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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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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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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45.

DUMMY

“···.”


위진성은 방금 들은 말을 꼼꼼히 곱씹었다. 자신은 다량의 화약과 산과 계곡이란 것에 꽂혀 냉철히 따져보지 못했다.


얼핏 보면 화약으로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그 위력은 꽤 제한적일 듯 했다. 길목이나 곳곳에 묻어둬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백도 연맹에 큰 타격을 주긴 힘들 것이다.


더구나 백도인들이 바보도 아니고 교주와 마가주 등. 핵심 인물들이 안 보이는데 곡 안으로 깊이 들어가겠는가?


군부가 아니고 연합된 무림인들이니 장기간 이러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드러난 마교를 전멸시키는데 긴 시간이 필요친 않을 터. 그 정도로 전력의 차이가 컸다.


이 흐름을 화약으로 뒤엎을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위진성은 진소군을 쳐다봤다. 그녀도 같은 생각인지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내가 섣부르게 굴었나?’


그는 새삼 경험, 경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장우극도 그렇고 당연하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야 했었다.


“위공자의 도움으로 우리 백도 연맹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마교를 처단할 수 있게 됐소. 거듭 감사드리오.”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됐소이다. 특히나 교주에 대해선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들이었소.”

“그렇지 않아도 장문인들은 교주 척군영에 대해서 합공을 생각하고 있었소. 그러던 차에 자세히 듣게 됐으니 최고수들로 추리는데 분명한 도움이 되겠소.”


다들 고맙다하니 위진성도 여기까지 온 면이 섰다. 가만히 그를 보던 제갈묵이 말을 건넸다.


“장문인들께서 언급했지만, 우리는 교주 척군영을 상대하는 것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오. 각파의 최고수들로 나설 것인데 여러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오. 그래서 그런데···

위공자가 함께 해준다면 더 없이 든든할 것이오.”


그가 말을 마치자 다른 장문인들도 은근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 입장에선 이유와 동기도 확실하고 명분도 챙겨주는 것이니 기대할만 했다.


월하장의 복수와 천년을 이어온 비천과 마교 간 정마대전의 종지부. 세력을 잃고 단신으로 둘만 남은 비천. 그 둘은, 교주와 생사결을 펼쳤던 위진성과 진소군이었다.


모든 것이 딱 들어 맞는다. 이제 위진성이 좋다고만 하면 될 일. 허나 그는 생각이 달랐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는 따로 계획된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 하진 못하지만 어디서든 응원하겠습니다.”


위진성이 잘라 말하자 더 권할 여지가 없었다. 이에 장문인들은 노골적으로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좀 전에 세가주들에게 내보인 무형지기를 보면 그와 같은 고수는 천하에 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교주와 직접 싸워 봤던 그가 합류를 거절하니 아쉬울 수 밖에···


“알겠소. 언제 어디서든 마교와의 싸움에 힘을 보탠다면, 그게 천하를 위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행일 것이오. 다시 한번 위공자와 진소저한테 감사를 표하고 싶구려.”


원우대사의 인사치레를 듣고나자 위진성은 할 말은 다했다. 하지만 대화가 끝나가는 분위기니 좀 더 앉아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대사, 그 얘긴 들으셨소?”

“무슨 얘기 말이오?”

“백도 연맹과 싸우는 저들, 마교도들에게서 정파의 무공을 보는 경우들이 있나 봅니다. 이런 보고들이 여러 차례 있었소이다.”

“음~, 용문주처럼 우리 곤륜 문도들도 그런 이야길 했었소.”

“역시 그렇군요.”

“글쎄요···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하겠소? 그들은 누가 뭐래도 마교도들이 확실하니 말입니다.”


원우대사는 말을 마치고 제갈묵을 쳐다봤다.


“큰 의미가 있을 거 같진 않소이다. 아마도 척군영이 마교도들에게 무공을 전수해 줬을 수도 있겠고···”


제갈묵은 말미에 위진성을 힐끗 보고 마쳤다. 이후에도 몇 마디 더 오갔지만 위진성은 본인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이상해. 사마륜이 화약을 그렇게 단순하게만 쓰진 않을 텐데···.’


그리고 방금 말한 마교도들에게서 정파의 무공이 보인다는 것도 신경을 건드렸다.


‘뭔가 있어’





위진성은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 걸었다. 옆에서 몇 번 입만 벙긋거리던 진소군이 그가 고개를 들자 물었다.


“사형,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응?, 으응~.. 뭔가 있는데 내가 못 보고 있는 느낌이라서···”

“화약이요?”

“응. 사매는 어떻게 생각해?”

“여기서 그 자를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은 사형이예요. 전 사형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봐요.”




“그렇지? 헌데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잡힐 듯 한데 안 되네?”

“그럴 때일수록 여유를 갖고 놔두세요. 어떨 땐 멍 때리다가 생각날 수도 있어요.”


‘멍 때리라고?’


“호호, 그렇다고 지금 걸으면서 ‘멍’ 하지는 말구요.”

“’멍’ 않했는데?”

“안 되겠어요. 사형, 절 따라 하세요.”


진소군은 과장되게 양팔을 휘두르고 보폭을 크게 해서 걸었다. 그녀가 그러고 걸으니 꽤나 우스꽝스럽다.


“헛허~. 사매, 그건 뭐야?”

“황소걸음이라는 거예요. 제가 어릴 때 친구들이랑 이러고 놀았거든요. 해봐요, 사형.”


황당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그녀의 유쾌함에 이끌려 위진성도 황소걸음을 해 보였다.


씩 씩 씩씩


“깔깔깔. 그게 뭐예요?”

“뭐가?”

“황소가 아니라 곰탱이 같아요. 꺄르르르”


그리 어색한가? 그는 진소군과 비교하면서 걷는데 뭔가 더 어색해졌다.


“깔깔깔. 사형~, 큭큭큭. 걸을 때 같은 팔, 같은 다리를 올리면 어떻해요. 깔깔깔”


그녀는 배꼽 잡고 웃다가 아예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그랬나?”

“호호, 오늘 사형이 몸치인 걸 알았어요. 아~ 재밌어!”

“훗후~”


그녀는 생각만 하면 웃긴지 가면서 피식 피식 거렸다.


“사형”

“왜?”

“아까 보니 대문파들이 조만간 며칠 안에 도화곡으로 갈 거 같았어요.”

“며칠 내? 그렇게 빨리?”

“아까는 사형이 생각하느라 몰랐을 거예요. 제가 볼 땐 그랬어요.”

“··· 그랬던가?”


이제 마지막 싸움이 시작되려 한다. 위진성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빌었다.





그녀 말은 맞았다.


그들이 원우대사 등을 만나고 난 사흘 후, 백도 연맹은 대문파들이 주축이 되어 도화곡으로 향했다. 그들은 화약에 주의하면서 천천히 나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또?”

“또? 또는 뭐가 또?”


돌아온 개방 태행분타주 태걸아 우두구가 이곤을 보고 눈만 멀뚱히 떴다.


“이거 보시오. 장형, 위형. 내 말이 맞지 않소? 그리 쳐먹고 백도 연맹이 도화곡으로 출발했다는 거 하나 말곤 없지 않소? 에라이~, 똥물에 틔겨 죽을 거지놈아! 네놈은 양심이 없더냐?”

“자꾸 뭐라는 거야, 삼층에서 떨어진 메주놈이···”

“양심은 없지만 질투심은 있다~아, 이거지?”

“넌 확실히 머리에 문제가 있어.”

“헐 뜯을 게 없으니 별 걸 다 지껄이는구나!”


저 둘에겐 늘 있는 일이라 넷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위형, 가봐야 하지 않소?”

“그래야겠지요.”


답하면서 위진성은 이문회주 귀소문 탁석산을 쳐다봤다. 탁석산도 무림사에 남을 이번 정마대전을 지켜보기 위해 태행산으로 발걸음했다.


“나도 같이 가세.”

“그러시죠. 탁회주님이 동행한다니 든든합니다.”

“든든하긴. 내 한 몸 지키는 것도 버거운 사람인데···”

“장형은?”

“난 기다리다 소소와 군형하고 같이 가겠소.”

“두 사람이 오는군요?”

“그러는 중이란 연락을 받았소. 군형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오. 아시잖소?”

“그럼, 나중에 봅시다. 장형”

“그럽시다.”


“엥? 잠깐! 나도 같이 갑시다. 거지놈이 자꾸 시비 거는 바람에 늦었소. 같이 갑시다, 도화곡에.”



#



한겨울에도 복숭아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도화곡


이곳은 항상 일정한 온도가 곡 전체에 유지된다.


언제 가든 따스한 온기를 사시사철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동장군이 맹위를 떨칠 때도 도화곡에 이르면 사람들은 두꺼운 겉옷을 벗는다.


그 도화곡 입구에 언제부턴지 굉장한 수의 무림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들은 한결 같이 곡 안쪽으로 향해 있다.


말할 때도, 심지어 쉬거나 잘 때도 안쪽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곡 안쪽을 의식한 자들 중엔 위진성 일행들도 있었다.


위진성과 진소군, 탁석산, 이곤은 곡내로 시선을 고정한 채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었다.


“많이도 왔네요.”

“그럴만도 하지. 무림사에 길이 남을 현장이니까.”

“흥!, 어중이 떠중이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왜들 와서 이러지?”


불퉁한 이곤이다.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가 영 마음에 안 드나 보다. 그래도 이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들 모두가 자신의 활약을 천하에 알릴 전령들이라 생각하니 짜증이 확- 줄어들었다.


“장문인들 말대로 여기서 보기엔 곡 좌우에서 화약을 터뜨려도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겠네.”

“그러겠습니다. 곡이 상당히 크고 단단한 암석이라 요란스러운 거 말곤, 위협이 되진 않겠군요.”

“곡을 둘러싼 절벽들을 잘 보면 사람이 보일 것이네. 고수들이 빙 둘러 절벽 정상에도 포진해 있다더군.”


위진성은 대문파들의 조직적이고 꼼꼼한 일처리에 내심 살짝 놀랐다.


자신이 얘기한 화약을 경계도 하고 혹여 올라오는 마교도들을 저지하기 위해 인원을 배치했다 하니 연맹이 잘 굴러가는 듯 했다.


“저기 보이는 게 그 황룡담일세.”


탁석산이 발꿈치를 들고 곡 안쪽을 가리켰다. 아닌 게 아니라, 도화곡 입구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황룡담이란 연못이 나온다.


긴 곳은 오십 장이 넘는.. 상당한 크기의 연못이었다. 큰 키의 위진성이 까치발을 하자 곡 안팎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깥에 비해 곡 안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다. 그건 입구를 막아선 백도 연맹원들이 사람을 선별해 들여보내기 때문이다.


일정한 기준이 있는 건지, 싸움에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바로 돌려보낸다. 그렇게 불허된 자들이 산을 내려가지 않고 입구 근처에서 서성대니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앞에 선 자들이 빠르게 판별되고 금새 위진성 차례가 다가와 간다.


“거, 좀 들여보내 주시오.”

“이거 너무하잖아? 도화곡이 당신들 거야?”

“이런 건 눈들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왜 자꾸 막는데?”


들어가지 못해 화를 내는 자들부터,


“벌써 안에선 싸움이 시작됐다던데 사실이오?”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소?”


뭐라도 들을 수 있을까 질문해대는 유형, 읍소하는 자들 등. 머무는 이유도 다양했다.


위진성 앞에 있던 자는 불허를 받자 자존심 상했는지 얼굴이 홍시처럼 벌겋게 됐다.


“불허된 사람들은 어물쩍 거리지 말고 빨리 자리를 비워 주시오.”

“중차대한 일이니 무림 동도분들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연맹원들이 돌아다니며 곡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위진성이 한발 앞으로 나서고 막아선 연맹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 자가 막 입을 열려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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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254. 23.05.21 174 4 11쪽
253 253. 23.05.20 152 4 12쪽
252 252. 23.05.19 154 3 11쪽
251 251. 23.05.18 18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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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23.05.08 18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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