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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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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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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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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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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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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50-2

DUMMY

“이야~ 오늘도 진정으로 보람찼습니다.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가 행복하군요.”

“······그거참 다행이네요.”


남은 힘들어 죽겠건만 저리도 얼굴에 윤이 흐르다니.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진심으로 그런 맘이 들었으나 차마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평소처럼 끊임없는 부탁에 시달려 지친 한숨을 토해내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고난은 끝났다. 돌아가서 사랑스러운 아이리스에게 잔뜩 위로받을 시간이다.


수고했다며 리카드와 세리오에게 작별을 고한 리아는 건네주는 차도 마다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리아 양!”


맘 같아서는 무시하고 싶었지만 어떤 중요한 용무일지 모른다. 아른거리는 정문의 유혹을 떨쳐내고 힘들게 몸을 돌렸다.



“왜, 왜요. 뭐가 더 남았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묻고 싶은 거요?”

“예.”


대답한 리카드는 허공에 손을 넣어 꽤 두툼한 2개의 자루를 꺼냈다. 안에 든 물건도 묵직한 것인지 테이블에 놓자 쿵 소리와 함께 살짝 짤랑거리는 금속음이 울렸다.


내심 긴장했던 리아는 의아하게 쳐다봤다.



“뭐죠?”

“그······ 리아 양께서 제 앞으로 달아놓은 것입니다만.”

“그런 게 있었나······?”


고개를 갸웃한 리아는 좀 더 두툼한 자루를 열어보았다.



“헉!!”


옆에서 보고 있던 세리오가 눈을 부릅뜨며 숨을 삼킨다.


무리는 아니다. 연 자루 안에서는 반짝반짝 빛을 내뿜는 것이 가득 들어차 있었으니 말이다.


리아는 그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틀림없다. 과일 가게에서 에르가 꺼내는 것을 한 번 봤을 뿐이지만 확신할 수 있다. 원형의 차가운 이 노란 금속은······ 분명 금화다. 손수 세기도 번거로울 정도로 많은 금화가 자루에 가득 들어차 있는 것이다.


대충 짐작이 갔던, 하지만 너무나도 상상을 초월한 액수에 혹시나 해 리아는 물었다.



“이거 설마······ 필므 씨가?”

“예. 사정은 들었지만 보시다시피 액수가······”

“초, 총 얼마인가요?”

“말해주기로는 원금화 125장에 주금화 188장이라고 합니다. 덧붙이기로는 너무 잘 팔려서 은화나 동화는 금화로 반올림했답니다.”

“즈, 즉 서비스라고요?”

“그렇게 되겠지요. 더불어 쓰시기 편하라고 원금화를 주금화로 바꾸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수익의 상세 내역은 잘 정리해두었으니 언제든 원하신다면 말씀만 하시라고 합니다.”

“그, 그런 배려는 괜찮은데.”


말을 잃은 리아는 조용히 금빛을 뿜어대는 자루를 쳐다봤다.


‘지, 진짜 팔리긴 하는구나.’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팔린다.


겨우 손전등 따위가······


나름 근대 문명에도 필적하거나 뛰어넘기까지 한 이 세계에서 너무나도 의외의 활약상이 아닐 수 없다. 기껏 해봐야 적자만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거늘.


‘손해분만큼 받을 돈에서 덜 각오도 내심 했었는데, 완전 불필요한 걱정이었네.’


한동안 세리오의 가쁜 숨소리만이 존재하던 학원장실. 그 침묵을 뚫고 리카드의 곤혹스러운 목소리가 울린다.



“리아 양――”

“――기다려 주세요!”


곧장 끊어냈다. 들어줄 이유 같은 건 조금도 없다.



“제 성의의 표시에요. 그냥 받아주세요.”

“그리 말씀하실 줄 알고 저도 받으려 했습니다만 너무 많습니다. 생활비로 넉넉하게 드렸지만 모두 갚고도 한참이나 남습니다. 거기다 매달 7년간이라니······ 너무 과합니다.”


역시나 리카드도 순순히 받을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자신도 그의 상황이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거다. 이런 큰돈을 들고 있기엔 조금 무서우니.


어찌해야 하나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치, 칠 년간?!!”

“응?”

“아. 죄, 죄송해요. 갑자기.”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인 것인지 급하게 사과하는 세리오다. 하지만 액수도 액수거니와 지급 기간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는지, 그녀의 눈은 자꾸만 금화가 든 자루에게로 향했다.


‘옳거니! 이거야!’


번득 아이디어가 든 리아는 급 무게를 잡았다.



“흠흠. 리카드 씨?”

“아, 예.”

“결혼 자금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랍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이에요.”

“그럴······수도 있겠습니다만, 돈은 많습니다. 저축도 착실히 해뒀으니까요.”

“······.”


생각해보니 리카드는 학원장. 연봉이 대기업 간부급은 될 것이다. 아니면 걸어 다니는 대기업 자체라든가.


맹점이었다. 친근하길래 그가 어떤 사람인지 깜빡하고 있었다.


‘으으······ 쓸데없이 대단한 지위에 있기나 하고.’


잔뜩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는 리아.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와 도로 받을 맘 따위는 전혀 없다. 물론 액수를 보니 군침은 돈다. 두 자루는 어림잡아 15kg에 달하는 무게. 무려 4,000돈에 달하는 금덩어리다. 지구의 시세로 따지자면 얼추 10억쯤은 할 거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언제 저런 돈을 현찰로 만져보겠나. 욕심이 안 난다면 그 사람은 필히 성녀나 성인이라 불릴 군자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2년 후엔 고향으로 돌아갈 몸. 돈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멀다.


‘이런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진짜 몰랐지만······’


그러니 기왕이면 쓸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정 돈이 필요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생성마법에 의지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나도 저런 뿜뿜한 대사를 한 번쯤은 해보고 싶네······”

“뿜뿜?”

“아뇨······”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에 리카드가 의아한 듯 본다. 하지만 뭐라 설명할 말 같은 건 없다. 헛기침으로 대충 때웠다.



“리카드 씨, 그냥 받으세요.”

“하, 하지만――”

“――아아. 몰라요, 몰라! 계약도 그렇게 했어요. 성스러운 계약을 어긴다는 건 저에겐 상상도 할 수 없네요!”


그리 말한 리아는 주머니에서 10냥의 주금화를 챙겼다.



“그렇지만 너무 부담스러워하니 이 정도만 받아 갈게요. 나머지는 전부 리카드 씨의 몫!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면 기부라든가 하시면 되니까 알아서 해요!”


머리가 똑똑한 저 리카드에게서 논리 싸움으로 승기를 따낼 수 있을 거란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약간 어른스럽지 못하지만, 억지를 부려 모면하기로 했다. 나름 괜찮은 방편일지도 모르고.


그러니 뭔 말을 하기 전에 냉큼 도망쳤다.


에르에게 이견이 있을 리도 없다. 그는 먼저 앞장서 문을 열어두고는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다음에 봬요!”


뒤에서 리카드가 기다리라며 뭔가를 떠들고 있지만 무시한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조심히 가라고 하는 세리오에게 작별의 말을 건네고는 학원장실을 나갔다.



“리아, 새삼스럽지만 리카드 녀석에게 다 넘겨도 되는 거야?”

“다는 아닌걸요?”


리아는 손에 든 주금화 10닢을 보여줬다.



“우린 어차피 2년 후엔 돌아갈 거잖아요. 돈이 있어봤자 쓸 데가 없는데 가지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이렇게 생활비만 있으면 됐죠.”

“그렇군.”


에르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마주 헤실헤실 웃은 리아는 짤랑, 금화를 엄지로 튕기고는 잡아 귀걸이에 고이 잘 넣어뒀다.



“하지만 리아. 만들고 있는 게 있잖아. 재료의 수급이라든가, 돈이 있다면 수월할 텐데. 그 점은 괜찮은 거야?”

“윽. 아, 아픈 곳을 찌르네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만.”


의심스럽다는 듯이 보았던 리아는 추궁은 그만두고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생각은 해뒀어요.”

“[생성]?”

“네. 연습도 할 겸 재료는 직접 만드는 쪽으로 하려고요.”

“후후. 그렇다면 실물을 봐두는 편이 도움이 될 터인데?”

“그건 다른 방법이 없으니 에르에게 의지하도록 할게요. 오리진 같은 여러 희귀 금속을 잔뜩 가지고 계시죠?”

“오리진 이상의 것은 없지만 인간들이 모르는 여러 금속을 가지고 있긴 하지. 잔뜩 있는 건 아니지만.”

“구경할 정도만 있으면 됐죠. 덕분에 돈이 굳었어요. 고마워요, 에르.”

“뭘. 나의 것은 전부 리아의 것이야. 맘 편히 가져다 쓰도록 해.”

“그럼 저의 전부도 에르의――”


도대체 뭘 말하려 하는 것인가. 남사스럽게.


도중에 알아차린 리아는 입을 굳게 다물고는 걸음을 서둘렀다. 간만에 홍당무가 된 얼굴을 감추려.


그 에르다. 뻔히 알아차렸을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도 뒤에서 쿡쿡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다.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게 역시 상냥하다.


그런 멋진 남편에게 두근거려지며 리아는 복도를 나아갔다.


주변 연구원 학생이나 교수 때문에 별 대화는 없지만 에르와 함께 걷는 이 순간은 너무나도 괜찮은 시간이었다. 이는 학사건물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행복하게 방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할 때였다. 맞은 편에서 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면면 중 아는 사람을 발견한 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레스 씨랑 헤라드 씨?’


의문을 품은 채 곧 저들과 가까워지고, 인사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다른 때였으면 고민도 없이 말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같이 있는―― 선두의 대여섯 살쯤의 여자아이와 건장한 남성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신하라도 되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보니 조금 주저된다.


‘딱 보기에도 잘난 사람들 같지? 음······ 아! 설마?’


대충 누구인지 감이 잡혔다.


급격히 긴장감이 몰려온 리아의 결정은······ 모르는 척이었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무지하게 높은 사람들이라고?! 안 그래도 날 만나러 왔다는 사람들인데 절대 좋은 만남일 리가 없지 않아?’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속으로 변명을 늘어놓은 리아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학우인 둘에게만은 눈인사를 건네기로 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최고라며 자화자찬을 한 리아는 가까워진 둘에게――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


레스와 헤라드의 바로 앞―― 선두의 두 사람을 지키듯 남녀가 뒤따르고 있었는데, 그중 남성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는 게 아니겠는가.


의아한 남성의 행동에 일행 전체가 멈춰 섰다.


물론 계획한 대로 지나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남성의 시선은 이쪽에 똑바로 고정되어 있다.


눈을 부릅뜨며 묘한 분위기를 뿜어대는 그를 따라 일행의 시선도 옮겨왔다. 덩달아 근처에 있던 학생이나 선생님들도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완전히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데 능청스럽게 내뺄 순 없으리라.



“가, 가베인 경? 무, 무슨 일 있습니까?”

“그러게요. 일찍 왔다고는 하나―― 아뇨, 일찍 왔기에 더욱 빨리 학원장님께 이 방문을 알리는 편이 좋을 겁니다. 볼 일은 이후에 천천히 보시는 게?”


먼저 정신이 든 레스와 헤라드가 멈춰선 남자―― 가베인을 다독인다. 그러는 한편 레스는 눈짓으로 뭔가를 전해온다.


‘호오······ 저분이 가베인―― 투기장의 폭군인가 하는 분인가? 확실히 마력레벨도 높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걸 보니 엄청 강해―― 아. 그게 아니라, 어서 가라고 하는 건가? 뭔진 모르겠지만 배려를 무시할 순 없지.’


이쪽은 그냥 가려고 했건만.


제법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리아는 호의를 받아들여 눈물을 머금는 심정으로 힘겹게 걸음을 뗐다.


하지만 한 발짝 걷자마자······ 다시 멈췄다.


어떤 외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의지였다. 왠지 마음이 걸린다. 그냥 지나치기가 여간 내키지 않았다.


레스가 재차 어서 가라고 눈짓하지만 리아는 가만히 서서 남성―― 가베인을 올려다봤다.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걸까, 레스는 눈짓하던 것을 멈췄다.


선두의 두 사람―― 아마 제3 황자와 제1 황손일 그 둘도 마찬가지였다. 멈춰 선 남자를 다그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대략 3분여가 흘렀을까, 가베인은 홀린 듯이 천천히······ 제대로 걷지도 못해 발을 끌며 다가왔다. 그런 그는 믿지 못할 거라도 본 것처럼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흡사 정신 이상자와도 같은 이 모습에 에르는 앞으로 나서 제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리아는 슬쩍 손을 들어 이를 만류하였다. 왠지 막아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막기 싫다는, 뭔지 모를 감정이 들기도 하였다.


이쪽이 먼저 말리니 가베인을 멈추려고 했던 레스들이나 여기사 같은 사람도 그를 그냥 보냈다.


그렇게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가베인.


여전히 흔들리는 눈으로 멍청하니 바라보던 그는 털썩 쓰러지듯 무릎을 꿇고는――


――말릴 새도 없이 와락 껴안았다.


놀란 레스들이 소리를 지른다. 그렇지만 가베인의 상태가 이상하다 보니 함부로 다가오거나 하지 않는다.


안겨진 자신의 안위를 염려해주는 것이겠지.


대충 머리 한구석으로 생각한 리아는 조용히 팔을 가베인의 등으로 돌렸다. 황당한 상황에 놀라 당황했을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진 않고 침착했다.



“오오! 오오!”


말조차 되지 못한, 절규와도 비슷한 외침을 연거푸 토해내는 가베인. 그 외침은 서러운 듯도, 환희하는 듯도 하였다.


리아는 소중하다는 듯 꽉, 그러면서도 마치 부서지는 물건인 양 너무나 조심스럽게 안은 그의 등을 살며시 토닥여줬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이스피리아라고 해요. 당신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


감정이 복받친 것인지 뭐라 말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깨에 흐르는 따스함을 느낀 리아는 상냥하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지켜주기로 했다.


외로움에 사무쳐 쓰러질 것만 같은 그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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