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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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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5.0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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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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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DUMMY

‘역시인가······ 이곳도 확실히 기억에 남아있어.’


이곳 대강당만이 아니다. 분명 처음 왔을 텐데도 마법의 실습장과 대련장 등, 각종 시설이 갖춰진 학원의 전경은 낯설지 않았다.


물론 처음 본 곳도 많았지만, 순백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문이나 대강당 같은 특징적인 곳만큼은 확실하게 본 기억이 있었다.


‘근데 도대체 어디서 봤더라······’


곰곰이 생각하며 리아는 주위를 둘러봤다.


넓은 대강당은 곳곳에 안내표지판도 있고, 마도구도 설치하여 길을 표시해주었기 때문에 헤매지 않고 입학식이 열리는 장소로 갈 수 있어 보인다.


‘오. 몇몇 물건들은 지구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네.’


마법으로 지구의 물건을 대신하는 방법은 많았지만, 딱히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진 않았기에 너무 신기하여 눈길을 끌었다.


고민하던 것도 잊고 리아는 천장이나 벽면에 붙어있는 전등과 홀로그램 같은 마도구들을 보며 감탄했다.


그렇게 촌놈처럼 여기저기 둘러보며 리아는 입학식 장소 앞에 도달했고――



“응? 리카드 씨······가 아니지. 학원장님?”


문 앞엔 리카드가 있었다. 갈색 머리칼을 말아 올린, 어딘가 깐깐해 보이는 여성과 함께.



“오! 이스피리아 양.”

“왜 여기에 계세요?”

“그야 이스피리아 양을 안내하러 왔지요.”

“네?”

“일단 이리로 가시죠.”


리아는 의아하면서도 리카드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입학식이 열리는 내부는 오페라 하우스처럼 무수히 많은 의자와 단상 하나만 있는 널찍한 곳으로, 의례를 행하거나 특별한 행사에만 사용하는 장소로 여겨졌다.


리카드는 그곳에서 안쪽에 있는 방으로 리아들을 안내했다.



“이스피리아 양, 우선 이쪽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이 분은 베르다드의 부 학원장이신 세리오 리벨리타스 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스피리아 양. 세리오 리벨리타스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 라프리트 씨랑 같은 성이시네요? 언니분이신가요?”

“아, 아뇨. 전 분가로, 라프리트 아가씨와는 신분이 다릅니다.”


친근하게 굴어서인지, 아니면 라프리트를 이름으로 친근히 불러서 그런지 세리오는 무척이나 당황해했다.


그 반응에 도리어 당혹스러웠던 리아는 대충 얼렁뚱땅 상황을 넘기기로 했다.



“그, 그런가요? 그래도 분가라면 친척분이신 거죠? 그······ 잘 부탁드려요, 이스피리아라고 합니다.”


리아는 라프리트의 친척인 그녀에게 잘 보이려 이틀간 배웠던 대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인사했다.


그 자세와 모습은 거의 완벽했다고 스스로 칭찬할 만한 것이었다.


역시나 세리오도 이 인사에 담긴 노고를 알아봤는지 살짝 놀란다. 더불어 리카드까지도.


의기양양해진 리아는 가슴을 폈다.



“이스피리아 양, 아이리스 군. 앞으로 생활하시다 무언가 곤란한 일이 생기신다면, 저나 세리오씨에게 도움을 받으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신경 써주시고.”

“아뇨. 저야말로······”


잠시 말을 흐리던 리카드는 마음먹은 듯 진지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것을 본 에르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은밀히 방 전체에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은 소리를 가두는 결계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이를 알아차린 리아는 의아스러운 눈으로 에르를 쳐다봤으나, 일단 리카드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니 그의 말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스피리아 양. 사실 제가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려 했던 것은······ 치유마법의 연구 때문입니다.”

“치유마법이요?”

“예.”


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말하는 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에 리카드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루시아스 교단과의 마찰이라든가, 반대로 섭외하려 협박에 가까운 압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숨김없이 말해줬다.


그러한 설명이 끝나고 폐를 끼치게 됐다며 리카드는 머리를 숙였다.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말에도 리카드를 보는 리아의 눈은 차분하기만 했다.


분노하거나 경멸하는 감정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돕기 위해 한다는 것이 아닌가.


리아로서는 그가 잘못했다고는 보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교단이란 곳의 횡포가 훨씬 못마땅하기만 했다.


신의 축복이라니――


어처구니없어서 살짝 코웃음까지 날 뻔했다.


‘신을 모신다는 곳에서······ 허 참. 신님이 할 일도 없어서 퍽이나 그러겠네.’



“리카드 씨는 괜찮은 거예요?”

“전 괜찮――”


사양하는 리카드의 말을 리아는 싹뚝 잘랐다.



“――아뇨. 오히려 안전에 제일 신경 쓰셔야 할 건 리카드 씨죠. 저도 일단 돕긴 할건데, 교단과의 상황이라든가 여러모로 잘 모르는 저보단, 계획을 진두지휘할 리카드 씨가 훨씬 중요해요. 그러니 본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 써주세요. 당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계획 자체가 중지된다는 걸 명심하고요. 같이 계시는 세리오 씨도요.”


말이 끝나자 리카드와 세리오가 놀란 눈으로 쳐다봐 왔다.


‘아, 말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너무 잘난척한 것 같아.’



“두 분 모두의 안전을 가장 첫째로 염두에 두시고 행동해주세요.”


그래도 할 말은 하기로 했다.


솔직히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 가장 걱정해야 할 건 자신이 아닌, 이 둘이었으니.



“알겠지요? 리카드 씨.”


리아는 말을 잃고 바라보는 리카드에게 다시 강조했다.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리아의 눈에 리카드는 흠칫하고 길게 숨을 토해냈다.



“감사드립니다. 이스피리아 양.”


리카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담아 감사를 표했다.


그것이 얼마큼의 감사를 표하는지 라프리트에게 배워 알게 된 리아도 마주 경의를 표하며 인사했다.



“리카드 씨,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예. 이스피리아 양도 사양 말고 저에게 의지해 주십시오.”

“네. 그렇게 할게요.”


활짝 웃으며 한 대답에 리카드도 미소 지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학원장님은 저에게 이 일을 말씀해주시려고 기다리셨나요?”


안내하러 왔다는 건 구실이었을 것이다. 교단과의 대항이라는 내용을 함부로 말할 순 없으니.


그리고 정말 안내하러 왔다면, 입학식이 열리는 곳 바로 앞에서 기다릴 이유가 없기도 했다. 이미 도착했는데 뭘 안내하겠는가.


리아는 그리 생각하고 확인받으려 한 것이었는데, 리카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한 가지 더. 벨루디스에선 여러분들을 국빈으로 대우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

““에엑?!””


말이 겹쳤다.


리아는 자신과 똑같이 놀란 세리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아니······ 그게, 실례했습니다.”


정말로 놀란 모양이다. 리카드와 꽤 밀접한 관계로 보이는 세리오가 모른다는 것은 상당히 은밀히 진행된 일인 듯싶었다.


어안이 벙벙한 리아는 시선을 리카드에게 옮겼다.



“일단 시간이 별로 없으니 짧게 물어볼게요, 리카드 씨. 국빈 대우를 지시한 건, 벨루디스의 국왕님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요청은 제가 했습니다만.”

“어째서요?”

“음······”


고민스러워 보이던 리카드는 슬쩍 찬크에르를 봤다.


시선을 받은 찬크에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야 리카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설명하였다.



“솔직하게 말해서······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폐를 적게 끼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벨루디스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폐하께 간청드린 겁니다.”

“높게 평가해주시는 건 감사하고, 리카드 씨의 마, 마음도 고마운데······ 국빈이라뇨.”


리아는 얼굴이 빨개지려는 걸 참아냈다.


한낱 시골에서 올라온 자신이 한 나라의 국빈 취급이라니······ 놀리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리카드가 이런 일로 장난칠 일은 없어 보였다.


하물며 아무리 거짓말이라도 이러한 것으로 장난을 치면 여차 직권남용으로 처벌받거나, 잘못하면 추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만한 사안이었다. 가벼운 농담으로 할 주제는 아니었다.


떨떠름하지만 진짜인 듯하다.



“후······ 창피하지만 일단 리카드씨의 판단을 믿을게요. 저희를 위해서라고도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어, 어쨌든 이야기는 끝난 거죠?”

“예. 시간을 내어――”

“――그럼, 저흰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요!”


말을 끓고 리아는 “첫날부터 지각만은 안 돼!”라며 자기 할 말만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야······ 무지하게 창피하잖아. 또 어떤 부끄러운 말을 할지도 모르고.’


할 말이 있다면 조금 진정되고 나서 들었으면 했다. 지금만으로도 벌써 용량은 초과했으니 말이다.


“으아······ 국빈이라니 갑자기 웬 말이냐.”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은 리아는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리아들이 조금 예의 없이 황망히 떠나간 자리에서 리카드는 깊게 숨을 토해냈다.



“후······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단 말도 못 했는데 급하시네요.”

“과, 과연 여러모로 파격적인 분들이시네요.”

“그렇지요.”

“그래도 정말 저분들이 동쪽 기숙사에 머문다면 상당한 소란이 발생했겠네요.”


세리오도 저 셋이―― 특히 찬크에르가 들어왔을 때는 순간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 나이에 맞지 않은 성숙한 분위기의 아이리스와 반대로 이상하게도 어려 보이는 리아까지 있으니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저러한 일행들이 동쪽 기숙사에 있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찬크에르 말고도 나머지 둘도 생김새가 반반한데다, 리카드가 인정할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니 더욱이나.


벌써 눈에 선하다.


한낱 평민에 불과한 이들을 서로 자신의 밑으로 데려가려 쟁탈하거나, 귀족으로서 우월함을 느끼기 위해 바보스러운 짓을 저지를 자들의 모습이······



“보면 안다고 하시던 바를 알겠네요.”

“그렇죠. 반드시 문제가 일어날 겁니다.”

“하지만 서쪽 기숙사라 하더라도 아예 문제가 없진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스피리아 양이 평민이라는 걸 알게 되면은······”

“예. 그래서 제가 폐하께 간청드린 겁니다. 함부로 나서는 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고요.”

“그렇군요······”


확실히 평민이라는 것이 알려지더라도 왕명으로 국빈 취급을 하는 거니 무언가 있을 수 있다 생각하여 저들에게 함부로 무례를 범할 자는 적어질 것이다.


‘아니. 없다고 봐야겠지. 왕명을 거역하면 반역죄이니.’


세리오는 새삼 리카드의 발 빠른 대처에 감탄했다.


하지만 저들을 국빈 대우하기로 한 것과 별개로, 이렇게나 빠르게 안건이 통과된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 말은 곧 폐하가 보기에도 이스피리아들은 그만한 대접을 해야 할 자들이라 판단한 것이니.



“자, 세리오 씨. 저희도 슬슬 준비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네.”


리카드의 말에 세리오는 생각을 접었다.


이스피리아들의 대해서는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 어차피 학원에 다니니까 알 기회는 많을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안 것은 있다.


그것은 이스피리아에 대해서다. 그녀는 아이 같은 겉모습과 달리 의외로 생각이 깊고, 상당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평범한 아이는 아니란 생각이 들게 했다. 물론, 겉모습대로 아이 같은 면모도 많긴 했지만······.


‘신기한 아이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지만, 그래도 우선 입학식이 먼저야.’


안 그래도 오늘 입학식은 이전과 달랐기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집중해야만 했다.


이스피리아에 대한 건 일단 머릿속 한구석으로 치운 세리오는 그렇게 입학식을 준비하기 위해 리카드와 함께 움직였다.











‘사람이 많네.’


시간이 되어 실내는 신입생으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다거나 홀로 자리에 앉아 있는 등, 약간은 난잡한 실내에서 리아는 중등부로 떠나간 아이리스를 살펴봤다.


제법 떨어져 있다지만 리아는 홀로 의연하게 앉아 있는 아이리스를 찾아냈다.


‘우리 아들 멀리서도 잘 생겼네.’


그리고 쓸데없는 외모 평가를 했다.


더불어 리아가 한가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뚱뚱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뚱뚱한 사람조차도 이른바 ‘꽃돼지’, ‘긁지 않은 복권’으로 불리는 사람뿐이었다. 전원 기본 바탕이 되는 이목구비는 상당히 괜찮은 것이다.


‘역시 오엘문리아는 이상한 곳이야.’


오늘도 허튼 생각을 하는 리아지만, 정작 본인들에게 쏠린 시선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건만.


이러고 있는 사이, 조금은 소란스러운 분위기로 입학식은 시작됐다.


안내되는 음성과 함께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리카드가 단상 앞에 섰다.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베르다드 학원의 학원장, 리카드 디안 클로디아노입니다.”


리카드는 자기소개 이후 간결하게 반 편성에 관해 설명했다.


우선 일반반은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세분화하여 일반 고등교육을 받는 자부터, 마법이 아닌 단순 전투가 특기인 전사들을 육성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베르다드가 널리 이름을 떨칠 수 있게 된 마법반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세분화하여, 연구를 주로 하는 자부터――일반반에도 있다고 한다――, 마법을 이용한 전투 훈련을 위주로 하는 자로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업방식은 각자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며 덧붙였다. 다만 중등부는 몇몇 필수과목이 있기에 선택의 폭이 좁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반이나 마법반이나 겹쳐서 듣는 경우도 상당하고, 일부 수업만을 제외하면 오히려 같은 반을 만나기 힘들 수도 있다나 뭐라나. 정확한 건 실제 수업을 수강해봐야 알 것 같다.


평소 알던 것과는 다른 늠름한 자세 리카드의 연설을 들으며 리아는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서는 “저게 엘리멘탈 마스터 리카드인가”라고 하는 감탄과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데?”라는 실망의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리카드 씨 굉장히 유명하신가 보네. 엘리멘탈 마스터라는······ 조금 창피한 이명도 있으시고.’


리카드도 고생이라며 마음속으로 위안을 건네고 있으니 기본적인 설명이 끝났다.



“이상으로 제 설명은 끝났으나, 올해는 새롭게 도입하는 안이 있습니다.”


그 말에 일부 몇몇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대부분은 입학식이 어떻게 치러지는지를 알고 있었는지 웅성거렸다.


하지만 소란 속에 세리오가 단상에 나타나니 다들 입을 다물고는 그녀가 조심스레 들고 있는 물건을 주시하였다.


‘수정구?’


의문형인 건 투명한 수정구슬이 반들반들한 정사각형의 검정 돌에 반쯤 파묻힌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그 심플하다고도 생각되는 단순한 생김새에 리아는 약간 김이 샜다.


그런데······


그것을 본 에르가 흠칫했다.



“에르?”

『리아, 저 물건은······ 아무래도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아.』


갑작스런 [염화]였지만, 처음 겪어본 것도 아니기에 리아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도 차분히 주위에 들키지 않게 [염화]를 시전 했다.



『그럼 누가 만든 걸로 보이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리아도 보면 이해할 거야.』


리아는 리카드가 있는 단상 앞에 옮겨진 수정구슬을 살펴봤다.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다고? 에르가 저리 놀랄만한―― 뭐야, 저건.’


일단 마도구로 추측한 리아는 수정구슬에 설치되어 있는 마법을 살펴보려 했다. 마력의 색, 전해져 오는 느낌, 감각으로 사용된 마법을 알 수 있기에 그리 한 것이다만――


결과는 ‘알 수 없음’이었다.


리아는 당혹감에 시뮬레이션을 모두 일시 종료하여 머리를 비우고 저 수정구슬을 분석해봤다.


하지만······


이번에도 ‘분석 불가’였다.


엄청난 정보량의 처리를 거듭하면서도 도통 어떤 물건인지 알아내지 못하겠다. 하물며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전혀 파악이 안 된다.



『에르. 미안한데, 제 주위에 자그마하게 결계를 쳐주실 수 있나요? 마력이 안 새 나가는 걸로요.』


오기가 생긴 리아는 요청하였고, 에르는 당황하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리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물건은 ‘세베브리나의 눈’이라 명명한, 마력레벨을 측정할 수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아티팩트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렇지만 몇몇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겠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어리둥절하였고, 리카드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짧게 아티팩트가 무엇인지 설명하였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아티팩트란, 현시대에서는 도저히 따라 만들 수 없는 마도구를 뜻하는 것으로, 아티팩트 자체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잃어버린 기술의 복원 목적으로 학술적 가치도 높은 대단히 중요한 물건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기 힘들다는 물건에 사람들은 감탄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일부 사람들은 아티팩트라는 것보다 마력레벨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에 더욱 놀라워했지만.


‘나도 리카드 씨가 설명해줘서 억지로 알아낼 필요성은 없어서 좋다만······’



『에르. ‘세베브리나’라 한다면······』

『지혜의 신이야.』

『설마 싶은데······ 세베브리나 님이 직접 만들었을 수도 있나요?』

『······그건 알 수 없지만, 세베브리나 님은 대장장이의 신 혹은 발명의 신으로 불리기도 해.』


신이 직접 만든 거라니.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는 소리이다. 누구라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할 거다.


그러나 저만한 물건을 만들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전혀 분석할 수 없는 물건 따윈 여태 한 번밖에 없었으니 가능성은 더 커 보였다.



『에르가 볼 땐 어때요? 제 마력레벨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


이쪽의 마력레벨이 공개되긴 싫었다.


용왕인 에르가 처음 봤다 할 정도의 마력레벨인데, 그것이 공개된다면 어떠한 혼란이 벌어지겠는가.


모르긴 해도 학원 생활은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여기저기서 서로 귀찮게 굴 테니.


시뮬레이션을 종료해 사고력이 높아진 리아는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상황들을 순식간에 그려봤다.


어느 하나 참을 수 없는 상황뿐이었다.


아이리스를 위해 기껏 학원으로 왔건만, 불필요한 방해가 들어오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아하, 그런건가. 벨루디스의 국왕님이 국빈 취급한 건······ 상황적으로 보면 리카드 씨가 에르의 정체를 알려준 거겠네. 평민을 국빈으로 대접하는 건 3일 만에 처리될 안건이 아니니까. 리카드 씨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에르가 용인하는 듯하니 넘어가고. 갑자기 올해부터 마력레벨 측정이라, 그것도 저만한 물건으로.’


뭔가의 음모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리카드는 아닐 것이다. 그는 미리 마력레벨 측정하는 일을 말해주고 참여 여부까지 묻기도 했다. 음모를 꾸몄다면 굳이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잘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간단히 오케이 한 것인데, 설마 저런 물건이 나올 줄은······


아마 리카드도 저만한 물건인지는 모르겠지.


‘아아. 다시 의심병이 도지는 것 같아.’


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아닐 거다. 이미 2명이나 지켜보던 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좀처럼 꼬리를 들어내지 않았다.


‘누구인지나 좀 알았으면. 하다못해 어디에서 보는지나 좀 알고 싶은데······’



『리아?』

『아, 미안해요. 잠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보다 에르가 보기에는 어때요?』


대충 넘기려는 이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에르는 걱정이 가득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일단 묻는 말에 답해줬다.



『내 예상일 뿐이지만, 리아의 마력레벨도 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하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없어.』

『흐음······ 직접 만져봐야 알 수 있겠군요.』

『리아, 여차하면 빠지는 건?』

『아뇨. 여기까지 와서 저만 빠지는 건 너무 눈에 띄어요. 그건 제일 마지막에, 도저히 방법이 없을 때 하기로 하죠.』


에르는 상당히 반대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알겠다고 넘어갔다.


그렇게 리아는 감사를 전하고는 막 시작되는 측정을 지켜봤다.


작가의말

과연 리아의 마력레벨이 밝혀질지...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약속했던 1화입니다!


사실은 두 화를 합쳐서 올리고 싶었으나, 40장이 넘어가기도 하고, 수정할 부분도 좀 남아서 일단 따로 올리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대충 1만자씩 끊어서 올려야 하나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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