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PM
다술에 있던 백업
2:01.
약속 시간까지 한참이나 남았었다. 2:30에 보기로 한 녀석은 제 시간에 맞춰오는 일이 없는 인간이었다.
아마, 그 인간의 개인성을 고려했을 때 남자는 적어도 40분에서 1시간까지 시간이 비어 있었다.
‘종로······.’
남자는 종로 한복판에서 목적지를 잃었다. 뭐하지. 그다지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번화가라고 해봤자 뭐가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 남자는 일단 구글 맵을 켰다.
약속장소로부터 조금 멀어지기는 하지만, 한 두 블럭 지나 맥도날드가 있었다. 남자는 적당히 들어가 커피라도 마시려 걸음을 옮겼다.
역 앞에서 보기로 했는데, 아마 적당히 움직였다가 한 잔 마시고 천천히 돌아오면 와 있을지도 몰랐다. 한 시간가량 땡볕 아래에서 상대방을 기다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꿀꺽.
남자는 빨대로 맥도날드의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들여다 봤다. 연락은 아직 없었다. 걸어서 6분 거리. 커피를 시키고, 받아서 앉자 시간은 2:14분 즈음 되었다.
-언제 오냐
남자는 짤막하게 문자를 보내 놓고 화면을 덮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문자는 보지도 않을 것이고, 한 40분 즈음이 되어서야 늦어서 미안하다면서 연락할 때에 확인할 터였다.
천천히 커피를 빨아마시며 그는 창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으어어어어어.’
기다림은 익숙했지만 요새는 왜인지 참을성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신호등을 사이에 둔 두 인도를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다. 한낮의 햇살은 쨍쨍하게 거리를 비추었다. 사람도 많았다.
그는 제법 긴 더벅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멍을 때렸다. 맥도날드 커피는 영 입에 맞지를 않았다.
우웅.
그 때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친구의 연락인가, 해서 화면을 열어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아, 미안하다. 지금 일어났어. 우리 오늘 못만날 거 같은데.
남자는 그대로 핸드폰을 잠그고 창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친구의 정신을 개조 시키기로 했다.
덕테이프와 비누, 대형 나초칩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남자는 마트에 들린 뒤 친구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
다술에 있던 백업
- 작가의말
덕테이프로 방문을 고정시키고 비누로 거품을 내서 난장판을 만들고 나초가루를 집에 뿌려대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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