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4.10 19:10
연재수 :
259 회
조회수 :
29,960
추천수 :
315
글자수 :
3,609,859

작성
23.09.02 14:40
조회
66
추천
0
글자
18쪽

201-2

DUMMY

세인트리안에 다녀오고 1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베르다드에선 3학기 시험을 치렀고, 지금 막 마지막 시험이 종료했다.


여기저기서 후련하다는 한숨과 절망에 빠진 비명들이 터져 나왔다.


전체적으로 아비규환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나름 평화로웠다. 뭔가 사고도 없이 무사히 최종 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점수는 볼 것도 없이 만점. 너무나 또렷한 기억력 때문에 필기는 오히려 커닝하는 기분마저 들었고, 실기는 리아의 수준으로서는 너무나 쉬운 터라 담당 선생님이 먼저 점수를 매기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마법반은 전원 오리엔테이션과 교양 수업 때 사용하는 대강의실에 모두 모였다.


리아도 친구들과 함께 언제나 앉는 창가 자리에 두런두런 모여 앉았다. 시험이 끝난 후의 들뜸은 없었다. 서로 어땠냐며 활기찬 동급생들과 달리,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다들 미소 짓고 있는 터라 언뜻 무섭기까지 했다. 실제로 인사를 하러 왔던 동급생들이 흠칫 떨고는 되돌아가기도 하였다. 지금도 떠드는 와중 슬쩍슬쩍 눈치를 본다.


친구들의 마음은 알겠다만······ 모처럼인데 사이좋게 떠들지 못해 아쉽다.



“자자! 다들 그만 떠들고 집중해라!”


리아가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있자니 마법반의 담당 선생님인 그리모르가 들어왔다. 손뼉을 쳐 주목시킨 그는 강단으로 올라가 교탁 앞에 섰다.



“다들 시험 보느라 고생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녀석들도 있겠지만······, 어쩌겠냐? 땡깡땡깡 논 업보가 돌아온 거지. 달게 받아들이도록.”


우우――!


여기저기 야유가 쏟아진다. 귀족과 평민을 가리지 않는 대화합의 순간이다.


뭐, 오래가진 않았다. 그리모르가 살기를 내뿜으니 금세 적막해졌다.



“그래도 근 10년 평균보다 대체로 점수가 높아. 특히 2~3학기에 들어 바짝 점수가 오른 놈들도 있어. 좋은 자극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아에게 시선이 쏠렸다. 옆자리의 라프리트와 루비아, 레스들도 슬쩍 쳐다본다.


‘에? 내 얘기였어?’


놀란 리아는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다들 허탈해하면서도 훈훈한 미소를 지어댔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으나······ 모처럼 친구들이 웃으니 아무렴 어떠냐는 기분이다.



“뭐, 다들 수고했다. 하지만 안주하지 말고, 그 열정 그대로 쭉 이어가라. 방학이라고 축 처지지 말고. 농담하는 게 아니야. 가끔가다 보면 신세 망치고 돌아오는 놈들도 있거든. 베르다드에 남는 녀석들도 빠지지 말고 착실하게 수업 듣도록. 알겠냐, 짜식들아?!”

“넵!”


맹렬한 기세에 다들 바짝 긴장하며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물론 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번 강의실을 쭉 훑어본 그리모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그럼, 이상! 잘들 지내고 3월에 보도록 하자!”


평민 학생들은 머리 숙여 수고했다며 답례했다. 귀족 중에서도 일부는 작게 묵례하며 예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외에 나머지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지만.


그런 이들을 뒤로한 채 그리모르는 강의실을 나갔고, 잠시 후 “끼얏호!”라는 환호가 들려왔다.


방음처리가 잘 된 이곳까지 들릴 정도라니.



“그렇게 신날까······.”

“으음. 뭐어, 혼자 조용히 수련할 기회가 생기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


대신 변명해주는 라프리트. 역시 착하다.


하지만 그녀조차 자신의 말에 전혀 신뢰가 없었다. 예상컨대 당장 주점으로 달려가지나 않을까 한다.



“리아.”

“아, 루비아 씨.”


루비아는 여느 때처럼 아름답게 웃고 있었으나, 눈은 진지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온 레스와 헤라드도 마찬가지였고.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지?”

“어, 네. 루비아 씨는요?”

“나도 이제 공국으로 돌아갈 거야. 너랑 달리 바쁜 몸이거든.”


그러면서도 굳이 인사하러 먼저와 준 루비아다. 택택거리지만 역시나 마음씨가 곱다.


리아는 헤실헤실 웃으며 루비아를 끌어안았다.



“너, 이런 데서――. 에휴, 됐다. 네게 말해봤자지.”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한숨을 내쉰 루비아는 살며시 손을 돌려 마주 안아줬다.



“나답지 않게 뭐 하는 거람······.”

“헤헤.”

“뭘 웃어. 남에게 큰일 다 떠넘겨놓고 말이야.”

“윽.”

“하아. 어쨌든 잘 지내고 있어―― 라기보단, 또 뭔 일을 할지 걱정부터 되네. 네 성격에 얌전히 있을 리도 없고. 적당히 하고, 여긴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수습할 테니.”

“이따금 만나러 갈게요.”

“왕궁으로 불법침입 하겠다는 거야? 아주 배짱이 두둑한데?”

“치, 친구 집이잖아요. 그 정도는 봐줘요.”

“그래그래. 이 내가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지.”


꾸민 웃음이 아닌,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그린 루비아는 가슴팍에 안겨 있는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팔을 풀었다.


좋은 향기도 나고 아쉽기는 했으나, 리아도 안던 손을 놓았다.



“이만 실례하겠어요, 리아.”


기품있는 공주로 돌아온 루비아는 화려한 공국 식 예를 보이고는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그녀를 수행하는 레딧츠도 짤막하게 묵례하고는 뒤를 따랐다.



“이거 참······. 공주님다운 퇴장이시로군.”

“그러네요. 멋진 분이에요.”


맞장구친 리아는 어색하게 루비아가 떠나간 자리를 보는 레스에게 다가갔다.



“두 분도 고국으로 돌아가시나요?”

“우리도 할 일이 있으니 말이야. 아버님과 폐하께 보고할 일도 많고. 리아는 이번에도 비젠탈과 함께 고향으로 가?”

“그러려고 했는데, 오래 체재하기엔 비젠탈 씨가 내키지 않대요. ――아, 아니, 내키지 않을 거라고 리카드 씨가 그러더라구요.”

“우리에겐 무리해서 숨기진 않아도 돼. 신기하긴 하지만.”

“여, 역시······ 들켰나요?”

“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말이야.”

“자연스레 대화하시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레스에 이어 말하는 헤라드. 만능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진작에 들켰었던 모양이다.


괜한 관심은 사절이다. 앞으로는 조금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잘 지내고.”

“무탈히 지내시고, 다음에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두 분도요.”


대귀족의 자제답게 둘은 멋들어지게 제국 식 예를 보이고는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제법 서두르는 모양새를 보니 당장 출발할 듯싶다. 아마 마차도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귀족은 바쁘다고 생각하며, 리아는 기다리는 듯 보이는 닐에게 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 외에도 방어전 때 안면을 튼 이들과도 인사를 나눴는데, 다들 오래 붙잡고 있을 마음은 없었는지 짤막하게 말을 주고받는 것으로 그쳤다.


‘음. 아니, 어쩌면 라프리트 씨를 보고 빨리 끝냈을지도······.’


리아는 힐끔 웃는 얼굴로 모두와 인사를 나누는 라프리트를 봤다.


그녀가 함께 가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물론 함께 나트알에 가겠다는 것이었다. 순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묻기도 하였으나, 돌아온 대답은 변함없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물어도 라프리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굳게 마음먹은 듯한 그녀를 보니 차마 거절할 순 없었다.


‘마을의 위치만 발각되지 않으면 되지 뭐.’


친구의 방문은 당연히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다만 그렇다고 수백 년 전 본인을 희생하면서까지 마을을 지켰던 선조들의 마음을 저 버릴 생각 따윈 없다. 철저하게 비밀에 부칠 것이다.


인사를 마치고, 리아는 라프리트와 강의실을 나왔다. 그 길로 곧장 일반반으로 향했다.


일반반도 이미 종례를 마쳤는데, 리아는 조심스럽게 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러다 한 학생이 발견했고, 이내 그의 눈이 커지더니 “오오!”라며 큰 소리를 냈다. 덕분에 다른 학생들도 리아를 발견했다.


리아는 환호인지 비명인지 모를 반응들에 조금 난처했는데, 그때 학생들 사이에서 익숙한 이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작은 괴도단의 멤버들로, 마법반인 셀레스테도 먼저 이곳에 와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옆엔 그리드도 함께였다.



“안녕하세요, 필므 씨.”

“오오. 이스피리아 님께서 직접 오시다니. 안 그래도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하나 이야기 중이었습니다만.”

“타이밍이 좋았네요.”

“정말 그렇습니다.”


방긋 미소 짓는 필므를 시작으로, 셀레스테와 츠카, 두 멤버와 그리드도 반가이 맞이해주었다. 멀리 떨어져 지켜보던, 방어전에 참가한 학생들 또한 슬슬 다가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줬다. 그리고 이 모습에 용기를 얻었는지, 나머지 학생들도 조심스럽지만 정중히 인사하였다.


그렇게 어느새 일반반의 전원이 다 모여들어 입구 앞이 번잡해졌는데, 보다 못한 필므가 자리를 정리했다.



“이러실 게 아니라 안으로 드시지요.”

“아, 아뇨. 간단하게 인사만 하려고 온 거예요.”

“아아. 그렇습니까.”


필므와 일반반의 학생들은 대놓고 아쉬워했다.


좋아해 주는 건 기쁘지만, 라프리트도 좀 신경 써줘야 하지 않을까. 명색이 후작 가의 영애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리아는 일반반의 학생들과 마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이스피리아 님. 이 필므, 반드시 멜리다 상회를 더욱 키워놓아, 돌아오신 날에 그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뇨. 천천히 성급하지 않게――

“저, 저도, 아버지께 열심히 배워 대장장이 기술들을 더 습득해둘게요!”

“아뇨아뇨. 그보다는 학업에 더 충실하시는 게――”

“공정 조합은 순풍입니다. 아네픽시르 정도는 가볍게 차지해내 보이겠습니다.”

“아뇨아뇨아뇨. 그러려고 만든 조합이――”

“뭐, 나는 베르다드에 남아 있으니 수련이나 하려나? 하지만 아씨에게 자랑은 하고 싶으니······ 퍼스트 형씨 갑옷에 상처 하나쯤은 만들어 보이지.”

“아뇨아뇨아뇨아뇨. 퍼스트는 강해요. 5개월 만에 가능할 리가――”


――에라 모르겠다. 다들 들어 처먹질 않는다.


‘알아서들 하라지.’


포기한 리아는 적당히 무리만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남기고는 돌아가기로 했다.



“조심히 가십시오!”


복도가 우렁차게 울렸다. 기분 탓이 아니라면 공기가 찌르르 울리기까지 했다.


영화 속 폭력단 두목도 아니고 이게 무슨 배웅인지 모르겠다.


리아는 왠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어쩐지 퍼스트와의 대련 이후로 점점 더 심해지는 기분이야······.”

“후훗.”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라프리트는 조용히 웃었다. 안네도 입을 가려 최대한 소리를 죽였으나, 참지 못하고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지어 믿었던 에르마저 짧게 숨을 토해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들 즐거워하니 다행이긴 하다만. 에휴······.’


오기 전 그렸던 학원 라이프와 좀 멀어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리아는 터덜터덜 걸어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



“오셨어요, 어머니.”

“응. 아이리스는 친구들과 다 얘기를 나눴니?”

“네.”


반짝반짝, 사랑스러운 미소로 웃는 아이리스.


그런 아이리스 뒤로 몇 몇의 사람이 보인다. 그들은 베르그와 로즈, 그리고 그들의 호위인 유즈라와 가베인이었다. 게다가 제10 위상이었던 리블리지도 있었다.


이들이 여기에 있는 건 다름이 아니라, 함께 나트알로 가기 위해서였다.


리블리지가 같은 가는 거야 인디아가 사전에 먼저 양해를 구해놓았으니 당연했다. 싫긴 하지만 약속한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인디아가 잘 부탁한다며 맡긴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기에 제국 측이 끼게 된 건, 그들도 똑같은 부탁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 부탁은 거절할 셈이었다. 예외는 리블리지뿐. 그 이상은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졌다. “리아 님과 함께 가면 안 될까요?”라며, 간절히 부탁하는 로즈에게 차마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 찡그려져 가는 눈썹을 애써 붙들며 웃는 얼굴로 승낙하게 됐다.


그러나 마냥 편하게 따라오게 할 수는 없어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기왕 하는 김에 리블리지도. 친구인 라프리트는 당연히 프리패스고.


약속을 어길 시 그 즉시 돌려보낸다. 그런 엄격한 조건을 모두 수락한 다음에야 함께 가는 것인데······


힐끔.


곁눈질로 빠르게 살핀 리아는 조용히 아이리스에게 귓속말을 했다.



“저기, 비비안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니? 혹시 인사를 나누는 중이랄까―― 별로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

“아뇨. 그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나, 아이리스가 대답하기 전에 비비안이 먼저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이스피리아 님, 미리 양해도 구하지 않고 송구합니다. 하지만 간곡히 부탁드릴 게 있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부디, 부디 저도 함께 데려가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일단 물어볼게. 갑자기 왜?”

“제 말 지키기 위해섭니다. 전 아이리스 군을 진심으로 사모하고, 그의 혼약자가 되길 바라는 몸. 미리 시댁이 될 아이리스 군의 고향에서 신부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자, 잠깐······.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인데 다 제쳐두고, 부모님은―― 레우니 씨는 허락하신 거니?”


번쩍 머리를 든 비비안은 여태 그녀에겐 없었던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물론입니다. 설득에 시간이 걸려 갑작스레 찾아 뵙는 무례를 범하게 됐지만, 늦지 않게 승낙하시게 됐습니다.”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비비안이다. 어감이 좀 이상한 건 전혀 모르는 눈치다.


뭔가······ 캐릭터가 달라진 것 같다.


가만히 듣던 다른 사람들도 황당하다는 얼굴이 됐다. ······아니,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도리어 호감이 생겼나 보다. 그들은 바로 가베인과 로즈였는데, 가베인은 이 엄청난 실행력이 마음에 든 듯했고, 로즈는 당찬 모습이 멋지게 보인 듯싶었다.



“어, 어디 잠깐 놀러 가는 게 아니야. 5개월······ 날짜로만 따지면 거의 반년이란 긴 시간이란다?”

“신부 수업이란 본디 긴 법입니다.”


그게 무슨 문제라는 양 비비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청나다. 각오가 다르달까, 뭐가 엄청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청나다고 느껴진다.


그만큼 아이리스를 사모한다는 것이겠지만······ 역시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일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열성적인 모습에 응원하고 싶다. 그렇지만 남의 소중한 딸이 아닌가. 이런 건 확실히 해두어야만 한다.


리아는 무무카케를 잡은 뒤로 같이 기숙사 방에서―― 아이리스와 함께 지냈던 폴스에게 [염화]를 걸었다.



『미안한데, 레우니 씨에게 가서 확인 좀 받아줄래? 정말 허락해줬는지?』

『옛! 즉각 다녀오겠습니다!』


곧장 예를 보인 폴스는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다.


좀 걸릴 거로 생각한 리아는 잠시 차나 마시면서 기다리려 했는데, 에르에게 부탁하기도 전에 폴스가 돌아왔다.



“어찌 됐니?”

“이걸······.”


폴스는 작은 쪽지를 건네줬다.


의아했지만 일단 받은 리아는 쪽지를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부디 딸을 잘 부탁합니다’란 글귀가 적혀있었다······.


‘위조가 아니네.’


폴스가 직접 간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이전 계약서에 적었던 레우니의 필적과 비교해 보니 정말 그가 적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발견해 버리고 말았다. 펜에 눌린 종이가 움푹 들어간 것을······.


어딘지도 모를 곳에 딸을 보내는 레우니를 무책임하다며 욕하려 한 마음은 즉시 사라졌다. 그 대신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그의 심정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졌다. 마지못해 쓴 이 글귀는 같은 부모로서 괜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자,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역시 없구나.’


도대체 어떤 수단을―― 땡깡을 썼을까······. 모르긴 해도 생각조차 못 할 굉장할 것이었을 거다.



“어, 어머니, 어쩌시게요?”


곁으로 와 같이 쪽지를 본 아이리스가 속삭였다. 담긴 감정을 읽었는지 제법 놀란 기색으로.



“본인이 저리 확고하잖니. 마지못했다지만 부모님의 허락도 있고. 같이 가야지······.”

“괜찮은 거예요?”

“일단 같이 갔다가, 나중에 돌아가고 싶어 하면 그때 데려다주면 되겠지. 이동이야 한순간이니까.”

“음······. 알겠어요.”

“혹시나 하는데, 다른 아이들도 오는 건 아니지?”

“아, 아니에요. 진저와 스아레는 본가, 엔슬리와 에리사는 학원에 남기로 했어요.”


이걸 다행이라 할지. 나트알로 가는 멤버가 더 늘진 않을 모양이다.


영 내키지가 않았던 리아는 힘없이 손짓했다.



“하아. 다들 모이세요. 바로 출발할 거예요.”


할 일은 미리 다 끝내놨다. 짐은 한순간에 에르가 정리하여 [차원수납]에 보관했고, 안부 인사도 메이어와 이클립스 포함한 모두와도 해두었다. 넘버즈에게도 안부와 더불어 지시사항들을 남겼고.


전에 시험이 끝나고 만나기로 했던 라프리트의 어머니―― 마리아와의 약속도 조금 앞당겨 지켰다.


물론 일부러 앞당긴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무척 반겨주는 마리아에게 한동안 발목이 잡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하여 마리아는 며칠 더 머물라는 기세였고, 내일도 시험이라는 명목으로 간신히 뿌리쳤다.


모처럼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딸과 떨어지는 슬픔을 온몸으로 표출한 리벨리타스 후작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잘했다는 기분이다.


아이리스 또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미리 작별 인사를 마쳤다. 시간 나는 틈틈이 아서에게 검술 지도를 받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딱히 잊은 일이나 물건은 없으리라.


‘뭐, 어차피 잊은 게 있으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어색하게 주위로 모여든 인원들을 확인한 리아는 마지막으로 어느새 집처럼 익숙해진 기숙사 방을 잠시 눈에 새겼다.


겨우 반년 지냈을 뿐이지만 정들었는지 조금 아련해진다.



“후우. 그럼 가보도록 할까요?”


리아는 신호를 보냈고, 에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함께 단체로 몸이 땅밑으로 꺼졌다.


작가의말

드, 드디어 방학입니다! 현실에선 끝날 시즌이지만...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이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정말 오랜만인 기분이네요

기다려주신 분들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늦었죠? 이번에는 다른 연유로 늦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집필이 오래 걸렸습니다.

내용이 많아지다 보니 어떤 식으로 글을 써 내려갈지 생각보다 고민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재차 하나하나 구성을 되짚어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이리 늦어질지는 몰랐지만요.

그래도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늦게 되어 사과드리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렙 히로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들 연말 잘 보내세요! 23.12.26 9 0 -
259 219-2 24.04.10 8 0 13쪽
258 219 24.04.10 38 0 42쪽
257 218 +2 24.03.25 30 1 43쪽
256 217 +2 24.03.14 19 0 50쪽
255 216 +2 24.03.01 29 0 40쪽
254 215 +2 24.02.22 34 0 40쪽
253 214 +2 24.02.15 30 0 45쪽
252 213 +2 24.02.01 39 0 48쪽
251 212-2 +2 24.01.22 24 0 21쪽
250 212 +2 24.01.22 30 0 33쪽
249 211-2 +2 24.01.03 33 0 20쪽
248 211 +2 24.01.03 67 0 43쪽
247 210 +2 23.12.03 104 0 45쪽
246 209 +2 23.12.03 39 0 41쪽
245 208 +2 23.11.11 45 0 55쪽
244 207 +2 23.10.29 70 0 42쪽
243 206 +2 23.10.21 50 0 50쪽
242 205-2 +2 23.10.11 61 0 21쪽
241 205 +2 23.10.11 69 0 37쪽
240 204 +2 23.09.30 68 0 40쪽
239 203 +2 23.09.14 61 0 39쪽
238 202 +2 23.09.14 93 0 36쪽
» 201-2 +2 23.09.02 67 0 18쪽
236 201 +2 23.09.02 72 0 35쪽
235 200 +2 23.08.22 87 0 47쪽
234 199 +2 23.08.14 73 0 42쪽
233 198 +2 23.08.04 85 1 39쪽
232 197 +2 23.07.27 80 0 42쪽
231 196-2 +2 23.07.19 52 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