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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778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1.13 17:15
조회
456
추천
9
글자
11쪽

123.

DUMMY

“언형, 이러면 어떻소?”


위진성이 불쾌한지 인상을 쓴 채로 입을 열었다.


“ ? ”

“절진이긴 하나 난 분명히 무공에 영향을 받을 거라 봅니다.”

“위형, 이 진은 무공으로는 파훼할 수 없다오. 아까도 말했지만 자칫 생문들이 파괴될 수 있소.”

“일반적이지 않은 무공이라면 어떻소?”

“일반적이지 않다? 그게 뭡니까? 어떤 걸 말합니까?”

“예를 들면 형태와 공간을 깨고 비트는 무공이라면 말이오.”


“그런 무공이 있소?”

“위형이 익힌 것 중, 그런 무공이 있단 말입니까?”


주변 사람들이 도통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빤히 주시했다.


“해 볼만한 수가 있소.”

“···. 흠~. 공간을 깬다? 비튼다?? 잘 이해가 가진 않지만 괜찮지 않겠소? 그렇다고 우리에게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요. 한번 해봅시다. 여기서 마냥 이러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황보헌은 덩치에 맞지 않게 말이 조리있고 점잖았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해봅시다.”


팽진까지 거들자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위진성은 일행들을 자신의 뒤에 서게 했다. 그리고 몇 차례 숨을 내뱉었다.


‘될까? .. 되겠지!’


그는 잡념을 지우고 집중했다. 그러자 소천심공이 저절로 운기됐다. 이어서 그가 금적보문검결의 유, 쾌, 중, 파의 공력들을 일으켜 대정검에 담아갔다.


우웅-우웅- 후우웅-- 우우웅----


검에서 소리가 울렸다.



언지군은 눈을 부릅뜨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금 뭔가 일어나려 한다. 그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무언가가 펼쳐지려한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그건 언지군만 그런게 아니라 진에 갇힌 모든 이들의 모습이었다.


부르르르ㅡ


요동치는 음향이 나고 검이 일렁였다.


황보헌은 눈에 낀 먼지를 빼내려고 손으로 비볐다. 그리고 다시 보자 검이 일렁이는 것에 더해 검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져 보였다. 눈에 먼지가 낀 게 아니라 실제였다.


검이 있는 공간이 비틀리는 듯 찌그러졌다. 그렇게 느껴진 순간, 검이 길을 만든다.


세워진 검이 기울어지자 검끝에서 검기가 공간을 뒤틀며 쏘아졌다. 그러자 칼로 도려낸 듯 지나간 부분만 뻥- 뚫렸다.


언지군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지금 이게 무슨 조화인가? ··· 사술? 아니다. 분명 검기가 발출되는 걸 봤다.


그런데 어떻게 검으로 공간을 베어낼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이유이든 언지군이 만들어진 길을 따라 끝을 보니 밖의 풍경이 보였다. 저건 진 밖이다.


참으로 희안한 광경이었다. 주변의 환경과 다른, 동그랗게 사람 몸통만한 공간이 동굴처럼 뚫려 있으니 말이다. 가히 기경이라 할 만했다.


검끝이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베어진 공간이 바닥까지 넓혀졌다. 검이 땅을 가리키자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만한 이질적인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두 개의 다른 환경이 어느 지점을 경계로 나눠지는 걸 보는 건 대단히 특이한 경험이었다. 구분하자면 검이 만든 길이 실재이고, 맞닿은 그 외가 진법이 만든 진짜와 가짜가 뒤범벅된 허상이었다.


위진성이 계속 진기를 발출하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있던 언지군이 그의 눈길을 받고 정신 차렸다.


“모두들 이 길로 갑시다. 저 끝이 절진 밖이오. 서두릅시다~”


일행들이 진 밖으로 나가는 것은 무림인들답게 잠깐이면 됐다. 끝에 남은 언지군이 위진성을 일별하고 통로를 걸었다.


고개를 드니 아지랑이 피는, 깨져있는 두 공간의 경계가 보였다. 그는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었다.


‘세상에 이런 무공이 있던가? 아니 이걸 무공이라 부를 수 있나?’


통로를 나오니 밖에 있던 동료들이 모두 한 방향을 보고 있는 게 눈에 잡혔다.




위진성은 꽤나 힘이 들었다. 아무리 그라도 검왕검로를 이렇게 오랫동안 펼치는 것은 무리가 갔다. 검왕검로는 어검술 못지않게 공력의 소모가 심하다.


이제 언지군만이 남았다. 언지군은 자신을 한번 보고 통로를 따라갔다.


‘빨리 좀 가지-이?’


남의 속도 모르고 그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걸었다. 달려가서 뒤통수를 한 대 갈겨주고 싶다! 들렸나? 다행히도 언지군은 금새 통로를 빠져나갔다.


‘이제 됐나?’


위진성이 검과 하나가 되어 쏘아졌다.





그의 퉁방울 눈에 희안한 광경들이 잡혔다. 갑자기 저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지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이거 뭐야?’


꼬집어 봐도 현실이었다. 이십여 명이 우르르 나오고 마지막으로 검과 하나가 된 검수가 벌어진 공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하늘로 쏟구쳤다 천천히 하강한다. 그를 마지막으로 동굴처럼 뚫려 있던 공간이 사라졌다.


“너희들, 그거지? 무림맹!”





위진성은 밖으로 나올 때, 일행들이 긴장한 모습으로 한곳을 향해 있는 걸 봤다. 그는 빠져나오자마자 신형을 공중으로 띄웠다. 높은 곳에서 주변을 보며 천천히 내려섰다.


비선당 일행의 앞에는 산자락을 가로막은 한무리의 장한들이 있었다. 위진성이 허공에서 보니 수도 상당했지만 두르고 있는 기세들이 참 거칠고 흉험했다.


복장이 다채로웠는데 한결같이 깔끔한 차림새는 없었다. 낡거나, 벗어제끼거나 심지어 동물 가죽을 입고 있거나 등등.


그래도 흑의를 입은 자들이 많았다. 그 흑의가 아까 본 대룡채 산적들이 입은 것과 같았다.



“너희들, 그거지? 무림맹!”

“그러는 당신들은 대룡채인가?”


위진성이 무리의 가운데에서 말한 자를 보고 대답과 질문을 한꺼번에 했다. 저 자가 우두머리다. 저기서 그 말고 두목을 할 자는 없어 보였다.


누가 봐도 강렬한 기세 때문에 두목이라 알만한 퉁방울 눈의 덥썩부리 장한!


그가 대룡채주 거근낙도 왕쌍이다.


그런데 왕쌍이 왜 여기에 있을까? 이곳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고 또 왕쌍이 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위진성은 말을 받고나서 잠시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새까만 어린 놈들이 대채주님께서 묻는데 뭐하는 게냐-?”

“벙어리들이냐?”


옆에서 위협적인 외침들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무림맹 비선당 소속이오. 산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이곳으로 나왔소.”

“산길을 잘못 들었다고?”


왕쌍 왼편에 있는 염소수염을 늘어뜨린 자가 엄지, 검지로 수염을 빙빙 꼬았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눈매로 훑어봤다.


“잘못 든 게 아니라~, 염탐한 건 아니고?”


그리고 그의 눈이 업혀 있는 마경일과 여삼구에게서 딱 멎었다.


“감히 우리 수하들을 납치까지 하고?”


언지군이 뒤를 힐끗 보고나서 말을 받았다.


“저들은 호송 중이던 죄수들이오. 탈출했다기에 추적해서 잡아들이고 귀맹하는 길이오.”


“누구 맘대로 죄수 운운하는 것이냐?”


이번엔 왕쌍 우측에 있는 털복숭이가 버럭 소리쳤다. 그는 팔부터 가슴까지 온통 털로 뒤덮여 있었다. 턱수염도 무성해서 얼핏보면 무슨 성성이를 보는 거 같았다.


척!


왕쌍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어서 대채주님 용좌를 갖고 오너라!”


염소수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뒤에서 금색으로 반짝이는 화려한 의자를 대령했다. 도금인지 순금인지 모르지만, 조정관리들이 본다면 입에 개거품 물 일이었다.


여의주를 문 용이 조각돼 있는 의자에 앉은 왕쌍이 다리까지 꼬았다. 몸을 비스듬히 묻으며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네놈들이냐?”

“ ? ”


일행들은 느닷없는 말에 영문을 몰랐다.


“너희들이 우리 애들 죽이고 산채들에 불을 질렀느냐?”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설명이 필요하시다-? 좋아, 좋아.. 이 근방 일대의 소채들이 불탔고 수하들은 죽어있더구나. 소식이 없어 알아보라 보냈던 애들도 죽었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오.”


언지군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열이 뻗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는 팽진 보다는 인내심이 상당히 깊은 모습이다.


“모른다는 말이 참~, 편해? 그지?”

“예? 예, 그렇습니다. 변명하기 편한 단어지만 잘못되면 그 댓가는 혹독하니 조심해야 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말입니다.”

“대채주, 말은 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만-. 어이가 없구나! 뻔히 내 수하들을 억압하고 있으면서 그런 적은 없다? 본 채주 보고 믿으라는 거냐?”


왕쌍이 오른손 검지로 마경일쪽을 가리키며 콕콕 찔렀다.


“너희들, 비선당이라고? 그러면 우리가 봐줄줄 알고 한 말이냐?”

“그건 벌써 설명했소만?”


“이 개새끼들이, 보자보자하니까 끝이 없구나!”


팽진이 더운 콧김을 뿜으며 버럭 소리쳤다. 그로서는 한계까지 참았다. 그가 언제 이런 수모를 겪어 봤겠는가? 그건 언지군도 황보헌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팽진이 더 다혈질인 것뿐.


“대채주, 저놈은 내 꺼요. 그러니 가로채지 마시오.”


성성이(?)가 붉어진 눈자위로 포효했다. 그러자 성성이보다 불곰에 더 가까운 모습이 됐다.


“비선당이면 어디가 장악하고 있느냐?”

“팔대세가입니다.”

“그래도 팔대세가라고 제법 강단이 있구나. 이 상황에서도 저리 날뛰는 거 보니···”


왕쌍이 기특하다는 얼굴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광오한 자구나!’


언지군이 왕쌍을 보고 느낀 첫인상이었다. 그가 아무리 녹림십팔채의 하나인, 대룡채주라 해도 팔대세가에 이러는 건 너무도 무모한 태도였다.


비유하자면 섭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할까? 녹림도들에겐 아픔이요, 치욕인 녹림대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그런 녹림도들이 황금의자를 갖고 다니질 않나, 자신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서 그런가? 아니면 수하들이 있어서?’


왕쌍은 배경없이 혈혈단신으로 대채주가 된 자다. 그렇기에 수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일반문파도 아니고 녹림이지 않은가? 언제 반란이 있을지 모른다. 수하들이 죽고 산채들이 불에 탔는데,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리가 그만큼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언지군은 둘 다 일 것 같았다. 본채의 고수들을 잔뜩 대동하고 내려왔고, 이 참에 자신의 힘과 위엄을 수하들에게 내보이려는 듯했다.


허나, 그가 간과한 게 있다.


‘위형을 잘못 봤다. 나처럼’


자신들만 있었다면 그리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대룡채에 상당한 피해는 주겠지만, 자신들만으로 대룡채를 궤멸시키거나 포위를 뚫고 벗어나기는 어렵다.


소채라면 충분하겠지만 십팔 대채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진성은 다르다. 언지군은 지금 위진성의 무공 수위를 모르겠다.


이 정도라 생각했던 게 틀린 걸 알고 수정했더니 그는 또 그걸 훌쩍 뛰어넘는 무공을 보였다. 해서 지금은 그가 어느 정도의 고수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절대고수 그 한참 이상일지도··· 어쩌면 십대고수?’


허나 곧 언지군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갔다. 천하 십대고수라니···


“감히 산적 따위가 하북의 팽가를 욕보이려 하느냐?”


팽진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렸다.


[언형, 내가 한번 더 길을 만들겠소. 그 동안 저들을 막아 주시오.]


‘? 위형? ··· ! 절진을 이용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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