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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아직 안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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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1.01.23 12:29
최근연재일 :
2024.02.0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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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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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B와의 인터뷰(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적은 글)

다술에 있던 백업




DUMMY

B와의 인터뷰.


*


B씨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평범한 인간과 아무런 차이점이 없는 외형을 갖고 있었지만, 정밀히 따져보면 약간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일까. 근본적인 의문부터 든다.

어찌되었건 정확한 건, B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다른 이들과 다르다. 함께 모여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고생이었고, 어느 정도 고통과 질고를 감내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B는 자신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밝히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없었고, 사회는 B라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세상은 여전히 평화로웠고, 오로지 같은 인류와의 삶의 연속이다.


그런 한가운데서 B는 절대적이며, 지독한 고독을 때때로 느낀다.


그래서였을지 모른다.


B가 직접 제 발로 밖으로 걸어나와 인터뷰를 신청한 것은.



*


2.


서울 어느 곳. 땅값과 건물 임대료가 싼 구역, 동네, 한 귀퉁이에 작은 잡지사가 있었다. 일정한 장르를 형식으로 잡고 특정 타겟을 독자층으로 노려 매월 발간하는 잡지를 만드는 곳이다.


장르는 ‘미스테리, 서스펜스, 뜬소문,’ 뭐 그런 것이었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사실이라고 믿어지지도 않는 정보나 말들을 주욱 나열해놓고 그저 흥미로운 가십거리로, 심심풀이 삼아 읽고는 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진 저열한 B급 이하의 잡지.


어떤 엄밀한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았고, 그저 독자의 시간과 시선을 잠깐만 뺏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허술한 디자인의 인터넷 웹페이지 또한 같이 운영하고 있는 영세 잡지사, ‘평범한 사람들Ordinary people'의 한 취재자이자, 기자이자, 편집자인 베테랑 사원 ’다원‘은 건장한 청년으로, 그럴싸한 취재거리가 있다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소재를 낚아 채오는 훌륭한 낚시꾼이었다.


다원을 비롯해 대여섯 명 정도의 규모로 운영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흔히 줄여 말할 때는 O.P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잡지의 지면을 채워 넣을 내용을 궁리하고 있었고, 그러다 어느 날 한 기묘한 개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그를 취재하기 위해 한 장소를 찾았다.


‘B씨’의 연락이었다.


어딘지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목소리로 전화선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얼마간 밝힌 남성이었다, B씨는.

O.P의 베테랑으로서 반드시 늘 마감 전에 신기한 기삿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다원에게 그건 깨나 쓸만한 내용의 전화였다. 자신의 남다른 삶과 그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고 싶다는 B는, 정확하게 어떤 특별함인진 몰라도 그럴싸한 글감이 되어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연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약속 장소에 약속된 시간에 도착한 다원은 B를 만난다.


허름한 상가 건물의 사무실로부터 나온 그가 다시금 비슷한 지역으로 움직였고, 땅값이 싼 다른 지역구의 구석탱이에 있는 낡은 빌라에 도착한다.


다양한 상업 점포나 개인 가구가 함께 들어차 있는 곳이었고, 밤에는 조금 시끄럽지만 대신 집값이 싸다. 허름하고 건물 위생이 다소 부족했지만 비위가 강하거나 견뎌낼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라면 선택할만한 집이었다.

가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선택 요건이 된다.


이른 낮, 점심 무렵.

B의 빌라를 찾은 다원이 벨을 눌렀고, 그의 집 안에서 어딘지 낯이 창백한 사내 B가 그를 반겼다.


*



3.


딩-동.


“예······.”


느릿한 말투.

천천히 움직이는 행동거지.


어딘지 힘이 없어 보이는 청년 하나가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벨소리에 이끌려 현관으로 나섰다. 한낮이었으나 커튼이 쳐져 있었고, 형광등조차 제대로 키지 않은 채 은은한 불빛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거나, 그도 아니라면 어쨌든 다른 종류의 미약한 정신병이 아닌가, 싶은 삭막한 집안 분위기였다.


달칵.


채 깎지 못해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에, 간신히 외부인을 맞느라 차려 입은 외출복 차림새인 청년이 문을 열었다.

약속된 시간이기도 했고, 낡은 인터폰 화면으로 바깥 모습을 보고 열어준 참이다. 신경이 굵은 편인 B라고 하더라도 아무 대답도 듣지 않고 제 집 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끼익, 하고 낡은 빌라 집의 현관 문이 열렸다. 오래되어 때묻고 변색된 문틈이 벌어지며 거기서 밝은 인상의 청년이 하나 서 있었다. ‘다원’이었다. 그는 웃는 낯이었고,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 스타일이나 옷차림에 호감이 가는 표정을 짓는다. 체격이 좋아서 그렇지 않다면 어쩌면 위압감을 느낄지도 몰랐다.

물론 B가 상대의 체격 조건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상대가 건장한 남성이라고 해도 말이다.


“안녕하세요, 연락 주신 Ordinary people에서 찾아왔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고도 하죠. 잡지사에 전화로··· 말씀주신 B씨 맞으시죠?”

“예······.”


느릿한 말투.

듣는 사람이 조금 답답해지거나,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정도의 템포였다. 상대의 박자나 텐션과는 전혀 상관 없는 축 늘어진 톤이다. 다원은 평범한 사람들에서 일하며 늘 평범하지 않은 온갖 인간군상을 만나왔기에 당황하진 않았다.

심지어 전형적으로 평범한 사람조차, 단번에 마음을 여는 일은 잘 없다. 남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면야 더할 것이다.


“네, 그···.”


다원이 말을 망설였다. 눈짓과 적당한 제스쳐로 ‘들어가도?’라고 말하는 듯하다. B는 그제서야 그의 의도를 알아챈듯, “아아······.” 군소리를 내며 집 안으로 청년을 들였다.


끼익, 쿵.


하고 낡은 문이 소리를 내며 닫혔다.


*



4.


“어, 그······.”


다원은 자주 어미를 흐린다. 상대를 독려하거나 배려하는 말투라고 할 수 있었다. 혈기왕성하고, 하이톤의 목소리와 텐션을 가진 그가 지나치게 자기 주장을 하면 처음 만난 소극적인 사람들은 공격적이라고 느낄 때가 가끔 있었다.

직업상, 하는 일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했기에 눈 앞의 B처럼 축 늘어진 상대를 대할 때는 최대한 말을 늦추고 자신의 의견을 나중에 이야기했다.


B의 표정과 기색을 살피면서 단어를 고르는 것이다.


둘은 불 켜진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실내는 단촐했다. 생활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방 안이다. 방이 하나 정도 옆으로 있고, 부엌과 화장실이 있는 투 룸 정도였다. 거실 공간과, 독립된 방이 하나 더 있는 식이다.


방 하나는 닫혀 있었고, 거실에 의자 두 개를 꺼내 서로가 거리를 벌린 채 마주보고 앉았다. 형광등은 오래도록 표면을 닦지 않았는지, 불빛에 문제가 있는 건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한낮임에도 굳이 커튼을 쳐놓고 어둔 실내를 유지하는 꼴이 썩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주인의 취향이 있는 것이므로, 다원이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다원은 상대의 눈을 봤다.


창백한 톤. 약간은 길어서 더벅 머리가 되었고, 외출복이라고 입은 것 같지만 그리 통일된 색감은 아니다. 조금 우울해보이는 표정에, 시선은 자주 아래 혹은 다원의 눈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한다. 사내는 불안감을 느끼는가? 그러는 것 치고는 호흡이 안정되어 있었다.

사람이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타입은 아닌 걸까. 혹은 그저 익숙해진 걸 수도 있다. ‘이질감’이나 ‘불편함’에 적당히 적응을 하고 사는 유형의 인간인 셈이다, 그렇다면.


다원이 마저 말했다.


“흠, 우선··· 말씀주신 부분은 저희가 정확히 이해가 안돼서요. 혹시 제보하고 싶으신 게, 본인의 인생에 관련된 이야기가 맞나요?”


잡지사는 별 걸 다, 취재하고 지면에 싣는다. 만성적인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하류 잡지는 기묘한 투로 직접 전화를 걸어 헛소리같은 말을 한 사내를 기어코 이렇게 찾아왔다.

B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


다원은 얼마간 기다렸다. 상대가 얘기를 마저 하고 싶을 수도 있었다. 그의 생각이 맞았다는 듯 B가 말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물병이 하나 들려 있었다. 다원에게도 들어와 인터뷰를 시작하며 건네준 물병이 있다. 마실 것이 마땅히 없다며 허름한 냉장고에서 꺼내 준 500ml 생수병이었다.


“그······ 사실 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 그러시군요.”


다원은 다소 기계적으로 답했다. 웃는 낯으로 나온 말은 반사적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취재 대상이었다. 그 스스로가 그렇게 믿을 뿐이던 아니던.

다원이 지금 느끼고 있는 그는 평범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특이함이 그에게 행운일수도, 불행일수도 있었지만 직접 얘기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다원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한 번 들어보기로, 한 속내를 감추며 그는 미리 양해를 구한 녹음을 핸드폰으로 시작했고, 들고 온 작은 가방에서 키보드 하나를 꺼내 기기에 연결한 뒤 타이핑을 동시에 치려 했다.


“저는······ 다른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는 입장입니다.”

“예?”


영문모를 말에, 다원은 타이핑을 치지 못하고 먼저 반문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



5.


B의 말은 이러했다.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충격적일 수 있지만, 사실로, 자신을 정신병자라고 취급해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다만, 자신이 겪었던 이 서울에서의 삶이 지나치게 피곤하고 그 여정이 고되었으므로,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당신 생각에 사실이든 아니든, 당신이 믿든 아니든 상관 없으니 괜찮다면 잡지사에 내용으로 실어주었다면 좋겠다는 이야기.


다원으로서는 사기를 치는 인간도, 자신이 남다른 점이 있다고 믿는 정신병자도, 혹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음험한 의도를 품는 위험한 범죄자도 만나봤으므로, 그다지 큰 동요는 아니었다.

다만 컨셉이 조금 참신했다. 작정을 하고 짜온 것 같았다.


피를 마셔야만 살 수 있는 인간.

아니, 인간인지조차 잘 알 수 없다.

자신은 이 사회에서 완벽하게 유리된 타인이며, 함께 살아가는 삶 자체가 고생이며 고통이다.

앞으로도 이 삶을 부술 생각은 없었지만, 단지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다.

겉보기에는 남들과 완벽히 똑같지만, 상처를 잘 입지 않았고, 금방 나았으며, 통증에 둔해 싸움에 유리했다.

특별히 강한 근육과 뼈를 가진 건 아니지만 부러져도 금방 붙었고, 겁이 없었으므로 누군가와 싸워 져본 적은 별로 없다.


자신은 약한 햇빛 알레르기 환자와 비슷한 처지이며, 상관은 없지만 몸이 쳐지고 컨디션이 나빠지는데다, 오래도록 강한 햇빛을 쬐고 있으면 두드러기 처럼 붉은 열상이 올라와 괴롭다.


낮에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건 제한되는 데다가, 타인의 감각이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 선천적으로 힘들다.

희노애락의 폭이 좁은 편이었고, 타인의 말이나 일상에 공감하고 녹아들지 못하니 집단 생활이 아주 어려웠다.


혼자서 하는 일, 햇빛을 보지 않는 곳에서 하거나 야간 업무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부모는 없었고, 어릴 적부터 고아원에서 길러진데다 성인이 되기도 전에 시설이 망해버려 떠돌이처럼 지내야했다.


간신히 일반 교육 과정은 마쳤지만 그리 즐거운 학창 시절은 아니었으며,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추억이 별로 없었다.


‘피’는 사람의 것, 동물의 것 모두 상관은 없었다. 직접 실험을 해본 바로는, ‘사람의 피’가 훨씬 그의 건강에 좋았고 적은 양으로도 많은 영양분을 얻을 수는 있었다.

느껴지는 컨디션과 실례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짐승의 것, 포유류의 피 역시 효과는 있었다. 물론 피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기에, 도축장, 혹은 연구용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혈액 따위를 구입해서 먹거나 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선지, 식용이 가능한 동물 피가 든 병 따위를 보여주었다.


그 외에 음식물들을 먹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의 입맛에는 그저 쓴맛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과하게 섭취하면 혀가 아리다면서, 물이 아닌 음식물은 혼자서는 잘 입에 대지 않는다고.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었기에 그는 ‘밥을 먹는 일’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여타의 음식물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은 아주 극소수로, 혈액류가 포함된 음식을 먹거나, 혹은 짐승의 것을 몰래 섭취하며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고 한다.


고아원에서 벗어나 일을 할 수 있게 된 이후로는 직접 구입을 했고.


사람이 밥을 먹는 것처럼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 값이 만만찮았다. 그의 생활은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다. 눈 앞에서 피를 마시는 그의 모습이 그래보였다. 본인은 쓰지 않고 적당한 맛이 나서 괜찮다고 하지만, 썩 즐거워 보이는 식사는 아니다.


다원은 단단히 컨셉을 잡고 미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눈살을 몰래 찌푸렸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들어볼만했다.

거짓인가 진실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속을만한가’, 혹은 잠시라도 이목을 끌 수 있는가, 가 중요하다. B의 기행은 확실히 희귀한 수준이었고 많은 삼류 뜬소문들을 취급해온 다원의 취향에도 괜찮은 면이 있었다.


B

“······저는······ 제 부모님을 모릅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저는 이런 녀석이었겠죠. 정신이 들 무렵에는 고아원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고, 유년기는 가장 괴로운 시절이었어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평범하게 행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죠. 그 전에 저는 늘 그들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어린애들은······ 순수하지만, 그래서 더 지독한 면이 있잖아요. 그죠?”


다원

“······그렇죠.”


의자에 앉아 고개를 살짝 내린 채 자조적으로 지껄이는 B의 말을 듣는다. 다원은 사실이든 아니든,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 자체는 진실인 듯해서 아픔을 공감하는 척했다.

가슴 깊이 당장 만난 타인의 사연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의 심장도 말랑하질 못했다. 다만 스킬적으로, 맞장구를 치는 일은 필요하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고.


B

"······머리가 클 무렵··· 남들보다는 조금 빨랐을 거에요. 한 열 살인가······. 그 때부터는 확실히 제가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그 전에는 많이 괴로웠죠······. 고아원은 시설이 낡았고··· 선생님도 몇 분 안계셔서 대부분의 시간은 그저 방치되었거든요. 아이들끼리의 생활이었고, 우리끼리 많은 고생을 했죠. 몇 살 더 먹은 당시의 형, 누나들은 늘 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이 어린 애들을 관리했어요.“


다원

”······그랬습니까. ······.

······. 그, 실례가 아니라면 ‘피’는 어느 정도 양이 있어야 되는 겁니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린 시절에 늘 무언가를 잡아서 직접 먹은 건가요?“


B

”······.“


다원의 질문에 B는 눈빛을 흐렸다.

그건 굉장히 괴로운 표정이 속에 들어 있는 낯빛이었다. 트라우마를 떠올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러하다. 다원은 그런 표정을 잘 안다.

B는 힘겹게 창백한 낯빛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B

"······. '피‘는 무엇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사람의 것이나, 포유류의 것이 그 다음으로 좋긴 하지만······. ······. 벌레, 도 피는 있고······ 그보다 작은 동물들도 있죠. 물고기, 작은 새······.

······. 어린 시절에 제가 가장 쉽게 잡을 수 있는 건 낡은 시설과 그에 딸린 정원의 수많은 벌레······들이었어요.


······.

저도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미각이 남들과 다를 뿐이죠. 별다른 수도 없었기에 늘······ 남들 몰래 숨어서 벌레를 씹어야 했어요.

다행히 제 위장이 튼튼하고 면역력이 좋은지, 한 번도 그런 일로 병에 걸린 적은 없었죠.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B의 안색이 안그래도 침울하다가 더욱 우울해졌다. 다원은 애써 톤을 띄우며 말했다.


다원

“그······ 렇군요. 괴로우셨겠습니다.”


눈 앞의 사람이 정신병자라고 하더라도 연기의 수준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연기는 결국 ’진실‘에서 나온다. 다른 식으로 꾸민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벌레를 먹었다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고통스런 시간들을 보낸 것은 사실로 보인다.

B의 고해와 같은 이야기들은 계속되었다.


그는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터놓고 싶었을 뿐이다.


B

“어린 시절, 결국 아이들과 몇 번은 싸웠습니다. 저는 남들을 상처입히는 걸 좋아하진 않아요.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공간 안에 다른 존재가 있다보면 이해를 하지 못하고 결국 그렇게 될 때가 있죠.

어리고, 멍청하고······ 그런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8살 때··· 10살 때. 어린 시절에 몇 번인가 주먹 다짐을 했고, 전 늘 이겼어요. 상대는 아파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피부가 조금 질긴지 타박상을 잘 입지 않았고 별다른 치료 없이도 늘 금방 나았죠. 애들은 그런 절 보면서 조금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고통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싸운다니, 생각해 보십시오······.”


B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B

“그 손에 아무런 제한이 없이, 얼마나 상대를 아프게 했겠습니까··· 또 잔인스럽게.”


B는 후회된다는 듯 말했다. 괴로움으로 그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은 ’고통‘에 대해서 훨씬 잘 안다고 했다. 마음의 고통이 아니라 신체적 고통이 둔한 것 뿐이었지만, ’둔‘하지 없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사고를 크고 나서 겪었고, 보통이었다면 중상을 입었을 일도 많이 당했다고. 그런 시간들이 그에게 고통에 대해 더욱 각인을 시켜주었다고 한다.


B

“···한 번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다가··· 빗길에 그만 바퀴가 미끄러져서 도로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요.

사람도 차도 아무도 없었고, 그저 시골길 같은 데서 옆으로 떨어져서 혼자 구른 거지만······.

온 몸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죠.


······.

발목이 이상하게 돌아가 있었고, 또 뼈도 여러 군데 부러졌었습니다. 끔찍했어요. 그런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더 흔하게 겪는다고 생각하면······.

······여태 저질렀던 폭력들이 후회될 뿐입니다.”


B는 자라고 나서, 사춘기 무렵에도 몇 번인가 싸웠다고 한다.

이사를 가거나 자리를 옮길 때마다 이웃들,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는 늘 다툼이 있었다. 어지간하면 피하려고 하지만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 때가 있었다. 한 두 번씩 꼭 주먹을 휘두르고 아픔을 모르는 무서움을 보여주고 나서야 잠잠해졌는데, 그는 손속에 적당한 사정을 둘 줄을 몰라 늘 상대를 과하게 때렸다.


다행히 크게 잘못되어 소송이 걸리고 하는 일은 없었고 잘 무마가 되었으며, 전과도 없었지만 당시의 친구들의 표정은 지독하게 일그러져 있던 것을 여전히 기억한다.

아무도 못봤지만 혼자 있는 곳에서 사고가 났을 때 그의 표정도 그랬으리라. B는 오랜 시간을 거쳐서 남들을 이해했다. 간접적으로.


다원

“허어······.”


다원은 탄식처럼 숨을 뱉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싸움에서 아주 강하다는 이야기가 포함된 사연이었다. 그는 건장한 체격에, 갑작스러운 싸움이라면 그다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좋았다. 나름의 자신감이나 용감함이 있기에 이런 일을 하는 것이었고.

은근슬쩍 스스로 강함을 어필하는 정신병자의 이야기에 불안감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표정 관리에 애썼다.


B

"예······.


······. 기자님. 저는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해본 적도 없죠.

태양빛은 아침이 되면 늘 지독하게 뜨거워서 피부를 가렵게 만들고, 창백한 피부의 저는 진심으로 크게 웃어본 일이 얼마 없습니다. 반대로 운 적도 없죠.

······.

슬픈 영화나 웃긴 TV프로를 봐도 전혀 그런 줄을 몰라요. 애초에 그들의 감각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고요.

연락을 할만한 친구도 아무도 없습니다. 부모도 없이, 저는 이 서울 한 구석 빌라에서 쓸쓸하게 죽어가겠죠. 언젠가는, 언젠가는 말입니다.


······.

제 삶에 비관을 하는 건 아닙니다. 변명을 늘어놓을 생각도 없고요. ······. 그러나 조금 힘들었습니다. 앞으로도 힘들 것 같고요. 그냥······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피 말고는 뭔가를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그저 통증도 감각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못난 남자는 이렇게 불편하게 살 겁니다.

······.


TV를 보고 책을 보면 아는, 어느 전쟁터나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건 아주 감사합니다만······.

이곳에서의 삶도 제게는 그리 쉽지만은 않군요.


······

그냥 털어놔보고 싶었습니다.“


다원

”······.“


B는 자조적으로 웃는 듯 우는 듯,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희노애락이 적다고 한다. 그런 것 같았다. 한 쪽 감정이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는 정신병을 가진 사람의 상태와도 비슷했다.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상대를 대할 때와도 말이다.

그는 작위적으로 표정을 꾸몄고, 그 깊은 감정까지는 잘 느껴지질 않았다. 눈 앞에서 사람을 오래 상대해본 다원이 보고 느끼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도 잘 느껴지지 않는 그 희미한 감정 속에, 도리어 더욱 깊은 어둠이나 고통이 있음을 안다.


사람은 누구나 몇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콘크리트 정글.


전쟁터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의 삶도 참 녹록치 않았다.

비단 B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누군가를 믿지 못하며 신뢰할만한 사람이 없는 순간 진실함도 즐거움도 없이 비참한 감정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 B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결코.

그가 컨셉을 잘 짜내서 기행을 반복하는 지독한 정신병자라고 하더라도, 결국 이해못할 것은 아니었다. 다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다원

“······B씨는······.


······.”


잠시 말을 골랐다, 다원은.


다원

“······. 지극히 평범하신 분 같군요.”


그 말이 자극적이었을까. B가 다원을 처다보았다. 다소 무표정하고 굳은 얼굴이었다. 다원이 말한다.


다원

“···그냥 하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많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거든요.

개중에는······


정신병자도 있고, 사기꾼도 있고, 조금 더 위협적인 범죄자도 있습니다.”


다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B는 과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괴로움을 부정하는 듯한 상담자의 말에 속내를 털어놓던 불안정한 인간은 가끔 원망의 화살을 듣는 이에게 돌릴 수가 있었다.

다원은 나름대로, 말을 골랐다. 도리어 분명한 어조로 나오는 것은 고민한 흔적이었다. 역설적으로.

다원은 그게 꼭 해주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원

“······. 뭐, 다양한 꿍꿍이를 가지고 다들 이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살아가죠.

B씨만 그런 건 아닙니다. 미친 놈, 미친 척 하는 놈, 나쁜 놈, 착한 놈, 평범한 놈······. 아무것도 아닌 놈. 별에 별 놈들이 있죠.

······.

제가 자기 입으로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만 골라서 만나며

벌써······

8년이 되었네요. 그 동안 만난 수 백 명의 사람들에 대한 결론은 ‘평범함’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점이 있지요.

설령 B씨가······ 피가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고 하더라도. 남들보다 신체적 특이성이 여러 개 있다고 하더라도······.

힘든 시절을 많이 보냈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면 만약, 저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을 겁니다.

견뎌내지도 못하셨을 거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B씨의 존재를 용납했을 것 같지도 않군요.”


다원의 말은 생각해볼 만한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묘한 박력마저 있었다. 자신의 직업적 경험 전부를 걸고 하는 말에 B는 섣불리 결론을 내놓기보다 한 번 더 머릿속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 특이한 사람들만 골라서 오랜 세월 만나온 사람의 이야기였다.


다원

“결론은 그겁니다.


당신은, B씨는······


이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번듯이······ 여태까지 살아오셨고요. 저보다 나이가 조금 많으시지만··· 잘해오셨다고 말해드리고 싶군요, 감히.

사람이 사는데 빛과 공기, 물, 뭐 그런 게 필요하죠.

빛은 좀 싫어하신다고 하셨지만 아무튼······.

또 애정이나 이해나 납득이나···

공감이나···

그런 것도 비슷한 겁니다. 아예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죠.

남들보다 좀 감정 표현이 적으시고, 느끼는 게 적으실 수 있겠지만··· 긴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그래도 정상적인 감수성을 갖고 계시다고 보이는군요.

이상한 놈만 만나온 제가 하는 이야기니 나름대로 정확할 겁니다. 저를 믿으실 때 들으실 말이지만.”


웃기는 말이었다. B는 가장 믿지 못할 헛소리를 죽 늘어놓으며, 신뢰하던 하지 않던, 이라고 단서를 달았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다원의 이야기에 신뢰의 단서가 붙었다. B는 다원의 말을 곰곰이 들었다. 믿을만한가?

다시 자신의 사연을 떠올렸다.

그가 듣기에 믿을만하게 들렸을까?


B

“······.”


자신이 흡혈귀같은 인간이며,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보다는 덜 놀라웠고 신빙성이 있는 말이었다. B는 다원의 말에 토달지 않고 경청해보았다.


다원

“B씨의 인생이 고단했지만,

뭐 앞으로는 잘 풀릴 겁니다.

근거는 없지만,

내일 일을 모르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 아닙니까.

웃으실 날도 많이 있겠죠.

두 팔 두 다리에, 먹는 게 좀 다르고 체질이 특이하다지만,

말도 통하고,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생긴 데다가, 어차피 한 세상 났다가

죽으면 훅 가는 건 똑같은 처지 아닙니까.


뭐······


당신의 사연이 남다르다는 건 인정합니다. 소설로 적는다고 해도 가장 힘든 삶일 것 같아요.


그래도···


자기 입으로 이렇게 밝혀 주실 정도로 떳떳하시니, 적어도 죄를 짓고 살아온 인간보다는 훨씬 낫군요.


······.”


다원이 그의 표정을 살폈다. B의 눈망울에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 이 양반, 희노애락이 적다고 하지 않았던가?

청년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말을 잇는다.


다원

“힘들고, 밀도 높은 삶의 사연을 이렇게

자사自社에 실을 수 있도록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건 저희의 전문이라,


···아무쪼록 한 번 잘 적어서 실어 보겠습니다.

주신 귀중한 글감, 필생의 필력筆力으로 정리해보죠.”


달칵.


다원은 말하면서 바닥에 둔 뒤 거치대로 세워 두었던 핸드폰을 건드려 조작했다. 대강의 인터뷰가 마무리가 되어서, 끝내려는 참이었다.


B

"······."


B씨는 잠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느새 수분기가 찬 눈망울을 아래로 향하며 있다가, 손등으로 문질러 닦더니 입을 열었다.


B

"······.

이해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

이해,


감사합니다.


······.“


다원

”······.“


다원은 솔직히, B의 말을 제대로 납득하기란 어려웠다.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자신이 뱀파이어Vampire라고 하는 인간의 사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그런 세세한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B씨의 심정은 사실적이었다. 그의 사연이 판타지이던 아니던 삶의 질고는 현실일 테였고, 다원은 그런 부분을 공감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굳지는 않았었다.


청년, 기자, 매일 언제 망할지 모르는 삼류 잡지사의 글쟁이인 그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쨌든 다들 그렇게 사는 법이다.


다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원이 말했다.


두 사람은 얼마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래간만에 눈물이라는 걸 보인 B의 속내가 진정되었고, 그의 배웅을 받으며 다원은 다시 낡은 잡지사로 돌아왔다.



*



6.


다원은 상세하게 들은 B씨의 일생을 글로 적어냈다.


‘특집’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면의 상당 부분을 채울만한 내용이었다. 몇 시간 정도는 길고 또 상세하게 얘기를 한 것 같았다.

즉석으로 꾸며낸 설정과 비유라면 아주 제법이었다. B는 세계적인 소설가가 될 재목일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라면 실제 사연과 현실을 시간을 들여 조금 각색한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어느 쪽이든 훌륭한 소재다.


그는 3류 잡지사에,


아무도 믿지 않는 사연과 도시 전설 따위를 엮어 만드는 잡지 속을 채우면서 말했듯 필생의 필력을 갈아 넣었다.


B씨의 울음이나 떨리는 목소리, 고통스런 표정이나 회한에 찬 한숨 따위가 느껴지는 듯한 글귀로 잡지 한 구석이 완성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월의 발간호가 만들어졌다.


진지하게 보는 이는 없는 사연들의 집합이었지만 그 속에 나름의 진실함이 있었다. B씨의 이야기는 소설인지 뭔지 헷갈리는 분위기로 적혀 여러 서점, 노점의 가판대 따위에 진열되었다.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누군가는 상세한 표현과 정보들에 몰입하기도 했으나 진정으로 그 얘기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



8.


지나가던 노상의 가판대에서, 오래간만에 낯익은 잡지 하나를 발견해 한 청년이 꺼내들었다.


가게 주인에게 값을 치르고 새 것인 주제에 어딘지 구겨진 것 같은 느낌의 잡지를 훌훌 넘기며 한낮 거리에, 누군가가 글을 읽는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지면을 넘기다가 누군가의 사연이 적힌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


그는 턱을 매만졌다. 아주 익숙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 조금 추가되어 있기는 했는데··· 사실 관계는 정확했다.


자신이 아는 놈이다.


”이거 B얘긴데.“


한 때 고아원에서 자랐고, B의 소식을 그 이후로도 몇 번인가 전해 들은 적이 있는 청년 ‘시영’은 오래간만에 보는 친구의 흔적에 반가움을 느꼈다.


피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

상처를 잘 입지 않는다,

도심 속에 나타난 뱀파이어.

그는 누구인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듯도 보이는 청년 X모 씨는 초라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의 앞날에 행운과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


뭐,


뱀파이어일 리는 없지만···

확실히 그 친구가 그런 면이 있던 건 사실이었다.

상처가 난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었고, 그렇다 하더라도 누구보다도 금방 나았다. 고통에 둔감하거나 혹은 용감했으며, 늘 감정 표현이 작았다.

확실히 피가 들어간 음식을 아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햇볕 아래서 노는 걸 제일 싫어했고.


”······.“


시영은 의외로 아귀가 맞는 설정에 혹시나,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잘 꾸며낸 잡지의 소설이었다. 사실을 근거로 한.


그는 이제는 연락도 잘 닿지 않는 오래 전 친구의 이야기를 마저 보고 곱씹으며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절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는 무심한 듯 나름대로 배려심이 깊었던 옛 친구의 앞 날이 기왕이면 밝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 살아라, 새끼야.“


낯간지러운 혼잣말이 그런 바람을 대신했다.



*

marco-bianchetti-2xq9iscePyE-unsplash (1).jpg




다술에 있던 백업


작가의말

음.

예 뭐

심심한 맛의 요리입니다.


뱀파이어는 V지만

뭐 B씨로 합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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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1 PM 21.06.22 4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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