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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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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21 17:15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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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54.

DUMMY

“자네도 그 때, 그 장면을 봤었어야 했어··· 교주가 한가운데 서서, 용암을 부리는 장면 말이야!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았지··· 고대에 있었다던 용족들을 수족 부리 듯 했었으니까.”


“···사마륜. 다 끝났다. 모두, 끝났어. 마교의 서까래는 무너졌고 대들보는 꺾였다. 여기까지다.”

“오~, 하하하---. 정말인가? 진짜 다- 끝났어?”

“···.”


그 자는 큰 손동작을 취하며, 몸을 앞으로 굽혔다 뒤로 제쳤다 했다.


“그렇지··· 다 끝났지~이. 자네 말이 맞아. 끝났어. 헌데, 그거 아나?”

“···.”

“끝은 곧 시작이요, 시작은 끝이란 걸!”

“···.”

“으하하하하~~~~”


위진성은 아예 대꾸를 하지 않았다.


저 자와 얘기해, 기분 좋았거나 말려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그의 말에 신경쓰지 말고 내 할 일에 집중했다.



위진성은 재차 주변을 확인했다.


이곳에 저 둘 말고 다른 자는 없다. 딱히 뭔가 설치된 것 같지도 않다. 저들 뒤, 지하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긴 하는데 통로 안에서 차갑게 식는다.


그가 자세히 보니 두 사람 뒤 통로 끝에, 향로들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주먹만한 구슬들이 얹혀 있었고.


안에서 피어오르는 향이 구슬을 감싸 희미한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막 안쪽의 공기와 이쪽의 온도가 다를 것이다.


‘피열주? 저것이 용암의 열기를 차단하는 건가?’


그가 알기로 피독주나 피한주, 피열주라는 것들은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 거지,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고 알고 있다.


용암의 열기가 이렇게 없다는 건,


‘저 향로와 향에 뭔가가 있겠지’


그리고 한쪽에 큰 행낭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외에 눈에 뛸만한 건 없었다.


‘사매가 오기 전에 끝내자!’


그가 홀로 서둔 이유를 상기하고 천천히 기세를 끌어올렸다.


휘류류류 류우우-----


그러자 곧바로 위진성 주위에 상승기류가 생성되고, 회오리쳐 솟구친다. 이곳은 진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여간 급하다니까! 이봐, 위진성. 내 그럴 듯 하게 전장을 만들어 줄테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뚜벅 뚜벅


사마륜이 걸어나와 사방으로 지풍을 쏘아냈다.


피융--- 피피피-----


그가 쏘아낸 지풍들이 사방 벽에 부딪히자 빛이 ‘팟!’ 하고 켜졌다. 바닥과 절벽 곳곳에 수백 개의 창백한 백색 빛들이 빛을 발했다.


자세히 보니 지풍이 닿은 곳들엔 주먹만한 것들이 돌에 붙어 있었고, 그것이 빛을 내는 것이었다. 그 덕에 횃불 몇 개에 의지해 컴컴하던 이곳이 훨씬 환해졌다.


“이 정도면 됐나?... 그래도 내 첫사랑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인데 손놓고 있을 수 있나?”

“···.”

“첫사랑? 푸후~··· 그래, 풍백비검은 내 첫사랑이자 탈출구였다.”

“···.”

“어릴 때 항상 놀림 받고 천대 받던 나에게, 어느 날 검왕문의 검사가 아이들을 혼내주고 내 눈을 보고 괜찮냐 물었었지.

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내 삶에 따뜻함이란 그게 처음이었으니까.”

“···.”



이어진 말에서, ··· 현천문 검왕문의 주요 인물들은 연무장에 도열했고 그 검사가 풍백비검을 시전했었다.


그때 사마륜은 어린 나이에 큰 충격과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무공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무의식 깊이 각인된 풍백비검은 그대로 첫사랑이 되었다.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과, 또 후천적 환경으로 인해서 꼬이고 비틀릴 대로 뒤틀린 그의 마음은 그렇게 풍백비검을 첫사랑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에 대한 깊은 상처로, 그 검사보다 검법 자체가 수용된 것이다. 이후 힘들 때마다 풍백비검은 사마륜에게 유일한 현실 도피처로 작용해 왔다.


“아마도 첫사랑이 없었다면··· 난 살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어느 누구도 의지할 게 없었을 테니···.”

“···.”


그래서 위진성이 풍백비검을 펼칠 때마다, 그리 변태적으로 굴었던 것이었나?


개인적으로 불행한 이야기이긴 하나.. 위진성은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천하에 불행한 일을 겪는 존재들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불행에 대한 반응들은 다 다르다.


사마륜처럼 비틀린 자들도 있겠지만, 훌륭하게 성장한 이들도 얼마든지 있다. 모든 걸 남 탓, 환경 탓으로 돌릴 순 없는 것이다.


스릉~


그는 검을 빼들고 머리 위로 세워들었다. 담담히 눈으로 검신을 훑는다. 그 모습을 보던 사마륜이 눈을 돌렸다.


“교주, 준비됐습니다. 때를 선택하십시오.”


말을 들었을 텐데, 척군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요상하군!’


검을 내린 위진성은 공동 한가운데 서서 까마득한 천장을 올려다봤다. 사마륜이 쏘아낸 지풍들은 삼십 장 높이까지여서 그 너머는 자기 손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밑에서 올려다보니, 수백 개의 창백한 하얀 빛들이 밝음 보다는 어둡고 음침한 인상을 주었다. 들러붙는 기분 나쁜 빛이라 할까?


위진성은 척군영이 눈을 뜬 걸 알았다. 통로를 걸어나오는 그를 보니 눈이 있어야 할 곳엔 흑색 불, 흑화가 넘실거린다.


“신족의 일부여, 잘 왔다. 날 담을만한 너만한 그릇은 또 없을 터. 나와 함께 새로운 천하를 열도록 하자!”


사납고 음험한 소리가 낮게 깔려 퍼진다.


“마교는 교주도 그렇고 군사도 그렇고 취향 참 독특하군. 이렇게 분위기를 잡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릇 운운이란 말인가?”

“날 믿거라~.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니.”


척군영은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왔다.



“헛소리!”


둘은 동시에 검을 펼쳤다. 호천검에선 예의 흑뢰화가 쏘아지고, 위진성의 검은 풍백비천으로 단숨에 거리를 지웠다.


쾅!

아앙~ 아앙~~~


검은 낙뢰와 격돌한 어검은 힘없이 뒤로 밀렸다. 격돌음은 공동에서 공명하고, 흑뢰화는 그대로 쓸어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 위진성은 없었다.


그가 척군영 머리 위에서 스며나와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뒤로 날아가던 검이 찰나간에 손아귀에 쥐어지고, 위진성이 일검을 내리그었다.


같은 시간에 척군영은 뒤로 물러서며 호천검을 가슴 앞에 세우고 반바퀴 돌렸다. 그러자 쏘아가던 흑뢰화가 솟구치다 폭발하고 공동 전체를 뒤덮었다.


소나기 같은 흑화의 방울들이 촘촘히 떨어져 내린다. 그러면서도 척군영은 위진성의 검왕검로를 검극으로 맞아 갔다.


갸가가각!


검왕검로가 검극과 충돌하고 호천검 끝이 조금씩, 조금씩 뜯겨 부유한다.


그러나 위진성은 초식을 이어갈 수 없었다. 흑화의 비가 머리 위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그는 허공에서 검을 위로하고 검결지를 끄덕였다.


그러자마자, 그가 어검비행술로 좁쌀만한 흑화들을 가르고 솟구쳤다.


파츠츠--- 츠츠-----


흑화들이 타올랐지만 풍백비천의 강력함에 날려 흩어졌고, 어검비행술의 비쾌함으로 한순간에 돌파할 수 있었다.


허나 한방울의 흑화가 검신에 닿았고 검날이 타들어갔다. 위진성은 강대한 소천압중심공을 일으켜 흑화를 소멸시켰다. 다행히 흑화의 양이 미약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또 검을 잃을 뻔했다.


그렇지만 위진성에게 가해지는 험난함은 계속되었다. 올려다보는 척군영이 호천검을 들고 회오리를 그렸다.


호천검을 따라 흑화의 방울들도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호천검극을 꼭지점으로 깔데기처럼 벌어져 공동을 휩쓸었다.


방금 전 흑화 한방울에 검신의 날이 녹아버렸다. 눈앞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저 흑화의 소나기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몰골이 될 것은 자명지사.


위진성의 어금니가 콱 맞물렸다.


여길 벗어나는 건 선택지에 없다!


어떻게 하든 이곳에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사매가 오기 전에.


그는 결심했다. 좀 더 결정적 순간이 오길 기다렸지만, 지금 펼쳐야 한다.


그가 전공력을 파석풍백기로 전환해 검끝으로 보냈다. 진기들은 자연스럽게 한 티끌로 응축되어 미증유의 힘이 되었다.


그가 검병 끝에 검결지를 대고 까딱이자 검왕이 어검술로 비행한다. 위진성이 완성한 검왕비천은 소리도 없이 흑화의 비를 소멸시키며 떨어져 내렸다.


이를 보던 척군영은 망설임 없이 좌수를 내질렀다. 왼팔 전체를 덮은 흑화가 장심에서 물줄기처럼 쏘아진다.


콰화아아------


검왕비천과 흑화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촤하아아아-------


검왕의 힘이 흑화를 해체해가며 떨어진다. 위진성이 가운데를 가르며 떨어지고 양옆으로 흑화가 분출하는 모양새.


검왕비천은 그대로 척군영의 좌장을 꿰뚫었다.


콰앙~~~

콰직!



폭음과 기타 소리들이 겹쳐 들렸다.


폭음이 검왕비천과 척군영의 좌장이 격돌하면서 난 것이라면 뚫리는 소음은 그의 좌장이, 왼팔이 부서지며 난 것이었다.


마지막 음향은 놀랍게도 이상하게 꺾인 척군영의 왼손이 장심에 박힌 검을 움켜쥐는 소리였다. 그의 왼팔은 여전히 흑화에 덮여 있었다. 그랬었는데 지금 보니 흑화가 타오른다.


진심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검왕비천을 맨손으로 막아내다니···. 이건 아무리 대단한 척군영이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콰득!


그가 더 강하게 장심에 박힌 검을 쥐었다. 그의 왼팔이 절대적인 검은색으로 타오른다.


진화!


한껏 개방된 흑화의 진화가 모든 걸 태운다.


먼저 팔을 시작으로 손이 타오르고 진화는 검으로 옮겨 붙었다. 망망대해 같은 풍백기가 주입된 검이 흑화에 버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진화가 검왕비천을 맨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이었다. 이런 진화의 힘에 검신으로 번진 불길이 검극과 검병을 지나 끝에 달린 수술까지 타오르게 했다.


마지막으로 검과 팔이 매끄러운 물질로 반짝하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왼팔은 깨끗하게 어깨죽지부터 타 가장 작은 단위로 분해됐다.


갑자기 외팔이 검객이 됐지만, 척군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기세를 늦추지 않고 호천검을 휘둘렀다.


콰하아아아-------


산경화보를 의식한 듯 흑뢰화가 좁쌀보다 작은 낙뢰로 공동 전체를 몰아쳐갔다.


파바바바 바바바팡-----------


위진성은 쌍장으로 연환비천장을 연속으로 때려냈다. 하지만 중과부적.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난 그의 등이 벽에 닿았다.




흑뢰화들이 위진성의 전신으로 쇄도하고, 수십 개로 불어난 호천검이 뒤이어 쏟아진다.


위진성은 재차 전력으로 연환비천장을 날렸다. 그가 불가의 천수관음이 되어 무수한 흑뢰화들을 쳐냈다.


화르르르륵


그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경계선이 그어지고 흑뢰화들이 타올랐다. 이런 장면은 한참 동안 지속됐고, 호천검이 그 사이 빈틈을 노리고 작열했다.


콰콰콰콰카앙---------

푹!


흑뢰화에 집중한 비천장은 비집고 들어오는 일반 검기들도 놓치지 않았지만, 하나가 그의 우측 가슴을 뚫고 절벽에 깊이 박혔다.


파육음.


그리고 찾아든 갑작스러운 정적!


또르륵 똑!


박혀든 검 주위로 피가 베어나와 검신을 타고 흐른다. 그러다 피 한방울이 얼마 못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으로 쫓아 바닥을 보는 위진성은 의외로 담담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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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61. 23.05.28 1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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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259. 23.05.26 21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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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257. 23.05.24 153 4 12쪽
256 256. 23.05.23 133 3 11쪽
255 255. 23.05.22 155 4 11쪽
» 254. 23.05.21 175 4 11쪽
253 253. 23.05.20 152 4 12쪽
252 252. 23.05.19 155 3 11쪽
251 251. 23.05.18 186 4 11쪽
250 250. 23.05.17 19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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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23.05.10 1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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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23.05.08 18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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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239. 23.05.06 20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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