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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30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24 17:15
조회
153
추천
4
글자
12쪽

257.

DUMMY

호천검으로 가슴 앞을 보호하고 서있었다. 언제나 딱딱한 얼굴로 표정 없던 얼굴엔 오랜 세월이 묻어 났다. 고뇌와 고통, 무기력과 회환 등이 담겨 있었다.


허나 형형한 눈빛만은 바르고 강인한 성품을 읽을 수 있었다.


수십년 간을 흑화에 지배받아 마교 교주로 살아온 그가, 예전의 제뢰검형으로 진소군 앞에 섰다? 그렇다. 그가 사십여 년 만에 교주에서 패천신검으로 돌아왔다.


일전에 천혈사 대장로 굽타는 척군영에게서 흑화가 분리됐을 때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오랜 세월로 인해서 그는 미치거나 반송장이 될 확률이 높다 했었지.


정상으로 돌아오긴 힘들다 했었는데, 지금 봐선 척군영은 괜찮아 보인다. 그가 고개도 움직이지 않고 입만 벙긋 거렸다.


“소군인 괜찮느냐?”

“···.”


진소군은 아픔도 잊고 멍하니 올려다봤다. 그가 고개를 틀고 다시 묻는다.


“심각한 게냐?”

“··· 아, 괜찮습니다. 움직일 순 있습니다. 사···”


그녀가 짧은 회색 머리카락과 잔주름 가득한 척군영의 눈을 보고 마저 불렀다.


“사숙조님 덕분에 사손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은하주천신공과 아주 작은 신력으로 인해, 흑화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진원을 건드려 공력에 신력까지 더해진, 그녀의 엄청난 내공이 자신을 흑화로부터 살렸다.


하지만 이제 끝나가려 한다. 곧 천인께서 말씀하신, 후유증의 시간이다.


허나 천인께선 목숨을 잃게 될 거란 말씀은 없었다. 그거면 됐다. 진소군은 위진성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사숙조···!”



‘사숙조?’


척군영은 망량한 기색으로 혼잣말을 했다. 사문을 멸문시킨 대죄를 짓고 사숙조라니···.


‘죄값을, 치러야지. 마땅한 죄값을···’


뛰어난 능력의 굽타가 부는 귀색령으로, 척군영은 실로 오랫만에 무의식에서 의식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흑화의 힘으로 그는 다시 무의식의 바다에 침잠됐었다.


그러나 한번 깨어난 척군영의 정신은 그의 천품처럼 끈질기고 강인했다. 해서 이후로도 한, 두 차례 흑화의 결박을 끊고 의식에 닿았었다.


그러던 것이, 진소군에게서 자애의 성품인 플레이아데스 신력을 접하고 마나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대량의 흑화가 빠져나간 그는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척군영은 내부를 점검하는 동시에 위진성을 예의 주시했다.


위진성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이해 안 되는 모습인 게, 또다른 자신을 보는 혼란스러움 같다랄까?


‘공력은 괜찮다. 그리고... 흑화도 약간이나마 남았구나!’


척군영은 실로 오랫만에, 내부에서 신뢰공을 운기해 봤다. 신뢰공은 그가 제뢰검형을 펼치기 위해 창안한 내공심법이었다.


소천심공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신뢰공은 제뢰검형에서 최고의 위력을 끌어내게 한다. 사십 년 만에 운기한 신뢰공도 이상 없다.


그가 호천검을 내려다봤다.


“···.”


평생을 함께 한 검.


패천신검이었을 때도 마교 교주였을 때도 같이 한 애검을, 묵묵히 보던 척군영이 위진성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숙조, 사형을 어떻하실 건가요?”

“···. 걱정하지 말거라. 내게 생각이 있다.”


진소군은 이 말을 듣자 마음이 놓였다.


패천신검 척군영은 상대로 하여금 그의 말을 믿게끔 하는 매력이 있었다. 결코 강하지 않고 담담한 투로 말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게 될 거란 확신이 든다.


그녀는 재빨리 품속에서 옥병을 꺼내 환약을 입에 넣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공력이 이어져야 한다. 제발···.


파지지직!


호천검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오랫만에 접하는 벽력이라서 그런가? 호천검에서 생동감이 전해진다.


번갯불이 튀는 걸 본 위진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 알겠다는 듯, 한층 분노한 모습으로 그가 흑화를 날렸다.


한없이 거칠고 강렬한 흑화가 척군영을 덮쳐갔다. 이에 척군영은 검을 불쑥 찔러냈다. 호천검에선 동그란 벽력들이 점점 커져갔다.


콰콰콰-콰콰------


계속 생성되는 벽력들은 흑화를 끊이지 않고 두들겼다. 흑화에 닿은 벽력이 타오르면 뒤에 벽력이 맞서갔다.


화르르르------


“제뢰~”


한순간 척군영이 대갈일성과 함께 검을 들어올렸다.


파지지—지지지직-------


검신을 타고 정전기들이 검극으로 모여든다.


파지지직


검극 앞에 물방울 같은 게 맺혔다. 잠깐 사이, 물방울은 크기가 배로 커져 어른 주먹만 해졌다. 물방울 안엔 샛파란 뇌전들이 휘몰아 치고 있었다.


어검환!


이건 어검술의 원리로, 뇌전들을 압축하고 압축해 검환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는 이걸 이기어검술처럼 다뤘었다.


“창천~”


이기어검환이 검극을 떠나 약화된 흑화를 찢고 전진한다. 어검술 답게 빛살로 쏘아가는 어검환은 위진성의 가슴을 뚫고 나아갔다.


위진성이 접혀 구겨지고, 또다른 위진성이 척군영 뒤에서 스며나온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예상했는지 검을 뒤로 내렸다.


그러자 검극에서 한줄기 낙뢰가 일어 흑화의 장력과 충돌했다.


콰지지지직


동시에 어검환이 흑화를 찢고 위진성 앞에 이르렀다.


“헉!”


여인의 경호성이 울리고,


“파~”


척군영이 외치자 검환에서 뇌전들이 쏟아져 나왔다.


콰지지직--- 파지지지직----------


어찌 작은 주먹만한 물방울 안에 저런 힘이 담겼단 말인가? 수십, 수백 개의 뇌전들이 일대를 눈도 못뜨게 밝혔다.


뇌전들 하나하나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정교하게 조정되었다. 그것들은 위진성의 양팔과 양발에 내리꽂혔다.


파지지 지지직 콰지지지직


“끄아아아악~~~”


위진성은 초인적인 위력에 밀려 뒤로 날라가다 벽과 충돌했다.


콰앙----------


얼마나 강했는지 절벽엔 팔 벌린 사람인이 새겨졌다. 위진성은 그렇게 양팔과 다리를 벌린 상태로 절벽에 파묻혔다.


그러나 뇌전들의 폭풍은 그치지 않았다. 어린아이 주먹만 해진 물방울 안에서 튕겨 나온 뇌전들은 계속 그의 양팔과 양발에 내리쳤다.


“끄으아아아악--------”


“소군이는 상황이 반전되면 조심하거라!”

“예?, 반전이라시면···.?”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구나. 진성이 안에 흑화가 언제 일체화 될지 모른다. 그리되면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

“···.?”

“보면 알 것이니 주의하거라!”


척군영은 거듭 당부하고 신형을 공중에 띄웠다.


“죄 많은 삶, 내 어찌 죽어 사문의 사람들을 볼 수 있겠는가?”


그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위진성에게로 쏘아졌다.


파지지지직

콰르르릉


“끄와아아악--------”


위진성의 눈에선, 척군영이 그랬던 것처럼 흑화가 반 자 이상 타올랐다. 고통과 분노에 가득 찬 악귀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그 앞에 척군영이 나타났다.


그는 위진성을 물끄러미 보다, 손을 내밀어 심장 부위에 댔다. 동시에 허공에 있던 어검환이 ‘팟!’ 하고 사라지고 마지막 뇌전들이 쏟아졌다.


파지지 지지직


그의 손에서도 뇌전이 생성되고 위진성은 한층 더 괴로워했다.


“끄아아 아아악-------”


위진성의 몸에서 검은 액체들이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자 척군영이 입을 딱 벌렸다. 그의 눈엔 체내에 남아 있던 흑화가 다시 타오르고.


그리고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위진성 안에 있던 검은 액체가 칠공으로 흘러나와 척군영에게로 갔다. 그건 다시 칠공을 통해 고스란히 흡수되어 갔다.


이 기경할 광경에 진소군은 다가와 옆에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다.


“사숙조!”


그녀는 이제 척군영이 뭘 하려는지 이해했다. 척군영은 위진성에게서 흑화를 빼내 다시 자신에게로 오게 하는 중이었다.


사십 년 이상, 고통받아 왔던 그가 다시 흑화를 몸에 받아들이다니···.


그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그는 사문에 대한 죄값을 이렇게 치루려 했다.


철컹~


점점 안면이 일그러지는 척군영이 호천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양손으로 목을 부여잡았다.


“우욱~, 욱!”


갑갑한지 척군영이 손톱으로 가슴 부위를 쥐어뜯었다.


“큭, 큭~ 큭”


얼굴이 흑색으로 변해가는 그와 대비되어 위진성은 점점 검은색이 옅어져 갔다.



진소군은 위진성과 척군영을 번갈아 봤다.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돼가는지는 알겠다. 흑화가 위진성에서 척군영에게로 재전이 되고 있고 곧 끝나간다.


“끄아아아악--------”


척군영은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고, 위진성은 서서히 본래의 그로 돌아가고 있었다.


“끄와아아악!”


쿵~


어느 순간, 재전이는 멈췄고 척군영은 고통과 분노에 찬 외침을 뚝! 그쳤다. ‘쿵’ 소리는 위진성이 땅바닥에 떨어질 때 난 것이었다.


진소군이 빠르게 움직여 위진성을 일으켜 품에 안았다. 다행히 그에게서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탈진한 것처럼 축 처져 있을뿐.


위진성이 눈에 촛점을 맞추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끄덕 끄덕


[사형, 고생했어요. 고생 많았어요.]


오랜 시간 훈련되고 잘 연마된 진소군이 눈물을 떨꿨다.


그녀는 눈물을 닦는 대신, 품에 안긴 그에게 환약 한 알을 입에 넣어주었다. 공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환약이다.


‘일단,.. 벗어나자’


뒤로 미끄러지던 그녀가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조심히 위진성을 내려놓고 그 앞에 섰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을 따라가면 척군영이 있다.


방금 전까지 몸부림 치던 척군영이, 지금은 마교 교주로 돌아왔다. 딱딱하게 굳은 안면, 경직된 신형 그리고 깊은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까지.


“미천한 인간들이 감히 나의 뜻을 거스르다니···.”


언제 회수했는지 호천검이 들려있다.


진소군도 손을 뻗어 은연검을 쥐었다.


높은 경지의 허공섭물을 보니 다행히, 신이 예언한 부작용은 아직이었다. 흑화의 장력에 두 번 가격 당해 내부는 엉망이 됐지만, 공력을 운기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게 있다면, 진원을 건드렸으니 더 끌어낼 힘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


척군영의 눈에 담긴 분노는 위진성을 향해 있었다.


자신이 받은 고통과 분노가 그 때문이라 생각하는 건가? 호천검이 들리고 검극에서 흑뢰화가 쏟아져 나왔다. 폭풍처럼 쓸어오는 흑색의 낙뢰들.


진소군은 은하성두로 맞섰다. 그녀는 초식을 펼치자마자 뒤로 물러선 다음, 힘차게 발을 굴러 솟구쳤다. 출구가 있는 저 위로.


콰지지지직

화르르륵


은색 별은 그녀가 위진성을 안고 공중에서 막 절벽을 찰 때까지만 버텨주었다. 두 번, 세 번 물결처럼 밀려드는 흑뢰화에 은색 별은 끊어지고 불에 타 재가 되었다.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본 척군영은 검을 들어 거대한 불길을 토해냈다. 출구를 향해 신형을 날리던 진소군은 밑에서 활화산처럼 분출되는 용암의 압력과 열기를 느껴야 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건 방법이 없다. 진소군은 은하광검 외에 다른 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 한 줄기의 공력까지 모조리 끌어올려 광검을 펼쳤다. 단전에서 끊어지는 고통이 전해졌지만 이젠 알바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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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264. 23.05.31 1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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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262. 23.05.29 139 2 12쪽
261 261. 23.05.28 135 3 12쪽
260 260. 23.05.27 157 4 11쪽
259 259. 23.05.26 218 4 11쪽
258 258. 23.05.25 131 4 11쪽
» 257. 23.05.24 154 4 12쪽
256 256. 23.05.23 133 3 11쪽
255 255. 23.05.22 155 4 11쪽
254 254. 23.05.21 175 4 11쪽
253 253. 23.05.20 152 4 12쪽
252 252. 23.05.19 155 3 11쪽
251 251. 23.05.18 187 4 11쪽
250 250. 23.05.17 190 4 11쪽
249 249. 23.05.16 198 3 12쪽
248 248. 23.05.15 245 4 12쪽
247 247. 23.05.14 184 4 12쪽
246 246. 23.05.13 174 4 12쪽
245 245. 23.05.12 168 4 11쪽
244 244. 23.05.11 161 4 11쪽
243 243. 23.05.10 200 4 12쪽
242 242. 23.05.09 189 4 11쪽
241 241. 23.05.08 182 4 11쪽
240 240. 23.05.07 176 4 11쪽
239 239. 23.05.06 209 4 11쪽
238 238. 23.05.05 187 3 12쪽
237 237. 23.05.04 20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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