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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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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4.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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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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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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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쪽

199

DUMMY

반강제적으로 끌려온 무무카케는 촌놈처럼 주위를 둘러봤다.


이 파란 판이 무언가의 마법이라는 건 알아차렸었다. 물론 의태한 건국왕의 육신 덕분이었다.


다만 이토록 예민한 감각에도 마법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더욱이 날아가는 중이건만 느껴지는 마력도 없어,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하늘을 나는 것만 같아 경악스럽기만 하다.


‘직접 겪어봐서 뼈저리게 느꼈지만, 역시 이 계집―― 아, 아니, 이 인간은 차원이 달라. 이 특급의 육신으로도 역량을 측정할 수 없어. 그것이 소름 끼치기까지 해.’


정말 인간이 맞기나 한 건지 의심만 증폭되어 간다. 본인이 모르는 출생의 비밀이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굳이 왜 이런 방식으로 날아가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면 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일 텐데. 적어도 건국왕에게서 얻은 기억으로는 그러했다.



“아. 다 왔어요!”


신난 이스피리아의 외침에 밑을 내다보니 순백의 벽이 보인다.


‘베, 베르다드!’


때 묻지 않은 저 특징적인 벽은 너무나도 유명하기에 잘못 볼 순 없다.


더군다나 아네픽시르에서 지낸 햇수는 벌써 20년이 넘어간다. 인간의 나라 전체로 따지자면 근 백여 년이다. 갑작스러운 이동일지라도 정찰까지 마친 곳을 헷갈리진 않는다.


‘하지만 저곳은······.’


무무카케는 아직도 손을―― 아이 같은 손이라 붙들듯 잡은 이스피리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실례지만 저곳에는 결계가 있지 않습니까?”

“응?”


의아하다는 듯 올려다본다.


괜히 말했나 싶은 기분에 조금 후회됐다. 그렇지만 훤히 개방된 곳에서 정체가 밝혀지고 싶진 않다. 동족을 위해서라도 이건 확실히 해둬야만 했다.



“파악하고 있기로는 베르다드엔 강력한 결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간다면 필시 경보가 울릴 터인데······ 그 점은 괜찮으신 겁니까?”

“아하. 그렇군요.”


정확히는 인간 이외의 자를 걸러내는 결계인데, 새삼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 이스피리아가 뭔가에 집중했다.


얼핏 마법의 기척 같은 게 느껴지고, 이내 이스피리아는 밝게 웃으며 말하였다.



“이제 됐어요. 허가를 받아놨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렇게 쉽게?’


의심이 들었지만 저리 장담하는 것이다. 포로의 입장로서 더는 뭐라 말하지 못하고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담담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목소리였지만 되려 그것이 더 무섭기도 했고.


그러는 사이 기묘한 푸른 판이 베르다드의 정문 앞에 내려섰다.


이스피리아는 곧장 경비병들에게로 갔다.


여차저차 신발까지 모두 갖췄으나, 마을 주민으로만 보이는 무무카케의 모습에 경비들은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과연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해야 할지, 손님이라며, 허가를 받아놨다는 이스피리아의 말에 군말 없이 진입을 허가해줬다.


무무카케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따라 걸었다.


그렇게 도플갱어 중 누구도, 하물며 장로조차 못 들어가 본 베르다드에 발을 디디게 됐다. 황당할 정도로 쉽게······.


‘이, 이래도 되는 거야?’


되려 걱정이 들면서도 무무카케는 이스피리아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돌연 공기가 멎어버렸다.


순식간에 소름이 온몸을 뒤덮었다. 명확한 살의의 의지를 가진 기척이 공간 가득 충만했던 것이다.


진원지는 정면. 어느 순간 나타난 군청의 거대한 군마가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 빛나는 흑진주 같은 갈기를 보자, 무무카케의 머릿속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그건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여러 사선을 넘으면서 웃는 등의 화기애애한 것이었다.



“응? 비젠탈 씨?”


역시나. 앞을 막듯이 선 군마는 기억 속의 그―― 건국왕의 애마이자 친구, 동료인 비젠탈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엄청난 살의를 발하고 있었다. 정확히 무무카케를 향해······.


본인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건만 근처에 있는 모든 자들이 공포에 몸을 떨었다. 나서는 자는 없다. 품평하듯 쳐다보던 인간들 전원이 감히 신경에 거슬리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는 조용히 뒷걸음질 쳤다.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아!”


이제 떠올렸다는 듯 이스피리아가 무무카케를 돌아봤다.


동시에 비젠탈이 사라졌다.


무언가를 보거나 낌새 같은 것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나 무무카케는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정숙의 세계로 들어섰다.


······하지만 늦어버리고 말았다.


정숙의 세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엄청난 위압감을 풍기는 비젠탈, 그의 말발굽이 얼굴 정면으로 향하는 참이었다.


회피는······ 어려울 것 같다. 가까스로 몸을 틀더라도 얼굴의 반은 뜯겨나갈 것이다. 아니, 그것뿐이라면 다행이다. 저 말발굽에 담긴 힘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너무 엄청난 나머지 말발굽에는 흑진주 같은 빛마저 아른거린다. 건국왕의 기억에도 있는 한 차원 위의 힘이었다.


이전의 그에게 저런 힘은 없었을 터.


건국왕의 기억 속에 있는 비젠탈과 괴리감을 느낄 만큼의 엄청난 격차다. 맞으면 절대 곱게 끝나지 않는다. 얼굴만 날아가는 게 전부가 아니리라.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없다.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무무카케는 다가오는 죽음을―― 무수히 많은 마족을 도륙냈던 대마수의 일격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



“기, 기다려주세요!”


언제 끼어든 것인지 이스피리아가 앞을 막아섰다.


고작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무무카케에겐 결코 뚫을 수 없는 벽이 막아선 듯했다. 미덥지 않은 작디작은 등이지만 무조건 안전하리라는 안도감만이 존재하였다.


텁······.


싱거운 소리를 내며 이스피리아가 본인에게로 향하는 발굽을 막아냈다.


머리 위로 손을 든―― 힘이 들어가지 않을 자세였다. 그렇지만 흡사 위로 넘어가는 물건을 잡듯 두 손을 들어 멈춰 세웠다. 심지어 까치발을 세운 이스피리아의 모습에선 여유마저 넘쳐흘렀다.


그렇지만 충격을 완벽히 상쇄해버렸다. 무무카케에겐 죽음이나 다름없는 일격을······. 뒤로는 자그마한 여파조차 없이 산들바람만이 살며시 불어왔다.


긴장이 풀린 무무카케는 털썩 주저앉았다.



“비, 비젠탈 씨. 자, 잠시 진정하시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슬쩍 무무카케를 흘겨본 비젠탈은 뻗은 앞다리를 천천히 내리고는, 다급하게 말한 이스피리아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친우를 욕되게 한 자다.》

“네. 알고 있어요. 그걸 왜 모르겠어요. 저라도 멋대로 친구의 유해를 써댄다면 화를 낼 거예요. 하지만 일단 안전을 보장하기로 약속한 이상, 이대로 죽게 놔둘 수는 없어요. 이해해달라고는 하지 않을게요. 부디 저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실 순 없으신가요?”

《······.》


처음보다도 더더욱 공기가 가라앉았다.


비젠탈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내려다보는 가운데, 한동안 신경 줄이 팽팽히 당겨지는 듯한 시간이 흘렀다. 물리력마저 느껴지는 것 같은 깊은 침묵이었다.


그러다 먼저 물러난 건 비젠탈로, 그가 나지막하니 물었다.



《디안의 유해를 어디에다가 빼돌렸지?》


비젠탈의 감정이 없는 눈은 무무카케에게로 향해 있었다. 자신에게 묻는 것이 아님을 알고 이스피리아도 곁눈질을 보냈다.


동료를 파는 일인지라 무무카케는 고민됐다. 그렇지만 바로 결단을 내렸다. 비단 비젠탈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죽인다면 환영해 마지않았을 거다. 오히려 방금의 일격으로 죽지 못했다는 아쉬움마저 있는 판국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터다.


자연사 이외에는 결단코 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만이 들었다. 이스피리아의 비호받는 이상······.


‘절대 좋은 이유는 아니지만 반드시 온갖 위험에서 지켜주겠지.’


그러기에 솔직하게 모든 걸 발설하기로 했다.


계획은 진작에 실패했다. 이스피리아가 관심을 가진 그 순간 계획은 이미 실패한 거나 다름없었다.


적대한다는 길을 선택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스피리아―― 저 절대자 같은 존재에겐 얌전히 고개를 조아리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것만이 우리 도플갱어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직접 적대하고, 옆에 서 보니 뼈저리게 느낀다. 방금도 그렇다. 건국왕으로 의태 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죽음을 사뿐히 막아낸 것으로 인해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더 따질 것도 없이 이젠 생존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확신이······.


당장은 우호적이지만 앞으로 어찌 바뀔지 모른다. 최대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무카케는 결연히 다짐하며 자신이 아는 바를 이실직고했다.



“나도 받았을 뿐, 건국왕의 유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건네준 자는 누구지?》

“장로―― 우리 도플갱어의 장로이자, 현재는 실질적으로 우리를 이끄는 분께 받았다. 만약 소재를 아는 자가 있다면 그분밖에 없다고 본다.”

《이름은?》

“에스쿠드······, 에스쿠드다.”


장로의 이름을 듣자 비젠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노하면서도 진중하달까, 좀 묘한 반응이었다.



《쉽게 죽진 않았으리라 생각했지만, 역시 살아있었나······.》


‘뭐? 아는 사이라고?!’


그런 소리는 무무카케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문득 중얼거린 비젠탈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의 말없이 이스피리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놈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려는 것인가?》

“네······.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 듯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해요.”

《알았다. 저놈의 신상을 맡기겠다. 다만, 에스쿠드만큼은 넘어가 주지 못한다. 그 녀석과는 청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저도 모든 도플갱어를 보호할 생각은 없어요.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릴게요. 되려 도움을 주고 싶은데,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소재를 파악하거든 알려주었으면 한다.》

“음. 즉시 추려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확실해진다면 말씀드릴게요.”

《고맙다.》

“아, 아뇨. 저야말로 멋대로 굴어대서 미안해요. ······아! 의태도 당장 풀라고 할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이미 많은 이들이 목격했으니. 이제 와 사라지거나 모습이 바뀐다면 이상하게 보일 거다.》


반박하기 힘든 일리있는 말에 이스피리아의 얼굴이 흐려졌다.



“정말 죄송해요······.”

《솔직히 기분은 나쁘지만, 이 또한 무언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강해서 나쁠 건 없고. 그대들이라면 제압하는 거야 손쉬울 테니 문제도 없다.》


이스피리아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얼굴을 펴고는 재차 미안하다며, 비젠탈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의 갈기를 쓸어내려 줬다.


흥분을 가라앉힌 비젠탈은 그 손길을 얌전히 받아들였다.


‘설마하니 소문이 사실이었나······.’


무무카케는 곁눈질로 비젠탈의 등을 보았다. 저리 작은 사이즈의 안장이 맞을 인간이 그리 많지는 않을 터. 필시 이스피리아를 위해 제작되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쉽게 연상되기까지 했다. 이스피리아가 비젠탈을 올라탄 장면이······.


제법 얼이 빠졌지만, 사태는 무사히 진정됐다. 의구심을 품지 않게 얼추 몸가짐을 정리하고는 감각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윽고 시간의 흐름이 돌아오고, 주위는 어느새 자리를 옮긴 비젠탈을 보며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다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흰 로브를 두른 푸른 머리카락과 눈의 남자로, 그가 다급하게 뛰어와 의아한 눈초리로 둘러봤다.


무무카케는 순간 경직됐다.


‘가, 강하다.’


느껴지는 감각은 역전의 강자. 물론 건국왕만큼의 강함은 아니다. 싸운다면 쉽게 이길 것이다. 그러나 좌시할 수 있는 수준은 또 아니었다. 쇠퇴한 인간에게서는 다시는 나오기 힘들 만큼의 강대함이 느껴진다. 추측하기로 건국왕 이외의 다른 소재로는 이기기 어려울 듯하다.


‘이만한 인간이 달리 또 있을 리가 없어.’


수집해 놓은 정보와도 일치하는바, 예상한 그 인물이 맞을 것이다.


그건 틀림없으리라. 다만, 예상 이상으로 강하다. 덕분에 안 그래도 어려운 계획의 실현이 더욱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저, 리카드 씨······.”

“일단은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리아 양.”


산뜻한 미소로 말한 남자―― 리카드는 눈짓으로 주위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거대한 군마, 비젠탈을 올려다봤다.



“대충 어떤 사정인지는 알겠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얼추 이야기도 끝난 듯한데, 비젠탈도 지금은 돌아가시죠. 자세한 이야기는 듣고 전해드리겠습니다.”


나름의 용건을 마친 비젠탈은 별말 없이 몸을 돌려, 다각다각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의 시선도 따라갔다.


등 뒤에 작별 인사를 건네며,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던 이스피리아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리카드는 곧장 앞장 서서 걸었다.


그의 인도로 도착한 곳은 지나치게 화려한 어느 대문의 앞이었다.



“학원장실인가······. 많이 화려해졌군.”

“호오. 옛 이곳의 모습을 알고 계신가요? 흥미롭군요······.”


사정을 알았다는 말은 사실이었나 보다. 문을 열면서 리카드는 반짝이는 눈으로 지긋이 쳐다보았다.



“편한 대로 앉으시죠.”


나긋한 어투에는 언뜻 호의가 가득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 속에 경계심이 감춰줘 있었고, 그것을 예민하게 느끼며 무무카케는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이스피리아와 멀대―― 에르라는 남자와 리카드도 맞은 편에 자리했다.



“자자. 폴스도 이리 와서 앉으렴.”

“아, 아니, 저는······.”


소파 뒤에 대기했었던 폴스는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는 이스피리아에게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했다. 그러나 눈엔 미처 숨기지 못한 욕심이 담겨있었고, 재차 두드리며 권하자 냉큼 굽히고 공손히 이스피리아의 옆에 앉았다.


완전히 아이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저 어리숙한 외견과는 달리 폴스 또한 괴물. 그것도 사악하기 그지없는 괴물이다. 되도록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러면······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이제야 대화를 나눌 수 있겠네요.”

“리아 양, 실례지만 데리고 오신 분들의 소개부터 괜찮으시겠습니까?”

“앗. 그렇죠.”


작게 손뼉을 친 이스피리아는 옆을 가리켰다.



“여기, 이 아이는 폴스라고 해요.”

“네 번째? 혹시 퍼스트 씨와 마찬가지로······?”

“네. 제가 만든 오토마타에요. 귀엽죠?”

“그렇군요. 살짝 루데릭을 닮은 듯하지만 귀엽습니다.”


폴스가 칭찬 받는 게 기쁜지 헤실헤실 웃는 이스피리아. 그런 주인의 모습에 덩달아 복면 너머로도 방긋 미소 짓는 폴스.


딴지 걸 구석 하나 없는 훈훈한 광경이다.


그러나 무무카케는 생에 경험하지 못한 깊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 아니, 자, 잠깐. 지금······ 지금 뭐라고 했지? 마, 만들어? 폴스라는 저 어두침침한 녀석을 만들었다고 했어?!’


무무카케의 눈―― 건국왕의 눈으로도 폴스는 한 명의 인간으로만 보인다. 물론 심장 박동이라든가 혈류의 흐름 같은 게 들리지 않기는 한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이른 자는 그 정도는 쉽게 감추니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저만한 괴물이라면 손쉬울 터.


여태 그런 줄 알았는데 만들어졌다고―― 인공 생명이라고 한다.


등줄기를 비롯하여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저런 사악한 괴물을 탄생시킬 수가 있다고?! 저, 정말로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더욱 무서운 점은 폴스 말고도 다른 녀석이 더 있다는 듯한 뉘앙스다. 정말 만들었다고 해도 하나라면 그나마 이해라도 한다. 오랜 시일 투자하면 어떻게든 만들 수도 있을 테니.


하지만 하나 이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연은 한 번이다. 두 번이라면 그건 필연. 만드는 방법이 확실히 갖춰져 있으리라.


‘폴스만한 괴물을 양산한다······.’


무무카케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스피리아 이 존재는 그야말로 지상에 강림한 신이다.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애당초 적대는 꿈도 꾸지 않게 됐었지만,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완벽히 굴복하게 됐다. 전지전능한 신에게 하찮은 지상의 존재가 어찌 감히 대적하겠는가.


비단 도플갱어뿐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이 취할 행동은 하나뿐이다. 얌전히 발아래에 꿇어, 진노하지 않길 비는 것밖에는······.


그것만이 신과 다름없는 존재에게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리라.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한도를 넘어서는 공포에 몸이 발발 떨린다.


그러나 무엇을 계기로 기분이 틀어질지 모르는 일. 동족을 위해서 무무카케는 필사적으로 떨림을 억제하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쪽은 무무카케 씨라고 해요. 도플갱어예요.”

“호. 결계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실물일 줄은······.”

“자세한 이야기는 모두가 오면 시작할게요. 더 오실 분이 계시거든요. 아, 마침 오셨네요.”


똑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두드려졌다.



“제가 나갈게요!”

“응. 부탁해.”

“네!”


활기차게 대답한 폴스는 훌쩍 소파에서 내려―― 아니, 사라져 대문 앞에서 나타났다. 순수한 속도로, 무무카케의 눈에도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말은 곧 건국왕보다도 강하다는 뜻으로, 무무카케의 두려움은 점차 증폭됐다.



“안녕하세요!”

“어라. 폴스였지요. 또 뵙는군요.”

“알았으니 빨리빨리 들어가라.”


학원장실로 들어온 사람은 두 명의 여성과 남녀의 사용인이었다. 그들은 대충 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이스피리아에게로 왔다.



“같이 오셨네요. 다행히도 시간이 남으셨나 봐요?”

“네. 그리 바쁘지는――”

“――그럴 리가 있겠냐. 짬 내서 온 거지.”

“루, 루비아 님! 좀 사양도 하고 그러세요!”

“귀족답게 고귀하신 라프리트 님이나 그리하시어요. 전 귀찮아서 패스할게요.”


티격태격하며 두 여성은 테이블 옆, 에르가 공간을 열어 꺼내준 의자에 앉았다.



“바쁘니까 빨리빨리 불어, 리아. 데인, 그 멍청이랑 함께 있는 놈을 사로잡았다고?”


루비아라고 불린 여자가 슬쩍 무무카케에게 시선을 보냈다. 라프리트란 여자도 날카롭게 뜬 눈으로 흘끗 쳐다봤다.



“일단 리카드 씨는 사정을 모르니까 그 부분부터 먼저 설명해 드릴게요.”


그리 말한 이스피리아는 본인이 무무카케를 찾아간 배경에 관해 이야기했다.


간략하게 추린 것이기는 하나, 함께 들은 무무카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특히 언급된 이름과 그들의 직책이 그러했다.



“과연. 인디아 주교가 그런 의혹을······. 하지만 운이 좋았군요. 곧장 흑막을―― 그것도 도플갱어를 사로잡다니.”

“도, 도플갱어?!”

“――잠깐. 놀라는 건 나중으로 해, 라프리트. 괜히 삼천포로 빠지긴 싫으니까.”


단칼에 끊어낸 루비아가 이어 말하라는 시선을 이스피리아에게 보냈다.



“그러니까, 여차저차 해서 확인하러 가봤더니 도플갱어였어요.”

“너무 요약하긴 했는데 그건 됐고, 저거 정말로 도플갱어야?”

“네. 막 촉수 같은 게 나오더니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기까지 했어요.”

“눈앞에서 변했다면 틀림없겠지만······ 누구로 의태한 거야? 좀 눈에 익는 얼굴인데.”

“벨루디스의 초대 건국왕님이래요.”

“뭐······?”

“네?!”


무표정과 흥미, 놀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 이들은 품평하듯 무무카케를 훑어봤다. 그리고 대표로 루비아가 진위를 물었다.



“진짜야? 얼굴만 닮은 건 아니고?”

“네. 마력레벨이 464나 되니 다른 사람은 아닐 거예요.”

“그래?”


현재 쇠퇴한 인간의 수준은 물론이거니와, 이전이라 해도 여간해선 나오지 않을 마력레벨인지라 모두는 쉽게 진짜 건국왕이라 믿었다. 루비아에 이르러서는 “그래서 비젠탈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리기까지 했다. 두 사용인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경계했지만.



“그래서 저게 왜 데인이랑 같이 있었던 건데?”

“저도 아직 듣지 못했어요.”

“이제 물으려는 거야?”

“네. 기왕이면 같이 듣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두 분을 부른 거고요.”

“정황도 확실하지 않은 판국에 포획했다라······. 할 말이 많은데, 됐다. 네 남편이 있으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질렸다는 듯 한숨을 내쉰 루비아는 그러면 어서 하라는 양 턱짓했다.


다른 이들에게서 반대는 없었고, 딱딱하게 웃은 이스피리아는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숨기지 못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저기, 무무카케 씨!”

“예.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도플갱어에 대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저흰―― 에? 저희에 대해서 말입니까?”

“네! 오기 전에도 물었었잖아요!”


그건 진심이었나······.


이야기의 흐름대로라면 이쪽이 꾸미는 일을 묻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무무카케는 당황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변함없다. 그 어떤 엉뚱한 것이라도 묻는다면 대답할 수밖에 없다.


내심 궁금했는지 딴 길로 빠짐에도 딴지는 없었고, 무무카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도플갱어에 대해 모두 말하기 시작했다.



“직접 보셨다시피, 저희 도플갱어는 소재를 먹어 치움으로써 그 대상으로 의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역량 이상의 존재로는 불가능합니다.”

“제 머리카락처럼 소화가 안 돼서요?”

“――잠시만! 네 머리카락을 준 거야?!”


루비아가 화들짝 놀라며 끼어들었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훤히 보인다. 이만한―― 절대자 같은 존재로 의태 한다면 엄청난 위협이 될 테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스피리아는 태평하게 대답했다.



“어, 네. 저로 변할 수 있나 궁금해서요.”

“미친······. 야, 빨리 회수해.”


그녀 이외에도 모든 이가 심각한 분위기를 띠었다. 이때다 싶었는지, 처음부터 주는 걸 탐탁지 않아 했던 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여차하면 직접 회수하겠다는 의지마저 풍겼다.



“에이~ 한 번 줬던 걸 어떻게 다시 뺏어가요.”

“장난하는 게 아니야. 저놈은 못 했지만, 다른 놈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땐 어떡하려고? 네 모습으로 마구 난리 쳐도 괜찮다는 거야?”

“그건 아닌데······ 좀 그렇지 않아요?”


느긋하기 짝이 없는 반응에 욱한 루비아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무무카케는 이 일을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전원 알고 있었다. 그저 자진해서 돌려주면 됐으니까.


하지만 무무카케는 그러지 않았다. 이 작은 연결고리야말로 절멸당하지 않을 열쇠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수중에서 떼어놓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뿐이라 무무카케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누구든, 절대 리아로 의태 하진 못한다.”


점차 나빠져만 가는 분위기 속에서 여태 묵묵히 있기만 한 에르가 나섰다.


뭐라 쏘아붙일 듯한 기세였던 루비아는 침착한 그의 말에 화를 삭이고는 진정했다.



“확실한가요?”

“확실하다. 애당초 나도 나의 아내로 의태 하는 꼬락서니를 가만두고 볼 생각 따윈 전혀 없다.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그렇다면······. 알겠어요.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앞선 모습과 달리 선뜻 납득하며 물러난 루비아.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쉽사리 납득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만큼 에르라는 남자가 믿음직하다는 것이겠지만, 무무카케는 다른 의미로 놀라 그를 쳐다봤다.


‘남편이라고? 게다가 절대 의태 하지 못한다는 건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 이스피리아와 관련된 것들은 전부 이해되지 않는 일들뿐이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정작 이스피리아 본인이 모르는 눈치라는 거다. 세상 처음들은 이야기라는 양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연기인가······.


앞선 만남으로 보자면 그럴 확률은 한없이 높다. 어수룩한 모습과는 달리 이스피리아는 치밀한 인물이었으니.


잠시 고민했던 무무카케였으나······ 의중을 엿보는 걸 그만뒀다.


알아서 뭐 하겠는가. 하등 쓸모없는 짓이다.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저, 그러면 계속 진행할게요.”


이스피리아가 눈치를 봤고, 루비아는 그러라며 받아줬다. 머리카락을 돌려받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지 폴스는 어깨를 떨구었지만.


애써 눈길을 주지 않고 무무카케는 재차 입을 열었다.



“이어서 말씀드리자면, 그릇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기에 역량 이상으로 변하지 못하는 겁니다. 소화하더라도 그렇습니다. 해석은 가능할지언정 의태는 못하고 소재만 낭비합니다. 이스피리아 님의 머리카락처럼 아예 소화가 안 되는 일은 도리어 드뭅니다.”

“오오. 그렇군요.”


금세 신나버린 이스피리아는 목소리를 높였다.



“마력레벨은요? 쭉 올라가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저흰 의태 하는 대상에 따라 마력레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말씀드린 대로 역량 이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해석하더라도 의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 어떻게 그런 일이?!”

“저도 자세하게는······. 그저 종족의 특성이라고밖에는.”

“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오를 수는 없고, 변하는 대상에 맞게 낮춘다고 보는 게 맞겠네. 그런 일도 가능하구나. 어쩌면 좀만 연구해보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무무카케가 알기로 마력레벨의 변화 같은 섬세한 작업은 오로지 도플갱어만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스피리아라면 왠지 모르게 정말로 해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의태마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예상을 뒷받침해주는 말이 나왔다.



“마력도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마력을 변환한 것이로군.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겠지만, 그만큼 마력조작이 뛰어나다는 소리기도 하겠지. 그래서 마력적 특성 또한 변신한 상대를 따라 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지문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의 마력적 특성을 베낀다는 건 좀 대단한데? 이거야말로 도플갱어만의 특성인 듯싶네. 정말 웬만해서는 겉으로만 보고 변신인지 판명하긴 힘들겠는데?”


거의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다. 마력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마력레벨이란 무엇인지, 그 근본적인 것에 대해서도 빠삭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추론이었다.


‘현재의 인간들은 무엇하나 명확히 아는 이가 없거늘.’


본인은 쉽게 이야기했지만, 이스피리아가 언급한 것들은 다른 인간들이 들었으면 눈을 부릅떴을 만한 것들이었다. 실제로도 학원장을 비롯하여 모두는 꽤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 됐다.


이만큼이나 많은 것을 알고, 인공 생명도 만드는 이스피리아라면 정말 도플갱어의 능력을 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여차하면 직접 도플갱어를 만들던가······.



“도플갱어에 대해서 대충 알겠어요. 그러면 다음 이야기인데, 변신한 사람의 기술도 쓸 수―― 있구나. 그만한 공격이 다른 사람의 것일 리도 없으니.”


싸웠다는 소리에 리카드들의 분위기가 조금 험악해졌다. 특히 폴스는 재차 화가 나는지 정면에서 뚫어져라 쳐다본다.


무섭고 떨렸지만, 무무카케는 안간힘을 써 떨쳐내 이스피리아만을 시야에 담았다.



“예······. 모든 것을 따라 하진 못하지만, 절반 이상의 기술들은 재현할 수 있습니다.”

“굉장하네요! 무무카케 씨, 나중에 건국왕님의 기술을 더 보여주세요!”


과연 만족할만한 기술이 있나 싶다. 건국왕의 기술 중 가장 최상급인 [신성 대극격]도 본 마당에······.


벌써 걱정으로 긴장되고 무섭다. 그렇지만 무무카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부디 실망하지 않길 비어야겠지.



“후우. 저는 이걸로 만족인데······ 아무래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되겠죠?”

“당연한 소릴 하고 앉았네.”

“그, 그렇죠?”


영 내키지 않는 듯한 이스피리아였으나, 루비아의 째려보는 시선에 포기하고 물었다.



“저, 무무카케 씨. 당신들은 꾸미는 일은 뭔가요? 어째서 데인 선배 씨랑 만났나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무무카케는 떨리는 손을 움켜쥐었다.


여기서부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해야만 한다. 거짓은 안 된다. 솔직하게 대답하되, 어떻게든 좋은 인상을 남겨야만 했다.


어렵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건 안다.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그러나 해내야만 했다. 도플갱어란 종족의 멸종을 막기 위해.


순해 보이는 이스피리아지만 거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 저자는 폴스라는 사악을 만든 존재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쓸어버릴 것이다. 한 줌의 자비도 없이.


이 대륙 끝으로 도망치더라도 소용없다. 반드시 찾아내 없애버릴 터.


그러한 사태만은 막아야만 한다.


자꾸만 메말라가는 입안을 느끼며, 무무카케는 자신과 동족의 생존을 위한 가시밭길에 몸을 실었다.






“흐음······.”


리아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


가볍게 들으려 했던 기분은 진작에 사라졌다. 상상 이상으로 무겁고 깊은 이야기에 도리어 편찮은 기분마저 들었다. 친구들도 매한가지였다. 오히려 그녀들은 각국의 높은 사람들인지라 한층 심각한 분위기가 됐다.


큰 키임에도 움츠러들어 눈치를 살피는 무무카케를 잠시 보며 리아는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우리만으로 해결하긴 힘들어 보이네. 어쩔 수 없지.”

“――잠깐! 너 또 뭘 하려고?!”


너의 어쩔 수 없지, 보다 더 불안한 건 없다며 루비아가 의심 가득히 쳐다본다.


사람이 애써 고민했건만 참 너무한 반응이다. 그렇지만 아무 설명도 안 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이 문제에 관해선 그녀들은 당사자들이니.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락하려고요.”

“누구에게?”

“베르그 황자님이랑 인디아 주교님이요.”

“제국은 알겠어. 상황을 듣는다면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을 테니. 그런데 인디아 주교는 왜? 거기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나 해댈 가능성마저 있어.”

“아뇨. 세인트리안은 모르겠지만, 인디아 주교님에 한해서는 딱히 그러진 않을 거예요.”

“······.”


흑막에 관한 이야기는 애당초 인디아가 먼저 언급한 것.


루비아도 이에 관해 들었었다.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이 팍팍 풍겼으나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고 물러섰다.



“네가 봤을 땐 어땠어? 신뢰할 만해?”

“음. 신뢰는 넘기더라도 일단 그들은 진심이었어요. 방해는 하지 않을 거라고 보여요.”

“알았어. 믿어보기로 할게. 물론 널 믿는다는 거야. 착각하지 마.”

“헤헤. 고마워요.”

“흥. 라프리트, 너는 어때?”

“저는 당연히 리아 양을 믿어요.”


모두가 찬성했다. 이대로 [염화]를 써 베르그와 인디아를 부르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전에 리아는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무무카케 씨, 하나만 더 알려줬으면 해요. 당신들은―― 도플갱어는 남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나요?”


전투를 벌이기도 했으나 솔직히 무무카케와 도플갱어에겐 별다른 감정은 없다. 오히려 남으로 변하는 그 능력이 신기하기만 하여 마음에 들 뿐이었다. 그래서 그다지 조종하는 능력 등은 묻질 않았었다.


――정말 조종할 수 있다면 이들이 끔찍하게 싫어질 테니.


그렇지만 사태가 인간들끼리의 분쟁은 사소해 보일 만큼 중하다. 더는 모르쇠 넘기긴 힘들었다.


무무카케는 고민에 잠겼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를 다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완벽히 조종하진 못합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암시’. 상대의 사고를 조금 유도하는 게 전부입니다.”


달리 말하면 어느 정도 조종하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리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매료]나 [세뇌]와는 다른 건가요?”

“정신을 조작하는 그런 마법과는 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상대방의 자주성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것으로, 일종의 현혹에 가까운 것입니다. 마법의 힘과는 무관합니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쉽게 정리해 주실 수 있나요?”

“예를 들어 설명해 드리자면,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저희는 ‘사실 가지는 무척 맛있는 거다’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의심하겠지요. 그러나 계속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맛있냐는 의문이 들 테고, 결국 호기심에 먹게 될 겁니다.”

“그것만으로 가지를 좋아하게 된다고요?”

“물론 보통이라면 힘들 겁니다. 가지의 맛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니. 하지만 저희의 눈엔 강하게 암시를 심는 힘이 있습니다. 확고한 자아를 가진 이에게는 그리 효과가 없긴 합니다만······.”

“그렇다는 말은, 오랜 시간을 들이다 보면 확고한 자아를 가진 사람조차도 암시를 걸 수 있다는 소리군요. 달리 표현하자면, 아무리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시간만 들이면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구요.”

“······예. 그렇습니다.”


숨기지 않고 무무카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그 힘을 쓰고 있나요?”

“아, 아뇨! 결단코 쓰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정말입니다!”


황급히 손을 내젓는 무무카케. 허둥대는 꼴을 보면 딱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친구들이 위험할지도 모를 일이라 개방 상태에서 물어봐야 싶었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겠지······.


‘굉장히 특이한 능력이네. 하지만 어찌 보면 이해도 돼. 무무카케 씨의 본체는 굉장히 약했으니까.’


그런 약한 몸으로 의태 하기 위한 거죽을 구하기는 힘들 거다. 그러다 보니 암시라는 능력이 생기는 쪽으로 진화한 게 아닐까 싶다.


우여곡절 끝에 거죽을 얻었더라도 금세 들켰을 터. 암시가 있는 지금도 원본을 아는 이와 대화하면 금방 걸린다는데, 아무 능력도 없었다면 진작에 멸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건 그거다. 생존을 위해 진화한 능력에 아무 잘못도 없지만, 그걸 활용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


잠시 진지하게 생각해봤던 리아는 속으로 말을 걸었다.



‘아이야. 저 암시라는 게 우리에게도 통할까?’

『답. 불가능함.』

‘아이리스는?’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결론을 내림.』

‘그러면 무무카케 씨가 암시를 쓰는 걸 내가 감지할 수는 있을까?’

『감지가 가능함』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니?’

『긍정.』

‘그렇구나. 그럼 그걸 부탁해도 될까?’

『수락. 정신조작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준비하겠음.』

‘고마워.’


루비아에게 자제 좀 하라고 최근에도 당부받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 그녀의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그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아는 최후의 확인을 위해 무무카케에게 물었다.



“걸어둔 암시는 풀 수 있나요?”

“시일에 따라 다릅니다. 암시를 심어둔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암시는 온전히 대상의 것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그런 경우 되려 암시를 걸어 원상태로 되돌려야 합니다.”

“해제를 못 하기 때문에요?”

“예. 말씀드린 대로 온전히 대상의 생각이 되어버렸기에······.”

“그렇군. 가스라이팅과 같은 마인드 컨트롤의 일종이었나. 그래서 암시······. 과연, 이제야 좀 이해가 되네.”


암시라길래 헷갈렸지만 사실 간단한 이야기였다. 도플갱어의 그 능력은 반복적으로 특정 이념이나 생각을 주입하는 ‘세뇌’와도 일맥상통한 것이었다.


그리 특별할 건 없다. 지구에서도 흔한 것이었으니.


대표적으로는 군대다. 그곳에서는 정신 무장이라는 명목으로 자국의 이념을 실은 영상물을 반복하여 보여준다. 그것으로 적과 목숨 걸고 싸울 명분이 심어진 병사들은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긴다.


너무 단순하여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되지만, 이건 이미 실증이 끝난 방법이다.


그걸 증명하는 게 2차 세계대전이었다. 1차 세계대전 때는 같은 사람을 쏘는 것에 주저했던 이들이 반복적으로 적은 죽여야 한다는 이념을 심어준 결과, 더는 살인에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리아는 실제 전쟁을 겪어 본 사람이었다. 지위관의 열띤 연설 등이 사기 진작만이 아니라, 적을 죽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뭐, 나는 고양감이 들끓던 전우들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여하튼 결단은 섰다.


리아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리아의 옆―― 소파의 끝 부근에서 빛이 모였다.



“리아! 너, 또?!”


이번에도 곧장 눈치챈 루비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와 달리 넘버즈를 만드는 걸 처음 보는 리카드와 세리오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조금 흥미롭게 반짝이는 빛을 보았다.


이윽고 빛이 가라앉고, 그 자리에는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풍성한 금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녀였다.


복장의 컨셉은 의사. 흰 가운이 널찍하여 스커트 자락처럼 펼쳐졌다. 안쪽에는 정장 차림으로, 170cm 정도의 신장에 팔다리는 늘씬하게 뻗었다. 다리도 길어 무릎까지 오는 검정 치마 밑으로 쭉 빠진 각선미가 돋보인다. 풍만한 두 개의 언덕 또한 흰 블라우스 안쪽에서 강하게 자기주장을 했다.


전체적으로 컨셉에 비해 제법 발칙한 인상으로, 여성을 본 루비아가 살짝 숨을 들이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만든 넘버즈의 오리지널은 레이니 델리안 루 몬테르였으니.


머리카락 색부터 꽤 외견을 바꾸었으나, 자신의 어머니가 베이스라는 것을 그녀가 모르진 않을 것이다.



“너, 남의 부모님을―― 아니, 그 이전에 잘도 일국의 왕비를 멋대로 본떴다?”

“잘 어울려서 좋지 않아요?”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어휴, 됐다. 어차피 가족 말고는 어지간해선 모를 테니. 이미 만들기도 했고.”


포기했다는 듯한 루비아의 말을 들으며 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 넘버즈 여성은 본인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는―― 어찌 보면 귀엽기까지 한 작고 화려한 은색의 양산을 공손히 들고 있었는데, 리아는 다가가 조심스럽게 한쪽 손을 떼어내 잡았다.


거침없이 마력을 주입하고, 이내 여성은 눈을 떴다.


리아는 손을 놓고, 상냥한 눈매로 다정하게 내려보는 여성의 벽안을 똑바로 바라봤다.



“안녕? 네 이름은 피프스야.”


인사하자 여성―― 다섯 번째를 의미하는 피프스는 공손히 오른손을 가슴에 대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 피프스. 리아 님께 인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아이가 호칭에 대한 문제가 없게 미리 입력해주었는지, 바로 애칭으로 말하는 피프스.


번거롭지 않아 잘 됐다. 묘한 수식어도 없고.


품위 있는 기품도 매우 만족스러웠던 리아는 반색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응. 만나서 반가워, 피프스. 어디 이상은 없니?”

“오체 모두 정상 작동합니다.”

“그, 그렇구나. 어······, 인사를 나누자마자 미안한데 바로 부탁할 게 있어.”

“예. 리아 님께서 계시지 않는 동안, 이곳 벨루디스의 수도를 보호하겠습니다.”

“정확히는 내가 아는 분들의 정신 개입을 막는 건데······ 괜찮겠니? 넓다 보니 힘들지 않나 싶어서.”

“문제없습니다. 전 방어에 특화된 몸. 하사하신 신기에 맹세코, 어떠한 개입이라도―― 하물며 오대신이 개입한들 막아내 보이겠습니다.”


‘시, 신기······?’


손가락만을 튕겨 만든 양산이기는 하나, 방과 후 모임에서 만든 검과 달리 제법 많은 마력을 부여했다. 비율로 따지자면 피프스에게 주입한 마력과도 비등할 것이다. 옷가지도 합치면 오히려 더 많다.


분명 하나하나가 특성에 맞게 이미지를 짠 특주품이기는 했다. 그러나 다른 넘버즈들 것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마력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딱히 신기라 불릴 만한 요소는 없다. 실제 신도 있는 세상에 거창한 명칭이다.


솔직히 호들갑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하지만 경건히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피프스를 보니 정정하진 못하겠다. 대신 자꾸만 굳어지는 얼굴에 힘을 줬다.



“무, 무리는 하지 마렴.”

“옛! 고마우신 말씀 감사합니다.”

“어, 응.”


마력도 한참 남았지만, 왠지 지친다.


남몰래 한숨을 쉰 리아는 터덜터덜 원래의 자리에 앉았다.


과연 암시나 다른 정신 개입을 막을 수 있나 싶지만, 아이가 가능하다고 했다. 능력 면에서도 모자람은 없다. 걱정은 덜고 느낌상 찌뿌둥해진 어깨를 풀었다.



“아, 피프스도――”


앉으라고 하려 했으나 자리가 없다.


허둥대고 있자니 피프스가 상냥히 웃었다.



“걱정하지 마시길.”


피프스는 그리 말하고는 폴스의 앞으로 왔다.



“폴스,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어, 응. 여기 앉아, 피프스.”


양보하려는 요량으로 폴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뇨. 함께 앉도록 하죠.”


고개를 갸웃하는 폴스에게 미소를 보인 피프스는 그의 옆구리에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사뿐히 들더니 빈자리에 피프스가 앉고는 폴스를 본인의 무릎 위에 앉혔다.


작은 체구의 폴스다 보니 큰 무리는 없었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나 보다. 피프스는 껴안은 모양새로 걱정스레 안색을 살폈다.



“불편하진 않나요?”

“편해!”

“다행이네요.”

“헤헤.”


천진난만하게 웃는 폴스. 그리고 그런 폴스를 보며 상냥하게 미소 짓는 피프스.


태어난 순서로 보면 살짝 바뀐 것도 같았지만, 넘버즈끼리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리아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문득 정면에 있는 무무카케가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지 그는 “역시!”라면서 이를 달달 떨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갑자기 왜 그러세요?”

“헛?! 아, 아닙니다. 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요?”

“예, 옛!”


의아하긴 하나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신경이 쓰였지만 달리 할 일도 있어 관심을 거두었다.


리카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엉덩이가 간지러운 사람처럼 들썩거렸지만, 모르는 체하기로 했다. 제아무리 그라도 설명해준다고 한들 이해까지는 까마득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그럼, 방비도 나름 마쳤겠다, 슬슬 불러보도록 할까?”


가볍게 말한 리아는 [염화]를 썼다.


연결은 곧장 됐고 리아는 사정을 설명했다.


인디아는 미리 이야기한 게 있어 손쉽게 가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와 달리 베르그는 따로 사정을 말한 게 없다 보니 처음부터 설명하게 되어 좀 번거로웠다. 그렇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이내 진지하게 곧장 오겠다고 답했다.


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리카드는 차를 준비했다. 그리고 끝마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찾아왔다.


문이 두들겨지자 재미 들였는지 폴스가 무릎에서 폴짝 내려와 냉큼 문을 열었다.


처음 보는 인물이―― 그것도 복면까지 쓴 폴스를 보자, 밖에 있던 사람들이 경계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안에 있는 면면들을 보고는 금세 경계를 풀고 안으로 들어왔다.


작가의말

과연 도플갱어들이 꾸미는 일이란...

다음화는 자세한 내막과 방학을 다룹니다. 한 마디로 간만에 고향에 돌아가는데... 나트알 마을 사람들이 언제쯤 등장했었는지 가물가물한...


아, 안녕하세요. 매우 늦은 라스티아입니다. 

우선 도게자부터 깊게 박고 시작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공지에도 썼다시피 식중독에 좀 고생했습니다.

이게 어찌된 거냐면 실은 김밥을 주말에 배달시켰는데, 좀 많이 시켜서 남은 건 나중에 먹기로 했습니다.

근데 냉장고에 넣어둔다는 게 까먹어서 밖에다 방치.

저는 에이~ 괜찮겠지란 안일한 마음으로 꿀꺽했다가 그 사단이 발생한...


으... 안 그래도 요새 계속 늦어지는 거 때문에 신경 쓰였는데 이리 늦게 되어 정말 면목없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단 말씀과 함께 앞으로는 몸관리도 잘하고 좀 더 연재속도가 빨리진 라스티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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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204 +2 23.09.30 68 0 40쪽
239 203 +2 23.09.14 61 0 39쪽
238 202 +2 23.09.14 92 0 36쪽
237 201-2 +2 23.09.02 66 0 18쪽
236 201 +2 23.09.02 71 0 35쪽
235 200 +2 23.08.22 86 0 47쪽
» 199 +2 23.08.14 73 0 42쪽
233 198 +2 23.08.04 85 1 39쪽
232 197 +2 23.07.27 79 0 42쪽
231 196-2 +2 23.07.19 5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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