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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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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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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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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형사刑事 이야기, 윤계식(2)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20년 전의 일이네······.”


낮고 침잠된. 뱃속 깊이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회한이 섞인 어두운 톤의 목소리였다. 낡고 늙은 사내는 이미 지쳤는 지도 모른다.


그는 지쳐서 그 일을 그만두었다.


오래도록 닳고 닳은 베테랑이었지만, 그럼에도 전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어떤 일은 그를 그 직업의 자리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었다.


“김연수.”


가명假名이었다. 어떤 연쇄 살인마는 최초에 세 명을 죽였다. 한 번에 죽인 것은 아니었고, 빠른 시일 내에 벌어진 연속적인 살인 사건이었다. 서울의 연수동에서 벌어진 세 건의 살인이 곧 한 명의 범행이라고 추리되었다. 이십여 년 전의 일. 당시에도 기초적인 프로파일링은 있었다.


범인의 특색은 뚜렷하다. 피해자의 시체에는 사인을 결정하는 상처들 외에는 크게 훼손되거나 변형되는 부분이 없었다.

미치광이같은 놈이었다.


살인자는 시체와 흔적을 감추게 마련이었는데, 그 자는 마치 그 죽음의 흔적을 전시라도 하듯이 범행 장소에 두고 사라졌다.


최초, 약 한달 여 간 일어났던 세 건의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김 씨였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확률은 많진 않았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 살인마의 가명은 ‘김연수’였다. 그것이 형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이었다.


놈은 신출귀몰하다. 세 건의 범행 이후에는 텀을 두 었다. 일 년, 다시 일 년. 그리고 세번 째 해에는 한 해 동안 일곱 건을 저질렀다.


극악무도한 살인마였다. 이미 그 정도가 되면 연쇄 살인마라는 범주에서도 조금 벗어난다. 그러니까, 이 좁은 남한 땅에서 그런 수준이 되면 이미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한 명의 손에 십 수 명이 손도 쓰지 못하고 살해당한다? 국가의 치안이 이미 흔들거리는 지점이다.


세번 째 해에 모든 언론이 그것을 다루었다. 그런 국민적 관심과 치안에 대한 의심은 곧 경찰력에 대한 의심과 증명으로 이어졌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그 위의 장관급 인사나 대통령까지도 분명하게 인식은 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나서서 진두지휘를 한 것은 각 조직의 장인 총장이나 청장이었다.


막대한 인력이 배정되어서 미친 살인귀를 잡기 위해서 수도부터 시작해서 남한 전역을 들쑤셨다.


범인의 흔적은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CCTV를 완벽하게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놈이라고 해도 그것을 다 무시할 수 없다. 남자, 사내. 모자를 눌러 쓴 모습. 중간 체격에 중간 키. 염색 없는 검은 머리. 문신이 없는 매끈한 팔꿈치 아래와 목. 좁은 턱.


그 정도가 살인마에 대한 단서의 전부였다.


살인마는 DNA를 남기지 않는다.


깨나, 힘이 센 녀석으로 알려져 있기는 했다. 생목숨을 시신으로 바꿀 때 놈은 흉기나 둔기를 사용했다. 오로지 제 힘만으로 사람에게 충격을 가해 그런 꼴을 만들어놓는 녀석이었으니. 운동 경력이 오래 되었거나 무술 계열의 기술을 익힌 인간일 수도 있었다.


세 번 째 해에 저질렀던 경악스러운 연쇄 살인 이후에는 한참이나 종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낡은 사내.


윤계식은 그를 십 년은 넘는 세월동안 쫓았다. 그가 형사로서 가장 혈기왕성한 시절에 보낸 십 년이었다. 삼십대 중반부터 사십대 중반이 될 때까지.


지금 그는 어느덧, 5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연식의 낡은 자동차였다.


회한은 사람을 고장나게 만든다.


사실 그의 운동 기능이 모조리 못 쓰게 된 것도 아닐텐데. 감정적인 찌꺼기들은 영 인간 구실을 못하도록 늘 방해했다. 잘 웃지도 울지도 않으며, 그저 침대나 소파 혹은 방의 구석에 베개를 뒤에 두고 앉아 무기질적으로 TV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의 삶에는 새로움이 진정 없었다.

새로움.


눈 앞에 있는 두 마리의 애송이들이 새로움이라면 새로움일 것이다.


낡은 이의 굳었던 혀가 움직여 정보를 토해냈다.


“김연수.”

“예. 김연수요.”


낡은 이가 토해낸 낡은 정보가 바로 통했다. 아직까지도 놈은 김연수였고, 그의 뒤를 따라 그의 뒤를 좇고 있는 두 어린 놈도 예전의 정보들 정도는 공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 김연수요, 하고 맞받아친 건 맞은 편에 앉은 맥주를 사온 놈이었다.


윤 계식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의 모든 행동은 느리다. 질릴 정도로 느렸다.


언제나 편두통을 닳고 사는 그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기능이 떨어진 늙은 형사는 자신의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 조금 움직이고, 그것을 곱씹은 뒤 다시 또 움직였다.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해서였다. 치매의 초기 증상을 겪는 노인들이 이럴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비식 웃음이 나왔다.


“뭘 웃으세요.”


맞은 편에 앉은 얌전하던 놈이 쿡 찌르듯 말을 뱉었다. 윤계식은 그런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장년의 행동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 느렸고 두 젊은이는 지나치게 혈기왕성하다.


“아냐. 그 새끼 일이라면 나도 손을 거들지.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군. 어디까지 알아봤나?”


길게 토한 말에 그 옆에 비스듬히 자리를 내어주고 앉은 채인, 얇상하고 키 큰 놈이 답했다.


“저희가 물어봤잖습니까.”

“나도 얘기는 알아야지. 최근에 두, 세 건이 의심된다는 것 까지는 나도 봤네. 비슷한 단서지. 종적을 잡을 수 없고, 목격자도 없다. 다만 비슷한 체격과 힘을 가진 사내가 저지른 것 같은 두 건의 살인 사건. 원한 관계도, 돈을 노린 것도 아닌 순수한 살의.

미친 싸이코패스 새끼들의 짓거리야.”


맞은 편에 앉은, 둥글하게 생기고 평범한 체격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습니다. 마법이라도 부리는 놈이 아닐까 싶어요.”


형사가 가장 하면 안되는 종류의 말이었다. 마법같은 건 없다. 그건 살인을 추리하는 이 자들이 누구보다 가장 잘 알게 되는 일이었다.

마법같은 건 없다.

그 뒷면을 까보면 지루하고 재미 없는 트릭이 있을 뿐이다.


사람의 편견을 이용한 트릭들.


키 큰 놈은 고개를 젓는다.


“미친 개새끼들이라는 건 공감합니다. 어쨌든, 수사 본부에서는 김연수 그 놈 짓이라고 거의 확정 짓고 있습니다. 단서가 없다는 게 역설적으로 단서거든요. 그 놈만한 솜씨를 지닌 놈이 여태껏 남한 역사상 없었습니다.

정말로 신출귀몰하고, 건국 이래 가장 쌍놈의 새끼죠.”


그 체격이나 외형 정도는 파악이 되었다. 검은 머리. 좁은 턱. 수염이 없고 매끈하다. 체모가 많은 편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먼 거리에서 찍힌 CCTV의 희박한 단서만이 ‘그’를 지칭하는 전부였다.


그만한 체격에서 생사람을 십 수명이나 제 손으로 베어 죽이고, 썰어 죽이려면 얼마만한 근육이나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전문적으로 인간 백정 노릇을 하기 위해 따로 트레이닝이라도 거쳤나?

어디, 만화나 영화 따위에서 나오는 킬러 조직의 정체가 이 즈음해서 드러나야 말이 될까. 그도 아니라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상에 심취한 싸이코패스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어느 산 속에서 수련이라도 하다가 뛰쳐나온 것일까.


죽은 이들은 전부 노약자가 아니었다.


여자도, 남성도 있었다. 중년도, 장년도 있었다. 노인과 아이는 역설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체구가 가녀린 여성도 있었고, 남자 중에서도 왜소한 이도 있었으나 반대로 멀쩡한 체격의 장정들도 있었다.


도리어 그들의 수가 많다. 그런 이들을 참살이나 타살로 모두 죽인 것이 김연수다. 총을 쓰지도 않았다. 차라리 화약 무기를 썼다면 일이 쉬웠을 것이다. 이 국가에서 총기라는 건 그래도 불가침의 영역 중 하나였다.

최근에는 마약 따위가 많이 나돌아다닌다고 하는데···. 그래도 휴전 중인 국가에서 총기는 터부시되는 무언가였다.


범행에 사용된 무구 또한 발견이 된 적이 없었다.


김연수의 다른 별명은 ‘매지션magician'이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없던 장소에서 갑자기 칼이나 지팡이 따위를 꺼내고 없애고 하는 공연가들. 그런 게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만의 특제 접이식 무구를 개발해서 들고 다닌다?


그럴 가능성은 있었다. 그런 발상을 하고 실천을 한다는 게 소름이 돋는 것 이상의 미친놈일 뿐이다. 누가 현대 사회에서 그따위 발상을 하는가.

콘크리트 정글을 홀로 야만의 사회로 바라보고 살아가는 괴물이었다.


인두겁을 쓴 짐승.


형사들은 모조리 그 짐승을 위한 사냥꾼이 되어야만 했다. 기필코,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낡은이의 눈빛 아래에는 시꺼먼 불길이 있었다.


그 불길은 증오와도 닮아 있었고, 집념이라 해도 좋았다. 불꽃의 연소를 위해 쓰이는 건 양심이나 정의감, 법치 국가의 정립을 위한 다양한 절차들이었다.

윤계식은 뛰어난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십 년 이상을 한 놈을 쫓았지.


별다른 성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약도 없는 대상을 계속해서 쫓은 건 소수 중의 소수였으며 개중에 가장 앞섰던 것이 그였다.


“이십 년이 지났네. 이제 와서 다시 그런 짓을 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


계식의 말에 둘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계식은 고개를 아래로 깔았다. 그의 눈빛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두 청년의 시선이 따라갔다. 계식은 제 몸통이나 팔다리를 훑는다. 그가 느리게 고개를 움직거리며 입을 열었다.

말의 속도는 그렇게, 생각보다 느린 편은 아니었다. 일단 말하기로 결정을 한 다음이라.


“보면 알지 않나? 나는 당시 서울 강남 경찰서에서 강력계로 근무하면서, 연수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맡았어. 거기서 김연수 그 놈이 범행을 저지를 때마다 옮겨가면서 뒤를 밟았지. 당시에 범인 한 둘 정도는 정면에서 때려잡던 내 몸뚱이가 이래 됐네.”


계식은 한 호흡 멈추고 말했다.


“이십 년이야. 내 나이가 54이고. 그럼 놈은? 당시에 그런 짓거리를 저지를 때 고작 20대였나? 나보다 연배가 높다고 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와. 엘리트 운동 선수라고 해도 지칠 무렵일텐데.


어떤 살인귀가 태어났길래, 그 젊은 나이에 그렇게 과감하게 인생을 버리나. 일반적인 상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 정신이든 육신이든 둘 중 하나는 괴물인 놈이야.”


‘······나는······ 소름이 돋았네.’


라고 계식은 그 말을 끝내고 작게 혼자서 중얼거렸다. 앞에 앉은 바른 인상의 청년은 그 말을 들었다. 비스듬하게 앉은 키 크고 마른 청년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듣지 못했고.


확실히 계식은 수사를 포기했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삶도 버린 듯이 살아가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빠져나간 군인은 더 이상 군인이 아니다. 노병은 사라질 뿐이라지만, 자신은 아직 ‘살아’있었다. 사라지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서 차마 죽지도 못하고 남아 있는 어딘가 턱 걸려있는 목 속의 생선 가시같은 것. 윤계식은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자조했다.


어쨌든 그런 잔념은 남아서 김연수의 소식을 귀신같이 파악했다. TV, 신문 따위에 그만한 정보가 들어오자 형사로서의 추리력이 발동을 해서 제대로 언론에 쓰여지지도 않은 사실들을 생각한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살인이 한 명의 범행이며 연쇄 살인마의 등장이라는 말은 아직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행각의 행태가 유사하다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고, 그 당시 집구석에서 소름이 돋는 팔을 혼자 쓰다듬으며 진정해야 했다.


말했듯 김연수는 싸이코였고, 괴물이었다.


어린 날에 연쇄 살인을 계획적이고 대담하게 저질러서 전국의 형사들을 개 취급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놈의 정신 상태는 비범 그 이상이었다.

어떤 싸이코도 그렇게까지 과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처박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날 때부터 지옥 구덩이로 들어갈 악마 새끼가 아니고서야.


인간이라는 건 행동의 원리가 있게 마련이었고, 아무리 악한 놈도 타고 나는 희노애락이 있는 법인데.


사연 없이 괴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바보 같고 사소한 것이라도,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나는 법이다. 무엇하나 겪지 않은 어린아이가 진정으로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할 클래식을 적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건 ‘경험’의 문제였다.


20살, 혹은 20세 초반에 그런 짓거리를 벌였다면 그 짓을 위한 준비를 그 이전에 했다는 말이었다. 10대의 소년이 무참하게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수사망을 돌파할 지식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한다?


사춘기 어린 아이의 망상 속에서나 있을 일을 실제로 저지른다기에 한국은 너무 평화로웠다. 위로는 북한이 있다지만. 그건 아직 실감되지 않는 위협이다. 어차피 핵이 터지면 모조리 죽는다. 그런 위험에 대해서는 일상 생활에 늘 염두에 두는 인간 따위 없다.


이 시대가 차라리 정말 전근대의, 야만인 부족들의 사회이며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 칼을 맞을 지 모르는 전란의 시대라면 차라리 말이 될 테인데.


한국 사회에 그런 인간이 태어났다는 걸 윤계식은 머리로 믿을 수가 없었다.


반면 다른 쪽으로 생각해,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인간이라고 한대도 비현실적인 부분이 더러 있었다.


김연수의 특징은 신출귀몰한 움직임이다. 한 가지 범행과 그 다음 범행 사이의 거리가 먼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번에 계식이 TV로 바라본 사건들도 두 건은 경기권 지방에서 일어났지만 마지막 한 건은 대전 근처에서 벌어졌다.

TV에서 다루어지는 살인이 실제 일어난 사건의 전부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저런 위험하고 또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대중에게 갈 정보를 통제하는 게 일상이었고 일부분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


그 정보에 대한 반응으로 살인귀를 자극할 수도 있었으니.


어쨌든, 공개된 것만 해도 수도권에서 지방까지 거리가 멀다. 경기권 내에서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서울 북부에서 하나, 광명시에서 하나. 다음이 대전이다.

텀이 짧다는 게 그의 행동 반경을 설명하는 정보였다.


연이어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시차는 고작 이틀이다.


어떤 살인귀도 이런 식으로 저지르지는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있었다. 치안력이 살아있고, 또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남한 도시 한복판에서 저 혼자 정글북을 찍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과는 생각의 궤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특징이었다.


살인을 하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저주에 걸린 마귀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건 치안과 공권력을 담당하는 모든 국민들에 대한 조롱이자 선전 포고이기도 했다.


광명시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3일 뒤에 대전에서 사람이 죽었다.


경찰은 별개의 사건으로 소개했으나 그럼에도 사람들의 소문이 뒤숭숭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따위에서 불길한 이야기나 가십거리들이 떠돌고 있을 테였다.


“목숨을 걸어도 그 정도로 움직이지 못하네. 동기가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고. 정말로 저주에라도 걸린 마귀 새끼라는 건지. 삼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어버리지. 대체 무슨 이유로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그렇게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르냐는 말이야.”


윤계식은 머릿속으로 복잡한 정보들을 정리하면서 열변을 토하듯 말했다.


“······.”


두 청년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계식은 사 온 싸구려 맥주로 목을 축였다. 입맛이 쓰다. 맥주는 다녀오는 그 사이 벌써 조금 미지근해져 있었다.

원래 잘 마시지도 않던 것을 은퇴 후에 홀짝이고 있을 뿐이었다. 차갑지 않다면 그다지 반길만한 물건도 아니다. 간신히 입 안을 마르지 않게 하고서 그가 말했다.


“난 놈을 본 적도 없어. 다만 질리도록 그것이 저지른 현장은 관찰을 했고, 또 머리를 굴렸지.

김연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놈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미치광이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갖고 움직이는 법이야.

사람은 결국 무질서함을 버티지 못하게 되어있으니까, 정신이.”


계식이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미치광이 싸이코라도 자기 보호적으로 군다는 말이지. 그들은 그래서 더 자신들만의 룰에 집착을 해. 상리에 벗어난 놈들을 잡기 위해서는 놈들의 생각대로 우리도 추리해야 하네.”


계식은 한 호흡을 골랐다.


“언론에서 말한 세 건이 전부일 지는 나는 모르네. 더 있을 수도 있겠지. 지금 그 놈의 나이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놈도 한계는 있을 거야.

늙은 나이에 홍길동처럼 굴며 제 손으로 사람을 잡아 죽이는 몸뚱이가 괴물 새끼이던가,

어린 나이에 동기도 짐작할 수 없게 미쳐버린 정신이 괴물인 새끼이던가, 둘 중 하나일텐데.

아무튼 놈은 일단 나타났으면 멈추지 않을 거네.”


마른 청년이 눈을 조금 크게 뜨며 계식에게 집중했다.


“멈추지 않는다는 말씀은···.”

“당시에 쫓던 인간들은 대충 알겠지. 아니면 나만 아는 걸 수도 있네만. 놈은 자신의 유명세를 즐기고 있어. 더 기쁘다는 듯이 저지르지. 그리고 본인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게임을 하는 거네. 육신의 한계이든, 전략의 한계이든.

얼마나 걸리지 않고 이 짓거리를 계속 할 수 있나. 자기가 얼마나 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이목을 모을 수 있나.

놈의 한계는 아직인 것 같네. 당시에 내가 느꼈던······


김연수의 한계는 훨씬 월등했네. 그 놈이 당시의 기량의 반이라도 유지하고 있다면 여기서 멈추지는 않겠지. 그래서 묻는 거네.

놈에 대해서 얼마나들 알고 있나? 놈이 저지른 사건이 지금 언론에 나온 세 건이 정말 전부인가?”


계식의 말에, 말 없이 듣고만 있던 맞은 편의 평범한 청년이 입을 달싹이다가 입술을 벌렸고, 이야기가 새어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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