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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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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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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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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DUMMY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리아와 함께 성내를 돌아다니고 배정받은 자신의 방으로 온 라프리트는 공국에서 붙여준 사용인도 물리고는 방안에서 침대에 드러누워 혼자 생각에 잠겨있었다.



“모르겠어요. 도대체 이건 무슨 루트죠······”


무심코 나온 혼잣말이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해결할 수 없는 이 의문처럼.


‘꾸꾸―― 지금은 페일테스죠. 페리를 만난 걸 보면 레온하트 전하 루트로 돌입한 거 같은데······ 전하 루트에서 리아 양이 공국으로 오는 이벤트가······ 있었나요? 그것도 에인샤론드까지 타고.’


기억하기로는 그런 이벤트 따위는 없었다.


그 루트에서의 무대는 오로지 벨루디스 뿐이었다. 좀 넓게 본다면 세인트리안과 리아의 고향 그리고······ 그곳까지. 거기다 에인샤론드를 만나는 일 또한 이 루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에인샤론드를 만나는 일이 있는 제국 쪽은 아예 접전이 없으니 모든 전사가 우러러보는 패자의 루트로 진입할 리도 없었다.


물론 아직 초반이라 어떤 루트인지 확정할 순 없지만.


아니―― 그전에 리아가 에인샤론드를 타는 일은 모든 루트를 뒤져봐도 단 한 번도 없다.


‘거기다······ 어쩐지 기억하던 에인샤론드와는 조금 달랐었죠.’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루비아를 지키기 위해 앞길을 막아서던―― 감동하기도 한, 그 용맹한 모습은 자그마한 파편이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솔직히 동경하고 있었는데 좀 충격적이었다.



“그, 그때 유독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겠죠.”


동경하던 존재가 실은 빌빌거리는 소심한 새가슴이었다는 걸 고개를 흔들어 부정한 라프리트는 천장에 쳐진 캐미솔을 쳐다봤다.



“그럼······ 공국?”


그렇지만 공국 루트라 하더라도 루비아와 리아가 친해지는 일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그 어떤 때라도 루비아는 리아를 어딘가 마음에 들어 하질 않으니 어떻게 가까워지겠는가. 그래서 가까워지려 먼저 다가오는 루비아를 그렇게도 경계했었던 거다.


그리고 이때의 리아는 그저 일상생활에 동물들이 많은 공국이 마음에 들어 눌러앉은 형태였다.


후에 몬스터와도 대화하는 ‘만능언어’ 때문에 잠시 루비아의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곧 세인트리안의 귀에도 들어가 그녀는 리아를······


그것 말고도 다른 공국 루트에서도 리아를 분쟁의 도구로써 이용을 해왔다. 지금처럼 친구로서 지내지는 않았었다.


‘그뿐만 아니라 리아 양은 루비아 님을―― 읏.’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몹시 나빠진 라프리트는 생각을 멈췄다.



“······.”


건설적인 생각을 하고자 라프르트는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일단 전혀 처음 본 일은······ 리아 양이 벌써 백발인 것. 찬크에르 씨와 부부인 것과 그 아이가 아이리스라는 이름으로 리아 양의 아들인 것. 그리고······ 리아 양의 고향이 왠지 멀쩡해 보이죠? 실제로 봐야 확실하겠지만. 거기에 오라버니? 리아 양에게 오라버님이 있다고요? 후우······ 정말 당최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네요. 꾸꾸의 이름도 달라졌고.’


너무나 많은 엔딩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큰 틀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기에 굵직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대충 어디로 흘러갈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보면 지금의 상황은 모든 게 의아하기만 했다. 그 어떤 루트에도 들어가지 않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 각오하긴 했지만 정말로 제가 알고 있는 엔딩들은 쓸모없을 수 있겠네요.’


앞일을 안다는 장점이 사라지긴 했지만 괜찮다. 멍청하니 무력하게 지켜만 보던 이전을 반복할 수 없어 여러 상황을 대비해 놓았으니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 있다.


다만······



“용사―― 그분은 대체 뭐죠?”


여태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닐 만큼 그자의 존재는 이상했다.


한 번도 못 본 지금의 상황도 예기치 못한 이상 사태긴 해도, 역사란 원래 주어진 것들로 상황이 흘러가는 거다.


그렇다, 원래 있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에서 뭔가를 쓰여 나가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용사라는 남자는······ 아예 없던 존재. 이번에 처음 등장하는 거였다.


수많은 엔딩에서 본 적조차 없다.


이 시기에 학원에 다니는 자야 매번 바뀌어 딱 한 번 등장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예 처음 보는 사람은 없었다. ‘용사’라는 칭호를 가졌다면 분명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건만.


어렴풋이 소문을 접하더라도 그럴 리가 없다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경험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무얼 어떻게 하더라도 그 수많은 미래 중에 하나로 흘러갔으니까. 자신은 그중 가장 나은 미래로 이끄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럼 용사라는 사람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가. 딱 한 번만 등장했던 사람이 있으니 용사라는 자도 마찬가지인가. 지금 시기에 딱 맞춰서? 그런 우연이 가능한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보도 모아 볼 겸······ 돌아가면 꼭 집에 들러봐야 하겠군요.’



“하아······”


답답함에 나온 한숨과 함께 날은 저물어 갔다.












공국 왕성에서 그 어디보다도 아침이 빠른 곳은 주방이다.


다른 자들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 이른 아침부터 바쁜 게 당연한 주방은 지금 사절단의 방문으로 인해 더욱 분주했다.


물이나 재료들을 나르는 말단부터 전체적인 지휘와 세세한 조정을 하는 주방장까지. 모두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으며 조금의 딴청도 없이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절단의 수는 수행원까지 포함하여 총 다섯 명과 한 마리라는―― 평상시보다는 무척이나 적은 수의 방한이라 사실 이렇게 분주해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요리란 그 나라의 특색을 보여줌과 동시에 국격을 나타내기 좋은 수단으로 예로부터 이용되어왔다. 감히 위대한 공국의 품격을 본인들의 손으로 직접 낮출 수는 없었기에 이들은 이른 아침에도 왕성의 요리사라는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다―― 이번 사절단은 무려 소베르비아 공주 전하의 친우분들이라고 한다.


소베르비아 공주는 백성을 위한 정책의 시행을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여 단행하고, 백성을 핍박하던 귀족들을 전원 끌어내려 처단하는 정의로움을 겸비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공주라지만 본인의 입지가 위험할 수도 있는 일임에도 아름다운 공주님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로지 백성을 위해 용감히도 선두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루 몬테르 공작가가 공국으로 건국된 이래 최초로 큰 소동 없는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거의 매년 이래저래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그럴 때마다 백성에게 피해가 오던 일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공국을 더 살기 좋게 만들어온―― 하늘에서 내려다 주신 것 같은 공주님은 공국 백성들에겐 영웅이자 희망이었다. 특히 연배가 높은 연장자일수록 공주님은 정말 하늘에서 보내주신 사자로 믿는 자들도 많았다.


다만 그런 공국의 자랑이자 빛인 소베르비아 공주님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고독하다는 것이었다.


일반 백성들은 구름 위의 존재인 공주님의 생활을 알 도리가 없으니 신경을 쓸 수도 없는 부분이었다만,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자들에겐 큰 걱정거리였다.


도대체······ 공주님은 언제 노시는 건가.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무도회나 연회에서 기 동년배의 영애나 자제들을 만나도 간소한 대화만 나눈다고 할 뿐이었다.


왕성에서 일하는 자들끼리의 연락회에서도 꾸준히 말은 나오지만, 지금까지도 공무 이외의 다른 일을 하는 걸 목격한 자는 나타나질 않았다. 정말 사소한 유흥마저도 전혀 손을 대시질 않는 것이다.


공주로서, 공왕가의 일원으로서는 대단히 모범적인 훌륭한 자태였지만, 채 성인도 안 된 11살의 어린 나이로 정계에 입문하여 공국을 위해서만 일하는 모습은 주위에서 지켜보는 자들에겐 안쓰럽기까지 했다.


자신들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니 저리도 어린아이가―― 암만 공주라 하여도 마음을 기댈 자 하나 없이 공무만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엔 너무 힘들었다.


아이가 없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리도 어린 여자아이가 서류와 책만을 보며 지내는 모습은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저토록 어지신 분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오히려 어질어서 다른 영애들이 송구스러워해 더욱 거리를 둔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공주님은 계속 홀로 계셨고, 단지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부디 공주님께서 마음을 열고 기댈 수 있는 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는 것밖에는······


그러던 때에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소식을 전해 들은 모두는 다들 반신반의했다. 비슷한 착각이 많았었기에 선뜻 믿지 못했던 거다. 실제로도 그냥 어떤 영애와 한 번 대화한 것뿐이었는데, 목격한 자가 호들갑을 떨었을 뿐인 설레발이 오죽 많았었다.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으니 제대로 검증하자는 분위기가 일었고, 아무리 공왕가에서 직접 내놓은 공문이라도 이들은 쉽사리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어제 연회에서 시중을 든 사용인이 말해 온 것이다.


――소베르비아 공주 전하께서 활짝 웃으신 것도 모자라, 소리까지 내며 즐거워하셨다고.


이야기를 전하던 사용인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이 충혈된 인상적인 모습에 듣던 이들도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참았다.


이번에도 착각일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엔 목격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연회가 끝나고 나서 성내 여기저기에서는 공주님의 이야기로 화제였던 거다.


들리는 모든 말들은 전부 “오늘의 공주님은 정말 즐거워 보이셨다”였다.


오랫동안 공주님을 곁에서 모셔온 시종장마저도 저런 공주님은 처음 봤다는 말이 나왔다.


그제야 다른 이들도 믿게 됐다. 이번에 방문한 사절단은 진짜로 공주님의 친우라는 것을. 이번에야말로 착각이 아니라고.


바라던 염원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곳―― 성 내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흥분해 열의로 가득 차는 건 당연한 거였고, 공주님의 친우분들에게 최고의 작품을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장식의 사소한 흐트러짐도 없게 집중해! 음식을 내놓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긴장을 놓지 마라! 우리들의 실수는 공국―― 아니, 공주 전하의 추태로 이어진다는 걸 명심해라! 이후에는 쓰러져도 좋다. 다음 조가 있으니 점심은 그쪽에 맡기고 죽을힘을 다해라! 다만, 네놈들의 차례인 저녁때까지는 정신을 차리도록!”

“예, 총주방장!”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총주방장은 스윽 둘러봤다.


불만이 나올 법한 오더였지만 그 누구 하나 그런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아니―― 감히 공주 전하의 친우분께 대접하는 건데, 그딴 불만을 표하는 놈이 있다면 한방 후려갈기고는 이곳을 떠나게 할 거다.


역대 최고라 할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는 이들을 대견하게 쳐다본 총주방장은 주방장들에게 조리사들의 지휘를 맡겼다.


집중은 좋지만 지나치면 반대로 실수가 연발할 수 있다. 적당히 긴장을 푸는 것도 중요했다. 자신이 키운 주방장들은 그런 점을 이해하고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다.


걱정거리를 없앤 총주방장은 자신도 작업에 집중했다.


그런 총주방장은 언뜻 보기에 침착하니 제 일을 해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 또한 끓어오르는 자신의 열의를 잠재우기 바빴다.


오히려 다른 자들보다 자기 자신이 걱정일 정도였다.


특히 어제의 연회는 만족스러웠다고―― 따로 준비해달라고 했던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식사는 정말 훌륭했다며, 공주 전하가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하러 몸소 주방에 행차한 일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물론 신하들이 눈총을 주는데도 불구하고 공주 전하는 황공하게도 주방에 감사를 전하러 오시는 일이 종종 있긴 했지만······


어제는 유독 특별했다.


공주 전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즐겁다는 듯 환하게 웃고 계셨던 거다. 태어나셨을 때부터 이제껏 한 번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 오신 적이 없건만.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요동쳐오지만, 총주방장은 조용히 심호흡하면서 다스렸다.


아직 자신의 일은 끝나지 않았고,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 까다로운――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건강식으로 먹을 만한 음식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런데다가 드실 친우분은 공주 전하와 동갑의 젊은 분이란다. 실제 노인들이 먹는 것과 똑같이 밍밍하고 간도 약한 음식을 낼 수는 없었다.


이러한 요리에 익숙한 자가 있을 리도 없다. 그렇다고 어설픈 졸작을 낼 수야 없으니 이것만은 자신이 처리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 분명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오기랄까. 친우분께 대접하는 이것만은 자신이 만들고 싶었다.


그러므로 결사의 각오로 결의를 다졌다.


――총주방장으로서 42년을 지낸 나의 모든 걸 이 작품에 건다.


혈기 넘치던 젊었을 적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앞치마의 허리끈을 졸라맨 총주방장은 자신의 요리사로서의 인생을 증명하려 손을 움직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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