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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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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5.01 00:47
연재수 :
2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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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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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50

DUMMY

이 모든 걸 직관하던 리아는 당황하였다.


‘뭐, 뭐야. 저분들도 지켜보는 거야? 어떡하지······’


뜻하지 않은 상황에 리아의 시선이 방황했다.


그러다 레오노반들과 함께 들어와 단상 위에서 여태 한마디도 없이 서 있던 라프리트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라프리트는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제 마주친 것이었다.


활짝 웃는 그녀에게 리아도 살짝 미소를 지어 손을 흔들어줬다.


그 덕에 라프리트의 눈이 커지고 더욱 기뻐했지만······ 반비례로 리아의 고민은 더 짙어졌다.



『리아.』


어떻게 할 건지 묻는, 근심 가득한 에르의 [염화]가 들려왔다.



『빠지는 건 이젠 힘들 거 같아요. 어쩔 수 없지만, 정면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을 듯해요.』


도중에 끝났었기에 곧바로 리아의 차례가 왔다.


리아는 살짝 볼을 두드리고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리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시선을 보내고 단상에 다가갔다. 그 뒤를 에르가 따라왔다.


레오노반들이 난입하고 떨어져 나갔던 수많은 시선이 다시 이쪽으로 쏟아진다.


·········


실내엔 적막만이 흘렀다.


시선을 보아하니 다들 찬크에르의 외모에 넋을 잃은 것이었는데―― 그것도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내 술렁거리는 잡음이 발생한 것이다.



“중등부의 얘 아냐?”

“아니, 그런 것치곤 확실히 고등부의 교복인데?”

“성장이 느릴 수도 있지. 그딴 것보다, 저 집사를 봐봐······ 어딘가의 귀족 아냐? 저런 사람이 모시는 거면 저 꼬마―― 아니, 저분도 귀한 신분인 것 같은데, 누구 본 사람 있어?”


그룹을 이룬 자들은 서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알고 있는 게 있을 리가 없다. 그저 중등부는 청색, 고등부는 적색으로 나뉘어있기에 리아가 고등부라는 것만이 이들이 알 수 있는 유일한 정보였다.


작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거였지만, 들을 수 있었던 리아의 표정이 조금 딱딱하게 굳었다.


‘꼬······꼬마. 내가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작긴 한데, 그런 소릴 들을 정도는······’


잔뜩 속으로 투덜대던 리아는 다시금 라프리트와 눈이 마주쳤다.


한껏 반가워하는 느낌의 그녀였지만, 차마 아는 척하여 폐를 끼치기는 싫은 듯 눈인사 정도만 했다.


그 뜻을 읽어 리아도 살짝 미소 지어주고는 라프리트를 지나쳐 세베브리나의 눈 앞에 섰다.



“뭐야, 이 로리 꼬마는? 착각하고 고등부 쪽에 서 있던 거야? 크하핫!”


크게 웃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아서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리아는 폭발했다.


‘로오오리?! 꼬맹이라고······?!’


착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서가 비꼬며 놀렸다는 것이 확실히 전해졌다.


하물며 여성의 신체를 조롱거리로 여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비단 자신만 기분 나빠진 게 아니었는지, 라프리트와 함께 소베르비아도 못마땅한 듯 경멸 어린 시선을 아서에게 보냈다.


결국 친구로서 참지 못한 라프리트가 한마디 쏘아붙이려 움직이는 찰나―― 한없이 싸늘한 리카드의 말이 먼저 나왔다.



“아서 씨. 분명 더는 방해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요?”

“아니······ 뭘 이런 거로 그렇게까지 정색해······?”


아서는 따지고 들었지만, 리카드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그는 말을 흐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도 구분하지 못하십니까? 그런데다가 이분은 벨루디스의 국빈이십니다. 이해하기 어려우시다면, 당신은 지금 타국의 왕에게 무례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것도 면전에서 말이죠. 아무리 당신이라도 지금 목을 쳐버려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는 소리입니다. 이제 이해되시는지요? 아서 씨.”


살기조차 느껴지는 듯한 리카드의 분노에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되었는지 아서는 잔뜩 겁을 먹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작았기에 다른 신입생들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근처에 있어 듣게 된 레오노반들은 깜짝 놀라며 리아를 쳐다봤다.



“아, 아바마마가 그리 명했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는 레오노반.


그런 그를 리카드가 딱딱한 시선으로 돌아봤다.



“예, 전하. 아크티알 네우라 디안 벨루디스 폐하의 명이옵니다. 직접 여쭤보셔도 됩니다. 어차피 곧 공문도 내려올 겁니다.”


국빈 같은 사항을 거짓으로 꾸며낸다면 금방 들키기도 할뿐더러, 아무리 리카드라도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중죄다.


사실이라는 걸 안 레오노반이 말없이 물러섰다. 아서도 더 이상 끼어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리카드가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이스피리아 양.”

“아니에요. 리카드 씨가 사과할 일이 아니죠. 그것보다 다른 분들이 의아해하고 계세요. 기다리시는 분도 있으니 얼른 측정하도록 해요.”

“감사드립니다.”


감사를 전한 리카드는 곁에 서 있던 에르에게도 작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더불어 국빈이라는 걸 알자 레오노반을 비롯한 소베르비아와 제국의 두 남성도 주의 깊게 평가하는 시선을 보내온다.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리아는 조심스럽게 수정구슬에 손을 올렸다.


‘이건······?’


손을 대자 세베브리나의 눈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파악하려는 감각이 들었다. 그 감각은 신체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것에 닿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오히려 리아는 역으로 세베브리나의 눈을 조사했다.


직접 만지고 있기에 멀리서 보는 것과 달리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었다.


‘마······법인가?’


원리를 전부 파악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마법의 종류 중 하나같았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분석이 가능할 것도 같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시간은 없었다.


리아는 마법을 알아보는 일을 멈추고, 다른 기능이 있나 살펴봤다.


‘음······ 다른 기능은 없나?’


이 세베브리나의 눈은 오직 마력레벨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만 보인다. 다른 마법은 없는 듯했다.


거기서 조사를 멈췄다. 알아보는 건 나중에 리카드에게 부탁해서 따로 조사해보면 됐다.


‘일단 나에게 접촉하는 곳은―― 아하, 그렇구나. 저게 혼이란 건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게 됐다만 저게 혼이었군.’


나중에 에르에게 정말 혼인지 확인받기로 하고, 리아는 빠르게 마법에 간섭하려 했다. 약간의 혼동이라도 줘서 최대한 수치를 바꾸려 한 것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아예 접촉을 끊는 것이었다. 가능해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아무런 숫자도 떠오르지 않을 거다. 그런데다가 혹여 고장 날 가능성까지 있었다.


물론 이 정도의 물건이 그리 간단히 고장 날 리는 없어 보였으나······ 혹시 모르지 않는가.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한 마디로 변상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함부로 도박하기엔 꽤 겁이 난다.


리아는 정말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빠르게도 포기했다.


‘여태 아무도 숫자가 안 뜬 적이 없는데 그건 너무 눈에 띄기도 하고 말이야.’


단순히 의혹 어린 시선을 받기 싫은 것으로, 결코 비싼 물건을 고장 낼까 두려워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한 리아는 남들이 볼 땐 한순간이지만 꽤 최선을 다한 방해 공작을 펼쳤고, 그 결과가 손위에 떠올랐다.



“헉!”

“으음······.”

“아······ 죄, 죄송합니다.”


마력레벨을 확인한 세리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리카드가 주의 주었으나, 어차피 단상 위의 사람들은 관심 가득했으니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소베르비아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레이디, 이스피리아? 소베르비아 루 몬테르이어요. 예가 아님을 알지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부디 살펴봐도 되겠나요?”


리카드가 확인한 것을 보고 바로 손을 떼려 했던 터라 리아는 당황했다.


그리고 조금 고민했으나······ 답은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무려 공주님이니.



“어, 그러니까······ 보시는 건 괜찮은데······”


아마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한 것이지 않을까, 소베르비아는 미소 짓는 얼굴로 훌쩍 옆으로 왔다.



“헤에······ 대단하시네요.”


그녀의 감탄에 레오노반을 비롯한 제국의 두 명도 슬쩍 다가와 어깨너머로 바라봤다. 아서만은 아직 겁에 질려 멀찌감치 떨어져 다가오지 않았다.


라프리트도 별로 관심이 없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저 이쪽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사······삼백?!”

“······.”


놀라 소리를 높이는 헤라드의 옆구리를 레스가 찔렀다.


그들은 허락도 받지 않았다. 소베르비아에게 껴서 몰래 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한데 이쪽은 벨루디스의 국빈이라는―― 꽤 창피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다.


정체가 뭔지 당연히 모르겠지만, 단순히 신분으로 밀어붙일 상대가 아님은 알 터. 그러니 조심한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헤라드의 목소리는 그리 작지 않았다.


신입생 중 단상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놀란 헤라드의 외침이 들렸고―― 곧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끝났으면 다행이지만, 이들의 술렁거림은 근처 사람에게 들렸다.


이른바 소문의 확산이다. 이내 차례차례 전파되어 실내 전체가 술렁였다.



“하아······”


낮게 가라앉은 리카드의 한숨과 함께 주위는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다.


이것이 살기로 인한 것임을 눈치챈 레오노반들은 잔뜩 몸을 움츠리며 긴장했다.



“학원장님.”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리 생각한 리아는 조용히 말을 걸었고, 리카드는 곧장 살기를 거두었다.


리아는 눈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는 몸을 돌려 소베르비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베르비아 루 몬테르 님. 이스피리아라 합니다. 조금 전 인사를 해주셨는데도 불구, 답하지 못하여 송구했습니다.”


깔끔하게 인사하니 소베르비아도 한쪽 치마의 끝자락을 잡고 펼쳐 우아하게 답례했다.



“사과할 게 아녀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죠. 그런데······ 이곳은 별로 장소가 좋지 못하네요. 나중에 제 쪽에서 사람을 보낼 테니 함께 다과라도 즐겨보심이 어떤가요? 이스피리아 양과는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네요.”

“네. 부디 초청해주신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마워요. 당신께서 방문하시는 날을 고대하고 있도록 하죠.”

“저도 뵙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분들도 있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서둘러 대화를 끝마친 리아는 라프리트와 안네에게도 작게 눈인사하고는 단상을 내려갔다.


이번엔 수많은 시선이 에르가 아닌 자신에게 꽂힌다.


하지만 리아는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라프리트에게 배운 대로 고상함을 유지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자, 다음 분 나오십시오.”


안내하는 직원의 말에 잠시 멈췄던 검사가 진행되었다.


측정은 다시 처음 같은 속도로 빠르게 치러졌으나, 마력레벨을 발표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이들 곁에서 결과를 지켜보던 레오노반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지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인재를 보러왔다는 말만 안 했으면 그냥 돌아갔을 분위기였다.


어처구니가 없긴 했으나 그렇게 조용히 마력측정이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일반반에서 금발벽안의 남성이 나오자 작게 소음이 일었다.


떠드는 사람들의 말로는 제2 왕자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는데, 거기에는 지금까지 있었는지 몰랐었다는 것과 평범하게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선 것에 놀라움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소란은 금방 가라앉았다.


이것도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제2 왕자는 왕자라는 직함만 뺀다면 특출날 거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나?


쉽게 말하면 그저 보기 드문 왕자를―― 연예인을 본 것에 놀란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마저도 레오노반들이 있으니 별 감흥이 안 생겼고, 사람들은 빠르게 그에게 관심을 거두었다. 정작 제2 왕자는 신경도 안 쓰는 듯했지만.


재차 조용해진 사람들은 착실히 본인의 마력레벨을 측정했고, 모든 사람이 검사를 마치자 리카드가 앞으로 나왔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력레벨 측정은 이후 1년을 주기로 시행하려 합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물론 성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성장의 정도를 파악하려는 것으로, 그저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 것뿐입니다. 그러니 오늘의 결과로 너무 움츠러들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학원장인 제가 확실히 단언합니다. 결코 마력레벨이 전부가 아니라고.”


리카드는 삽시간에 조용해진 실내를 둘러보며 힘을 주어 말했다.



“오히려 이번에 마력레벨이 높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십시오. 이번 결과에 취해 으스대다간 반드시 혼자만 뒤처질 겁니다. 부디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잊지 마시길. 그리하여 여러분 모두가 이곳 베르다드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 이상 길어지기 전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 여러분, 베르다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리카드에게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며 그렇게 입학식은 끝났다.


그리고······


학원에는 두 가지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나는 고등부에 리카드 다음으로 높은―― 마력레벨이 300이나 되는 은발의 꼬마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사’라 불리는 위대한 사람이 신입생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리아도 이를 들긴 했으나······ 입학식이 끝났다는 사실에 기뻐한 나머지 귓등으로도 듣질 않고 흘려넘겼다.











파스텔톤의 주황빛이 감도는 자신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꼬던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소베르비아 루 몬테르로, 그녀는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예정되어있던 모든 예정을 캔슬하고 본인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스피리아라······ 이름뿐이라는 건 좀 묘하지만, 그 아이? 여성? 어쨌든 그녀가 리카드가 데려온 학생이야?”


누구에게랄 것 없이 툭 내뱉는 말이었으나, 답변이 즉시 돌아왔다.



“예. 학원장과 함께 온 여성으로 파악했습니다.”

“역시 그렇지? 과연 학원장이 직접 데려올 만하긴 했어. 마력레벨이 328이라니······ 잘도 찾아내서 벨루디스로 끌어들였어. ――응? 아하~ 과연과연······ 그녀는 평민인가. 이름뿐인 것도 이해가 가네.”

“가문을 숨긴 게 아닙니까? 좀 전의 인사도 그렇지만, 그분의 손은 노동의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인사야 배우면 금방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내가 못 만나봤으면 별 볼 일 없는 귀족이라는 건데, 그런 자가 나에게 가문을 숨기고 인사할 거 같아?”

“금방 배울만한 수준의 인사가 아니었습니다만······ 확실히 주인님 말에도 일리가 있군요.”

“근데······ 일국의 왕과 동등한 국빈 취급을 할 줄은 몰랐어.”

“저도 그 말을 들었을 땐 정말 놀랐습니다만, 주인님의 말씀대로 평민이시라면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닙니까?”

“그러게. 그만큼 뺏기기 싫다는 거겠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할지도? 고작 마력레벨만으로 그만한 국빈 취급은 하지 않을 거 아냐?”

“보통이라면 부리기 편한 요직에 앉혀놓은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뭐 자세한 건 그녀를 불러서 차분히 알아가는 것으로 해야겠지. 레딧츠, 이스피리아의 취향을 알아내서 잘 대접할 수 있게 준비해둬.”

“다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소베르비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거 말고 뭐겠어? 생각해봐, 딱 봐도 그런 거는 모를만한 애한테 남자를 갖다줘서 뭐에 쓸 건데? 그리고 사용인 남자 봤잖아. 그거보다 더 반반한 남자 찾아올 수 있어? 찾을 수 있으면 차라리 나에게나 줘.”


당연히 그런 남자를 구할 방법이 있을 리 없던 레딧츠는 바로 수긍했다.



“말씀, 알겠습니다.”

“그래······ 아! 말이 나온 김에 그 남자는 뭐야?”


무엇에 대한 것인지 묻지 않았지만 레딧츠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정보원들이 말하기를 출신지 하나 파악할 수 없었다며 좌절하더군요. 그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은 마국의 국경 방향에서 왔다는 것 정도입니다.”

“베스티디논 쪽?! 그걸 먼저 말해줘야지!”

“실례했습니다.”

“뭐 됐어. 그나저나 혹시 마족······은 아니겠지. 리카드가 데려온 사람들인데.”

“예. 정보원들도 그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

“그들이 타고 온 마차를 비젠탈이 끌었다고 합니다.”

“······그럼 확실히 아니겠네. 그런데 비젠탈까지 끌고 가서 데려온 거야? 정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주인님 말마따나 그만한 가치가 그들에게 있는 건?”

“그러니까 국빈으로 지정한 거겠지.”


그것으로 할 말은 끝인 듯 소베르비아는 차를 마셨다.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이지만, 조금 의아했는지 레딧츠가 물었다.



“주인님. 그분들에 대한 다른 정보나, 레오노반 님과 제국의 두 분에 대해선 안 물어보십니까?”

“응? 더 필요한 게 있나? 그러면 넌 그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데?”

“이스피리아 님 말씀입니까? 음······ 모르겠습니다.”


소베르비아는 눈을 부릅떴다.



“모, 몰라?”

“예.”

“리카드는 어땠어?”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10에 8 정도는 제가 가져갈 거 같습니다.”

“시간을 주면.”

“10에 3 정도밖에 못 가져가지 않을까 합니다.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세하면서 모른다고?”

“예.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 남자 사용인은?”

“모르겠습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희망적인 예감은 들지 않더군요.”

“······이걸 말해주고 싶었던 거야?”

“주인님의 판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 도움이 됐어. ······진짜 말도 안 되는 자들이네. 이래서 벨루디스가 붙잡으려고 애쓰는 거군. 어쩌면 남자까지 세트로 국빈일 수 있겠어······. 아까워라! 먼저 발견했으면 공국으로 데려왔을 텐데 말이야.”

“······.”

“뭐? 아직도 남은 게 있어?”

“아닙니다. 이스피리아 님에 대해선 끝났습니다만, 다른 분들은?”


질문을 받은 소베르비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내가 눈여겨볼 만한 자가 있었어? 아~! 건방진 레오노반의 멍청함은 제대로 눈도장 찍긴 했지. 지금 떠올려봐도 웃겨 죽겠네. 녀석이 나보다 마력레벨이 높으면 어쩌나 싶었다니까. 미리 알아보길 잘했어, 정말.”

“제국의 두 분은 어땠습니까?”

“걔네들? 음······ 나쁘지 않아.”


상당히 후한 평가에 레딧츠는 의아해했다. 그가 보기에는 그럴 만한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던 거다.


이를 본 소베르비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순해 빠진 애들이지만······ 역시랄까.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민심을 끌어오는 능력이 있더라.”


레딧츠는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은 모양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태어났을 때부터 백성을 다스릴 재목이란 거야. 여린 게 조금 흠이지만, 그것조차도 이용할 줄 아니 상당하지. 계산하고 한 행동은 아닌 거 같았지만. 어찌 됐든 제국의 앞날은 탄탄해 보인다랄까.”

“조금 이해가 되는 듯합니다. 제 안목이 상당히 빗나갔군요.”

“아니, 그렇게 많이 빗나가진 않았어. 많은 나라가 통합된 제국이니 저런 방식이 통하는 거지, 공국이나 벨루디스였으면 어림도 없어. 단순한 잔챙이야.”

“흠. 잘 모르겠군요. 아직 배울 게 많은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분은 어때 보이셨습니까?”


누굴 말하는 건지 단박에 눈치챈 소베르비아는 기분 좋게 웃던 얼굴을 구겼다.



“용사인가, 뭔가라는 놈? 반대로 내가 물어볼게. 넌 어때 보였어?”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아, 실례했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정체를 전혀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정보원도 어느 날 리카드가 데려왔다는 것만 알 수 있었지?”

“예. 정말 하늘에서 솟아난 듯 학원으로 출입한 흔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뭐, 용사로 소환했다는 건 정말이겠지. 저렇게 기고만장해서 예의도 없이 나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는 걸 보면. 다른 건 어땠어?”

“음. 만 번이면 만 번, 전부 제가 가져갈 거 같습니다만······ 잠재력은 상당히 있는 듯합니다.”

“3개월 동안 5에서 20 오른 거로 그러는 거야?”

“아닙니다. 그 정도 성장은 어지간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히려 최근까지 마력레벨이 5였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하지만······ 후환을 위해서라도 지금 제거해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무례함의 결정체가?? 그래도 정말 네 말대로라면 지금 없애두는 게 좋을지도······ 그딴 바보――? 멍청이――? 아니야. 어리석어? 아니. 이것도 뭔가 부족한데······ 됐고, 그런 녀석이 쓸데없이 힘을 얻는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소베르비아는 잠시 고민했다.



“으음······ 관두자. 괜한 문제를 일으켜서 안 좋게 보이는 건 피하고 싶어.”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만.”

“0은 아니잖아? 확실하지 않은 것에 걸기에는 잃는 게 너무 커. 리카드만으로도 벅찬데, 거기에 그들이 벨루디스에 아예 자리 잡아봐. 여유가 생긴만큼 재수 없으면 리카드가 전면으로 나설 수도 있어. 겨우 그딴 놈 하나로 그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확실히······ 그분들과 비교하긴 어려울 듯 보입니다.”

“그래. 그러니까 그건 그냥 내버려 둬. 나중에 우리를 귀찮게 할 거 같으면 그때 가서 이유를 둘러대고 처리하는 게 나을 거야. 그러고 보면 아쉽네. 아까 무례를 저질렀을 때 리카드가 목을 쳤으면 이런 고민도 없었을 텐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소베르비아는 정말 볼 일은 다 끝난 듯 레딧츠에게 관심을 껐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오오 하나 더 올릴 수 있었습니다. 기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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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7 22.06.29 112 1 36쪽
68 66 22.06.29 80 0 33쪽
67 65 22.06.29 82 0 21쪽
66 64 22.06.29 81 0 38쪽
65 63 22.06.29 84 0 38쪽
64 62 22.06.29 78 2 39쪽
63 61 22.06.28 77 1 23쪽
62 60 22.06.27 84 1 33쪽
61 59 22.06.27 85 0 25쪽
60 58 22.06.27 87 0 26쪽
59 57 22.06.26 99 0 35쪽
58 56 22.06.25 93 1 12쪽
57 55 22.06.25 113 1 18쪽
56 54 22.06.25 103 1 33쪽
55 53 22.06.23 102 1 26쪽
54 52 22.06.23 112 0 42쪽
53 51 22.06.23 106 0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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