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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마교 종결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루키루카스
작품등록일 :
2022.10.29 22: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7:15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114,802
추천수 :
1,934
글자수 :
1,387,322

작성
23.05.22 17:15
조회
154
추천
4
글자
11쪽

255.

DUMMY

‘결국 이렇게 되나?’


특별히 아쉬운 것도, 유달리 미련 남는 것도 없었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던 걸까?


허나 마교와의 일은 그렇지만, 진소군을 생각하면 여러 감정들이 들었다.


감사함, 미안함, 따뜻함, 기쁨, 안타까움 그리고 사랑.


위진성은 천천히 고개 들어 허공을 바라봤다. 짧은 시간에 스쳐가는 여러 생각과 감정들. 지나가는 생각과 감정들에 올라탔던 그가 정신을 차렸다.


헌데?

일의 진행이 없다!


그가 둘러보니 척군영이 열 걸음 앞에서 안면 근육을 씰룩이고 있었다.


‘ ? ’


위진성의 시선을 느끼자 그가 퍼뜩 정신 차리고 성큼 다가왔다.


방금 전 제뢰검형에 풍백비검을 섞어 펼쳐낸 검술은, 그가 왜 천재라 불렸는지를 보여준다. 팔 길이만큼 가까이 선 그가 검병을 쥐었다.


척군영의 눈은 이곳에선 계속 흑화로 타오르고 있다. 그가 검에 흑화를 흘려보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됐구나. 내 너와 함께 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주를 가로막는 것들을 거두게 하고 신들에게 진정한 강자가 누군지 깨닫게 하리라~!”


말이 끝나자 척군영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입을 시작으로 눈, 코, 귀를 포함한 칠공에서 검은색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위진성의 칠공으로 빨려 들었다.


“뭣? 커허억!”


위진성은 몸부림치려 했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가슴에 박힌 검을 통해 침투한 흑화의 진화가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위진성은 처음이었다. 소천심공이, 환신단과 결합된 소천심공이 마공에 짓눌리는 일은 그 전엔 한번도 없었다.


척군영에게서 쏟아지는 검은 액체는 한방울도 새는 것 없이, 그의 칠공으로 흡입된다.


위진성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서서히 위진성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고 금새 새까맣게 변해갔다.


이렇게 그는 흑화의 두 번째 숙주가 되는 건가?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여기 오기로 한 이가 있었고, 그 여인이 그렇게 되도록 놔둘리가 없다. 끝없이 높은 공동 천장에서 한줄기 강렬한 빛이 쏘아졌다.


화악-


너무도 이질적이고 강렬해서 이 세상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빛, 광검. 그 은하광검이 진소군의 은연검에서 척군영에게로 쏘아졌다.


“크와아아아악~~~”


광검에 반응이 늦었던 척군영은 등판을 스친 빛에 척추가 드러날 정도로 패였다. 쏟아내던 흑화를 끊고 그가 호천검을 거칠게 뽑았다.


주르르륵


위진성은 바닥으로 미끄러지고, 척군영은 분노에 잠겨 상공을 노려봤다. 그의 눈에서 반 자 이상 뿜어진 검은 불이 이글이글 거렸다.


그런 흑화의 눈은 짙은 어둠이 환하게 밝아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천장을 보면 서기로운 빛이 은은하게 번지며 한 여인이 하강하고 있었다.


주위를 환하게 밝히지만, 강렬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은은히 뿜어지는 빛. 그 광휘에 휩싸인 진소군이 빠르게 떨어져 내린다.


척군영이 호천검으로 벼락같이 올려쳤다.


콰하아아아------


그녀가 흑화를 향해 은연검을 겨누자 은하광검이 어둠을 가르고 빛의 기둥을 세웠다. 빛과 어둠이 공동 중앙에서 격돌했다.


동혈 밖 절벽에서는 흑화의 위력에 은하광검이 사그라 들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도 같은 장면이 재현되는가?


아니었다.


광검은 흑화의 중심을 뚫고 쭉 내리꽂힌다. 상공으로 뻗은 흑화에, 파고든 강렬한 빛기둥이 비치고.. 척군영 앞에서 흑화를 찢고 사방으로 빛이 폭발했다.


파화아아 팟!


“크르르륵!”


순간적으로 척군영 앞에 검은 불길이 두텁게 생겨났다.


수십, 수백 갈래로 나눠진 광검은 공동 곳곳에 깊고 깨끗한 상흔을 남겼다. 빛에 닿으면 뭐가 됐든 증발되었다. 아니, 산화됐다는 말이 더 맞나?


쪼개진 광검을 막아선 흑화는 활활 타오르며 빛줄기들을 산란시켰다. 빛들은 흑화에서 꺾여 엉뚱한 곳으로 쏘아졌다.


바닥에 내려선 진소군은 일단 위진성의 상태부터 점검했다. 눈은 척군영에 고정한 채 손으론 맥문을 쥐었다.


“사형?”


반응이 없자 그녀가 위진성을 바라봤다.


“사. 형···?”


그녀는 대경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위진성. 그의 얼굴은 먹물로 찍은 듯이 곳곳이 검게 변해 있었다. 특히나 눈 부위는 짙은 흑색으로 물들었다.


“사형? ··· 사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진소군이 떨리는 음성으로 척군영을 봤다.


“크르르. 플레이아데스 놈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간 성가신 게 아니군.”

“대답해~~. 이 사람한테 뭘 한 거냐고~~~?”


그녀의 대갈일성이 공동 전체에 윙윙- 울렸다.


“진소저. 아후라 마즈다, 여기 흑화는 교주 말고 새 몸이 필요하다오.”


사마륜이 통로 안에서 걸어 나왔다.


“새 몸?”

“숙주 말이오. 흑화를 담을 그릇으로, 당신 사형만한 존재는 없단 말이오.”

“···.”


진소군은 멍한 눈으로 받아들일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 그래서 사형이, 진성이 척군영처럼 될 거란 말인가요?”

“그랬을 것이오, 진소저가 절묘한 시간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흑화의 전이가 상당히 진척됐고 후반으로 접어드는 때에 소저가 나타나 멈춘 것이오.”

“멈췄다면, 되돌리면 되겠군요.”


도리 도리


“흑화는 태초의 힘인 마나라오. 그걸 어찌 인간의 힘으로 다룰 수 있단 말이오? 한번 지배당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소. 교주도 담게 된 거지, 다루는 게 아니오. 도구로 쓰이는 거지.

그러니까 오직 흑화만이 위진성의 몸에 주입된 흑화를 끌어낼 수 있소.”


척군영은 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의 등에서 흑화가 타오르고 있다. 드러난 척추에 화강암 같은 피부색의 매끈한 물질이 덮여가는 중이었다.


진소군은 빠르게 위진성의 맥문에 공력을 주입했다. 허나 그녀는 곧바로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위진성 내부는 흑화가 지배하고 있다.


외부의 힘은 무엇이든 불태우고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그녀가 흘려보낸 은하주천신공도 마찬가지. 순식간에 타올라 흩어졌다.


그의 내부에 상처만 더해진다. 진소군이 눈을 찌푸리고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봤다.


“불쌍한 사람.. 기다리라 했는데··· 무리하지 말라 했는데!”


이렇게 되면 동혈에 같이 들어오느니만 못하게 됐다. 잠시만, 잠깐이면 된다 했거늘···




ㅡ “천인이시여,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지금 마교의 흑화와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진소군은 너무도 간절한 눈으로 고귀한 플레이아데스 천인에게 요청했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도 가만히 내려다보던 천인이 자애로운 목소리로 뜻을 전했다.


“후인이여, 여기서 그대가 흑화를 꺾을 방법은 없습니다.”

“···.”

“허나 싸워볼 순 있습니다.”


반짝


“그게 무엇인가요?”

“하지만 이건 그대에게 매우 위험하고 안 좋습니다. 마지막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내 힘의 일부를 그대 진원에 남기겠습니다. 꼭 필요한 순간, 이런 이런 방법으로 진원을 흔들어 사용하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쓰고 난 후 그대에겐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겁니다. 운이 좋다면, 수명을 대폭 깎거나 대부분의 공력을 잃는 정도로 그치겠지만요.”

“···. 예.” ㅡ




그게 ‘운이 좋다면’ 이다. 하지만 그날 진소군은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에 만족했었다.


그래서 아까 위진성이 동혈에 먼저 간다고 했을 때, 그러라 한 것이다. 진원을 건드리고 신력을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했기에.


위진성이 옆에 있었다면 필히 말렸을 터. 그래서 기다리라, 서둘지 마라 했는데. 했었는데···.


이게 뭐냔 말이다, 이게!


휙!


그녀가 신형을 일으켜 척군영에게 걸어갔다.


‘아니야, 방법이 있을 거야. 사형을 되돌릴 방도가 있어. 분명히!’


그녀는 척군영을 노려보고 은연검을 힘주어 잡았다. 낭창낭창 거리던 은연검이 한순간에 ‘팍!’ 강직되고 어느 검보다도 날카로워 보인다.



흑화만이 흑화를 불러낼 수 있다고?

그렇다면 불러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자.

그러면 된다!



진소군의 단전에는 생전 처음 느끼는 힘이 은하주천신공에 절묘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비록 그 힘이 한 방울이라 해도, 플레이아데스 천인의 신력이다.


어느 누가 가벼이 보겠는가? 좀 전에 흑화와 격돌했던 장면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걸으며 들어올리는 은연검에서 손가락만한 빛들이 길어졌다 짧아지기를 반복한다. 비단 은연검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신에서 빛기둥들이 생겨나고.


어둠에 비치는 진소군의 몸 외곽선에선 무수한 은색 별들이 뿜어졌다. 이 모든 것들이 은연검으로 모여들고 다시 검극에서 광검이 모습을 나타냈다.


감았던 눈을 뜬 척군영도 호천검을 내질렀다. 왼팔이 통으로 없는데도 자세나 검에 전혀 허점이 없었다. 흑화가 거대 뱀처럼 입을 쩍 벌리고 광검과 진소군을 삼켜갔다.


진소군은 힘대결 할 생각은 없는지 은하광명보를 끌어올렸다. 일대에 은빛 광채들이 폭발하듯 일어나고, 그 사이사이를 흐릿한 진소군이 분절되어 흐른다.


절세의 보법으로 그녀는 척군영과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근접전이 유리하겠단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척군영은 노련했다. 그는 뻗은 검을 흐르는 피 털어내듯 흔들었다. 그러자 검신에서 가시 같은 흑뢰화들이 진소군에게 폭사되었다.


이를 본 그녀는 검을 가슴 앞에 세우고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파라라라락


이어서 빛기둥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어두운 공동에 빛의 폭풍을 일으켰다. 광검은 닿는 곳들에 예외없이 깊은 상흔을 남기고 가시같은 흑화들까지 산화시켰다.



척군영은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두 차례 위아래로 그었다. 허공에 쏟아진 흑화들은 먹물 번지듯 공간을 잠식해 갔다.


점점 진해지고 커져가는 흑화의 벽에 빛줄기들이 닿자 연무만 남기고 사라졌다. 흑화의 벽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과히 놀랄 게 없는 것이.. 척군영이 펼쳐낸 건 진화였다. 흑화의 진화!


역시나 없어지지 않고 계속 번져가는 진화는 매끄러운 물질이 되어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상상 외의 힘은 공간에 간섭한다!


공간이 구겨지거나 뒤틀리고 흑화는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갔다.



진소군은 굳이 맞설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발을 굴러 단숨에 상공으로 높이 올랐다. 그렇게 흑화의 벽을 지나 머리는 아래로 하고 하강해 갔다.


헌데 흑화 넘어에 척군영은 없었다.


‘ ? ’


그녀는 척군영이 위진성 앞에 서있는 걸 보았다. 이에 진소군이 공력을 집중해 빛살처럼 떨어져 내렸다.


다급한 그녀의 눈에는 척군영이 하나 남은 손으로 사형을 일으켜잡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자의 칠공에서 위진성에게로 검은 액체가 흘러든다.


‘이런!!!’


지극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지만, 진소군에겐 너무도 느렸다. 일초가 여삼추! 이보다 더 화급을 다툴 순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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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261. 23.05.28 1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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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257. 23.05.24 153 4 12쪽
256 256. 23.05.23 132 3 11쪽
» 255. 23.05.22 155 4 11쪽
254 254. 23.05.21 174 4 11쪽
253 253. 23.05.20 15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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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251. 23.05.18 18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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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243. 23.05.10 19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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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241. 23.05.08 181 4 11쪽
240 240. 23.05.07 175 4 11쪽
239 239. 23.05.06 20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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