웃기는 동물 사진짤방, 구글에 치면 많이 나오는)

사진 아래에 본인의 카톡 기록이 뜬다

[친구:뭐임?

민영:이거 솔직히 우리 부장 개닮음 인정? 김부장이 개인지 개가 김부장인지 모를 지경 인정?

친구:와, 너 회사에서 괜찮냐··· 스트레스 많이 받냐?] (카톡 기록)


민영:(당황하며)(손사래를 치며)(마구잡이로 버튼을 누른다)어머머머머머


달칵,


하고 다시 본인 얼빡샷


달칵,


하고 다시 남자 모델 사진,


달칵, 하고 다시 그래프 사진으로 넘어간다.


민영:(뒤돌린 채 그대로 굳은 모습)(팔을 앞으로 뻗은 그대로)


부장 스피커 목소리:(고요하게)······박민영 씨?


······.


민영은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

조용히,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본다.

두려움에 떠는 모습.


부장 스피커:(고요하고 침착한 목소리)···브리핑 이후에 잠깐만 내 자리로 와요.


민영:······(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면서 풀에 죽은듯)네···.

(몸을 돌리며 관객들을 향한다. 힘없는 모습)


뒤에서 영석이 말한다.


영석:(나지막하게)쓰으으읍, 야 이걸 보여준다고? 득될 게 하나도 없는데? 뭐지? 뭐를 의도하는 거지? 회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자기자신의 전투 능력을 어필하는 건가? 신기한데?

시윤:(나무라듯)어휴, 말을 왜 그렇게 심하게 해요. 언니가 아무리 정신도 없고 남자 밝히고 뒷담화 까고 부장님 욕하다 걸리는 데다 실수 투성이에 능력도 없어서 너무 한심하다고 해도 그렇지.


시윤이 말할 때마다 화살이 날아가 박히는 BGM.


민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푹, 푹, 푹, 화살이 박힐 때마다 움찔거린다.


영석:(조용하게)와··· 나보다 심한데? 이게 K-여고생인가? 대체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거니 너는.

시윤:(앞을 바라보며)에헷, 말이 너무 심했나? 데헷(오른손 들어서 자기 자신한테 귀엽게 꿀밤 먹이는 시늉, 한쪽 눈 윙크 하면서 깜찍한 표정)

영석:(입을 틀어 막으며 벤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면서)와 씨···. 읍업, 한 글자 더 뱉을 뻔했다 지금 나.

(오웩, 하면서 고개 돌려 헛구역질 몇 번)

(시윤은 살벌한 표정으로 그런 영석을 째려본다)


민영:······. (죽은 듯 선 채로 조용히 있다)


······.


시윤:(영석을 째려보다 민영에게 시선을 돌려)(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언니, 괜찮아요? 살아 있어요? 움직이질 않는데?


뒤에서 화면으로 조용히, [반응이 없다. 시체인 듯하다] 짤방.


민영:······.


영석:(무심하게)저 정도면 수치심이 치사량에 이를 정도기는 하지. 선 채로 죽었나본데.


···(잠깐 정적)


민영:······(갑자기 팍, 발로 바닥을 차며, 화가 난다는 듯, 몸을 크게 펼치며)아오! 내가 왜!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야! 이게 다 김부장 저 멍멍이 닮은 개- 살구처럼 마치 빛이나고 시베리아 벌판처럼 새하얀 인간, 머리는 다 벗겨져가지고 성질만 더럽고 나를 갈구기만 하고, 부인이랑 사이도 안좋은, 조선시대 십장생처럼 오래오래 아주 잘 해쳐 먹고 살 인간 때문이야-!


(한호흡에 격정을 토해낸다)


······


영석:(고개를 갸웃한다)저 정도로 말을 잘하는데 브리핑에서 절었다고? 그것도 대단한데?

시윤:그러게요(맞장구). 아, 근데 그건 기계가 고장이었던 거잖아요.

영석:(갸웃하며)그렇지. 그런데 그냥 자기 노트북에 있던 사진들 튀어나온 거 아냐 잘못해서? 그렇다면 그것 또한 자기 자신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아닐까···.


민영:(갑자기 뒤돌며)(뭐라도 집어던질듯, 발로 퍽, 바닥을 차면서, 때리는 시늉하며)(조금 다가서서)당신은 뭔데 좋다고 남의 일 가지고 분석을 하고 있어! 아주 좋겠수다! 댁은 별 문제 없이 잘 사나 보지? 그냥?

응?

이 중에 정상인이 있을까봐? 아주 우리만 이상한 애들이고 본인은 문제 하나 없는 대-단한 정상인이신가보네? 그러신가봐아-?


영석:(그녀의 반응에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히며, 이중턱 만들듯이 뒤로 몸을 빼서)(못볼 것 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민영을 바라보다가)(고개만 절레절레 빠르게 젓는다)


민영:······(화를 내는 제스쳐 그대로 굳어 있다)


영석은 그 사이로 슬그머니 일어나서, 앞으로 빠져 나온다.


민영은 자연스레 뒤돌아 영석을 바라본다. 여전히 화내는 감정 유지. 시윤은 별 상관 없다는 듯, 내 일 아니고 둘이 이상한 인간들이라는 듯 구경하고 있다.


영석:(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어쩔 수 없다는 듯 앞으로 걸어 나온다)

핀 조명이 조금 더 밝아지며 중앙으로 나오는 그를 비춘다.

영석:(내가 얘기를 시작하지, 같은 느낌)(서서히 걸어 나오다 중앙에 멈추며 자연스럽게 관객들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마마무 BGM이 짧게 임팩트 있게 흘러 나온다)(한 소절만 나오고 바로 페이드 아웃)


영석:(그대로 굳어 있다)(당황한 듯)(헛기침)큼, 흠. 어우, 공원이 이상하네. 환청이 들리나. (고개를 저으며)(조금 팔을 휘저어주며)(잠시 쉬었다가)아무튼···. 그래. 내 얘기를 해주지. 너희들도 잘 듣고 내가 이상한지 아닌지 생각을 좀 해 줘봐.


시윤:(뒤에서 손을 입 근처에 모으고)(얄밉게)아저씨 미친 사람인 거는 이미 결론 난 거 같긴 해요 근데~.


영석:(무엄하다는 듯)으흠, 큼!(다시 시선을 집중시키며)씁,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 아무튼. (잠깐, 한 템포 쉬었다가)(갑자기 어마어마하게 감성적인 척)(독백연기 하는 척)


(BGM)쿵짝짝, 쿵짝짝, 왈츠 음악 나옴

곧 페이드 아웃


영석:(아련한 눈으로 먼 과거를 추억하며)(독백)때는··· 내가 십 대 때였나.


민영:(뒤에서 안들리는 줄 알고 말하는듯)(하지만 크게)저 아저씨 십 대 때면 언제야? 구한말인가?


영석:(잠깐 독백 흐름, 감정 몰입이 깨졌지만)(당황하지 않고 다시 집중해서)으흠. 그렇지···. 때는 구한말 때였어. 조선이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던 그 때···. ······. 아니, 미친 소리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뒤로 고개 돌리며 잠깐 핀잔)흠, 흠. ······내가 십 대 때. 나는 남녀 공학에 다니고 있었지.


(뒤에 학교 운동장, 전경 배경사진 화면)


영석:(아련한듯)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 이렇게 멀쩡하게 생긴 허우대, (손으로 자기 발끝부터 머리까지를 가리키는 제스쳐)큰 키, 괜찮은 얼굴(손으로 자기 얼굴 쪽 가리킴)


시윤:(소름 돋는다는 듯)우와, 미쳤나봐. 자기 입으로 저래.

민영:(시윤에게 맞장구치며)그러니까 여태 모솔이지. 정신병이 있는 게 분명해.


영석:(당황하지 않고, 잠깐 들었다가)······흠. 그래. 아무튼. 훤칠한 외모에 번듯한 행동거지. 나는 예의도 바르고 매너도 괜찮았다고. 문제가 없었지. 남녀 공학이었고. 하지만 왜인지··· 여자애들은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

내가 진지하게 나름대로 다가가도 멀어질 뿐이었지.


(쿵짝짝 쿵짝짝, 잠깐 BGM)


여자애 스피커 목소리(소녀):···야, 김영석. 뭐야, 왜 그러는데? 뭐 할 말 있다고 따로 불러?(약간 짜증)(약간 경계)(약간 떠 있는 듯한 발성)(불안감을 의미)


······.


영석:(아련한듯)그래, 그 때 였지. ······. 나는 중3때 내가 좋아하던 여자아이··· 민지를 운동장 쪽으로 잠깐 불러내서 내 마음을 전하려고 했어. ······(감정 연기, 그 때가 생각난다는 듯)(풋풋한 첫사랑)김민지. 이름도 예뻤지. 괜찮은 애였어, 키도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였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하지만 나는 좀 서툴렀었는 지도 몰라.


시윤:(뒤에서 산통깨듯)서툰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던 거 아닐까?

민영:(나무라듯)(말리는 시누이처럼)어머, 얘, 그렇게 맞는 말은 하면 안되는 거야. 사람이 상처 입어.


영석:(잠깐 굳었다가)(이내 정신 차리고 집중)···나는 그 당시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그 아이를 사랑했지. 플라토닉 러브였다고나 할까.


시윤:(민영을 바라보며)와, 저게 맞아요? 사춘기 때 남자애들 진짜 저래요?

민영:(고개를 저으며)(어차피 관객에게는 잘 안보이지만)잘 모르겠어. 아마 짐승 새끼였지 않았을까. 플라톤은 무슨.


영석:(당황한듯 잠깐 헛기침 작게)흠. 큼. ······. (정신 차리고)내 사랑은 순수했고···. 서툴렀지. 나는 너무 성급하게 마음을 전했어.


······잠깐 텀 1, 2초


여자애 목소리:(약간의 짜증)아, 뭔데. 빨리 말해. 쉬는 시간 끝나가잖아. 마지막 교시 빨리 들어가야 돼.


영석:(먼 곳을 바라보다 앞을 바라보며)(사랑에 빠진 남자애처럼)(약간 재수없고 역겹게)그, 야···. 김민지.


여자애 목소리:(짜증)왜.


영석:(여전히 감정연기)내가,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여자애 목소리:(짜증)어. 그러니까 불렀겠지. 뭔데. 빨리 말해. 시간 없다고. 나 좋아한다고 하면 가만 안둘거야, 진짜(약간 목소리 떨림)(불안감).


영석:(전혀 눈치 못챔)(자신의 감정에 완전 몰입)······내가 진짜 많이 생각해보고 고민해봤는데······ ······나 너 좋아하는 거 같다.


(옆에서 홀리샷 카페 카운터에 꽃다발 하나 놔줌)(영석, 옆으로 훌쩍 걸어가서 꽃다발 자연스럽게 집어서 무대 중앙으로 돌아옴)(앞을 향해 꽃다발 내밀며 큰 소리로)


영석:(당당하게)(미친 사람처럼)김민지, 사랑한다! 내 마음을 받아줘! 나랑 사귀어주라! 우리 오늘부터 1······(말 끝이 조금 흐려진다)(여자애의 표정을 봤는지 모르겠다)


여자애 목소리:(영석의 말 끝에 약간 겹치게 빠른 박자로)(경악)(경기)아아아아악! 뭔 개소리야! (울듯한 목소리)아아아악! 진짜 김영석 죽어! 죽여버려! 운동장에서 뭔 개 쪽이야! 미쳤나봐아아-!(반쯤 울음)


뒤에서 스피커로 학생들 웅성대는 목소리1:(놀랐다는 듯 약간 멀리서)(혹은 속삭이는 톤)우와, 뭐야 김영석 김민지한테 고백했어? 2:(다른 목소리)그런 거 같은데? 김민지 쪽팔려서 죽을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진지하게 폭력 아닐까?


영석:(꽃다발을 내민, 쾌활하고 당당한 표정 그대로 굳어버림)······.


······.


영석, 조용하게 꽃다발을 뒤로 가져다 숨김. 조용히 카운터로 걸어서 꽃다발 내려두고, 다시 무대 중앙으로. 관객들 바라보며.


영석:(어딘가 먼 곳 바라보며)(씁쓸한 표정)후우우우우우······(깊은 한숨 담배연기처럼)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한 소절 나왔다가 페이드 아웃


영석:(다시 관객석쪽 바라보며)(아련한 눈물 자국 묻은 듯한 표정으로)···그렇게··· 제 6번째 고백이 실패했었죠.


시윤:(놀랐다는듯)(소름이라는듯)여섯 번이나 저 짓거리를 했어요 아저씨? 잔인해, 사람도 아냐.

민영:(거들며)쉿, 조용히 해. 우리한테도 고백할 지도 몰라.


영석:(갑자기 불쑥 뒤돌며)사랑해요 민영 씨! 내 마음을 받아주겠어요?!


민영, 시윤:(소스라치게 놀라며)꺄아아아악!


영석:······.

잠깐 침묵, 다시 관객석 쪽으로 침착하게 뒤돌며.


영석:(아래를 처다보며 깊은 한숨)후우우우우우···. 네. 그렇죠. 아무튼 그랬어요. 저는 10대를 그렇게 허무하게 보냈습니다.

······.

그리고··· 대학교를 갈 때 면접이 있었어요. 그 때 면접관이 저한테 말했었죠.

(약간 굵은 변조톤으로)학생은 혹시, 학창 시절에 혹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습니까?

(본인 톤으로)네, 있습니다. 연애에 관한 일입니다.

(면접관 톤으로)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본인 톤으로)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


(격하게 우는 듯한 제스쳐)(눈물을 삼키는 듯)(손으로 눈 미간, 콧대 잡으면서 숙이며 어깨 잠깐 들썩거림)······.


······.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개 들고)···네, 그랬죠. 그렇게 십 대를 보내고, 이십 대에 들어서서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대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서른 살이 되면 마법사가 될 것 같았거든요.


시윤:(뒤에서 활기차게)(애처럼)아저씨 마법 써주세요!


영석:(무언가 참는듯)(잠시 기다렸다가 말 이음)···20대 때 저는 소개팅을 참 많이 했습니다. 하나같이 전부 실패를 했지만요.


민영:(뒤에서 질린다는 듯)우와··· 또 무슨 이상한 짓거리들을 했을까···.


영석:······. (집중하며)개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성을 고르자면···. 규리 씨가 있네요. 이규리씨.


시윤:(깐족대며)요, 내 이름은 이규리. 거꾸로 해도 이규리-!(랩처럼)(뻔뻔하게)


영석:······. (관객들을 바라보며 넌지시)뒤에 있는 애가 좀 이상해도 이해해주세요. 음악만이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생각하는 애거든요. 진짜 마약을 하는 건 아니에요.


(헛기침)크흠. 아무튼···. 규리 씨도 정말 예뻤죠.


민영:(지치지도 않고)저처럼요?(손으로 얼굴을 받치며)(예쁜 척하는 표정)


영석:(질린다는 표정)······(고개를 저으며)뒤에 미친 여자 둘이 있다고 그냥 생각해주세요. 이야기를 계속하죠 그러니까···. 네. 당시에 저는 27정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취업을 하고··· 회사 생활에 익숙해졌을 때죠.

당시에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소개팅을 부탁했고··· 그중에서 가장 예쁘고, 마음씨가 착해보였던 여자였어요.


······(회상하는 표정)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


뒤에 카페 화면으로 바뀜.


여자 목소리:(조금 성숙한 목소리)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영석··· 네, 저도 소개팅 때문에 왔어요.


영석:(그에 맞추어 대답하듯)(웃으며)(쑥스럽게)아, 네. 안녕하세요. 바로 눈에 띄었어요. 워낙 아름다우셔서. 정말 미인이시네요. 사랑합니다.


···쿵짝짝, 쿵짝짝, 잠깐 BGM. 1초 정도 정적.


민영:(뒤에서)···그, 아저씨 미친 사람인 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한데요? 만나자마자 고백을 박는다고? 마음씨를 알아볼 시간이 있었어요?

시윤:(구제불능이라는 듯)여자에 환장한 게 아닐까요. 모솔 변태잖아요.


영석:(고개를 저으며)(다시 집중)···아하하, 농담이었습니다(웃으며). 네, 그냥 처음 뵈는데 너무 어색해서요. 죄송해요. 제가 좀 말실수를 자주 하네요. 하지만 아예 마음에 없는 말은 아니고요···.


여자 목소리:(스피커)(조금 당황한듯 기가 죽은)아, 네···. 감, 감사합니다···. (들어가는 목소리) 그··· 혹시 주문은 어떤 걸로···.


영석:(생각났다는 듯)아, 네. 혹시 시키셨어요? 제가 주문하고 올까요.

여자 목소리:(고갤 끄덕이는 듯)(아까보다는 톤 다운)네, 네. 아메리카노 시켰어요.

영석:(안타깝다는 듯)아이고, 그러셨군요. 제가 사드리려고 했는데···. 저기요, 저기요-! (손을 번쩍 들면서, 멀리 바라보며)(멀리 있는 사람 부르듯, 손으로 딱딱 소리 내면서)저, 저기요! ···헤, 헤이! 헤, 헤, 헤이!(양세찬이 연기하듯, 코빅 코너 있음, 나중에 찾아서 보여드림)


여자 목소리:(놀라서 다급하게 속삭이는)어머, 왜 그래요, 잠깐만요 영석 씨. 여기 키오스크에요. 가서 눌러서 주문하시면 돼요.


영석:(잠깐 여자, 가 있는 쪽 정면을 집중해 바라보며)(마임)(몰랐다는 듯)아, 그래요···. 키오스크···. 키오스크···. 키오스크가 뭐죠?(약간 멍청한듯한)


여자 목소리:(어이가 없다는듯)저기 정문 쪽 보시면 기계 있어요. 거기서 터치로 눌러서 주문하시면 알아서 갖다줘요.


영석:(멋쩍다는 듯)아하하,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요새 밖에를 잘 안다녀서. 예전이랑 많이 바뀌었네요.


시윤:(놀랍다는 듯)와, 진짜 개화기 때 사람인가.


영석:(가볍게 넘기며)(웃는 톤으로 상황 설명)그렇게 주문을 간신히 하고 소개팅을 이어갔습니다.


쿵짝짝 쿵짝짝, 왈츠 한 소절.


여자 목소리:(조심하는 듯한)아··· 그러면 혹시 뭐··· 좋아하시는 거나 취미라도 있으세요?

영석:(억지스럽게 웃으며)아하하, 아, 좋아하는 거요. 좋아하는 거면 우리 규리 씨··· (앞의 여자 표정이 썩는 걸 본듯, 주제를 멋쩍게 돌리며)···도 좋아하지만 오늘 처음 뵈었으니까 천천히 알아갈 거고요···. 음··· 좋아하는 거라··· 글쎄요. 책, 책을 좀 좋아하죠.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음식 중에서는 라멘 먹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여자 목소리:(짝, 하는 박수 소리)(반색하며)어머, 그래요. 저도 라멘 진짜 좋아하는데. 책 읽는 것도 좋아하구. 혹시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나요? 아무거나.


영석:(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반기며)오오, 아 그러세요. 네. 괜찮죠. 라멘··· 라멘 진짜 제가 어지간한 서울 상권에 있는 데는 다 가봤을 거에요(진지한 투로). 혹시 어떤 종류 라멘을 좋아하세요? 면의 얇기라던가, 꼬불거리는 것도 있고 매끈한 것도 있고···. 익힘 정도나··· 육수에 따라서 진한 돼지뼈가 있고 또 소금으로 한 시오라멘, 간장으로 한 쇼유라멘, 닭 육수 베이스도 상당히 괜찮고요. 해산물 베이스는 제가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잘하는 데는 아주 깔끔하게 하더라고요. 저는 자고로 라멘이라고 하면 이 장인의 손길이 그래도 들어가야 하는 종류라고 생각을 해요. 고명에도 반드시 써야만 하는 종류의 차슈가 있고, 거기에 불맛같은 걸 내는 게 또 정성이라서···. 잘 되는 라멘 집에는 반드시 공식이 있습니다, 공식이. 예?(갑자기 가르치는 듯한 말투)


여자 목소리:(갑자기 주눅드는)아··· 네······.


영석:(집중하는 말투)요즘 사람들은 참, 라멘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정말 아무 데나 가서 아무렇게나 먹고는 하더라고요. 보통 라멘이 딱, 나오면. 먼저 깔끔한 상태에서의 국물을 맛보고. 그 다음 면과 고명을 먹고. 또 면을 먹을 때도 각 고명이 어떻게 어울리는가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세심하게 젓가락을 써야한단 말이죠. 어느 정도 먹고 난 다음에 이제 향신료들을 자유롭게 추가하면서 맛의 베리에이션을 주고··· 이제 마무리로 남은 진한 국물에 밥 정도를 곁들여 먹거나 하면···. (한참 정신없이 설명하다가)(여자 표정을 봤는지 갑자기 말을 멈춘다)(깨달은 표정으로)아······ 하하하하. 네. 그렇습니다. 이게 또··· 라멘을 먹는 방법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죠.


여자 목소리:(기어 들어가는)아, 네······.


영석:(고개를 끄덕이며 사람 좋은 웃음)하하하하하하하하. 죄송해요. 제가 한 가지에 파고들면 굉장히 파고드는 또, 열정남!(팔을 들어 올리며 알통을 강조하는 듯한 제스쳐)이라서요···. 하하하! 아··· 네. 그렇습니다. 호, 혹시 책도 좋아하신다고 하셨나요 아까?


여자 목소리:(여전히 톤 다운)아, 네······.


영석:(어색한,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아서 다급한 듯한 표정이 묻어 있다)어, 네···. 그러면 혹시 어떤 종류의 책들 좋아하셨어요?


여자 목소리:(약간 주눅든)아··· 그··· 소설책이나 에세이같은 걸 좀 보는 거 같아요. 최근에 김영화 작가가 유명하니까 아무래도 그 분 거 조금이랑···.


영석:(목소리 톤 올라가며)아아. 김영화 작가요. 유명하죠. 전형적으로 TV가 만들어 준 스타라고나 할까. 물론 잘 쓰시는 분이시기는 하고 평균 이상이시지만 너무 올려치기를 당한 면이 있달까.


여자 목소리:(약간 주눅)아··· 그, 그래요.


영석:(신경 못쓰고 고개를 과하게 끄덕거리며)그렇죠. 문장의 질감, 톤, 뭐 다 좋기는 한데··· 세계적인 작가라고까지 보여지지는 않네요. 저는 소설책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만화책도 많이 보는 거 같아요. 혹시 뭐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여자 목소리:(떠듬거리며)어··· 마, 만화책이요? 글쎄요···. 당장 생각나는 거는···.


영석:(의외라는 듯)아, 설마 보신 적이 없나요? 하나도 모르세요? (눈을 땡그랗게 뜨며)(한 2초 정도 뚫어져라 응시, 하는 마임)


여자 목소리:(당황)아··· 네. 그··· 하나의 조각··· 정도라면···.


영석:(그럼 그렇지, 라는 듯 뒤로 약간 몸을 빼며 과도하게 웃으며)아아, 그렇지. 역시 그 정도는 보실 줄 알았어요. 하나의 조각이 사실 만화 중에서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는 하죠. 오뎅 에이치로 선생님이 그 만화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일 년에 500억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자 목소리:(조금 놀라며)아, 그래요.


영석:(과하게 고개 끄덕이며)그렇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거겠습니까. 일본 만화가 산업의 흐름과도 맞닿아있어서 그 대중문화의 등락을 보면 곧 일본 경제의 변화까지 볼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제가 만화를 뭐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만화라는 데는 변함이 없는 게 사실이죠. 몸을 막 고무처럼 늘려대는 루파, 도 사실 활기차고, 캐릭터로서는 최고잖아요,


고무고무-!(하면서 팔을 빙빙 휘둘러 옆으로 뻗는 제스쳐를 취한다)


······.


잠깐 정적.


민영:(뒤에서 나지막하게)우와··· 최악이야···. 소개팅에서 고무고무 총난타를 쓰는 사람이 있다니.


시윤:(나지막하게)그걸 아는 언니도 보통은 아닌 거 아니에요?

민영:(시윤을 때리듯 나무라며)(어깨를 탁탁 치며)아니, 나는 지극히 정상이거든. 그냥 친구들이 봐서 좀 알 뿐이야. 오타쿠라던가 그런게 아니라고.


영석은 잠시 멈춰있고,


BGM, 원피스 OST 우리의 꿈이 잠시 나온다

-나 어릴 적, 우연-히-!


민영:(박자에 맞춰 벌떡 일어나며 열창)우연-히이이이이이이-!

(소리 삭 페이드 아웃으로 빠지며 민영만 남음)들어어었던 믿지 못할 한, 마디이이이-!


······시윤, 민영을 이상하게 바라봄.


영석. 어느새 뒤돌아 민영을 슬쩍 바라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관객쪽 바라보며 이야기 시작.


영석:(고개를 저으며)(정신 차리고)(자세 가다듬고)으흠. 네. (감정 잡으며 마임, 재연 상황으로 들어감)···아, 네. 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을 했나 보네요. 워낙 어렸을 때 재미있게 본 만화라서···.


여자 목소리:(조금 당황한듯)아하하, 아, 아녜요···. 그러실 수 있죠. 사람들 앞에서만 안그러면 되죠.


영석:(민망한 듯)아··· 네···.


민영:(뒤에서 속삭이듯)(다 들리게)여기 지금 사람이 대체 몇 명이에요. 한··· (관객들 숫자 대충 보고 말하기)20명은 돼보이는데요? 추태 실시간 라이브 해주고 있는데요 지금?


영석:(약간 부끄러운듯)크흠. ······. ······어, 네. 그래서 규리 씨. 혹시 하나의 조각 만화는 지금 끝까지 보셨나요?

여자 목소리:(약간 당황한듯)어, 아뇨···. 너무 길어서 초반 부분만··· 그···

영석:(약간 집요하게)어디까지 보셨나요?

여자 목소리:(잘 모르겠다는 듯)글쎄요 그··· 이상한 사막 나라같은 데를 모험하는 데까지 본 거 같은데···

영석:(갑자기 맞장구 치며 업되어서)아! 알라비스타 편 보셨구나! 명작이죠! 사실 거기가 원피스의 어떤 절정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명작 에피소드가 여러군데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거기를 최고로 치고 있습니다, 초반 부분의 임팩트를 따라올만한 에피소드가 사실 거기밖에 없어요, 크으-!


······.


잠깐 정적. 여자 대답이 없고,


조용히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 흐르고 페이드 아웃.


······.


민영:(뒤에서)와··· 첫 만남 자리에서 저랬다고요? 나였으면 그 자리에서 울었을 거야. 저건 폭탄도 아니야. 거의 오펜하이머 급의 무언가야.

시윤:(잘 모르겠다는 듯)언니 오펜하이머가 뭐에요?

민영:(약간 당황)어? 아니··· 그러게.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예전에 똑똑했던 아저씨 있어. 그, 왜 무슨 폭탄 터지는 영화에 나오는···. 로버트 세르게이 오펜하이머인가···.


영석:(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후우···. 내가 저 무식한 애들이랑 무슨 얘기를 하니.


민영:(따지듯, 영석 바라보며, 반쯤 엉덩이 띄우며)그럼 아저씨는 알아요? 뭐 똑똑한 척을 하고 있어. 진짜 짜증나네. 여자 하나 못만나고 빌빌거리는 주제에.


영석:(화가 난다는 듯)뭐어? 야 이 자식아. 말이 너무 심하잖아. 너 몇 살이야 임마. 오냐오냐하니까 아주 다 되는 줄 알고 그래?! 무서운 줄도 몰라?


민영:(짜증난다는 듯)아씨, 어른은 무슨. 나도 어른이야 어른! 어엿하게 사회 생활하고 있는 어른!(벌떡 일어나며)

시윤:(그 옆에서 벌떡 일어나며)맞아, 나도 어른이야 어른! 알 거 다 안다고!


영석, 민영:(고개 돌리며)넌 아냐 새끼야(영석), 임마(민영)!


시윤:(주눅들며)(조용히 벤치에 다시 앉음)윽···.


영석:(다시 고개 돌리며 관객석 쪽으로 턴, 고개 저으며)후우··· 내가 지금 애들이랑 뭔 짓거리니···. 답답하다 진짜···. 내 인생은 왜 이럴까···.(멀리 아득하게, 아련하게 처다봄)


민영:(고개 저으며)(일어난 채로)(관객들 조금 보이게 자리 잘 잡고)후우··· 나도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건지···. 일하러 가야 하는데···. 웬 낙산 공원에서 백수같은 이상한 변태 아저씨랑 얽혀서···. 한심하다 진짜···.


영석:(더 고개 저으며)후우우우우··· 진짜 웬 미친 여자랑 얽혀가지고··· 회사 일도 똑바로 못하고 부장한테 개기다가 들켜서 쪽팔림이나 당하고 책임감도 없고 남자 친구도 아마 분명히 없을 거고 초년생이라 모아둔 돈도 없는 데다가 주말에 일하러 가야되는 불쌍한 여자애랑 괜히 싸우기나 하고··· 슬프다, 진짜, 내 인생!(후련하게 토해내듯 멀리 소리치기)


민영:(고개 더 저으면서)하아아아아··· 진짜··· 나이 서른 넘고 거의 마흔 다 되어가는데 애인 하나 없고 미래도 불투명하고 변태인데다가 아무리 봐도 폭삭 늙어 보여서 열 살은 더 들어 보이고 성격도 쪼잔하고 오타쿠에 사회성도 없는 이상한 모쏠 아저씨랑 얽혀서 이게 뭐하는 걸까, 참 한심하다, 내 인생······.


시윤:(옆에서 슬그머니 일어나면서)하아아아아··· 공원에 연습하러 왔는데 정신나간 커플 하나랑 얽혀서 제대로 연습도 못하고 욕만 먹고 이게 뭐람 슬프다 내 인···


민영, 영석:(역정을 내며)커플 아니거든!


영석:(짜증내며)너 임마 그리고 정신나갔다니 말버릇이 그게 뭐야, 임마! 어린애가 입만 더러워가지고. 아주 가정 교육을 판타지로 받았니? 너 키우신 어머니가 하-이고- 잘 한다 우리 딸- 그러시겠다 참 그거 보고-!


시윤:(주머니에서 핸드폰 빠르게 꺼내며)(바로 따따다따 번호 누름, 누르는 BGM 같이)(뚜르르르,)(일련의 동작 한 호흡에, 몇 초 내로)(바로 전화기에 입 갖다 대면서)엄마, 여기 낙산공원에 이상한 아저씨가 나 가정 교육 판타지로 받았대-! 엄마 욕해! 미쳤나봐!


영석:(당황해서)아니, 임마, 어?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거지, 언제 너보고 나쁘게 행동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어 뭐를 했어?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실 거란 얘기지 언제 욕을 했어- 내가-!



어머니 목소리:(조금 나이든 아줌마 투)너 또 야자 째고 낙산공원 가서 춤연습 한다고 지랄이니!(역정) 너 백 날 춰봤자 아이돌이 될 수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져 이 년아! 어쩜 그렇게 박자감도 하나도 없는 년이 댄-스 가수를 한다고 지랄은 지랄이여-! 밤늦게 싸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들어왁!(사자가 울부짖듯)


······.


어머니 목소리에 민영, 영석, 시윤도 잠깐 얼어붙는다. 그만한 노호성


시윤:(전화기에 입 갖다대며)(처음에는 조심스럽게)네, 네··· 들어갈게요··· 네··· 끄, 끊어요···. 아니, 알았다고요··· 시험공부 들어가서 할 거라고요. ······네 ···네···(갈수록 점점 언성 높아지다가)네 끊어요! ······(본인도 화내듯)······아, 알았다고요···.

······네. 네··· 네!

······아니, 어차피 공부해도 안 늘어 씨! 내가 누구 닮아서 머리가 나쁜데! 엄마 닮아서 그렇지-! 해도 어차피 안되는 걸 어떻게 하라고옥!(성을 확 내더니 거칠게 전화를 끊는다)


시윤:(분이 풀리지 않는듯)씨이이··· 씨···.(숨을 크게, 어깨 써가며 호흡 크게. 분이 풀리지 않는 느낌)


씩씩대는 시윤을 영석과 민영이 바라본다. 영석이 조심스레 말을 건다.


영석:(걱정된다는 듯)···어, ···괘, 괜찮니?


시윤:(분이 풀리지 않은 톤으로)(짜증조로)아, 아저씨가 뭔데 참견이에요. 남의 일에.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어가지고.


영석:(표정을 구기며)···거 성질머리 더러운 거 하고는. 니 알아 해라.


민영:(옆으로 가서 토닥여주며)에이, 애가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러는 거 가지고 그래요···.


시윤:(짜증난다는 듯 민영을 밀쳐내며)아이, 씨 짜증나게 왜 붙어요. 언제봤다고 친한 척이야. 진짜.


영석:(어이가 없다는듯)(민영, 시윤 쪽을 바라보며)거 봐요. 걱정해줘도 쓸모 없다니까. 싸가지가 없으면. (그러면서 그냥 벤치에 다시 가서 털썩, 앉는다)(애초에 쉬려고 올라온 곳이라, 먼 경치 바라보며 혼자 쉬려는 기색)아, 날씨 좋-네.


사라라라라락, 바람 부는 BGM.


쿵짝짝, 쿵짝짝, 페이드 인아웃 되면서 왈츠 음악 잠시 켜지고, 꺼짐.


시윤 쪽으로 조명이 조금 더 밝아짐. 민영은 뒤로 떨어지며 적당히 구석에 서 있음. 시윤 바라봄. 시윤이 집중을 받으면서 다시 이야기 시작.


시윤:(깊은 한숨)하아아아아아···. 내 인생···. 내 불쌍한 인생···. 돈도 없는 집구석에 태어나서 아이돌 하나 되지 못하고······(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듯) 기구한 내 인생···.


영석:(벤치를 손으로 잡으며, 몸을 뒤로 뉘이며, 여유롭게)(툭 쏘아뱉듯)아이돌이 못 되는 건 돈때문이 아니라 니 박자감 때문이고.

민영:(구석에서 조용히 고개 끄덕거림)


시윤:(짜증 내듯)(뒤를 팩, 돌아보고 째려보고, 다시 관객쪽으로 시선)(무대 중앙으로 움직이며 이야기 시작)하아···. 내 음악 세계를 몰라주는 저런 인간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 학교에서 선생님도··· 애들도··· 그리고 집에서 엄빠도 나를 아무도 몰라줘···.


영석:(속삭이듯 서 있는 민영 쪽으로, 그러나 다 들리는 음량)엄빠가 뭐에요 민영 씨?

민영:(마찬가지 톤)엄마 아빠 줄여서요. 구한말 사람이라 모르시는 구나.

영석:(짜증난다는 표정으로)팍, 씨. 말 하나 곱게 해주는 법이 없어요 아무튼. 그러니까 회사에서 맨날 까이지.

민영:(짜증난다는 듯한 톤으로, 표정 지으며)팍, 씨. 친절하게 받아주는 법이 없어요 아무튼. 그러니까 유머 감각도 없고 여자도 못사귀지.

영석, 민영 서로를 향해 작게:아오-!(모션만 때릴듯이)


시윤:(앞으로 두 손 가지런히 모으며)(세상 가련한 척)(노래 부르는 모션)

뒤에서 레드 북 OST ‘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나옴


영석:(뒤에서 매몰차게)야야, 립싱크 하지 마라.


OST브금 페이드 아웃, 시윤만 목소리


시윤:(그대로 노래)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다음 소절 부름, 음치처럼)


영석:(고개를 갸웃)쓰으으읍, 무슨 배짱으로 아이돌을 하겠다고 하는 거지. 대단한데?

민영:(턱을 쓰다듬으며)그게 어쩌면··· 도. 전. 이라는 게 아닐까요.


시윤:(헛기침 크게)커흠. 흠, 흠···. (눈 곱게 감았다가 다시 뜨면서 이야기)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돌이 되고 싶었어요.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귀여운 꼬마 아이였죠. 김시윤. 미쳐. 너무 귀여워, 어쩜 그렇게 예뻐? (뒤에 적당히 아기 사진)

···이런 소리를 들을 정도로요.


영석:(곤란하다는 듯)애가 허언증까지 있네. 아기 때 들은 얘기를 어떻게 기억해.


시윤:(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들며)(뒤는 돌아보지 않고)응 엄마한테 들었어.


영석:(알았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임)

시윤:(주머니에 다시 핸드폰 넣고, 이야기 시작)···(침 한번 삼키고)아무튼 그렇게 태어난 저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음악을 사랑했어요. 이제··· 크면서 가수에 대한 꿈은 점점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14살 때···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여자 아이돌 그룹 가수들을 보고 있자니 제 심장 안에서 뭔가, 두근거리고 불타오르는 게 있음을 느꼈죠.


영석:(곤란하다는 듯, 턱을 쓰다듬으며)심근경색 아닐까? 혈관 막혔니? 어린 나이에 너무 기름진 거 때려 넣으면 그렇게 될 수 있어.

민영:(안타깝다는 듯 표정)


시윤:(헛기침)크흠, 흠. ···.


시윤:(다시 마음 잡으며)아무튼··· 그렇게 저는 점점 끓어오르는 꿈을 참을 수 없었어요. 공부? 그까짓 거. 아무래도 좋아요. 세상이 정한 기준에 감히 날 맞출 수는 없었어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있죠.(카리스마 넘치고 단호하게 말)(약간 시선 중앙 하단 바라보며)


(뒤에 달칵, 하는 컴퓨터 효과음과 함께

시험지, 성적표 사진 나옴.

빨간 줄로 다 그어져 있는 사진, 석차에 빨간 색으로 동그라미, 350명 중 348등)


영석:(뒤를 바라보며 입틀막)오우··· 심한데···.

민영:(시윤을 시험지와 번갈아 바라보며)저런··· 음악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던 거였구나··· 안타깝게도···. (슬픈 척)


시윤:(견디며, 다시 대사에 집중)···맞아요(연기투), 저는 알고 있어요. 또 믿고 있죠. 행복은 성적 따위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거.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스스로 개척을 하는 의지라는 거죠.


띠리리리(핸드폰 알림음)


······.(1, 2초 텀)


시윤 자신의 핸드폰인 줄 알고 꺼내 받음

달칵(전화 받는 효과음)


어머니 목소리:(화가 난듯)이 년이 전화를 자기 맘대로 끊어 아주! 아직도 안들어왔어, 어디야 너! 30분 내로 안 들어오면 내가 찾으러 갈 줄 알아! 지 애미 일하다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데 반기지도 않고! 당장 들어왁!


뚜, 뚜(전화 종료된 효과음)


······.(1, 2초 텀)


시윤:(약간 굳은 표정)(잠깐 정적 후 다시 풀어져서 이야기)흠, 흠. 네. 그쵸, 아무 일도 아니에요. 금방(살짝 떨리는 목소리)··· 들어가면 되는 문제죠. 박여사님이 오늘은 화가 많이 나셨네요.


영석:(어이가 없다는 듯)너무 큰 일 있었던 거 같은데? 얘, 너 괜찮니······?


시윤:(헛기침)크흠. 네. 아무튼 그래요.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살고 있지만, (연기투)불행하게도, 그 분들은 제 음악적 재능을 몰라주고 계세요. 허구한날 공부해라 밥해라 이런저런 잔소리만···


영석:(고개를 저으며)(진중하게)네 음악적 재능은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종류야, 진짜.


시윤:(굴하지 않고)······허구한날 공부해라 밥해라 이런저런 잔소리만···


영석:(얄밉게)그건 아까 했던 부분이고.


시윤:(뒤로 홱, 돌면서, 짜증난다는 듯 쿵쾅거리며 벤치로 다가감)(영석을 때리려고 하지만 영석이 두 팔을 잡고 일어나면서 누름)(개기려 하지만 오히려 영석이 꿀밤을 때림)(맞고서,)악!(잠깐 아프다는 듯 지연, 그리고 천천히 무대로 머리 매만지면서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 시작)······아으. 음··· 이런저런··· 잔소리만 해대시죠.

미래의 대아티스트가 될 몸한테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아무도 제 세계를 몰라주죠.


영석:(단호하게)대 개그우먼이 될 수 있다는 데는 내가 크게 걸어볼 수 있어 진짜로.


시윤:(뒤로 팩, 돌림)

(영석이 째려보며 손을 들어올림, 꿀밤 때리려는 동작)

(시윤은 쫄아서 다시 앞을 봄)큼, 흠···.


시윤:(다시 집중하며)···저는, 스무살이 넘으면 바로 집을 나설 거에요. 저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지겹게 살아가는 것도 더 이상 못하겠어요. ···맞아요(연극톤). 얼마 남지 않았어요. (손을 멀리 뻗으며 제스쳐 크게 쓰며)이제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거죠. 혼자 살면서 열심히 음악을 준비해서··· 오디션을 볼 거에요. 그리고, 당당하게 기획사에 들어가고··· 나중에 성공해서 어머니한테 말을 해야죠. 당신 딸이 이렇게 멋지게 자랐노라고.


영석:(진짜 아깝다는 듯)야, 진짜 코미디언 쪽으로 가면 대성할 수 있다니까.


시윤:(뒤로 돌아가서 말 없이 쾅쾅거리며 영석에게 접근, 아까와 똑같이 꿀밤 맞고 돌아옴)으음···. 지금의 수모는 아무렇지 않아요. 위대한 아티스트들은 모두 그랬거든요. 다들 뜨기 전에는 괄시를 받았죠.

후우···.

괄시하니까, 오늘 아침 일이 생각이 나네요···.


시윤:(가련하게 두 손을 모으며 집중)


쿵짝짝 쿵짝짝, 왈츠 잠시

뒤에 낡은 아파트 사진


스피커로 남자 목소리(아버지):(별 것 아니라는 듯 여상스러운 톤)시윤아, 학교 가니.

스피커로 아줌마 목소리:(화가 난다는 듯)얘, 이 기집애야, 아침밥 먹고 가악!


영석:(나지막히 뒤에서)너희 어머님은 항상 화가 나있으신 거니? 헐크시니?


스피커로 엄마:(더 혼을 내듯)야이 계집애야 어디서 대답도 안 해! 밥먹고 가라는 말 안들려! 딱 서, 하나, 둘, 세


시윤:(아련한 척 하다가)(갑자기 태도 바꾸어 성내면서)아, 그냥 냅두라고, 맨날 그래, 아아아악! 아침밥 못 맥여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진짜!

(짜증내며)(몸까지 쓰며 성난다는듯)


엄마 목소리:(더 사납게)아침부터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나 이 년이. 빨리 와! 밥 먹어! 아침밥 먹고 가 그냥! 튼튼한 몸 말고는 성한 데가 없는 년이! 밥 굶고 어딜 가서 뭐 할 수 있겠어!

시윤:(거의 울먹거릴 정도로 짜증)아악! 엄마만 그렇게 생각해! 내가 가진게 왜 그뿐이야! 노래도,(억울하다는 듯)

엄마:(가소롭다는 듯)불러 봐, 그럼 불러. 여기서 내 기준 80점 이상 통과하면 그냥 보내준다.

시윤:(화내다 씩씩대다 좀 가라앉아서 고민 좀 하다가 민망한듯 노래 시작)...내가 나라는 이유로 죄가 되고...

엄마:(역정을 내며)죄는 이년아 널 낳은 내가 죄다 이년아! 고생을 이렇게 하는데 지 애미애비 도울 생각은 안하고! 시끄러우니까 와서 밥이나 먹어!

시윤:(짜증)하, 진짜...(마임으로 터벅터벅 뒤로 걸어가, 앉는 연기)(투명의자)(숟가락으로 밥 떠먹는 연기)


달그락 거리는 수저 효과음


영석:(놀랍다는 듯)오, 다리 안 아파? 역시 튼튼한 거 빼고 장기가 없는 소녀답다. 이야, 아주 강인한 하체야.

민영:(역겹다는 듯)어우, 심하게 아저씨같은데. 아저씨 솔직히 나이 열 살 속였죠?

영석:(제스쳐로만 때릴듯)칵, 씨.


시윤:(그대로 안정적으로 식탁에서 밥먹는 연기)

영석:(바라보며)씁, 부들부들대는 거 같은데?

시윤:음, 마, 맛있다. (마임에 집중하는 척)(밥먹는 척 하다가 도저히 못버틸 때까지 버티다 쓰러지면 됨)(털썩)


영석:.......

민영:.......


시윤:(잠깐 고개 숙이고 쪽팔렸다가)(다시 일어나며)아우, 밥 다 먹었다(활기차게 애써)(기지개를 느닷없이 피며 일어나서 무대 중앙으로 이동)


엄마 목소리:(화내는 톤)뭘 벌써 다 먹어 이 년아! 밥 기껏 차려줬더니 먹는 시늉만 하네 아주 그냥!


시윤:(반항하듯)(관객들에게 표정 보여주며)아, 다 먹었다고! 더 이상 못먹는다고! 허벅지 근파열 된다고!


엄마 목소리:(어이가 없다는 듯)근파열은 무슨 이 년아!

시윤:(화내며)자꾸 년 년 하지마 박 여사!

엄마 목소리:(화)저년 저거 보게!


시윤, 가방 둘러메는 듯한 마임 하고 문을 여는 제스쳐

현관문 열리는 효과음, 닫히는 효과음


엄마 목소리:(멀리서)아주 저거 잘못 키웠어 저년 저거!

시윤:아아악!(스트레스 받는다는 듯 주저앉아서 귀막고 짜증)


잠깐 가만히


민영:(나지막히)음... 지극히 평범한 가정집인데?

영석:(고갤 끄덕이며)음, 그러게요.


시윤은 조증 환자처럼 다시 벌떡 일어선다.


시윤:(뒤돌아보며 역정을 내듯)아니, 뭐가 평범하다는 거에요! 나같은 사람이 어디있다고! 불쌍해! 가련해! 내 꿈을 지지받지 못해!


민영:(랩을 하듯 제스쳐 하며)요, 못해!

영석:(뒤따라 호응하듯)못해!


시윤:(더욱 짜증)따라하지 마세요! 나란 여자... 불쌍해!

민영:(래퍼를 따라하듯)쌍해!

영석:(뒤따라서)상해!


시윤:(짜증내며)뭐가 상해요! 상한 건 아저씨고! 난 아직 파릇파릇한 여고생인데!


영석:(랩하는 제스쳐 취하며)요, 자기 입으로 그딴 소리 하는 거 보면 분명 이상해~


시윤:(경기 일으키듯)아악!


민영:(고개를 절레 젓는다)애가 중증이긴 하네요

영석:(고갤 끄덕거리며)(시윤이 보라는듯 놀리듯)고등학생인거지? 너? 중2병 앓을 시기는 지난 거 같은데. 조금 늦게 겪는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시윤:(짜증)아악! 중2병은 아저씨나 앓으시고! 난 진짜로 위대한 아티스트가 될 거에요!

영석:(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리며)그래, 그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자꾸나.

민영:(마주보며 고개를 끄덕)


시윤:(짜증)(발작하듯)아악! 짜증나! 이 아저씨! 언니, 이런 사람이랑 놀지 마요!

민영:(벤치에서 거리를 조금 벌리며)으응, 나도 사실은 놀기 싫어. 이런 변태 모솔이랑은.

영석:(자기도 마주 벌리며)으응, 나도 회사를 파멸의 길로 이끄는 미친 mz사원이랑은 말섞기 싫어. 회사를 위해서 가급적이면 빨리 퇴사해주시죠.

민영:(이죽거리며)으응, 그러는 그쪽은 한국의 출산률 저하에 크게 기여하고 계시는데 부디 인구 저하에 보탬되지 마시고 어디 이민이라도 가시죠.

영석:(손으로 입 가리며)말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에요?

민영:(이죽거리며)영석 씨 정신상태가 더 심각한 거 같아요.


시윤:(뒤에서 성내며, 몸 크게 움직이면서)아, 뭔 상관이에요! 둘 다 진짜 이상해, 됐어요. 난 갈 거에요!


멀리서 목소리로(시윤 엄마):(멀리서 외치는 듯한 소리 녹음)(성난)김시윤-! 어디 있어-! 야이-! 시베리아 벌판에서 얼어죽을 호랑말코 같은 년아!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도 안 들어와서 엄마가 여기까지 나오게 해-! 거기 똑바로 있어-!


(쿵, 쿵, 거리는 BGM)(진격의 거인 BGM)


시윤:(갑자기 표정이 바뀌며)(놀란 느낌)(겁에 질린듯도)억, ···어, 엄마··· 지, 지금 갈거야, 가려고 했어-!


쿵, 쿵, 거리는 거인의 발자국 BGM. 시윤은 황급히 옷매무새를 갖추며, 자신이 무언가 떨어뜨린 게 없는지 바라보다가,


벤치에 앉아 있는 영석과 민영을 바라본다.


영석에게 다가가 갑자기 뺨을 때리는 시윤. 짝.


시윤:(그와중에 놀리며)헤헤, 꼬시다, 망할 아저씨, 난 갑니다-!


민영:(웃으며)그러게 애를 왜 놀리···


시윤이 민영의 뺨도 때린다. 짝.


시윤:(이죽이며)언니도 똑같거든요? 둘이 잘 먹고 잘 사세요-!


도망가는 시윤. 무대 바깥으로 빠져 나간다.


엄마 목소리(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워진):빨리 안 내려와 김시윤-! 올라간다 엄마가?!


시윤:(무대 밖으로 빠지며)아니, 간다고 지금-! 가고 있다고오오-!


시윤이 빠지고, 적막한 무대.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이 잠시 흐른다.


어린애한테 뺨을 맞았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한 두 사람.

세상을 잃어버린 것 같은 표정을 하다가 서로를 처다본다. 눈빛이 마주치고, 곧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서로 돌린다.


영석, 민영:(깊은 한숨)하아아아아아아아아···.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한숨)


가만히 있는 두 사람. 정적. 영석이 가만히 멀리를 바라보며 축 늘어진 채로 중얼거린다.


영석:(맥없이)그냥··· 다 싫다 이제···. 운석이라도 떨어져서 망해버렸으면 좋겠네.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어···.


속없는 소리를 길게, 뱉어냄. 민영이 뭐 그런 재수없는 소리를 해, 라고 따지려는 찰나


뒤에서 뉴스 로고가 뜨면서

속보 전하는 아나운서 톤으로

아나운서 목소리:긴급 속보입니다. 24년 모월, 모일 현재 밤 10시, 지구를 향해 미상의 거대한 물체가 우주에서 날아오고 있습니다. 아··· 운석, 운석이라고 하네요, 여러분. 지금이 지구의 마지막 때···


때···라는 소리에 맞춰서 영석이 벌떡 일어서며

영석:(화를 내며)뭔 개소리야! (벤치에 있던 민영의 가방을 냅다 집어서, 벽 쪽으로 던진다.) 퍽!


······.


민영,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영석을 바라보고, 벽을 따라 축 떨어진 자신의 가방을 바라본다.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다시금 번갈아서 바라본다. 화내기 직전의, 살짝 광기어린, 맹한 표정.


영석, 자기도 모르게 저지른 일에 당황. 입이 떨어지지 않고,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민영을 바라봄.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이 흘러나온다.


왈츠 BGM이 이전보다 조금 길게, 몇 소절 더 흘러나온다.


왈츠가 페이드 아웃되면서

자연스럽게 페이드 인 되는 안내 방송 소리(확성기 켜지는 듯한 튠이 가능하면 좋을듯, 그런 효과음 앞에 좀 들어가면서)

(공원 관리 아저씨 목소리):아, 아. 안내방송 드립니다. 낙산공원 당일 현 시간 부로 공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 아, 다시 안내방송 드립니다. 낙산 공원은 현재 시간부터 이후로 시설물 점검과 간단한 공사가 예정되어 있사오니, 공원을 이용중이신 시민 여러분들은 집으로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아, 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낙산 공원 현재 노후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새로 배치하는 관리팀의 공사가 있을 예정이오니, 공원을 이용중이신 시민 여러분들은 집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공원 이용 시간은 밤 10시까지······.


영석은 소리에 집중하면서, 잠깐, 어디선가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는듯 고개를 들려 듣고 있다가, 다시 흘끔, 민영을 바라본다.

민영은 저 멀리, 어딘가 확성기가 있는 듯 먼 곳에 정신이 팔린 상태였다.

영석은 1, 2초 정도. 잠시 눈치를 보다가,


확 튀어 나가듯이 무대 바깥으로 빠진다.


영석:(부리나케 달려나가며)(황급하게)미안하게 됐습니다, 민영 씨! 다음에 우연히 만나면 밥 쏠게요-!(뒷마디는 퇴장로에서 아예 나가서 사라지면서 목소리만)(or스피커로 목소리만 녹음해서 틀어줘도 될듯)


민영:(속았다는 듯, 벌떡 일어나며)아아아악! 저 미친 변태 모솔! 야! 김영석! 미친 인간아! 내 가방 물어내! 아아아아악!


민영, 발작하듯 화를 내며, 떨어진 자기 물건들을 서둘러 주워담고,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달려나가듯, 부리나케, 엉망진창의 스텝 밟으면서 힘겹게 급하게 나가면 됨.


모두가 퇴장로 쪽으로 빠지고,


아무도 없는 무대.


조명이 살짝 어두워지면서,


쿵짝짝, 쿵짝짝.

서글픈 왈츠 BGM만이 들린다.


뒤에 화면으로,


엔딩 크레딧 따위가 올라가면 좋을듯


‘낙산 공원의 밤’


제목 뜨고, 끝.



잠깐 소리 멎었다가,


조명 일반 조명으로 전체 켜지며


쿵짝짝, 쿵짝짝,


왈츠 BGM과 함께 배우들 들어오고,


무대 중앙에 서서 다 같이 깊이 고개, or 허리 숙여 인사.



*

kitera-dent-NPU1YdmnAvw-unsplash.jpg




다술에 있던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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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 공원의 밤_연극 대본#어딘가에서 연극을 할 글 23.12.30 10 0 93쪽
60 산#영화대본#이것도뭔가를찍으려고했었으나 23.12.15 12 0 13쪽
59 홀리샷#연극대본#어딘가에서 연기를 하려다 말았음 23.12.15 9 0 43쪽
58 누아르물# 23.09.07 20 0 14쪽
57 B와의 인터뷰(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적은 글) 23.08.28 15 0 31쪽
56 연개소문 컨셉#대사 위주#단편 23.07.03 23 0 11쪽
55 단편#대사#수군통제사 23.06.13 1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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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사실 바둑이란 종목에서 23.06.07 25 0 3쪽
49 빌 그런츠, 작가 23.05.17 24 0 18쪽
48 짧은 형사 묘사 23.05.14 26 0 14쪽
47 글1 23.04.17 24 0 6쪽
46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23.01.12 37 0 28쪽
45 그대를, 2022 23.01.05 44 0 5쪽
44 누군가에게 연기를 시키려#남자#시트콤 23.01.05 37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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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누군가 에게 연기를 시키려고#판타지#공녀#기사#비룡 22.11.23 4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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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발란은 숲에서 길을 잃었다. - 21.06.23. 21.06.23 57 0 26쪽
35 2:01 PM 21.06.22 4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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