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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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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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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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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DUMMY

“부르셨수, 리카드 나리.”


“어서 오세요, 그리모르 씨. 그런데 나리는 조금······”


학원장실로 들어온 그리모르는 익숙한 듯 사람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는 치워진 응접용 소파에 팔꿈치를 걸치며 앉았다. 그리고 웬일로 정리했다며 신기해한 그가 말하였다.



“뭐? 형씨는 싫다길래 나리로 바꾼 거지 않수?”

“몇 번을 말씀드리지만 평범하게 리카드로 불러주세요.”

“싫은뎁쇼. 나리는 잘난 분이니 이런 일도 많아질 거지 않수? 나리가 익숙해지도록 하슈.”


모험가 시절의 말투로 친근하게 대하는 그리모르의 호의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리카드는 나오는 한숨을 막진 못했다.



“그것보다 이야기할 거리가 있어서 부른 거 아니우?”

“네. 맞습니다.”


힘없이 대답하는 리카드를 보며 잠시 실실 웃던 그리모르는 한순간 날카로운 눈빛을 했다.



“나리가 데려왔다는 이스피리아 아가씨 말이야. 도대체 어디서―― 아니. 어디서 왔든 상관없겠지. 그보단 대체 뭐 하던 아가씨야?”


진지해진 그를 의아해하며 리카드가 되물었다.



“격투술 수업 쪽을 수강하셨다는데······ 잘 적응하셨습니까? 혹시 다치거나 하신 건?”

“다쳐?? 그 아가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나리. 누굴 걱정하는 거야?”

“네?”


고개를 갸웃하는 리카드를 보며 그리모르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뭐야. 나리도 전혀 몰랐던 거야? 요즘 꽤 소문이 도는 듯하더만.”

“소문······이요?”


순간 불길해진 리카드였으나,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그리모르에게서 나왔다.



“검술 수업 시간에 나랑 대련했거든. 정확히는 전투랄까······ 진검승부를 했어. 적어도 난 나름 진지하게 최선을 다했지. 물론 전력을 다했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당신이 진심으로 싸웠다고요?!”


순간 이스피리아가 걱정된 리카드였다. 그렇지만 이내 그리모르가 한 말을 떠올리고는 침착해졌다.


하지만 곧 이해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모르는 방학 때마다 탐험을 나가던 자신에게 극구 사양하는데도 어디서 연이 생겼는지 세리오가 호위로서 억지로 붙여준 사람이었다.


걱정해주는 그 마음을 무시하기 힘들었거니와, 이미 은퇴했다지만 그의 실력은 유명했기에 방해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같이 떠났었다.


그리고 그건 상당히 그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방해는커녕 그리모르는 정말로 호위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몬스터들은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강한 정도가 달랐고, 특기로 하는 공격조차도 전부 달랐다.


그런 각종 다양한 능력이 있는 몬스터를 상대로 그는 전부 1분 안에 쓰러뜨렸다. 몬스터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줄 새도 없었다.


무작정 돌진했던 그리모르를 걱정해 나무랐던 자신에게 해준 그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딴 거야 공격하기 전에 쓰러뜨리면 되지 않수.”


건방진 소리였다. 몬스터 중에서도 어마어마하게 강대한 존재가 있건만.


그 좋은 예시가 데자스 트루 아라나였다.


문헌으로만 확인되고 그 실체를 봤다는 사람은 없지만, 실존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그 마물처럼 개인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고하는데도 그리모르는 웃어넘길 뿐이었다.


어쩔 수 있나. 정말로 몬스터가 공격하기도 전에 쓰러뜨리니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이따금 같이 호위로 따라와 주는 그리모르에게 베르다드에 교사로 와 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권유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모험가로서의 인상이 강했기에 거절당할 것으로 여겼는데, 예상외로 그는 선뜻 승낙해줬다.


막상 하겠다고 하니 모험가 말고는 다른 일은 하지 않았던 그리모르의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걱정됐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는 데다 기본적인 인품이 좋고, 정말 보기와는 다르게 성실하기도 한 그는 금세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물론 평민 학생들에게였다. 귀족들에게는 꺼려지는 교사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이제는 9년 정도를 같이 교편을 잡는 동료로서 생활한 그리모르다.


그러니 잘 알고 있다.


그는 지금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거다. 정말 진심으로 이스피리아와 대결을 벌였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무슨 일은. 그냥 첫 수업이고 하니 실력 파악이나 할 겸해서 대련하라 했지.”

“그런데 왜 당신이 진심으로 대결합니까? 이스피리아 양은 정말 다치지 않았지요?”

“아이~ 안 다쳤다니까 그러네. 것보다 내가 그 아가씨를 다치게 해? 푸하하하.”


얼마나 웃기는지 그리모르는 걸치고 있던 팔로 소파의 등을 두들겼다.



“정말 뭐 때문에 그러신 겁니까?”

“아! 그전에 나도 하나 질문.”

“뭡니까?”

“그 이스피리아 아가씨 말이야. 정말로 마법반이야? 마법은 쓸 수 있어?”

“네. 그야 물론이죠. 제 눈으로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야?”

“······[차음].”


갑자기 마법을 쓰자 그리모르는 당황하다가 곧 뜻을 파악하고는 눈을 가늘게 했다.



“당신이 함부로 발설하지 않을 것을 믿고 말씀드립니다.”

“당연하지. 내 입을 열긴 여간힘든게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슈.”


가볍게 대꾸하는 그리모르는 겉으로 볼 땐 영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그는 정말 아무 데나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만 보면 이미 제 수준을 뛰어넘어 보입니다.”

“형씨를? 아니, 나리를?”


살짝 눈을 흘긴 리카드가 대답했다.



“네. 굉장한 마법을 손쉽게 사용합니다. 손가락만 튕겨서―― 즉 무영창으로 말이죠.”

“무영창?”


그리모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아뇨. 당신이 생각하는 무영창이 아닙니다. 술식에서 벗어난 마법입니다.”

“호오······ 나리가 말했던 진정한 마법이라는 거? 응? 근데 나리도 아직 못하는 걸 그 아가씨는 할 수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리모르는 이내 쾌활하게 웃었다.



“아하하핫. 뭐야, 그 아가씨 여기서 배울 게 하나도 없겠는데? 마법도 그 정도인데 전사로서도 그 정도라고? 이야~ 진짜 대단한걸. 오히려 선생으로 데려왔어야 하는 거 아니야?”


며칠 전 아쉽기만 했던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그리모르였다.



“이번엔 당신 차례입니다. 어떻게 된 건지 말해주세요.”

“별거 아니야. 그 아가씨 나보다 강해.”

“······네?”

“진짜······ 몰랐던 거야?”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렇게 멍청하니 쳐다보고만 있자 그리모르는 추가로 더 설명해줬다.



“처음엔 나도 걱정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봐준다고 했어. 그야 그렇잖아, 그 아가씨 자기 키 정도 되는 검을 가져왔거든. 안 그래도 또래보다 작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잖아?”


그리모르는 동의를 구하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속지 않는다.



“――그냥 당신이 궁금해서 아닙니까?”

“아, 아······아니야! 무, 물론 나리가 잘 봐달라 부탁하니까 어떤 앤지 궁금하긴 했는데 정말로 걱정한 거야.”

“일단······ 그렇다고 해두죠. 그래서요?”

“응? 그래서? 아아, 그런데 그 아가씨가 몸 좀 푼다면서 검을 휘둘렀어. 가볍게 휘두른 모양이지만 바람 소리가 겹쳐서 들리던데? 식겁했지 뭐야. 들어보니 고향에서 기본적인 것은 배웠나 보더라.”

“빠르다는 소리인가요?”

“힘도 굉장해. 쪼그만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진 모르겠지만, 한 손으로 내 전력을 쉽게 막더라.”


당시를 떠올린 듯 그리모르는 전사의 표정이 되어 기지개를 켰다.



“아흐~ 정말 오래간만에 짜릿했다니까.”

“흐흥······ 그래서 학생을 상대로 전력을 다했다는 건가요?”


움찔.


차갑게 찌르는 리카드의 말에 그리모르는 몸을 떨었다.



“자, 잠시만!”

“······말씀해 보시죠.”

“하나 더 말해줄 게 있어! 그 아가씨 말이야 재능도 엄청나 보이더라. 싸우는 도중에 내 기술을 훔쳐서 그대로 따라 하더라니까! 세부적인 부분에선 조금 엉성했지만, 깜짝 놀랐지 뭐야. 대단하지 않아? 나중엔 분명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될걸? 전사들의 무덤이라든가 불리면서 말이야.”

“촌스럽게 그게 뭡니까.”

“그렇잖아. 보여주는 기술마다 쏙쏙 들이 가져가는데.”


이스피리아가 유명해질 거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저 별명만은 정말 아니다.


‘저것보단 차라리 은발의 성처녀라든가. 마법도 검도 능숙하시다니까, 엑셀 미스트리스가 더 잘 어울리시지 않을까요.’


실없는 생각에 웃음을 흘린 리카드가 말했다.



“이야기할 건 그게 끝입니까?”

“응? 그렇지?”

“저도 이스피리아양이 잘 지내시는 걸 알았으니 됐습니다. 그리모르 씨, 앞으로도 그녀를 잘 지켜봐 주세요.”

“흠······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일단 알겠수.”


분명 편애하는 듯한 자신의 행동이 궁금할 테지만 넘어가 주는 그에게 감사했다.



“리카드 나리.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부르쇼.”


그라면 정말 무슨 일이든, 무슨 이유든간에 도와줄 것만 같았다. 리카드는 그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다.


일은 제대로 정산해야 하지 않겠는가.


고개를 든 리카드는 슬금슬금 문 쪽으로 걸어가는 그리모르를 쳐다봤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지만, 그건 아직 이르지 않을까.



“기다려 주세요, 그리모르 씨.”

“우응?”


얼빠진 소리를 내는 그를 내버려 두고 리카드는 빠르게 종이를 꺼내 그 위에 글을 써 내려갔다.



“자, 이거 받고 가시죠.”

“리, 리카드 형씨! 하, 한 번만 봐줘! 이번엔 안 된단 말이야!!”


역시 몇 번이나 전적이 있는 그리모르답게 내용을 보지 않고도 뭔지 아는 모양이다.



“안 됩니다. 바꿔줄 생각 없습니다. 얌전히 받아들이세요.”

“안돼!!”


리카드가 억지로 쥐여주자 그리모르는 못 받을 걸 받은 듯 바로 냅다 하늘로 던졌다.


그리모르가 싫어하는 건 당연했다.


오히려 받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왜냐하면, 흔들흔들 공중에서 춤추는 그 종이는 통지서였기에.


그리고 거기엔 이리 적혀있었다.


――교직원 그리모르, 근무 태만으로 인한 1개월 감봉.



“아, 안돼에에엥. 내 술이!! 내 귀여운 아이들이 기다린단 말이야!”

“술은 끊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주점에도 그만 들락거리시고요. 교사가 모범이 되지 못하게 뭐 하는 겁니까.”

“너무해! 리카드 나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거야?!”

“전 사람이니 당연히 피도 눈물도 납니다. 하지만 교사가 승부욕을 내세워 학생과 전력투구로 싸우다니요. 동정의 여지도 없습니다.”

“나, 나리와 나 사이잖아. 좀 봐주라. 응?”


이제는 바지 끄덩이를 붙잡는 그리모르에게 조금 동정심이 들었지만, 여기서 봐준다거나 할 순 없다.


친근한 사이라 대충 넘어가는 일들이 쌓이면 점점 곪아 부패해가는 것이다. 학생 시절부터 진절머리났던 일을 자신이 할 순 없는 거다.


마음이 아프지만 냉혹하게 대처할 수밖에······



“모자란 건가요? 그러면 추가 감봉이나, 2개월 연장 감봉은 어떠하신가요?”


사태가 전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 그리모르는 뻥졌다.


그리고 현실을 인식한 순간 학원장실엔 바닥에서 뒹굴뒹굴하는, 험악한 인상의 남성이 떼쓰는―― 지켜보기 힘든 장면이 한동안 이어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 입니다!


더 올리고 싶었으나, 잠시 일이 생긴 관계로 여기까지 올리겠습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시고,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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