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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00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28 17:15
조회
134
추천
3
글자
12쪽

261.

DUMMY

“훌륭하다! 일찍이 본 적 없던 검이다.”

“···.”

“살면서 많은 죄를 지었다. 아후라 마즈다의 불이 했다고 하기엔···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내가 부족하지 않았었다면 달랐을 테니까!”

“···.”

“너한테도 몹쓸 짓을 했구나! 미안하다는 말 밖엔 할 수가 없다니···.”


휘청


척군영이 곧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그는 눈으로 더 하고픈 말을 전하고 몸을 뉘였다. 호천검을 꼭 쥔 채로.



동주천에서 태어나 최강의 무인이 되어 타도 마교의 선봉에 섰던 척군영. 종횡무진 활약하고 마침내 교주와 제사장까지 벤 그이지만, 흑화의 저주엔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제사장의 술책과 마화령을 부셔 소멸시키려한 자에 대한 흑화의 원념으로 사십 년 넘게 고통으로 지냈던 비운의 사내.


그가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


세상을 풍미한 거인의 죽음치곤 지나치게 조촐했다. 비장하지도, 거창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척군영 본인은 죽음을 기꺼워하지 않았을까?


더 이상 숙주에게 지배당하지 않아도 됐고, 더 죄를 짓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는 이제사 쉴 수 있을 것이다.


“사숙조···”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뭐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했다.


사부와 최영, 경일기, 나종회, 이원평, 오세성, 대길이, 소길이, 홍아, 한광, 장우극, 군무수, 소소, 언지군, 악흠. 그리고··· 그녀.


진소군은 뭐라 했을까? 그녀가 ··· 살아있었다면, 자신에게 무어라 건넸을까?




“축하해, 위진성. 자네가 끝냈어.”


사마륜이 옆에 와 섰다.


‘드디어···. 끝난 건가?’


그가 공동 천장을 바라볼 때, 사마륜은 척군영을 지켜봤다.


“그래.. 아버지, 풍백과의 시간은 뜻 깊었나? 도움이 됐어?”

“나름.”


척군영에게서 눈길을 떼지 않던 그가 가까이 갔다. 손엔 마화령을 들고. 그리고는 척군영의 가슴 옆 바닥에 마화령을 내려놓고 품안에서 작은 초를 꺼냈다.


눈처럼 하얀 초는 그가 흑화를 옮기기 위해 고안해 만들었다. 천년설련실로 제조된 이 백초로 흑화를 옮길 수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백초를 기울여 시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뭔가 해서 자세히 보니, 척군영 가슴에 솜털처럼 작은 흑화가 타고 있었다.


사마륜은 백초로 흑화를 옮겨 마화령에 담으려 하는 중이다. 마화령 안에는, 위진성이 쥐어짜(?) 낸 영겁의 불이 하얀 백화로 변해 꺼질 듯 깜박 거렸다.


“사마륜. 끝까지 이해 못할 짓을 하는군.”

“···.”


그가 백초를 기울이다 말고 위진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위진성, 이건 아후라 마즈다의 불이라고. 그 자체란 말이야.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란 말이야.”

“그게 무엇이든, 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진 않을 것이다.”

“이봐~,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라고.”

“네 궤변을 더 들을 필요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아.”

“정말인가? 아닐 텐데? 후회할 텐데?”


이 자가 뭔 생각으로 이렇게 나오지?


위진성은 사마륜을 살려두지 않을 참이다. 저 자는 너무 위험했다. 그걸 본인도 알텐데 저런 말을 하다니··· 목숨을 구걸하려는가?


“다 끝났으니 그만해.”

“그러니 날 죽이겠다? 좋아. 나도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고 싶지는 않거든. 살아도 당당히 살아야지. 그렇지 않은가?”


위진성은, 풍백이 경고했던 부작용이 시작되기 전에 사마륜에게 손을 쓸 생각이었다. 그가 손가락을 꿈틀하자 은연검이 손위로 떠오른다.


“좋아.. 헌데, 하려던 말이 진소군에 관한 얘기인데 관심이 없다니··· 의외군.”


위진성의 눈에 지진이 났다. 몸도 한차례 출렁였다.


“뭐-, 뭐라고? 무슨 말이지?”

“큭큭큭! 이제 좀 듣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개소리 말고, 빨리-이 말해~~~ㅅ”

“오우~, 성질머리하곤. 말한다고.. 말해. 자네, 진소군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 만나고 싶지 않냔 말이야~.”


위진성은 머릿속이 하애졌다.


“소..군을 다시··· 본다고???”





차창~~

쾅!

펑~


“헉!”

“마도들을 주살하라~”

“뒈져!”

“으아악------”

“오~! 성화시여···”


시간이 갈수록 도화곡의 전세는 뚜렷하게 백도 연맹으로 기울어 갔다. 애초에 양측의 전력차가 컸었다.


그 부분을 교주와 소수마녀의 절대 무위와 군사 사마륜의 지략으로 메꿔 왔는데, 지금 그들은 죽거나 사라지고 없다. 그러니 이미 승패가 난 싸움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마가의 가주와 장로들의 분전으로 여태 싸움을 끌고 온 것이다. 허나 그것도 끝나간다.


전장 밖에서 형세를 주시하던 대문파의 장문인, 가주들과 최고수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저울은 더 빨리 기울었다. 장문인 등은 그야말로 넘어가는 담벼락에 손가락을 튕긴 격이었다.


하지만 결국 세간의 칭송은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신화와 같은 무력이라거나 또는 뛰어난 지도력 운운 하면서 말이다.




월령귀도 내가휘는 마주 거칠게 월강도를 쳐냈다.


쾅~~~


원래라면 초승달 같은 도기들이 계속 중첩되어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헌데 내가휘는 한번 초승달 도기를 날리고 숨을 골라야 했다. 그만큼 지치고 진기는 바닥난 지 오래였다.


그럴만도 하지. 내가휘는 싸움이 벌어지고 지금까지 무수한 백도인들을 베었다. 그중엔 대문파의 각주나 당주들, 장로들도 있었으니.


그는 월강도를 늘어뜨리고 도화곡을 둘러보았다.


전멸이다. 백도 연맹의 천라지망에 마교도들은 도주도 못하고 죽어갔다. 그가 고개를 몇 차례 젖고 탄식을 발했다.


“허, 허허허. 이렇게 천년 서신교가 내 대에서 끊기는가? 허허허!”


내가휘는 허탈하게 웃고 상대를 쳐다봤다.


소림사 원공대사. 전형적인 무골인 그가 피로 얼룩진 승포를 펄럭이니 위압감이 굉장했다.


내가휘는 소림사 승려와 벌써 삼백여 합을 주고 받았다. 자신이 지쳤다 하지만, 그건 저 승려도 마찬가지. 대단히 박대정심한 무공을 펼친다.


욕심 같아선, 둘 다 몸상태가 정상일 때 싸워보고 싶지만 실현 가능성은 없다. 이미 주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갔다.


저곳에서 싸움이 막바지로 치닫는 광마 조자강이 먼저일지, 자신이 먼저 갈지 모르겠다.


원공대사가 마보를 취하는 게 보인다. 승포자락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웅혼한 진기들이 그의 우권에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우우우웅------


강호에서 이름 높은 소림사의, 진짜 백보신권이다. 내가휘도 수라월강도법 중 파괴력 넘치는 초식을 준비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출수했다. 희끄무레한 권격이 쏘아지고 월강도에선 무려 일장이나 되는 초승달이 생성돼 빙글빙글 돌면서 부딪혀 갔다.


콰콰쾅-------


권격이 초승달을 밀어내고 그대로 내가휘를 휩쓸었다. 내공이 더 바닥났던 내가휘는 상체가 제멋대로 뭉개져 뒤로 넘어갔다.


쿵~

쿵!


넘어가는 소리는 저쪽에서도 있었다. 그와 조자강은 거의 동시에 숨이 끊어졌다.




한쪽에 모여있던 장문인과 가주들은 마지막이었던 최고수들 간의 싸움이 일단락되자, 서로 쳐다봤다.


“모두들 수고하셨소이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정리된 거지요.”

“우리 모두 힘을 합치니 적은 피해로 무림의 정기를 수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틀림없이 무림사에 길이 남을 쾌거입니다.”

“왜 아니겠소? 드디어 중원에 뿌리내렸던 마교를 근절시켰는데···. 무량수불~!”

“이번 최후의 정마대전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소. 정파의 저력을 보여준 대전이었소.”


모두들 목전에 둔 승리를 축하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기 바빴다. 자연스레 분위기기 밝고 경쾌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교주는 어찌 됐을까요?”


신화창 악무군이 묻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미타불~. 아직 교주 척군영과 군사 사마륜이 있습니다. 축하는 조금 기다렸다 해도 될 듯합니다.”

“무량수불··· 빈도는 원우대사와 같은 생각입니다. 그들이 끝나야.. 진짜 마교의 뿌리를 뽑았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소림사 방장 원우대사에 이어 무당파 장문인 우공도장까지 나서자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허허. 기쁜 나머지 간과했군요. 아직 누구도 도화곡 밖으로 나간 자는 없다고 하니··· 모두들 어쩌시겠소? 동혈에 가보는 게 맞지 않겠소?”

“그렇죠. 여긴 된 거 같으니, 마교의 최후를 확인하러 가야 합니다.”

“그게 맞겠소. 아직이면 가서 끝을 내야 하지 않겠소?”

“그럽시다. 위공자, 진소저가 염려되기도 하니 어서들 가봅시다.”


반대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동의하니 원우대사도 그러자 했다.


“그럼, 가시죠.”



장문인들과 수행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자, 당연히 눈에 뛸 수 밖에 없었다.


통천장 이곤은 절벽에 오르자 공황상태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업적이 될 대상을 고르다 그들을 봤다.


“엉? 장문인들이 움직이는데?”


그가 뒤를 향해 말하고 돌아보니, 장동은 우두구한테 된통 깨지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아무리 거지라 해도 밑바닥 체면이라는 게 있다.


헌데 장동은 백도인들의 도움으로 절벽에 올랐는데 상의만 입고 하의는 홀라당 벗겨진 채였다.


백 번 양보해서 무슨 사정으로 그랬으면 가리고 빨리 대처를 했어야 하는데 장동은 고래고래 화부터 내기 바빴었다. 물론 저 얼뜨기 메기놈에게.


태행 부분타주란 놈이 천하인들 앞에서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해서 우두구는 재빨리 시신들 중에서 멀쩡한 하의를 구해 건네주었다.


그리곤 호통을 치니 장동은 엉거주춤, 잘 걷지도 못하는 거다. 어디가 터진 것처럼.


“에휴~! 너나 저 얼뜨기 놈이나 문제다, 문제.”

“행님, 면목없습니다.”

“그만하자. 지친다, 지쳐! 휴우~”


우두구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를 때, 장동은 도끼눈을 뜨고 이곤을 노려봤다.


이 사태를 만든 저놈에게, 이 치욕을 어떻게 앙갚음하지?


아까만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났다. 다친 급소 때문에 노려보는 것에서 그친 거지, 아니었으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터.


허나 당사자인 이곤은 아무 생각 없이, 곡안으로 향하는 장문인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위형하고 진소저는··· 안전할까? 어떻게 됐을까?’





위진성은 주변 어둠을 밝힐 정도의, 강렬한 눈빛으로 사마륜을 쏘아보고 있었다. 깊은 지하 이곳에 고도로 압축된 광원 두 개가 불을 뿜는 듯했다.


유들유들한 사마륜도 까닥하다간 험한 일을 당할 것 같았는지 바로 말했다.


“그래. 진소군을 다시 볼 수도 있다.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내 지식과 네 지극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후욱-


“크흠··· 사마륜, 말장난이면 널 가장 고통스런 방법으로 죽여 주마!”


으쓱


“이거 실망이군! 그렇게 날 겪어보고도 못 믿나? 그동안 내 말한 것 중에 허튼 게 있었던가? 내가 고작 시간 끌려고 이런 짓거릴 하겠냔 말이다.”

“말해라”

“쩝~! 생각해보니 네 반응이 그리 유난스런 건 아니구나. 하긴, 세상 누구라도 죽은 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면 쉬이 믿진 않겠지··· 그러니 이건 듣는 사람보다 누가 말했냐가 중요하겠군.”

“본론을 말하라.”

“나도 몸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으니 간략히 말해주마. 내가 널 여기서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다. 그녀가 있는 곳은 아닐지라도 네 노력과 운에 따라 가능한 곳으로 말이다.”


두 사람의 눈이 한지점에서 부딪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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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3. 23.05.30 132 4 12쪽
262 262. 23.05.29 138 2 12쪽
» 261. 23.05.28 135 3 12쪽
260 260. 23.05.27 156 4 11쪽
259 259. 23.05.26 21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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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257. 23.05.24 153 4 12쪽
256 256. 23.05.23 132 3 11쪽
255 255. 23.05.22 154 4 11쪽
254 254. 23.05.21 174 4 11쪽
253 253. 23.05.20 151 4 12쪽
252 252. 23.05.19 154 3 11쪽
251 251. 23.05.18 186 4 11쪽
250 250. 23.05.17 190 4 11쪽
249 249. 23.05.16 19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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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23.05.10 1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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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23.05.08 181 4 11쪽
240 240. 23.05.07 175 4 11쪽
239 239. 23.05.06 208 4 11쪽
238 238. 23.05.05 18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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