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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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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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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2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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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가느다란 손가락은 뭔가를 결심한 듯 열심히 문자를 또박또박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휘우웅. 그 때 거친 칼바람은 창문틀을 때려대고 있었다.


창밖은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방의 내부에도 무겁고 찬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묵직히 자리잡은 공기를 서서히 데우는 벽난로가 붉게 달아오른 방. 타닥, 타닥하고 장작불이 튀기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방. 난롯불의 타오르는 붉은빛과 고급스런 촛대 끝의 불빛만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고요한 가운데, 잠시 후 가는 손가락의 주인이 문장의 마침표를 찍었다.

말 한마디 없이 내리깐 눈으로 편지지에 글을 쓰던 청년은 복잡한 심정으로 자신이 쓴 글을 바라보았다.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요란스러웠다. 하지만 실내의 온전함을 헤치진 못했다. 입을 닫고 숨소리조차 자제하는 청년의 기분에 동조하듯 안온한 실내의 분위기.

그, 펜을 든 청년이 적은 것은 한 줄 남짓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문장이 가지는 의미가 결코 얕은 것은 아니었다. 그건 이 푸른 머리 청년이 수백번은 훌쩍 넘기는 수만큼의 고민을 한 후에야 적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유르타 카이사르(본인)은, 고인에 대한 깊은 사죄의 의미로 평생의 시간을 그 유가족들에게 바친다.」


별다른 형식도 갖추지 못한 것이었지만 그건 일종의 각서였다. 일생을 열의와 각오와는 멀리 지낸 젊은이가 최초가 아닐까 싶은 용기를 낸 말이다.

물론 어영부영 살아온 그 청년이 감당하기엔 버겁고, 무책임하기까지 해 보이는 맹세였지만 편지지를 곱게 접는 그는 이후에 후회를 할 것 같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해야 할 일이어서 행동에 옮겼을 뿐이었다. 당연히― 행동에 옮기기까지는, 그리고 이걸 우체통에 넣기 까지도 많은 망설임이 있었고 있을 테지만 결국 그는 해야만 옳다는 결론에 닿았다.


"···." 끼이익.


그는 푹신한 의자에 더욱 기대며 짧은 상념에 빠졌다. 복잡한 표정으로 눈은 허공을 응시하는 채였다.

확실히 이유없이 이러는 건 아니었다. 그 날의 사건은 분명 사고였었고, 의외로 목격자도 없었으며 증거조차 내리던 눈에 파묻혔었다. 자신만 가만히 있으면 지나갈 일일텐데―― 굳이 청년이 제 입을 열어 죄를 고하려 하는 건.


'항상 중요한 건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이란다.'


살아계실 적의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신 탓일지도 몰랐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을 테지만 그때도 분명 네가 해야 할 일은 있을 거다. 그럼 솔직하게, 하면 될 뿐이야.'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 때, 아마 어릴 적의 그가 스테이크를 썰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쓸 때, 아버지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었다. 정말로 뜬금없는 말이어서 그는 금방 썰린 고기 조각에 환호하며 넘어가버린 충고였지만, 간신히 잊진 않고 있었다.

아이였을 때의 그도, 아들에게 책임을 회피하는 법같은 건 알려주지 않겠다는 생각만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을지도. 새삼 아버지의 충고를 생각하자면 그에 비해 부끄럽기만 한 인생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작금의 상황은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길 수 없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청년은 아버지의 말을 한 번 더 곱씹어보곤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끼이익···. 눌려있던 의자가 소음을 냈다. 그는 일어서며 곱게 접은 종이를 편지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봉투를 닫고,


꾹――


밀랍 봉인을 찍는다.


***


테르디Terdey.


차체에 장비한 원동기를 동력원으로 하여 노상·산야 등에서 주행하며,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거나 각종 작업을 하는 기계이다.

간단히 자동차이고, 테르디란 가장 흔히 사용되는 차종의 브랜드 명이다. 마차를 닮은 외형에 사람의 전력질주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대지를 굴러다니는 이 신기한 물건은 기본적으로 사용법이 간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리 없이 운전하고 다니지만(더럽게 비싸긴 하지만)그래도 사람에게 들이 박으면 절명 시키기엔 충분한 위력을 가진 쇳덩어리이다. 덕분에 가끔 교통사고도 일어나기는 한다.


헌데 그런 교통사고가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취기에 올라 겨울의 밤길을 달리던 어떤 청년은 말이다.


부으으으응.


가벼운 엔진 소리의 테르디 한 대가 도로에서 여유로이 질주하고 있었다. 겨울 밤의 그 거리는 한산해서 사람의 흔적도 잘 찾아볼 수 없었고, 더군다나 몇 잔의 술에 약간의 취기가 도는 상태였던 청년은 완전히 긴장을 푼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었다.


"······하아아."


운전대를 잡은 청년이 작게 술기운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볼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반쯤 풀려서 정신이 몽롱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적막한 고요 속에서 주행하는 운전석의 유리창 너머로 번져 보이는 가로등이 있었다. 주황색으로 빛나는 여러 개의 불빛들이 약간 어지럽게도 보인다. 어쩌면 불빛이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정신이 문제일지 모른다. 아마 분명 그럴 것이다.

청년은 착잡한 상태로 살아온 지 아주 오래 되었고, 그래서 이런 몹쓸 짓을 벌였는지도 모른다. 시내에서 테르디를 운전하면서 음주를 하는 것은 규칙상 불법이었다. 테르디 자체가 그렇게까지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또한 아직 미개한 부분이 있는 사회법 구조상에서 정신을 잃지 않게 할 정도의 약소한 알코올은 처벌 대상까진 아니었으나.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 인명이나 재산 상의 피해를 나게 한다면 분명 큰 문제였다. 또한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감각이 완전히 흐려질 정도의 음주라면 주행만으로도 처벌을 받게 된다. 어디까지나, 테르디라는 물건이 개발되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은, 미개한 사회의 순간의 국면이었다.


흰 꽃송이처럼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함박눈의 흔적들은 청년의 시야를 더욱 제한시켰고, 청년은 자신의 몸이 평소와 같지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끼이이이이.


쾅. 하는 연속된 소음이 들리기까지 청년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는 실감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가 머리나 얼굴로부터 핏기가 빠지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이성이 돌아온 것은 소음과 충격이 몸에 느껴지고 나서, 잠깐의 순간이 지나간 다음이었다.


“헉.”


이라고 할만한 소리였다. 청년은 자신의 숨이 멎는 것처럼, 급히 호흡을 들이키며 눈을 크게 떴다. 창백한 얼굴과 손가락의 끝이 가늘게 떨린다. 청년은 고풍스러운 느낌의 차체의 내부에서 문을 벌컥 열었다.


한기가 밀려 들어왔지만 추위에 힘겨울 겨를이 없었다. 내부는 쇳더미의 프레임으로 제작되었지만 그 외장은 고급스러운 원목을 잘 깎아서 만든 자동차였고, 검고 은은한 갈색과 금빛으로 장식이 되어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앞부분이 약간의 파손이 있었고.


정확한 상황은 이러하다. 청년이 탄 테르디는 무언가를 쳤다. 그리고 그것은 얼마간 더 그대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주행을 했고, 급격하게 멈추었다. 눈이 한없이 내리고 있는 도로 위에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의 바퀴 자국이 남았다.


청년은 차가 멀어진 방향과 반대로, 무언가 충격을 받아 날아간 흔적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들어 보기 어려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한 사내의 싸늘한 모습이었다.


청년은 눈에 담고 싶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취기가 가시며 정황이 들어왔다. 어두운 겨울 밤, 인적이 없는 도시 외곽의 도로.


청년보다 한참은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였다. 두텁고 낡은 외투를 입고 있었고, 검은 계통의 옷을 입고 도로의 끄트머리에서 천천히 걷고 있던 모양이다. 순간 청년은 밤, 눈, 그리고 그 스스로의 흐린 시야로 인해 감각이 제한되었고 다가오는 사내를 보지 못했다. 조금쯤 방향을 틀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것이 상리인데, 그대로 사내를 친 모양이다.


청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사내는 그대로 날아가 도로의 한 구석에 쌓여 있는 눈더미에 쓰러져 있다. 손에는 무엇인가 봉지 따위를 들고 있다. 식료 따위의 시장 볼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검은 머리칼. 고급스러운 외투와 차림새로 온 몸을 꽁꼼 감싸고 있는 청년은 이성적으로 더 이상 판단할 수 없었고 곧 최악의 선택을 했다.


그는 그대로 자동차에 탔고, 사내를 모른 채 하고서 테르디의 주행 기관의 시동을 켰다. 곧바로 테르디가 움직였고, 자동차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거리를 따라 나섰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라 더욱 사람이 없는지도 모른다. 남겨진 사내의 싸늘한 몸 위로 눈이 덮였다. 그 위에 온통 덮여서, 한 무더기가 되고 곧 도로에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될 때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겨우내 연속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도시의 역사상 기록적인 폭설이 계속해서 내렸고, 그 겨울의 끄트머리가 될 때까지 그것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도시의 정비를 위해서 바쁘게 움직였고, 모두가 경황도 겨를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한 청년은 온갖 두려움과 감정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청년, 유르타 카이사르.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외곽 언덕에 멋들어진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남자. 그는 젊은 나이였지만, 집을 갖고 있었고 부유했다. 그리고 또 혼자였다.


부모님을 여의고, 그를 돌봐줄 친척마저 우연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젊은 나이에 모든 재산을 상속받아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그의 기구한 처지와 사연을 아는 이들이 깨나 있었다.

청년, 유르타는 스스로 알지 못했지만 그가 상대를 알지 못함에도 유르타의 이야기를 아는 이들은 도시에 여러 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유르타가 모르는 아버지나 그의 가문의 인연들이기도 하다.


언덕 위의 저택. 시내와는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어딘가 외롭게마저 보이는 그 집 안에서 홀로 살아가는 청년은 깊은 밤을 보냈다. 추위가 깊어지고, 해가 일찍 떨어지며 긴 어둠 가운데 도시가 잠겨 있는 동안. 그는 누구보다도 외로운 밤을 지냈는지 모른다. 그건 고통이었다.


죄의식이라는 고통과 쇠사슬이 그의 목을 조여왔다. 그 날의 일이 지나가고 나서, 유르타의 뇌리에 남은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는 않았다. 술이 한 번 깨고 아침의 해가 세상에 빛을 뿌리고, 그럴 때에 남은 술기운이 사라진 것과 함께 지난 밤의 모든 일들이 꿈처럼 기억되기도 했다.


흐린 감각 속에서 며칠 간은 살아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의 심장이 다시 한 번 멈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어떤 것을 보고난 뒤였다.


-실종자 찾음. 벨런 시市 외곽에서 인적이 사라진 50대 남성. 낡고 오래된 카키색 외투에 검은 바지. 수염이 나고 각진 얼굴과 짧은 머리칼을 한 사내. 170cm 정도의 키에 두터운 체격, 갈색 눈동자. “아버지를 찾아주세요.”


흔히 받아서 보고는 하는 신문의 아랫단에 짧막하게 적혀 있는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시에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는 편은 아니었고, 간혹 이렇게 남겨진 이들의 호소가 적혀 올라오기도 한다. 이 실종자에 대한 뉴스는 유달리 애닳픈 구석이 있었는지, 홀로 남아서 아이들을 돌보던 가장에 대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서 보호를 받으며 커오던 장녀와, 그보다 훨씬 어린 딸과, 막내 남자 동생의 초상화까지 붙어서 말이다.


“아버지를 찾아주세요.”


라는 큰 따옴표 안에 들어간 문장에 유르타는 자신의 귓전에서 누군가가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순간 시야가 잠깐 새하얗게 번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부족함이 없는 사내였다. 달리 말하면, 이 세상에서 온전함이란 사실 찾기 어려운 것이기에 누구보다도 큰 부족함을 숨기고 있는 사내이기도 했다. 아무도 그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처지. 그저 남아있는 유산과, 끝없는 남은 긴 평생이 그에게 있을 뿐이었다.

깊은 고독함과 함께 대비되는 부요함 속에서 살아오던 그는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이 모조리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찌할 줄을 몰랐다.


겨울이 지나도록, 그는 자수하지 않았다. 흐린 기억 속에 분명하게 남아 있는 사실들이 있었지만 집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혹은 않았던.


실종자에 대한 사건은 어린 아이들의 간절한 호소와 맞물려서 조금 더 신문에 뉴스로 나왔고, 다른 이들이 웅성거리는 거리의 소문이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환상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깊은 밤 내내, 며칠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거리의 모든 것들이 다 뒤덮이고 말았다. 그 안에서 외곽에서 벌어진 목격자가 없는 사건의 흔적조차 완전히 지워져 버렸고, 아이들의 홀로 남아 있던 가장의 모습이 발견된 것은 눈이 녹은 다음이었다.


도시의 수사 기관과, 재판 기관은 한 명의 가장이 사라진 이 사건에 대해서, 폭설이 내리던 밤 개인의 체력적 문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보았다. 앞이 잘 보이지도 않던 겨울날 밤. 가로등조차 제대로 비추지 못하던 거리의 골목 한 부분에서 누군가가 발을 헛디뎠든, 어떻게든 우연히 쓰러지고 그 위를 눈이 덮어 동사를 했다는 결론이었다.


수사대원들이 밝혀낸 사인은 동사凍死다.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지만 가해자는 없었다. 죄도, 죄인도.


그러나 그 사실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이 되어서 유르타의 심장 한구석을 살 대신 파고들어 자리했다.

눈으로 드러나는 사실 너머의 진실이란 그토록 무서운 법이었다.


***


“엉엉엉.”


하고, 소리를 내서 우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그토록이나 크고 깊은 한숨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온다. 복식으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창자의 가운데가 이렇게 계속하다간 끊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싶은 정도의 울음이었다.


소녀가 울고 있었다.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슬픔뿐만이 아닌 이유였다. 현재적으로 닥쳐 온 슬픔 역시 큰 문제였지만, 앞으로의 일을 바라보았을 때가 더욱 큰 문제였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아이들의 눈망울로부터 시작된다. 한 명은 아직 12살, 짜리의 어린 소녀. 그리고 막내는 그보다도 어린 8살짜리 사내 아이다. 제대로 된 상식도 아직 머리에 다 들어차지 않은 나잇대의 아이들. 아이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것조차 조금 설명이 필요한 일이거니와.


자신에게 닥친 슬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건, 때로 장녀의 슬픔이기도 했다. 그 역시도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면서 맏이로서의 책임감이 슬픔 이후의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메니 아들렌Meny adllen은 엉엉 울면서도 한켠으로 이성을 부여잡는다. 17살의 어린 나이. 아직 성인식을 치르기 전이었다. 내년이면 성인이라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밝은 갈색으로 일부러 물을 들인 듯한 아름다운 머리칼을 날개뼈까지 늘어뜨린 여성이었다. 메니는. 약간은 수더분해 보이는, 두터운 재질의 겨울 원피스를 입었다. 그녀의 머리칼과도 어우러지는 색의 주황빛과 갈색이 섞인 옷.

자리에 쪼그린 채 그녀는 어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다 쏟아내고 정신을 차리겠다는 듯, 쉬지 않고 울어댔다.


그런 메니를 옆에서 바라보는 작은 소녀와 사내아이. 차례로 ‘엘리Ellie'와 ’휘들턴Whidlton' 아들렌이었다. 둘 모두 귀여운 구석이 아주 많은 어린이들이었고,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채 어떤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언니와 누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엘리는 아주 영리한 아이였으므로, 일부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자신마저 소리를 내면 휘들턴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울 것이다.


어느 관사 앞이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어느덧 겨울이 가시고, 봄이 오고 난 다음의 날. 지난 겨울 끝의 내렸던 기록적인 폭설은 도시민들이 일반적인 활동을 하는 것조차 멈추게 만들었다. 도시 행정이 어떻게 간신히 돌아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마비 상태였고, 눈과 함께 불어댔던 바람은 눈보라를 연상시켰다.

도시의 행정관이 배분한 구난 물자들을 간신히 받아 사람들은 겨울의 마지막이 어서 지나가기를 집 안에서 기다렸다.


그리고서, 애타게 기다렸던 그들의 가장의 행방이 기어코 드러난 것이 오늘이었다. 그 전까지도 치안관과 치안대원들은 메니에게 부정적인 소식들을 전해오기는 했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둔 채 결론을 마지막까지 끈 것이다. 메니는 자신들의 아버지가 지난 겨울 길거리에서 홀로 발이라도 헛디딘 것인지, 눈더미 속에서 동사된 채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지나친 충격이었다. 남겨진 아이들이 듣기에는 말이다. 아버지가 남겨둔 재산과 생활품, 가정에 남은 식료조차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다. 메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과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을 당장 돌봐야 한다는 막막한 현실에 암담함을 느꼈다.


“언니······.”


엘리는 작게 입을 열며 메니의 곁에 섰다. 메니보다 한참은 작은 녀석은 쪼그려 앉은 언니의 몸에 손을 대며 어색한 위로를 해보려 노력했다.

메니의 울음이 그친 것은 그러고서,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난 뒤였다. 이 다음에 그녀는 울 틈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몰랐다.


***


“어쩌지.”


라고, 메니는 말했다. 봄이 시작되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참이었다. 치안대의 관사에서 실종 의뢰의 결말을 듣고서 2주가 지난 때였다. 메니가 어쩌지, 라고 말한 건 다른 일이 아니었다.

지극히 무기질적인 현실적으로, 집안의 식료가 다 떨어져 가는 참이었다.


갑작스레 가장이 된 메니가 그간의 시간 동안 생계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러 군데의 문을 두드리고 또 길을 찾아보았지만, 하나같이 그녀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아무런 경험도 없는 그저 철부지. 메니는 여태까지 별다른 경험도 하지 못하고 자라온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가사 정도였고, 그런 생활 전반의 일을 돈을 주고 시킬만큼 여유가 넘치는 곳은 이 도시에 그리 많지 않았다.


굳이, 찾아보자면··· 도시의 외곽 언덕 위에 있는 저택 정도일까. 그 외에는 관사와 관청 따위에서 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곳은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아이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모두 기준을 통과한 연차가 오랜 종사자들을 뽑아 가고는 했지. 거기다가 그런 관공서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때는 정해져 있어서 당장 그녀가 지원해볼 만한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는 부지런히, 매일 집으로 배달이 오는 신문의 기사들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도시의 여러가지 소식을 전달해주고는 하는 이 신문에는 구인공고 따위도 올라오곤 한다. 없는 때도 있지만, 있을 때도 있었다. 개중에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걱정이 되기 시작한 날부터 매일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문의 한켠에 적힌 제대로 된 구인공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지원 가능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되었다는 뜻이었다. 겨우내 쓰지 않은 방이나 창고 따위에 쌓인 먼지들을 치우는 것 같은 일이었다. 그럴 의지만 있다면, 성인이든 아니든 상관 없고 가사에 능하다면 모두가 일할 수 있었다. 복잡한 자격증이나 면접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바로 일할 수 있는 누군가. 돈이 필요한 누군가에, 이 도시에서 오래 거주한 시민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개인적으로 가사 노동자를 여럿이나 구할만한 곳은 ‘카이사르’ 가의 저택뿐이었다.


메니는 작은 단층 주택의 부엌에서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그대로 구인공고란을 조심스레 가위로 스크랩해서 챙겼다. 지원 날짜는 당장 오늘부터였다. ‘바로 일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누군가’. 그야말로 그녀 자신이었다.

방 안에서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작은 막내 동생과, 소학교에 가서 부지런히 역사와 상식들을 배우고 있을 여동생의 얼굴을 생각하며 그녀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서둘러 외투를 챙기는 것은 다음 일이었다.


***


“안, 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맞닥뜨린 건 예상 외의 부정이었다,


라는 문장은 가슴 아프게도 사실이었다. 메니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구인공고에 아무런 조건이 없었던 것은, 단순하게 공고를 낸 고용주의 게으름 때문이었다. 적어도 힘이 좋은 남성이거나, 여성이라면 가사 노동에 일가견이 있는 20대 중반 이상의 나이일 것··· 이 사실은 사내가 바라고 있던 숨은 조건이었다.

사내란,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단정한 실내용 양복을 입고 있는 젊은 청년을 말했다. 그는 곧 외곽 언덕의 저택에 살고 있는 주인이었고, 유산을 상속받은 자산가였으며 다소 사교성이 없는 남자였다. ‘유르타 카이사르Eurta kaisar’라는 이름의.


젊은 청년, 이제 갓 20대 초반을 넘어섰을까 싶은 사내는 흰 피부에 사교성 없는 무딘 표정을 하고서 어색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저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사용인들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그가 처리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집안의 가사는 그의 서투른 손으로 다루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매번 사용인을 부리기에는 어딘지 돈이 새는 느낌이었고, 이따금씩 처치가 곤란할 정도로 저택의 청소가 쌓일 때나 공고를 내는 편이었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나, 혹은 그가 집안의 업무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면.


그런 부정기적인 사용인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드넓은 저택에 혼자 있는 편이었고, 다른 사람을 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아직 성인식도 치루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어떻게 대해주어야 할 지도 모르는, 신경이 쓰이는 사용인이라면 차라리 고용하지 않는 것이 나으리라.

신경을 끄기 위해서 대체로 돈을 사용하는 것이었으니.


“그런···.”


메니는 세상이 무너진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속내가 다 드러나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히 낯빛이 어두워졌고, 유달리 그늘져 보이는 모습에 유르타는 눈길이 가기는 했다. 그것이 고용에 대한 의지를 바꾸지는 못했으나.


“어··· 그러니까. 이름이 뭐라고요?”


어쨌든. 눈앞에서 갈피를 잃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녀를 돌려보내는 것도 일이었다. 원활한 축객령을 위해 그가 이름을 물었고, 메니의 도톰한 입술이 움직여 이름을 발음했다.


“메니, 아들렌. 메니 아들렌이요.”


목이 건조한 듯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가 가다듬으며 온전하게 말한 이름은 유르타의 귓전을 날카롭게 지나갔다. 유르타는 순간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소녀가 그것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유르타 자신은 스스로가 당황하며 표정이 굳어졌다고 느꼈다.

애초에 평소에도 표정 변화가 적고 무감각한 인간처럼 보이는 그였기에, 그리고 소녀 역시 경황이 없었기에 느끼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아들렌 양···.”


유르타는 내면적인 당황을 전혀 동요로 드러내지 않고 침착하게 이름을 말했다. 아들렌. 그가 잘 아는 성이었다. 무척이나. 최근 들어 더욱 잘 아는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그가 죽인 어떤 사내의 이름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주세요’라는 신문 기사의 내용에 들어가 있는 이름들이기도 했다.


긴 겨울 밤들이 지나는 동안. 유르타는 자수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심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보다 더욱 강하게 할퀴었다. 그 때는 그저 닥쳐온 세상의 시련이나 슬픔에 견디어낼 뿐이었다. 쥐어짜이는 듯한 고통 속에서 울음을 토해냈다면, 지금 것은 표현할 수조차 없는 어려움이었다.

그것이 정당하지 않기에. 도리어, 차라리. 고통이 그에게 더 정당했기에 그는 지독한 살의를 느꼈다. 그 스스로에 대한 살의였다. 지나친 죄의식이라는 것은 그렇게 작용하는 법이다.

그가 믿고 있는 신의 교리에 따라, 자살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 자체로 살인이나 다를 바가 없었끼에. 그러나 그렇다면. 그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나간 일은 희미하다. 술에 취했던 그 당시의 감각들은 날이 지나자 흐릿해졌고, 몇 가지 사실과 장면들만이 남았다. 이후로 듣게 되는 여러가지 도시의 뉴스 정보들을 통해서 그의 명민한 머리가 가볍게 연관 관계를 추리했고, 벨런 시에 있는 한 기구한 가정의 사연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아무도 죄를 묻지 않고. 그 스스로만 알고 있는 행적. 그것만이라면 눈을 질끈 감고 유르타 자신이 얼마나 양심적이던, 한번 더 악행을 자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양심의 찔림에 그냥 눈을 감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벌인 일로 인해서, 누군가의 삶이 크게 달라졌고 그것들이 계속 그의 눈앞에서 나타나게 된다면.

유르타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혹은 무표정하게 내일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에 사법적인 죄는 없었으나 유르타라는 개인의 내일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유르타가, 유달리 양심적인 인간이어서는 아니었다. 어떤 무뢰배도, 어떤 파렴치한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명백한 죄를 그냥 덮고 앞으로 나아갈 때.


그들의 영혼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겉껍데기로 미소를 짓고 내일을 바라보는 척하더라도. 그 눈빛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총기는 이미 빛을 잃어버리고. 진실된 기쁨이란 세상에서 가장 실체가 없는 환상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유르타는, 그런 괴로움마저 속일 정도로 누군가의 이목을 신경써야 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단순하고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고통에 괴로워할 뿐인. 그냥 그런 이였다.

누구나, 처맞으면 아프다.

그것이 심장이거나, 비유적인 의미로 심장이라 하더라도 그러하다. 누구나, 처맞으면 아픈 법이다. 그리고 메니의 어두운 표정으로 상상력이 좋은 유르타는 여러가지 사연의 디테일을 더했다.


이 아이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홀로 남은 가장이 된, 성인식 이전의 어린 여자 아이. 이 도시에서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유르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굳게 다물었던 입매나 정색했던 표정과는 상관없이 말이 툭하고 먼저 튀어나왔다.


“됩니다.”

“예?”


메니가 고개를 들어 유르타를 처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다. 메니는 자신이 잘못들었는가 했지만,


“됩니다. 고용하죠. 메니 아들렌 양. 다시 생각해보니 일을 하는 데 성인식의 유무가 필요한 것 같지는 않군요. 그럴 의지가 있다면, 그 팔목으로도 저택을 청소하는 일은 가능할 겁니다. 다소 버거울 수는 있어도.”

“어······.”


그게 과연 된다는 말인가? 어려우니 알아서 돌아가라는 말인가? 라고 메니의 표정이 복잡해질 때 즈음 유르타가 다시 덧붙였다.


“저는 어쨌든 당장 일 할 사람이 필요한 겁니다. 간단하게 계약서를 작성하죠. 여기서 기다리시고, 잠시 앉아 계세요. 내일 모레부터 바로 나오시면 됩니다.”


그들은 저택의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나오는 메인 홀에 선 채였다. 거대한 카펫으로 장식된 홀의 안쪽에는 양옆으로 나누어지는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통한다. 홀의 구석에는 간단한 현관 응대를 위핸 소파가 있었다.

메니가 그것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유르타가 서둘러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재에 다양한 서류 양식들이 있을 것이었다.


***




다술에 있던 백업


작가의말

고딩떄 썼던 것

프롤로그만 있던걸

마저 써서...

일단 중단편으로나마 짧막하게 끝을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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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23.01.12 38 0 28쪽
45 그대를, 2022 23.01.05 44 0 5쪽
44 누군가에게 연기를 시키려#남자#시트콤 23.01.05 37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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