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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13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26 17:15
조회
217
추천
4
글자
11쪽

259.

DUMMY

[좋아]

[내가 법진으로 교주의 눈을 현혹시키는 건 얼마 안 돼. 그러니 지금부턴 내가 하라는 대로 하라고. 아까 말한대로 신호하면 바닥에 찍히는 백색 빛을 밟고 이리로 오게.]


끄덕


위진성이 사마륜을 보니, 그는 언제 움직였는지 통로 안에 있던 향로들을 밖으로 빼놨다. 그가 입은 중얼거리고 손은 쉴새 없이 바꿔 모양들을 만들었다.


그러자 무색 무취 무미의 향이 사방으로 퍼져간다. 향이 지나간 곳의 백색 빛들에 변화가 생겨났다. 어떤 것들은 깜박였고 다른 건 꺼졌다. 깜박이는 속도도 제각각이었다.


향은 빠르게 퍼져 공동 지하를 채웠고, 벽에 박혀있는 수백 개의 백색 빛들과 어우러져 신이한 조화를 부렸다. 위진성 주위로 투명한 막 같은 게 덧씌워진 것이다.


[좋아!]


그러니까 지금처럼, 위진성이 일어나도 그는 바닥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서 있는 건 본인과 사마륜의 눈에만 보인다.


위진성 앞에 드문드문 백색 빛들이 도드라지고 그를 저곳으로 인도했다. 그는 들은대로 빛나는 백색 빛들만 밟고 사마륜에게 향했다.


“어서 와. 놀랍지 않은가?”


히죽


“시간 없다 하지 않았나?”

“쯧쯧. 심미안이 없어, 심미안이··· 좋아, 그 전에.”


사마륜이 주섬주섬 큰 행낭을 열고 안에서 뭘 꺼냈다.


“하기 전에 점괘 좀 볼까? 세 개 뽑게.”

“ ? ”

“산통이라는 거야. 통에서 세 개 뽑으라고.”


위진성이 작은 화살통 같은 것에서 길죽한 나무 젖가락처럼 생긴 막대들을 뽑았다. 사마륜이 넘겨받아 던졌다.


타탁


자신도 세 개를 뽑아 그 위에 던진다.




마지막으로 그가 손에 든 산통을 전부 바닥에 쏟았다.


챠르르륵


“흠··· 역시. 맞아! 하면 돼.”

“뭔 속셈이지?”

“자네, 흑화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 맞아.”

“여기서부터 중요해. 그 걸-”


다시 사마륜이 행낭에서 큰 물건을 꺼낸다. 행낭이 큰 건, 저걸 담기 위해서인 듯하다. 헌데,


“그 건?”

“응, 맞아. 마화령.”


그가 꺼내 놓은 건 엉뚱하게도 마화령이었다. 월하장에서 대장로 굽타가 갖고 있던 마화령이 지금 사마륜 손에서 모습을 보였다.


“자, 흑화를 여기 마화령에 담게.”

“ ? ”


참 종잡을 수 없다. 뭘 하려는 건가?


“이러다 늦게 되면 나도 도와줄 수 없어. 일단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해보자’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위진성은 편하게 생각했다. 아니다 싶으면 무위로 돌리면 되겠지.


단전 밑바닥에 미약하게 남아 있는 흑화를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다. 흑화는 내 뜻대로 운기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건 매우 작은 양이었지만, 왠만한 소천심공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위진성이 모을 수 있는 소천심공을 모조리 끌어모아, 눈꼽만큼의 흑화를 마화령에 밀어냈다.


작고 희미한 양이라 흑화로 보이지 않지만 맞긴 하다. 마화령 안에서 무색의 불로 흔들흔들 머리를 내밀고 타고 있다.


“자네 사매가 받은 힘을, 자네도 얻게 만들어 볼 거야.”

“이것도 나중에 알려주나?”

“푸후~. 진소군은 플레이아데스 천인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을 거야. 아마도 일시적일 것이고 나중에 꽤 심한 부작용이 있을 테지.

그러니까, 자네도 풍백에게 부탁을 해보란 말이야~. 만나는 건 내가 해줄 테니.”


사마륜이 힐끗 척군영을 살피고 빠르게 말을 맺었다. 척군영은 호천검을 들고 저쪽의 위진성에게 흑뢰화를 발출하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 말이 길었으니 좀 서둘러야 할 거야. 자- 그럼, 내가 길을 열지.”


그르르릉~


사마륜이 세 개의 향로들을, 자신을 기준으로 마화령 뒤 일렬 종대로 길게 배치했다. 그리곤 엄숙한 표정으로 마화령 앞에 섰다.


콰르릉-------


저쪽에서 흑뢰화가 앉아 있는 위진성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집중하기 시작한 사마륜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주문을 외우고 손과 팔을 움직였다.


말에 홀리고 손짓에 미혹됐는가?


향로에서 생성된 연기들이 마화령 주위로 모여들고 그대로 정지해 있다. 사마륜은 부족한 흑화 때문인지 손목을 긋고 피를 마화령에 떨어뜨렸다.


뚝 뚝뚝

화르륵


반응이 즉각 있었다. 마화령 안에서 하얀 불꽃이 피어오른다.


백화!


실로 오랫만에 마화령에서 백화가 피었다.


아후라 마즈다가 신족으로 바뀐 후, 흑화도 백화로 바꼈었다. 즉, 백화는 신성한 신족의 불이 된 것이었다.


신령하고 오염원을 정화하는 백화가 타오르자 주위에 머물던 연기들이 빨려들었다.


화르르륵


“후욱~”


사마륜은 집중한 채 지켜보다 한순간 ‘훅’ 하고 강하게 불었다.


화라라락


공력이 담긴 입김에 타오르던 백화가 직각으로 꺾여 향로들 위를 지나친다.


“훅~”


한번 더 불어넣자, 백화가 세 번째 향로를 지나쳐 더 길쭉하게 됐다.


“옴~~~”


소리내 주문을 부른 사마륜이 양손으로 크게 길죽한 직사각형을 그렸다. 그가 그리자마자 신기한 광경이 일어났다.


손짓을 따라 사람이 드나들만한 직사각형이 생성됐다.


‘문?’


위진성이 한차례 눈썹을 꿈틀하고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직사각형은 문으로 보인다.


“내 할 일은 다했다. 이제 네 차례야.”


사마륜이 오른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위진성이 그의 눈을 직시했다.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사실 그는 지금, 사마륜의 말이 사실인지 속임수가 있을지 깊이 따져보지 않았다. 그녀를 잃은 상심과 충격에 그럴 마음의 힘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설령 사마륜의 술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여기서 척군영을 꺾을 수 있겠는가? 맞서, 그를 꺾고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가 있겠냔 말이다.


이젠, 성취되더라도 결코 홀가분하거나 행복해지지 않을 내가 진 짐.


그리움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아마도··· 허니, 위진성이 딱히 머뭇거릴 이유 따윈 없었다.



그가 생성된 문 앞에 섰다.


위아래 살펴보니, 우측 중간에 손잡이가 달렸다. 위진성은 손으로 잡고 좌우로 움직여 봤지만 열리지 않는다. 뒤로 밀자 문이 열렸다.


소리없이 열린 문 안엔 다른 공간이 존재했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 밭이 있고, 한밤중인 것처럼 어둡다. 고개를 드니 하늘이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하다.


은하수!


그녀를 연상시키는 단어 때문일까? 그는 포근함과 함께, 성큼 발을 내딛었다.


위진성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사마륜이 재촉했다.


“다시 말하지만 서두는 게 좋아. 여기서 하나라도 빠지면 길은 닫히고 자네는 여기로 돌아올 수 없게 돼! 영원히 그곳에 갇히는 거지.”


위진성이 말소리를 뒤로 하고 뚜벅뚜벅 갈대 밭에 들어갔다. 그러자 위진성 앞에 계단이 나타났다. 기둥이나 받치는 것 없이 오직 하늘로 오르는 계단이었다.


얼마나 높을까?


여기서 올려다보니 계단이 수백 개는 충분히 돼 보인다.


그가 가장 아랫 계단에 올랐다. 특이할 거 없는.. 그저 계단이었다.


탁 탁탁탁


위진성이 한발 한발 오르다 신법을 펼쳐 쭈욱 오르려 했지만 그래도 한 계단이었다. 신법을 펼친다고 건너뛰어지지 않는다. 계단을 하나하나씩 올라야 하는 것 같다.


그는 두 다리에 공력을 집중해 재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척군영은 이상함을 알아채고 타오르는 눈으로 원인을 찾고 있다.


그는 다리를 보이지 않을만큼 빠르게 놀려 계단을 올랐다.


삼백, 오백, 칠백, 팔백, 구백. 그리고 구십 구.


총 구백구십구 개다. 그 위로 계단은 끊겨있고 아무 것도 없다.



그가 마지막 계단을 밟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눈길을 끌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만큼 하늘과 은하수에 가까워진 것뿐.


위진성이 별들을 올려다봤다.


반짝반짝이는 게 보석을 뿌린 듯 아름답다. 별들이 모여 흐르는 길이 되고 여기서부터 저쪽 끝까지 별들의 바다가 펼쳐진다.


찬란한 은하수와 하늘 계단 끝에서 올려다보는 사내.


아름다움에 취했는가? 그가 눈동자에 물기를 머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아니었으니.


“소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달과 닮았고 묘성이란 별의 후예인 사매, 진소군이 생각난 것이다. 그녀와의 영원한 이별이, 이제사 온몸으로 느껴지는가?


그녀와의 이야기는 이처럼 찬란한 별빛 밑에서도 슬픔이 되어 눈물로 흐른다.


그가 눈을 꼭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다. 허나 한 번 감정의 뚝이 무너지자, 헤어나오기가 어려웠다.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순간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슬픔은 그의 어린 시절과 친구 하나 없이 자란 자신의 삶으로 이어졌다. 매번 기억해봐도 오직 무공만이 자리한 어린 시절!


그때는 몰랐었는데 이젠 행복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안다. 그녀를 만나고 행복을 경험하면서.


ㅡ “불쌍한 사람” ㅡ


진소군이 자신에게 여러 번 했던 말.


불쌍한 사람···


눈물이 난다.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진다.


난..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 걸까? 그런 건가??


그가 비처럼 내리는 눈물 그대로 하늘을 봤다. 그리고 응어리진 감정을 담아 소리쳤다.


“풍백신장이시여~ 신장이시여~~~”


뚝 뚜둑 뚝


“풍백이시여··· .. 아버지이----------”


끝없는 갈대밭에 절규가 메아리쳤다. 여러 감정의 덩어리들을 연료로 멀리멀리 마지막 갈대까지, 그리고 하늘 끝까지 퍼져간다.


닿았을까? 하늘에서 소리가 울렸다.


“아들아, 아들아”


아들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는 공기를 매개로 전달되는 소리가 아니었다. 하늘과 땅, 저 어두운 우주에도 전해지는 신의 음성이 자애와 연민을 품고 가슴으로 전해졌다.


풍백의 자애와 연민은 낯설음과 거리감을 단번에 없애주었다.


“풍백이시여,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들아, 넌 잘해오고 있다. 네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 넓은 우주에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도움이 되는데 어찌 허무하다 하겠느냐?”

“정말입니까?”

“그렇다. 위대한 일에는 희생이 따른단다. 너의 노력과 인내는 열매가 맺히고 두루 나눠질 것이다.”

“저는요? 아버지, 저는요?”

“그녀 일은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플레이아데스 천인들은 신들 중에서도 자애로 가득한 신들이다. 자애와 연민으로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밝히곤 한다.

네 사매도 그런 삶을 살다 간 것이니···. 그녀는 플레이아데스로 돌아가 천인이 됐다.”

“신이 됐다는 건가요?, 사매가.. 소군이?”

“그런 셈이다. 허니 너도 네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어떤 게 제 삶인가요?”

“그건 네가 알지 않겠느냐?”

“···.”


위진성은 계단 끝에서 뒤를 돌아 바라봤다. 저 밑에 이곳으로 온 길이 있고, 문 넘어 사마륜과 척군영이 보인다.


척군영은 사마륜이 펼쳐논 법진을 부시고 있었다. 좀 있으면 사마륜은 발각될 것이고 죽임을 당할 것이다. 당연히 문도 사라질 테고.


‘내 삶’


그는 하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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