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4.10 19:10
연재수 :
259 회
조회수 :
29,948
추천수 :
315
글자수 :
3,609,859

작성
23.12.03 19:25
조회
103
추천
0
글자
45쪽

210

DUMMY

‘졌어. 지고야 말았어······.’


냉철하게 말해 승산 따윈 보이지도 않는다.


몸소 겪어보니 정말 규격 외의 강함이라는 게 실감 난다.


여태 이런 사람은 오직 세스뿐. 그나마 델리안만이 근접한 기분이었으나, 그런 그녀조차도 세스가 발하는 위압감과 하늘을 뚫을 듯한 박력은 없었다. 이스피리아와 마찬가지로······.


하지만 델리안은 다르다. 그녀는 천년―― 세는 것조차 아득한 시간을 살아오며 단련해 온 대마도사다. 초월적인 존재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는 강함이 없더라도 납득이 됐다.


그에 비해 이스피리아는 어리디어린 소녀. 이제 곧 17년째 산다고 하는――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애송이다. 근데 찰나라 할 순간을 살아오며 얻은 힘이 이거다. 겨우 그 세월로 세스를 뛰어넘은 것도 모자라, 이미 전설이자 신화인 델리안을 웃돈다고까지 한다.


이야기를 꾸미려면 좀 더 그럴듯해야 하지 않나. 너무 허황된 나머지 헛웃음마저 나온다.


하지만 뭐라 하든 결과는 났다.


진 건 괜찮다. 너무나 압도적이었던 터라 반박할 여지조차 없다.


‘······그렇지만 분해!’


정말 너무 분한 나머지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재능―― 맨날 놀면서 신이 내린 듯한 재능 하나만으로 오빠를 이겼다는 게 용납되지 않는다. 부모님을 여읜 뒤로 혼자서 하나 남은 가족을 지키려 고군분투했던 그를 아는지라 더더욱 용납하기 힘들었다.



“야, 프리에나. 너 혹시 재능이니 뭐니 하는 건 아니겠지?”


눈을 가늘게 한 세스가 다가오더니 어이없다는 기색으로 물었다.


과연 남매이다 보니 생각하는 걸 바로 알아본다. 다만 본인 일임에도 태평한 꼴을 보니 울컥하게 된다.





‘어, 음······.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냥 대련이 끝났을 뿐이건만 왠지 분위기가 살벌하다.


리아는 실수한 게 있나 싶어 조마조마하게, 다가온 세스와 무섭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프리에나를 조용히 쳐다봤다.



“오빠야는 분하지도 않나?!”

“내가 왜?”


악에 받친 프리에나의 외침이 울린다. 그에 반해 세스는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꼬락서니가 프리에나의 심기를 거슬렀나 보다. 그녀가 재차 목소리를 높인다.



“리아가 좋은 인간이라는 건 알아! 오빠가 게헤르로 인정한 것도 알겠어! 하지만 아무 훈련도 없이, 매일 놀기만 하는 사람에게 재능만으로 밀린다는 게 분하지도 않아?! 응? 분하지도 않냐고?!”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한숨을 푹 쉰 세스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리아에게 머리를 숙였다.



“미안, 리아 아가씨. 보다시피 이 녀석, 감은 좋은 주제에 머리가 나빠.”

“아, 아니야. 저, 정말 놀고 있기만 한 걸······.”


리아에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요 한 달간 한 일이라고는 숨 쉬고 밥 먹기가 전부. 한적하게 시골 라이프만을 만끽했었다. 프리에나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세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 리가 있나. 미묘하게 틀어진 몸의 축이 점점 잡혀가고 있는 판국에.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거지?”


‘으응? 그, 그런가······?’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점차 몸 상태가 나아가고 있던 것은 사실인지라 리아는 그렇다며 시선으로 답했다.


세스는 얼이 나간 듯 보이는 프리에나를 쳐다봤다.



“어이, 프리에나. 어째서 내가 여태 아가씨랑 대련은 안 했을 거 같아? 네 말대로 노는 꼬락서니에 질려서? 아니. 진짜 한번 붙어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야. 근질거리는 걸 참는 것도 곤욕이더라. 그런데도 대련하지 않는 건······ 죽으니까야.”

“주, 죽는다고?”

“넌 모르겠지만, 리아 아가씨의 몸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야.”

“저······게?”

“너라면 무적처럼 쌩쌩하게 느껴져도 별수 없으려나? 가히 절망적일 정도의 차이니.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저, 정말이라고?”


되묻는 동생에게 세스는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저런 상태인지, 정확히 순서가 어찌 되는지까진 모르겠어. 알 마음도 없고. 어찌 됐든 아가씨의 몸은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안정되어 가고 있어. 그리고 이에 따라 아가씨의 힘은 막대히 증가하고 있지. 그야말로 까무러칠 정도로.”

“그게 어쨌다는 건데?”

“안정되면 점차 불안정해진다는 거야. 아이러니하게 기껏 익숙해졌더니 힘이 더욱 증가하는 탓에 재차 적응해야 한다는, 묘한 딜레마가 생겨났단 말이지. ······이게 현재 아가씨의 상태야.”


실제로도 점차 가용 마력량이 늘어가면서 힘 조절이 어려워짐을 느끼던 차였다.


‘레온에게 치명상을 입힌 사건도 있었고 말이야.’


한 번 벌어진 일은 몇 번이고 벌어질 수 있다. 여차 잘못해서 사고가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죽는다고 했던 건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스 주제에 묘하리만치 자세하다. 여전히 감이 좋다고 할까, 용케도 제로에서부터 전후 사정을 잘도 파악했다.



“나랑은 괜찮았잖아?”

“너 정도라면 문제없어. 본심을 낼 필요조차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거든? 내 수준이라면 아가씨는 분명 힘 조절을 하지 못할 거야. 그때가 내 제삿날이 될 거고.”


세스는 그래서 대련하지 않는 거라며, 실수로 죽어버리면 웃음거리도 되지 않는다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리아 아가씨는 매 순간, 조금도 쉬지 않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는 거지. 네 말마따나 흥청망청 놀고만 있는 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넌 놀면서도 강해질 수 있다는 거야?”

“하지만 리아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어!”

“너랑 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수준이 다르잖냐? 아가씨의 육체는 이미 완성됐어. 즉, 굳이 나나 너, 다른 사람처럼 훈련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지금처럼 안정화만 꾀하는 게 최선이야. 그리고 말했다시피 아가씨는 이 일을 매 순간―― 하루 24시간 매일매일 하고 있지.”


살아있는 이상 피로를 느낀다. 그러므로 수면은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 암만 오래 버틴다고 해도 일주일이 한계다. 오엘문리아의 사람이라도 그 이상 버티면 몸과 정신, 둘 다 피폐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상식적으로 세스의 주장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헛소리다.


하지만 딱 하나. 유일하게 가능한 경우가 있다. 세스는 그것을 입에 담았다.



“델리안이 잠을 자지 않고 쭉 생활할 수 있다는 건 알지?”

“그건 초월자이셔서 그런 거잖아?”

“어. 그래. 바로 그거야.”

“뭐······?”

“리아 아가씨도 초월자라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겨우 16살이 델리안과 같은 초월자라고?


표정으로 의문을 드러낸 프리에나는 반사적으로 델리안을 쳐다봤다.


그런 그녀에게 델리안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세스의 말은 틀림이 없다는 의미로.



“어,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노력한 것밖에 더 돼? 강해지는 것에 편법은 없어. 정말 죽음이 아른거릴 정도로 노력했을 거야.”


그렇게 말한 세스는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네 말대로 확실히 분해. 승부에서 졌는데 당연히 분하지. 하지만 거기에 시샘이나 질투 따윈 없어. 그리고 넌 내가 재능의 차이로 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거 완전 반대야.”


세스는 엄지로 자신의 가슴팍을 찔렀다. 그리고는 압도적인 자신감을 내비치며 당당히, 마치 선언이라도 하듯 말했다.



“도련님에게도 말했었는데, 재능이 뛰어난 건 나――. 범부는 있어도 감당해 내지 못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쪽도 바로 나――. 저주와도 같은 재능을 완벽히 다룰 수 있는 재능마저 부여받은 것도 나야.”

“아니, 그럴 리가······.”

“아니긴. 너, 진심으로 나보다 재능이 넘치는 놈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프리에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오빠가 얼마나 축복받은 재능을 타고났는지 아는 것이었다. 마법, 체술, 직감력, 센스, 마력조작, 마력량 등등―― 동생으로서 그 범상치 않은 모습을 줄곧 보아온 터라 프리에나는 누구보다도 세스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델리안도 나랑 비교하면 우습지. 아마 난 이 대륙에서――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재능이 넘치는 사람일 거야.”


너무나도 오만한 발언이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겨우 70여 년의 인생으로 천년을 넘게 산 델리안의 발끝까진 따라왔으니 말이다. 성장 속도로만 보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아마 본인이 이러한 사실을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저리 단호히 호언장담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세스를 내가 이겼다······.


‘확실히 묘하군. 난 그리 재능이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데. 느껴지기로도 세스나 어머니, 리카드 씨 쪽이 천재―― 우월한 재능파라 여겨지지?’


만약 재능이 많다고 느낀다면 그건 모두 아이 덕분이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결단코 지금만치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정을 모르는 프리에나에겐 믿을 수 없는 소리였나 보다. 목소리를 높인다.



“아주머니마저 영웅이라며 높여주는 소녀야. 그런데 재능이 부족하다고······?”

“리아 아가씨도 재능이 있긴 있어. 나름대로. 하늘을 나는 새 정도는 될 거야. 하지만 기껏 해 봐야 새에 불과해. 그리핀이나 와이번, 드래곤에는 미치지 못해. 용왕급이라 자부하는 나와는 당연히 비교조차 안 되고.”

“근데 이겼다고? 재능도 있는 데다 거기에 의존하지 않고 평생을 단련까지 해온 오빠를?”

“그래서 나나 델리안이 리아 아가씨를 경외하는 거야. 약자가 약자로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강자인 우리와 대등―― 오히려 뛰어넘기까지 했으니까.”

“아, 아니, 말이 이상하잖아?! 재능이 없어. 오래 산 것도 아니야. 그럼 도대체 무슨 수로 저리 강해진다는 건데?!”

“······.”


처음으로 말을 멈춘 세스는 고개를 삐쭉 내밀고는 팔짱을 꼈다. 미간도 찌푸린 그는 몹시도 진지하게 고뇌에 잠겨 들었다.



“그건 사실 나도 의문이었어······. 이래저래 봐도 리아 아가씨에겐 날 뛰어넘을 구석이 전혀 없었거든. 근데 마을로 온 아가씨를 쭉 보니까 대충은 알겠더라. ······리아 아가씨는 재활하고 있는 거야.”

“재활······?”

“그래. ――어이, 아가씨.”

“나?”


갑자기 넘어온 바통에 리아는 자신을 가리켰다.



“아까 이 바보가 했던 [혈화낭조]인가 하는 그거. 그때의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겠어?”

“움직임? 마력을 증폭시켜서 쓰는 걸 말하는 거야?”

“맞아. 할 수 있겠어?”

“어, 아마도?”


순간 적청에도 근접했던 속도의 비밀은 마력의 폭발―― 일순 증폭한 그 힘을 이용하여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일단 폭발하는 것이니 몸에 부담이 되는 건 당연하고, 여차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대로 자멸이다. 그만큼 위험하고도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었다.


그러한 것을······ 리아는 바로 할 수 있었다.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일련의 과정들이 즉시 시행된 것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몸에 부담조차 없이 완벽히.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리아의 마력조작은 3단계 압축에도 이르는 것이었다.


이 정도는 너무나도 쉬웠다.



“결전용이랄까······ 신체의 부담이 엄청나네. 마력의 소비도 무시 못 할 수준이고. 하지만 잘만 쓴다면 확실히 좋은 방편이기는 해. 재밌는 것도 할 수 있고.”


즐겁게 입꼬리를 올린 리아는 전체 마력의 5%를 폭주하여 증폭시켰다.


겨우 5%일지라도 3단계 압축에 이른 마력의 양은 방대하다. 미처 다 담지 못하고 리아의 몸 밖으로 맹렬하게 새어 나왔다.



“어때? 게헤르 엘의 부름과 비슷해 보이지 않아?”

“겉으로만 그렇지. 그리고 원래는 밖으로 새는 게 아니야. 마력만 소모할 뿐이잖아.”

“멋있으니 됐잖아?”


당연히 연비가 안 좋다는 사실쯤은 안다. 그렇지만 멋지지 않은가. 만화처럼 오라 같은 게 뿜어져 나오는 광경이. 더군다나 능력의 향상도 나무랄 데가 없다. 온갖 버프를 다 건 것보다도 월등한 향상이 느껴진다.


멋짐과 성능 두 가지를 모두 챙긴 것이다. 너무나도 흡족했던 리아는 잠시 이 상태를 유지했다.


‘히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네. 성능 대비 연비가 워낙 별로인지라 실전에서 쓸 일은 없겠지만, 멋 부리는 용도로는 최고네.’


――히익!


‘음음. 놀라는 소리도 들리고 말이야. 역시 멋지지―― 응? 잠깐. 어째 어감이 좀 다르지 않나?’


리아는 자기만의 세상에서 나왔다. 그리고 보게 됐다. 옹기종기 모여 벌벌 떠는 하렘의 여성들을.


아니, 그녀들뿐만이 아니었다. 팽을 비롯, 모여있던 몬스터 군단들도 저마다 몸을 조아리고는 흠칫흠칫 몸을 떨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거, 내 마력이 새는 거지 참.’


고향인지라―― 인간과 마족 주민들은 다들 괜찮길래 깜빡하고 있었다. 정령의 가호조차 이겨 낸 기묘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마력을 다시금 압축. 잽싸게 거둔 리아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 이거면 됐어?”

“응용이랄까······ 뭐, 그건 됐고, 아가씨의 마력에는 뭔가가 있긴 하나 보네. 이 근방에 있던 녀석들이 싹 다 기척을 죽이고 숨어버렸어. 마치 고룡―― 에인션트 드래곤이라도 나타난 듯한 반응인데?”


세스는 주변의 둘러보며 되게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당연히 할 말이 없었던 리아는 어색한 웃음을 더욱 맹렬히 하였고.



“하나만 물어볼게······. 그거 하는데 쉬웠어?”

“방금 거? 어, 그냥 할 만했는데.”

“과연. 확실해졌어. ――아가씨는 전승을 하는 거구나.”

“전승······?”

“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떠올리고 있다는 거지. 마력의 사용법, 육체를 다루는 기술, 수련법 등등 리아 아가씨는 재차 복습하면서 그 몸에 새기고 있어. ······하하. 이러니 강하지. 수행한 날만 따져도 나의 수백, 수천, 어쩌면 수억 배일지도 모르는데. 크큭. 시공간을 뛰어 전수한다라······. 진짜 상상도 못 했는데, 그게 바로 아가씨의―― 아가씨만이 할 수 있는 비기였구만.”


솔직히 세스가 뭘 보고 저런 소리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꽤 놀랐다. 어쨌거나 전생의 기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어쩌면 다른 미래에 대해서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들을 단지 감만으로 짚어낸 세스가 신기할 지경이다.


‘그래. 이런 게 진짜배기 천재인 거겠지.’


세상에 둘도 없을 미친 재능의 사내다. 그렇기에 사양하지 않고 물어봤다.



“간혹 무지하게 빨리 마법을 습득하고는 하는데 그것도 그런 거야?”

“뭐, 대충 그런 거지. 원래 익혔었던 마법이니까 곧장 따라 할 수 있는 거겠지. 내 싸움법도 마찬가지고. 전투에 돌입하면 냉철해지는 것도 익숙해서겠지.”

“흐음. 그렇다는 건, 내가 이 이른 나이에 초월자로 들어선 것도······”

“나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야. 그런데 아가씨의 나이로 들어섰다면 백방 어찌해야 최단기간으로 강해지는지를 아는 거지. 물론 아가씨 본인에게 맞춘 수행법이겠지만.”


이 말을 듣자 리아는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어째서 강해지기 위해 마력부터 모았냐고 묻던 루시아스와 로즈가······.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크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초상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력이 필수이니.


······그렇지만 세스의 말을 들어보니 조금 다른 모양이다.


‘하긴 내 방법이 일반적이지는 않지. 하지만 그래······. 맞춤이었다면······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군.’


세스치고는 상당히 똑똑하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리아는 상당히 해괴망측하고, 어떠한 증명조차 되지 않은 그의 말을 믿었다.



“그러는 편이 더 뿌듯하고 말이야.”


리아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프리에나 씨는 뭘 원하시는 거야?”

“고지식해서 말이야. 열심히 하는 모습을 안 보이면 노는 줄 아는 거지. 제 딴엔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거고.”

“정말 놀아서 할 말이 없네······.”

“놀긴 뭘 놀아. 지금도 정신을 쪼개서 뭔가 하고 있구만.”

“헤에······ 좀 놀랐어. 이런 것도 알아볼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날 뭐로 보는 거야?”

“역시 대단하네······.”


칭찬의 말에 세스는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가씨야말로. 세상 어느 누구도 리아 아가씨처럼 할 생각은 꿈도 못 꿀걸?”

“정작 내가 뭔가를 했다는 기억은 없지만서도.”

“그러겠지. 지금의 아가씨가 아닌 다른 때의 아가씨가 했을 테니까.”

“······강했을까?”

“아마. 지금의 아가씨보다 한참이나 위일 거야. 단련법을 모두 정립시키려면 그 정도는 돼야 할 테니까.”

“신기하네. 난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느낌밖에 없는데······.”

“원래 그러한 술수라는 거겠지. 괜한 반발심이라도 생기면 문제고 말이야.”

“그건 그래. 뻔히 유도하는 낌새를 느낀다면 아무래도 의심부터 하겠지. 하지만······ 어쩐지 대련하자고 떼를 쓰지 않더라니. 내심 철이라도 들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네.”

“참는 게 진짜 곤욕이긴 하더라. 그러니까 얼른 제어할 수 있게 되어봐.”

“이미 5년째 맹렬히 열중하고 있어.”

“1초도 쉬질 않고 5년이라······. 정말 어마어마하군. 하긴 끝에 닿아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나.”


그렇게 말한 세스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 열심히 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는데, 어째 점점 격차가 벌어지네.”

“암울해 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너도 이 자리에 설 텐데?”


의외였는지 세스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본심이었다. 그의 기량과 재능, 예상외의 성실함이라면 언젠가 이 자리에 당도할 것이다. 세스타스란 남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시기상조일 뿐이야. 조급하지 않아도 돼.”

“그런가······. 확실히 아가씨에게 들으니 단숨에 진정되는군. ······알았어. 나는 나대로 천천히 나아가도록 하지.”

“응. 지금도 충분히 빠르니까 여유를 가져――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네.”


손바닥에 주먹을 퐁 내려친 리아는 귀걸이의 [차원수납]에 정신을 연결했다. 곧장 머리에 담긴 목록이 펼쳐지고, 리아는 그중에서 한 항목을 골랐다.


즉시 연결된 공간에 팔을 넣은 리아는 손에 잡힌 그 물건을 꺼냈다.


촤라랑.


요란한 금속음을 내며 바닥에 금속 덩어리들이 쌓이자 세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건······ 내 홍익조?”


세스는 어깨까지 뒤덮는 붉은 건틀릿의 잔해를 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응. 내가 회수해 놨었어. 먼저 고치려고도 했는데, 아무래도 본인의 의견을 들으면서 하는 게 좋아 보여서.”

“오오. 그건 고맙군.”

“그래서 원하는 형태나 방향이라든가 있어?”

“아무거나 상관없는 거야?”

“일단은? 여차하면 델리안에게 도움받으면 되니까. 아니면 에르라던가.”

“흐음. 그렇군······.”


세스는 턱에 손을 얹고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과연. 강해진다는 것에는 한없이 진지하구나.’


리아는 방해하지 않게 한동안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세스는 “좋아!”라며 외쳤다.



“정해진 거야?”

“응. 내가 바라는 건 최강이야. 그거면 충분해.”

“뭔 바보 같은 소리냐 싶지만······ 참으로 너 답네. 그래. 알았어. 어떻게든 해볼게. 디자인 쪽은? 전과 똑같이 해줘?”

“그래 줬으면 하는데······ 기왕이면 아가씨의 심볼을 새겨줬으면 해.”

“어, 내 심볼?”


심볼이라 불릴 만한 건 없다.


‘애당초 내 사인도 없는 판국에 있을 리가.’


좀 더 고민해 봤으나 딱히 이거다 싶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음. 그냥 내 이름을 적어주는 거면 될까? 내 대검에도 그런 식으로 이름을 새기기도 했는데.”

“어. 그걸로 충분해.”

“그러면······.”


리아는 [성형]을 발동해 홍익조의 잔해들을 동그란 원의 형태로 모았다.


거기에 이전 에르에게 받아뒀던 오리진을 꺼내 투척했다. 일전의 대결에서 손목 윗부분까지 모조리 증발하지 않았나.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형식으로, 기왕이면 좋은 금속인 오리진을 넣은 것이었다.



“홍익조에 쓰인 금속도 상당히 좋아 보이네. 미스릴······은 아니고. 아다만티움이라는 것도 아니네?”

“오리하르콘이라고 들었어.”

“오호. 이게 그 유명한 그거라고?”


게임이나 소설 등에서 유명한 그 금속의 등장에 리아는 조금 흥분했다.


그래서 재빨리 분석해 봤는데······ 바로 실망했다. 오리하르콘이라 해서 뭔가 대단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게 없어서였다. 그저 미스릴의 상위 호환――도 조금 애매한 게, 조금 더 단단하고 마력이 살짝 더 잘 흐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특성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살펴보기로는 그게 전부였다.



“아가씨가 추가한 건?”

“오리진이라고 하더라. 세인트리안 사람들이 호들갑 떨던 걸 보면 나름 좋은 금속일 거야.”

“아니······ 그거 좋은 정도가 아니라, 신의 금속이라는―― 뭐, 됐다. 아가씨다 보니 놀랍지도 않네.”


뭔가 포기했다는 듯 웃는 세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문제는 없는 듯하다. 관심 끄고, 리아는 매끈하게 구체가 된 금속을 가리켰다.



“자. 이제 여기에다가 네 마력을 부여해 봐.”

“응? 내 마력?”

“너 이상으로 네 뜻을 잘 아는 존재가 있을 리 만무하잖아.”

“아하······. 그런 거로군.”


역시. 단박에 마력이 지닌 의미를 파악한다. 자칭이 아니라 정말 재능의 최고봉에 선 듯하다.


세스는 망설임 없이 구체에 손을 올려 마력을 주입했다. 한층 한층 마력이 쌓이고, 이내 한계에 도달하니 그의 마력색인 금빛이 은은하게 아른거린다.


“이거면 된 건가?”

“대충. 이제 만들면 돼.”

“어떻게?”

“음······. 본래라면 제대로 두드리는 게 좋겠지만······ 내게 그런 기술은 없으니 마법으로 대체해야겠지.”

“그 정도라면 상관없을걸? 아가씨는 전승하고 있으니 할 수만 있다면 그쯤은 알아서 습득했을 거야.”

“그러려나······?”


반신반의 하면서 리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린 이미지에 따라 쇠구슬은 모습을 변모해 갔다. 다만 평소 같은 극단적인 변화는 없었다.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쇠구슬이 차르륵 펼쳐졌다가 도로 닫히기를 반복했다.


나름은 볼만했던 광경을 자아내고 쇠구슬은 이내 작업을 마쳤다.



“자. 받아.”


세스는 쇠구슬을 받아 들고는 빤히 쳐다봤다.



“과연······. 획기적인 방식이네. 전용 장비를 제작하는데 이처럼 쉬운 방식이 존재할 줄은······.”

“――벤티노의 방식이로군.”

“응? 할망―― 아니, 델리안. 누구라고?”


조용히 다가온 델리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가 대답했다.



“드워프의 벤티노 우루프노프다. 원석에 사용자의 마력을 주입하는 건 그가 제창했던 무구 제작 방식이지.”

“대장장이야?”

“내가 알기로 그보다 좋은 실력의 대장장이는 없다.”

“호오. 그런 대장장이와 같은 방식―― 아. 아가씨는 그 벤티노란 놈이랑 연이 있는 거로군.”

“넌 정말 머리가 나쁜지 좋은지 모르겠구나······.”


포기했다는 양 고개를 내젓는 델리안. 그런 그녀에게 당연히 좋은 쪽이라며 대꾸하는 세스.


모르겠다. 둘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벤티노라······ 들어본 기억이 있어. 확실히 저번 대결에서 세스가 말했었던 이름이었지. ······분명 같이 여행을 다녔던 사이랬나?’


그런 사람의 방식을 채택하고,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다.


과연 전승―― 다른 의미로 계승하고 있다는 세스의 추론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즉, 지금의 자신은 다종다양한 온갖 미래의 경험과 기술이 모두 함축된―― 이스피리아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거참. 신기하구먼.’


원인은 당연히 모른다. 짐작도 안 되고.


그렇지만 이제서야 이해되는 것들도 있다. 어째서 간혹 다른 미래의 환상 같은 걸 보는지를 말이다.


‘그야 다른 미래의 경험과 기술을 함양하려면 보일 수밖에 없을 테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나쁠 건 전혀 없다. 그러니 크게 의미를 두진 않기로 했다. 신경 써봤자 변하는 것도 없고.


리아가 그러는 사이 세스는 쇠구슬―― 새롭게 만들어 준 홍익조를 기동시켰다.


휘리릭――.


수십 여의 가닥으로 나뉜 쇠구슬은 순식간에 세스의 오른팔을 타고 올라갔다.


이윽고 세스의 팔에는 자글자글한 질감 이외에는 이전과 외형이 크게 변하지 않은 홍익조가 생겨났다. 참고로 어깨 뒤쪽 부근에는 작게 이스피리아란 서명이 적혀있었다.


세스는 놀라워하며 팔을 뒤덮은 홍익조를 두드렸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단단한데?”

“오리진이 들어가기도 했고, 나노 크기의 얇은 철사가 수천 겹으로 쳐져 있으니 단단할 테지. 거기다 인체 공학적으로 신축성이 있게끔 설계했으니까 착용감도 나쁘진 않을 거야. 물론 진짜로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공학적인 것까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전보다 훨씬 편해. 걸리는 느낌이 없는 게 되게 괜찮은데?”


상당히 만족스러운지, 어깨를 크게 돌리면서 불편한 점은 없나 체크하던 세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겨우 이런 걸로 아이처럼 좋아해 주니 보람을 느낀다.



“나중에 다른 장비도 손봐줄게. 아, 하는 김에 프리에나 씨의 백호 옷도―― 앗!”


그러고 보니 그녀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정식으로 대련을 끝마친 것도 아니었다. 거의 일방적으로 끝을 내버린 것도 모자라 방치한 것이다. 프리에나에게는 무척이나 기분 나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당황한 리아는 허겁지겁, 팔을 푸드덕거리며 그녀에게 꾸벅 머리를 숙였다.



“미, 미안해요! 엄연히 대련 중이었는데!”

“······.”


조용하다.


무반응에 리아는 슬쩍 고개를 들어봤다.


프리에나는 눈도 크게 뜨고, 뭔가 감정이 고조된 듯한 얼굴이었는데, 그 시선은 세스에게 꽂혀있었다.



“오빠야.”

“앙?”

“리아는 오빠야의 뭐야?”


문득 에르의 눈썹이 움찔하는 게 보인다.



“뭐긴 뭐――”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세스는 성의 없이 대답하려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동생의 눈을 보고 멈칫했다.


프리에나, 그녀는 정말 한없이 심각했던 거다.


세스도 가볍게 대답할 사안이 아니라고 여겼는지, 귀를 후비던 것도 멈추고 자세를 바르게 했다.



“라이벌―― 내가 인정한 게헤르이자, 언젠가는 쓰러뜨릴 최대의 호적수야.”

“그래······. 오빠야는 이제 혼자가 아닌 거구나······.”


그녀의 중얼거림은 작았지만 세스 같은 사람이 바로 앞에서 놓칠만한 건 아니었다.


그 옆모습을 올려다본 리아는 난생처음으로 보게 됐다. 저 강인한 세스의 눈동자가 동요하여 흔들리는 것을······.



“하아. 너, 그런 걸 신경 썼던 거냐? 정말······ 누굴 닮아서 착해빠진 건지······.”


투덜거리는 말과 다르게 세스는 상냥한 손길로 프리에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델리안은 그런 둘을 따스한 눈길로 보았다.


당연히 낄 자리 따윈 없었던 리아는 얌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그렇게 끝까지 기다릴 참이었는데, 돌연 세스를 밀치고 프리에나가 앞에 섰다.



“어······”

“죄송했습니다, 게헤르. 멋대로 오해한 끝에 당신께 무례하게 굴고 말았습니다.”


꾸벅.


프리에나는 천천히 머리를 숙였다. 거기에 담긴 감정은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진정성이 가득했다.


이 모든 게 부담스러울 따름이었던 리아는 서둘러 그만두게 했다.



“저, 전 괜찮아요! 진짜 아무렇지 않아요! 애초에 무얼 잘못하셨는지도 모르겠는걸요?!”

“과연 게헤르······. 그러한 식으로 감싸주시는군요.”

“네······?”

“제가 토를 달 입장은 아니죠. 알겠습니다.”


간신히 고개를 든 프리에나는 눈을 마주 보았다.



“리아.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예. 부디 제 오빠와―― 세스타스와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주셨으면 합니다.”


뜻밖의 부탁에 놀랐지만, 리아는 입가를 초승달 모양으로 예쁘게 끌어올렸다.



“세스와 저는 친구예요. 잘 부탁하고 말 것도 없어요. 오히려 세스가 제게 어울려 주는 거죠. 그치?”

“아니. 틀렸어. 말은 똑바로 해야지.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려 주는 거잖아?”

“뭐, 그것도 그러네.”

“그래. 그러니까 쪽팔리는 짓 좀 그만해. 민망해 죽겠으니까.”


더는 견딜 수 없어졌나 보다. 세스는 살짝 무릎을 굽히더니 그대로 박차 훈련장에서 사라졌다.


덩그러니 남겨진 리아와 프리에나, 델리안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동생이 오빠를 좋아하기에 벌어진 헤프닝은 막을 내렸다.


잘됐구나, 잘됐어······.


――프리에나와의 일은 분명 이렇게 끝났어야 했다.


‘근데 어쩌다가 이리됐을까······.’


리아는 황당한 속마음을 감추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프리에나가 있었다.


옆에 있는 게 잘못이라는 건 아니다. 그랬으면 함께 걷고 있는 라프리트나 안네―― 에르가 단박에 집을 개량한 뒤로 줄곧 같이 지내고 있는 그녀들부터 문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함께 지내는 식객, 비비안도 그러하고. 참고로 폴스는 본인의 의사로 에이브안의 연구실 겸, 진료실에서 지내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진짜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언니, 리아 언니! 오늘도 훈련장으로 가세요?”

“어, 네······.”


그렇다. 바로 이거다. 이게 문제다!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건지 프리에나는 그날 이후로 돌연 언니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부담스럽다······.


알기로 그녀와 나이 차는 대략 40살 이상이다. 이토록 어린데 언니라 불리니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그것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왠지 경쟁하는 상대가 있어 조금 피곤하다.



“어, 언니!”


생각하기 무섭게 곧장 들려온다. 당연히 프리에나가 아니다. 이 자신감 없는 목소리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다.


쳐다보니 역시나······. 리블리지가 그 굉장한 바스트를 출렁이며 뛰어온다.



“조, 좋은 아침이에요, 언니······!”


인사를 하면서 리블리지는 슬쩍 옆을 봤고, 눈이 마주친 프리에나가 작게 혀를 찼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


정말 왜 이렇게 된 건지 리아로서는 의문이었다. 대련 한 뒤로 며칠 지나고 보니 어느덧 이리되어 진상을 파악하고 말 것도 없었다.


미리 그만두라고 강경하게 말하지 못한 게 잘못이랄까······, 이제 와 말하기엔 너무 뒷북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로즈까지 언니 대열에 합류한 터라 진짜 손도 쓰지 못하겠다.


‘이게 하렘이라는 건가······.’


남자라면 솔직히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쟁탈전을 벌인다니 로망이지 않은가. 게다가 둘 다 미인이기도 한데다 개성도 제각각인지라 물리는 점도 없다. 로즈도 보고 있으면 치유가 되고.


하지만 기왕이면 전생에 이런 인생의 절정기가 왔으면 했다.


지금은 여자이지 않은가. 남자가 달라붙었다 한들 아무런~ 매력도 못 느끼겠는 판국에, 동성이 이래봐야 무덤덤하기만 했다. 진짜 두근거리기는커녕, 저 둘의 미묘한 신경전 때문에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이제 겨우 3일이 지났을 뿐인데 신경줄이 꽤 갈려 나갔다.



“이래서 버틸 수 있으려나······.”


왠지 방금 먹은 점심이 소화가 안 되는 기분이다. 실제로 그럴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지만.


한숨을 내쉰 리아는 터벅터벅 힘없이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은 프리에나와의 대련 이후로 매일 오게 됐다. 여태 눈치를 줬던 필리아도 허락해 줬다. 그녀는 본인이 오지 못하게 하여 그 사달이 났다고 생각했는지, 설마 멀리서만 지켜보는 줄 몰랐다고 사과하며 언제든 오라고 했다.


‘여전히 별로 반기시진 않지만······.’


여하튼 요즘은 가지 않으면 되레 무슨 일이 있냐는 소리를 듣는다.


덕분에 오늘도 훈련장으로 향했고, 도착하니 제각각 구슬땀을 흘리는 주민들이 보인다.



“그럼, 리아 언니. 저는 수련하러 이만 가볼게요!”

“저, 저도!”

“아, 네. 수고하세요.”


리아는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경쟁하듯 떠난 둘을 보냈다. 모르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부르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의 선생은 세스다. 그의 역할을 뺏을 수는 없다.


······라는 건 변명이고, 전에 저리 말했다가 오후 내내 붙들린 적이 있기에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도 봐라. 아쉽다는 듯이 힐끗 쳐다보지 않은가.


그렇게 라프리트도 주민들에게 술식 마법을 가르치러 떠나고, 리아는 잠자코 사람들을 지켜봤다.


잠시 그리 보고 있으니 조용히 다가온 폴스가 손수 만든 의자를 내밀었다. 의자는 손재주가 좋아 꽤 완성도가 높다. 디자인과 마감까지 훌륭하여 목수로 먹고살아도 될 정도다. 적어도 베르다드의 옥좌와 같은 그 부담스러운 의자보다는 훨씬 낫다.



“고마워.”

“별말씀을.”


에르도 오늘은 에이브안에게 갔겠다, 리아는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저 지켜볼 뿐이지만 리아에겐 이것도 엄연히 수행이다. 새로 배울 점은 없는지 꼼꼼히―― 몬스터들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전부 분석했다.


그러다가 문득 마을도 많이 변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응. 이거 완전히 전투 민족의 마을이잖아. 훈련과 대련을 빠지지 않고 매일 하는 시골이 흔하진 않을 테고.’


세스라는 최고의 선생님이 있어서 그런지, 단련에는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던 인간 주민들까지도 열성인 판국이다. 효과도 확실하여 전원 어마무시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간단 비교로 제일 떨어지는 아주머니가 베르다드 졸업생들과 비슷한 실력이거나 그 이상이었다.


이것이 반년 만에 일구어진 성과다. 선생님이 훌륭한 탓도 있겠지만, 다들 진짜 성장 속도가 엄청 가파르다.


‘세스의 말로는 기초가 잘 다져져 있어서 그렇다지만······ 사실은 재능들이 넘치는 거 아냐?’


그러한 생각들을 하던 리아에게 문득 번뜩이는 게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바지탄스 씨들 고향 문제가 있었네.”


엄청 중요한 문제였건만······ 솔직히 여태 까먹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리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폴스, 의자 고마웠어!”


집사처럼 멋들어지게 인사를 하는 폴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리아는 빠르게 바지탄스에게로 향했다.


프리에나와의 대련 이후로 줄곧 내딛지 않던 훈련장에 들어서니 시선이 쏠린다. 검은 빛의 대검을 휘두르며, 티라이드, 루데릭과 2:1로 대련하고 있던 바지탄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손을 멈췄다.



“리아? 갑자기 뭐야?”


흘린 땀을 닦으며 루데릭이 물었다.



“바지탄스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지금 해야 할 거야?”

“응. 되도록 서두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도중에 멈춰서 감질맛 나 보였던 루데릭이었으나, 이야기를 듣고는 군말 없이 자리를 비켜줬다.



“고마워, 오라버니!”


손을 드는 것으로 대답한 루데릭을 뒤로하고, 리아는 바지탄스와 티라이드를 불러 모았다. 그러자 둘은 내심 땀을 흘린 게 신경 쓰이는지 주저했다.


그러나 세스 이전에 훈련을 봐 준 적도 있는데 이제 와 새삼스럽다. 재차 괜찮다고 하니 사과하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갑자기 어인 일입니까, 아가씨.”

“‘갑자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조금 늦었죠.”


둘은 이해가 안 되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제 슬슬 가봐야죠. 여러분들의 고향―― 이베시온으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들 금방 모아오겠습니다.”


순식간에 진지해진 둘은 고개를 숙이더니 빠르게 마족들에게 뛰어갔다.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곧장 자신들도 동료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움직였다.


돌연 분주해지자 모든 이들의 훈련이 중지됐고, 벌써 익숙해졌는지 홍익조를 낀 손으로 배를 벅벅 긁으며 세스가 왔다.



“무슨 일이야, 아가씨? 왠지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음······. 마족 분들이 왜 나트알에 머무는지 들어봤어?”

“대충. 아마 마을이 습격당해서 멸망―― 아하~ 거기에 간다는 거로군.”

“응. 시신 수습이라든가 해주고 싶다 했었거든.”

“기왕이면 복수도 하고 말이지.”

“용케도 아네?”

“그야 수행하는 걸 봤으니까. 다들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거든. 게다가 수년이나 안 가고 미룬 거잖아? 그러면 뻔하지.”

“그렇군.”


충분히 납득가는 설명에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런데······ 왜 거기 있는 거야? 안 돌아가?”

“에이. 너무 그러지 마. 온 김에 같이 좀 듣자.”


장난칠 사안이 아니다 보니 리아의 눈매가 다소 날카로워졌다. 분위기도 찌를 듯 날이 섰는데, 세스는 드물게 허둥거리며 눈을 굴렸다.



“나, 난 저 녀석들의 스승이야. 제자의 안위를 염려하는 건 스승의 당연한 권리 아니겠어?!”

“그러니까 이 자리에 남아 듣겠다고?”

“뭐, 그런 거지······.”


세스는 째려보는 시선을 피하면서도 팔짱을 끼고 꿈쩍하지 않았다.


절대 그냥 가지 않겠다는 그 의지에 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다 알려질 일이기도 하고.”

“땡큐, 아가씨.”


능청맞은 모습에 좀 울컥했지만, 리아는 얌전히 기다렸다.


잠시 후 바지탄스가 다가왔다.



“총원 스물일곱. 전원 집합했습니다.”

“고마워요.”


감사를 전한 리아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4열 횡대로, 군인처럼 각이 잡힌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는 마족들 앞에 섰다.



“다들 얼추 짐작은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 서두를 땐 리아는 조용히 머리를 숙였다.


일순 술렁거림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랐으나 개의치 않고 리아는 마음을 담아 말하였다.



“고향의 수복을 위해, 하다못해 영결식이라도 하고픈 여러분들의 마음을, 제 일에 바쁜 나머지 줄곧 무시하여 미안합니다.”

“머리를 드시지요. 아가씨께서 저희에게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차분하지만 힘 있는 바지탄스의 말을 시작으로 마족들은 저마다 그렇다며 한마디씩 하였다.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마음을 느낀 리아는 재차 한 번 머리를 숙였다.


사과는 여기서 끝. 더는 지지부진 하지 않기 위해 리아는 바로 의식을 전환했다.



“삼 년······. 근 삼 년이란 시간 동안 잘 기다렸습니다. 이젠 다들 준비가 되었다고들 생각합니다만······ 어떠십니까?”


리아는 한 명 한 명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그들은 강렬한 의지가 담은 눈으로 마주 응시했다.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가보도록 하죠. 이베시온으로······.”


차분하지만 리아의 말은 영혼부터 찌르르 떨리는 듯한 힘이 담겨있었고, 바지탄스들은 맹렬한 열기를 내뿜으며 말없이 환희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날의 훈련은 이것으로 끝을 고했다. 대신 모두는 내일 바로 떠나는 바지탄스들을 위해 짐을 꾸려주었다.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지탄스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냈는지 줄곧 보아온 터라 잘 다녀오라는 말만을 하였다.


그렇게 작은 축제도 벌인 다음 날, 리아는 광장에서 바지탄스들과 마주했다.


어제 밤잠을 설친 인원도 간간이 보이지만 딱히 출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래. 오히려 지장을 주는 건 다른 요소이지.’


리아는 눈썹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옮겼다.



“저기~ 혹시나 한 데, 다들 어쩐 일일까요?”

“당연히 따라가는 거지!”


사근사근한 말에 대답을 한 건 세스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뻔뻔함 뒤에 숨어 소리 없는 동의를 할 뿐이었다.


리아는 괜스레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놀러 가는 게 아니거든요? 당연히 소풍도 아니고요.”


제대로 짐까지 각자 [수납] 마도구에 챙긴, 따라갈 생각 만만인 그들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피곤하다.


더욱 리아를 피곤하게 만드는 건 일전의 그 두 사람이다. “언니가 간다면 저도!”라면서 프리에나가 먼저 선언했고, 뒤를 이어 리블리지가 자신도 가도 되겠냐면서 물어왔다.


물론 안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건 사람도 무수히 죽어 나간 엄숙한 여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나서 봐야 바지탄스들에게 민폐다.


그리고 이 일행에 라프리트가 끼어있다는 점이 꽤나 의외였다.


친구인 그녀를 홀로 마을에 내버려 두는 건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한에서는 예외다. 뻔히 위험한 지역에 어찌 데려가겠는가.


그나마 ‘애들은 몰라도 되는 일’이라는 말에 토 달지 않고 아이리스와 남은 비비안이 있어서 위안이다. 덕분에 그녀의 주가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솔직하고 참한 아이이지 않은가. 조금은 응원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에 비해······.’


리아는 힐끔 드에에게 받은 배낭을 든든히 메고 눈을 빛내는 로즈를 필두로, 우르르 모여있는 일행을 봤다.


원치 않던 손님이었던 이들의 인상은 현재 제법 변했다. 익숙하지 않은 밭일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도 그랬지만, 몬스터라 불리는 이들―― 적대적 관계에 있을 팽들에게 그들 나름대로 친숙해지려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달리 보게 됐다.


특히 로즈는 아이 특유의 친화력 덕분인지 팽과 같은 동물 계열들과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곤충 계열은 생리적인 거부감 때문인지 힘들어하지만.


최근에는 새하얀 부엉이, 부노의 마음도 사로잡았나 보다. 보내기 불안하다며 보호자를 자청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못 가게 막아줬으면 한다만······.’


여러모로 쓸데없이 불어난 인원에 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그러지 마, 아가씨. 수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잖아?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아앙?”


저도 모르게 나온 으름장에 세스를 비롯, 끼어든 인원 모두가 흠칫 떨었다.


다른 이들은 상관없지만 로즈와 라프리트, 안네가 눈치를 보는 건 바라지 않는다.


리아는 미간을 문질러 인상이 펴지도록 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랄 것 없이 말하였다.



“다들 알겠지만, 지금부터 가는 곳은 마국령이에요. 맞아요. 인간과는 적대하는 국가이죠. 여러분들도 직책이 직책이다 보니 아시겠지만―― 아뇨, 직책이 있으니, 문제를 일으키면 그대로 국제 문제입니다. 명심하세요. 각자 나라가 다릅니다. 서로 도와줄 수도 없거니와, 만약 문제가 발생해도 전 바로 손절할 겁니다. 부디 알아서들 해결하시길.”


이어서 리아는 씨익, 진하게 미소 지었다.



“바지탄스 씨들은 돌아가신 이웃들의 주검을 수습하고 영결식을 치르기 위해 가는 겁니다. 괜한 간섭이나 사상의 강요는 사절입니다. 그러니 괜한 소리하지 않도록 유의해 주세요. 라프리트 씨랑 세스, 너도.”

“예. 명심할게요, 리아 양.”

“으응. 알겠어.”


예외 없이 주의를 준 리아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풀 무장을 갖춘 마족들에게 갔다. 그 옆을 당연하다는 듯 페리가 따라붙었다.


리아가 가까이 오자 바지탄스는 빠르게 투구를 벗었다. 마족들은 뿔이 있는지라 투구의 생김새도 제각각이고, 탈착도 꽤 불편해 보인다. 뿔까지 모두 덮는 형태라 더욱······.


그런 생각을 하며 리아는 차근차근 모두를 둘러봤다.


전쟁을 앞둔 듯한 기색을 뿜는 마족들의 모습에선 패잔병 같았던 처음의 인상은 티끌조차 남지 않았다. 번쩍이는 갑옷과 더불어 군기가 잡힌 이들은 그야말로 정규군. 실로 멋진 모습에 괜스레 입가가 씰룩거린다.



“죄송해요. 마음대로 정해 버렸네요.”

“마음 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즉각 대답하는 바지탄스. 출발 일시라든가, 라프리트들이 따라오는 걸 멋대로 용인한 것에 대한 사과였는데, 일절 흔들림이 없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답 대신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바지탄스와 의견을 같이했다.


여기에 더 말한 건 없다.


리아는 몸을 돌려 마중을 나온 가족들에게 향했다.



“다녀올게요. 이번엔 길지 않을 거예요.”

“음. 조심하거라.”


대표로 답한 에이브안을 시작으로 이스카르와 필리아도 무사 기원을 빌어줬다.



“마을을 부탁해요, 델리안.”

“쥐 새끼 한 마리도 들이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그보다는 미안하구나. 아직 철이 안 든 아이들이다 보니 말이야.”

“다들 쉰 살도 넘었는데 말이죠.”

“내 교육 방식이 잘못된 게지.”

“에이. 베르그 씨들도 비슷한데요, 뭘.”

“아니. 저들은 그나마 견식을 높인다는 목적이라도 있잖느냐. 그에 비해 저 바보들은 아무 생각도 없구나.”


비교하기도 민망하다며, 이게 교육의 차이인가 하고 델리안은 깊게 탄식했다.



“어쨌거나 잘 다녀오거라. 페리도 말썽부리지 말렴.”

《헹! 그건 이 녀석에게 할 말이다.》

“······.”


콧방귀를 끼며, 한 가닥의 꼬리로 슬쩍 리아의 팔을 툭 치는 페리.


요 시건방진 고양이의 행태에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온다.


‘당분간 간식은 압수야!’


더불어 로즈의 택시로도 반드시 부려 먹을 거라고, 복수를 다짐하며 리아는 인사를 마쳤다.


원래 장소로 돌아오니 저마다의 이유로 흥분한 시선이 쏟아진다.


그런 이들과 눈을 마주하며 리아는 당당히 선언했다.



“출발하죠.”


작가의말

참고로 나노 크기로 5cm를 채우려면 5천만 겹을 쌓아야 한다더군요!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진짜 오랜만입니다.

설마 이리 간만에 인사를 드리게 될 거라고는 진짜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글은 계속 쓰고 있었고, 어머니도 잘 간호하여 상태가 많이 양호해졌습니다

당분간 지켜 봐야겠지만 무탈히 낫지 않으실까 합니다

여하튼 오래 기다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렙 히로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들 연말 잘 보내세요! 23.12.26 8 0 -
259 219-2 24.04.10 7 0 13쪽
258 219 24.04.10 36 0 42쪽
257 218 +2 24.03.25 30 1 43쪽
256 217 +2 24.03.14 18 0 50쪽
255 216 +2 24.03.01 28 0 40쪽
254 215 +2 24.02.22 34 0 40쪽
253 214 +2 24.02.15 29 0 45쪽
252 213 +2 24.02.01 39 0 48쪽
251 212-2 +2 24.01.22 24 0 21쪽
250 212 +2 24.01.22 30 0 33쪽
249 211-2 +2 24.01.03 33 0 20쪽
248 211 +2 24.01.03 67 0 43쪽
» 210 +2 23.12.03 104 0 45쪽
246 209 +2 23.12.03 38 0 41쪽
245 208 +2 23.11.11 45 0 55쪽
244 207 +2 23.10.29 69 0 42쪽
243 206 +2 23.10.21 50 0 50쪽
242 205-2 +2 23.10.11 60 0 21쪽
241 205 +2 23.10.11 69 0 37쪽
240 204 +2 23.09.30 68 0 40쪽
239 203 +2 23.09.14 61 0 39쪽
238 202 +2 23.09.14 93 0 36쪽
237 201-2 +2 23.09.02 66 0 18쪽
236 201 +2 23.09.02 72 0 35쪽
235 200 +2 23.08.22 86 0 47쪽
234 199 +2 23.08.14 73 0 42쪽
233 198 +2 23.08.04 85 1 39쪽
232 197 +2 23.07.27 80 0 42쪽
231 196-2 +2 23.07.19 52 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