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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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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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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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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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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49

DUMMY

측정은 중등부부터 먼저 했다.


시작은 마법반이었고, 그다음이 일반반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인 남자아이가 단상에 올라가 수정구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수정구슬이 살짝 빛을 내며 그 위에 29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이를 사선으로 가려지지 않는 자리로 이동한 리아는 전부 살펴보았고, 개인적으로 측정해본 마력레벨과도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하였다.


딱히 발표는 하지 않는 것인지 자신의 마력레벨을 확인한 남자아이는 그대로 내려가고, 다음 차례가 올라갔다.


다음은 23, 그다음은 30.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대략 평균은 27 언저리인가······’


나트알의 일반 어른 평균이 20 정도인 것을 보면, 확실히 우수한 사람들이 베르다드에 입학하는 모양이다.


차례차례 순서가 지나, 아이리스의 차례가 왔다.


아들의 차례이건만 리아는 별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저 아티팩트는 마력레벨을 측정하는 것이니······


아이리스의 마력량은 자신과 에르를 제외한다면 아무도 견줄 자가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그렇지만 마력레벨은 성장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마력량과는 완전 별개이다. 그러니 마력량은 알 도리가 없고, 소란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가 된다면 아이리스가 남들보다 마력레벨이 높다는 게 조금 문제랄까······.’


현재 아이리스의 마력레벨은 51로, 지금까지 측정한 평균보다 2배가량 높았다.


조금 눈에 띌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발표하진 않으니 아무런 문제 없겠지.


그렇게 아이리스도 아티팩트에 손을 올리고, 정확히 51이 측정됐다.


검사를 하고 있던 리카드가 상당히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세리오가 수치를 기록했다.


그것으로 끝. 예상했던 대로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다.


일반반이었던데다 뒤편에 자리했던 아이리스였기에 다음 순서는 별로 안 남아 이제 리아가 속한 고등부에서 측정하게 되었다.


빈자리도 채우지 않고 대강 첫째 줄에 앉아있던 갈색 머리의 남성이 자신감을 내비치며 단상에 올라갔다.


실로 기세등등하였던 남성은 아티팩트 앞에 서자 망설임도 없이 바로 손을 올렸다.



“아자! 43이다!”


――그리고 화끈하게 자신의 마력레벨을 공개했다.


먼저 측정한 중등부사이에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고등부 쪽은 측정하지 않아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알 수 없어 반응이 시원찮았다. 하지만 중등부의 반응으로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건 대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남성이 내려가고 여성 한 명이 올라갔다.


그리고······


여성도 본인의 마력레벨을 측정하더니 공개했다.



“41이네요.”

“좋아! 이겼다!”


공개하는 거라 착각한 건가?


‘중등부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니, 딱히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건 알 텐데······’


처음 측정한 남성이 좋아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다음 사람도 올라가 측정한 이후 바로 공개했다.



“49라네.”


오오.


함성이 올랐다.


처음 측정한 남성은 뭐에 졌는지 상당히 분해했다.


이윽고 다음 사람이 올라가고――



“46이야.”


발표했다.


그리고 그다음 사람도······ 모두가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모양이었다.


‘왜 다들 공개하는 거야!’


당황한 리아는 이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어 놓은, 첫 시작이었던 남성을 살짝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어, 어떻게 하지?!’


리카드와 세리오만이 확인하는 거니 측정하는 척 속여달라 할까. 아니면 아티팩트에서 나오는 숫자를 마법으로 가리고 다른 숫자를 띄울까.


고민하는 사이 빠르게 앞사람들이 측정해갔다.


뒷자리 구석에 짱박혀있던 리아의 차례도 슬슬 다가왔는데――


쾅.


거친 소리와 함께 대강당의 문이 열려 잠시 중단되었다.



“어이! 마력레벨을 측정한다고? 나도 확인시켜줘!”


갑자기 입학식장으로 들어온 사람은 흑발과 흑안으로 보일만치 진한 갈색 눈의 남성이었다. 남성은 미남미녀들이 많은 이곳에서 중간에서 조금 낮은 정도의 평범한 외모였지만, 생김새 자체는 매우 이국적이었다.


그런 남성은 소리치고 들어온 무례함 그대로 곧장 단상에 올라갔다. 그 뒤를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표정의 사용인 여성이 조용히 따랐다.



“진―― 아서 알펜리트 씨. 갑자기 입학식장에 찾아와서 뭐 하는 짓입니까. 측정이라면 나중에 해도 될 텐데요.”


싸늘하기 그지없는 리카드의 말에도 아서 알펜리트라 불린 남성은 개의치 않았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조차도 모르는 듯했다.



“뭐야, 부외자 라고 그런 거야? 그럼 나도 이 학원? 학교? 어쨌든 이곳에 다니면 되는 거 아니야.”

“또 멋대로의 행동을······”

“아니. 이번엔 제대로 임금님에게 허락받았다고.”


리카드는 아서라는 사람의 뒤에 대기하고 있는 사용인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성은 아서의 시중을 드는 겸, 감시자의 역할도 있었던 모양인데, 그녀는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왕이 허락했다는데 어떡하겠는가.


리카드도 달리 할 말이 없었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던 때에 새로운 사람들이 아서가 연 문으로 더 들어왔다.


그들은 5명의 남녀로 각자 사용인을 대동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리아가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라프리트 씨와 안네 씨?’


골치 아픈 표정의 라프리트와는 달리 남성 3명과 한 명의 여성은 매우 당당한 자세로 있었다. 입학식을 방해한 건 전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없었다. 대신 실내는 크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레오노반 왕자님과 루 몬테르 공국의 공주님, 그리고 폰타르트 제국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제법 시끄러운 상황에 들은 자는 거의 없었지만 리아는 그 말을 캐치했고, 덕분에 저들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라프리트 씨가 만난다고 했던 분들이 저분들이구나······’


두르고 있는 의복과 외모도 뛰어났지만, 확실히 몸에 감도는 분위기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저들은 전원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우월함을 대놓고 드러냈다.


당연한 일로도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그만큼 신분이 높기에 행할 수 있는 무례였던 거다.


과연 리벨리타스의 장녀가 친히 먼저 티타임을 가지러 갈 만했다고 리아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레오노반 왕자가 타국의 고위 자제들을 이끌고 단상에 다가갔다.


사람들은 지나가는 길을 쫙 갈라서며 열었다.


당연하다는 듯 여전히 당당한 태도인 레오노반 일행은 단상에 올랐다.






단상에 올라오자마자 레오노반은 그대로 리카드의 앞으로 다가왔다.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 경, 갑작스러운 참가에 사과해두지.”


리카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참가······라고 하셨습니까, 전하?”


벨루디스에 입학하는 사람 중에는 왕자, 왕녀도 적진 않았다. 그랬기에 서쪽 기숙사를 만든 것이기도 하니.


하지만 그들은 입학식의 참여는 자유.


이유는 일반 서민들과 같은 이들과 같은 선상에서 입학식을 치르기 싫다는 불만이 많았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는데······ 더욱이 이번에는 마력레벨 측정이라는 새로운 안까지 도입됐다.


귀족 중에서도 위로 세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높은 사람들이 일반 평민보다 뒤떨어진다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선민사상이 짙은 이들이라면 분명 반기지 않을 상황이라 미리 알려 참가하지 않게끔 했고, 당연히 다들 혹시 모를 창피와 평민과 같이 측정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기에 수긍했었다.


그런데 어째서 참가한 것인가?


이러한 뜻을 함축한 리카드의 말에 레오노반 왕자는 너스레 떨며 답했다.



“무얼. 우리 또한 영광스러운 베르다드의 학생이 아닌가. 신분 따위를 내세우며 참가하지 않는다니. 학교의 이념에도 어긋나거니와 위에 선 자로서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요,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 공. 우리 루 몬테르 공국에까지 명성이 자자한 당신이 어진 전하의 사려도 이해 못 하시나요?”


루 몬테르의 공주까지도 끼어들며 거들었다.


그렇지만 리카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이미 한참 늦어놓고 뒤늦게 와서 이 무슨 뻔뻔한 소리인가.


거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레오노반은 신입생도 아니었다. 그는 이미 베르다드에 1년 전에 재적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 상태였다.


이 황당한 상황에 리카드는 레오노반이 다른 무엇을 꾸미는 건가 의심했다.


아무리 봐도 이 일의 주동자는 그 같았기에.



“그런데, 우리가 혹시 마지막인가?”


갑자기 왜 순서를 묻는가.


리카드는 더욱 의심이 증폭되었으나 제1 왕자가 묻는 것이다.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닙니다, 전하. 아직 고등부 마법반의 측정 도중이었습니다.”

“흐음. 그런가.”


조금 생각하는 듯싶었던 레오노반은 세리오에게 다가가 그녀가 기록하고 있던 용지를 뺏었다.


세리오는 움찔했지만,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레오노반 전하!”

“올해는 어떤 우수한 자가 있는지 잠시 볼 뿐이네. 차기 벨루디스의 왕으로서 인재를 놓칠 순 없지 않은가.”


오만방자한 핑계를······


그런 리카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왕자는 그 말고도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제2 왕자이고 자신감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심려가 깊고 총명했다. 그런데다가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노력가이기도 하였다. 레오노반은 평민같이 발버둥 친다며 비웃지만.


하지만 지금은 레오노반에게 뒤떨어질지라도 분명 나중엔 월등히 성장할 만한 재목. 그 때문에 아크티알은 아직 정식으로 왕세자를 정하지 않았다.


그러니 레오노반이 차기 왕이라 대중들 앞에서 떠들어도 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암만 왕세자라 하더라도 타국 자제들의 기록도 있건만, 함부로 대놓고 열람하다니······


나중에 따로 열람하는 것 정도는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지금 레오노반의 행동은 타국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수 있었다. 같이 온 이들이 그 타국의 제일 높은 사람들인데 신경 쓰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베르다드의 신용이 떨어지거나, 여차하면 자그마한 분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무례.


현 벨루디스의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기에 리카드는 차갑게 레오노반을 쳐다보았다.



“이봐, 레오노반. 나도 와 있다고. 아는 척도 안 하는 건 좀 섭섭한데?”


먼저와 있던 아서의 말에 레오노반은 용지를 던지듯 세리오에게 돌려줬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아서 경.”


친근한 미소로 말한 레오노반은 아서에게 다가갔다. 왕자인 자신에게 반말하는 데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아서 경도 마력레벨을 측정하러?”

“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거 아냐?”

“그렇지요. 지난번 측정 때는 아마······ 5였나요?”


아서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큭······ 이쪽에 막 와서 그랬어! 3개월 정도 지난 지금이라면 한참 높아졌을걸? 이젠 마력도 느낄 수 있고.”

“흠.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먼저 오신 것도 있고 하니, 이 자리는 제가 양보하도록 하죠.”


제1 왕자인 레오노반이 물러서자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친근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왕자가 양보할 정도라니.


귀족 사회에 거리가 먼 평민들은 그저 높은 사람 정도로 여겼지만, 나름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국적인 생김새의 아서가 누구인지 더욱 궁금해했다.



“좋아. 잘 봐두라고.”


호기롭게 ‘세베브리나의 눈’ 앞에 선 아서는 사각형의 검은 돌에서 반원 형태로 드러난 수정구슬에 손을 올렸다.


돌의 색 때문에 투명한 수정은 까매 보이기만 하는데――


손을 올리고 잠시 후 허공에 숫자가 떠올랐다.


레오노반은 근처에 있어 그걸 봤으면서도 굳이 아서에게 물었다.



“어떤가요? 아서 경. 많은 성과가 있으십니까?”

“······.”


말이 없는 그에게로 루 몬테르 공국의 공주, 그리고 폰타르트 제국의 두 남성도 다가갔다.



“어머, 23인가요? 분명 지난번엔 5라 했으니, 3달치고는 많이 높아지셨네요.”

“소베르비아 님의 말씀대로. 상당히 발전하셨습니다.”

“과연 대단하시군요.”


루 몬테르의 공주, 소베르비아는 어떨지 몰라도, 폰타르트 제국의 남성들은 순수한 칭찬이었다.


하지만 아서에게는 전부 비아냥처럼 들려 작게 혀를 찼다.


화가나 구슬에서 거칠게 손을 뗀 아서는 이대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정말 이대로 떠나면 자신의 도량이 좁게 보일 수 있기에 태연함을 가장하여 말했다.



“다음번엔 더 높아져 있을 거라고.”

“아서 경의 노력은 제가 봐왔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번엔 더욱 발전해있겠지요.”


딱 봐도 허세임을 알 수 있었으나, 레오노반은 모르는 척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진심은 전혀 담겨있지도 않지만.


그 뒤로 소베르비아 공주도 적당히 위로의 말을 건네고, 제국의 남성들도 상심해 보이는 아서를 위해 격려의 말을 건넸다.



“난 됐으니까. 너희들이나 봐봐.”

“네. 당연히 그거 때문에 왔는데 알아봐야지요.”


그리 말한 레오노반은 구슬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아서 때와 마찬가지로 금방 허공에 숫자가 떠올랐다.



“이런~ 생각보다 낮게 나왔군요. 백성들의 위에 서는 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더욱 노력해야겠군요.”


레오노반의 가볍기만 한 말투에 궁금증을 품고 아서를 비롯한 사람들이 다가가 떠오른 숫자를 봤다.



“71이라······ 높은 건가요? 리카드 공.”


묻는 소베르비아에게 대답하기도 전에 신입생들에게서 감탄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삽시간에 실내에는 “역시 레오노반 전하”라든지, “과연 벨루디스 왕가의 제일”이라는 칭송의 말들이 가득해졌다.



“그렇군요. 꽤 높은가 보네요. 그럼, 다음은······ 먼저 하시겠나요? 제국의 여러분?”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저희가 어찌 감히 소베르비아 님보다 먼저 하겠습니까.”

“예. 부디 소베르비아 님께서 먼저 자리를 빛내주십시오.”


단순 아부의 말 같지만, 정말 진심인 둘의 순진함에 소베르비아는 살짝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그녀도 수정구슬에 손을 올렸다.



“레오노반 전하. 몇 정도가 되어야 위에 있는 자로서 부끄럽지 않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100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담 다행이네요. 공국의 창피가 되지 않아서.”


도발하는 듯한 음색에 레오노반이 다가가 숫자를 들여다봤다. 제국의 두 남성도 궁금한지 기웃대고 있다가 레오노반이 나서자 따라 살펴봤다.


그리고 소베르비아의 마력레벨을 확인한 이들은 눈을 크게 떴다.



“배, 백십사······!”

“굉장합니다! 소베르비아 님.”

“후훗. 고맙습니다, 도련님들.”


여전히 진심 어린 감탄을 하는 제국의 두 명에게 소베르비아는 기분 좋게 웃어줬다.


······그리고 실내에는 커다란 함성이 일었다.


함성을 낸 사람들은 공국에서 온 사람들로, 그들은 자국의 공주인 소베르비아를 외치며 찬양의 말들을 쏟아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듯 열렬한 환호성이었다.


소베르비아도 그런 자국민에게 우아하게 손을 흔들어주어 더욱 환호성을 부추기는 행동을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후끈 달아오른 실내와는 대비되게 레오노반은 조용하기만 했다.



“어머? 왜 그러시나요, 레오노반 전하.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한껏 걱정하는 얼굴인 소베르비아에게 레오노반은 미소를 지어 대꾸했다.



“아닙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소베르비아 님.”


무엇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인가.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레오노반의 심정이 짐작되었을 소베르비아는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나요? 무척 안심되는군요.”

“하하. 공국의 자랑인 소베르비아 님께 걱정도 받아보고 영광입니다.”

“평범한 계집이건만 그리 말씀해주시다니 감사드리옵니다, 레오노반 전하.”


화사한 공주님과 멋들어진 왕자님.


서로 미소로 바라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아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정말로 이 둘의 모습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적진 않았다.


하지만 지척에서 봤다면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분위기에 흠칫 몸을 떨었을 것이다.



“저······ 소베르비아 님, 레오노반 님?”


제국의 남성 중, 좀 더 키가 크고 성숙해 보이는 연한 아이보리 머리칼의 남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소베르비아가 먼저 날카로운 분위기를 거두었다.



“실례했네요. 레스 린 프라바이드 님.”


소베르비아가 치마의 한쪽을 잡고 살짝 들며 고개를 숙였다.


공국식의 예를 갖춘 사과에 레스 린 프라바이드도 바로 주먹 쥔 손을 가슴에 댄 제국의 예로서 답했다.



“시, 실례라뇨. 오히려 레오노반 님과의 담소를 방해한 건 아닌지······”

“그럴 리가 있나요. 안 그런가요, 레오노반 전하?”

“예. 물론이죠, 소베르비아 님.”


소베르비아는 다시 레오노반에게 진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



“헤라드 벨렌 샤라즈 님께도 실례했어요.”

“아, 아뇨아뇨! 전 괜찮습니다!”


제국의 조금 앳되어 보이는 남성, 헤라드는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손사래라니――


암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다 소베르비아는 정중히 인사를 한 것이었다.


답례치고는 좀 무례했으나, 기분이 매우 좋았기에 소베르비아는 별다른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물론 고의로 했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았겠지만.



“자자, 이번엔 두 분의 차례에요. 제국에서 오신 분들도 기다리고 계시니 얼른 확인해보시죠.”

“예!”


사이좋게 동시에 대답한 헤라드와 레스는 바로 수정구슬에 손을 올렸다.


――동시에.


세베브리나의 눈은 동시에 두 명을 확인하는 기능은 없었기에 당연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잠시 콩트 같은 상황에 둘은 어색하게 웃고는 레스가 양보하여 헤라드 먼저 측정했다. 그리고 그다음 바로 레스도 확인했다.


자신의 마력레벨을 확인한 둘은 신입생들이 잘 볼 수 있는 위치까지 걸어 나왔다.



“제국의 백성 여러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손사래를 치며 어리숙하게만 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늠름하기까지 한 헤라드 벨렌 샤라즈의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집중하는 것을 보며 헤라드는 자신과 레스의 마력레벨을 알려줬다.


헤라드는 61, 레스는 57.


고등부의 평균은 46 정도. 그에 비하면 둘 다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헤라드와 레스는 공개함과 동시에 대중들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영광 가득한 폰타르트 제국의 명예를 저버려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술렁였다.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삼대 가문인 샤라즈와 프라바이드의 자제, 그것도 차기 가주로 유력한 저 둘이 백성에게 머리를 숙이다니······


봉건사회가 뿌리 깊게 박힌 이들에겐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소베르비아만은 크게 감탄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는 레스님과 헤라드님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제국의 신입생 중 한명이 무거운 침묵을 뚫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에 자극받은 것인지 다른 제국의 신입생들도 뒤질세라 외쳤다.


레스와 헤라드는 앞으로 소베르비아보다 더 뛰어나질 거다, 실전으로 붙으면 그 누구에게도 안 밀릴 거라는 등, 앞다투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감격에 겨눈 눈을 했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장내는 수그러질 기미가 없어, 결국 리카드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기에 이르렀다.



“레스님, 헤라드님. 그리고 소베르비아님과 전하. 이제 측정은 마치셨으니 돌아가심이 어떨는지요? 아직 측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있습니다만.”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리카드에게 전원 흠칫했다.


왜 그의 명성이 타국에까지 자자한가.


그건 타인과 비교를 거부할 만큼 독보적으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타국에 압박이 가능한 인물이 몇이나 있겠는가.


리카드가 학원장으로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그가 전면으로 적극적으로 나서 타국에 개입한다면 얼마큼의 손해를 입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데려올 수만 있다면 섭외 0순위인 그런 리카드의 분노를 사는 것은 당연히 자국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름뿐인 귀족에 불과한 리카드의 명령이나 마찬가지인 부탁에도 화를 내려는 자는 없었다. 레오노반 조차도.


단 한 명, 아서만이 불만을 토로했으나 그 목소리는 작았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 공. 하지만 더는 소란을 일으키지 않은 것이니, 부디 지켜보는 것만이라도 허락해주실 수 있겠나요? 다른 분들도 조용히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


간곡한 소베르비아의 말에 레스와 헤라드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와 레오노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다.


사실은 지켜보는 것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리카드는 방해하지 않을 것을 다시 주지시킨 다음 나머지 신입생들의 측정을 재개했다.


작가의말

하나 더 올라갑니다!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조금 있다가 한 화를 더 올리겠습니다.


못 올릴 수도 있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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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5 22.06.29 81 0 21쪽
66 64 22.06.29 81 0 38쪽
65 63 22.06.29 84 0 38쪽
64 62 22.06.29 78 2 39쪽
63 61 22.06.28 77 1 23쪽
62 60 22.06.27 84 1 33쪽
61 59 22.06.27 85 0 25쪽
60 58 22.06.27 87 0 26쪽
59 57 22.06.26 99 0 35쪽
58 56 22.06.25 93 1 12쪽
57 55 22.06.25 113 1 18쪽
56 54 22.06.25 103 1 33쪽
55 53 22.06.23 102 1 26쪽
54 52 22.06.23 111 0 42쪽
53 51 22.06.23 105 0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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