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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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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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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8.

DUMMY

#



소림사 방장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무림의 태산북두 치곤 소박하다고 해야 했다.


허나 그렇다고 그 안에 있는 사람까지 그렇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구나 지금은 더 그랬다.


방장실 가운데 있는 다탁을 중심으로 실내엔 열여섯 명이나 좌석해 있었다. 놀라운 건 그 면면이 실로 평범치 않으니 대문파의 장문인이거나 최소한 장로급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이 시점에 왜 방장실에 모여 있을까?


“아미파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미타불~”


소림사 방장 원우대사가 아미파 영현사태한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걸 시작으로 뒤이어 애도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아미파에 자비가 깃들길···.”

“아미파의 재건을 돕겠소.”

“우리도 귀파의 재건에 일조를 하겠소이다, 무량수불”


“여러 장문인, 장로분들께서 이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마교의 급습에 생을 달리한 영인대사를 대신해 아미파 장문 대행인 영현사태가 감사를 표했다. 침착한 모습이긴 하나 얼굴에 들인 깊은 수심은 어쩔 수 없었다.


“영현사태, 여기 있는 모두, 마교를 단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오. 아미파의 희생을 결코 헛되지 않게 할 것이오.”


범종이 울리는 듯한 우렁우렁한 소리로 말한 자는 하북팽가의 가주 대패도 팽웅휘였다.


마교가 발호하자 과거에 그랬듯 구대문파와 칠대세가는 원한, 이해 관계를 떠나서 하나로 뭉쳤다. 오직 마교 타도를 위해서 말이다.


“제갈시주. 어떻게 가능하겠소?”


제갈세가에선 새로 가주가 된, 전대 가주의 큰아들 제갈홍 대신 노련한 수석장로 운현자 제갈묵이 자리했다.


“가능할 겁니다, 대사. 아니 가능하게 해야지요.”

“다른 곳도 아니고 제갈세가에서 그리 말하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왜 아니겠소?”


“무량수불! 제갈시주, 우매한 빈도를 위해서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소?”


무당파 장문인 우공도장이 제갈묵에게 정중히 요청했다.


“어려울 게 무에 있겠소. ··· 다들 알다시피 우리 대문파들은 이번에 무색, 무취, 무미의 우화만리향을 각파별로 사용했소이다. 이 우화만리향은 당문과 우리 제갈가에서 함께 만든 추적에 능한 만리향이외다. 이걸로 저들, 마두들을 찾을 것이오.”

“전에 한번 듣기는 했지만 들을 때마다 놀랍구려.”


화산파 장문인 고산매향 용덕현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제갈세가와 당문이 이런 날을 예상하고 앞서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마교의 공격을 생각해 만들고, 미리 발라둔 것에 무릎을 친 것이다.


그 자리에 없던 우공도장은 제갈묵을 주시했다.


“여러가지 재료를 배합해 무색, 무미, 무취의 우화라는 걸 제조합니다. 이건 씻는다고 없어지는 향이 아닙니다, 도장.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석 달 이상 지속됩니다.”

“삼무면 어떻게 추적한단 말이오?”

“우화를 갈아 즙을 내 사용하게 되는데, 즙에 몇 가지 성분을 첨가해 우화를 담가 두면 이게 발라진 향을 찾는데 이용되는 것이오. 담가뒀던 우화를 만화라 하는데 향이 가까워질수록 만화가 생생해지고 꽃잎의 색이 바뀐다오.”


제갈묵이 품안에서 목갑을 하나 꺼냈다.


딸깍!


목갑을 열고 안에서 액체가 굳어진 꽃모양의 고체물을 손에 쥐어 보였다.


“이게 우화. 이걸 갈아 물에 타서 몸에 바르면 접촉한 자에게도 향이 나게 되고. 그리고··· 이건 만화. 물과 섞인 우화만리향에 몇 가지를 더 첨가하고 우화를 여러 날 동안 담가 두면 아까 말한 효능이 생기는 것이오.”


크기는 손바닥 반만 했다. 꽃처럼 생겨서 우화, 만화라 불리게 됐다. 우공도장은 손에 우화를 쥐고 신기한 듯 이리저리 돌려봤다.


“그러니까, 아미파를 공격했던 마교도들 중엔 이 우화만리향이 묻은 자들이 있을 거란 말이구려?”

“옳게 보셨소.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꽤나 구하기 어렵소. 해서 전 문도들에게 바를 순 없었지만 분명히 마두들에게 묻었을 것이오.”

“무량수불~. 정말 대단하구려!”


바로 직전에서야 폐관수련을 마치고 소림에 온 우공도장은 새삼스런 눈으로 제갈묵을 바라봤다. 괜히 제갈세가가 아니다.


“우공도장, 그렇다고 향을 추적하는 게 쉽지만은 않소이다.”

“그건 왜 그렇소?”

“곳곳을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이오. 그 다음, 범위를 성글게 한정하고 점차 줄여나가는 식인데 시간도 걸리고 인원도 많이 필요하고 그렇소.”

“듣고 보니 그렇겠구려.”

“허나, 확실하게 마굴을 찾을 수 있소이다.”


제갈묵이 이렇게까지 단정적으로 말할 땐 틀림없단 얘기다.


“원우대사, 우선 제갈세가와 본가의 문도들이 지금 추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각파에서 인원들을 차출해 줘야 합니다.”


사천당문 가주인 만천일화 당록이 오늘 모임의 주장격인 원우대사에게 말했다.


방금 말한 당록은 당문오걸 중 일인으로, 당문의 최고 무공으로 알려진 만천화우로 자신만의 무공을 개척한 인물이었다.


세간에서는 보통 만천화우하면, 일정한 하나의 초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았다. 허나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당문의 만천화우는, 세가의 독문 심공을 십성 이상 익히고 한 수에 사방 십장 이상에 암기로 천라지망을 펼치는 걸 일컫는다. 이때 암기의 궤적이나 배치들이 당문에서 중요시하는, 다섯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당록은 이 만천화우를 파고들어 일가를 이루고 가주에 오른 자였다. 그가 한번 손을 번뜩이면, 하늘에 커다란 꽃 한송이가 핀다고 해서 만천일화라 불리게 됐다고.


“그래야지요. 혹 당가주와 다른 의견 있는 분 계시오?”


마교에 관한 일인데 반대할만한 이견이 있을 턱이 없다.


“그건 그렇게 하고요, .. 각 문파들은 저들의 공격에 단단히 대비하시길 바랍니다. 그들의 세가 과거에 비할 순 없다고 해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 아미파의 경우를 봐도 그렇지요.”

“물론입니다. 특히나 문제는 마교 자체 보다도 그 교주입니다. 이번 아미파의 경우도 교주란 자와 소수마녀의 존재가 매우 컸다하니 말입니다.”


산동악가의 신화창 악무군이 특유의 점잖은 태도로 말미에 영현사태를 보고 말을 맺었다.


“그렇습니다. 비록 기습 공격이었지만, 본파가 그렇게 빠르게 무너질 곳은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이렇게 된 대는 두 가지 요인이 컸지요.

무엇보다 저들의 공격 시기와 형태가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마치 본파의 내부 사정을 손금 보듯 아는 자가 공략을 짠 거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둘째는··· 그 교주란 자의 힘이 매우 컸습니다. 그 자가 초반에 장문인과 장로들을 꺾은 게 결정적인 타격이 됐지요.”


교주 얘기가 나오자 실내에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흘렀다.


“음~. 그 자가 어땠길래 그럽니까?”

“교주란 자는.. 검에서 검은 불과 검은 낙뢰를 토해냈습니다. 흑화는 앞에 있는 건 무엇이든지 태웠고 잿가루 하나 남기지 않았습니다.

검은 낙뢰는 가로 막는 건 종류에 상관없이 파괴하더군요. 그렇게 장문인과 다수의 장로들이 희생됐지요.”


영현사태가 평상시 목소리로 이야기 하니 오히려 더 절절해 보인다.


“듣기로 교주 말고 소수마녀도 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영현사태?”

“··· 전해지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소수마녀는 무인지경처럼 다니더군요. 그녀의 소수에 당한 장로들과 각주들이 교주보다 더 많았으니···.”


실내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교주에 소수마녀. 거기에 언급은 안 됐지만 마가주들과 마교의 장로들까지...


분명 무림에서 한 문파 단독으로 지금의 마교와 싸워 승부를 점쳐 볼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아니, 없다.


아무리 쪼그라 들었다 해도, 아직 네 개의 마가들이 있다. 과거 십팔 마가들이 온전할 땐 천하무림과 자웅을 겨뤘던 마교 아닌가?


정말 위기 때마다 비천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중원 무림의 성세는 없었을 것이다.


“척군영이.. 마화에 먹힌 그의 무력이 어느 정도나 된다 보시오?”


남궁세가 가주 왕자수검 남궁수번이 좌중을 둘러보며 의견을 물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멀리서 온 곤륜파 장문인 풍운룡 승자헌이었다.


“역대 교주들 보단 위로 봐야하지 않겠소?”

“지금까지 들은 걸 종합해 보면, 천년 전 진마대제 못지 않을 것 같소.”

“빈도도 용문주와 같은 생각이오. 다의비검이 그간 내보인 무공을 이번에 척군영이 꺾었소. 다의비검의 천의무봉한 무공으로도 안 됐단 말이니 과거의 진마대제 그 이상일 것이오.”


중원 무림인들에게 진마대제가 던지는 압박감은 여전히 묵직했다. 마교 교주하면 진마대제란 등식이 성립할 정도였으니···.


헌데 작금의 교주 척군영이 정말 진마대제 못지 않다면, 누가 그를 꺾을 것인가?


천년 전에는 비천이 있었다. 허나 지금 비천은 사라지고 없다. 불과 얼마전 월하장이 마교에 주춧돌까지 불탔으니 말이다.


“다의비검이 정말 살아있지 않다 보시오들?”

“현재 무림에 온갖 소문들이 떠돈다 하오. 이렇다 저렇다 말들은 많은데 믿을만한 건 없는 거 같소.”

“동감입니다. 대곡현의 월하장에서도 마교도들이 모든 시신들을 모아 불태웠다 합니다. 그러니 시신조차 남지 않아 확인할 수도 없다 하더군요.”

“···.”

“···.”


정적!


“아미타불~. 젊은 영웅이 일찍 졌다면, 무림엔 큰 손실임에 틀림 없습니다. 애석한 일이죠. 그렇지만 빈승은 이번 마교와의 마지막 싸움에 큰 영향은 없다 생각되는군요.”

“그야 그렇지요. 그렇지만···”

“교주는 여기 있는 각파에서 최고수들이 나서서 상대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이 말을 마치고 잔잔한 표정으로 반응을 기다리는 원우대사를 쳐다봤다.


“무량수불. 대사의 말씀대로입니다. 각파에서 최고수들이 나서 척교주를 합공한다면, 아무리 불가해한 마공을 갖춘 자라해도 쓰러지지 않을 순 없을 겁니다.

허나, 그런 상황이 주어지기 힘들다는 것도 모두들 동의할 겁니다. 저들도 어떻하든 협공만은 피하려 할테니 말이죠.”


우공도장의 지적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열여섯 명의 최고수들이 가운데 척군영을 포위하고 합공하는 그림은 결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걸 잘 알기에 대문파들이 이렇게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허면, 대사께선 무슨 복안이 있습니까?”

“허허허. 빈승은 여기 제갈묵 장로가 앞서 말한 우화만리향에 방점을 두고 힘을 모은다면 어떨까 싶구려.”

“그러니까, 우화만리향을 따라 문도들로 크게 포위망을 형성하고 범위를 좁혀가잔 말씀입니까?”

“그게 빈승이 생각한 바입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사람들은 서로들 쳐다보거나 생각에 잠겼다.


원우대사가 제안한 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이야기다. 번뜩이는 묘책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이 방법은 열여섯 문파들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게 어렵다는 걸 대문파의 수뇌들은 잘 아는 것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대문파들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테고.


그래서 이렇게 모여 더 나은 대책을 논의하는 거다. 위험은 낮추고 확실하게 마교를 잡을 수 있는 방도를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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