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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28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07 17:15
조회
175
추천
4
글자
11쪽

240.

DUMMY

“신기하지? 부도에 별들이, 성좌들이 새겨져 있다니···”

“이건.. 북두칠성이고 이건 북극성, 천랑성. 여긴··· 양자리?”

“응. 잘 아네?”

“예. 최근에 이와 같은 별자리를 본 적이 있어요. 황소자리!”

“대단한데? 사매가 별자리에도 깊을 줄은 몰랐어.”

“이..거..?”

“그건.. 나도 뭔지 모르겠더라고. 구도를 봐선 저 별을 위해서 새긴 것 같은데···”

“···.”


진소군은 손을 뻗어 양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에 찬란히 빛나는 큰 별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매우 작고 희미해진 일곱 개의 별들을 쓰다듬었다.


“경진스님한테 들은 건데.. 이 부도를 만든 분이 여기 모셔진 스님, 본인이라는 거야.”

“···.”

“사백 년 전에 한 무림인이 향산사에 와서 출가 비구가 됐는데, 그분이 여기 계신 부정스님이야.”

“···.”

“평생 정진하다 적정에 드셨는데 경진스님 말씀으론 부정스님이 귀의 전, 3차 정마대전과 관계가 있었을 거래.”

“···.”

“시기가 엊비슷하니까, 충분히 그럴만 하지? 하여튼, 생전에 그 부정스님이 직접 이걸 조각했다고 해. 별도 신기하지만 얽힌 이야기도 재밌지?”

“···.”

“사매?”


진소군이 큰 별에 손가락을 댄 채 입술을 떨고 있었다. 입술만이 아니라 눈꺼풀도 파르르 떨린다.


“사매-. 왜 그래?”

“사, 사형!”

“응??”


진소군은 갑자기 손을 거두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 ? ”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위진성은 진중한 눈으로 조용히 지켜봤다. 방해해선 안 될 분위기다. 그렇게 아홉 번 절한 진소군은 부도 앞에 무릎 끓고 앉았다.


“은하성부의 진소군이 사조님을 뵙습니다.”

“ !!! ”


‘사조..라고?’


그제사 위진성은 크게 경악했고, 동시에 그녀가 이해됐다.


진소군이 말한 대로면, 지금 이 부도 안에 있는 부정스님은 동주천 은하성부 출신이란 말이 된다.


진소군은 잠깐 동안, 눈을 감았다 일어섰다. 그리고 위진성을 바라봤다.


“사형, 우리 은하성부는 저 먼 하늘에 있는.. 묘성이란 별에서 왔다고 해요.”

“묘성?”

“예, 여기요. 이곳이 묘성.”

“···.”


진소군은 부도에 다가가 빛나는 별을 가리켰다.


“은하성부의 고향이래요.”


아! 저 별이 은하성부의 고향이라니···! 솔직히 믿기 힘든 얘기였다.


어찌 이곳에 있는 인간이 저 먼 우주의 별에서 왔다고 하는가?


허나 이런 이야기가 처음도 아니었다. 예전에 최영에게서 들었던 것도 그렇고.



위진성은 말없이 물끄러미 부도를 쳐다보았다.


새삼 인연이란 게 묘하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시선을 끌었던 부도가 동주천과 이렇게 연결되다니···!


재밌기도 하고 기이하기도 한 생소한 감정이 들었다. 인연이란 걸 한번 더 생각하면, 등골이 쭈뼛 서기까지 한다.


“얼마 전에 장주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고대의 고대부터 전래되어 왔다는, 우리 은하성부의 뿌리에 대해서.”


진소군은 말하는 중에 그날이 떠올랐다.



마교의 공격이 있기 전날에 최영은 그녀에게 은하성부에 관한 이야기를 말해 주었었다. 최영이 코흘리개 때, 사백조를 따라 현천문에 갔다 들었던 이야기들.


최영은 한 번 기억을 떠올린 그날 이후, 계속 기억을 더듬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은하성부에 관해 들었던 걸 기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면서도, 최영은 그녀에게 자신이 아는 걸 일러 주었다. 지금 아니면 끊어질 은하성부의 얘기를, 마지막 후손이 될 수도 있는 진소군에게 말해 주었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최영은 자신의 최후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던 건 아니었을까?



“놀라운 얘기네. 성부가 묘성이라는 별에서 기원했다니···?”

“그날 장주님이 묘성을 알려주며 위치를 그려 보이셨어요. 부도에 있는 것처럼 양자리와 황소자리 사이에 별을 그리고 여기라고 하셨어요.”


그녀는 도중에 부도로 고개 돌리고 말을 했다.


“그리고 아마도, 어쩌면! 여기 묻히신 사조님은··· 은검대가 정인지, 그분이실지도 몰라요.”

“그분은 누구지?”

“지난 천년 동안 성부에서 은하광검을 익힌 분들은 단 세 분뿐이세요. 그중에 가장 마지막 분이 정인지 사조구요. 사조님은 3차 정마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홀연히 동주천에서 떠나셨다고 해요. 서찰 한 장만 남기고.”


서찰엔 간략하게 자신이 떠난 이유와 찾지 말란 당부만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진소군은 그 정인지가 여기 부도의 주인일수도 있다 말하는 것이다.


“사매, 그렇다면 부도 안을 봐야지?”

“··· 예. 이 별을 보면, 성부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 있는 분일 테니 열어 볼려구요.”


그녀는 다시 절을 하고 부도의 윗돌을 들어 올렸다.


그르르르-


삼백오십 년 동안 꿈쩍 않던 큰 윗돌은 생각보다 쉽게 들렸다. 세월의 무게가 덜 쌓였다기 보단, 그만큼 누군가를 기다렸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도 안에는 사리함 하나만이, 덩그러히 놓여 있었다.


진소군이 조심스런 동작으로 함을 꺼내 자세히 봤다. 뚜껑을 열자 함 안에는 오색을 띠는 사리들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 외에는 없다.


“ ? ”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위진성이 불렀다.


“사매. 여기 뭐가 있겠는데?”


진소군이 그가 가리키는 대로 안을 보니, 사리함이 있던 바닥돌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가상자리를 보니 부도의 벽과 꽉 맞물려 있지도 않았다.


미세한 틈이 보이는 걸로 봐선 바닥돌 밑에 받침 같은 게 있을 형태다. 진소군은 손가락을 구명에 밀어넣고 들어올렸다.


스르르륵


과연 바닥돌, 아니 받침돌이 딸려 나온다. 그리고 드러난 공간. 칠흑 같이 어두웠으나 두 사람에겐 문제 되지 않는다.


안에는 작은 목갑 하나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거친 재질의 두루마리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꺼내 두루마리부터 쥐었다. 두루마리 겉면엔 끈이 묶여 있었고 글이 적혀 있다.



<연자는 먼저 이 글을 읽고 빈승의 당부에 귀기울여 주시길 바라겠소.>



진소군은 위진성을 바라봤다. 그는 따뜻한 눈으로 응원을 보냈다. 깊게 심호흡한 진소군은 끈을 풀고 두루마리를 펼쳤다.



<연자여, 빈승이 맞다면 그대는 동주천 은하성부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만약 아니라면 이 두루마리와 목갑을 불에 태워주길 부탁드리겠소.


부도의 조각을 보고 인연에 끌려 부도를 연 그대가 예상하듯 빈승은 은하성부 출신이다. 은검대가 정인지. 이게 출가 전 속세의 이름이었다. 후인은 모를 수도 있다. 노납의 계산이 맞다면 삼백년 이상 흐른 뒤 부도가 열릴 테니.>



여기까지 읽은 진소군은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떴다. 삼백오십 년을 건너 뛰고 이어진 이 인연에 흥분되고 긴장도 되는 게 충분히 이해된다.



<후인은 궁금할 것이다. 왜 빈승이 출가해 비구로 살다 생을 마쳤는지. 빈승은 3차 정마대전에서 동주천의 일원으로 마교와 싸웠었다.

대전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지만, 마교는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아득히 이어져 온 시간만큼, 마교의 뿌리는 깊어 때가 되지 않으면 멸하지 않을 것이다.


후인은 은하성부의 뿌리가 묘성이라는 걸 알고 있는가? 묘성, 또는 플레이아데스라고도 한다. 그 별이 우리의 기원이다.>



진소군은 서찰에서 눈을 떼 위진성을 돌아봤다. 그도, 그녀도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하게 흔들렸다.


“사형, 묘성이-”

“플레이아데스였어!”


마족의 전인들이 몇 차례나 진소군에게 플레이아데스 운운했었는데, 그게 묘성이었고 은하성부의 기원이었다.


그녀도 위진성과 마찬가지로, 본인 사문의 뿌리인 신족의 후예였던 것이다. 진소군은 위진성의 눈을 보면서 놀라움을 가라앉혔다.


위진성은 눈에 산악 같은 굳건함과 망망대해 같은 적요를 품고 있다. 그런 눈을 말없이 바라보면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진다.



<그러하니 플레이아데스 천인은 은하성부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하겠다. 오랜 옛날, 인간을 너무나 친애하던 천인들은 인간 세상에 자신들의 진전을 남겨 위험에 대비케 했다.


천인들은 아후라 마즈다가 남긴 힘이 불행하게도 인세에서 마의 힘으로 기울어진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남긴 진전을 키워 은하성부를 갖추게 한 것이다.


후인이여, 정마대전 후 어느 날 밤. 플레이아데스 천인이 주위를 환하게 밝히며 친히 빈승에게 강림했었다. 그리고 연속된 장면들을 보여 주고 삼백 년 후의 일을 준비케 했다.


삼백 년이 더 지나고, 이 글을 읽는 후인의 시대에 아후라 마즈다가 남긴 불은 종말을 고하거나 마에서 선으로 돌아설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인간 세상은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고 천인께서 뜻으로 전해 주셨다.


그걸 위해 빈승은 인연을 준비해야 했고, 이것이 노납이 이곳 향산사에서 출가한 이유다. 물론 피가 마를 새가 없었던 양손의 죄를 조금이라도 씻고 싶기도 했었고.


후인이 들고 있는 목갑엔 은하광검의 구결이 담겨 있다. 천인께서 광검의 중요 구결을 가리라 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몇 세대 후, 은하광검의 전승이 끊긴다 하셨기에, 노납이 나오면서 검보에 손을 댔었다.


이 안에 광검의 온전한 구결이 있으니··· 후인이여, 취하라! 그리고 멸마에 힘써주길 바라노라.


ㅡ 부정스님 배상 ㅡ >



글은 그렇게 끝났다.


진소군은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으로 두루마리 끝을 꾸겨 꼼지락거렸다. 짧지만 강렬한 내용이었다.


묘성과 플레이아데스가 동일한 별이었고, 이 목갑 안엔 은하광검의 구결이 담겨 있다. 진소군이 부족했거나 광검은 그녀가 익히지 못할 정도로 난해한 검법이 아니었다. 검보의 구결이 온전치 못했던 것뿐.



‘구결이 담..겨 있다고?’


위진성은 그녀 손에 들린 목갑을 바라봤다.


보통 적혀 있다고 하지 않나?


그의 속마음을 들은 건지 진소군이 목갑을 연다.


딸깍

스와와와ㅡㅡ


목갑에서 흘러나온 신비로운 기운이 부도 일대를 성스럽게 감싼다. 위진성의 눈에 찬란하게 빛나는 희끄무례한 선들이 허공에 모습을 갖춰가는 게 보였다.


그건 높이 오 장에 달하고 영롱하기 그지없는, 하얀 선들로 그려진 고귀한 존재!


천신이었다.


일전에 그가 제 삼의 눈으로 본 풍백신과는 달랐다. 같은 천신이지만 풍백은 광명으로 빛나고 당당한 신이었다.


그에 비해 눈앞의 신은, 한없이 자애롭고 포근한 기운의 결정체 같은 신이었다. 그 천신이 긴 머리를 날리고 지극히 맑고 아름다운 눈으로 진소군을 내려다보고 있다.


하늘하늘 살랑이는 의복은 더없이 우아하고 길고 고귀한 팔다리는 미의 절정이었다. 투명하고 하얀 플레이아데스 천인은 그렇게 모습을 나투었다 찰나간에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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