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아직 안 정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102
추천수 :
3
글자수 :
324,022

작성
23.07.03 12:29
조회
23
추천
0
글자
11쪽

연개소문 컨셉#대사 위주#단편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놈은 들어라.”


묵직한 울림이 좌중에게 퍼져나갔다.


성벽에 걸터앉은 장군이다. 그는 위용이 넘쳤다. 날아올 화살이 두렵지도 않은지, 떳떳하게 있는 모습이 흔들림이 없다. 눈빛도, 목소리도. 그는 결의에 찬 인간이었다, 이미. 죽기로 했기에 떨 것이 없다.


보통 앞서서 전언을 토해내는 어리석은 선전꾼이 있다면 화살을 멀리 쏘아서 대가리를 꿰어버리는 것이 고대의 전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두 개의 대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다. 한 쪽은 성벽 내측에서 망루와 성벽 복도에 올라 수성전을 펼치고, 한 쪽은 성벽 바깥 산야와 평지에 넓게 포진해서 내성군을 위협하고 있었다.


성을 지키는 자들은 국내의 성을 지키는 이들이고, 바깥의 놈들은 반도를 침략하러 온 대국의 정병들이었다. 반도 침략의 초석이 될만한 자리에서, 국경 부근의 성을 지키기로 한 어느 대장군은 입을 열었다.


그의 성대 떨림이 멀리 있는 평야까지 울렸다. 말이 안 되지만, 그는 그렇게 토해냈다.


성벽에 기대어 걸터 앉아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중년의 사내, 대장군은 화려한 갑주를 입고 있었다. 그가 무심하게 공성군을 내리깔아 본다.

성벽의 울퉁불퉁한 부분 중 아래로 내려가는 부분, 화살을 쏘아내는 구멍에 앉은 그였고 그의 옆으로는 부하 장수들과 병사들이 거대한 방패를 들고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다.


외국의 침략군은 아직 움직임이 없다.

대장군의 목소리 울림이 평야로 퍼져나갔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망아지같은 새끼들아. 너희 수황제皇帝(본토를 침략한 대국, ‘수’의 황제)가 시켜서 쭐레쭐레 튀어왔겠지. 너희의 무덤이 될 지도 모르고.

너희가 이 나라는 이 연 가家가 지키는 줄 몰랐더냐!

본토로 들어가기 전에 이 길목, 이 성을 지나는 놈이 없을 것이다!

지나가고 싶으면, 본국에 항복하고 개처럼 기어 가거라.

그도 아니면 목을 내놓고, 핏물이 되어 건너라!

화살받이가 되고 싶은 놈이 있으면, 먼저 나서라!

물에 수장당해 죽고 싶은 새끼가 있다면, 멍청하게 그 무리에 섞여 침략을 계속하라!

철퇴에 대가리가 날아가고 싶다면, 가장 용맹하게 싸워라! 자국의 무사들이 특제의 강철기(강철로 만든 병기)로 그 머릿속에 든 것을 꺼내보여주마!


이 대군을 진격시키고 있는 정신나간 환장할 새끼가 누구냐!

편지를 보낸 그 아래에 적혀 있더구나, 팽 가家 놈아!

임금의 명령을 받고 왔겠지만, 우리나라 임금께서 내리신 명령은 듣지 못했나보다, 미련한 새끼야. 폐하께서 네 놈의 이목구비를 전부 갈라 따로 묻어주라고 하셨다. 죽을 때조차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이 성벽 아래로 다가왔을 때가 네 목숨의 끝날 순간이며, 너는 출병시킨 군대를 지휘한 그 혀로 인해 죽게 될 것이다!


보낸 편지에 일자무식에 못 배운 놈이 애써 시를 흉내내느라 고생 많았다!

그것이 네 유작이 될 것이다!

볼품없는 졸작을 마지막으로 시인생을 마감한다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구나!”


그 즈음해서, 길다랗고 또 높은 성벽의 꼭대기, 복도를 매운 수비병들이 웃어댔다. 누구 하나 말 하지 않는 청명한 하늘 아래, 평야 위, 군인들의 사이로 대장군 연 모某의 말소리만 쩌렁쩌렁 울렸다.


적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먼저 나서거나, 화살을 꺼내들어 준비하는 자가 보이지 않았다. 대장군의 곁에 보필하는 방패병들도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들어라, 팽 가 놈아!그리고 그 말에 따르는 불쌍하고도 가련한 개종자들아!

번역관들은 서둘러 네놈들의 장수에게 말을 전해라!

곧이 전하지 않으면 네 놈들의 목을 필히 거두어들여 용서치 않으리라!


대국이 변방의 경계를 침략하다니, 그 탐욕스러움이 하늘에 닿는구나!

이 땅은 오래도록 살아온 이 민족의 경계다!

죽기 전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죽어서도 네놈들을 막으리라!

죽는 것은 네놈들이 될 것이며, 네놈들은 이 아래 땅을 풀 한 포기조차 구경치 못하리라!

목 없는 시신이 되어 자국을 유랑할 새끼들은 마음 편히 먹고 기다려라!


저 위 쪽 금성城의 옥좌에 앉아서 배때지만 불리고 있을 네놈들의 황제는

이 침략으로 수 만 대군을 잃을 것이다!

너희는 야욕을 멈추지 못하고 어리석은 정벌을 계속하다,

나라의 국고가 말라 비틀어져 망할 것이다!


네놈들이 입은 갑주가 이 나라 정병들의 예비품이 될 것이다!

네놈들이 지금 든 그 창검이 이 나라 정병들의 손에 들리고 허리춤에 채워질 것이다!

고향 땅에서 인사들은 하고 왔느냐! 마지막 누울 묏자리를 보고 찾아 왔느냐!


새에게 물어 보거라, 이 땅을 지키는 장수가 누구인지!

들쥐에게 물어 보거라, 이 연 가가 막아낸 병사의 수를 다 더하면 과연 이 평야를 가득 메울 수 있을지!

묻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며 왔다면 네놈들의 그 무지함에 대고 물어라!

어찌하여 자기 발로 삶의 끝을 향해 걸어왔는지 말이다!


척후는 정보를 파악하지도 않고 본대를 이리로 끌고 왔는가!

무수히 많은 군대가 스러져 양분이 되어버린 가장 유명한 거름터에 말이다!


네놈들의 어미가 살아있다면 자식을 잃은 슬픔을 느낄 것이다!

아비가 살아있다면 후계를 다시 찾아야 할 것이다!

네놈들을 가르친 스승이 있다면 사라질 머리에 지식을 집어 넣었으니 헛수고를 했겠구나, 하고 패주해 간 놈은 전해라!


태양이 따사롭게 빛날지언정 네놈들의 몫은 없다!

이 땅의 옥토가 풀과 곡식을 자라게 할지언정 네놈들의 입에 들어가고, 네놈들이 쓰다듬을 것은 한 포기도 없다!

이 땅의 아녀자들과 어린아이들이 네놈들의 무식함을 비웃을 것이다!

이 땅의 사내들이 네놈들의 허리춤에 창날을 깊숙이 꽂아 대를 끊을 것이다!


형제가 있느냐!

한 놈이라도 살아서 도망칠 수 있다면 가서 피맺힌 울음을 울어라! 다시는 이 땅에 사내로서 칼을 들고 오지 말라고!

민족의 터전을 짓밟는 무뢰배들이 누구냐!

너희들이 삶을 아느냐!

죽음을 보게 될 것이다!

내일을 아느냐!

어제가 너희가 기억하는 가장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오늘을 사느냐!

땅 위에 만들어진 지옥 속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하루가 될 것이다!


물로 목을 축여라!

그것이 마지막 해갈이 될 것이다.

싸 온 보리밥을 먹어라! 네놈들의 혀가 기억하는 마지막 단 맛이 될 것이다!


들고 있는 창검과 갑주가 무겁지 않느냐!

걱정하지 마라. 곧 싸늘히 식은 근육은 아무것도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너희들이 밟고 선, 이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평야를 둘러보아라!

지금부터 백 년 간 누울 침소다!


눈알을 굴려 하늘을 바라보고, 서둘러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떠올려라.

너희가 그릴 수 있는 마지막 아름다움이다.


비통하구나!

침략자, 탐욕스런 개, 아가리를 잘못 디민 늑대 새끼들아!

사람으로 났으나 금수같은 짓을 하러 왔구나!

이 땅에서 사냥꾼으로 나고 자란 내가 수국國의 군대란 짐승의 목줄기를 베어 끝내주마!”


긴 말이


변방의 소국, 반도의 언어로 울려퍼졌다.


대국, 수국의 군대에는 각지의 언어에 능통한 통역관들이 고위 장수 곁으로 붙어 있었다.

그들은 제 의무를 다하며 말을 읊고 전했다.

중간중간 목이 날아갈까 고민해 단어를 고르는 자들도 있었으나, 대개는 직설적으로 전했다.

통역관이 제 일을 똑바로 해내지 못할 때가 오히려 목을 걱정해야 할 때였다. 수국의 군대에서 번역관들을 다루는 분위기는 그러했다.


장군.

땅 위에 서서 진을 친 수만 군대의 대장군이 부들거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 어깨마저 떨린다.


그의 눈은 아주 시력이 좋았고, 변방국의 산맥에서 난다는 질 좋은 강철로 갑옷을 지어 입은 적국 장수의 꼴이 잘 보였다.

그 곁으로 대방패를 들고 선 참모들의 모습도.

화살을 쏘아봐야 저 아가리를 멈출 수는 없을 듯했다.


그들은 침략을 준비했고, 황제의 명을 따라 왔다.


이 나라, 변방의 소국은 콧대가 높고 아직까지도 멸망하지 않았다.

다양한 이해와 복합적 관계로 총력을 다해 침략하지는 않았으나, 이번에 기회가 났다. 먹을 수 있다면 먹어야 하는 게 고대 시대의 국가간 외교 관계였다.

집어 삼키기 위해 왔다만, 성벽이 견고하고 높다.

무슨 비장의 수라도 있는 것인지 수빅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그는 머릿속으로 수만가지 생각을 해냈고, 결국 한 가지 답 밖에 얻지 못했다.


돌격해서, 처부순다.

그러기 위해 모아온 대국의 정병들이다. 그들의 뒤로 2대와 3대가 따라온다. 수 만의 인력을 몇 번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 성만 넘으면 개활지에서 대국의 인해전술을 이길 수는 없었다.


대국의 장수가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기백번은 호통을 치고 훈련시킨 대로, 움직이게끔 소리를 질렀다.


“닥쳐라! 전군-! 돌격-! 공성하여 겁을 모르는 오랑캐의 혀를 뽑는 자는 내 다음가는 직위와 황금을 주마!”


장수의 외침이 곧 전령의 입을 타고 전해졌다. 꿈틀거리며 진을 형성했던 본대가 서서히 움직였다.

바깥, 멀리 성벽 위에서 바라보면 거대하고 기형적인 하나의 생물체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연 가는 그 모습에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제 묏자리를 기어코 보러 오는구나!

얘들아, 손님 받아라, 죽을 날 죽을 자리 찾아오신 손님들이시다!

정성껏 모셔라!”


상인과 같은 비유에, 정병精兵들이 손에 익은 도구처럼 일사분란히 움직였다.


지금 그들은 죽음을 팔고 내어주는 상인들이었다. 값은 받지 않는다. 이 자리까지 고생해서 찾아온 것으로 저들은 그 값을 다 치루었다.


성벽에 걸터앉아 바깥으로 몸을 돌려 외치던 대장군이 풀썩, 안쪽으로 내려앉았다. 또각거리며 어둔 암갈색의 성벽 복도를 걷는다. 그가 지휘소로 걸어가며 말했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쳐죽여라. 우리가 한 명이라도 남는다면, 마지막까지 칼을 휘두르다 죽는다. 내가 마지막에 홀로 남아도, 셋 이상은 죽이고 떠나리라 보증한다.”


그 말에 따라 걷던 부관 몇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결의에 대한 말이었다. 분명한 정신적 메세지는, 어떤 사소한 행동 명령보다 더 효율 좋을 때가 있었다. 마음이 통하면 대개의 사소한 것들은 다 더불어 전달이 되는 법이다.


침략에 대한 소식은 미리 국내에 척후가 전달한 바였다.

그들은 국가의 총력을 다했고, 목숨을 걸고 준비했다.

다가오는 자들에게 원거리의 투사체가 빗살처럼 날아가 떨어졌다.

성벽 근처로 온다면 온갖 질량 병기들과, 구운 돌과 끓는 물과 기름 따위가 얹어질 것이다.


한 명도 보낼 수는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역사가 흘렀고, 훗날 대국은 연 모의 예언대로 무너지고 새 왕조가 들어섰다. 수 세기, 혹은 십 수 세기가 흐르도록 변방의 소국은 그 민족을 지켜내기에 이른다.


*




다술에 있던 백업


작가의말

고증과 

학술적 연구 따위는 없이 대강 

적은 판타지 느낌이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직 안 정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4 야구#대본 24.02.08 6 0 5쪽
63 라디오 드라마Radio Drama, 사자의 나날, EP(1)작심삼일 24.01.16 6 0 60쪽
62 시, 누군가의 생일 선물로 쓴 24.01.08 11 0 1쪽
61 낙산 공원의 밤_연극 대본#어딘가에서 연극을 할 글 23.12.30 10 0 93쪽
60 산#영화대본#이것도뭔가를찍으려고했었으나 23.12.15 12 0 13쪽
59 홀리샷#연극대본#어딘가에서 연기를 하려다 말았음 23.12.15 10 0 43쪽
58 누아르물# 23.09.07 21 0 14쪽
57 B와의 인터뷰(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적은 글) 23.08.28 15 0 31쪽
» 연개소문 컨셉#대사 위주#단편 23.07.03 24 0 11쪽
55 단편#대사#수군통제사 23.06.13 19 0 8쪽
54 커피샵의 남녀 23.06.12 20 0 12쪽
53 단편#대사#젊은 청년, 고백 23.06.12 24 0 7쪽
52 단편#대사#어느 노인의 유언 23.06.11 25 0 8쪽
51 형사刑事 이야기, 윤계식(2) 23.06.11 26 0 18쪽
50 사실 바둑이란 종목에서 23.06.07 25 0 3쪽
49 빌 그런츠, 작가 23.05.17 24 0 18쪽
48 짧은 형사 묘사 23.05.14 26 0 14쪽
47 글1 23.04.17 24 0 6쪽
46 유르타Eurta:Conscience story 23.01.12 38 0 28쪽
45 그대를, 2022 23.01.05 44 0 5쪽
44 누군가에게 연기를 시키려#남자#시트콤 23.01.05 37 0 2쪽
43 사랑에 대하여, 기독교적#단편#에이와 이이#아가페와 에로스 23.01.05 43 0 24쪽
42 누군가 에게 연기를 시키려고#판타지#공녀#기사#비룡 22.11.23 40 0 7쪽
41 누군가에게 연기 시키려 끄적 22.11.14 37 0 4쪽
40 문혈, 젊은 천재 22.11.14 31 0 14쪽
39 연극독백#트라우마#김한수 22.11.09 37 0 9쪽
38 점퍼, 순간이동자 22.09.17 38 0 27쪽
37 잠수도시, 칼젝 21.07.09 53 0 5쪽
36 발란은 숲에서 길을 잃었다. - 21.06.23. 21.06.23 58 0 26쪽
35 2:01 PM 21.06.22 42 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