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최근연재일 :
2021.10.15 14:05
연재수 :
303 회
조회수 :
31,352
추천수 :
749
글자수 :
1,838,883

작성
20.10.05 20:02
조회
25
추천
0
글자
13쪽

인솔자들5

DUMMY

'나한테만 모든 걸 맡기지 말아 주세요.'



뒤에서 느껴지는 조미선의 시선에 대한 시우의 마음속 부탁이다. 이래서는 마치 부담스러운 학생과 인솔자를 맞이하는 상담 선생과 다를 바 없잖은가.



이 마음속의 한탄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닌은 자연스럽게 크게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 주었다.



그리고 카닌의 말에 돌아온 것은 험악한 덩치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부관분의 압박. 그런 압박에도 카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블루베리라는 몹쓸 예시가 있는데 단순한 외견에 밀릴 리가 없다.



그래도 허튼 생각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카닌은 잠시 폴리모프까지 해제하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순수한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창백한 머리칼과 피부를 가진 본래 모습이 드러났다. 거기에 맞춰서 시우가 말했다.



"각자 대단한 사람을 가족으로 두고 있어서요. 저에게는 형이 있다면 카닌에게는 살아있는 선조분이신 카푸스가 있죠. 여러모로 기대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실례했습니다."



단순히 A랭크의 헌터라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바로 기세를 내리는 부관. 그에 맞춰 카닌 또한 폴리모프를 통해서 평상시에 위장하고 있는 형태로 모습을 되돌렸다.



"아무튼 끝난 일이니 저도 신경을 크게 안 쓰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런 실수를 안 하면 되는 거죠."

"알겠, 습니다."

"그럼 이렇게 된 김에 이야기나 더 나누고 가시죠. 솔직히 저도 어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누가 매의 이야기만 끝없이 해서 말이죠. 아, 편하게 러시아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쪽이 더 나을 것 같네요."

"저, 손시우씨는 매를 좋아하지 않나요?"

'0.3 카닌'



러시아어로 들은 첫 질문이 매 이야기다. 이만하면 중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머릿속에 첫째는 손시훈이고 둘째가 매이지 않을까.



"평범한 사람의 기준에서 따진다면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정확히는 좋아하게 된 거죠."

"그런가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늬의 이름은 선생님, 아니 손시훈씨가 붙여주셨다고요."



선생님이라. 그 단어에 이어서 형의 이름을 말할 때 시우는 목소리에 생기가 조금 더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본격적으로 형에 대한 질문을 할 차례다.



"모두 형을 좋아하나 봐요?"

"좋아하느냐, 더 좋아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누구에게서 많이 들은 이야기인데.'



이어지는 이야기 또한 키잔트헤임의 순례자 출신인 누구에게서 많이 들었는 형태의 이야기다. 그걸 여기 있는 순례자 분은 열심히 기록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기잉 거리면서 돌아가는 분신체. 그 모습으로 보건대 아눕롤이 키잔트헤임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서사시가 키잔트헤임의 국립 도서관이 추가될 것 같다.



한참 동안이나 신나서 그 이야기를 하던 갈리나는 갑자기 우뚝 멈추더니 시우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거기에 무언가 미안하다는 표정이 더해졌다. 이 무언가를 시우는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집을 나가버린 형에게 살짝 섭섭한 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밉지는 않아요. 지금 저는 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빈 말이 아니다.



만약에 손시훈이 대한민국에만 주로 박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쯤 자신은 적운흉풍의 도움 없이 순수한 무공으로 A랭크 헌터와도 겨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생인 손시연은 대한민국 최초의 S랭크 헌터가 됐을 수도 있다.



카푸스와의 만남도 더 부드러웠겠지. 카푸스가 지구로 넘어온 게이트는 대한민국에 열렸다. 카푸스와 블루베리가 본격적으로 충돌하기도 전에 손시훈이 중재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랬다면 자신의 주변 환경은 확실히 편하고 부드러워짐을 시우는 알 수 있었다.



그 대신 자신들의 주변이 그만큼 더 처참해졌겠지. 가령 시우가 제일 최근에 간 이세계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마왕이 대놓고 사람들의 영혼을 뽑아가면서 불로불사의 연구를 진행하던 그 세계 말이다.



이를 마왕의 잔당들이 끝까지 진행하던 걸 두 눈으로 직접 본 마당에 마냥 징징거릴수는 없었다.



"딱히 형이 집을 나가서 불우하게 산 것도 아니거든요.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형은 저희 집에 꾸준히 금품을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을 집에서 딱히 쓰지도 않았어요.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그럴 필요가 아예 없었거든요."



굳이 시우가 형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종종 필요 이상으로 귀찮은 일을 떠넘긴다는 불만뿐이다. 물론 가족을 버렸다는 진지한 원망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감정이다.



"혹시나 다른 동기분들이 불편해하고 있다면, 그런 쪽으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전해주세요."

"정말로요?"

"솔직히 어머니께서 조금 신경 쓰시기는 한데... 아버지께서는 확실히 이해하실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순간적으로 부모님의 경우까지 이야기하자 굉장히 신경 쓰인 시우였다.



범죄조직에서 길러진 인간병기, 그를 갱생한 선생님이라....완전히 어두운 분위기의 액션 영화 소재가 따로 없다. 평범한 사람도 경우에 따라서는 호들갑을 떨기 쉬운 일인데 하필이면 그들의 어머님은 호들갑에 도가 트신 분.



정육점에 오시는 진상 손님들에게 해골장미의 이야기로 대응할까 봐 무섭다.



이미 시연이만 하더라도 자신의 딸이 중앙 헌터 협회 팀장이라고 자랑을 거침없이 했었다. 손시훈이 카푸스와 친구라는 게 방송에 나오고 난 뒤에는 대놓고 S랭크급 인물이라는 말을 하신다. 여기에 적합자라고 비적합자인 자신에게 막 대했다가는 밤길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협박이 더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앞의 둘은 그냥 할 수 있는 말인데, 이들과 엮인 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러시아 강력 범죄 조직의 인간병기와 단순한 대한민국 동네 진상이 붙으면 어떻게 될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머니는 진짜로 모르는 게 좋으실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분 정도는 동생인 손시연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도 오늘 듣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처음 듣는 이야기들. 동생도 알면서도 숨겼는 건 자신과 비슷한 이유일게 뻔했다.



그러니 자신도 딱히 숨긴다고 해서 불효나 그런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손시훈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자신의 이야기는 동생들은 괜찮겠지만 부모님은 살짝 어려워할 것 같다고 말이죠."



진짜 비밀 중의 비밀인 환생자의 이야기는 시우에게도 딱히 괜찮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영혼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 때문에 빠르게 믿을 수 있었던 것뿐이다.



아무튼 핵심 인물인 손시훈도 이야기의 소재보다는 그 소재를 듣는 사람이 조금 더 불안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것이 시우는 살짝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손시훈의 해골장미 육성에서 해골장미와 함께 해낸 일들로 이야기의 중심을 옮긴다고 해서 마냥 편한 이야기가 되지는 않았다. 혼자서 마왕들을 때려잡는 인간이 인간병기들과 함께 무언가를 했다면 어떤 이야기가 되겠는가.



"마왕도 아니고 마신이라고요?"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던데요."



이 세계의 마신들이 지구에 강림하려고 한 시도는 총 6건. 그중 4건이 시베리아에서 저지되었다.



그러나 마신은 그 이름값에 걸맞게, 강림 시도 자체가 주변의 환경을 뒤튼다. 덕분에 현재 시베리아의 일부 지역은 카슈미르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는 마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녹아가던 지역이 다시 명왕성에 가까울 정도로 차갑게 얼어붙어버린 곳도 있다고.



이 사실에 조미선은 완전히 질색하고 있었다.



"시우야,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이미 형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블루베리가 마왕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들으셨잖아요."

"왕이랑 신이랑 같냐? 이건 분명히 경태 녀석도 못 들은 이야기가 분명해."

"저도 직접적인 마신 이야기는 처음 듣지만, 제 형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 사이에 경태에게서 몹쓸 말투를 배웠구나. '가능할지도 모른다'와 '가능하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거든?"

"저는 방금 시우씨의 말투에서 '그 여자'가 떠올랐을 정도예요."

-도련님. 제 철부지 계약자라면 모를까, 조미선씨는 그 정도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사옵니다.



솔직히 시우도 자신이 조금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조미선이나 마경태나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하는 건 비슷하다. 그런데 길게 사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이만하면 세계 S랭크 연맹의 준회원 기준이 뭘 잡고 만들어졌는지도 짐작이 되거든. 아니, 정확히는 불곰과 해골장미의 운용법이 세계 S랭크 연맹의 뼈대가 된 거야. 어째 S랭크라는 개념이 러시아에서 왜 제일 먼저 나왔나 싶더니..."

"말이 조금 있었죠. 사실 선생님은 O랭크가 더 낫지 않냐고 말씀하셨습니다."



방금 조미선의 그 말은 아눕롤이 어제의 일을 교훈 삼아 번역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솔자나 다름없는 부관분이 갈리나에게 떠듬떠듬 번역한 모양이다.



그리고 잠깐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갈리나였다. 러시아의 키릴 문자에는 S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져온 게 O라는 글자다. 그 글자라면 러시아어로 특별하다(Oсо́бый)는 뜻과 영어로도 일반적인 힘을 뛰어넘었다(OverPowered)는 표현을 둘 다 만족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형과 잘 어울리는 센스가 담겨있네요. 그런데 그냥 Over라고만 해도 됐을 걸, 게임도 아니고 비유에 Power를 붙여서 채택이 취소된 건 아니겠죠?"

"어....역시 가족이시군요."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자신의 제안이 취소된 이후 나중에 해골장미와 불곰들 앞에서 징징거렸겠지. 대충 그 내용은 '정치인들 앞에서 Power는 뺄 걸!'쯤 될 것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솔직한 모습을 해골장미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자제한 것 같지 않다. 참 이런 한결같은 면에서는 대단한 사람 아닌가. 그런 자신의 형을 상상하며 헛웃음을 흘리는 시우였다.



"생각은 많은데 함부로 평가는 못하겠네요."



솔직한 생각은 형이 적당히 구해줘서 참 다행이라는 것이다. 블루베리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만난 리더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궁극적으로는 함께 한 시간의 차이뿐.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약에 눈앞에 있는 게 손시훈이 단순한 교관 정도인 불곰 출신이라면 반쯤 농담 삼아서 그걸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해골장미들에게는 못 할 말이다. 그렇기에 시우는 말머리를 돌렸다.



"아무튼 세계 S랭크 연맹의 전신이 해골장미와 불곰이라는 거군요."

"네.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순진하다고는 하나 세계 S랭크 연맹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그녀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성경의 예시를 드셨죠.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

-이사야서 3장 4절.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불만을 가질 법 한 이야기군요.



S랭크가 민족들과 백성들 사이의 재판관과 심판관이 된다. 성경을 인용했으니 관점에 따라서는 사이비 같은 소리다.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귀족과 왕이 아닌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재판관과 심판관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말씀하셨죠.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이 사상이 어느 사이에 왜곡이 되어 버렸다. 순수하게 자신들과 같은 사례는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자는 대부분의 해골장미들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 몫에는 자신들이 가지는 책임도 있다고 자책하려는 찰나 이 자리에 있는 일행 모두가 땅이 크게 울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진동은 평상시의 지진하고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작가의말

sunset 923님 댓글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인솔자들2 20.09.30 26 0 14쪽
126 인솔자들1 20.09.29 31 0 13쪽
125 불편한 관계3 20.09.28 28 0 14쪽
124 불편한 관계2 20.09.25 34 0 14쪽
123 불편한 관계 20.09.24 29 0 13쪽
122 소감 20.09.23 30 0 14쪽
121 바캉스5 +1 20.09.22 54 1 14쪽
120 바캉스4 +1 20.09.21 34 1 14쪽
119 바캉스3 +1 20.09.18 34 1 14쪽
118 바캉스2 20.09.17 30 0 14쪽
117 바캉스 20.09.16 40 0 14쪽
116 유명인4 20.09.15 34 0 14쪽
115 유명인3 20.09.14 28 0 14쪽
114 유명인2 20.09.11 31 0 13쪽
113 유명인 20.09.10 34 0 13쪽
112 뒤풀이-사후보고 20.09.09 45 0 14쪽
111 결투3 20.09.08 29 0 14쪽
110 결투2 20.09.07 31 0 14쪽
109 결투 20.09.04 32 0 13쪽
108 유사품9 20.09.03 29 0 13쪽
107 유사품8 20.09.02 32 0 14쪽
106 유사품7 20.09.01 31 1 13쪽
105 유사품6 20.08.31 38 0 13쪽
104 유사품5 20.08.28 36 0 13쪽
103 유사품4 20.08.27 41 1 13쪽
102 유사품3 20.08.26 38 1 14쪽
101 유사품2 20.08.25 34 1 14쪽
100 유사품1 20.08.24 38 1 13쪽
99 예지와 예측4 20.08.21 40 1 13쪽
98 예지와 예측3 20.08.20 38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