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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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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4.10 19:10
연재수 :
2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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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0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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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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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218

DUMMY

조용한 숲에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리아는 좀 당혹스럽게 주위를 둘러봤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볼일이 있다며 찾아온 곳에 환수가 있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환수와 라프리트가 아는 사이라니. 이 얼마나 굉장한 확률인가.


그저 몇 번 안면을 튼 사이가 아니다. 다정하게 건넨 말에 펑펑 울음을 터뜨린 그녀를 보노라면.


도대체 라프리트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안네도 이러한 그녀를 처음 봤다는 양 어쩌지도 못하고 걱정스레 등을 쓸어줬다. 에르 또한 차마 끼어들진 못하고는 묵묵히 달래는 현무―― 히야신스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다행히 잠시 감정을 쏟아내니 라프리트는 차츰 진정되어 갔다. 그리고 모두를 돌아보며 머리를 숙였다.



“죄송해요. 갑자기······.”

“아, 아뇨. 신경 쓰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이제 괜찮으세요?”

“네.”


라프리트는 싱긋 웃었다. 좋은 미소다.


하지만 역시 걱정되니 귀걸이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을 뻗었다.



“저, 저기, 리아 양?”


부르지만 무시하고 라프리트의 눈가를 닦아줬다. 많이 당황하던 그녀였지만 이내 진지한 리아를 보고는 얌전히 몸을 맡겼다.



“고마워요.”

“뭘요.”

“안네도 고마워요. 진짜 여러모로.”

“별말씀을.”


모두 후훗,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바로 그때 그것을 끊어내듯 외침이 울렸다.



《좋아앙! 나도 간당!》


기세 좋게 외친 남성의―― 아니. 히야신스의 교태 섞인 말에 전원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저, 히야신스 님? 어딜 가신다는 건가요?”


정중한 라프리트의 물음에 히야신스는 척, 뱀의 머리가 달린 꼬리로 그녀를 가리켰다.



《아가를 따라가는 거 말고 뭐가 있닝?》

“네······?”


라프리트는 멍하니 말했다. 거의 반사적으로 되묻는 것으로, 딱히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해되기 마련이고, 이내 라프리트는 눈을 부릅떴다.



“저, 저를 따라오신다고요?!”

《응.》

“아니아니아니. 그렇게 간단히 결정하셔도 되는 거예요?! 여긴 어쩌고요?”

《오호홋! 아가가―― 라프리트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앵~ 내는 어차피 잠만 잤으니껭. 있으나 마나양. 그보다 이름! 히야라고 했잖낭. 님도 됐엉~》

“그거 아직도 포기 안 하신 거예요?”

《당연하징! 누가 좋아하는 아가에게 딱딱하게 불리고 싶어한다공! ······그러니까 응?》


라프리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 얼굴은 무언가를 회상하듯 했다. 아주아주 먼 과거를······.


그리고 끝내 그녀는 똘망똘망 쳐다보는 시선을 이기지 못했다.



“알겠어요, 히야.”

《응. 고맙구낭, 라프리트. 앞으로 잘 부탁한단당?》

“하아······.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구랭. 사실 다들 움직이기 귀찮아서 지역을 나눠서 온 거거등. 지켜보는 것 정도야 아무 데서나 가능해앵.》


히야신스는 윙크하는 듯한 분위기를 띠었다. 진짜 하는 것도 같았지만 잘 알아보진 못하겠다.


한숨을 내쉰 라프리트는 곤란해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따스한 미소가 내걸려 있었다.


여러모로 이야기가 잘 끝난 것 같다. 나름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함께 오신다고?’


그건 상관없다. 저리 사이가 좋으니. 라프리트의 친구가 늘어나는 건 반길 따름이다. 다만, 학원에서 같이 지내려면 아무래도 손을 써야 할 거다.


이럴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들리세요?』

『리아 양?!』

『네. 리카드 씨, 잘 지내셨어요?』

『저야 잘 지내죠. 이번 해는 탐방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만요.』

『그래도 즐거워 보이시네요.』

『전부 보람찬 연구들뿐인지라. 아마 이번 생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지 않을까 하네요.』

『사랑하는 약혼녀도 있고요?』

『그렇죠.』


밝은 목소리의 리카드와 함께 리아는 웃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아~ 그게요······.』


리아는 히야신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를 했다.


모두 들은 리카드에게서 잠시 생각하는 기척이 흘러왔다.



『왜 그러세요?』

『아뇨. 그저 히야신스······ 이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 말이죠. 아마 오래된 전승 같은 데서 본 듯한데······ 분명 생과 사를 관장하는 환수였나 그랬을 겁니다.』

『엑?! 그, 그랬어요? 대, 대단한 분이시네.』

『그럼, 역시······?』

『생과 사를 관장하는지는 모르겠고, 환수이신 건 맞아요.』

『그렇습니까. 라프리트 양도 굉장하시군요. 환수와 막역한 사이라니.』


크게 감탄하던 리카드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돌아오시기 전까지 베르다드로의 출입은 통과시켜 놓도록 하죠.』

『고마워요, 리카드 씨.』

『이 정도로 뭘요. 리아 양도 바쁘지만 잘 지내시는 듯하니 다행입니다. 근데······ 다른 분은 아직 안 만나셨습니까?』

『다른 분이요?』

『그······ 성녀님 말입니다. 베르다드에 왔었는데, 리아 양이 안 계시는 걸 보고 직접 만나러 갔습니다.』

『에엥?! 여기―― 제 고향으로요?!』

『예.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지라 상당히 헤맬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보군요.』


성녀나 되는 사람이 뭐 하러 이런 시골 촌구석까지 온다는 것일까.


황당한 나머지 어안이 벙벙하다.



『뭣 때문에 오신다고 혹시 들으셨나요?』

『그저 리아 양을 만나 뵙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외의 다른 목적은 없는 것 같더군요.』

『겨, 겨우 그런 시시한 이유로 여기까지 온다고요?!』

『저도 만류하고 기다리길 권했지만, 도통 듣질 않았습니다.』

『허······ 참.』


놀랍고도 어이없는 소식이었지만 리카드도 더 이상의 정보는 모른다고 한다. 또 전해줄 이야기가 있냐고도 물어봤지만, 딱히 그런 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연락한다면서 [염화]를 끝냈다.



“리아, 무슨 일이야?”


민감하게 알아차린 에르가 슬쩍 염려된다는 눈으로 본다.



“음······. 돌아가서 말씀드릴게요.”

“응. 알았어.”


이런 숲속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미뤘는데, 역시나 에르다. 전혀 개의치 않으며 따라준다.


그 아내 사랑에 다시금 감동한 리아는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에르도 호응하듯 다정하게 등을 안아줬다.


행복하다.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순간 잊을 만큼.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깨지게 됐다.



《히익?!》


히야신스였다.


말로 되지 못한 비명을 내지른 그녀는 한순간에 미끄러지듯 에르에게 날아왔다.


쿵······.


거북이와 뱀, 두 머리가 함께 땅을 박았다. 너무 힘찬 나머지 아까 흩뿌려진 토사물들이 휘날렸다.



《죄, 죄송함당! 저따위가 감히!! 감히 당신을 무시할 생각은 결단코 없었습니당!》

“······.”


너무나도 절박하다.


정말 심히도 절박하여 모두 맹한 눈으로 히야신스를 바라보았다. 심지어는 아직 만능언어를 깨우치지 못한 안네마저도 대번에 분위기를 읽고, 놀란 눈으로 그녀와 에르를 번갈아 쳐다봤다.



“저기, 아가씨. 히야신스 님이라고 하셨죠? 저분과 찬크에르 씨와는 무슨 관계인 겁니까?”

“그, 글쎄요. 저, 저도 잘······.”


묘하게 숨기는 라프리트다.


단박에 감지한 안네는 눈매를 가늘게 했다. 그렇지만 따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굽신거리는 게 확연한 히야신스를 보노라면······.


아마 에르를 엄청 높은 인물쯤으로 여기겠지.


‘뭐어······ 아예 틀린 건 아니지만. 근데 역시 라프리트 씨는 에르가 용왕인 걸 알고 있구나. 리카드 씨에게 들은 건가?’


잠시 고민하고 있자니 에르의 마력이 움직였다. 마법을 쓴 것으로, 그는 넙죽 엎드리고 있는 히야신스를 둥둥 띄었다. 덤으로 [정화]를 사용하여 더럽혀진 몸을 깨끗이 해주었다.



“볼 일이 있는 건 우리라고 했을 텐데? 괜한 짓은 그만하고 이만 가도록 하지.”

《예엥······?》

“이런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숙소에서 하는 편이 좋다는 거다. 라프리트를 따라간다고 했으니 남아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어, 넹.》


에르는 어리둥절한 히야신스를 천천히 날려 보냈다. 그리고 냉큼 뒤를 돌아 걸었다. 라프리트도 본인에게 온 히야신스를 조심히 품에 안고는 바로 쫓아왔다.


가는 동안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에르에게 넌지시 대체 어떤 용무로 찾아온 것인지 물어도 봤으나, 번거롭지 않게 돌아가서 얘기하자며 답해주지 않았다.


딱히 싫은 건 아니었으니 얌전히 품에 안겨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들어오자 곧장 바지탄스가 반겨줬다. 뒤를 이어 아장아장 귀엽게 뛰어온 로즈가 환한 얼굴을 내비쳤다.



“어서 오세요, 리아 언니!”

“다녀왔어요. 아직 안 주무셨군요.”


리아는 살며시 로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로즈는 기분 좋은 미소로 있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다급히 리아의 옷깃을 잡았다.



“리아 언니! 아까요. 큰 소리가 나면서 땅이 막 울렸어요!”


필시 히야신스가 몸을 일으키며 난 소동이겠지.



“아~ 그거, 별일 아니에요.”

“응? 혹시 리아 언니가 하신 거예요?”

“뭐, 대충 그렇죠.”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하기에는 설명이 번거롭다.


당시가 떠오른 듯 제법 진지한 얼굴이었던 로즈도 곧장 풀어졌다.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묻거나 하지도 않았다.


‘정말 착한 아이네.’


슥슥.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고 리아는 라프리트들과 함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바지탄스와 뒤늦게 1층 로비로 나온 세스 등이 쳐다보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할 생각이다.


참고로 프리에나는 일찍 자는 습관이 있는지 벌써 잠자리에 들었다. 용케도 지진과 소음이 울리는 상황에서도 잘 잔다······.


방에 모두 들어오고, 에르가 곧장 [방음]의 결계를 쳤다.



“일단 다들 편하게 앉으세요.”


세간은 폴스가 꽤 본격적으로 꾸며주어 화장대와 더불어, 소파와 테이블도 착실히 갖춰져 있다. 물론 방이 그리 크지 않아 1인용 소파가 두 개만 있을 뿐인지라 라프리트와 안네에게 양보하고, 리아는 에르와 함께 침상에 걸터앉았다.


······.


침묵이 흘렀다.


두려움에 집어삼켜진 히야신스는 차마 먼저 말을 떼지 못하고 잔뜩 굳었다. 무슨 볼일인지 모르는 라프리트들은 잠자코 있었고.


‘에르를 너무 무서워하시네. 사실은 엄청 다정한데.’


어쩔 수 없으니 리아가 먼저 나섰다.



“에르, 무슨 용건이에요?”


묻는 말에 에르는 슬쩍 쳐다보고는 히야신스에게 시선을 뒀다.



“조약에 관해 묻고 싶다. 너희들은 인간과 어떤 조약을 나눈 거지?”


예상 밖의 이야기에 리아는 고개를 꼬았다.


‘조약? 인간과―― 어? 그러고 보니 아니마무스 씨도 조약이라던가 말하지 않았나? 에르는 그걸 묻고 싶은 거려나?’


대충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같은 조약인지에 대한 의문이······.


굳이 환수를 찾아 묻는 것이니 아마 예상하기로는 같은 조약일 것이다. 그러나 적다고는 하나 환수는 은근히 있다고 한다. 눈에 띄는 활동이 없어서 그렇지. 대다수가 얌전히 지낸다나?


달리 말하면 인간 사회에 얽힐 환수는 적은 것으로, 히야신스가 조약을 나눴다는 그 일행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르는 히야신스가 그 일행이라 확신하고 있다. 즉 그리 판단할 뒷받침되는 근거가 있다는 소리였다.


에르이니 당연하겠다만, 그게 과연 무엇일까······.



“아! 장소?! 아니마무스 씨가 남쪽, 히야신스 씨가 동쪽에 있었으니까. 환수는 많지 않으니, 근방에 있다면 분명 관계자인 거겠지. ······하지만 어째서 인간의 영토 주변을 에워싼 듯 포진했지?”


또 다른 의문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니 문득 앞의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혼잣말에 꽤 놀란 듯하다. 다만······ 라프리트만은 조금 달랐다. 명백히 그녀의 놀람은 다른 이들과는 제법 차이가 있었다.


‘어찌 깨달았는지 놀라는 건가? 마력을 읽으면 확실하겠지만 그러긴 싫고. 만약 그렇다면 라프리트 씨는 조약을 알고 있다는 거로군. 아니마무스 씨와 만났을 때, 아니면 그 전부터.’


얼추 윤곽이 잡혔다.


리아는 흐름을 끊은 것을 사과했다.



“미안해요. 생각을 정리하려다가 그만. 편히 말씀 나누세요. 히야신스 씨도 신경 쓰지 마시고요.”

《으응. 아, 아니, 예엡》

“경어를 쓰시지 않아도 돼요. 제가 한참 어리잖아요?”

《어, 그, 그렇긴 하다만은······.》


힐끔――


두려움이 가득한 히야신스의 시선이 에르에게로 향했다.



“괜찮아요. 그렇죠, 에르?”

“리아가 괜찮다면야.”

“들으셨죠?”


휙휙, 히야신스는 빠르게 양쪽을 번갈아 쳐다봤다. 안위를 확인하는 거다. 하지만 본심을 있는 그대로 털어낸 것이었다.


매우 조심하던 히야신스도 이내 알아보고는 살짝 어깨가 가벼워졌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잉.》

“네. 잘 부탁드려요. 라프리트 씨의 친구이시니 리아로 편히 불러주시고요. 자, 에르도요.”

“찬크에르면 된다.”


에르의 자기소개에 히야신스는 화들짝 놀랐다. 그렇지만 곧 진정하고는 라프리트의 품에서 나와 한 발짝 정도 앞으로 날아왔다.



《황송하지만 찬크에르 님이라 부르겠습니당.》

“마음대로 해라.”


차가운 어투지만 이게 모르는 타인을 향한 에르의 디폴트 값이다. 딱히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님을 붙이는 것만큼은 달갑지 않은 듯했으나, 분위기를 보면 한사코 사양할 테니 그냥 넘기는 모양새였다.


몸을 움찔 떨긴 했지만, 히야신스도 금세 익숙해지고는 침착하니 말문을 열었다. 에르가 물은 조약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하면 인간은 관리당하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환수들에게.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말을 못 알아듣는 안네가 되레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째서 그리된 것인지, 그 배경에 대해 들으니 어이없고 화가 나서 도리어 차분해질 정도였다.


‘직접 인간의 광기를 체험해 본 입장에서 범상치 않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리 엄청날 줄은······. 필사적으로 감추고 싶은 기분도 이해는 돼.’


어쩐지 당시의 기록을 도통 찾을 수 없다 싶더라니. 확실히 그런 사정이라면 철저하게 말살하고 싶은 기분도 조금은 공감이 된다.



“그래도 굳이 마족을 적으로 꾸며내다니······.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성실하게 꼬박꼬박 가지치기하는 것도 잊지 않고. ······꼴을 보면 용왕의 사명에 대해서도 아는 모양이네. 그렇지 않으면 대담하게 타종족을 잡아다 고문 따위를 할 리도 없을 테니.”


리아는 이마를 내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쯧. 안 그래 보였는데, 교황 씨 무지하게 음험하고 겁이 많네. 어느 부분에선 이해가 되지만······.”

《으잉? 어째 인간들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나 봐앙?》

“네. 꽤 다르네요. 거의 창작 소설 수준으로.”


안네와 더불어 궁금하다는 눈치였지만 자세한 사정은 나중이다. 말하기도 창피한 치부이기도 하고.



《근데 말이양······ 아까 오다가 보니 마족들이 있던뎅, 그 아가들에겐 안 들었닝?》

“아······.”


역사 왜곡을 한 건 인간들이다. 마족들이 아니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자신들이 악이라는 역사 왜곡에 동참할 리도 없으니 필시 마족들에게는 다른 역사가 전해지고 있을 터였다.


둘 간의 전해지는 역사를 대조한다면 진상을 파악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지 않아도 학기 초, 그리모르의 교양 수업을 듣고―― 거기다 케트로의 말을 듣고 바지탄스들에게 대전쟁에 관해 물으려 했었다.


근데······ 여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에르, 혹시 이걸 알려주려고?”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나도 좀 궁금하던 부분이었어. 얼추 예상한 대로였지만.”


그래도 확신하고 싶었다며 에르는 덧붙였다.


대단하다. 분명 같이 조사를 했을 텐데도 이쪽은 전혀 감도 못 잡았건만. 별로 있지도 않은 정보만으로 유추해 내다니.



“묻고 싶은 건 그게 전부인가요?”

“개인적으로 몇 가지 더 궁금한 게 있지만······ 그건 리아와 함께 알아가려고 해.”

“그래도 돼요?”

“응. 이걸로 충분해.”

“에르가 괜찮다면 뭐······. 히야신스 씨는 어떠세요? 혹시 묻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나능······.》


말을 끈 히야신스가 지긋이 리아를 봤다.



《아가―― 리아는 바라는 게 뭐닝?》


의도를 모를 질문이다. 여타 다른 설명도 없고. 그러나 그녀는 진지했다. 지금껏 보여왔던 가벼운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이에 화답하는 것은 예의이니 리아도 진지하게 생각하여 답했다.



“저는 딱히 뭔가를 바라고 있진 않아요. 그저 에르와 아이리스, 친구들과 느긋하고 한적하게 살면 그만이라서요.”

《간단한 바람일수록 이루기란 어려운 법이란당?》

“그러니까 바라는 거 아니겠어요? 부디 무사평온하게 나날들이 이어지길.”

《그렇구낭······. 고마워엉. 성실히 답해줘성.》

“뭘요. 더 궁금하신 건 없나요?”

《응. 이걸로 됐엉.》


라프리트에게도 물어봤으나 괜찮다며, 애당초 히야신스를 보러 간 것은 그저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네 쪽도 지금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궁금한 것이 생기거든 라프리트에게 듣겠다며 사양하였다.


각자 들을 것도 들었겠다, 대화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오늘만 날이 아니다. 밤도 깊었고 하니 리아는 이만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리아 양.”

“라프리트 씨도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라프리트들을 배웅하고 리아는 곧장 침상에 몸을 눕혔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정보 과다랄까, 괜한 성녀가 온다는 소식들이 왠지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리아는 눕자마자 달콤한 꿀잠을 잤다.


다음날, 에르가 살며시 흔드는 기척에 일어나 씻고 나가보니 이미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 며칠 지냈다고 벌써 다들 익숙해진 모양이다.


로즈보다도 늦었다는 사실에 살짝 침울해졌지만, 기분을 달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만, 함께 앉은 인원이 지금까지와 조금 달랐다. 라프리트야 당연히 옆자리를 꿰찼다만, 그 바로 옆에는 로즈와 리블리지, 프리에나가 끼게 된 것이다.


굉장히 눈을 반짝이며 기대된다는 얼굴의 그녀들을 보니 괜스레 쾡한 기분이다.


그러다가 라프리트의 머리 위에 있는 거북이에게 눈길이 갔다.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인지라, 저러다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사실 거의 날듯이 얹어진 거라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무게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터다.


‘흠. 그러고 보니 소개가 아직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느낌이기도 한데, 만약 마수인 줄 알고 공격한다면 서로 조금 뻘쭘할 것도 같다.


그건 싫으니 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식사 전에 잠시만요. 소개할 분이 있어요.”


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아직 배식 중인 사람들은 멈춰 섰다. 그들은 흥미롭다는 듯이 라프리트를 바라봤다. 누굴 소개하는지 아는 눈치로, 다들 한 번씩은 생소한 저 거북이를 본 모양이었다.



“이쪽의 거북이는 히야신스 씨라고 해요. 라프리트 씨의 친구니까 잘 지내주셨으면 해요.”

《잘 부탁행!》


히야신스는 뱀의 머리를 손처럼 흔들며 성실하게 인사했다.


일부 말을 못 듣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훤히 보이는 의도에 꽤 똑똑한 마수라면서 살짝 감탄했다. 그러고는 이내 대체 무슨 종이냐면서, 처음 봤다면서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잡음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이래저래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심하고 리아는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리고 에르에게 받은 도시락을 풀었는데······ 다급하게 날아온 히야신스가 어깨를 톡톡 쳤다.



“왜 그러세요?”

《저기 말이양. 저, 저 아가는······?》


히야신스의 꼬리가 가리키는 곳에는 숟가락을 드는, 복면을 쓴 남자아이가 있었다.



“폴스라고 해요. 뭐 걸리시는 게 있나요?”

《아닝! 아무것도 안 걸령! 그래서 이상행! 압력은 느껴지니깡 마력이 있는 건 분명한뎅!》

“그냥 갈무리했을 뿐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확실히 리아도 안 느껴지기는 한뎅······, 저 폴스라는 아가는 기척이 조금······.》

“기척이 어떤데요?”


히야신스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진짜로 굳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상 그랬다.



《사악해앵. 정말 무지무지하겡. 사악한 기척이 너무 짙어서 마치 세상의 악의를 한 데 응집시켜 놓은 기분이양. 근데 질이 나쁘게도 신의 기척이 함께 있어서 어울리지 않기까지 행.》

“에이. 사악하다뇨. 착하고 똑 부러진 아이라고요?”

《하, 하지마안······.》


무척이나 염려스럽다는 듯 시선이 떠나지 않는 히야신스. 진짜 괜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말 괜찮아요. 저 아이, 폴스는 제가 만들었거든요.”

《흐헹? 만들엉······? 리아의 자식이었닝?》

“비슷하기는 한데······ 그게 아니라, 제가 마법으로 만든 아이예요.”

《마, 마버업?! [생명 창조]라공?!》


히야신스는 비명과 같은 외침을 지르면서 리아의 얼굴로 바짝 붙었다.


부담스럽다······. 설마 거북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 몰랐지만, 시선과 더불어 잔뜩 흥분한 기세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왠지 콧김도 거칠게 내뿜는 것 같고.


그래도 대답 자체는 쉬웠다.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지라.


리아는 슬쩍 몸을 빼면서 말했다.



“[생명 창조] 같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생성]이라구요. 뭐어······ 지성이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굉장한 부분이 있지만요.”

《시, 신의 기척응? 저건 어째서 있는 거양?》

“아~ 그거는요.”


손바닥을 활짝 편 리아는 그곳에 신력으로 승화된 마력을 아주 조금 내보냈다.



“폴스를 비롯해서 넘버즈들은 전부 제 마력을 담고 있어요. 히야신스 씨 정도라면 아시겠지만, 극도로 압축된 마력은 신력과도 닮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기척이 느껴진 게 아닐까요?”

《······.》

“히야신스 씨?”


신력을 회수하고 불러봤는데 대답이 없다.


한동안 넋 놓고 신력을 바라보던 히야신스는 맹한 기색으로 라프리트와 에르를 쳐다봤다.



“에르. 저, 뭔가 이상했나요?”

“아니. 아무것도. 그냥 리아가 너무나도 뛰어나서 놀란 거겠지. 신경 끄고 식사나 하는 게 어때? 다른 자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래도 되나 싶긴 하나, 확실히 에르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는 중이다.


자고로 밥은 제때, 따듯할 때 먹어야 제맛이 아니겠는가.


결코 식사 예절 같은 걸 강조하지도, 강요한 적도 없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꾸물거리긴 조금 그렇다.


그녀가 왜 저러는지 조금 궁금했지만······, 아까 열어놓은 도시락이 자꾸만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오늘의 식단은 감자조림을 필두로 각종 반찬이 준비된 한식 스타일이었다.


유혹에 바로 넘어간 리아는 재빨리 식기를 꺼내 들었고, 그대로 식사를 시작했다. 아직 넋이 나간 히야신스는 조심스럽게 라프리트에게 건네 그녀에게 맡겼다.


그렇게 얼마 걸리지 않아 식사가 끝나고 곧장 이동을 개시했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정신을 차린 히야신스도 지정석처럼 라프리트의 머리 위에 편히 있었다. 어딜 가는지, 무엇 때문에 가는지는 어제 라프리트에게 들은 것 같다.


이따금 아직 지성이 자라지 못한 동물이나 몬스터가 다가올 때도 있었으나, 세스가 대충 살기를 내뿜어 쫓아냈다. 달리 별다른 습격은 없었고, 한동안 편안히 길을 나아갔다.


어제와 달리 제 발로 걷는 리아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다.


이슬의 습기가 살짝 찝찝하긴 해도 좀 즐겁다. 탐험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옆의 두 사람만 없었다면 더 즐거웠겠지만······.’


속으로 거하게 숨을 토해낸 리아의 옆을 쳐다봤다.


곁에서 같이 이동하는 사람은 바로 프리에나와 리블리지로, 그녀들은 슬슬 이동하려고 하자 그대로 딱 달라붙어 버렸다.


크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괜히 신경이 쓰인달까. 기왕이면 좀 더 즐기는 기분으로 있고 싶었는데 조금 거추장스럽다. 저기 얌전히 유즈라의 품에 안긴 로즈를 조금 본받았으면 싶다.


그런 동생의 아쉬움을 읽은 것인가, 30분쯤 걷고 있으니 루데릭이 속도를 낮춰 다가왔다.



“왜, 오라버니?”

“리아, 잠시만······.”


루데릭은 슬쩍 양옆을 에워싼 두 사람에게 시선을 줬다. 아마 따로 이야기하자는 것이겠지.


리아는 잠시 오라버니와 대화한다면서 걷는 속도를 늦췄다. 프리에나와 리블리지는 아쉬운 듯하면서도 눈치껏 빠져줬다. 에르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따라왔지만.


그렇게 후방 경계를 맡은 마족들의 근처까지 빠졌다.



“여기라면 안 들릴 거야.”


만약을 위해 에르가 [방음]의 결계도 쳤다. 특유의 감으로 인지한 루데릭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용건을 말했다.



“리아, 네가 데려온 히야신스 말이야.”

“응.”

“그거 뭐야? 거북이 따위가 아니잖아.”

“오······. 제법 날카로운데~ 오라버니. 어떻게 알았어?”

“뻔히 마력을 억제한 게 느껴지잖아. 그랬는데도 압력이 어마어마해. 실제 마력량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많겠지. 어쩐지 여유도 있어 보이고. 게다가 뱀의 머리도 달려있잖아? 본 적은 없지만 저런 게 평범한 거북이일 리가 없지.”

“응? 거북이를 못 봤어?”

“우리 마을 주변에는 없어. 그냥 도감으로만 봤을 뿐이지. 너는 본 적 있어?”

“어······ 아니. 그러고 보니 없네.”

“대답이 좀 시원찮다?”


미심쩍다는 듯이 보는 루데릭.


열심히 훈련하는 걸 보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 수준일 줄이야······.


리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만큼 지금 루데릭이 감지해 낸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무려 히야신스의 강함과 그 마력을 꿰뚫어 봤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정체가 뭔데?”

“환수야. 어, 환수라는 건――”

“――알아. 촌장님께 배웠어. 분명······ 옛 시대에 존재했다는 희소종이랬나?”

“비슷해. 신화시대 때 태어난 종들을 지칭하는 거거든. 사실 종족명이 별개로 있는데, 이제 와 밝히기엔 어려우니 대충 환수라고 퉁치는 거지.”

“시, 신화시대?”

“응. 에르 못지않게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야.”

“그딴 걸 감상이라고······.”


어깨를 떨군 루데릭은 에르를 쳐다봤다. 진짜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에르에게 들은 것,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환수라······. 세상엔 굉장한 것도 다 사는구나. 근데 라프리트는 어떻게 히야신스랑 친구가 된 거야?”

“나도 자세히는 몰라. 안 물어봤거든. 그렇지만 아주 아~주 오래된 사이인 거 같더라.”


그야말로 시공간을 넘어······.


‘기억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으로 봐선 아마 다른 미래에서의 인연이겠지.’


루데릭은 작게 콧방귀를 끼었다.



“너랑 동갑이 오래되어 봤자지. 뭐······ 지내는 걸 보니 꽤 친해 보이더라. 어쨌거나 리아, 너도 친구들을 소중히 좀 대해. 아주머니께도 한 소리 들었잖아. 아까도 그 둘이 달라붙는 걸 꺼렸었지?”

“윽······. 아픈 곳을 찌르는구먼. 쓸데없이 눈치만 빨라서.”

“괜한 사족은 빼.”


피식 웃은 루데릭은 인상 쓰지 말라면서 엄지로 리아의 미간을 살살 문질렀다.


투박하지만 상냥했다. 리아도 딱히 싫은 기분도 아닌지라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길은 어때? 제대로 가고 있는 거 같아?”

“아마도? 별로 막힌다는 기별도 없으니까 헤매고 있는 건 아닐 거야. 그런데······ 조금 걸리네.”

“어떤 게?”

“이 방향으로 쭉 나아가면 뭐가 있는지 느껴지잖아.”

“뭐가?”

“응? 몰라?”

“그러니까 뭐가?”


농담인가 싶어 올려다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루데릭은 정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허얼······. 오라버니, 그리도 마력을 잘 감지하더니만, 정작 감지할 수 있는 범위는 좁은 거야?”

“잘 모르겠네. 여태 신경 써 본 적이 없어서. 좁은 건가?”

“세밀하게 마력을 느끼는 것에 비하면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는 알아?”

“글쎄다. 아마 100m쯤은 되지 않으려나?”

“마, 많이 좁네······.”

“그런 거야?”

“그, 그래도 오라버니는 이제 한창 성장할 테니 점점 넓어질 거야!”

“별로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에, 에르!”


나무라는 말에 에르는 세침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양. 덕분에 덩달아 루데릭도 울컥해 버렸다.


이윽고 시작되는 말다툼······.


이걸 사이가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오······ 내가 참는다. 참아.”

“덤벼들어 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이지.”

“아앙?! 한 번 해봐?!”

“얼마든지.”

“자, 잠시만! 싸우지들 마요!”


리아는 황급히 둘의 사이에 끼어들어 서로 거리를 벌리게 했다.



“쯧······. 운이 좋은 줄 알아.”

“너야말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주려 했건만 운이 좋군.”


여전히 불꽃이 튀는 대화가 오가지만 다행히 더 할 마음은 없는 듯했다.


안심한 리아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리아, 그래서 저기에 뭐가 있다는 건데?”


진정하고 묻는 루데릭의 말에 리아는 정면―― 저 멀리 숲 너머를 쳐다봤다.


다시 봤으나 역시 틀림없다.



“마력이 있어.”

“헤에. 멸망했다는 마을에?”

“어쩌면 다른 곳일 수도 있겠지만, 크게 방향을 바꾸지 않는 한 아마 저곳으로 향하지 않을까 싶어. 바지탄스 씨에게 들은 위치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면, 3년이나 지났으니 새로 거처를 잡은 사람들이려나?”

“마력으로 파악한 형상도 인간형에 가깝긴 해.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무척 이질적인 존재가 끼어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이질적?”

“응. 저기에 환수―― 혹은 그에 가까운 존재가 있어.”

“엥? 환수가 그리 흔한 거였어?”


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다.


그러나 재차 확인해 봐도 정말 엄청난 마력량이 아닐 수 없었다. 못해도 아니마무스와도 비등한 수준으로 보인다.


이번에 한해서는 거리에 따른 정확도를 따질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저쪽의 상대는 마력의 갈무리를 상당히 느슨하게 했기 때문이다. 마치 과시라도 하는 양······.


저런 존재감을 내뿜고 있으니 근처에 다가간다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리아는 확인차 에르를 올려다봤는데······ 순간 그의 표정을 보고 화들짝 놀라 굳었다.



“저기······ 에르?”

“응?”


다정하게 말하는 에르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분명 봤었다.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차갑고 냉혹하게 변한 것을······.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기에 되려 선명했다. 단언컨대 잘못 보지 않았다.


‘하지만 절대 말하지 않겠지.’


은근슬쩍 넘기려고 할 때의 에르는 무척이나 입이 무겁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절대 열리지 않으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한다.


‘남편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일단 잠자코 있어야겠지?’


이런 일일수록 큰 사건임은 자명했다. 그러나 에르의 행동양식은 언제나 가족 중심이다. 굳이 캐내 봐야 좋을 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니 믿고 기다리는 게 상책일 것이다.


루데릭도 이 상황을 눈치챘지만 별말 하지는 않았다. 자주 투덕대지만 그 나름대로 에르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분을 달리한 리아는 둘과 가벼운 잡담을 나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즐겁게 떠들며 걸었다. 보통 이러한 미지의 여정에서는 절대 해선 안 되는 짓이었으나 일행의 면면들이 너무 엄청나기에 괜찮았다.


한동안 나아가다 보니 선두의 이동속도가 늦춰졌다. 이내 프리에나와 리블리지와도 합류하게 됐고, 리아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끝자락에 도착했다는 거 같아, 언니.”

“어쩐지 앞이 밝더라니. 대해의 초입에 들어섰나 보군요.”


알려준 프리에나에게 고맙다고 한 리아는 선두로 갔다. 티라이드, 잭과 함께 숲 너머를 보던 바지탄스는 즉각 다가왔다.



“제대로 찾아왔나요?”

“예. 틀림없습니다.”

“이베시온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앞으로 2시간이면 도착할 겁니다.”

“혹시 저쪽인가요?”


리아는 거대한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안타깝게도 바지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정이네······.”

“무엇이 말입니까?”

“조금 있다가 말씀드릴게요. 그보다 여기서 잠시 쉴 겸, 점심이나 먹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군말 없이 바지탄스는 바로 식사 준비에 나섰다. 근처에 공터도 있어 자리는 금세 마련되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리아는 조용히 [염화]를 썼다.



『에르, 물어볼 게 있는데요. 만약 저 환수 같은 존재가 적대적으로 나오면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나요?』

『그 정도야 쉽지.』

『그럼 그리되거든 부탁 좀 할게요.』

『알겠어. 무리하진 말고.』

『네.』


말을 맞추고 리아는 모두를 집중시켰다.



“이제 이베시온까지 대략 2시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해요.”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며 다들 기뻐했다. 마족들은 감회가 새로운지 몇 명은 눈가가 촉촉해졌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기는 내키지 않았지만 말해야 할 건 말해야 했다.



“긴장을 풀지 마세요.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아가씨, 먼가가 있는 겁니까?”


분위기를 읽은 바지탄스가 물었다.



“네. 이베시온에 이미 누군가가 머물고 있거든요.”

“새로운 거주민이라는 건······ 아니로군요.”

“아마도요.”

“과연······. 엄청난 녀석이 있긴 하네. 확실히 사람은 아니야. 형상이 꽤 커다래. 거인족이라는 녀석 같지도 않고.”


역시 이 거리에서 느껴지는지 세스가 이베시온 쪽을 똑바로 노려봤다.


그의 이야기에 마족들은 술렁거렸다. 설마 습격자들이 그대로 남은 거 아니냐면서······.


평범하게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도시를 궤멸시킨 몬스터의 군단을 국가가 자신들의 영토에 가만히 놔둘 리는 없으니.


하지만 저 환수로 예상되는 존재를 보니 납득이 된다.


저만한 존재를 퇴치하려면 숫자는 무의미. 되려 엄청난 희생자만 발생하고 말 것이다. 맞서기 위해서는 대등한 개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존재는 마국에 딱 한 사람 정도 밖에 없어 보인다.


――마왕.


이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군림하며, 모든 사람종을 통틀어 가장 강하다고 하는 마왕이 아니고서야 퇴치하기란 여의찮을 것이다.


그런데 마왕은 군주다. 쉽게 움직일 만한 위치가 아니거니와 그걸 용납할 신하도 없을 거다.


그렇기에 방치······.


구태여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면 내버려 두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대충 적당히 감시할 자를 두고서.



“자자. 아직 확실한 건 없어요. 속단하진 말고 적당히 긴장감을 유지한 채로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본심은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리 수가 없다.


리아는 천천히 마음을 담아 머리를 숙였다.



“마족 여러분들께도 미리 사과드릴게요. 필시 자신들의 손으로 원수를 물리치고 싶으시겠죠. 하지만 아직 여러분들로는 힘들어요.”

“하긴······ 나라도 승리를 장담하진 못할 정도니. 폴스랑 같이 덤비면 여유로우려나?”

“그냥 나 혼자서 충분해.”

“자만하지 말고. 그러다 크게 다친다?”

“그럴 일은 없어. 저 정도라면.”

“호오······.”


세스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폴스를 훑어봤다. 필시 역량 같은 것을 가늠해 보는 것이겠지. 정말 호언장담한 만큼의 힘을 지녔는지를.


누가 호전적 아니랄까 봐 남이 사과하는 와중에도 개의치 않는다······.


그 대범함에 살짝 핏줄이 솟는 기분이지만,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절대 고마워하지 않을 거지만.



“아직 누군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만약 상대가 여러분들의 원수일 경우, 저는 되도록 온건하게 나가려고 해요. 하지만 저쪽이 먼저 싸움을 건다면 가차 없이 죽일 예정이에요. 여러분들의 목숨과 저울질을 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 사과드릴게요. 저는 당신들이 원수를 갚을 기회를 뺏을 겁니다.”

“······머리를 드시지요. 저희는 아가씨께서 배려해 주신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예. 아쉽기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조용히 지나가면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고.”

“기회가 있어도 원수를 갚기까지 얼마나 걸리지 감도 안 잡히지만 말이지······.”

“열심히 노력은 했다만 세스와 비교하면······ 그치?”

“야! 너희들! 그걸 지금 말해야 해?!”


푸하하하, 크게 웃음이 터진다.


본인들이 말한 것처럼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마족들은 정말 상관없다는 듯이 즐거이 웃었다. 굳이 리아가 신경 쓸, 그런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도리어 배려를 받은 듯한 기분에 리아는 재차 머리를 숙였다.



“고마워요.”


감상에 젖는 건 여기까지. 고개를 든 리아는 마음을 다잡고는 강철과 같은 음성으로 출발을 알렸다.










이베시온 상공에 머물고 있던 그는 감았던 눈을 떴다.


‘온다······.’


드문드문 풀이 자라난 초원을 가로지르는 이들이 곧장 시야에 들어온다.


언뜻 보면 제대로 규율을 갖춘 잘 훈련된 군인과 그 뒤를 따라가는 행상인의 일단 같다.


초라하다. 안 그래도 인원수가 적어 볼품이 없다.


태초부터 살아온 그에게는 어느 하나 관심을 가질 요소가 없었다.


분명 그러했다. 어떠한 과장도 없이.


하지만 그는 눈길을 빼앗겼다.


처음은 당당히 걷는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자신들이 가는 길이 곧 진리인 양, 한 점의 미혹도 없이 나아가는 그들은 실로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그의 마음에 쏙 드는 그러한 부류다.


그다음 눈길을 끈 것은 사자의 귀와 꼬리가 달린 사람종―― 호인족이었다.


연약한 사람종으로서는 이색적이라 할 만큼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 가죽 갑옷을 입은 다른 사람종도 제법 파격적이었으나 저 호인족은 그걸 한참 웃돈다.


그야말로 그 옛날, 신화시대라 불리던 때에나 있을 법한 존재다. 경이로운 나머지 무심코 경의를 표하기까지 했다.


――여기까지가 사람종이 그의 눈길을 끈 전부였다.


이제부터는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환수. 기척을 많이 죽였지만 분명 같이 신화시대를 걸어온 동지로, 생과 사를 다룬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존재였다.


환수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그―― 아니, 그녀를 본 것에 그는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만큼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경악스럽게도 뒤이어 보게 된 상대들에 비하면······ 지금의 감동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려 용왕이 있으니까······.


어제저녁에 잠깐 그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지만, 찰나여서 확신하진 못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눈으로 보니 알겠다. 분명 환수들을 도륙 냈던 용왕이다. 그 절대자가 사람종의 모습으로 일행에 끼어 있다.


시선을 즉각 알아챈 용왕이 무심하게 마주 본다.


옛 공포의 권화를 기억하는 그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 떨림은 더 큰 공포 앞에 멈췄다.


용왕보다도 더 큰 공포를 자아낸 건 신의 사도였다.


평범하게 생각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아무리 사도라 할지라도 세상의 관리자인 용왕에 비할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


단연코 용왕이 훨씬 상위의 존재이며, 힘의 우열은 비교할 가치조차 없다. 애당초 용왕보다도 더 강한 존재가 이 지상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저 사도가 훨씬 더 무서웠다.


비단 공포라는 것은 압도적인 무위에서만 탄생하는 게 아니다. 존재가 지닌, 그 타고난 악성에 의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저 사도는 그 최고봉에 섰다.


뒤틀리고 뒤틀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사악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저건 이 세상조차도 무가치하게 여기는 완전무결한 극악으로, 제대로 마음을 지녔는지나 모를 그런 기괴한 존재였다. 살아있는 것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악 같은 것은 되레 귀여울 정도다.


이 정도로 악한 존재가 있을 거라고 평생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고 없애기에도 여의찮다. 저 사도가 몸에 두르고 있는 건 전부 다 신기―― 신이 만든 물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은 복면마저도 그랬다. 믿기 힘들지만 모두 신기였다.


본인의 힘과 더불어, 온갖 신기를 두른 사도는 엄청나게 강할 것이다. 이 지상의 존재가 대적하기엔 벅찰 만큼······.


환수라도 예외는 아닐 거다. 거의 대다수는 제대로 맞서지도 못하고 죽을 것이다.


‘불경하지만, 신은 어찌 저런 존재를 만들었을지······. 전부 필요로 인한 것이겠다만, 짧은 나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짧게 기도를 올린 그는 관심을 거두었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할 뿐······.


그랬는데―― 문득 의아한 점을 깨달았다.


혹시 몰라 다시 봤더니 역시였다.


달빛이 내려앉은 듯한 작은 사람종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혼은커녕, 살아있는 존재라면 무조건 흘러나오는 마력의 잔재조차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마치 저 사람종만을 세계로부터 잘라낸 듯 공허했다.


정녕 살아있는 것이 맞기나 한지 모르겠다.


의지가 있음은 명백했다. 임시로 만든 몸에 깃들었다거나, 원거리에서 조종하는 인형 따위는 확실히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에 고민하는 사이, 다가오던 일행이 멈춰 섰다.


잠시 대화를 나누던 일행들의 틈에서 아까 그 달빛이 내려앉은 듯한 사람종이 혼자 앞으로 나왔다.


우두머리 같은 것일까······.


그리 짐작하며 그는 어떤 용무를 꺼낼지를 예상해 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공기가 달라졌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상한 감각이었다. 뭔가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동시에 황홀해진달까······.


그것이 이 이베시온 전체를 뒤덮었다.


곧장 진원지가 어딘지 파악한 그는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전율했다.


그가 목격한 것은 혼돈.


세기도 힘든 무수히 많은 업을 쌓고, 그것들이 얼키설키 뒤엉킨―― 어떻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모를 기묘함의 덩어리였다. 필시 저만큼이나 업이 엉켜있다면 생을 얻기도 전에 죽었어야 정상이거늘.


분명 그러야만 했다. 하지만 명명백백 살아있다. 저 달빛이 내려앉은 듯한 사람종은······.


사도보다도 더더욱 이질적이다. 존재할 수도 없는 역경을 이겨 낸 것과도 같은 그 모순에 그는 혼란스러웠다.


그때―― 피부를 찌르는 힘이 느껴졌다.


‘이, 이건 신력?! 세상에! 이토록 거대한 신력이라니?!’


그때야 그는 깨달았다. 영혼으로부터 저 사람종이―― 아니, 사람종의 탈을 쓴 저 존재가 누구인지 이해하고야 만 것이다.


혼돈처럼 보인 것은 지극히도 당연했다. 비루한 존재들로서는 감히 그 그릇을 헤아릴 수 없을 테니.



《비로소 나의 기도에 답해주셨구나! 몸소 왕림하시어!》


크게 외친 그는 격한 감동에 몸을 떨었다.


사도와 용왕, 거기다 환수, 인간종의 영웅이라 불릴 이들이 한데 묶인, 저 호화찬란한 구성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야 그럴 수밖에. 어정쩡한 존재들로서는 옆에 서는 것조차도 불경이니 말이다.


망설임은 사치. 그는 곧장 바삐 준비에 착수했다. 이 지상에 강림한 신을 맞이하기 위해······.


작가의말

초호화 군단을 맞이한 정체불명의 그는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마, 많이 늦었군요... 빨리 쓴다고 노력은 했는데..

그래도 바쁜 시즌은 넘겼으니 최대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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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212 +2 24.01.22 30 0 33쪽
249 211-2 +2 24.01.03 33 0 20쪽
248 211 +2 24.01.03 66 0 43쪽
247 210 +2 23.12.03 103 0 45쪽
246 209 +2 23.12.03 38 0 41쪽
245 208 +2 23.11.11 45 0 55쪽
244 207 +2 23.10.29 69 0 42쪽
243 206 +2 23.10.21 49 0 50쪽
242 205-2 +2 23.10.11 60 0 21쪽
241 205 +2 23.10.11 69 0 37쪽
240 204 +2 23.09.30 68 0 40쪽
239 203 +2 23.09.14 61 0 39쪽
238 202 +2 23.09.14 93 0 36쪽
237 201-2 +2 23.09.02 66 0 18쪽
236 201 +2 23.09.02 72 0 35쪽
235 200 +2 23.08.22 86 0 47쪽
234 199 +2 23.08.14 73 0 42쪽
233 198 +2 23.08.04 85 1 39쪽
232 197 +2 23.07.27 79 0 42쪽
231 196-2 +2 23.07.19 5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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