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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27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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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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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62.

DUMMY

사마륜은 그의 강렬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만한 고수의 기세가 갈무리된 눈빛을 받아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정도 고수가 아니거나, 엄청난 정신력을 지니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다른 곳이라니.. 어디를 말하는가?”


주섬주섬


“여긴 아니야. 지금도 아니고.”

“···.”

“그렇게 보지 말라고. 정리해야 하는데 힘들잖아. 아니면 좀 돕던가.”


사마륜이 향로들을 옮기고 주변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척군영에게 다가가 무릎 끓고 백초에 미약하게 흔들리는 흑화를 옮겼다.


“장소, 시간 보다 어떻게가 중요해. 그러니 질문을 할려면 어떻게 가능하냐 물어보라고. 그리고···. 이게 그 대답이다.”


그는 백초를 들어 보였다. 아주 작은 흑화가 타오르고 있다. 사마륜은 그걸 조심히 마화령 안에 넣었다.


“휘유~. 됐나? 옳거니.. 주변의 영향으로 변화되는구나! ··· 난 다 준비 됐다. 자네는?”

“알아듣게 말해야 내가 뭐라도 말하지 않겠나?”

“큭큭큭. 그래. 시간 좀 있으니 설명해 주지. 내가 삼관을 넘으면 궁금한 것에 답해 주겠다 한 것도 있고하니... 왜?, 나 안 잊었어. .. 여기 앉게.”


사마륜은 마화령 옆에 앉아 공동 바닥을 가리켰다. 격동을 가라앉힌 위진성은 맞은 편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자네 질문에 왔다갔다 하며 알려주는 것보다··· 시간도 아낄 겸,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지. 흠··· 뭐부터 할까? 진소군은 뒤에 얘기해야 이해될 테고.”

“··· 당신은 왜 현천문에서 나왔고 우리 동주천을 멸문시킨 것이지?”

“아~, 그 거! 왜 그랬냐니 이거 의왼데? 내가 궁금한 건가? ··· 이젠 자네도 알듯이 난 남과 다른 신체를 갖고 태어났지. 음과 양을 한몸에 갖은 양성인 말이야. 모든 건 이것에서 시작된 거야.”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운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됐고, 여러 문도들 손에 맏겨져 컸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천형으로, 그는 어디서도 사랑받지 못했다.


천문을 읽고 점괘를 보는 문도들은 하나 같이 경고를 했었다. 현천문에 큰 화를 끼칠 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 어린 생명을 내칠 순 없었다. 그건 쥬신족의 근본 이념에 위배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마륜은 어려서부터, 경계나 불편해하는 시선들과 때론 멸시를 받으며 자라야 했다. 아무도 그에게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아이들의 따돌림이나 괴롭힘은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생전 처음 자신을 위해 나서주고 따뜻하게 대해준 어른을 만나게 된다.


그날도 친구들의 조롱을 받던 중이었다. 지나가던 검을 찬 중년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들을 혼내주고 타일렀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한쪽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맞춰 따뜻하게 물었다.



ㅡㅡ “괜찮느냐? 아저씨가 혼쭐을 냈으니 앞으론 널 놀리지 않을 거다. 허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예에···”

“훗후, 귀여운 아이구나! 이름이 뭐냐?”

“사마.. 앙이요.”

“그래, 사마앙. 저 녀석들이 또 그러면 아저씨한테 말하거라. 한달에 한 번씩은 오니까.” ㅡㅡ



사마륜은 그때 검왕문에서 온 검사를 멍하니 쳐다봤었다.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으니까. 그는 고맙다는 말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현천문도들은 바로 옆, 검왕문 검사들의 무공 시연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앞서 보여진 강렬하고 화려한 제뢰검형에 이어 그 검사가 풍백비검을 펼쳤었다.


사마륜은 그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검법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그렇게도 우아하게 움직이고 요염하게 펼쳐질 수 있다니···!


그건 파격이고 박력이고 선으로, 그의 무의식 깊게 각인됐다. 그렇게 사마륜의 비틀린 마음에서 풍백비검은 그의 첫사랑이 되었다.


사람에겐 서툴지만 사물이나 현상엔 익숙한 그였으니까. 사람 대신 검법이··· 그리고 고마움, 따뜻함의 감정은 뒤틀린 사랑의 감정으로!



“푸후후~.. 그날 이후로도 냉대와 조롱, 놀림은 계속 됐었지. 허나 사람이 묘한 게, 마음에 의지할 기표가 있다는 것이 사람을 변화시키더구나!

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포기하고 주로 문서고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날, 알게 됐지. 내 두뇌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말이야.

천재들이 많다는 현천문에서도 난 두각을 나타냈었다. 그 덕에 나는 모멸과 멸시를 한 숟갈이라도 덜어낼 수 있었다. 몇몇 어른들에 한해서였지만.

헌데··· 어느 날부터 그 풍백검사가 현천문에 오질 않았어. 알아보니 전사했다는 거야~. 5차 정마대전에서.”


그날 이후 사마륜은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었다. 다른 검사의 풍백비검으로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않았으니까.


힘겹게 기운을 차린 그는 서책과 기록물들에 더 파고 들었다. 현실 세상에서 기둥 역할을 하던 풍백비검이 사라졌으니 더 한쪽으로 쏠린 것이다.


타고난 두뇌에 후천적인 몰입까지 더해지자, 사마륜의 지적 능력과 수준은 끝없이 확장되어 갔다.


그가 자신의 일부만 드러냈을 뿐인데도, 문내에선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 했었으니 말다했지.


특별한 천재로 알려지고 난 후, 그를 대하는 태도도 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사마륜은 세상 만물과 현천문의 기록물들에 더 심취해 갔고, 결국 그 밀실을 열고 ‘현천록’ 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밀실에 들어 방대한 현천록을 모두 읽었다. 그의 천의무봉한 두뇌는 그 모든 걸 머릿속 밀실에 저장했다.


“현천록이 뭐냐고? 쿡쿡.. 그 안엔 우주의 시작과 끝이 기록으로 담겨 있다. 물론 지금은 모두 불타고 오직 이 안에만 있지.”


그는 자신의 이마를 가리켰다.


“나도 이렇게 내 삶을 돌아본 적이 없었는데, 나름 재밌구만! 이왕 말 나온 김에 더 하자면···”



사마륜은 현천록을 다 읽고나자, 더 이상 파고들 책이나 기록들이 없었다. 애초에 그래서 밀실을 찾았던 것이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는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에 몰두해, 결론에 도달했다. 그건 첫 질문에서 시작됐었다.


‘왜 난 이렇게 태어난 것인가? 신?? 그렇다면.. 신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그는 신을 찾아가 대답을 듣는 걸, 생애 목표로 선택했다. 그때가 그의 나이 십오 세였었다.


목표가 세워지자, 이후는 풀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 더 이상의 방황은 없었다. 사마륜은 신을 만나기 위해 현천문을 나와 마교 교주 척군영을 찾아갔다.


이후 그는 교주에 의해서 군사가 됐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왜 교주를 찾아간 거지?”

“아후라 마즈다의 불은, 신과 마. 양면을 갖춘 신이고 마다. 그만큼 가능성이 풍부할 테지. 그러니 이를 통해 대범천에게 가려한다가 내 대답이다.”

“흐음~···”


위진성은 탄식인지 감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참!, 남다르다 남다르다 해도.. 이럴 수 있나?


삶의 목적이 자신을 양성인으로 태어나게 한 대범천을 직접 만나 물어보는 거라니··· 제대로 돌았거나, 정말로 미쳤거나 둘 중 하나다.


도리도리


“이후 내 모든 행위는 이것에 촛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니까 일단 교주한테서 영겁의 불은 얻었고.”

“얻었고?”

“쿡큭~. 연구해 봐야지.”

“사마륜,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이 불을 살리는 걸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네 사매를 보고 싶다면, 이 불의 힘이 필요하다니까!”

“난 저울질하고 있다. 내가 소군을 만나는 것과 천하인들의 피와 고통들을 올려놓고 말이다.”

“오호~! 생각지도 못한 말이군. 고귀하기도 하고.”

“네가 날···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면, 너 말고도 그곳으로 가는 길을 난 찾을지도 모른다.”

“그렇게까지 세상을 생각하는지 몰랐구나. 헌데 말이다.”

“ ? ”

“영겁의 불이 네가 걱정하는 것처럼 되지 않는다면? 즉, 흑화가 아니라 백화로 타오른다 해도 그럴텐가?”

“뭐? 백화?”


씨익


“아까 보지 않았나? 네 몸에서 나올 때.”


‘아~. 그 때, 백화!’


매우 작았지만 그랬었다.


위진성을 통해 나온 영겁의 불은 하얗게 타고 있었다. 그가 사마륜의 손짓에 따라 마화령을 들여다보니, 척군영의 흑화까지 더해져 더 커진 백화가 빛을 내고 있었다.


“혹 내가 걱정된다면, 안 해도 된다 말하지.”

“···.”

“난 약속한 건 지키는 사람이야. 내가 동주천과 마교 양쪽에 감정이 좋을리가 없잖나? 그러니 양쪽을 거칠게 다룬 것뿐이지, 내가 파괴와 피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내 보니, 저 불도 다시 흑화로 가진 않을 것이다. 몇몇 선한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백화가 됐으니, 마즈다의 생애처럼 다시 흑화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테지···”


그는 어린 시절에 대한 증오심으로 동주천을 멸문시켰다. 첫사랑인 풍백검사를 죽인 마교엔 적개심으로 군사직에 임했고.


가만히 그를 주시하던 위진성은 노력, 희생이란 말을 듣고 몇몇 이름들을 떠올렸다. 사부님과 척군영을 위시한 동주천 사람들. 그리고 소군···


나의 그녀, 진소군.



“이제 좀 정리가 됐나? 아직도 저울질 중이야?”

“··· 만물의 저울추? 그건 뭐지?”

“중요한 거지.”

“왜?”

“짧게, 기본적인 걸 알려줄 테니 들어 봐. 태초에···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생겨날 때, 아주 큰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그 폭발이 이 우주의 시작인 셈이야.

허면, 그 전은 뭐냐고? 그건 의미 없는 질문이다. 폭발에서 모든 게 시작됐고 나왔으니까. 심지어 시간과 공간도 그렇다.”

“폭발이 시작이라고?”

“시간과 공간이 없는 걸 생각하는 건 무의미하다. 그러니 폭발 전에 관한 건 버려. 하여튼 그렇게 모든 게 생성되고 시작됐지.

그중에··· 신력과 마나라는 게 있다. 폭발 때 시공간처럼 생겨난 근원적인 힘들이 이것들이다. 신력은 신족이고 마나는 마족을 일컫는다.

그걸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지. 물질과 반물질로. 이해가 되든 아니든,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큰 폭발 후, 우주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큰 싸움이 있었다. 이른바 원시 신마대전이라고···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치열하게 싸웠다. 그 과정에서 대폭발로 생성된, 절대 다수의 물질과 반물질들이 무화되었다.

그럼 싸움의 결과는 공멸인가?

아니야. 그랬으면 지금 우리가, 이 세상이 없었겠지. 아주 근소한 차이로.. 하나가 더 많아서 물질이 반물질에 이겼다 한다.”

“··· 그럼, 물질이 신력이고 반물질이 마나란 말인가?”


활짝


“그렇지. 이해가 빠르군. 이런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신은 만물을 생성시키고 번창하게 하지. 반대로 마나는 모든 걸 파괴하고 없애고 소멸시킨다. 헌데 마나가, 마가 나쁜 것인가?”


위진성은 선뜻 말하지 못했다.


인간의 관점에서 생명체로써··· 마나는 악이고 나쁜 것이 맞다. 그러나 크게 본다면? 우주적 시각에서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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